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n Academy Award-winning Villain RAW novel - Chapter (638)
아카데미 훈수빌런이 되다-639화(627/668)
“히어로 협회에서 괜히 지원을 나왔다가 악마에게 홀리게 될 수 있으니, 통제할 수 있는 인원을 이용해 악마를 쓰러뜨린다. 어떤 목적인지 알겠습니다.”
“잘 알아줘서 다행이군.”
뇌제의 말대로, 내가 뇌제를 금강산으로 부른 이유-대외적으로는 뇌제가 히어로 협회장에게 자신이 금강산에 가겠다라고 말하게 한 이유가 거기에 있다.
“기껏 악마 다 잡았는데, 히어로 협회의 히어로가 오지랖 부리는 바람에 악마를 놓치거나 하면 답답하잖아.”
“소위 말하는 트롤러를 방지하기 위함이군요.”
“그래.”
히어로라도 고구마 트롤러는 사양이다.
“뇌제. 내가 밀라니오를 설득하는 동안, 악마에 관한 자료를 한 번 훑어보도록.”
“알겠습니다. 그, 그런데 도지환 님.”
충실히 임무를 수행 중이던 뇌제가, 아니 김윤지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세린 선배님은 혹시 이번에 없습니까?”
“응. 지금 잠깐 아메리카에 있다.”
“…….”
김윤지는 우울해진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
“아쉽군요. 선배님이 계셨으면….”
“뭐. 둘이서 같이 한 번 하자고 넌지시 제안이라도 해보려고?”
“읏…!”
김윤지는 얼굴을 붉히며 내게서 물러났다.
“제, 제가 무슨 설희 선배님처럼 막 그런 사람인 줄 아십니까?”
“하지만 아메리카에서 대한민국에 넘어와서 한국 정부와 거래를 통해 애국명장과 하룻밤을 지낼 ‘화이트 라이더’가 애국 어시스턴트로 너를 선택하면 바로 오케이 할 거 아니야.”
“그거야 선배님이 저를 부사수로 지목하셨으니 당연히 해야 하는 거죠.”
애국에 무슨 사수와 부사수 이야기를 하냐 싶겠냐만, 어렸을 때부터 함께 해온 두 사람이다.
“기대해. 둘이 같이 서로 손 잡게 해줄 테니까.”
찰싹.
나는 가볍게 김윤지의 엉덩이를 손으로 때렸다.
김윤지는 화들짝 놀라며 내게서 거리를 벌렸으나, 곧 주변을 빠르게 훑으며 눈을 샐쭉였다.
“…세린 선배님 하시는 자리에 저 안 부르면 안 됩니다.”
“물론.”
삐빅.
김윤지가 호텔 방문에 자신의 태극워치를 뻗어 전자도어락을 해제했다.
나는 누구도 대동하지 않은 채 방 안으로 들어갔고, 침대에 앉은 채 TV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한 남자와 만났다.
“당신은…?”
“나는 대한민국의 애국명장, 도지환.”
“…….”
도깨비로 온 게 아니다.
선비탈로 온 것도 아니다.
첫 소개를 애국명장 도지환이라고 말했기에, 지금 이 남자-밀라니오는 나를 대놓고 경계하는 모습을 보였다.
“나, 나를 찾아온 이유가 뭐지?”
“그야-”
“설마 내 아내를 상대로 그렇고 그런 짓을 하려는 건 아니겠지?!”
내가 뭔가 말을 하려고 하기도 전에, 밀라니오는 혼자 오해하고 내게 달려들었다.
“각성시켜주겠다는 핑계로 내 아내를 따ㅁㅡ”
“진정해라.”
나는 달려드는 밀라니오의 손을 피해 그의 멱살을 움켜쥔 다음, 소파에 패대기쳤다.
쿠ㅡ웅!
“…….”
아무리 젠로스를 했다고는 하지만 전 A급 이능력자.
그런 자신이 내게 깔끔하게 업어치기를 당했다는 것에 어안이 벙벙한가보다.
혹은.
“마, 마력…?”
“젠로스를 했어도 최소한으로는 느껴지는 건가. 하긴. 악마가 한 번 되었다고 하기는 하지만, 노력에 따라서는 최소한 F급 정도는 될 테니.”
“어, 어…?”
나는 밀라니오의 맞은 편에 앉은 다음, 다리를 꼬며 마력으로 무언가를 만들어냈다.
“쉿.”
“!!”
만들어낸 가면은 악마 스윗한남에게 목청을 건네주었던 그 가면.
“다, 당신은….”
“애국명장이라는 명목으로 다양하게 활동하고 있지.”
“과, 과연…. 스노우화이트가 강해진 것도, 다른 S급 히어로들이 임신한 것도…. 전부 당신이….”
“그러하다.”
혼자 멋대로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이에게는 이런 방식이 가장 효율적이다.
적당히 떡밥을 던지면 자기가 다 알아서 설정을 짜맞추니까.
“제안을 하지. 네 아내를 S급으로 만들어주고, 너를 악마로 만들었던 귀신에게 복수를 하는 대신, 너를 이용하려고 한 판데모니엄의 악마…’유열충’을 제거하려고 한다.”
“!!”
“순순히 협조를 해줬으면 좋겠는데. 안전한 월드컵 진행과 이 땅의 평화를 위해.”
“…….”
밀라니오는 주먹을 꽉 움켜쥐며, 굳게 고개를 끄덕였다.
“모든 힘을 잃은 나라도, 세계 평화를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다. 뭘 하면 되는 거지…?”
“그 전에.”
나는 그에게 동그란 구슬 두 개와 길쭉한 막대 하나를 내밀었다.
“너는 아내를 믿나?”
“다, 당연하지.”
“그럼.”
질문.
“젠로스한 너를 이전처럼 평생 사랑할 거라고. 너를 버리고 다른 남자와 불륜하지 않을 거라고 확신하는가?”
“무, 물론…! 나는 아내를 믿는다…! …하지만. 만일 아내가 나를 버리고 다른 남자를 선택한다면…. 그건 어쩔 수 없는….”
답이 나왔다.
“미스터 카르보나라.”
“뭐? 나는 밀라니오….”
“너를 퐁퐁하지 않게 만들어주지.”
“그, 그게 무슨….”
“만들어주겠다. 너를.”
A급 이능력자에서.
“S급 기둥서방으로.”
도지환처럼.
“네가 직접 네 아내를 S급으로 만드는 거다.”
세상 모두가 애국명장을 원한다.
남자도, 여자도.
하지만 그렇게 모두가 애국명장을 원하게 된다면, 언젠가 나는 원하지도 않는 여자와 관계를 맺어야 할지도 모른다.
-도지환은 지금 뭐 하냐!
-아메리카에서 S급 히어로가 한 명 들어왔고, 그녀가 도지환과 접촉하기를 희망한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소문? 이미 한 침대에 누웠을걸?! 그런 정보가 들어올 때는 이미 쿵짝짝 다 맞추고 난 뒤라는 거야!! 그래서 그게 누군데!!
현재, 애국명장은 대외적으로 ‘블랙 라이더’ 성지은을 대상으로 각성 준비 과정에 있다고 알려져 있다.
…알려져야 할 것이다.
만일 알려지지 않았다면, 호텔 종업원들이 손님의 개인정보를 유출하지 않는 직업정신이 투철해서 언급되지 않는다면,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금강산 여행 사진을 SNS에 업로드하는 수밖에 없다.
백설희와 블랙 라이더가 사이좋게 찍은 사진.
그리고 그들의 목걸이 쪽에 비친 나.
-이건 셀카가 아니다! 사진을 찍은 사람은 도지환이다!
-백설희랑 도지환이랑 블랙 라이더…성지은이라는 히어로가 같이 있다고? 애국각이다, 애국각!
-여윽시 애국명장. 각성기는 하나지만 손은 두 개.
두 명의 이능력자가 금강산에서 젠로스 되고 나서야, 나는 현재 사람들에게 간신히 ‘성지은을 각성시키고 있는 중’이라고 알리고 있다.
지금은 성지은의 차례.
월드컵 이전에 나를 향한 러브콜은 성지은이 차지했고, 이미 그 뒷 차례는 다른 S급 히어로들이 대기 중이다.
화이트 라이더라거나, 블루 라이더라거나.
그렇게 애국명장의 시간을 가질 이들이 연이어 줄을 서고 있지만, 그 뒤는?
이미 각성한 사람을 또 각성시킨다?
아니면 무슨 돌림판을 만들듯 돌아가면서 도지환의 시간을 가진다?
그러면 다른 나라에서 화를 내기 시작할 것이다.
우리도 우리 S급 이능력자를 애국명장과 하룻밤 보내는 것으로 각성시키고 싶다고, 아메리카가 제시한 것 이상의 자원을 줄 테니 제발 애국하자고 할 것이다.
막말로 저기 중동에서 석유 왕자가 2조 원 규모의 석유를 줄 테니, 본인들의 S급 이능력자와 하룻밤 관계를 통해 각성시켜달라고 한다면?
-야, 애국명장이면 솔직히 석유 2조에 하룻밤 정도 써도 되는 거 아니냐?
라고 사람들이 말할 것이다.
피로도는 내게 집중될 것이고, 나는 원하지도 않게 몸을 써야만 하겠지.
그건 사양이다.
애초에 각성이라는 건 오로지 나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모종의 편법’을 각성처럼 꾸몄을 뿐이다.
그러므로.
“너 또한 애국명장이 되는 거다. 이탈리아반도의 스윗한남, 유럽 도지환.”
나 말고, 다른 사람에게 애국명장의 자리를 넘겨준다.
“방법은 간단하다. 너는 너와 네 아내와 평소처럼 하면 된다. 네 아내는 S급으로 각성할 것이다.”
“하, 하지만….”
밀라니오는 뭔가를 꺼리는 눈치를 보였다.
“제 아내가 S급이 된다면,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할 거 아닙니까. 당신이 제 아내를….”
“그런 일이 없도록, 대외적으로 이야기해야지. 그리고 그런 오해가 생기지 않도록, 앞으로도 네가 다른 여자들을 각성시켜야 할 거고.”
“그, 그게 무슨!”
“혼자서 또 급발진하지 말고, 천천히 이야기를 들어.”
나는 도깨비방망이를 꺼낸 다음, 밀라니오의 어깨를 방망이로 눌렀다.
“네가 아내랑만 하든 말든, 그건 네가 앞으로 하기 나름이다. 아내를 설득해서 다른 여자들을 진짜로 각성시키든 말든, 그건 네 자유다.”
“…….”
“이능력을 잃었지만, 몸 쓰는 방법까지 잃어버린 건 아니지. 마력이 다 빠져나갔어도 몸은 A급 시절 그대로고, 앞으로 관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
나는 젠로스 한 이능력자들의 사진을 꺼냈다.
“최초의 젠로스로부터 대충 6개월. 이들 대부분은 체형을 유지하고 있지만, 젠로스 했다는 것에 삶의 의지를 잃고 스트레스성 폭식을 하며 이렇게 쪄버린 자도 있지.”
“이게…찐 겁니까?”
남자였다.
근육질일 것 같은 남자는 근돼가 되었다.
“이러다가 저기 아메리카 TV에서 소파에 나오는 햄휴먼이 될 수도 있겠지만, 젠로스 한 사람이라도 몸 관리를 꾸준히 하면 육신은 유지할 수 있다.”
“그럼 그 육신으로….”
“네 아내를 ‘만족’시키는 거지. 케이블카에서 했던 것처럼.”
“…….”
밀라니오가 고개를 푹 숙인다.
“걱정되는 거지? 아내가 너를 버릴까 봐. 젠로스 한 너를 버리고 다른 남자를 선택할까 봐.”
“그, 그건….”
“쓸모 없어진 너 말고 다른 남자랑 좋은 관계가 되면 사랑을 빌어주겠다고 말은 하지만, 혼자서 끙끙 앓을 거라는 걸 나는 이미 알고 있다.”
한국 가요의 가사 대부분이 그러한 것처럼.
“내가 너희 부부 관계를 유지시켜주마. AA 부부가 아니라, S급 이능력자와 S급 애국명장으로 다시 태어나게 해주마. 내가, 그리고 나의 뒤에 있는 조직이 그렇게 해주마.”
슬슬, 설득에 화룡점정을 찍을 때.
“나는 사실, 결사의 도깨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