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n Academy Award-winning Villain RAW novel - Chapter (640)
아카데미 훈수빌런이 되다-641화(629/668)
그러기 위해서는, 각성기가 필요하다.
“아무래도 이탈리안 스타일의 각성기가 새롭게 필요하겠어.”
“진짜로 해주려고?”
“결사의 입장에서 말하자면, 이걸로 이탈리아의 최강 S급 한 명과 그로부터 파생될 여러 이능력자를 우리 편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효과적이니까.”
비단 유열의 악마를 이끌어내기 위한 수단만을 이야기하는 건 아니다.
[그, 그런데 자기야. 있잖아, 그러면 아이는 어떻게 해?] [응?] [젠로스 된 사람들, 아이까지 낳을 수 없는 몸이 되어버린 거 아니야? 우리 제노비아랑 베르네치아는….]“도시 아니야?”
“손자 손녀 이명이겠지.”
“큰일이네.”
백설희는 심각한 얼굴로 태극워치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손자손녀 이명까지 생각할 정도로 아이를 낳고자 하는 욕구가 강한 여자인데, 남편이 이능력도 정력도 전부 젠로스 했다는 걸 안 이상….”
“아, 그거라면 괜찮다. 이탈리아인이라서.”
정확히는 외국인, 그중 아메리카나 유럽과 같은 이전 선진국 출신의 이능력자라서.
“한국의 S급 히어로 백설희 씨는 모를 수 있지. 음. 그건 각국의 어두운 이면 중 하나니까.”
“…또 뭔데.”
“들으면 되게 혐오스러워질 수도 있는데, 괜찮겠어?”
“이야기하려고 지금 화제 꺼낸 거 아냐? 괜찮아. 듣고 악마 될 일 없으니까, 그냥 얘기해줘.”
악마는 안 되겠지만, 그런 생각을 한 이들을 향해서는 악마와도 같이 벌을 내리지 않을까 싶다.
“아무래도 유교 문화가 깔려있던 동양과 달리, 서양은 성적으로 조금 더 개방된 문화잖아?”
“그래서?”
“한국은 그런 걸 못 했지만, 외국에는 그런 경우가 있어. 빙결계 이능력자를 활용해서 유전자를 보호하는 거.”
“……그거, 정말, 내가 지금 생각하는 그런 게 아니었으면 좋겠는데.”
아무래도 백설희는 그동안 내가 이야기해준 것 덕분에, 짐작이 간 모양이다.
“혹시 막 정자랑 난자 이능력을 이용해서 냉동 보관한 걸 다시 꺼내면 된다, 뭐 그런 이야기를 하는 건 아니지?”
“…….”
“저기, 지환 씨? 왜 대답이 없어? 사실이야? 진짜야? 내가 지금 말하면서도 역겨워서 차마 이게 맞나 싶을 정도로 하는 말이 진짜라고?”
“동양과 서양의 차이지.”
[마피아들 족쳐서 당신 아기씨를 되찾아와야겠어! 어떻게 하면 돼? 각성, 나 반드시 할래…!]“이탈리아도 일단 반도 국가긴 해.”
이곳에 해그늘이 있었다면, 그곳에는 마피아가 있다.
“젠로스 한 사람도 임신은 할 수 있어. 젠로스 하기 전에 미리 빼두고 얼려둔 게 있다면 말이지.”
“빙결계 이능력자를 굳이 언급했다면…이능력으로 얼려야만 가능한 이야기라는 말씀이십니까?”
“그래.”
이능력자의 것이기에, 마력으로 감싸 안아야 하는 것이다.
“그걸 빼내는 의도는 불순하기는 하지만, 오직 건전한 목적으로만 사용한다면 괜찮기는 하지. 냉동하는 것 때문에 신선도가 떨어진다거나 하는 문제가 있을 수도 있기는 하지만….”
백업이라는 점에서, 그 부분은 어쩔 수 없다.
“그럼, 슬슬 도안 짜라고 해볼까.”
“도안?”
“응. 도지환과는 다른, 밀라니오 만의 문장.”
나는 전문가에게 연락을 넣었다.
“이탈리아 남자가 각성시켜줬다고, 도지환과는 다르다고 분명히 선을 그어야지.”
그리고 온 답은.
[흑인이면 스페이드 문장 박으면 되는데, 혹시 흑인이에요?]“…….”
전문가의 식견이 가득한 답변이었다.
“뭐…. 일단 저쪽도 다 정리된 것 같으니까, 슬슬 낚시를 시작해볼까.”
“어떻게 하려고요?”
“당사자들에게 모든 걸 알려준 뒤, 지옥도를 펼쳐줘야지.”
실제로는 순애가 가득하지만.
“유열충을 낚으려면, 이 방법이 최고거든.”
대외적으로는, 아주 끔찍한 지옥이 펼쳐지리라.
[알립니다. 어제 오후, 금강산 일대에서 이탈리아의 히어로 ‘밀라니오’가 습격당해 젠로스 되었습니다.]TV 속.
심각한 표정으로, 아나운서가 대본을 읽는다.
[밀라니오를 습격한 자는 활빈당의 S급 빌런 ‘귀신’으로, 귀신은 밀라니오의 아내 ‘파이렌체’를 빼앗으려고 밀라니오를 습격했다고 합니다.]“거짓말.”
백발적안의 소녀는 단호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도깨비가 사람들을 속이려고 하는구나. 이게 바로 그 언론 플레이…?”
[부상을 입은 파이렌체는 간신히 도주하여 협회에 지원을 요청했으나, 그 사이 밀라니오와 귀신이 격돌. 밀라니오는 S급으로 일시 각성했다고 하지만, 귀신과의 싸움에서 동귀어진으로 둘 다 젠로스하는 사태가….]“하.”
소녀는, 유열충은 아나운서의 말에 헛웃음을 흘렸다.
“아주 밀라니오가 좋아할 법한 방식대로 다 들어주는구나?”
유열충은 입꼬리를 비틀며, 손에 들고 있는 도깨비의 사진을 구겨버렸다.
“안 돼. 저런 식으로 다 들어주면 안 돼. 호의가 계속되면, 그게 권리인 줄 안다고…. 자기 권리를….”
[이어지는 뉴스입니다. 현재 금강산에 있는 애국명장 도지환 씨가 이탈리아의 히어로, ‘파이렌체’ 양과 둘이 함께 있는 사진이….]“아앗!!”
유열충은 놀란 얼굴로 몸을 일으켰다.
“아아, 그렇구나…! 도깨비 이 녀석, 젠로스한 이유가 있었어!”
“본인이 파이렌체를 잡아먹으려고!”
NTR 지옥이 도래했다.
“아아, 이거 정말 괜찮은 걸까요?”
“뭐가.”
내 앞에 앉은 금발벽안의 여우상 여인은 한복 렌탈을 한 외국인 관광객처럼 한복을 입은 채, 머리를 말아 올리고 비녀를 꽂고는 잔뜩 걱정하는 얼굴로 주변을 가리켰다.
“이렇게 저랑 단둘이 있는 거, 사람들이 보면 오해하지 않을까요? 언론에 나간 것보다 더?”
“오해하라고 작정하고 지금 하는 건데?”
나는 파이렌체와 둘이서 금강산 호텔의 카페테리아에 앉았다.
다른 테이블에는 나와 파이렌체를 경호하기 위한 히어로 협회의 사람-변장한 뇌제-가 있기는 하지만, 소식을 듣고 달려온 일반인이나 언론인도 제법 있었다.
“괜찮아. 어차피 지금 당신과 나의 말은 밖에 잘 들리지 않아. 마력결계 덕분에 소리는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않고, 독순술을 하려고 해도 소용없거든.”
나는 머그컵에 든 홍차를 가볍게 홀짝이며, 목을 가다듬었다.
“내가 도깨비다ㅡㅡㅡㅡㅡ!!”
자세는 가만히 있는 상태로 우렁차게 터뜨린 사자후.
호텔이 떠나갈 정도로 크게 소리를 질렀지만, 그 누구 하나 화들짝 놀라지 않았다.
결계 안으로 마이크를 연결한 뇌제 빼고.
“어때?”
“…정말이군요. 굉장합니다. 도깨비의 얼굴을 이렇게 실물로 보게 될 거라고는.”
“결사에 협력하기로 했으니까 그런 거지.”
파이렌체도 밀라니오도 결사의 협력자가 되기로 했다.
그래서 그녀는 지금 절찬리에 사람들이 오해가 생기도록 하는 걸 감당하기로 했고, 때문에 나와 이렇게 둘이서 차를 마시고 있다.
“잠깐이라도 불륜하게 된 것, 사과하지.”
“아닙니다. 제 남편을 악마에서 인간으로 되돌려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인걸요. 그리고….”
파이렌체는 이를 악물며, 자신의 앞에 놓인 탄산수 컵을 잡고 부들부들 떨었다.
“저도 잘못을 한 것도 반성해야 하고, 또 저희를 위해서 귀신 그자를 병신으로 만들어주셨으니까요.”
“음.”
언론 플레이.
해그늘이 주로 하는 짓이기는 하지만, 우리 결사도 해그늘 못지않게 잘하는 행동이다.
내로남불이라는 말이 있기는 하지만, 우리가 하는 언론 플레이는 정의로운 선동과 날조다.
활빈당의 귀신이 밀라니오로부터 파이렌체(의 벌꿀)를 빼앗으려고 했다.
밀라니오가 S급 (악마 꿀빨러)으로 각성하여 귀신과 맞서 싸웠고, 둘 다 (지나가던 도깨비에 의해) 젠로스 하여 마력을 상실했다.
우리는 단지 진실을 아주 살짝 은폐했을 뿐.
결과적으로는 얌전히 월드컵 준비 전에 금강산 관광-혹은 금강산의 정기를 받아 더 강해지고 싶었던 A급 부부를 힘으로 NTR 하려는 ‘한량’ 귀신의 습격 사건으로 귀결되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정확한 내막을 모르는 사람들의 오해로 빚어진 결과다.
진실은 저 너머에.
다른 일이라면 모를까, 유열충 악마를 잡기 위해서라면 어떠한 방법이든 동원할 수 있다.
설령 진실과 조금 차이가 나더라도.
“물론 저도 남편이 젠로스 되었다고 바로 다른 남자에게 몸을 허락하는 그런 여자가 된 감이 없잖아 있기는 하지만….”
그 과정에서 열녀비를 세워야 할 것 같은 여인을 상대로 ‘도지환과의 뜨거운 하룻밤으로 각성한 불륜 S급’이라는 꼬리표를 달게 되었지만….
“괜찮습니다. 상대가 도깨비라면. 밀라니오를 구해주신 생명의 은인이고, 더군다나 밀라니오에게 의수도 달아주신걸요. 아, 의수라고 하기에는 조금 그런가…?”
“보통 한국에서는 세 번째 다리라고 표현하니, 의족이라고 하지.”
“아…. 후후, 그냥 ‘각성기’라고 하죠. 명장께서 말씀하신 대로.”
밀라니오, 각성기 장착.
“효과는 어땠나?”
“끝내줬어요. 정신이 울릉도로 날아가 버릴 만큼.”
그리고 밀라니오는 파이렌체에게 비록 마력은 젠로스 했지만 A급 시절의 테크닉은 여전히 살아있음을 증명했다.
“좋았나 보군.”
“네. 원래 그이보다 더 커진 것도…. 호호, 정말로 감사하고 있답니다.”
“커졌다기보다는, 하는 과정에서 맞춤형으로 조정되는 거지.”
“어머, 그런 거였어요…? 줄어드는 느낌은 전혀 없었는데?”
“그런 취향을 좋아하시나 보군. 역시 서양인. 아주 제대로 만족하신 모양이야.”
“우흐흥….”
덕분에 나는 손 하나 건드리지 않고 아주 반들반들한 피부를 가지게 된 파이렌체와 이렇게 나란히 앉을 수 있었다.
“아이 문제는 걱정하지 마라. 지금 전문가가 이탈리아에 파견을 나갔으니. 지금쯤 마피아들 아지트에 홍수를 일으키면서 열심히 네 남편 냉동 아기씨 찾고 다닐 테니.”
“…없어졌어도 괜찮아요.”
“아니, 괜찮지 않아. 미래의 가능성은 중요한 문제라고?”
이미 젠로스 해버린 밀라니오는 그렇다 치더라도.
파이렌체가 ‘임신하지 않겠다’라고 생각해버리는 건 큰 문제다.
“너, 그렇게 벌써 그런 마음을 먹으면 갑자기 자다가 일어났을 때 젠로스 해버릴 수 있다.”
“네?”
“그냥 이론적인 부분이긴 한데….”
원작적인 부분이기도 하며, 미래의 이야기.
“비혼에 노키즈 선언을 한 여자 이능력자일 경우, 어느 날 갑자기 젠로스해도 이상하지 않다는 거지.”
“…그게 가능한 일인가요?”
“아마도. 육체는 정신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고, 진심으로 아이 낳기를 포기한다면 미래의 가능성이 끊기게 되는 거니까.”
스스로 가능성을 닫는다면, 당연히 마력은 가능성이 없는 곳에 더 이상 머무르지 않는다.
원작에서 그랬다.
“다른 남자의 아이를 낳는다는 선택지는 없지?”
“물론이죠. 아무리 명장이라고 해도…저는 제 남편이 아닌 다른 남자의 아이를 낳을 생각이 없어요.”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지만, 파이렌체의 몸에는 이전보다 충만한 마나가 깃들어있다.
단순히 밀라니오의 각성기를 통해 주입된 마나 이상으로.
“괜찮아요. 그이의 아이를 낳지는 못하지만, 마음으로 낳으면 되는 거니까.”
파이렌체는 가슴에 손을 올리며, 은은한 미소를 지었다.
“그이랑 이야기했어요. 명장께 은혜를 입었으니, 명장께서 괜찮으시다면 이 나라의 아이를 입양하기로.”
“……!”
설마.
“이능력자가 아니라도 좋아요. 대외적으로는 알려지지 않은 말이지만, 한국에는 부모를 잃은 아이들이…제법 있다고 들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