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n Academy Award-winning Villain RAW novel - Chapter (602)
아카데미 훈수빌런이 되다-603화(592/668)
윤이선은 지금 임신을 했다.
상상으로.
세상은 그녀를 이제 임산부로 알고 그녀를 위해 최대한 조심하고 또 조심하겠지만, 한 4개월 정도 지나면 다들 의아하게 생각할 것이다.
왜 배가 부풀어오르지 않는 거지?
이능력자라고 해도 그 때 정도면 조금이라도 더 부풀어올라야 하는 거 아닌가?
혹시 이능력으로 몸을 어떻게 억제하고 있는 건 아닐까?
앞에서는 대놓고 말하지는 못하더라도, 다른 이들이 함부로 들을 수 없는 곳에서는 윤이선의 임신을 두고 온갖 설왕설래를 벌이고 있으리라.
당연한 일이다.
한 국가의 S급 이능력자, 여자 네 명 중 무려 두 명이나 임신을 했으니까.
임신을 하게 되면 그 이후에 이루어지는 수순은 당연히 ‘은퇴’다.
“후후, 월드컵 나가고 싶은 생각도 없었는데 잘 되었네요.”
윤이선은 히어로에서 잠시 물러났다.
아이를 낳고 나면 당연히 히어로로 복귀를 할 수 있겠지만, 일단 윤이선은 다시 한번 더 말하지만 임신한 게 아니다.
임신을 빌미로 사람들을 속였다.
시민들을 속인 것도 속인 거지만, 미래의 가능성을 가지고 장난질을 친 것에 어쩌면 환의 의지가 ‘이 놈’ 할 수도 있는 일.
그러나 그런 환의 의지도 ‘그럴 수 있지’라는 상황이 발생한다면, 아마도 상상임신이라는 게 들통나도 큰 문제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이선아.”
“네, 선생님.”
“애국 한번 했다고 사람을 향해 걸레니 뭐니 떠들어대는 사람들이 나쁠까, 아니면….”
“당연히 그 사람들이 나쁘죠. 빠순이가 연예인이랑 스캔들 난 건 당연히 욕 먹을 일이지만, 그 빠순이는 진심으로 기뻐한걸요?”
“…….”
“그걸 가지고 욕을 하는 사람들이 나쁜 거예요. 자기들은 뭐 안 하나? 아. 못하더라도 욕하면 안 되죠. 저는 그저 제 마음 가는 대로 행동했을 뿐인데. 그리고….”
윤이선은 기자회견장에서 말했던 것처럼, 당당히 내게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A급 처녀 1명보다, S급 여자 1명이 더 가치있다고 말하는 건 세상 사람들이잖아요?”
윤이선의 논리는 간단했다.
억지로 윤이선을 욕하려고 하는 이들을 향해, 윤이선이 하는 말은 너무나도 명료하고 확실했다.
“도지환과 애국하지 않고 애국영장 발부받아서 이 남자 저 남자한테 휘둘리는 A급 학생회장보다, 도지환과 애국으로 S급, 임신으로 S+급으로 성장한 윤이선이 더 낫다, 이 말씀. 후후, 제 덕분이죠? 선생님의 가치가 더 올라간 건.”
“그래. 덕분에…지금 도지환 코스가 두 개로 나뉘었다고 하더라.”
단순 강화나 낮은 확률의 각성이 이루어지는, 성장 한계가 S급까지인 도지환 각성기 숏 코스.
그리고 임신이라는 부작용 아닌 부작용은 있지만, S+급은 물론이거니와 그 이상이라고 할 수 있는 SS급까지 올라갈 수 있는 풀 코스.
현재 각국에서는 도지환을 상대로 시간을 사기 위해 한국 정부와 히어로 협회에 계속 러브콜을 보내고 있고, 정부는 그런 상황에 매우 곤란하다면서도 웃고 있다.
그도 그럴게….
“선생님, 진짜로 할 건가요?”
“설마.”
도지환 코스는 실제로 판매되는 일이고, 백설희도 인정하고 결사에서도 인정한 이 대한민국의 주 수입원이 될 테니까.
“그냥 몸을 파는 거라면 불법이지만, 애국명장이 빚어내는 떡매질의 맛은 명품이지.”
“네? 진짜로 하실 건가요?”
“아니. 떡구경이나 시켜줄 건데.”
“유미르 없다고 지금 선생님이 그런 말 하시는 건가요?”
“아니, 진심으로. 이거 말이야, 이거.”
딱히 이상한 드립을 친 게 아니다.
나는 손으로 집은 꿀떡을 윤이선에게 건넸고, 윤이선은 떡을 홀라당 입으로 물었다.
“코리안 트레디셔널 푸드. 라이스 케이크라고 소개도 안 할 거고, 그냥 떡이라고 할 거야.”
“놀라겠네요. 승부속옷입고 도지환이랑 그렇고 그런 거 다 할 생각으로 왔는데, 정작 하는 거라고는 밤 동안 차랑 한과 먹으면서 이능력 컨설팅을 받는 거라니.”
“앞으로 평생 유니콘 탈 수 없는 몸으로 올 생각으로 왔는데, 그 정도는 해줘야지.”
온 세상 사람들은 그렇게 알고 있다.
도지환의 애국나이트는 19세 미만 청소년들이 결코 볼 수 없는, 미풍양속을 저해하는 심각한 행위라고.
하지만 다르다.
아는 사람은 안다.
윤이선이 그랬던 것처럼, 도지환의 컨설팅을 받는 여자들은 그런 욕망과 쾌락 속에서 여성이 깨어나는 게 아닌, 1:1맞춤형 개인 컨설팅을 통해서 지성이 깨어나는 거라고.
단지.
그렇게 컨설팅을 해왔던 사람들 중에 한국인 S급 이능력자 두 명이 나와 깊은 관계를 맺었고, 한 명은 이미 임신 3개월차고 다른 한 명은 상상임신을 한 건 그저 업무 외적인 일일 뿐이었다.
“도지환과 애국했다는 소리 들을 각오가 없는 여자는 S급이 되어도 멘탈이 흔들려서 악마가 될 뿐이지.”
진실과는 다른 선동과 날조가 자신을 억지로 까내리더라도, 그 모순을 견뎌낼 정신력이 없다면 각성을 해도 결국 악마가 될 뿐이다.
-그래요, 나 도지환이랑 애국했어요! 그래서 뭐 어쩌라고! 히어로 활동으로 갚으면 되잖아!
-…(사실은 애국한 적 없어요)
라고 사람들 앞에서 당당히 말할 수 있는 멘탈이 있는 여인만이 진정으로 A급에서 S급, 그 이상의 단계까지 올라갔을 때 가지는 힘에 대하여 ‘책임’을 질 수 있으리라.
도지환의 컨설팅을 받고 강해진 이능력을 허투루 쓰지 않고, 악마가 되지 않을 강한 정신력을 가질 책임을.
그 과정에서 이 나라가 다른 나라들로부터 ‘도지환 몸 팔아서 국고 채우니까 좋더냐!’라고 욕을 먹는 건 그저 자원이 없는 이들이 멋대로 지껄이는 욕설일 뿐이다.
석유가 세계 최고의 자원이었던 것처럼.
“선생님. 모든 일이 폭로되고 나면, 미르처럼 해주실 수 있어요?”
“응?”
“제가 도지환의 아이를 가지는 게 아니라, 도깨비랑 그렇고 그런 행동을 했다고 하면….”
윤이선은.
“도깨비랑 애국해서 도깨비 아이를 가졌다고 하면…. 으흐, 흐흐흣…!”
“…그래라, 그래.”
도깨비를 향한 팬심까지 억누르며, 도지환의 아이를 임신하는 걸로 은퇴하겠다는 결의를 보였다.
그러다가 나중에 모든 일이 잘 풀리거나, 혹은 모든 게 탄로가 난다면 그 때는 마음 가는 대로 행동하겠지.
“그런데 이선아.”
“네, 선생님.”
“새치기는 좋은 게 아니야. 특히 아이디어에 관한 일이라면 더더욱.”
“…제가 먼저 욕 먹은 걸로 퉁 치면 안 될까요?”
“그건 나한테 할 소리가 아니지. 아이디어 입안자한테 할 말이지.”
아무리 이능력자라고 해도, 타인의 기획서 파일을 가져다가 자기 이름으로 세상에 공표해서는 안 되는 법.
“가서 사과하고 와. 네가 사과할 건 너를 처녀라고 멋대로 믿었던 네 팬들이 아니라, 네가 선수치는 바람에 졸지에 순번이 밀린 그녀니까.”
“예….”
“우웁!”
원래.
헛구역질로 오해를 사서 은퇴하겠다는 건, 윤이선의 계획이 아니었다.
임신은퇴.
처음 저지를 때는 상당히 곤란했지만, 막상 하고나서 보니 건드리는 사람이 누구 하나 없더라.
그 최호정조차도 공적인 자리에서 ‘백설희는 건드리지 마!’라고 했을 정도로, 임산부에 관한 공격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아예 없다고는 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런 ‘진짜’들은 결사에서 나서서 처리를 하면 그만.
여자가 채신머리 없이 함부로 몸을 쓴다고 욕하는 이들은 ‘임신’ 소식을 듣자마자 모두 입을 꾹 다물었다.
임산부를 건드려서는 안 된다는 금기 때문에.
그리고 그 금기를 이용하여 사람들을 속인다는 아이디어를 낸 게 우리의 눈 앞에 있는 이 여자.
“김윤지 양.”
“예.”
“김윤지 양 덕분에 저는 지금 백설희, 윤이선에 이어 김윤지 양까지 전부 임신시켜버린 희대의 쓰레기가 되었습니다.”
“…….”
기자들을 무시하고 당당히 정문으로 들어와 백설희의 집까지 들어온 그녀, 뇌제 김윤지는 무릎을 꿇은 자세 그대로-
“감사합니다.”
인사를 하며, 차만 마셨다.
“상상임신이지만 대외적으로는 도지환의 애국인이 된 몸, 앞으로 잘부탁드립니다.”
“하여튼. 가시 하나 들어갈 구멍 보이지 않는다니까.”
“도지환 각성기 들어올 구멍은 좀 있습니다만.”
“안 되겠군. 어째 S급들이 하나같이 이상한 소리를 하는 게, 조만간 진지하게 교육 좀 해야겠어.”
“침대에서 말입니까?”
“…….”
김윤지까지 장난을 친다.
긴장을 내려놓고 하는 말이며, 항상 긴장되어있던 평소의 표정과 달리 한결 편한 표정이라 나는 뭐라고 할 수 없었다.
“김윤지 씨.”
“압니다. 도지환이라는 남자를 향해, 지금 사람들이 엄청 욕을 하고 있다는 거. 그래도 제 덕분에 다른 의혹은 넘어갈 수 있었잖습니까?”
“무슨 의혹?”
“페도지환.”
“…….”
김윤지는 자신의 옆에 다소곳이 앉은 윤이선을 가리켰다.
“제가 이런 말을 하기는 좀 그렇지만, 제 덕분에 이선이를 임신시킨 것을 두고 사람들이 다른 오해를 할 수 있지 않게 되었잖습니까. 제게 고마워하시죠? 페도 의혹을 벗어나게 해줘서 고맙다고.”
“언니. 제가 막 그렇게까지 어린 건 아니거든요? 이게 어떻게 페도예요?”
“너는 잘 모르겠지만, 인터넷에서 너 파이어폭스 모습을 보고 ‘상했다’라는 드립 치는 놈들도 있었어.”
“으아아…. 진짜 싫다.”
윤이선은 바로 마력을 해방하며, 불여우-김윤지와 비슷한 체구를 가진 장신의 여성으로 변했다.
몸으로 마나를 바꾼 덕분에 마나주머니가 김윤지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한껏 부풀어올랐지만, 그건 변신 전도 마찬가지.
“얼마전에 검열된 댓글 중에 그런 이야기가 있었는데, 해도 됩니까?”
“뭔데?”
“가장 희소한 로리거유를 각성폐지시킨 도지한 죽어.”
“미친놈일세.”
인정하는 부분은 있다.
윤이선의 체형은 분명 평범한 체형은 아니고, 소위 로리타들 중에서도 ‘그래도 가슴은 커야지’라는 이상성욕을 가진 이들에게는 사막 속 오아시스 같은 외형이었다.
그러나 그런 외형이 그들 입장에서는 성장과 함께 그저 평범한 장신거유녀가 되었으니, 각성 전의 본모습을 가장 지지하던 그 변태들에게는 도지환을 씹어먹어도 시원찮겠지.
“축하드립니다. S급이라면 얼음, 불, 전기 가리지 않고 전부 다 임신시키는 난봉꾼에서 적어도 ‘페도지환’ 이미지는 벗어던질 수 있으니.”
“정말 끔찍한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하는구만.”
내가 페도라니.
그런 건 말도 안 된다.
“자. 어서 제게 고맙다고 하십시오. 제가 도지환의 아이를 가졌다고 임신은퇴를 한 덕분에, 도지환은 정상성욕을 가진 대한민국의 건아가 될 수 있었습니다. 따라하세요. 뇌제윤지야, 고맙다.”
“뇌제윤지야, 참으로 고맙다. 내게 씌워진 페도필리아 의혹을 떨쳐낼 수 있게 해줘서.”
고마워해야하는 부분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김윤지가 사람들의 앞에서 입덧을 한 바람에 위키의 한 항목에 ‘의혹’이라는 단어가 붙을 수 있었다.
“그래서 10개월 정도 폐관수련 비슷하게 할 수 있는 시간이 생겼는데, 둘 다 뭘 할 계획이지? 월드컵에 결장하는 사이에 해야 할 일이 있을 거 아냐.”
“음…이능력 연구해서 SS급 올라가기?”
“저도 비슷합니다. 제 개인의 성장을 도모하면서, S급 빌런이나 악마, 그 이상의 존재들을 상대할 수 있는 힘을 기르려고 합니다.”
아무리 세상이 임신은퇴라고 주장해도, 이들에게는 그저 ‘육아휴직’일 뿐이다.
사실은 둘 다 임신은 하지도 않았지만, 허위 육아휴직을 통해 벌어들인 시간을 개인을 위해 쓰는 게 아니라 인류를 위해 쓴다면 환의 의지도 납득을 할 터.
때때로, 히어로는 세상을 지키고 정의를 이루기 위해 세상 모두를 속여야 할 때가 있다.
지금이 그렇다.
“언니. 저 나중에 선생님이 도깨비라는 걸 들키게 되면, 그 때는 진짜로 도깨비의 아이를 임신할 생각이거든요? 언니는 어때요?”
“음…. 나까지 임신을 해버리면 저기 이린이한테 너무 많은 일이 몰려들 테니, 나는 너 출산하고 난 다음에 하면 될 것 같은데.”
“어머, 임신할 생각 있으세요?”
“여기에서 다른 남자 아이를 임신이라도 한다면, 사람들이 나를 도지환을 이용해서 강해지고 딴 남자랑 관계를 맺은 파렴치한으로 생각할 거 아냐.”
“…….”
김윤지의 말에 나는 잠시 정신이 어질어질해졌다.
“그렇지 않습니까? 애국명장의 도움을 받은 걸 넘어 애국명장에게 호감을 가지고, 그 애국명장의 아이를 낳았다. 그러면 세상 사람들은 그냥 그러려니하고 생각할 겁니다. 비록 그 남자가 이 여자 저 여자 다 각성기를 꽂아넣고 다니지만, 적어도 저를 향한 시선은 한 남자를 향한 순애보라고 생각하겠죠. 하지만 다른 남자랑 결혼하면 그건 다릅니다.”
김윤지의 말대로.
“전 세계의 모두가 제 처음이 도지환이라고 알고 있는데, 과연 다른 남자와 결혼해서 아이를 낳으면 그 아이를 향해 다른 사람들이 뭐라고 할까요?”
“그건 너무 과한 억까인데.”
“그 억까를 제 자식의 멘탈을 터뜨리려고 누군가가 할 수도 있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제 자식이 S급 번개술사가 되었다면. 그 때 제 자식에게 빌런이 그러는 거죠. 네 이능력적 아빠는, 도지환이야! 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