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n Academy Award-winning Villain RAW novel - Chapter (637)
아카데미 훈수빌런이 되다-638화(626/668)
내 머릿 속에 있는 유열충과 비슷한 자의 이미지를 떠올리고자 말을 대충 던졌을 뿐인데, 유열충은 어느새 새로운 모습으로 바뀌어있었다.
“도깨비, 너 혹시….”
[아니, 이건 내 의지가 아니다.]“소원은 이루어졌다. 하지만 네가 생각하는 그런 모습은 아니겠지.”
목소리도 달라졌다.
방금 전까지는 걸걸한 남자의 목소리였으나, 이제는 무슨 일본 애니메이션에 나올 것 같은 성우의 목소리가 되었다.
“역시 미소녀로 변모하니, 도깨비가 곤란해하는군. 후후후, 재미있어. 도깨비의 주변 여자들이 내가 도깨비에게 접근하는 걸 보고 경계하는 걸 보고 있자니, 짜릿하기 그지 없군.”
“악질이네. 지금 내가 너 질투하는 걸 보고 희열을 느낀다는 거야?”
“아아, 그러하다. 이건 꽤나…흥미로운 감정이군.”
유열충은 가느다란 손으로 자신의 입술을 만지작거리며 옅게 웃었다.
“역시 인간은, 알면 알수록 흥미진진한 존재야. 하나를 이루면 열을 원하고, 열을 이루면 백을 원해. 욕망은 끝이 없지.”
[그게 인간이라는 존재니까.]저 악마는 인간을 이해했다.
욕망으로부터 벗어날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그 욕망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을 보는 걸 자랑스러워하지만, 그 노력의 과정을 날려버리는 걸 혐오하는 자다.
즉, 일종의 ‘치트 혐오자’라고 할 수 있겠지.
그리고 그 혐오는 본인이 직접 치트를 이루어주는 대신, 치트를 쓴 자를 파멸로 이끄는 결과로 이루어지리라.
[강한 열망과 현실의 능력 사이의 괴리가 클수록 인간의 파멸 정도는 더욱더 강해진다. 그게 네가 ‘악마’로서 존재할 수 있는 존재 의의다. 맞지?]“……너는 나에 대해 너무나도 잘 알아.”
[요염한 척 몸 꼬지 마라.]이미 2m 장신의 남자인 모습으로 봤던 만큼, 아무리 애교를 부려도 TS미소녀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후후, 좋아. 그럼, 이렇게 부르지. 나에게 ‘유열충’이라는 이름을 붙여준 자. 도깨비를…나의 ‘아버님’이라고ㅡ”
퍼ㅡ억.
나는 바로 도깨비방망이를 휘둘렀다.
유열충은 도깨비방망이에 그대로 쥐포가 되어 터졌으나, 곧 슬라임처럼 뒤로 물러나 다시 원래의 형상을 갖추게 되었다.
“소용없어. 나는 소원이 강하면 강할수록 더 강해지는 존재. 나를 쓰러뜨리고 싶거든, ‘무욕’의 존재를 데리고 와야 할 거야.”
[…….]“하지만 과연 데려올 수 있을까? 적어도 이능력자 중에서는 없는 것 같은데?”
“골치아픈 악마네, 정말.”
물리적인 구속도 통하지 않는다.
물리적인 타격도 통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악마를 제거하는 방법은?
“앗. 저기 다른 곳에서 나를 부르고 있네. 다음에 보도록 하지. 그럼 안녕, 부활을 꿈꾸는 자여. 한 여인을 위해 세상을 정복하려는 자여. 나는….”
파스스.
“도박으로 일확천금을 노리는 자의 소원을 들어주러 가야 하거든.”
[뭐 어떻게 하려고. 당첨시켜준 다음, 너무 기쁜 나머지 심장마비로 죽게 하려고?]“……오. 가히, 악마같은 발상. 접수 완료.”
유열충은 나를 향해 눈을 찡긋거리며, 아래에서부터 사라졌다.
“심장마비로 쓰러져 죽지는 않았지만, 코인은 다른 사람들이 다 챙겨간 걸로 마무리하도록 하지. 하하, 하하하하!!”
파스스.
아래에서 날카로운 대지의 창이 치솟아오르고 도깨비방망이가 날아갔지만, 그저 허공을 스칠 뿐이었다.
“이런 젠장.”
성지은이 대놓고 짜증을 내며 머리를 쥐어 뜯었다.
“곤란하네. 저거, 어떻게 하면 좋아? 우리 애들은 사실상 공략 불가능한 거 아니야?”
[그렇겠지. 타격할 때, 느꼈어?]“…응. 저 녀석, 자신을 죽이는 자에게는 평생 저주를 걸려고 하는 느낌이었어.”
성지은이 손을 꽉 움켜쥐었다.
“자신을 없애면 네가 바라는 소망은 결코 들어주지 않겠다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어.”
[그게 놈이 살아남는 방법인듯 하군. 인간의 무의식에 잠재되어있는 소망을 인질로 잡고 협박하는 방법.]간단히 말하자면.
성지은이 자신의 소원을 포기하면서까지 악마를 죽일 수는 있을 것이다.
그 대신 그로 인한 업보로, 성지은은 영영 자신의 소망을 포기해야 할 것이다.
일단 당장은 ‘부활’이라는 소망이지만, 그보다도 더 큰 소망이 있다면 그걸 포기해야만 하겠지.
[…….]“왜 그래? 엄청 심각한 얼굴인데.”
[아니. 그냥. 이것도 결국 운명인 건가, 싶어서.]내게 주어진 역할이 그러하다면, 결국 나는 선택할 수밖에 없다.
나의 운명을.
[혼돈.]“응.”
[아무래도 조금, 진심으로 빌런짓을 해야 할 것 같다. 백설희의 옆에서 케어를 좀 해다오.]“…백설희에게 미움 받을 짓을 한다는 거야? 너?”
[상황을 설명하기는 할 거다. 저런 악마가 있고, 쓰러뜨리는 방법이 이게 최선이라는 걸.]유열충을 이기기 위한 방책.
[무한히 퍼주는 방법도 있어. 하지만 그렇게 하면 우리가 지쳐서 퍼지게 될 거다.]그것은.
[그러니 다른 방법으로 놈을 공략한다. 자신이 유열의 악마라고 생각하는 놈에게, 진짜 악마가 뭔지를 보여주는 거지.]악마를 쓰러뜨리기 위해서는, 악마보다 더 한 악마-‘인간’이 되어야 한다는 것.
[허접 유열충 주제에. 내가 ‘진짜 유열’이 뭔지, 보여주겠어.]모든 이능력자는.
[나쁜 놈들 상대로 유열을 즐기는 건, 딱히 나쁜 짓이 아니겠지. 그렇지?]자신보다 더 잘하는 자를 상대로 멘탈이 무너지는 법.
그러면 약점이 드러나리라.
멘탈이 무너져 자멸하든, 아니면 모든 걸 포기하고 소멸하든.
악마라고 다를까.
[일단 가볍게 원숭이손 포지션부터 NTR 해볼까.]소원 들어주는 도깨비.
[부자가 되고자 멀쩡한 제비다리 부러뜨린 놀부를 패가망신시킨 건 다름 아닌 도깨비라고.]원숭이손이 있기 전에, 도깨비가 있다.
원숭이 손의 악마, 유열충을 제거하기 위한 방안을 강구하기 전.
“이런 상황이다. 백설희.”
“으음….”
나는 백설희에게 케이블카에서 있었던 전투에 관해 설명했다.
“금강산 구경하러 왔다가 졸지에 악마를 구경하게 되었네. 그럼 그 도망친 A급 여자는?”
“현재 추적 중이야. 협회에도 신고가 들어갔고, 결사에서도 주모를 이용해 조사하고 있지.”
“나한테는…. 아, 꺼놨지.”
A급 이탈리아 출신의 여자 히어로, ‘파이렌체’는 현재 공식적으로 추적 상태에 들어갔다.
추적 명목은 ‘악마가해자 용의자’.
남편인 히어로 ‘밀라니오’가 악마 ‘허니서커’로 타락하게 되면서, 그걸 협회나 당국에 신고하지 않고 잠적한 혐의를 받고 있다.
실제로는 목청을 훔치고 활빈당의 귀신이 나타나 부부를 습격했고, 남편이 아내를 구하기 위해 스스로 악마가 되었지만….
“이제는 젠로스해서 밀라니오도 아니게 된 남자의 마지막 부탁이니까. 잡으려면 당장 잡을 수 있지만,약간 시간을 주는 거지.”
공식적으로는 조사가 이루어질 수밖에 없다.
월드컵에 출전하기로 한 A급 부부 중 한 명이 악마가 되고 한 명이 실종되었는데, 어떻게 조사를 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리고 우리가 나서면 아내는 쉽게 찾을 수 있겠지만, 그녀에게는 시간이 필요하다.
목청의 꿀을 전부 섭취해서 자신의 마력으로 만들 시간이.
밀라니오는 그녀가 그 목청의 힘으로 S급으로 각성하기를 바랐고, 나는 비록 그가 젠로스를 했지만 그 소원을 들어주기로 했다.
유열충에게 엿을 먹이기 위하여.
“…상황은 알겠는데, 그러면 조금 다른 방향으로 소원을 들어줘야 하는 거 아니야? 막 악의적으로.”
백설희는 의아한 얼굴로 내 행동을 지적했다.
“밀라니오에게는 그 소원을 들어주는 척 하면서, 실제로는 파이렌체가 S급으로 각성하기 전에 목청을 빼앗고 그래야 하는 거 아니야?”
“백설희답지 않게 그런 쪽으로 생각이 빠릿빠릿하게 굴러가는군.”
“나 그런 놈들 상대하는 게 전문이었잖아. 빌런 퇴치 전담. 나라에서 공개적으로 ‘악질’이라고 할 수 있는 사람들을 전문적으로 상대하는 사람이었다구?”
형사사건을 주로 맡아 범인을 검거하는 형사들이 정신적으로 피폐해지듯, 백설희 또한 여러 빌런을 상대하며 그들의 악의를 눈으로 보았다.
그런 악의를 보고도 여전히 순백을 지키고 있던 건 그녀의 올곧은 정신 덕분일 터.
그렇기에 그녀는 악의와 유열을 어떻게 실현하는지 잘 알고 있다.
그녀가 상대했던 이들이 그러했기 때문에.
“너, 지금 투트랙을 동시에 진행하려는 것 같은데.”
“맞다. 무상으로 소원을 들어주는 것, 그리고 유열충보다 더 확실한 유열을 보여주는 것. 그 투 트랙을 달리려고 하는 거다.”
“그게 가능해?”
“가능하지. 다름 아닌 이곳이 한반도니까 가능한 일이고.”
유열충이 만일 자신의 디폴트를 무슨 산신령이나 그런 존재로 나타났다면 모를까, 전신에 털이 달린 원숭이손으로 나타났다면 이쪽이 더 유리하다.
“그저 남들이 파멸하는 걸 즐기는 유열이 아닌, 남들의 파멸을 보면서도 카타르시스를 많은 이들이 느끼게 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거지.”
“…그게 가능해?”
“물론. 전래동화 메타로 가면.”
나는 옆으로 손을 뻗었고, 그 옆에 있는 성지은은 이미 모든 준비를 마쳤다.
“산신령 메타.”
“…양 손에 금도끼랑 은도끼 든 거, 진짜야?”
“응.”
하얀 한복을 입고 머리에 흰 띠를 두른 성지은은 양손에 각각 금색 도끼와 은색 도끼를 들고 허공을 향해 휘둘렀다.
“금강산 지하에 있는 광맥에서 끌어모은 금이랑 은이야.”
“금과 은을 모은 걸 내가 도깨비방망이로 만들었다. 이것만 봐도 딱 느낌이 오잖아.”
“…실제로 그 모습으로 나갈지는 모르겠지만, 너희들이 무슨 악동같은 짓을 꾸미고 있는지는 알겠네.”
백설희는 어딘가 기대된다는 얼굴로 우리를 훑었다.
“언제 할 건데? 지금 바로?”
“가급적이면 바로 움직여야지. 악마가 한반도에 버젓이 돌아다니고 있는 걸 봤는데, 그걸 그냥 넘어갈 수는 없으니.”
나는 한 명의 타깃을 꺼내들었다.
“일단 이 녀석을 미끼로 쓸 거다.”
“이 녀석…잠깐, 밀라니오 아니야?”
“그래.”
백발이 된 채 임시로 금강산 해그늘 호텔의 객실에 감금된 스윗한남.
그를 이용해 우리는 유열충을 다시 낚을 것이다.
“잘 들어, 설희야. 과정이 어떠하든, 중요한 건 이거야.”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성지은이 금도끼 은도끼를 들었다.
“해피엔딩. 착한 사람은 복을 받고, 악한 사람은 벌을 받는다.”
잠시 뒤.
나는 셋과 계획을 짠 뒤, 히어로 협회에서 금강산으로 파견나온 요원과 접촉했다.
“임신 중에 바쁘네.”
“…아직 임신 초기라서.”
내 말을 받은 여인, 뇌제 김윤지는 가볍게 하얀 모자를 눌러쓰며 안쪽을 가리켰다.
“잘 오셨습니다. 애국명장. 마이스터 도지환을 모시게 되어 영광입니다.”
“내가 마이스터야?”
“여자마이스터. 사적인 자리라면 좀 더 적나라하게 표현을 할 수도 있겠지만….”
파지직.
뇌제가 바닥에 가볍게 마력을 일으켰다.
“저를 이곳으로 불렀다는 건, 제가 결사의 움직임을 무마할 수 있도록 협조하라는 겁니까?”
“그래. 판데모니엄의 악마가 나타났거든.”
“…….”
뇌제는 진지해진 얼굴로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