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n Academy Award-winning Villain RAW novel - Chapter (587)
아카데미 훈수빌런이 되다-588화(577/668)
“후, 젠장. 서울에도 인천에도 부산에도 도깨비. 아주 전국 방방곡곡에 동에 번쩍 서에 번쩍 난리군.”
협회장은 깊게 한탄했다.
그의 한숨은 너무나도 질린 듯한 한숨이었으나, 불안보다는 안도의 한숨이었다.
“그래. 네가 도깨비가 맞다고 하면 도깨비겠지. 도깨비가 진짜 자기 복제를 만든 건지 분신인 건지, 아니면 컨셉 잡고 부캐를 만든 건지는 아직 누가 입을 꾹 닫고 있어서 확실하지는 않지만….”
“…….”
“빌런 잡겠다고 하면, 인간 정기조는 말릴 생각은 없다. 저놈, 요즘 뭐 인간미라도 생긴 건지, 랄부브레이크 익히고 난 뒤로는 진짜 심한 경우 아니면 죽이지는 않으니.”
협회장은 차에 다시 시동을 켰다.
“그런데 있잖냐. 내가 그런 건 그런 거고, 협회장 정기조는 또 다른 거, 너도 알지?”
“압니다. 저도 마찬가지고요.”
“그래. 태조야. 잘하자.”
“예.”
잠시 두 남자는 차 안에서 눈을 감았다 떴다.
부우우웅ㅡㅡ
“아아. 여기는 협회장.”
협회장은 시동이 다시 켜지며 빛이 들어온 마이크를 당기며 목소리를 높였다.
“함안휴게소에 나타난 하얀 도깨비를 ‘도깨비 타입’으로 명명한다. 이명, ‘얼음도깨비’. 현장으로 출동하는 히어로들은 해파자의 체포에 우선하되, 얼음도깨비가 해파자의 요람을 깨뜨리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 이상.”
달칵.
“그래, 이게 제일 속 편하지.”
협회장은 마이크를 거치대에 다시 올리며 핸들을 꽉 붙잡았다.
“오리지널 도깨비, 도깨비 라이더, 오사카 도깨비, 도깨비 마크 쓰리, 이제는 얼음도깨비까지. 아마 아직 나타나지 않은 도깨비들이 수도 없이 많겠지. 그렇다면.”
협회장은 후련한 얼굴로 액셀을 밟았다.
“빌런들 처형하겠다면서 고환 파괴하고 다니는 놈들은 전부 다 그냥 ‘도깨비 타입’이라고…아, 아니다.”
협회장은 다시금 마이크를 붙잡았다.
“‘패턴, 도깨비’. 빌런이다.”
퍼ㅡㅡㅡ억!
해파자가 주차장 바닥을 나뒹군다.
놈의 전신에는 서리가 내려앉은 것처럼 옷이 하얗게 물들었다.
“크, 커헉…!!”
해파자는 기침을 토하며 몸을 일으켰다.
나름 신체 강화형 A급이라 몸은 튼튼하지만, 유감스럽게도 마력으로 강화된 그 신체는 백도깨비에게 미치지 못했다.
“어, 어떻게…!”
[어떻게, 라는 말 만큼 가장 의미 없는 말이 또 없지.]얼음도깨비가 방망이를 어깨에 걸치며 해파자에게 다가간다.
다소 껄렁한 발걸음이지만, 여유가 철철 넘치는 걸음은 누가 이기고 있는지 훤히 보여주고 있었다.
[다른 사람의 재산을 파괴했다면, 본인의 재산도 파괴당할 각오는 당연히 했겠지?]“도깨비…!! 네놈은 해그늘이라는 빌런은 지금까지 가만히 놔뒀으면서, 이제 와서 내가 해그늘의 모든 걸 파괴하는 걸 막겠다는 것이냐!! 해그늘이라는 거대한 악을!!”
[지금까지는 가만히 있던 건 너도 마찬가지일 텐데.]“크윽!”
해파자는 부들부들 떨며 가면을 벗어던졌다.
가면 속, 해파자는 그저 평범한 미형의 청년일 뿐이었다.
“비겁한 빌런 같으니! 처형이랍시고 자기가 때려잡아도 탈 없는 개인만 잡고 다니면서, 정작 해그늘이라는 거악은 가만히 지켜보기만 했던 쓰레기 주제에!”
[건방진-]빠ㅡㅡㅡ악!!
내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얼음도깨비가 앞으로 달려가 해파자의 머리를 후려쳤다.
[…녀석이로군.]엇박자였지만, 나는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내가 말하고 있었잖아.”
“미안.”
백설희는 몹시 화가 난 얼굴로 쓰러진 해파자를 가리켰다.
“개소리하길래, 나도 모르게 그만 손이 먼저 나가고 말았어.”
….
“멘트.”
[…아아.]얼음도깨비가 얼음 방망이를 높이 치켜든다.
[처형한-]빠ㅡㅡㅡ악!!
[다.]해그늘 자동차 대신, 다른 게 깨지는 소리와 함께, 빌런 해파자는 그대로 젠로스 되었다.
“…당신, 침대 위에서는 타이밍 그렇게 잘 맞추면서, 이건 왜 그러는 거야?”
“그건 침대에서와 마찬가지로, 네가 내 타이밍보다 더 빨리 가버리니까 그런 거지. 얼음공주라더니, 이렇게 다혈질이여서야.”
도철은 어떻게 미국에서 그 타이밍을 정확히 맞춰 멘트를 친 거지.
“몰랐어? 나, 이렇게 속이 뜨거운 여자야.”
“…그건 누구보다 잘 알지.”
새삼, 도철이 존경스러워지는 순간이었다.
여수, 모 무인모텔.
“젠장, 또 도깨비야!!”
해그늘모터스의 사장, 최중남은 TV를 향해 리모컨을 내던졌다.
깡!
모텔 물건이라고 함부로 해서는 안 되지만, 모텔 물건을 자기 것인 양 함부로 쓰는 이들이 있다.
그런 이들을 대비하여 벽걸이 TV는 무언가를 던져도 깨지지 않도록 단단했지만, 흠집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었다.
“후우, 후우, 후우.”
아마 변상을 한다면 족히 수백 만원은 물어줘야 하겠지.
하지만 이 남자, 최중남에게는 그런 건 중요한 게 아니었다.
“젠장, 젠장…! 시선을 끌라고 했더니, 몇 대 부수지도 못하고…!”
최중남은 히어로들에게 체포되는 한 청년을 보며 이를 갈았다.
-금일 오후 3시, 함안휴게소를 습격한 빌런 ‘해파자’는 해그늘을 향한 강한 반감으로 차량 18대를 파손하였으며….
“젠장, 100대는 부쉈어야지. 그래야 사람들이 해그늘 차를 건드리지 않을 거 아냐!”
최중남은 머리를 쥐어 뜯었다.
“으으. 이대로라면 자동차에 테러하는 미친 놈들이 진짜로 나올 텐데….”
-도깨비가 사라지기 직전, 젠로스 되기 전의 영상입니다. 해파자에 따르면, 자신이 해그늘 자동차를 파괴하고 다닌 건 전부 해그늘의 사주를 받아서 한 짓이라고….
“바보 같은!”
상식적으로는 말이 안 된다.
하지만 그 비상식적인 행동을 사주한 건 최중남, 해그늘모터스의 사장.
“해그늘 때문이 아니라, 전국고라니연합회 때문이라고 했어야지!”
최중남은 구형 피쳐폰을 꺼냈다.
이제는 박물관에서나 볼 법한 구형 휴대폰으로, 그는 익숙하게 한 손 엄지로 휴대폰을 조작해 문자함을 열었다.
“사람들이 해그늘 욕하면서 해그늘 차 타고 다니는 걸 참을 수 없었습니다! 사람들의 이중성에 환멸해서, 해그늘 차를 덮쳤습니다! 해그늘 불매 할 거면 당장 타고 다니는 차부터 폐차하라는 의미에서 한 겁니다!! 시나리오를 다 짜줬는데!!”
쾅!
얼마나 분노가 차오르는 걸까.
이제는 피처폰까지 벽에 던지며 그는 이를 갈았다.
“내가, 모처럼, 대사까지, 다 만들어줬는데!!”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한다.
과격한 반동분자 하나를 이용하여, 사람들의 분노를 사그라들게 만든다.
원리는 간단.
사람들에게 ‘아, 이건 좀’이라는 경각의 메세지를 전달하는 것.
해그늘 불매운동을 펼치던 이들도 ‘이런 식의 불매운동은 좀 그렇지 않냐’라는 생각이 들게끔, 사람들이 타고 다니는 자동차 수십 대를 파손시켜 불매운동에 찬물을 끼얹는다.
-아니, 상식적으로 이게 말이 되는 겁니까? 해그늘에서 해그늘의 차를 파괴한다니. 왜요?
-비상식적이지만, 납득은 갑니다. 해그늘 차가 파손되어도 차가 급한 사람들은 해그늘 차를 렌트할 수밖에 없고, 보험도 빌런보험을 들지 않았으면 대물접수도 안 되니까요.
-그거, 한 달에 13만원하는 보험 아닌가요?
“그럼, 진작에 들어놓든가!!”
라는, 언제나 항상 하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다.
-해파자 조요한 씨가 젠로스하기 전에 했던 말, 사실일까요?
-젠로스로 모든 걸 잃어버리게 되면서 한 말이라 믿기 어렵겠지만, 이게 사실이라면 해그늘을 향해 더 큰 역풍이….
“으아아아!!”
최중남은 주먹을 움켜쥐고 침대를 마구 두드리기 시작했다.
일단 화가 나면 주변 물건들을 전부 망가뜨리는 드라마 속 재벌일가의 모습은, 어쩌면 해그늘 그룹 최씨 일가를 모티프로 삼은 게 아닐까.
“망할 놈의 도깨비…! 저 놈이 한국에 들어오고 난 뒤로, 되는 게 하나도 없어!”
최중남은 TV 속의 자료화면을 보며 치를 떨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이 ‘하얀 도깨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이능력을 쓰는 모습을 보면, 마치 스노우화이트의 이능력을 사용하는 것 같은데….
-가설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부활한 도깨비가 스노우화이트의 이능력을 훔쳤다. 혹은, 빙결계 능력을 배웠다. 또는 도깨비를 베이스로 스노우화이트의 이능력을 집어넣어 만든 복제인간이나 인조인간이다.
-점점 더 영화 속 이야기처럼 들리는데, 실제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게 무섭군요. 진짜도 아닌 가짜가 도깨비처럼, A급 빌런을 젠로스시키다….
고용된 빌런-해그늘의 A급 이능력자는 도깨비에 의해 ‘처형’되었다.
요람이 깨져서 머리가 하얗게 물들고, 마력을 전부 잃어 그저 승복을 입은 청년이 되어버렸을 뿐.
-심지어 사라지는 것도 도깨비처럼 사라졌죠?
-예. 평소에 사라지는 것과 달리, 마치 얼음이 깨지는 것처럼 사라졌습니다.
-네, 영상 다시 한 번 보시죠.
자료화면이 재생된다.
현장에 도착한 히어로들이 교통 통제를 하며 도깨비를 원으로 에워싸고 있는 가운데, 도깨비는 두 팔을 벌리며 고개만 까딱거렸다.
-아디오스, 아미고!
“지랄하네, 미친 놈이.”‘
최중남은 그 말과 함께 햇살 속 눈사람처럼 녹아내리며 사라진 도깨비를 보며 뒷목을 잡았다.
“스페인 놈도 아니면서 무슨 아디오스야, 또라이가. …아니지, 스페인에 있는 빙결계 이능력자를 잡아다가 도깨비로 사상 개조를 한 건가?”
최중남의 머리가 맹렬히 돌아가기 시작했다.
“오리지널 도깨비는 일단 오사카에서 폭사했다고 치고, 이후에 도깨비 비슷한 놈들을 잡아다가 도깨비처럼 입혀놓은 건가? 어차피 외형은 대충 키만 맞추면 되고, 가면으로 얼굴 눌러쓰면…. 으으으.”
콰득.
“아.”
자신도 모르게 머리를 쥐어뜯은 최중남은 손에 가득한 검은 선들을 보며 입이 떡 벌어졌다.
“아, 아아….”
아무리 이능력의 시대라고 해도, 아무리 세상에 초능력이 생겼다고 해도 극복할 수 없는 문제가 하나 있다.
소문으로는 저기 아메리카의 모 조직에서 마나의 힘으로 무슨 모근을 부활시키는 약을 개발했다느니 떠들기는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본인들 제약회사 주가를 올리기 위한 헛소리.
해그늘조차도 극복하지 못한 문제를, 한국의 그 어떤 곳에서도 온갖 이능력을 동원해서도 극복하지 못한 문제를 해결했을 리가 없다.
그러니.
지금 뽑혀나온 이것들은, 그대로 모텔 바닥에 흩날리며 쓰레기가 되었다.
“아아악!!”
쾅쾅쾅!
밖에서 크게 누군가가 문을 두드린다.
평소에 머무르던 호텔 스위트룸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 벌어진 것에 그는 분노가 치밀어올랐다.
“젠장, 젠장…!”
최중남은 모텔 전화기를 들려던 순간, TV 속 자료화면을 보고 그대로 얼어붙었다.
“어?”
-미치겠어요. 할부가 아직 3년인데, 이거 해그늘 보험에 접수하니까 대물 아니래요. 담당 직원 하는 말이, 매뉴얼대로 답하면 ‘빌런 보험 진작에 가입하지 그러셨어요’라고 하더라고요. 나 참.
해파자 피해자라는 자가 인터뷰를 하는 영상의 뒤, 어딘가 익숙한 하얀 중대형 세단이 휴게소를 빠져나간다.
“저, 저거…?”
모를 수가 없다.
해그늘에서 심혈을 기울여 만든, 단 한 대뿐인 자동차.
자신이 직접 프로젝트에 참여한 그 차가 자료화면에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