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n Academy Award-winning Villain RAW novel - Chapter (595)
아카데미 훈수빌런이 되다-596화(585/668)
건물 내부의 유리창 앞에는 사람들이 다닥다닥 붙어있기는 하지만, 그 누구도 함부로 거리에 나와서 태극워치를 호텔에 펼쳐진 수상쩍은 불꽃 덩어리를 향해 겨누며 촬영하거나 그런 일은 없다.
-서울 시민 여러분께 알립니다. 지금 상황은 실제 상황입니다. 부디 거리에 나오지 마시고….
시끄러운 빌런 경보가 아닌, 듣기 좋은 청년의 목소리.
세상에 대외적으로 나오는 일이 없는 청년의 진지한 목소리에, 시민들은 누구 하나 경거망동하는 일 없이 자제심을 발휘하고 있다.
“…그래. 광익공을 동원해서 일을 처리하는 거니까, 당연히 잘 진행 되어야지. 사이렌이 아니라 광익공 경보를 울렸으니….”
[그만큼 심각한 상황. 후후후, 이럴 때는 참 편하다니까. 그 녀석.]협회장은 광익공을 두고 쓸모 있는 도구처럼 사용하려고 하는 행동에 조금 떨떠름했지만, ‘적’의 상태와 공략법, 그리고 이 ‘광익공 소환’에 따른 결과를 생각하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실수는 용납하지 않는다. 광익공을 동원한 전투인 만큼, 그 어떤 ‘사상자’도 있어서는 안 돼. 민간인 피해, 결코.”
[당연하지. 이쪽에서 실수를 할 것 같아? 오히려 당신이 잘 막아줘야 할걸?]여전히, 하늘에는 푸른 불꽃이 수놓아진 채 하늘을 불태우듯 타오르고 있다.
[괜히 최호정 구하러 오는 ‘해그늘 스파이’들이 오지랖을 부리면서 사고치지 않도록, S급들이 결계 역할을 잘 해줘야 하는 거야. 그래야 우리가 셋…아니, 도깨비까지 포함해서 무려 넷이나 보낸 가치가 있는 거라고.]“알겠다. 마지막으로 딱 하나, 물어보도록 하지.”
협회장은 주변의 눈치를 살핀 후, 아주 작게 무전기에 대고 물었다.
“…정말로, 이번 일이 끝나면 ‘다시 돌아올 수’ 있나?”
[물론. 도깨비의 계획대로 잘만 풀린다면. 조금 많이 ‘혼돈’스럽겠지만, 최선을 다해달라고. 우리 애들…귀찮게 되지 않도록.]뚝.
무전기의 연락이 끊어졌다.
협회장은 눈을 지그시 감으며 무전기를 움켜쥐었고, 곧 금색의 넓은 천을 덮어둔 손목으로 손을 뻗었다.
파지직.
[협회장 님! 이건 무슨 일입니까! 갑자기 광익공 콜이라뇨!!] [그 푸른 불꽃, 테러입니까?! 지금 달려가겠습니다!]금색 천이 거두어지기 무섭게, 바로 협회장을 향해 온갖 신호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모두에게 전한다. 지시대로 움직여. 오지랖부리지 마라. 멋대로 행동하지 말고, 결코 경거망동하지 마라. 오직 지시대로만 움직여.”
히어로들을 상대로도 강압적인 목소리로 목에 힘을 주며, 협회장은 서울로 달려오는 모든 히어로들에게 경고했다.
“지금은 광익공 콜이 울린 실제 상황이다. 헛짓거리를 하는 자가 있다면….”
협회장은.
“히어로 행세를 하면서 적, ‘악마’를 도우려고 하는 인류의 배신자로 간주하겠다.”
모두가 감히 나서지 못하도록, 분명한 경고를 날렸다.
“개입하지 마라. 개입하는 자들, 모두 범인이 될 테니.”
“흐, 흐흐, 흐흐흐…!”
최호정이 몸을 부들부들 떨며 웃기 시작한다.
[미쳤군.]“아니, 아니. 미친 건 너지. 이능력이라는 게 참 굉장해. 그리고 너….”
최호정이 나를 노려보며,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켰다.
“그럼, 영혼을 바꾸면 되겠군.”
[…….]“육신에 깃드는 몸이 아니라, 영혼을 그대로 바꾸면 되는 거 아닌가? 지금, 네 영혼은 비어있다는 거지? 흐흐, 그럼…!”
최호정이 내게 손을 뻗는다.
“너를 이 몸에 가두고, 내가 영혼이 되어 이 결계를 빠져나가 네 몸을 차지하겠다! 체인지ㅡㅡㅡ!”
최호정의 바람은.
“……또?”
[유감이군.]이루어지지 않았다.
[적이 하는 말을 그대로 믿다니.]“그, 그럴 리가…! 영혼 바꾸기는 성공했어! 보아라! 그 증거로 지금 나는 네 영체에…. 어?”
최호정이, 나의 ‘영체였던 것’의 손목으로 고개를 내렸다.
“너 왜…. 목소리가, 손목에서 말을….”
[통화는 끝났다. 영혼 강탈, 고생했다.]스르르.
[네가 만들어낸 보디가드의 육신, 잘 쓰도록 하마.]나 말고.
[인류 최강의 영웅이.] [슬슬 직접 가볼까.]통화는 끝났다.
현장과의 연결이 끊어진 지금, 아마도 ‘그’가 직접 상황을 알려주고 있겠지.
[유미르. 결계 안으로 문 열어주겠나?]“막 또 빼앗기는 거 아니죠?”
[설마.]“조심하세요.”
유미르는 내 앞에 차원문을 그렸고, 나는 그대로 차원문을 넘어갔다.
파지직.
차원문을 넘자마자 보인 건 당황으로 물든 도깨비와 느긋하게 얼굴을 만지작거리고 있는 젊은 최호정.
“이, 이게 도대체 무슨…!”
[부활한 기분은 어때?]“썩 좋지는 않군요.”
최호정의 것이었던, 최호정의 젊은 시절 목소리였던 것이 점차 변하기 시작한다.
“아, 아아. 아아….”
[아아아.]결국 육성이 아닌, 마나를 이용해 목소리를 낸다.
최호정의 목소리가 아닌, 몸 주인도 아닌 몸을 차지한 ‘영혼’의 목소리로.
[이제 좀 익숙한 것 같기도…?]“과, 광익공…?”
광익공의 목소리.
도깨비의 모습을 한 영체, 최호정은 벌벌 떨리는 손가락으로 나와 광익공을 번갈아 가리켰다.
“이,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간단하지. 도깨비처럼 습격한 건 도깨비가 아니라.] [도깨비 행세를 하는 광익공이었다는 겁니다. 회장님.]“!!”
최호정의 눈이 경악으로 물든다.
가면의 바이저 너머, 눈동자가 격렬히 흔들린다.
“광익공이…왜…?”
[굳이 알려줄 이유는 없지. 저승에 가서 염라대왕에게 물어나 보라고.]“크, 크윽…!”
최호정이 급히 몸을 돌린다.
“이, 이대로 끝날 것 같으냐! 비, 비록 영체에 깃들었다고는 하지만…! 인간의 육신은 아니지만, 분명 ‘이 육신’에 나는 깃들어 있어!!”
최호정이 가면에 손을 올렸다.
“다름 아닌 너, 도깨비가 만든 육신에-”
가면을 벗자마자, 그는 그대로 몸이 굳는다.
“어?”
유리창에 비친 가면 속 얼굴은 도지환-
“기…계…?”
이 아니다.
전신이 금색으로 반짝이는, 제법 그럴싸하게 보이는 금색의 로봇일 뿐.
“어떻, 게…?”
[안 알려주지.]로봇이 아니다.
블랙태조가 만들어낸 마나골드 인형이고, 그 안에 깃든 건 광익공의 영혼이었을 뿐.
말은 내가.
행동은 광익공이.
“마, 말도 안 돼…! 아까 분명 내가 공격했을 때는…!”
[그러니까.]나도 놀랐다.
[‘광자화’의 원리 같은 건 나도 이해하지 못하니까, 물어보고 싶으면 이 녀석에게 묻던지.] [아, 하하하….]광익공이 목덜미를 긁적이며 가볍게 웃었다.
[뭐, 그냥 간단하게…음, 원자 단위로 쪼개졌다고 해야 하나…. 아, 마나골드를 매개체로 삼아서, 공격당하는 순간에 가루처럼 흩어졌다가 다시 형체를 갖춘 건데….]미친놈.
태연하게 미친 소리를 하지만, 그래야 비로소 인류 최강의 이능력자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그, 그럼 도깨비 네놈은…!”
[나는 그냥 전화로 말만 했을 뿐이다.]행동은 전부 광익공이 했을 뿐.
[고맙다, 최호정. 네 덕분에 광익공은 부활 아닌 부활을 하게 되었군.]완전한 부활은 아니다.
이 착해빠진 영웅이 나중에 할 말은 ‘이 육신은 내 육신이 아니니까’ 따위의 말이니까.
[일단-]우득, 우드득.
광익공이 깃든 몸의 육신이 변하기 시작했다.
골격이 뒤틀리고 얼굴의 광대가 움직인다.
마치 커스터마이즈를 수십 배속으로 돌린 것처럼, 광익공의 몸이 삽시간에 새로운 모습으로 변했다.
“아, 됐다.”
심지어 목소리마저도.
“형, 저 같아요?”
[…머리카락.]“아.”
스륵.
광익공이 손으로 머리를 슬쩍 넘기자, 그의 머리카락 또한 광익공의 색인 금색으로 변했다.
조금 탁해지기는 했지만, 아마 시간이 지나면 분명 다시 원래의 색으로 돌아가겠지.
“하, 하하, 하하하….”
최호정은 다리에 힘이 풀린 듯 그대로 주저앉았다.
마나골드로 이루어진 몸이지만, 아마도 광익공이 빠져나오기 전에 뭔가 이상한 수작을 부려놓은 것일 터.
[너, 뭐 했냐?]“그냥, 관절 일부를 조금 없앴는데요.”
[……태연하게 미친 소리를 하는군.]“원본과 맞춰드린 것뿐입니다?”
광익공은 손목을 이리저리 만지며 최호정을 향해 손을 뻗었다.
“사람을 몇 명이나 죽였는데, 적어도 그 죗값은 받아야죠.”
“자, 잠깐…! 광익공, 당신은 광익공이잖아!! 사람을 죽이는 건, 아니지!!”
“인제 와서 광익공 운운하다니.”
광익공은 안쓰러운 얼굴로 최호정(마나골드)을 향해 절레절레 고개를 가로저었다.
“뭐, 그래도 맞는 말이기는 합니다. 우리끼리 있으니까 하는 말이긴 한데, 제 이능력에는 제약 아닌 제약이 있으니까요.”
“제…약…?”
최호정이 순간 나를 바라보더니, 사색이 되었다.
“자, 잠깐. 제약이라는 걸 알려준다는 건, 설마….”
[광익공이 가진 제약이 퍼지게 할 리가 없으니, 너는 여기에서 죽는다는 거다.]“……뭐, 그런 겁니다.”
광익공은 쓰게 웃으며 어깨를 으쓱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