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n Academy Award-winning Villain RAW novel - Chapter (651)
아카데미 훈수빌런이 되다-652화(640/668)
“뭘 어떻게 해. 내가 미쳤다고 남자들을 각성시켜주겠어?”
혹시나 하는 얼굴로 나를 바라보는 유미르를 향해, 나는 단호하게 거부의 의사를 내비쳤다.
“애국명장 도지환은 여자만을 상대로 각성시킬 수 있다고 말할 거야. 공식적으로.”
“공식적으로 말하려고 나서는 순간, 바로 너 납치당할 걸?”
“그러니까 네가 나를 좀 지켜줘야지.”
“백설희 눈을 돌리고, 양동작전으로 납치하려고 할 걸? 이미 저기 일본에서는 나랑 미팅까지 잡으려고 하는 걸?”
“젠장. 스스로 강해질 노력은 하지 않고.”
소원 들어주는 악마를 미리 처리해서 다행이다.
만일 저들이 강해지고 싶어서 남자를 상대로도 그렇고 그런 짓을 하겠다는, 대한민국 한복판에서 백설희의 품에 숨어있는 애국명장을 납치하겠다는 강렬한 바람을 가지고 있지 않은가.
-크흐흣, 소원을 들어주겠다. 꿈에서 마음껏 애국명장과의 하룻밤을 지내게 해주지.
-ANG!
“…꿈속에서라도 나는 별로 그러고 싶지 않다고.”
“남자들만요?”
“여자들도 마찬가지야.”
이제 얼마 남지 않았는데, 함부로 이 여자 저 여자한테 마구 꽂고 다닐 수는 없다.
“지금, 나 원기옥 모으고 있는 단계라고. 월드컵 끝나기 전까지는 함부로 안 해.”
“하긴. 저희들 상대로도 최소한으로만 하니까….”
나는 지금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
백설희나 유미르도 그걸 알고 있기에, 둘과 애국적 관계를 맺는다고 하더라도 딱 하나만을 제외하고 모든 걸 들어주고 있다.
“요람에 얼마나 많이 모았다가 터뜨리려고 하려는 건지. 선생님. 제가 만일 그 때가 된다면, 저도 똑같이 해주실 건가요?”‘
“당연하지. 백설희도 마찬가지고.”
그리고 이들이 그런 걸 받아들인 건, 본인들도 똑같이 해주겠다는 약속을 하고 난 뒤.
“출산 이후에 아주 그냥 제대로 해줄 테니까, 지금은 좀 참아줘. 알겠지?”
“뭐…그 정도야.”
“지금도 그거 말고는 다 해주고 있으니, 딱히 나쁠 것도 없고.”
둘은 큰 불만없이 납득을 했다.
이 둘처럼 모든 이들이 이렇게 욕망을 자제하면 좋으련만….
삐비비빅.
백설희의 태극워치가 울렸다.
나와 유미르는 잠시 소리를 죽였고, 백설희는 태극워치의 상대를 확인하고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하하, 백설희 양. 그, 염치없이 전화해서 미안하네. 그런데….]“지환 씨 지금 바로 옆에 있으니까, 직접 통화하실래요?”
[아. 그래주겠나?]익숙한 남자의 목소리.
[크흠. 도지환 명장.]문제는 몹시 어려운 부탁을 해야 할 것 같다는, 곤혹 가득한 목소리로 그는-대통령 태채진은 입을 열었다.
[제발 부탁인데, 어떻게 아무나 좀 만나주게.]“…….”
장유유서의 나라에서, 그것도 나랏님이라고 할 수 있는 대통령이라는 사람이 부탁을 한다.
[설령 천마라고 해도 좋으니까, 일단 좀 만나줬으면 하네. 한국인 A급 중에 아무나 S급으로 각성시켜도 좋고, 일본인이든 중국인이든 저기 유럽이나 아프리카, 아메리카 사람도 좋네. 제발 누군가와 ‘애국은 한다’라는 것만이라도 좀.]“그렇게 압박이 심합니까?”
[압박이 심한 정도가 아닐세. 각국의 핫라인이 얼마나 불타고 있는지, 전화선을 잠시 끊어놓았더니 월드컵 격려를 핑계로 한국에 전용기 띄우겠다고 하지를 않는가.]“…….”
처음에는 좋았겠지.
하지만 전 세계에서 가짜 A급을 진짜 S급으로 만들기 위해 안달이 난 나머지, 슬슬 선을 넘으려고 하고 있었다.
그것도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대통령님. 제 위치가 특정되면 곧장 S급들이 저희가 있는 곳을 습격할 겁니다. 그러면 우리 설희랑 아이가 놀라요.”
[알고 있네. 그러니 정부에서도 최대한 협조를 할 것이야. 그대와의 만남은 극비에 이루어질 것이며, 그 누구도 그대를 귀찮게 하는 일이 없을 걸세.]“…….”
[믿을 수 있는 직원들만 추려서 협회에서도 파견을 나갈 걸세. 해그늘과 약간이라도 관련이 있었다거나, 해외와 연줄이 있다거나 하는 자는 모조리 걸렀다네. 그냥 만나서 이야기라도 해도 좋으니, 시늉만이라도 해주지 않겠나?]“음….”
대통령이 이렇게까지 곤혹스러워할 정도로, 지금 전 세계는 애국명장을 찾고 있다.
“알겠습니다. 하지만 그 대상은 제가 정하고 싶습니다. 명단 정리해서 보내주시면, 제가 ‘초이스’ 하겠습니다.”
[고맙네! 하하, 한 시름 덜어서 다행이야. 진심으로…. 하하하…. 그럼, 좋은 시간 보내시게.]전화가 끊어졌다.
마지막에 대통령은 몹시 안도하는 목소리로 전화를 끊었지만, 그도 우리도 마음을 100% 내려놓기에는 문제가 많았다.
“어떻게 하려고? 다 들어주게?”
“그냥 다 들어줄 수는 없지. 일단 남자는 전부 다 제외. 공식 기자회견을 열어서 이야기라도 할까 해. 나는 남자를 상대로 각성시키는 재능은 없다고.”
“그럼 ‘악!! 해보지 않으면 모르는 일이다! 아쎄이!’라고 하지 않을까요? 저기 태국에 파견나간 해병 아저씨가 인터뷰에서 막 그러던데.”
“그 놈은…. 하아, 아니다. 하여튼 인터뷰로 분명히 말할 거야. 나는 여자 전문이라고. 남자놈들이 각성하고 싶으면, 각성기를 보유한 여자를 찾으라고.”
“어우….”
유미르와 백설희가 잠시 떫은 표정을 지었으나, 나는 진심으로 한 소리다.
“요철이라는 게 맞물려야 요철이지, 어딜 감히.”
차라리 내가 ‘나를 상대로 음란한 생각을 하는 하드게이 처단의 악마’가 되어버리고 말지, 나는 죽어도 그런 짓을 할 생각은 없다.
“내가 여자들 상대로 난봉꾼이라는 오명을 뒤집어 쓰는 한이 있더라도, 나는 여자 전문이라는 걸 만천하에 알리고 말겠어.”
“이미 난봉꾼 아니에요?”
“난봉꾼 아니야. 그저, 효율을 추구하는 사람이라고 말해줬으면 좋겠는데.”
나는 결사워치를 두드렸다.
“일단 결사 협력자인 S급들부터 다 불러볼까. 음…17명?”
나데시코라거나. 전국흥도왕이라거나.
“다 들어오라고 해. 하룻밤 만에 싹 다 각성시켜줄 테니까.”
17명을 상대로 하룻밤 만에 각성의 문장 다 달게 하면, 적어도 나흘 정도는 쉬겠다는 명목으로 러브콜을 무시할 수 있겠지.
“이럴 때 체면 세워주려고 결사랑 손 잡은 거니까.”
일본의 S급 히어로, 나데시코는 비밀리에 연락을 받고 홀로 어딘가로 향했다.
자신의 위치정보가 드러나는 재팬워치마저 벗고, 일거수일투족을 관리하기 위해 따라붙은 호위의 눈마저 돌리고 몰래 ‘목적지’로 향했다.
그녀에게 전해진 수수께끼는 단 하나.
-포항사람들이 웃을 때는 어떻게 웃을까?
-제주도 가게 사장님들이 싫은 손님이 올 때 하는 말은?
무슨 고전 유모아를 모아둔 것 같은 곳에서 나올 법한 우스갯소리였지만, 나데시코는 이것이 ‘그들’의 접선 방식이라는 걸 금방 알아차렸다.
“포항항에 혼자 오라.”
차마 그 설명을 나데시코 본인 스스로도 하고 싶지 않았기에, 나데시코는 차마 뒷말을 아꼈다.
어찌됐든, ‘포항항에 혼자 오라’는 미션이 떨어졌다.
월드컵 개막식을 이틀 앞두고 갑자기 포항항으로 오라고 하는 이유는 도통 모르겠지만, 갑자기 납치해서 뭔가 굉장히 엄청난 일을 기획하고 있다거나 하는 건 아닐 것이다.
그리고.
“…….”
“오랜만이네, 당신.”
그런 걱정 반 기대 반으로 포항항에 도착한 건 자신만이 아니었다.
“당신은….”
“쩌는 여자.”
“…그 대단하신 전국흥도왕께서 여기에는 무슨 일로?”
“조용히 해, 멍청아.”
나데시코를 향해 대놓고 면박을 하는 검은 후드에 선글라스, 마스크까지 쓴 여인-전국흥도왕은 검지를 입술에 붙이며 이를 갈았다.
“누가 들으면 어쩌려고 그래?”
“너는 잘 모르겠지만, 지금 여기에 우리 목소리 들은 여자들 전부 같은 입장인 것 같거든?”
“뭐?”
“봐봐.”
나데시코가 주변을 가리켰다.
그러자 전국흥도왕과 비슷한 차림으로 정체를 숨긴 여자들이 하나둘 나데시코와 전국흥도왕에게 가까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쪽은?”
“아르크의 성녀, [잔느].”
“아테네의 수호자, [미네르바]. 그리고 얘는….”
“[아탈란테].”
이름만 들어도 각국을 대표하는 그런 여인들이 하나둘 ‘이명’이라는 ‘본색’을 드러냈다.
“[나데시코]예요. 이쪽은 응우옌 씨.”
“[전국흥도왕]이다. 야마모토는 함부로 남의 성을 말하지 말도록. 히어로에게는 히어로 네임만으로 충분하니.”
실제 이름보다는 히어로로서의 이름이 더 자신을 잘 드러내는 만큼, 이곳에서는 이명이 더 중요했다.
“그, 혹시 여러분도 ‘포항항’에 ‘혼저옵서예’라는 수수께끼를 풀고 오신 건가요?”
“당신은?”
“아, 저는 [케찰코아틀]이라고 해요! 만나서 반가워요.”
그리고 이들의 공통점은 지령을 받고 모였다는 것.
“다들…컴퍼니 후원을 받고 계신 분들이죠?”
“그런 셈이지. ‘이매망량’이라는 이름에 다들 걸맞는 사람들이기는 하네.”
나데시코는 한 자리에 모인 이들을 훑으며 피식 웃었다.
“전부 과거의 존재를 뒤집어 쓰고 있는 사람들이니. 아니면 신화나 설화 속 존재들이라거나.”
야마토 나데시코를 시작으로 하여, 이곳에 모인 이들은 전부 이명을 신화나 설화 속 존재들의 이름을 그대로 히어로 네임으로 받은 이들이었다.
우연이겠지.
왜냐하면 이들이 한 자리에 모인 이유는 이명이 특이해서가 아니라, 저마다 어느 조직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어서 그런 거니까.
스르르.
포항항에 검은색으로 칠해진 요트 하나가 정박했다.
엄숙하고 조용한, 100명 정도 태울 수 있을 것 같은 검은 요트는 저기 헐리우드의 유명 배우가 여러 여인들을 태우고 파티를 즐길 것 같은 그런 요트였다.
타ㅡ앗.
“모두, 안녕하십니까.”
“당신은….”
“긴 말은 필요 없겠죠. 다들, 요트에 타시길.”
검은 캡모자를 눌러쓴 여인의 눈에 청록빛의 전격이 반짝이자, 곧 포항항에 모여있던 이들은 한 명도 빠짐없이 요트에 올랐다.
“아래로 내려가시면 됩니다.”
여인의 인도를 따라 요트의 아래로 내려가자, 그곳은 마치 한국 영화 속 궁궐의 내부를 연상케하는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파ㅡ앗.
천장에 달린 조명이 반짝이자, 곧 요트 안 쪽에 다리를 꼬고 앉은 검은 곤룡포의 남자가 손깍지를 낀 채 느긋하게 앉아있었다.
“조선의 궁궐에 온 걸 환영하오, 낯 선 이여. 나는 조선의 애국명장, 도지환이오.”
“…….”
나데시코는 검은 곤룡포를 입고 있는 남자를 보며 헛웃음을 흘렸다.
동시에 아차싶은 얼굴로 주변을 훑었다.
“애국명장…?”
“도지환이 왜 여기에…? 아, 아니. 하고 싶다고 이야기는 했는데, 여기에서 갑자기…?”
“뭐야. 월드컵 전에 우리끼리 서로 대결하라는 거야? 잠깐, 여기 부른 건….”
다른 이들은 모른다.
자신은 알고 있는 것을 이 단순한 ‘결사의 협력자’들은 모른다.
“당신.”
나데시코는 본인도 혼란스러웠지만, 앞으로 있을 더 큰 혼란을 잠재우기 위해 직접 일행의 대표와도 같이 앞으로 나섰다.
“지금 뭐하자는 거야? 애국명장으로 부른 거야, 아니면-”
“당연히, 도밍아웃을 위해서 부른 거지.”
휘이잉.
[반갑다. 나다.]“허억!!”
도지환은 아무 것도 없는 손에서 무언가를 만들어내고는 그걸 얼굴에 눌러썼다.
그것은 이들에게는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가면, ‘도깨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