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n Academy Award-winning Villain RAW novel - Chapter (67)
아카데미 훈수빌런이 되다-67화(68/668)
〈 67화 〉 3장. 변신은 라이더만 하는 게 아니야! (3)
* * *
젊은 20대 남녀가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사흘 연속으로 붙어있다?
“누가 생각해도 그거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겠지?”
“애국한다고 생각하겠지.”
주모는 봉투 안에 들어있던 물건들을 대충 정리했다.
그리고는 알리바이를 만들기 위해 사 온 핵심 증거, 의료보건물품 두 개를 TV 선반 아래에 집어넣었다.
“이거 나중에 24개 다 채우려면 고생 좀 하겠는데?”
“그거라면 다 방법이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
“어떻게 하려고?”
“도깨비방망이로 뚝딱 만들어내면 돼.”
“흐흥, 마나 쪼들리지는 않겠어?”
“누구를 걱정하는 거야?”
나는 두 팔을 벌리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나 도깨비야. 그간 변신도 안 했고, 울릉도에서 힐링하고 와서 지금 풀 컨디션이라고. 완충 상태나 마찬가지라는 거지.”
“근데 보물찾기에 몰래 돌아다녀 본다며?”
“그때까지 아직 시간 좀 남았잖아.”
보물찾기가 시작되는 금요일까지 이제 남은 시간은 사흘.
“24회분의 마나 정도면 충분히 회복할 수 있어.”
“회복을 가정한다는 건 보물찾기에서 뭐 중요한 일이 있나 봐? 뭔가 거기서 악마가 나타난다거나, 빌런이 나타난다거나 하는 첩보는 없었는데.”
“나타날지도 모르지.”
“흐응. 우리 도 과장님께서 언제부터 범죄예방을 위해 힘쓰셨을까?”
“비꼬는 건가?”
“비꼬는 건 아니지. 그저 이전의 행동과는 사뭇 안 맞는 것 같아서.”
주모의 일침은 정확했다.
“도 과장님은 항상 사건이 일어난 뒤에 해결하러 왔잖아. 마치 현장에 항상 늦게 도착하는 히어로처럼.”
“히어로 전체를 싸잡아 비하하는 발언이군.”
“나는 별로 히어로를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서. 애초에 나 결사 소속인데 뭘. 결사를 통해 들어오는 정보를 바탕으로 도 과장님이 수행하기 편한 임무를 전달하는 게 내 역할인데, 보물찾기는 아무런 정보가 없거든.”
주모는 자기 귀를 손으로 가볍게 막았다.
“혹시 내가 몰라야 하는 정보가 있다면 알려주지 마. 그냥 알리바이를 만드는 것 정도만 협조할게. 오케이?”
“그런 건 아니다. 보물찾기를 둘러보고자 하는 건 그냥 개인적인 용무라서.”
“알려줄 거라면 알려주고. 안 되겠다 싶으면 아예 알려주지도 말고.”
“별거 아니다. 네 말대로 예방행위 겸 순찰하려고 하는 거지.”
“…해가 서쪽에서 뜨려나.”
진솔한 내 대답에도 주모는 내 말이 믿기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갸웃거릴 뿐이었다.
“도 과장님은 빌런처형인이잖아. 빌런 순찰대가 아니라. 조금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인질극을 예로 들어보자면.”
주모는 스스로 목을 조르는 시늉을 했다.
“…도깨비는 인질극이 벌어졌을 때 인질을 인질범으로부터 구해주는 사람이 아니라, 인질범이 인질을 사살했을 때 그 인질범을 죽이러 가는 사람 아니었어?”
“그랬지. 지금까지 항상 그랬고, 앞으로도 계속 그럴 거다.”
인질을 구하는 건 히어로의 역할이다.
인질을 죽인 인질범이 있다면 넘어가지 않는다.
“보물찾기에서는 조금 달라질 거다.”
그러나 이번에는 인질극이 일어나지 않게 미리 관리하고자 한다.
“이번에는 무슨 심경의 변화가 있어서 그런 걸까? 응? 결사의 임무도 아닌데 자율방범대원 노릇을 하다니. 너무 과한 인력 아니야?”
“두억시니가 나타날 수 있으니까?”
“…내 정보망에는 없는데.”
주모는 바로 표정이 심각해졌다.
“혹시 내가 놓치고 있는 부분이 있어?”
“아니. 주모의 정보망에 들어오지 않았다면 나타날 확률은 0.1% 이하라는 거겠지.”
“그 0.1%의 확률 때문에 지금 순찰을 하겠다는 거야? 금요일 온종일? 근거는 뭔데?”
“감이다.”
“……그렇게 말하면 할 말이 없네.”
주모는 내 말에 두 손을 들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알겠어. 내가 서포트 할 건? 알리바이 만드는 거 말고 또 할 거 있어?”
“두억시니나 그놈의 조직, 그리고 활빈당을 비롯한 누군가가 보물찾기에 수작을 부리려고 하면 바로 정보를 알려주면 돼.”
“그거야 당연하지. 그런데 도 과장님 태극워치는 여기 두고 갈 거 아냐?”
“두고 가야지. 혹시나 금요일 전까지 그런 정보가 들어온다면 나한테 알려주라고.”
“회사에 그런 거 좀 요청해볼까? 세종섬에 있는 모든 레이더에 걸리지 않는데 도 과장님이랑 나랑 연락할 수 있는 통신기.”
“그런 게 있으면 진작에 세종섬이 결사의 손에 들어왔을걸.”
불편하지만 어쩔 수 없다.
세종섬은 전 세계의 이목이 쏠려있는 곳이다.
그런 곳에서 이상한 주파수로 대화한다거나, 뭔가 민감한 대화가 이루어진다거나, 결사에서 수습할 수 없는 채널로 이야기를 하는 건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그래도 일단 방법은 한번 생각해볼게. 막 텔레파시 이능력자를 찾아서 고용하면 가능할지도 몰라.”
“…불가능한 이야기는 아니군.”
전파나 통신은 감청의 가능성이 있어도 ‘마력’은 얘기가 다르다.
“위험부담이 있더라도 한 번 시도는 해보는 게 좋겠군. 세종섬이 아닌 곳에서.”
“회사에 한 번 기획서 제출해볼게. 혹시 알아? 도 과장님 지원하라고 위에서 팀원 더 보내줄지.”
“주모로도 충분하긴 한데.”
“그렇게 말해주면 나야 고맙지만, 다다익선이라고 하잖아?”
“그러면 한 번 추진해봐. 대신이라고 하기는 좀 그렇지만.”
나는 두 손을 X자로 교차했다.
“남자는 안 돼.”
“…어울리지 않게 제스쳐까지 할 정도야? 남자 팀원이 싫은 거야, 아니면 여자 팀원을 원하는 거야?”
“기왕이면 다홍치마라는 말이 있잖아?”
“…….”
주모는 잠시 인상을 확 찡그렸다.
“…좋아. 뭐 여자 팀원이 늘어난다고 쳐. 그러면 걔랑도 막 나랑 했던 것처럼 알리바이 만들고 그러겠네?”
“그런 의도로 부른 건 아니지만, 그런 쪽으로도 활용할 수 있지.”
“도 과장님, 나중에 막 푹푹 찔리는 거 아냐?”
“뭐? 무슨 그런 심한 말을. 내가 찔릴 이유가 어디 있다고 그래?”
하나도 없다.
“지금 그 말이 누구 입에서 나온 거지?”
하지만 주모는 나를 무슨 좋아하는 여자의 고백을 한 귀로 흘리며 ‘응? 뭐라고?’라는 말을 반복하는 남자를 보는 것 같은 표정으로 쏘아봤다.
“내 예상인데, 나중에 도 과장님 서로 가지겠다고 막 나누자고 할걸? 누구는 다리, 누구는 가슴살, 누구는 목.”
“내가 무슨 치킨이냐?”
“치킨 정도로 토막이 나면 다행이지. 도 과장님도 나누어지기 일보 직전인데, 도 사서님도 지금 간당간당하지 않아?”
“도지환이? 내가?”
“그래.”
주모는 스마트폰 화면을 하나 꺼냈다.
“일단 이 학생이랑 썸 타고 있는 거 아니야?”
“…썸이라니.”
주모가 보여준 사진은 늦은 밤, 내가 유미르와 함께 산책하는, 정확히는 유미르가 내 집에 방문하여 저녁을 먹고 난 뒤에 내가 그녀를 기숙사 앞까지 바래다주는 모습이 사진으로 찍혀있었다.
“그보다 이 사진, 어디서 이렇게 찍힌 거야?”
“다크웹 쪽에 돌아다니더라. 캐나다 출신 E급 이능력자랑 도서관 낙하산 사서랑 둘이 썸탄다고.”
“썸이라기보다는 상담에 가깝지만.”
“그걸 뭐 공표라도 하는 건 아니잖아. 사진으로밖에 판단할 수 없는 사람들은 백이면 백 이렇게 생각할걸? 지금 완전 썸이야. 봄날이라고. 4월에 벚꽃 피면 같이 꽃구경하러 갈 거라고 다들 예상하는데?”
“유미르랑은 그런 사이 아니야.”
공과 사는 철저히 구분해야 한다.
“그리고 만약 그런 사이가 된다고 해도, 너랑 알리바이 만드는 거 그만둘 생각은 없다.”
“…와우. 서양인은 난데, 도 과장님 연애관은 할리우드 스타일이시네.”
“그럼.”
이 세계에 와서, 나는 빌런이 되기로 했다.
“내가 뭐 사회적으로 이미지를 신경 써야 하는 히어로도 아닌데, 내가 한 여자랑 만나야 하는 법이라도 있어?”
“브라보.”
주모는 나를 향해 손뼉까지 치며 감탄했다.
“나중에 도깨비로서 하렘 차리려고?”
“아니지. 도깨비는 주인이 있어. 내가 말하는 건 도지환이라는 사람이야. 이능력자가 아닌 일반인 도지환 사서.”
“무슨 차이야?”
“임무를 위해서는 이 여자 저 여자 만나고 다녀도 되지만, 내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는 도깨비는 오직 한 명의 것이라는 거지.”
“혹시…회장님?”
나는 가볍게 어깨를 으쓱였다.
“이게 다 회장님 허가받고 이러는 거라니까.”
“회장님은 왜 그걸 허락해주신 거야?”
“결사의 세계 정복을 위한 회장님의 큰 그림이지.”
“범인의 사고로는 뭔가 이해하기 어려운 그림일 것 같네. 좋아. 나는 모르겠으니까 도 과장님이 다 알아서 해. 나는 내 임무에 충실할 테니까.”
“너한테 피해가 가지 않게 최선을…아, 잠깐만.”
나는 태극워치에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
[안녕하세요?]“아, 네. 설희 씨.”
“…….”
주모는 바로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설희라는 이름만으로도 주모는 내가 누구와 통화하는지 바로 알아챘다.
[지금 통화할 수 있어요? 밖이에요?]“네, 네. 지금 잠깐 밖에 나와 있어요.”
[그러시구나. 혹시 주말에 일정 있어요?]“주말에 뭐하냐고요? 금요일이랑 토요일 싹 다 연차 내고 집에서 쉬려고요. 덕분에 지금 금토일월 나흘 동안 휴일이랍니다.”
[아, 그래요?]내 답변에 백설희의 목소리가 밝아졌다.
“설희 씨는 어때요?”
[저 금요일에 현장 지원 나가요. 보물찾기.]“…설희 씨가 보물찾기에 지원 나간다고요? 와. 굉장하네요.”
나는 주모에게 수신호를 보냈고, 주모는 바로 볼펜을 들어 메모하기 시작했다.
스노우 화이트, 지원 교사 명단에 없었음.
“…그런데 설희 씨까지 동원할 일인가요? 그냥 학생들끼리 하는 가벼운 이벤트로 생각했는데.”
“다르게?”
[네. 지환 씨도 공문 살펴보면 알겠지만….]백설희는 살짝 뜸을 들이며 내게 조심스럽게 말했다.
[아무래도 이번에 찾을 보물은 도깨비인 것 같아요.]“……누구요?”
[도깨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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