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n Academy Award-winning Villain RAW novel - Chapter (636)
아카데미 훈수빌런이 되다-637화(625/668)
[…….]케이블카 방향으로 고개를 돌린 순간.
“자, 자기야….”
“저, 저리가…! 아, 악마! 나, 나는 악마가 된 남자와는…!”
나는 사랑이 배신당하는 과정을 그대로 목격했다.
“자기야…!!”
“그 얼굴로, 그 모습으로 말하지 마…! 어떻게 악마가 될 수 있어! 월드컵 국가 대표로 나온 남자가!”
“아, 아니야!! 이건 모두 자기를 위해서…!!”
“꺼져!!”
여자는 격렬히 남자를 거부하고 있었다.
케이블카 앞에서 날개를 펄럭거리며 꿀이 흐르는 벌집을 든 악마 스윗한남은 멍한 얼굴로 가만히 날갯짓만 하고 있을 뿐.
언젠가 누가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만일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갑자기 악마가 되어 나타난다면, 그 악마와 계속 평생을 살아갈 수 있을까.
일부의 대답은 ‘영화배우처럼 잘생기고 내 피 빨아먹는 뱀파이어 정도라면’이라고 우스갯소리로 이야기를 했지만, 눈앞의 저 악마는 아무리 좋게 쳐줘도 라이더물 속 괴인과 다를 바가 없었다.
“어떤가? 도깨비여. 네가 믿는 그 사랑, 아무래도 저들에게는 그저 한 순간의 불장난이었을 뿐인 것 같군. 아아, 비록 소원을 내가 들어준 건 아니지만…. 아앗!!”
유열충이 나를 향해 간신히 검지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과연…! 너는 이렇게 될 줄 알고 있었구나! 으하하! 악마가 된 남자를 받아주지 않을 거라는 걸 알고 있었어! 소원을 들어주는 걸로 오히려 더 큰 절망을 하사하다니! 굉장하구나, 굉장해! 나보다도 더 악마같은 발상이야!”
악마가 절찬리에 오해를 하고 있지만, 예상하지 않은 결과는 아니다.
“…도깨비. 저 악마에게서 뭘 보고 싶은 거야?”
성지은이 내게 조심스럽게 묻는다.
“네 생각이 틀리지 않았다는 믿음?”
[그럴지도.]유열충은 내가 저 악마를 나락의 구렁텅이로 빠뜨리기 위해서 그에게 벌집을 줬다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나는 믿는다.
저 남자가 악마가 될 정도로 간절히 바라는 소원과 그 근간에 깔린 믿음과 마음을.
“……자기.”
스윗한남은 조심스럽게 벌집을 앞으로 내밀었다.
“이거 가지고 가. 이걸 다 먹으면, 분명 자기는 A+급이 될 수 있을 거야.”
“…….”
“그리고 협회에는…나를 신고해. 자기가 강해진 걸 질투해서, 다른 남자랑 바람이 날까 봐 악마가 되었다고.”
“당신….”
“으아아악!!!”
스윗한남은 팔을 크게 휘둘러 케이블카의 연결부위를 끊어낸 다음, 케이블카를 잡고 크게 휘둘러 멀리 던져버렸다.
휘이이익ㅡㅡㅡㅡ!!
산비탈 아래로 빠르게 내려가는 케이블카는 최대한 빨리 달리면 따라붙을 수 있는 위치였지만, 내 예상대로 케이블카의 방향 앞에는 그가 서 있었다.
“지나가고 싶다면, 나를 죽이고 가라!”
다름 아닌, 스윗한남이 날개를 펼치며 길을 막아섰다.
“내 아내는 잡을 수 없다! 내가, 시간을 벌겠어!”
“으하하하하하!!”
유열충이 마구 웃어젖힌다.
성지은이 만들어낸 테트라포트 구속구에 전신이 압박당해, 웃을 때마다 몸이 바위에 눌리고 있는데도 그는 마구 웃으며 스윗한남을 비웃는다.
“어리석구나! 저 여자는 네가 악마가 되자마자 너를 버렸다! 그런데 꿀단지는 여자에게 바치고, 그걸 또 막겠다고 하는 꼴이라니! 우습기 짝이 없구나!”
유열충의 말에 스윗한남의 얼굴이 마구 일그러진다.
체공 중이라 진동하는 날개에도 어딘가 부들부들 떨리는 것 같은 느낌이 전해져온다.
“수컷이여! 너는 이미 저 여자에게 버림받았다! 너는 이제 아무것도 아닌 존재가 되어버린 것이야! 악마로서 죽거나, 젠로스되어 이능력자도 아닌 그저 젠로스남자가 될 뿐이다!”
유열충이 하는 말이 틀린 게 아니다.
“어쩔 것이냐, 도깨비! 악마가 저기 있다! 이미 잡아놓은 악마 말고, 한국의 자원을 훔쳐 도망가는 악마가 저기에 있다! 처형할 것이냐?! 젠로스 할 것이냐?! 어떻게 할 것이냐?!”
[내가 할 행동은 한 가지.]나는 성지은에게 신호를 보냈고, 성지은은 아래로 길쭉한 가지를 뻗어 내가 앞으로 걸어갈 수 있는 길을 만들어냈다.
[소원을 말하라.]“뭐…?”
[악마여. 소원을 말하라.]“자, 잠깐…!”
가만히 서 있는 악마에게 다가가기 무섭게, 유열충이 바윗덩어리 사이로 팔을 뻗는다.
“무, 무슨 짓이냐! 악마의 소원을 들어줄 셈이더냐!”
[한국 전래동화를 안 찾아봤군. 원래 소원은 선한 자든 악한 자든, 일단 ‘들어는 주는 게’ 인지상정이다.]금도끼와 은도끼를 전부 차지하기 위해 욕심을 부린 나무꾼의 소원을 들은 산신령도.
오누이를 쫓기 위해 하늘에 동앗줄을 내려달라고 하던 호랑이의 소원을 들은 옥황상제도.
일단, 그 소원을 들어주기는 했다.
권선징악으로 끝맺음이 되었지만, 적어도 그들이 바라는 소원을 듣기는 했다.
[악마여. 네가 바라는 것은 무엇이지?]“…나는 악마다. 들어줄 건가?”
[사형수가 마지막으로 원하는 음식 정도는 얼마든지 대접해줄 수 있지. 물론, 들어줄 수 있는 정도라면 말이야.]나는 도깨비방망이로 악마의 아래를 가리켰고, 악마는 입꼬리를 비틀며 두 팔을 벌렸다.
“…내 소원은.”
“그만둬!! 소원을 무상으로 들어줄 셈이더냐! 아, 아니지! 소원을 들어주는 척하면서 뒤통수를 치려는 거지!”
“내가 사랑하는 나의 아내가, S급으로 각성하여 더 강해지는 것이다.”
“그만둬어어ㅡㅡㅡㅡㅡ!!”
[그 소원이 설령 다른 남자의 품에 안기게 되는 경우라고 할지라도?]스윗한남은.
“…이미 악마가 되어버린 내가 아닌 다른 남자와 사랑하게 된다면, 행복하기를 빌어주는 수밖에.”
하늘을 올려다보며, 사지를 쫙 펼쳤다.
“하지만, 쉽게 당하지는ㅡ”
[소원은 들어주지.]빠ㅡㅡ악!!
내 아래에서 솟구친 바위의 가지가 악마의 다리 사이를 크게 때렸고, 악마는 그대로 눈이 뒤집혔다.
[네 아내는 S급이 될 것이다.]악마는.
[네 덕분에.]내 말에, 부들부들 떨리는 얼굴로 눈을 감았다.
사아아.
하얗게 물드는 악마는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갔고, 모든 마나를 잃은 채 바위 가지에 그대로 고개를 처박았다.
[마음껏 소원을 들어주지.]“아, 안 돼…! 그런 식으로는, 소원은…!”
[내 맘.]두 명의 남자를 젠로스시켰다.
둘 다 악행을 저질렀지만 한 명은 악마 가해자고, 다른 한 명은 악마가 된 피해자다.
가재는 게 편, 초록은 동색, 팔은 안으로 굽기 마련.
귀신과 스윗한남, 어느 쪽에 더 마음이 가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나로서는-
[이탈리안 쪽은 살살 해줘.]남녀커플을 찢어놓은 솔로 테러범보다는, 아무래도 공공외설을 저질렀다고는 해도 같은 ‘유부남’에게 더 마음이 가기 마련.
“응.”
성지은이 만든 테트라포트 구속구는 머리가 하얗게 물든 두 남자가 꼼짝도 못하게 만들었다.
제주도였으면 돌하르방으로 하르방의 품에 꼭 안았겠지만, 지금은 그냥 성지은이 하고 싶은 대로 구속할 뿐.
젠로스한 자들은 그냥 물리적으로 구속하기만 하면 된다.
디테일은 신경 쓸 필요 없고, 그냥 움직이지 못하게 하기만 하면 된다.
하지만 저 악마는 다르다.
“크, 으윽…!”
[아쉽게 되었군, 유열충.]악마는 성지은의 구속을 피하지 못했다.
기습과도 같은 공격이었기에, 그는 지금 일시적으로 성지은의 구속에 묶여있다.
[뭔가 떠나기 전에 할 말이라도 있나?]“…….”
[너희같은 악마를 몇 번이나 상대했다고 생각하는 거냐. 너는 지금 ‘진짜’가 아니야. 가짜지.]“……훗. 그건 잘못 짚었군.”
유열충-의 분신은 입꼬리를 비틀며 나를 비웃었다.
“나는 분신 따위 사용하지 않아. 나는 진짜다.”
“하지만 네 생각대로, 여기에서 곱게 죽을 생각은 없지.”
뿌득, 뿌드득!
테트라포트 감옥 안에서 몸을 짖이기며, 유열충은 몸이 찌그러지든 말든 구속으로부터 빠져나왔다.
우드드득!!
“도깨비.”
[놔 둬. 새로운 구속을 만들면 그 틈으로 빠져나올 놈이다.]대리석에 보라색의 피가 잔뜩 튄다.
근육과 뼈가 으스러지든 말든, 테트라포트 감옥 밖으로 빠져나와서 제대로 서지도 못한 채 바닥에 대가리를 처박든 말든, 유열충은 틈을 비집고 구속구를 빠져나왔다.
으득, 으드득.
그리고는 다시 몸이 원래대로 돌아가듯 짜맞춰지기 시작했다.
뒤틀린 팔이 다시 원래대로 꺾이고, 바위에 깎인 피부의 살점이 다시 돌아오고, 빠져나오면서 뜯어 버린 발이 재생되었다.
“…건방진 악마.”
성지은이 다시 땅에서 마력을 일으켰다.
나는 그녀에게 소용없다고 말하고 싶었지만,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성지은을 응원했다.
철컹!
이번에는 테트라포트가 아닌 직사각형 콘크리트가 나타났다.
유열충을 안에 가둔 콘크리트는 개미 새끼 한 마리 빠져나오지 못할 만큼 틈이 가득했으나-
파스스스.
안에서 안개처럼 무언가가 빠져나오더니, 곧 보라색 핏물이 콘크리트 밖으로 빠져나왔다.
핏물은 곧 금방 원숭이 손처럼 모양을 만들기 시작했고, 원숭이 손은 다시 인간의 형상을 갖췄다.
“그대의 첩은 거칠기 짝이 없군. 소용없다. 나를 가두는 것은 무용. 이 땅에 나를 원하는 자가 있다면, 나는 언제 어디서든 나를 존재할 수 있게 할 수 있으니.”
“도깨비. 중2병 악마 언어 해석 좀 해줄래?”
[중2병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그렇지만, 대충 인간 중에 소원을 바라는 자가 있으면 자신은 반드시 존재한다는 말인 것 같군.]악마라는 자들은 대부분 그렇더라.
[소원이 없는 자가 있다면, 저 악마를 죽이는 건 일도 아니겠지. 아니면 악마가 존재할 수도 없게 된다거나.]“후, 후후…. 역시 도깨비군. 나에게 ‘유열’이라는 이름을 붙인 존재다워.”
유열충은 우아한 손놀림으로 내게 허리를 숙였다.
“네 생각대로 나는 ‘소원이 있는 자’에게는 죽지 않아. 부활을 꿈꾸는 자라거나,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서 이 세상 전부를 바치고자 하는 의지를 가진 자라거나. 바라는 게 있는 자는 나를 결코 죽일 수 없지.”
조금, 골치 아픈 조건이 생겨버렸다.
“나는 소원을 들어주는 악마. 인간이 바라는 희망을 지켜보고, 그 희망을 위해 노력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진취적인 모습을 지켜보는 자. 동시에….”
[해줘하는 것들에게 소원을 다른 방향으로 이루어줘서 절망하는 걸 즐기는 자.]“혹시 도깨비 너, 우리와 동류가 아닌가? 어떻게 나를 이렇게 잘 아는 거지?”
[유열충이 다 그렇지.]원숭이손이든 뭐든, 소원을 잘못된 방향으로 들어주는 놈들은 하나같이 전부 뒤틀려있다.
[너, 전신을 하얗게 물들이고 눈을 붉게 하고 다닐 생각없나? 그리고 머리는 트윈테일로 하고 말이야.]“…음. 과연.”
딱 그런 놈을 바라보는 느낌이다.
“소원은 이루어졌다.”
[뭐?]으득, 으드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