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n Academy Award-winning Villain RAW novel - Chapter (622)
아카데미 훈수빌런이 되다-623화(612/668)
“도지환 아래에 금구슬 박기.”
“…그건 외부 노심 이야기잖아. 유미르균이 아니지.”
유미르균에 피폭된 상태로 알박기를 생각한다면, 아마 그녀의-
“쯧. 생각나버렸군.”
“뭔데. 혹시 당신도 지금 유미르균에 중독된 상태야?”
“아니. 유미르균에 중독된 사람이 알박기한 케이스를 알고 있다.”
“…뭔데?”
백설희는 조금 떨리는 목소리로 내 배를 꽉 붙잡았다.
“도대체 무슨 알을 박은 건데? 아니, 애초에 박은 게 알인 건 맞아?”
“알의 형태를 하고 있다면 그게 알이지.”
“…어디에?”
“그건 본인에게 직접 물어보면 될 거다. 마침, 이번 일 해결을 위해 직접 한국에 오기로 했으니.”
도로에 잠시 바이크를 멈춰 세운다.
이 시간에 이곳, 아무리 강원도 인근이라고 하더라도 옛 북한 땅을 지나가는 이들은 거의 없다.
부아아아앙ㅡㅡㅡㅡ!!
거의 없는 거지, 아예 없는 게 아니다.
허름한 1차선 도로의 맞은편에서 거친 배기음을 울리는 바이크가 요란한 소리를 내며 우리를 향해 달려오고 있다.
“신났네.”
“…쟤들, 어디서 내려오는 거야?”
“위에 찍고 내려오는 거겠지.”
헬멧을 쓰지 않고 도로를 달린다.
바이크도 커스텀 개조를 한 것처럼, 무지갯빛으로 색을 실시간으로 바꾸며 빛을 주변에 뿌렸다.
“살다 살다 이제는 RGB 게이밍 바이크를 보네. 그것도 금강산에서.”
“뭐…아래 쪽에서는 마구 달리면 이능력 경찰들이 잡아가니까?”
백설희는 쓰게 웃으며, 무지갯빛을 뿌리며 지나가는 바이크 폭주족을 향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부산이었으면 지금쯤 B급이 뒤에서 달려가서 바로 머리채를 움켜쥐었을 텐데.”
“부산이라면.”
바이크로 기본 100km/h가 넘는 속도로 달린다고 해도, 신체 강화형 이능력자가 전속력으로 달린다면 바이크를 추월하는 것도 불가능한 게 아니다.
그렇다면 이곳은?
저런 걸 단속할 사람이 없다.
그래서 강원도를 비롯하여, 한반도에서 아우토반처럼 달리고 싶어 하는 이들은 DMZ를 넘어와서 도로를 달린다.
…누군가는 무슨 험비 같은 걸 가져와서 오프로드를 달리기도 하지만, 이곳은 단속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다.
“북한은 망했지만, 여전히 여기는 북한이군.”
“멸망한 북한이지. 자본주의에 굴복한.”
휘리릭.
RGB 바이크가 지나가며, 무언가 종이 같은 게 우리의 앞에 떨어졌다.
나는 그걸 바로 집어 들었고, 백설희는 RGB 색으로 반짝이는 게이밍 명함을 보며 대놓고 인상을 찌푸렸다.
“이 인간들이 진짜….”
“돈 벌려고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는 거지.”
왠지 ‘일수’라거나 ‘대출’이라거나 그런 게 적혀있어야 할 것 같은 총천연색 명함 속에는.
“이산가족 사칭을 해서라도, 북한 땅을 자기네 걸로 하려고 하는 거지.”
[후손대행], [탈북자환영] 등의 문구가 박혀 있었다.“조선 말기에는 족보를 위조하더니, 어째 몰락한 북조선도 다를 바가 없군.”
과거.
해그늘은 북한 난민들을 조작해, 인위적으로 이산가족을 만들었다.
“북한에 남은 할아버지가 남한에 있는 손녀에게 자기 땅을 물려주겠다는데, 함부로 뭐라고 할 수는 없기야하겠지.”
땅을 얻기 위하여.
북한이 멸망하고 난 뒤, 그들을 지칭하는 공식 명칭 아닌 공식 명칭인 ‘이북난민’들은 한국 사회에 적응해야만 했다.
살아남기 위해서.
탈북한 이들이 대한민국에 적응하듯, 아니 그보다 더 빠르고 확실하게 적응해야만 했다.
그러려면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돈이다.
돈이 있으면 어떻게든 경기 북부든 어디든 DMZ 남쪽에서 정착할 수 있다.
천만 명에 이르는 이북난민들을 어떻게 대응하면 좋을까.
정부는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했고, 그 과정에서 해그늘의 도움을 받기도 했다.
해그늘의 물자를 싼값에 세금으로 사들여 이북난민들에게 보내주고, 해그늘 건설이 지은 아파트 중 미분양 된 아파트를 이북난민들의 임시 거주소로 만들었다.
그들이 노동을 하여 돈을 벌 곳으로 해그늘 공단을 선정하고, 여유가 생기면 옛 북한 땅을 개발하는 건설 노동자로 동원되며 해그늘 직원의 관리 감독을 받았다.
지금도 그대로 이루어지고 있지만, 그건 자본주의 사회에서 말하는 ‘정석’에 가까운 과정.
정석이 옳다는 건 안다.
하지만 정석은 힘들고, 괴롭고, 보상은 적다.
그래서 인간은 편법을 추구한다.
법과 원리, 규범에서 벗어나는 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지만, 정도에서 벗어난 곳에는 달콤한 과실이 가득하다.
해그늘은 이북난민 중 그런 편법 지향적인 인간들을 끌어들였다.
가장 대표적인 예시가 바로 황해도 지하의 거머리들.
평범한 농민이었던 이들을 해그늘을 위한 사이버 정보 전사로 만들고, 그들에게 최저시급의 몇 배나 되는 돈을 세후로 지급하며 자신들의 추종자로 만들었다.
그렇다면.
과연 거머리만 있을까?
당연히 아니다.
해그늘은 돈 나오는 곳이라면 뭐든지 찔러봤고, 모든 곳에 불법을 저지르고 편법으로 돈을 쓸어 담았다.
바로 우리 눈앞에 보이는 광경처럼.
“이곳은 우리의 집입니다! 나가십시오!”
조금 딱딱한, 국어책 읽는 듯한 말투로 청년 부부가 허름한 건물 앞에 앉은 남자를 향해 소리친다.
“아, 고저 여기가 내 집이라카이!”
다 쓰러져가는 낡은 벽돌집의 앞에 의자 하나 놔두고 앉은 중년 남자의 말투는 내가 듣기에도 이상했다.
“설희 씨. 저거, 어디 말투 같아?”
“…탈북해서 부산에 온 사람?”
해그늘 편의점-아직 이북까지 모든 해그늘의 흔적이 지워지지 않았다-에서 잠시 음료를 마시며 쉬는 동안, 우리는 편의점 바로 옆의 집에서 일어난 실랑이에 귀를 기울였다.
“어서 나가십시오! 우리 집입니다!”
“뭔 소리기래! 내래 여기에서 삼십팔 년을 살았단 말이지비!”
“거짓말 마라! 우리가 3년 전까지 여기에서 살았다! 이 사기꾼!”
“사기꾼? 말조심하라! 같은 한민족끼리 사기꾼이네 뭐네 하는 건 선을 넘은 기라!”
점점 더 언성이 높아지지만, 백설희는 명함을 만지작거리며 의미심장한 눈으로 중년 남자를 가리켰다.
“저 사람, 부산 사람이네.”
백설희 또한 부산 사람이다.
“옛날 영화 중에 북한군 나오는 영화 있잖아, 거기 말투 그대로 따라 하고 있어. 그런데 말투는 어떻게 교정해도, 손짓은 숨길 수 없지.”
“이보시오! 내가 여기에서 계속 살았다니까! 이 집이 내 집이야!”
“저거 딱 뒤에서 차가 박았을 때 내려서 하는 포즈 그대로야. 어때? 내 생각은 저 부산 아저씨…지금 집에 들어가서 알박기하는 것 같은데.”
“정답이다.”
부산 토박이 백설희의 예측대로, DMZ 너머 옛 북한 땅에 있는 집의 주인은 저 중년 남자가 아니다.
“해그늘의 사주를 받아서 비어있는 집에 들어가서 사는 사람이지. 나중에 정부에서 보낸 행정공무원이 오면 집주인 행세를 하고.”
“서류는?”
“해그늘이 뒤에 있었잖아. 다 짜 맞추는 거지.”
한배를 탄 자들이라면 적당히 구실을 맞춰서 서류를 만들기만 하면 그만.
해그늘에 고용된 인간이 북한 땅에 알박기하고, 해그늘의 사주를 받은 공무원이 그자에게서 땅을 구매한다.
그러다가 나중에 설령 진짜 집주인이 돌아오게 되더라도, 결국 집과 땅은 다른 사람에게 넘어간 결과를 맞이하게 되겠지.
“설희 씨. 그거 알아? 이북난민들 중에는 아주 특별한 어학연수 교육 기회가 주어진다고 하나 봐. 추첨을 통해.”
“그 어학연수, 혹시 집에서 멀리 나와서 한 1년 정도 저기 남해안에서 교육 듣는 거 아니야?”
“약간 군대식으로 말이지. 중간에 못 나오고.”
“…추첨 아니지?”
“후원 및 교육비는 전부 해그늘에서 지원을 해줬다더군.”
“하. 정말….”
백설희는 짜증 가득한 얼굴로 자신의 팩 우유를 손가락으로 두드렸다.
“남들 히어로 활동을 하는 사이에 뒤에서는 그런 짓을 하고 있었다고…?”
아무리 S급 히어로라도 뒷 세계의 일은 잘 모른다.
백설희는 지금까지 시민 구조와 빌런 퇴치를 위해 열심히 살아왔으며, 해그늘은 그런 편법과 범죄를 히어로들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철저히 숨겨왔다.
“짜증 나네. 정말. 이미 망했지만, 한 번 더 망해버렸으면 좋겠어.”
“앞으로도 계속 망할 거다. 이 땅에서 해그늘의 잔재가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어떻게 몰랐냐, 라고 비판할 일은 아니다.
히어로조차 모르게, 지금까지 한통속으로 쉬쉬한 놈들이 잘못이다.
“나가시오! 더 이상 방해하면 경찰을 부르겠소!”
“거짓말! 이걸로 당신이 이 집주인이 아니라는 게 밝혀졌습니다! 이북난민이 무슨 분쟁에 경찰을 부른다고 합니까!”
“크읏…!”
중년 남성은 결국 꼬리가 잡혔다.
“우리는 당에 신고한다고 하지, 경찰을 부르는 건 남조선 아새끼들이나….”
“뭐? 남조선 아새끼들이라고? 지금 혹시 ‘북괴’임을 자처하는 건가?”
“앗…!”
하지만 바로 말꼬리를 늘어 잡고, 오히려 역으로 청년 부부를 몰아세우기 시작했다.
“이거, 이거, 아직도 빨갱이의 잔당이 있었구만! 괴뢰국이 망한 지가 언제인데, 아직도 대ㅡ한민국을 남조선이니 뭐니 부르는 건가! 이거, 경찰이 아니라 국정원을 불러야겠어!”
“아, 아닙니다! 우리는 그럴 생각으로 한 말이 아닙니다!”
청년 부부도 당황하며 열심히 무언가를 부정한다.
“그래? 그럼, 이 말에 당연히 답을 할 수 있겠지? 김일ㅅ-”
“개새끼!”
“……북괴는 아니군. 아직 빨간 물이 덜 빠진 사람이었나? 쯧쯧, 나라에서 그렇게 돈 들여서 교화 교육을 했을 텐데, 아직도 물이 빠지지 않았다니. 이거 보라!”
중년 남자는 자기 손목에 채워진 최신형 태극워치를 가리켰다.
“더러운 미제 앞잡이라고 욕하던 자들의 것이 아니야! 우리의 기술로 만들어진 물건이지! 자본주의, 자유주의는 틀리지 않았어! 틀린 건 빨갱이들이었지!”
남자가 다소 과격할 정도로 언성을 높이자, 청년 부부의 얼굴 또한 붉어지기 시작했다.
“저기, 저렇게까지 이야기하는 이유는 뭘까?”
“방귀 뀐 놈이 성내는 거지. 남의 집 빼앗고 그거 사수해야 통장에 돈이 꽂힐 텐데, 무슨 말이든 못하겠어?”
“자본주의 찬양만큼은 진심이라는 거네?”
“그렇지. …주모들이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알박기에 성공해서 땅을 해그늘로 무사히 넘겨줄 때 받는 돈이 평당 백만 원이라고 해.”
“뭐…?”
헛웃음을 짓던 백설희의 표정이 바로 굳었다.
“평당 백만 원…?”
“저기 저 땅이 몇 평일 것 같아? 마당까지 포함하면 대략 100평? 제법 넓지? 다 쓰러져가는 집이기는 해도, 해그늘의 사주를 받은 공무원이 와서 증빙자료 만들고 남길 때까지 버티기만 하면 1억이 생기는 거야. 수당으로.”
그리고 그렇게 버티는 시간은 1년은커녕 반년도 채 되지 않았을 것이다.
해그늘이 망하지만 않았으면.
“세상에….”
“놀랍지?”
“부산이 평당 삼천만 원인데. 나도 여기 땅 사볼까…?”
“……당연하지만, 정부에서 공시한 가격은 더 높아.”
새삼 잊고 있었다.
이 여자, 도지환과의 하룻밤에 엄청난 금액을 태울 수 있을 만큼 많은 돈을 가지고 있는 여자라는 걸.
“실제로는 저 땅이 한 5억 정도 되겠지. 그런 거야. 이른바….”
“‘리베이트’? 해그늘 관련 다큐멘터리에서 자주 나오더라. 그런 거구나?”
“맞아. 말 그대로, 리베이트지.”
불법적인.
“그럼 어떡해? 저 사람들, 해그늘에서 만들어준 연수 다녀왔더니 집을 빼앗긴 거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