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n Academy Award-winning Villain RAW novel - Chapter (605)
아카데미 훈수빌런이 되다-606화(595/668)
[밖에서 안 하는 거 다 알고 있었으니까 들어온 거지.]“아, 아앗…!”
태이린은 그 하얀 피부가 시뻘겋게 달아오를 정도로 얼굴에 열이 올랐다.
“변태!”
[변태는 너고. 언니들이 사용할 각성의 문장 디자인이랍시고 참고 자료를 보내준 거, 너 지?]“…….”
[부정하지 않는군. 이거, 누가봐도 그 문신 아닌가.]“후, 후후….”
태이린은 느긋한 자세로 침대에서 다리를 꼬았다.
“맞아요.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소위 자궁문신, 음문이라고 할 수 있는 거죠.”
[그렇다면….]“저기, 콘돔도 의료용 기기라는 거 아세요? 편의점에서 성인이 아닌 청소년도 콘돔을 사는데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걸.”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건지 전혀 모르겠군.]“이해하고 싶지 않은 게 아니고요?”
[…뭐, 일단 들어는 보지.]나는 태이린의 의자에 앉아 그녀와 눈을 마주했다.
[한 번, 논리적으로 나를 설득해봐라. 도대체 어떻게 하면 히어로의 몸에 부착될 각성의 문장을 그 위치에 그 디자인으로 새겨놓은 건지.]“방금 하던 콘돔 얘기를 마저 이어서 하자면, 콘돔이라는 게 분명 그렇고 그런 행위를 할 때 이용되는 거죠. 누군가는 매국박스라고 부르기도 하지만, 아직 아이를 낳기에는 책임을 지거나 잘 자라게 할 환경이 아닌 사람들이 주로 사용하는 물건이고요.”
[그래서?]“용도는 비록 그런 쪽이지만, 목적이 그런 부분에 관계없이 사람을 구하는데 쓰인다면 어떨 것 같아요? 그거 아세요? 재난 소설 같은데 보면, 폐기 전의 콘돔에….”
[물을 담아서 쓰는 것 정도는 그냥 설정 중 하나인 거지, 그걸 주력으로 사용하겠다거나 그런 건 어불성설이다.]“하지만 사용했죠.”
태이린의 눈에는 어딘가 광기와도 같은 것이 서려있었다.
“각성의 문장도 마찬가지예요. 이건 생긴 게 그렇고 부착되는 위치가 거기지만, 가장 중요한 목적은 ‘요람 보호대’라는 거예요.”
[음….]태이린이 무슨 생각으로 그런 디자인을 골랐는지, 대충 알 것 같다.
“각성기는 각성…그러니까 외부노심의 마나를 끌어다 쓸 때나 사용되는 것. 평소에는 그냥 몸에 달고 다니는 보이지 않는 장신구일 뿐이죠. 그렇다면 그걸 그냥 순수하게 장신구로 달고 다니는 것보다, 몸을 보호하는 보호구로서의 역할을 하게 한다면…?”
[그러니까 네 말은 그걸로 요람을 지키게 한다는 거냐?]“네!”
태이린은 눈을 반짝이며 직접 몸을 일으켰다.
“여기부터 여기까지. 일단 앞에서 날아오는 공격은 앞에 부착된 각성의 문장이 막아주겠죠? 그리고 옆구리나 등허리까지 가면 조금 더 다른 디자인이 되어야하겠지만, 대부분의 공격은 전면부에서 날아오니 각성의 문장은 좋은 방패가 될 거예요.”
논리적이다.
그만, 설득당할 뻔했다.
“생각해보세요. 각성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날아오는 공격이 약점을 노린다면, 당연히 이능력자의 급소 중 세 개를 노리겠죠. 특히 함부로 죽이지는 않지만 이능력자로서 젠로스시킬 의도를 가진 자의 공격이라면 더더욱.”
[음….]“남자들이 아래를 지키는 것과 같아요. 여자들은 이런 식으로 자신의 요람을 보호할 수 있는 방패가 필요한 거죠. 그렇다고 마나골드를 코르셋이나 복대처럼 달고 다닐 수는 없는 거고.”
[코르셋이라면 모를까, 복대라면 이능력 사용에 오히려 방해가 되겠지.]코르셋이 임산부에게는 독으로 작용한다고 쳐도, 미용 물품이다.
아무리 이능력자라고 해도, 여자인 이상 정말 절박한 상황이 아니라면 마나골드 복대까지 배에 두르고 살아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 태이린 양. 꼭 하복부에 이런 식으로 문장을 박아넣어야 하는 건가?]“다른 방식도 생각을 해봤어요.”
[뭔데?]“음….”
태이린은 나를 향해 비릿하게 웃더니, 곧 몸을 일으켰다.
“여기?”
치마의 아래로 손을 넣으며, 그녀는 입고 있던 스타킹을 아래로 슬쩍 내렸다.
“여기…아악!”
나는 하얀 스타킹을 허벅지 절반 이상 내린 태이린의 정수리에 주먹을 꽂아넣었고, 태이린은 울상을 지으며 그대로 침대에 주저앉았다.
“오빠에게도 맞은 적 없는데!”
[네 오빠 대신 내가 때린 거라고 생각해라. 이게 어디서 어른을 상대로 장난을.]“장난 아니거든요? 진지하거든요?”
[표정부터 나를 골려보겠다고 벼르고 있는데 무슨.]“진짠데. 여기, 이거 안 보이세요?”
태이린이 몸을 비틀어 허벅지 안쪽을 가리켰다.
“짜잔. 여기, 허벅지 안쪽에 박혀있는 거. 후후, 제 각성기는…아, 때리려고 하지 마요! 진짜 신고할 거야!”
[발랑까진 것도 정도가 있지. 외간남자 앞에서 그렇게 속옷 보여주고 그래도 되나?]“속옷 아니거든요!”
태이린은 단번에 치마를 내리며 자신의 아래를 가리켰다.
“수영복이랍니다!”
[…너, 혹시 술 마셨나?]“아니요? 정상인데요? 수영복 안에 따로 속옷 입고 있으니까 괜찮아요.”
[……다른 사람을 누구 하나 데려올 걸 그랬군.]“앗, 그건 좀….”
태이린은 겸연쩍게 웃으며 다시 침대에 앉았다.
“그, 있잖아요. 속옷은 검열의 대상이지만, 수영복이라는 건 검열의 대상이 아니잖아요? 공중파 뉴스에서도 여름이면 나오는 게 여자들 비키니 입고 해수욕장에서 노는 거라고요.”
[비겁한 변명이라고 생각하지 않나?]“수영복은 보여주려고 입는 옷이니까 괜찮아요! 애초에 팬티가 아니니까, 부끄럽지도 않은걸요!”
[미치겠군.]세상 사람들은 모른다.
태이린의 실체를.
“왜요? 태이린이 사실은 속옷 위에 수영복 입고 다니는 여자애라고 공개하실 건가요? 흐흥, 그런 거라면 유감이네요. 이건 제가 다 히어로 활동을 하기 위해 입은 거니까!”
[히어로 활동?]“그럼요. 빌런들 중에는 여자들 의복을 어떻게든 벗기려고 하는 쓰레기같은 변태가 있잖아요. 그런 사람들을 상대로 속옷이 드러난다면 부끄럽겠죠? 하지만 속옷이 아니라 수영복이라면? 외투가 찢어져도 부끄러움 때문에 전투 효율이 낮아지거나 하는 일은 없는 거예요.”
설득력이 있다.
목욕탕에서 화재 사건이 일어나 알몸으로 뛰쳐나오거나 할 때, 남자는 바가지 하나를 이용해 성적 수치심을 최대한 억제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아니, 다른 건가…?
내가 태이린의 말도 안 되는 음습함에 말려들고 있는 건가?
모르겠다.
[…네 생각은 잘 알겠다만, 각성의 문장이라는 게 꼭 여기에 설치될 이유는 없지 않나? 가령, 이런 것도 좋잖나.]나는 도깨비방망이로 마력의 스티커 같은 걸 만든 다음, 내 손등에 부착했다.
[문장으로 명한다.]“오….”
내 왼손 손등에 떠오르는 각인.
그것은 태이린이 태조에게 알려준 레퍼런스와 조금은 비슷했지만, 좀 더 각진 형태로서 손등에 딱 들어맞는 단순한 형태였다.
파스스.
마치 레이어 중에서 하나가 사그라들듯, 가장 바깥에 있던 획들이 소멸했다.
[이런 식으로 할 수도 있고, 아니면 이것도 가능하지.]나는 이번에는 오른손을 들어 주먹을 움켜쥐었다.
[명경지수. 도깨비 오브 결사.]내 오른쪽 손등에 떠오르는 도깨비의 가면.
그리고 동시에 오른손에서 흘러나오는 마력이 내 전신을 휘감기 시작했다.
[이런 식으로 손등, 얼굴, 혹은 등 뒤라거나 그런 정상적인 부분에 달 수도 있는데, 왜 하필 음문이냐는 거지.]“그야….”
태이린의 얼굴에는 여전히 확신이 서려있었다.
“손목은 잘려도 괜찮지만, 아가방이 타격을 입는 건 이능력자로서도 여자로서도 둘 다 죽는 거라구요.”
[…….]“코트 안주머니에 넣어둔 두꺼운 성경책이 어디선가 날아온 눈 먼 총알을 막아주는 것처럼, 각성의 문장은 요람을 지키는 방패가 될 거예요. 보세요.”
펄럭.
“이게 지금 장난처럼 보이세요?”
[…직접 보여줄 필요는 없는데.]태이린의 매끈하고 하얀 복부 위.
그녀의 몸에도 이미 각성의 문장이 하얗게 자리를 잡고 있었다.
좌우로 날개를 뻗은 천사와 하트 비슷하게 만든 그 모양은, 분명 경건한 형태여야했지만….
[무슨 음란마귀 테스트 하는 것도 아니고 말이야.]“후, 후후훗…. 그런 거예요. 이상하게 생각하는 사람이 더 이상해지는 거죠.”
태이린은 계속 자기 하복부를 가리키며 입꼬리를 비틀었다.
“아니면 퀸 오브 도지환 문장을 새겨넣는 건 어때요? 스페이드 대신 도깨비 가면 실루엣에다가 ‘D’를 심플하게 박아넣는 건?”
[어이, 변태 꼬맹이.]나는 태이린의 각성의 문장을 향해 가볍게 주먹을 뻗었다.
“꺄악!”
태이린은 비명을 지르며 그대로 침대에 주저앉았다.
“으으, 아픈 건 없는데 그대로 밀려났어….”
[적당히 해라.]“지금 적당히 하고 있는 건데….”
[뭐…라고…?]“그, 실은 말이에요. 그게. 우리 전통을 살려서….”
소곤소곤.
[…….] [채택.]태이린의 말은 비록 그 발상이 아주 음습한 곳에서 시작되었다고 하지만, 그 발상 덕분에 인류가 발전할 수 있는 길이 된다면 얘기는 다르다.
감탄고토.
입 안에 들어왔을 때 쓴 건 뱉어내고, 그 안에 들어있는 달콤한 과육만 먹으면 된다.
자기 좋을 대로 해석하는 자라는 의미지만, 그 씁쓸한 것보다 달콤한 게 삶에 도움이 된다면 당연히 단 걸 퍼먹으면 그만.
그래서 나는 태이린의 제안 속에서 ‘단 것’만 챙기기로 했다.
태이린의 발상이 시작된 음습한 부분은 저기 멀리 잊어버리기로 하고, 그녀의 발상 덕분에 한 가지 잡힌 ‘컨셉’을 바탕으로 단 것만 챙기기로 했다.
그리고 그 결과가 지금 여기, 대전의 넓은 벌판에서 펼쳐지려고 하고 있다.
“많이도 모였군.”
대전에 설치된 월드컵 경기장.
단지 하나의 경기를 보기 위해 무려 ’10만 명’이라는 사람이 현장에 직접 관중석에 앉았고, 전국적으로는 라이브 방송임에도 불구하고 100만 명이 지켜보고 있다.
어째서 이렇게 많은 이들이 구경을 하러 온 걸까.
손에는 튀김소보로 빵 하나를 든 채, 아이스커피가 들어있는 플라스틱컵을 들고 관중석마다 자리를 잡은 이유는 무엇일까.
-지금부터!! 뇌제와 파이어폭스의 친선 대결을 시자아아아악!!! 하겠습니다ㅡㅡㅡㅡ!!
S급 두 명의 친선 대결을 위하여.
갑자기 왜 둘이 친선 대결을 하냐고 하면, 여기에는 세 가지 이유가 있다.
하나. 두 명이 임신 은퇴를 하기는 하지만, 둘의 이능력은 건재하다는 걸 세상에 알리기 위해.
혹시 나중에 한국이 이능력자 월드컵에서 ‘패배’하게 된다고 해도, 소위 ‘임산부 미출전했다도르’라는 변명거리를 남기기 위함이다.
이렇게 강한 사람들이 출전하지 않은 건 어디까지나 임신을 했기 때문일 뿐.
출산 이후에 등판을 하면 우승은 다시 한국의 것이다.
패배가 예정되어 큰 충격을 받을 한국인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한 장치로서, 우리는 두 사람의 대결을 세간에 보여주기로 했다.
그리고 또 하나.
이번 전투에서 둘은 백설희가 보여줬던 것처럼, 자신들의 엄청난 힘을 보여줄 예정이다.
S+급, 좋게 쳐주면 SS급으로 사람들이 인정해줄 만큼의 힘을.
어차피 그 SS급이라고 해봐야 딱히 이능력적인 평가가 들어간다기보다는 히어로 협회에서 측정하는 등급이라 별 의미는 없지만, 그래도 둘이 SS급이라는 증거로서 ‘각성기’를 보여주는 건 유의미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비록 어느 모 변태 꼬맹이의 마수와 그것마저도 배려해주는 착한 오빠의 실력으로 인해 각성기는 어떤 형태가 되어버리고 말았지만, 어쨌든 그걸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세상은 속게 될 것이다.
각성기가 외부노심형 마나골드가 아닌, 마치 SS급에 이르러 ‘깨달음’을 얻은 이들에게만 특별하게 발현되는 현상이라고.
그리고 그 현상을 이끌어내는 과정 중 가장 확실하고 쉬운 방법은 나, 도지환의 각성기를 이용하는 것이라고.
이어서, 세 번째 이유.
-승자 예측은 과연 누가 우세할 것인가! 전통의 강호인가! 아니면 신예의 반란인가! 예상 결과는…51: 49! 뇌제, 김윤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