Become An Academy Award-winning Villain RAW novel - Chapter (585)
아카데미 훈수빌런이 되다-586화(575/668)
해그늘의 사람을 찾는 척, 오리지널 선비탈을 찾는 척하며 거리를 돌아다니고 있다.
“그리고 해그늘만 있는 게 아니야. 쟤들까지 돌아다니고 있어.”
거리에, 선비탈이 아닌 다른 탈을 쓴 이들이 종종 보인다.
선비탈이 품절이라서, 품귀현상을 일으켜서 다른 탈을 쓰고 나온 걸까?
전혀.
“활빈당이 당신을 찾고 있어.”
저들은 활빈당이다.
“사람들이 모두 당신이 활빈당인 줄 알고 있더라. 정확히는 활빈당에서 나와서 개인으로 활동하는 존재로. 해그늘이랑 손잡은 활빈당과 결별하고, 당신 혼자 움직이는 ‘정의의 활빈당’으로.”
“다들 잘 속네.”
시민들도, 히어로 협회도, 해그늘도, 활빈당도 모두 ‘선비탈’을 찾는 지금.
“그럼, 더 상황을 개판으로 만들어볼까. 마침 연락 들어왔다. 여수에 한 명, 주모가 찾아냈다는군.”
“어떻게?”
“결사에서 운영하는 무인 모텔에 들어왔다.”
“…….”
“백설희 씨.”
내가 할 일은 오직 하나.
“텔, 가자.”
확실한 정보일 때만 움직여, 전국에 퍼진 해그늘 임원들을 찾아 족치는 것.
“여수까지 가는 길, 바이크 탈래, 아니면 말 탈래?”
나는 백설희에게 선비탈 가면을 만들어 건넸고.
“어디든 상관없는데.”
백설희는 선비탈의 가면을 얼굴에 눌러 쓰며 씩 미소를 지었다.
“대실 아니고, 숙박이지?”
늦은 오후, 남해고속도로.
부아아앙ㅡㅡㅡ
배기음이 거칠게 울린다.
평소에 잘 관리가 되지 않은 것 같은 차의 배기음으로 차가 덜커덩거린다.
“미안, 좀 심하게 덜컹거리네.”
“그러게 내가 바이크 타고 가자니까.”
“국도 타고 바이크 타라고? 싫어. 바이크 타면 대화 잘 안 되잖아.”
“마력으로 대화를 하면 되지.”
“싫어. 그냥 평범하게 육성으로 말하면서 갈래.”
백설희는 두 손으로 운전대를 꽉 붙잡은 채, 앞만 보며 달렸다.
“대화할 정신은 있고?”
“당연하지. S급이 이 정도 멀티태스킹도 안 될까 봐?”
“안 되는 것 같은데.”
“시끄러워. 정신 사납게 옆에서 재잘재잘하지 말고, 허벅지나 주물러.”
“미친 거 아냐?”
나는 바로 백설희를 타박했다.
“조수석에 앉은 사람보고 자기 허벅지 만지라고 하는 운전자가 세상에 어디 있어? 안전 운전 몰라?”
“S급이 2차선 정속 운전하는데, 이것만큼 안전한 운전이 또 어디 있다고 그래?”
“하다못해 어깨 주무르라는 것도 아니고, 허벅지를 주무르라고? 변태야?”
“응. 내 차에서 내가 그러겠다는데, 뭐 문제 있어?”
백설희는 하얀색 핸들을 손으로 토닥였다.
“이거, 제조사 빼고 다 마음에 드는 애라고. 평소에 타고 다니지를 못해서 그렇지.”
“해그늘에서 너한테 준 거 아냐.”
“히어로 협회 통해서 받은 거야. 해그늘에서 받은 거 아니고.”
백설희가 운전하는 차는 해그늘모터스의 플래그십 차량.
본인이 산 건 아니다.
협회를 통해 백설희보고 타고 다니라고 넘어온 차량으로, 현재 백설희는 본인 피셜 약 1년 만에 장롱면허를 가지고 나왔다.
그리고 정말 안전하게 운행하고 있다.
고속도로에서 90km/h 정속 주행으로, 옆에서 차가 쌩쌩 달리든 말든 본인의 운전만을 하고 있다.
“이러다가 저녁에 도착하겠어. 백설희 씨. 혹시 지금 음흉한 생각을 하는 건 아니지?”
“무슨 음흉한 생각?”
“여수에 지금 그냥 놀러 가는 것도 아니고 일하러 가는 건데, 차 운전 천천히 해서 늦게 도착하려고 하는 거잖아. 보통 이런 건 남자가 거는 수작 아닌가?”
“어쩔태조.”
“와, 그걸 말하네.”
백설희는 보란 듯이 입꼬리를 비틀었다.
“저기요, 도지환 씨. 여자가 대실 말고 숙박이라고 말을 했으면, 얌전히 따라와야 하는 거 아니야?”
“당일치기로 다녀올 수도 있고, 심지어 차원문 열면 10분 만에 바로 끝낼 수 있는데?”
“자꾸 그런 식으로 군다 이거지? 좋아, 그러면 이렇게 하자.”
백설희는 우측 깜빡이를 넣고 차를 오른쪽으로 틀었다.
“…너.”
“누나가 커피 사줄까?”
“누나는 무슨. 임산부한테 커피 사 오라고 시킬 만큼 쓰레기는 아니거든.”
“어차피 다들 임산부인 거 몰라. 이능력자들 특징이 그렇잖아? 겉으로 잘 안 드러나는 거.”
백설희는 한 손으로 자기 복부를 가볍게 가리켰다.
“너, 나랑 여수 가는 거 싫어?”
“그럴 리가. 싫었으면 내가 애초에 너한테 같이 가자고 하지도 않았지.”
끼이익.
차가 주차장에 멈춘다.
백설희는 내가 건넨 선비탈을 얼굴에 눌러쓰며, 손으로 가볍게 머리를 쓸었다.
사아아.
하얀 머리칼이 순식간에 검은색으로 물들며, 그녀는 바로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섰다.
나 또한 선비탈을 눌러 쓰고 밖으로 나왔다.
평일 오후인데도 사람은 많다.
그리고 거의 절반에 가까운 이들이 선비탈 가면을 쓰고 있으며, 심지어 어린아이들까지 선비탈을 쓰고 있다.
문제, 하나 발생.
“줄이 기네.”
“해그늘 불매 운동, 새삼 다시 느껴보니 장난 아니구나.”
사람들은 많지만, 그 발걸음은 몹시 편향되어 있다.
화장실로 들어가는 이들 말고 다른 사람들은 전부 휴게소의 음식을 사 먹거나 그러지만, 다들 쳐다도 보지 않는 곳이 있다.
“알바생 표정 보여? 뭔가 해탈한 것 같아.”
“일이 없어서 편한 건 좋은데, 앞날이 걱정되는 얼굴이군. 잘 알지.”
“당신이?”
“그럼.”
나는 백설희와 손을 잡고 사람이 없는 곳, 해그늘 카페를 향해 걸어갔다.
웅성웅성.
사람들이 우리를 보고 수군거린다.
귀를 열 필요 없이, 그들이 하는 말만 들어도 대충 알 것 같다.
“선비탈 쓰고 해그늘 카페 이용하는 무개념 커플.”
“어머, 커플이래. 부부인데.”
“불륜 부부 아닌가?”
“어디서 그런 심한 말을.”
백설희는 선비탈을 가볍게 손으로 누르며 카페의 앞에 섰다.
“어, 주문…하시겠어요?”
점원은 우리를 보고 눈을 좌우로 굴렸다.
“손님, 많이 없죠?”
“아, 네. 그…. 아무래도 그 일이 있었으니까. 하하하.”
점원은 볼을 긁적이며 쓰게 웃었다.
“일하는 사람으로서 조금 그렇지만, 저도 이거 달고 일하거든요.”
점원이 소매를 걷으며 손목을 가리켰다.
그의 손목, 태극워치의 액정에는 선비탈이 하나 띄워져 있었다.
“해그늘 카페 점원이 이래도 되냐고 누가 그러지만, 저도 솔직히 사람들이랑 같은 심정이라. 누구나 다 월급 안 들어오면 복장 뒤집힐 거예요. 카드값은 나갔는데….”
“어머, 정말요?”
백설희가 진심으로 놀랐다.
“인터넷에서 그냥 하는 소리 아니었어요?”
“아, 해그늘 카드 안 쓰시나보구나. 네. 빠져나갔어요. 해그늘 카드 서버는 저기 전주에 있다나 뭐라나.”
“…….”
“아는 사람은 월급날이랑 카드 대금 결제일을 맞춰놨는데, 졸지에 지금 연체자가 되었어요. 하하, 막 이러다가 연체이자 내야 하는 상황 아니냐면서 막 울면서 웃던데.”
“해그늘이라면 그럴 수 있으니. 일단, 이거랑 이거 주시겠습니까.”
“…진짜 주문하시려고요?”
점원은 내가 메뉴를 가리키자 사색이 되었다.
“어, 인터뷰 따러 오신 거 아니었어요?”
“……? 카페에 음료 주문하러 왔지, 인터뷰?”
“어, 음, 막 조선 TV니 뭐니 하는 곳에서 와서 인터뷰하고 그랬는데….”
“그것참.”
하여튼.
“해그늘 망하는 걸 가지고 또 돈벌이로 삼는 자들이 있다니. 해그늘은 망해가도 문제가 생기는군.”
“…….”
가면 아래, 백설희의 눈동자가 살짝 찌푸려졌다.
해그늘의 몰락을 두고 사이버 렉카로 돈을 벌어들인다는 것도 그렇지만, 저기 멀리서 우리를 향해 태극워치를 겨누며 사진을 찍어대는 이들을 감지했기 때문.
“농담으로 한 말인데 진짜가 되어버렸군. 해그늘 카페 이용하는 무개념 커플.”
나는 백설희의 어깨를 당기며 그녀를 토닥였다.
“괜찮다. 어차피 업로드 못 해.”
“그건 자기네 회사에서 처리해줘서?”
“그런 거지.”
사진을 찍더라도, 그 사진이 업로드되는 일은 없으리라.
수수께끼의 해커에 의해 해킹이 되어 사진 없이 올라가거나, [OO 휴게소 무개념 커플.txt]라면서 썰을 풀어도 곧 글 자체가 내려가겠지.
업로드한 순간과 삭제까지 걸리는 그 짧은 시간 동안 글을 본 이들까지는 제어할 수 없지만, 딱히 여론이 돌거나 그러진 않을 것이다.
“주문하신 음료 나왔습니다. 그….”
점원은 우리가 주문한 음료를 앞으로 내밀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주문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그렇게까지 감사할 건….”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덕분에 지금 딱 가맹비 채웠거든요.”
“…….”
점원의 목소리에는 살짝 울분이 섞여 있었다.
“잘못은 본사 임원들이 했는데, 피해는 일하는 저희가 보고 있고. …그런데 돈 내야 할 건 내야 하는데, 해그늘 불매 운동이…. 하아.”
“…이 나라에서 해그늘 아닌 게 어디 있다고.”
백설희는 차갑게 가라앉은 눈으로 주차장을 훑었다.
“당장 여기에 있는 차만 하더라도 해그늘 차가 90%는 될 텐데.”
“그러게 말이에요. 아 참, 결제는….”
“이걸로.”
나는 지갑에서 현금을 꺼내 점원에게 건넸다.
“아 참. 그거 아십니까? 이번에 해그늘 본사 얼어붙은 이후로, 아메리카의 ‘컴퍼니’가 한국에 진출하려고 한다던데.”
“……예?”
“주식 사세요. 퇴직금 나오면, 컴퍼니에 투자하세요.”
나는 음료를 백설희에게 하나 건네며, 그녀와 함께 차로 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