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n Academy Award-winning Villain RAW novel - Chapter (627)
아카데미 훈수빌런이 되다-628화(617/668)
“천주연 이 년이. 푼수같이….”
벗겨졌다.
“증거 있어? 내가 너보다 못한다는 거. 도지환 애국인 최약체인 백설희 씨보다 더 못한 여자라고 한다면, 허접도 아니고 그냥 폐급 개허접 아니야?”
“그런가 보지.”
“뭐라고?”
“너는 자기 욕심나면 결코 포기하는 애가 아니야. 하지만 그런데도 막 하려는 걸 빼고 그런다는 건…. 뭔가 부끄러운 게 있어서 그래. 나름 맏언니라는 위치에서 보여주기는 껄끄러운 그런 부끄러움이!”
백설희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소리쳤다.
“성지은 씨, 당신, 막 엄청 망가지는 거 아니야? 그거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아서 그런 거 아니야?”
“흐, 흥…. 그럼 더 말이 안 되지. 내가 만일 그렇다면, 이 방에 당신을 왜 불렀겠어?”
“내가 허접이니까.”
“……!”
“내가 허접이니까, 나부터 먼저 보내고 그다음에 하려고 했겠지. 백설희는 쉽게 기절하는 여자고, 내가 망가지는 걸 미리 보고 그다음에 즐기려고 한 거야.”
“…….”
성지은은 그저 가만히 양갱만 먹을 뿐, 아무런 반박을 하지 않았다.
“내 말이 틀렸어? 어디 답해봐. 내 말이 틀렸으면 내가 오늘 지환 씨랑 안 하고 옆에서 그냥 구경만 할게.”
“뭐?”
성지은의 말이 아니다.
내 말이다.
“백설희가 나랑 하는 걸 걸고 말한다고…?”
“그만큼 확신한다는 거지. 지환 씨. 내가 당신이랑 하는 거, 함부로 내기의 대상으로 거는 거 본 적 있어?”
“절대 없지.”
그냥 스스로 패배 선언을 하는 한이 있더라도, 유미르의 날에 유미르를 상대로 어떻게 비비는 한이 있더라도 백설희는 포기하지 않는다.
그런 그녀가 내기가 잘못되면 하룻밤 동안 옆에서 손가락만 빨면서 지켜봐야 하는데, 그걸 걸었다?
“설희 씨. 도대체 얼마나 확신을 하는 거야? 혼돈에 대해서.”
“10년을 넘게 싸웠는데, 당연히 알지. 나라에서 라이벌 구도를 만들기도 했지만, 서로 이능력 대결한 게 7살 때부터 했으니까 10년을 알고 지냈어.”
“…….”
“17살 이후로는 빌런들이 하도 설쳐서 나도 빌런 상대하느라 바빴지만…하여튼 얘는 당신이 아는 것보다 내가 더 잘 알아. 적어도 성지은의 안에 숨어있는 여자에 대해서는.”
성지은 안의 여자.
의미심장한 말이다.
“이 여자는 평소에는 거북이처럼 단단한 껍질을 결계처럼 펼치고 있지만, 그 안에는 느긋한 거북이가 아니라 간사한 뱀이 숨어있어.”
“…….”
“블랙 라이더? 어디가 블랙이냐고? 네 시커먼 속내가 블랙이야. 내 말이 틀렸어? 성지은?”
“끄, 으으….”
성지은이 점차 머리를 쥐어뜯기 시작하더니.
“…헷.”
그대로 멈추며, 백설희를 향해 입꼬리를 비틀었다.
“백설희…. 아직 감 살아있네?”
“…….”
“맞아. 그럴 생각이야. 너 먼저 보내고, 그 뒤에 내가 쟤랑 즐길 생각이야. 너는 상상도 못 한, 한 번도 해보지 못한 그런 방법으로. 그렇지?”
“나한테 물어도 뭔가 대답할 방법은 없는데.”
나는 얌전히 둘의 가운데에 앉았다.
“애초에 방법을 정해오는 건 혼돈이잖나.”
“괜찮아. 누님이라고 불러도.”
“뭐? 당신, 설마 얘를 누나라고 부르는 거야?”
“본인 취향이 그렇고, 맞춰주는 것뿐이다. 그런데….”
조금은 의외다.
“그런 것까지 오픈할 줄은 몰랐는데.”
“뭐, 백설희니까. 얘 정도 허접은 내가 본색을 드러내도 이길 수 있겠다 싶은 거지.”
“내, 내가 아무리 허접이라고 해도…너는 내가 이긴다니까?”
“그래? 미안하지만, 너는 나를 이길 수 없어. 왜냐하면….”
성지은은 의미심장한 얼굴로 다리를 꼬았다.
“다시 한번 말했지만, 너는 상상도 못 할 방법을 준비해왔으니까.”
“…그런 식의 화법, 전혀 좋아하지 않는데. 어디 한번 말 해봐. 뭘 꾸미고 있는 거야? 어떤 방법인 건데? 한 번 들어나 보자.”
“들어보고 나중에 부산 집에 가서 몰래 ‘지환 씨, 나도 해보면 안 돼?’라고 꼬리 칠 거면서.”
“성지은이 하는데 내가 못 할 이유는 없지. 뭐, 잘못됐어?”
백설희는 적반하장으로 나오기 시작했다.
“네가 하면 나도 할 수 있는 거야. 물론 내가 평소에는 너보다 작은 편이기는 하지만, 나도 지금 애국 버프 덕분에 커져 있거든? 너처럼 마나로 펌핑하는 게 아니라고.”
“지환 씨. 쟤 있잖아, 누나 죽은 것 가지고 욕하는데? 이거 싸워도 되는 거지?”
“지금은 살아있으니까 죽었다고 패드립하는 건 무효.”
“와…. 자기 아이 임신한 여자라고 감싸는 거야? 지환 씨, 누나 컴퍼니의 이사야? 이 방, 내가 예약했어?”
“혼돈.”
나는 성지은을 향해 단호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런 식으로 갑질한다면, 나는 그냥 백설희 데리고 저기 야산에 들어가도 돼.”
“뭐?”
“지리산 반달곰 가족한테 양해를 구한 다음, 동굴에서 둘이 노숙하는 것도 가능하다는 거야.”
“금강산인데 지리산은 왜 나와?”
“…….”
앗차.
원작 떡밥이 나도 모르게 그만.
“그냥 비유가 그렇다는 거지. 일단 들어는 보자. 성지은, 너 뭘 준비해온 건데?”
“백설희는 할 수 없는, 누나만의 아주 특별한 선물?”
성지은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정직해서 앞만 보고 사는 백설희 양은 할 수 없는 아주 특별한 선물이지.”
“…뭐, 뭔데?”
“매국 행위.”
“…….”
백설희는 성지은의 발언에 안 그래도 하얀 얼굴이 더욱더 창백해졌다.
“정말로 할 수 있어? 내가 준비한 매국 행위…’아메리칸 스타일’을.”
“다, 당신 도대체…?”
“당신 같이 앞만 보고 사는 히어로는 국가를 위해 충성하는 애국자지만….”
시이잇.
“나 같은 매국노는 앞만 보는 게 아니야.”
성지은의 허리 뒤에서 무언가 뱀처럼 기어나와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뒤로도 보지.”
뒤.
설마 이상한 생각을 한 사람은 없겠지.
그러니까 세상의 이면.
히어로와 히어로였던 자.
한때는 함께 빌런을 퇴치하기도 하고, 서로를 라이벌로 생각하며 싸우기도 하고, 악우로 생각하기도 했다.
그러나 둘이 바라보던 세상은 달랐다.
백설희는 오로지 세상의 밝은 면만을 바라봤다면, 성지은은 세상의 어두운 면을 보기를 강요당해왔다.
주로 해그늘의 영향도 있었지만, 해그늘 이전에 대한민국 전체가 성지은에게 애국을 강요했다.
열정으로 다리를 만들고, 보람으로 도로를 건설하고, 과자 한 봉지로 아파트를 만들고.
2025년, 이 세계의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은 성지은이라는 존재 덕분에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한민국에는 숲이 있다. 천편일률적인 아스팔트의 숲이.
건축계에서 누군가는 그런 사태를 비판하고 나섰다.
모든 아파트가 같은 평수를 가지고 있고, 같은 지하 주차장 구조를 가지고 있고, 단지의 위치와 구성도 같았다.
-아니, 이거 디자인이 왜 이래? 어떻게 건축 구조가 이렇게 다 똑같을 수 있어?
-하지만 빨랐죠?
-그래봐야 얼마나 빨랐다고. 한국이 아무리 빨리 건물을 짓는다고 해도, 최소한 1년은 걸렸을 거 아니야.
-양생 과정 없이 건물 뼈대가 완성되는데 1주일. 이능력은 신이고, 대지 마법은 무적이다.
똑같기에, 오히려 속도를 낼 수 있었다.
지금은 말소되어 이름조차 부를 수 없던 한 소녀 이능력자의 활약 덕분에, 대한민국은 무려 10만 세대가 넘는 아파트를 전국에 보급할 수 있었다.
-■■양. 오늘은 서면에다가 30층짜리를 만들어 볼 거야. 이거대로 한번 해볼래?
-응. 끝나고 아저씨들이 국밥 사줄게. 부산에 왔으니까 돼지국밥 먹고 가야지. 아 참, 씨앗호떡도 먹고 갈래?
아무리 똑같은 아파트라고 해도 일단 지어지면 장땡.
소녀는 정부 사람들과 함께 수많은 집을 지었고, 그 노동의 대가를 이런저런 식사로 받았다.
만일 소녀가 아파트 건축 비용 단가의 1%만 받았더라도, 그녀는 지금쯤 대한민국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재벌이 되었겠지.
그 소녀는, 이제는 성지은이 된 여자는 부동산 욕망에 철저히 이용당했다.
백설희가 히어로로 칭송받을 때, 소녀는 뒤에서 ‘아파트 메이커’라는 식으로 놀림을 받아야만 했다.
그리고 소녀는 살해당했다.
S급 이능력자였지만, 소녀를 어린 시절부터 이용해왔던 것이 들통날까 봐 그만 정부는 그 소녀를 죽여버리고 말았다.
“내가 매국노가 된 계기는 다른 게 아니야. 정부에서 공공분양 하는 아파트들, 거기에 ‘건축비’라는 게 들어간다는 걸 알았던…18살이 되었던 해였지.”
쪼르르.
성지은은 내가 따라주는 와인을 한 손으로 받으며, 가볍게 입술을 축였다.
“아파트 단지 하나를 만드는데 들어가는 인건비가 얼마나 될 것 같아? 양생이 다 될 때까지 기다리고, 건설 노동자들 공수치고. 나는 말이야, 그 수많은 아파트를 이능력으로 지으면서 금전 한 푼 받지 못했어.”
몰라서 못 받았다.
“초등학교 중학교 다닐 때야 5만 원 10만 원이 엄청 큰돈인 줄 알았지. 아파트 한 채를 짓고 50만 원을 용돈으로 받으면 그날은 엄청 기쁜 날이었어.”
그 단위가 ‘만’이 아니라 최소한 ‘억’은 되어야 했던 걸 알았던 순간은 여고생이 되었을 때.
“당시 정부는 여러 가지를 경계했지. 이능력자들이 서서히 대가리가 깨지기 시작하는걸.”
경제교육이 문제였다.
이능력자들도 최소한의 교육은 받아야만 했고, 고등학교에서 여러 교육을 받으며 그들은 몰랐던 것들을 깨달았다.
“그전까지는 값싸게 굴릴 수 있는 어린애였는데, 슬슬 제값을 주거나 더 높은 돈을 주고 써먹어야만 하는 시기가 다가온 거야.”
보람과 사탕 하나만으로 일했던 노동의 가치를.
자신들이 그저 한 번 손가락 쓱 해버리면 만들어지는 건축물들이 이능력 없이 기존 공법을 사용하며 얼마나 드는지 그 비용의 차이를.
“나이를 먹으면서 나는 요구했지. 최소한 이 정도는 받아야 하는 거 아니냐. 지금까지는 뭐 소급한다고 해도, 최소한 받을 건 받아야겠다.”
“설마 그 이야기를 꺼냈다가….”
“맞아. 돈 밝히는 년이라고 욕을 먹고, 매국노 신세가 되었지. 국민의 혈세를 빨아먹으려는 사람이라고.”
사람들은 소녀를 욕했다.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요구하기 시작한 소녀에게, 어떻게 ‘보람차게 일했으면서’ 돈을 요구할 수 있냐고 욕하기 시작했다.
“나한테 줄 돈은 결국 뭐겠어? 세금이었어. 그게 아니면 아파트 분양가지.”
“그때면…. 갑자기 아파트들값이 막 1억씩 오르고 그랬을 때 아니야? 그때 분명….”
“맞아. 내가 내 인건비를 요구하기 시작한 순간부터, 분양원가 올려버린 거야. 그리고 언플을….”
“‘아파트 1채마다 성지은에게 1억씩’.”
그렇게 성지은은 돈에 환장한 마녀가 되었다.
“원가는 올리고 그 책임을 성지은에게 넘겼어. 내가 1억 달라고 한 게 아니야. 나는 그냥 그 정도 금액 빠지는 거면 최소한 나한테 1장 정도는 줘야 하는 거 아니냐고 기자한테 말했을 뿐이야.”
“본인은 100만원이라고 생각했지만, 기자는 그걸 1억으로 적당히 버무린 거지. 해그늘 일보였던가.”
갑자기 건설 원가가 상승했고 그 단위가 무려 억이 뛰어버리니 사람들은 그 원인을 찾기 시작했고, 정부는 그 원인을 낱낱이 밝혔다.
“아파트 1채 구입할 때마다 성지은 양에게 1억씩 줘야 합니다. 온 나라가 이렇게 말하고 다녔지. 성지은 욕먹으라고 말이야.”
“…들었던 것 같아. 그때 아마….”
“백설희 양은 한창 빌런들 제압하고 다녔을 때지. 태조가 쓰는 강철의 뒤주 원본 비슷한…’빙하감옥’으로.”
백설희가 빌런들을 상대하느라 정신이 없었을 때.
“너, 그런 소리 듣고 다녔던 거야…?”
“그때 한창 애들 중2병이니 고2병이니 뭐니 악마 되기 직전이었잖아. 네가 그 녀석들 얼어붙게 만드는 동안, 나는 언론에 의해 1채당 1억 달라고 한 년이 되어있었어.”
성지은은 여론의 질타를 받고 있었다.
-지금까지 국민을 위해 봉사해왔던 게 아니었냐!
-받아도 정도가 있지, 어떻게 1억씩 받을 생각을 하냐!
-분양가 오르면 취득세도 오르겠네! 그 돈은 뭐 성지은이 줄 거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