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n Academy Award-winning Villain RAW novel - Chapter (63)
아카데미 훈수빌런이 되다-63화(64/668)
〈 63화 〉 3장. 기술유출이 아닌 조언입니다! (3)
* * *
“유미르 학생.”
“네!”
“저녁을 먹는 건 좋은데, 왜 하필 여기야?”
“그야 또 어디 식당에서 먹으면 빌런이 폭주해서 습격당할 수 있으니까요!”
유미르의 말은 타당했다.
“선생님이랑 같이 어디 식당에서 식사하다가는 또 폭주한 학생이 튀어나오거나, 악마가 튀어나오거나, 빌런이 튀어나오거나 할 것 같으니까요. 지금 여기에서 먹는 게 제일 안전해요. 여기는 뭔가 그런 일이 터질 일이 없잖아요!”
“학생이 여기 있으면 곤란한 거 아니야?”
“제가 고등학생이라면 선생님도 매우 곤란해지겠지만, 저는 성인이라서 아무런 문제 없는데요?”
“유미르 학생의 대외 이미지에 타격이 오지 않겠어?”
“뒤에서 뒷담화나 하는 애들 일일이 신경을 쓰면 오래 못 살죠.”
논리적이어서 내가 뭐라고 반박하고 싶었지만, 그래도 할 말은 해야겠다.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남자의 집에 와서는 부엌을 차지하고 요리하는 게 보통 일은 아닌 것 같은데.”
“하지만 선생님 관사만큼 안전한 곳이 또 없잖아요?”
그렇다.
유미르는 지금 내 집에 들어와서 요리하고 있다.
“관사에는 학생들이 없고, 학생들이 없다는 건 폭주할 사람이 없다는 거죠. 그러면 안전하다는 거고!”
“어른들이 빌런이 될 가능성이 있지 않아?”
“만약 여기에 빌런이 있어도 큰 문제 없어요. 제가 나서기 전에 다 해결될 테니까.”
“유미르 학생이 나선다고…?”
“…아! 제 말은, 저 같은 약하디약한 이능력자가 나설 필요는 없다는 말이었어요. 하하하.”
유미르는 식은땀을 흘리며 파스타 소스를 부었다.
캐나다에서 와서 그런지 한식보다는 양식파인 것 같았고, 유미르는 생각보다 요리를 잘했다.
“…세상에. 유미르, 너 혹시 요리 전문적으로 배웠니?”
“전문적으로 배운 건 아니고, 그냥 아는 사람 통해서 요리를 배웠어요. 한 반년 정도?”
“반년 만에 이렇게 배운 거야?”
“할 수 있는 요리만 할 수 있어요. 한식은 거의 못 하고 양식만.”
“멋지네.”
빈말이 아니다.
진심으로 하는 이야기다.
“나는 나중에 결혼하면 양식 잘하는 여자랑 결혼하고 싶더라.”
“…그거 무슨 말이에요?”
“내가 한식을 좀 하거든.”
나는 냉장고를 가볍게 두드렸다.
“일식, 양식, 중식 다 어느 정도 두루 하지만, 메인은 역시 한식이지.”
“요리 직접 해 드세요?”
“어. 대신에 진짜 특별한 날 아니면 그냥 닭가슴살이랑 채소만 먹어.”
“그 특별한 날이 언제인데요? 막 여자랑 같이 밥 먹고 그럴 때?”
“다른 사람이랑 같이 먹을 때.”
“그럼 오늘이 특별한 날인 거네요?”
“그런 셈이지.”
나는 찬장에서 파스타에 어울리는 그릇을 꺼냈고, 유미르는 바로 그릇에 파스타를 예쁘게 담아냈다.
“먹으면서 이야기하는 거 좋아하세요, 아니면 다 먹고 이야기하는 거 좋아하세요?”
“나는 상대에게 맞추는 파인데.”
“어머, 저도 그런데. 그러면…저기서 같이 먹으면서 이야기할까요? 저, 상담할 게 있거든요.”
“좋지.”
나는 부엌의 아일랜드 식탁을 당겨 자리를 만들었다.
폭이 조금 좁아서 파스타 그릇 두 개가 사선으로 놓였고, 의자를 당겨 앉으니 서로의 무릎이 살짝 닿을 위치였다.
“흐흥.”
“다음에는 앉은뱅이 식탁이라도 넓은 거 하나 사놔야겠어.”
“왜요? 지금 이 거리 딱 좋은데.”
“이렇게 때리기 좋다고?”
“아얏.”
나는 고개를 앞으로 들이미는 유미르의 이마를 가볍게 손가락으로 튕겼다.
“너무하시네요, 정말! 아무리 세종섬에 미인이 많아도 그렇지, 초절정 외국인 미소녀를 이런 식으로 대하다니!”
“넌 학생이고, 난 직원이야.”
“하지만 대학생인데요? 그리고 그거 아세요?”
유미르는 포크로 파스타를 가볍게 감았다.
“지금 나라에서 이능력자들 임신 합법 나이를 고등학생 나이까지 내리려고 한다는 거.”
“……미친?”
아니.
이 나라가 미쳤나?
“지금 뭐라고 했어?”
“기존의 미성년자들은 그대로 두고, 이능력자의 경우에는 임신할 수 있는 나이…정확히는 ‘성년’의 나이를 17세로 낮추려고 하는 법안을 준비 중이래요. 18살, 고2만 되면 바로 성인이 되는 거죠.”
“제정신이 아니네.”
일반인과 이능력자가 어느 정도 차이가 있다는 건 알지만, 이능력자만 성년의 나이를 내린다고?
“안 그래도 여기 세종섬에 있는 애들도 폭주하기 십상인데, 그 성년의 나이를 낮춘다고?”
“애국 하라는 거죠. 국가의 입장에서는 이능력자를 많이 낳으면 낳을수록 좋은 거니까.”
“그렇다고 이능력자만 성년의 나이를 내려버리면 반발이 엄청 클 텐데.”
“선생님은 한국인이라서 잘 모르겠지만, 외국에서 그런 밈 같은 게 있어요.”
유미르는 고개를 살짝 숙이며 목소리를 낮췄다.
“‘코렁탕’당하다.”
“…그건 좀 씁쓸한 이야기인걸.”
“하지만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잖아요? 시체가 갑자기 사라진다든가, 멀쩡하게 살던 사람이 실종된다든가, 어떤 이능력자가 폭주해서 사람을 죽였는데도 흐지부지 넘어간다든가.”
“……거기에 대해서 이런 말도 있지.”
나는 두 손을 들어 눈과 귀를 막았다.
“판사님 저는 아무것도 보지도 듣지도 못했습니다.”
“…….”
“어때?”
“선생님.”
손을 떼어내고 앞을 바라보니, 유미르는 고개를 살짝 갸웃거리며 나를 빤히 바라봤다.
“선생님 본심은 그게 아닌 것 같은데요?”
“내 본심?”
“선생님은 뭔가 그런 일을 당하거나 할 것 같으면 전력을 다해 엎어버리려고 할 것 같아요. 혹은 ‘에잇, 더러운 세상’이라면서 이 나라를 떠나버리거나.”
“그러다가 ‘스티븐’ 당할 수도 있는데?”
“스티븐 당하더라도 여기에서 사는 게 거지 같으면 떠나는 거죠. 실제로 그렇게 떠난 사람들도 수두룩하고.”
“…….”
“꼬우면 외국으로 가라. 실제로 캐나다나 미국에서는 그렇게 한국에서 오는 이민자들을 많이 받아들였잖아요?”
“거기까지는 자세히 몰라.”
안다.
단지 이곳에 세종섬이라서 함부로 이야기하고 다니지 못할 뿐.
“유미르 학생. 나야 딱히 애국심이 그렇게 투철하지 않은 사람이라서 그렇지, 나 말고 다른 곳에서 그런 이야기 하면 세종섬에서 쫓겨날지도 몰라.”
“어머, 저 그러면 코렁탕 먹는 건가요?”
“아주 걸쭉하게 한 사발 들이붓겠지.”
“어머. 이거 신고감인데?”
“뭐래.”
나는 한 번 더 손가락으로 이마를 튕기려고 했지만, 유미르는 고개를 뒤로 젖히며 두 손을 들었다.
“자꾸 때리실 거예요?”
“내가 여기에서 정면 스트레이트를 날려도 이능력자인 너는 전혀 아프지 않을 텐데?”
“마음의 상처가 된답니다.”
“그럼 자제하지. 너도 이상한 소리 하지 마.”
“이상한 소리는 선생님이 먼저 하셔놓고는.”
“네 머릿속에 마구니가 들어서 그런 거야.”
“그럼 마구니를 생각하게 만든 사람을 욕해야겠네요!”
유미르는 포크로 파스타를 쿡쿡 찔렀다.
“이능력자만 성년의 나이를 내리는 법안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했잖아요. 그게 왜 그렇게 된 줄 아세요? 조금 외국인의 관점에서, 나라를 고깝게 바라본다면?”
“애국하지 말고 국까하는 관점에서 말이야?”
“네. 정말 악의를 가지고 생각하자면.”
“그야 당연히 그거지.”
나 또한 파스타를 집어 들었다.
“대통령 손자랑 손녀. 걔들이 올해 17살이잖아.”
“맞췄어요!”
유미르는 손뼉을 쳤다.
“손녀는 지금 세종섬에 있고, 손자는 지금 부산에 있죠. 둘 다….”
“S급이지. 그것도 쌍둥이.”
대통령의 손자 손녀가 S급.
흔한 경우는 아니다.
하지만 조금 꼬아서 생각해본다면, 이런 경우도 가능하다.
제 공약은 제 손자 손녀를 올바른 히어로로 만들어, 국가를 위해 이바지하는 것입니다!
S급 손자손녀를 데리고 있는 정치인을 상대로 국민이 몰표를 하고, 그자가 대통령에 당선되기까지 했다면?
“이름이 ‘우리’랑 ‘나라’였던가? 남자가 우리고, 여자가 나라.”
“네. 둘 다 이 나라에는 없어서는 안 될 S급 이능력자죠.”
“히어로가 아니고?”
“…솔직히 선생님 앞에서만 하는 이야기인데, 걔들 싸가지가 없는 애들이에요.”
유미르가 더욱더 진지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그녀의 목소리에는 대통령의 두 쌍둥이에 대한 반감이 가득했다.
“그걸 네가 어떻게 알아?”
“자기 잘난 맛에 살아가는 애들이니까요. 그리고 둘이 텃세를 부리고 행패를 부리는 바람에 이민을 나가는 C급, B급 이능력자들도 상당한 편이고요. 인터넷 찾아보면 둘에 대해서 규탄하는 인터뷰도 상당할걸요?”
“…한국에서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이야기인걸?”
“그게 다 정보통제가 이루어져서 그래요. 실제로는 막 사람도 죽이고 그랬을걸요?”
“그 정도는 아닐 거야.”
아니다.
“만약 그런 빌런이라면 도깨비가 진작 나서서 대가리를 깨버렸을걸.”
“대통령 혈육인데도요?”
“도깨비방망이는 위정자라고 피해 가지 않잖아.”
“도깨비 팬이세요?”
“…조금은?”
내가 나 자신의 팬은 아니지만.
“하긴. 저도 도깨비 좋아해요.”
“유미르 학생이? 왜?”
“멋있잖아요.”
“멋? 도깨비가? 아닐걸. 가면 아래에는 막 못생기고 그럴…야!”
정강이가 아프다.
“너, 지금 나를 발로 찼어?”
“도깨비를 욕한 벌이에요. 흥.”
“아니, 너 도깨비 팬이야?”
“원래 팬은 아니었는데, 소위 ‘빠순이’가 되었답니다?”
억울하다.
“제가 국까는 넘어가도 도깨비까는 넘어갈 수 없게 되어버렸거든요.”
“씁….”
내가 도깨비인데 도깨비를 욕하는 것에 공격당하다니.
“진짜 너무하네, 정말. 이능력자가 사람을 막 패고.”
“E급인데요.”
“E급이라도 아픈 건 아픈 거야. 나중에 멍들면 고소할 거니까 기대해.”
“부러지면 책임지라고 할 줄 알고 멘트 준비했는데, 고소 이야기를 할 줄은.”
유미르는 떫은 얼굴로 입꼬리를 비틀었다.
“근데 선생님도 제 이마 때렸잖아요.”
“네가 때리는 거랑 내가 때리는 거랑 같아?”
“쌍방폭행으로 합의 보시죠?”
“…에휴. 한 마디를 안 져. 따박, 따박.”
“제가 한 논술하죠.”
이야기하고 떠드는 사이, 식사가 끝났다.
“그래서 상담하고자 하는 게 뭐야?”
“…아차! 내 정신 좀 봐.”
“밥 먹고 나서 티타임에 진지하게 이야기하려고 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닌가 봐.”
“죄송해요. 선생님이랑 이야기하다 보니 정신이 없어서.”
녹차로 입가심을 한 유미르는 방의 정중앙에 섰다.
“선생님.”
“왜?”
“저, 새로운 코스튬을 개발했어요.”
태극워치를 벗어던지며 내 침대에 내던진 뒤, 뭔가 태권도를 할 것 같은 자세를 잡은 유미르는
“지켜봐 주세요. 제 변신을!”
“도깨비 팬이라더니, 너도 혹시 도지 라이더를”
“썬 크리스털 파워!”
온몸이 무지갯빛으로 반짝이기 시작했다.
“…야!!!”
“왜요?”
“몸이 다 드러나잖아!”
“원래 여자애들 변신은 이렇게 하는 거예요!”
도지 라이더가 나타날 줄 알았는데.
“짜잔!”
매지컬 유미르가 나타났다.
치마 길이가 허벅지까지 오는 한복을 입은.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