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n Academy Award-winning Villain RAW novel - Chapter (653)
아카데미 훈수빌런이 되다-654화(642/668)
“…….”
“아이디어를 가졌다고 해서 그걸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야. 직접 해보면 엄청 어렵다는 걸 알 수 있을걸?”
협력자들이 서로 눈치를 보며 몸을 일으켰다.
아무래도 다들 S급인 만큼, 다들 이능력을 하나 배운 이상 직접 해보고 싶은 의도가 강하리라.
“이미지를 가장 쉽게 떠올리기 위한 시청각 자료다.”
나는 세미나실에 있는 스크린에 영상을 재생했다.
누군가는 손을 X자로 교차하며, 카메라 화면이 바뀌자마자 바로 자신만의 코스튬으로 변한다거나.
누군가는 전신을 먼저 무지갯빛으로 두른 다음 그 위에 코스튬을 만들어낸다거나.
또 누군가는 주변에 소용돌이를 일으키거나, 혹은 마치 진화의 고치와도 같은 구체 보호막을 만든 다음 내부에서 변신을 마치고 나온다거나.
“우와, 태어나기도 전의 자료를….”
“이런 게 다 도움이 되는 거라고.”
나 같은 경우에는 의복의 아래에서 마력을 빠르게 방출하며 코스튬으로 만들어내는 ‘캐스트 오프’ 형이지만, 협력자들 모두에게 캐스트 오프 하라고는 할 수 없는 노릇 아닌가.
“도깨비님은 어떤 식으로 변신하시죠?”
“영업 비밀인데, 나 같은 경우에는 변신이 풀리고 나면 옷이 전부 찢어진 상태가 된다.”
“앗.”
“함부로 따라 하지 않는 게 좋아. 마나를 전부 소진하거나 젠로스 되었을 때, 부위 파괴 된 거나 마찬가지인 상태가 되고 싶지 않다면.”
“알겠습니다….”
옷이 전부 찢어져 알몸이 된다고는 말하지 않았다.
“그럼, 본격적인 OT 전에 한 30분 정도는…굳이 기다릴 필요가 없겠군.”
잠깐 목을 축이는 사이, 이미 모든 협력자가 자신만의 코스튬을 만들어냈다.
그냥 전신 스타킹을 입고 있는 사람도 있고, 아예 본인의 코스튬과 비슷한 옷을 입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나데시코처럼 자국의 전통 옷-기모노를 입은 경우도 있었지만, 그 디자인이나 색은 상당히 단순한 상태.
“월드컵 전에 각자 방에서 연습하면 될 거다. 그럼, 다음 안건으로 넘어가도록 하지.”
딱.
손가락을 튕기자, 바로 뇌제가 다시 처음 상태로 돌아갔다.
“여기 보이나?”
나는 뇌제의 매끈한 복부에 손을 올렸다.
몇몇 협력자들이 얼굴을 붉혔으나, 뇌제는 숙련된 조교답게 부동자세를 취하며 가만히 서 있었다.
“뇌제. 마력 사용을.”
“알겠습니다.”
고오오오.
마력을 사용하기 무섭게, 바로 뇌제의 하복부에 박힌 각성의 문장이 뇌제의 색으로 반짝이기 시작했다.
“오오….”
“세상은 이걸 각성한 자들에게 새겨진 특별한 문장이라고 알고 있지만, 진실은 이렇지.”
나는 뇌제의 뒤에서 양옆에서 손을 뻗은 다음, 뇌제의 배에 부착된 외부 노심을 잡아당겼다.
파치직.
약간의 떨림과 함께, 내 손에는 뇌제의 복부에 달라붙어 있던 각성의 문장이 들려있었다.
얇게 만든 설탕공예품을 모두에게 보여주고 있는 것처럼, 나는 각성의 문장을 쭉 보고는 바로 뒤를 가리켰다.
“그리고 이게 너희들이 월드컵에서 승리를 기원할 수 있도록, 우리 결사에서 마련한 물건이다.”
철컥.
세미나실의 벽 한쪽 장치가 작동되며, 벽 안쪽에서 물건들이 제각각 튀어나왔다.
“원하는 곳에 부착하라. 물론 가장 좋은 곳은 요람을 보호할 수 있는 하복부가 최고지만.”
각 협력자를 위해 만들어진 각성의 문장은.
“누가 그러더군. 애국명장 도지환 덕분에 각성했다는 걸 증명하기 위해서 꼭 획일적인 디자인이어야 할 필요가 있냐고.”
가운데에 ‘도’라는 글자가 휘갈긴 듯한 필기체로 박혀, 주변에 각양각색의 모양으로 날개를 펼치고 있었다.
일부.
“저기. ‘Q’ 대신에 ‘도’가 들어간 건…?”
“……가장 한국적인 디자이너가 만들어준 디자인이니까, 나보고 뭐라고 하지는 말도록.”
누군가의 강력한 의향이 들어간 각성의 문장이었지만, 효과는 분명했다.
“이 문장이 얇아 보여서 그렇지, 어지간한 A급 이상의 출력 정도는 담고 있다고.”
생긴 게 그래서 그렇지.
협력자 17명이 모두 저마다 각성의 문장을 장착했다.
이미 요트에 오른 시점부터, 이미 언더붑 비키니를 입은 시점부터 이들은 애국명장과 관계를 했다는 대외적 인식을 뒤집어쓰는 한이 있더라도 강해지고자 했다.
그건 분명 어떻게 해서든 자국의 히어로로서 최대한 높은 순위까지 올라가고자 하는, 사실상 한국 외 순위에서 1등을 하고자 하는 목표가 깔려있겠지.
그리고 혹시 모르는 일 아닌가.
아머드 태조를 꺾고, 척준경을 꺾고, 심지어 투신까지 꺾게 될지도 모르는 일.
다들 ‘아무리 그래도 광익공을 넘어서는 건 좀’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그래도 또 모르는 일이다.
광익공이 챌린저가 마스터와 1:1 라인전을 즐기고 싶다는 이유로 노스펠로 싸우려고 할지도 모르는 일 아닌가.
보호막에 점화를 들었다고 해서 광익공이 질 것 같지는 않지만, 그래도 만에 하나 광익공을 이긴다면 대이변의 탄생이다.
그 한 가지 가능성을 위해, 협력자들은 기꺼이 각성의 문장을 받아들였다.
“오, 오오오….”
다들 자신의 마력색으로 반짝이는 인장에 만족하는 눈치다.
특히 ‘DOS’의 문장을 가지게 된 나데시코는 조금 음험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며, 그녀의 하복부에 반짝이는 ‘도’라는 단어가 더 크게 반짝이는 걸 과시하고 있다.
“이거면 막 도깨비도 내가 먹을 수 있는 건가…? 으흐흥.”
장난이다.
그리고 배려다.
‘나중에 따로 하나 챙겨줘야겠네.’
그녀는 누군가의 현모양처가 되고 싶어 하는 것이며, 자신이 내게 어필하는 걸로 다른 여자들이 내게 추파를 던지지 못하게 막으려는 선제공격이다.
“큿….”
실제로 몇몇 이들의 경우 혀를 차며 나데시코의 눈치를 봤다.
아무래도 나데시코가 다른 S급들보다 훨씬 더 강한, 각성의 문장까지 포함하면 S+급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수준인 만큼 다들 나데시코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거, 얼마나 강해?”
“직접 테스트를 해봐야 알겠지. 그럼, 모두 눈 감으시고.”
나는 도깨비방망이를 꺼낸 다음, 하늘을 가리켰다.
“필드로.”
번쩍!
세상이 잠시 금빛으로 물든 순간, 모두가 휘청거렸다.
잠시 몸이 붕 떠올랐다가 다시 가라앉듯, 모두가 당황하며 주변을 살폈다.
“뭐, 뭐야? 방금 무슨 일이…?”
“뭔가, 주변 공기가 뒤틀리는 것 같은…?”
“밖으로 나오면 바로 알 거다. 뇌제. 따라오도록.”
“예.”
나는 뇌제를 데리고 세미나실 밖으로 나왔다.
협력자들은 엉거주춤한 자세로 우리의 뒤를 따라 선내에서 밖으로 나왔고, 곧 협력자들은 눈 앞에 펼쳐진 충격적인 광경에 입을 떡 벌렸다.
“뭐야…?”
“동해가 아니라, 지하 요새…?”
“이게 어떻게 된…. 결사는 이미 동해에 지하 요새를 만들었던 거야…?”
“…….”
대량의 마나골드를 이용해 ‘요트를 통째로’ 옮겼지만, 이들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현재 위치, 함경남도 원산.
우리가 손에 넣은 관북 땅이자, 섬 지하에 이렇게 결사의 비밀기지가 있는 곳.
일단 겉으로 보이는 곳은 전부 월드컵 경기장을 방불케 하는 대공동이며, 축구장보다 더 넓은 지하실.
[소개하지. 결사의 지하 훈련장, ‘언더시티 스타디움’이다.]내가 결사의 협력자들에게 줄 선물을 다듬는 동안, 관북지방을 손에 넣은 결사가 현재 혼돈 성지은의 이능을 바탕으로 만들어낸 거대 지하 시설의 일부다.
“앗, 또 어느새 변신을…?”
[변신한 타이밍보다, 변신을 한 것 자체를 더 신경 써야 할 텐데?]나는 가면을 한 번 꾹 눌러쓴 뒤, 도깨비방망이를 꺼냈다.
[다들 걱정이 많은 걸로 알고 있다. S급은 넘쳐나지, 다른 나라에서 정체불명이었던 이들도 출전했지, 무조건 좋은 성과를 내야 하지.]이들의 가슴 속에는 전부 자국의 국기가 펄럭이고, 어깨에는 그 나라 국민의 응원과 기대가 걸려있다.
[막 손에 넣은 힘을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 몰라 당황스럽기도 하겠지. 괜히 실전에서 각성기를 쓰면 어느 정도로 출력이 나갈지 몰라 애매하고, 그렇다고 어디 연습하자니 실력이 드러날 것 같고.]“설마….”
[간단해.]사람들이 행여나 오해하지 않도록, 나는 스타디움의 중앙으로 날아가 두 발로 착지했다.
[애국명장과의 하룻밤. 시장평가 300억이라고 하는 도지환과의 뜨거운 밤.]그리고 도깨비방망이를 어깨에 걸친 다음, 한 손으로 가볍게 요트에서 내리는 협력자들을 향해 까딱거렸다.
[도깨비가 하룻밤, 스파링 상대가 되어주지.]“앗…!”
이능력자로서 가장 원하는 것이 무엇이겠는가.
월드컵에 출전하는 자들이 가장 바라는 것이 무엇이겠는가.
조금 전에 엄청난 힘을 얻은 이들이 원하는 게 무엇이겠는가.
“정말로, 진심으로 도깨비가 상대를 해준다는 겁니까?”
전국흥도왕이 어린아이처럼 눈을 반짝이며, 발아래에 마력을 잔뜩 불어넣으며 당장이라도 뛰어올 기세로 외쳤다.
[물론.]“와아…! 세상에 이런 일이…! 도깨비와 싸우고 싶어서 빌런으로 타락해야 하는 게 아니냐면서 누가 우스갯소리로 말했는데…!!”
[고작 그런 이유로 빌런으로 타락시킬 수는 없지. 바쁜 몸이지만, 이렇게 날 잡아서 상대하는 것 정도는 괜찮거든.]나는 도깨비방망이로 위를 가리켰다.
[안심해라. 이곳은 SS 급 폭발이 일어나도 안전하다. 지진 걱정 없고, 핵폭탄이 안에서 터져도 끄떡없는 곳이지.]성지은이 지금 직접 마력을 불어넣어 관리하고 있으니까.
[그리고.]나는 가볍게 내 가면을 손가락으로 두드렸다.
[내가 남자지만 함부로 너희들이 생각하는 ‘애국’을 하지 않는 이유는 말이지, 내가 인정하지 않는 여자와는 그렇고 그런 관계를 맺을 생각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나는 동시에 내 옆에 선 뇌제의 허리를 가볍게 끌어당겼다.
[나는 나보다 약한 여자와 살을 섞지 않는다.]“그 말은…뇌제가 당신보다 강하다?”
“딱히 그런 건 아닙니다. 그 대신.”
뇌제는 자기 주먹을 잠시 움켜쥐며, 내 옆구리를 손가락으로 겨눴다.
“도깨비님의 기준에 따라 자신에게 일격을 먹일 수 있는지 없는지. 여러 가지 조건을 따졌을 때, 0.1%라도 승리할 가능성이 있는가.”
[0.1%까지는 아니긴 해.]한 10% 정도.
[그럼, 애국 파티를 시작해볼까.]“그, 잠시만요. 순서는-”
[내가 언제 순서를 정한다고 했지? 이미, 파티는 시작되었다고 했을 텐데?]나는 협력자들 모두를 향해 한 번씩 손을 겨눈 뒤, 최대한 가운데로 손을 뻗어 가볍게 까딱거렸다.
[17명 상대로도 거뜬한 남자가 여기 있지 않나.]“뭣…!”
아무리 S급이라고 해도, S급은 S급.
내가 아무리 도깨비라고 해도, 도깨비 또한 S급.
“17명의 S급 히어로를, 그것도 강화시켜주고는 동시에 상대하겠다고…? 제정신인가…?”
[물론. 도깨비는 지는 싸움은 절대 하지 않아.]“하. 자신만만하네….”
다들 자존심이 긁혀서 그런지, 서로를 향해 애매하게 바라보던 시선들이 전부 동질감으로 묶이기 시작했다.
“그러다가 당신, 잡히면 개쪽인 거 알지?”
도깨비라는 공공의 적을 상대로 공동전선을 펼치자는 히어로들의 연대 의식.
한 번도 합을 맞춰본 적은 없지만, 다들 저마다 무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결사가 준 외부 노심을 이용해서 이렇게 무기 만들어내도, 따지기 없기다?”
심지어 일부는 각성의 문장에서 바로 마나를 당겨쓰며, 아무것도 없는 손에서 자신만의 고유무기를 만들기도 했다.
“당신, 지면 어쩌려고 그래?”
[내가 질 일은 없으니, 내기라도 할까? 만일 내가 패배한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