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n Academy Award-winning Villain RAW novel - Chapter (70)
아카데미 훈수빌런이 되다-70화(71/668)
〈 70화 〉 3장. 변신은 라이더만 하는 게 아니야! (6)
* * *
뽕.
갑작스럽겠지만 이 단어를 들었을 때, 사람마다 떠오르는 분야는 각양각색일 것이다.
뽕? 뭐지? 방구 소리를 이야기하는 건가?
누군가는 ‘뽕’하는 소리를 생각할 것이다.
아마도 유행하는 드라마를 재미있게 본다거나, 거기서 이름이 비슷한 캐릭터의 이름 중 한 자를 떠올린 것이리라.
뽕이라고 하면 역시 슴가아니냐? 누가 슴부조작이라도 했어?
누군가는 가슴에 넣는 패드를 생각할 것이다.
여자친구가 뽕을 찬다거나, 혹은 ‘어떤 캐릭터가 슴부조작을 했는가?’라는 생각으로 눈에 불을 켜고 조작한 자를 찾으려고 할 것이다.
뽕은 뭐니뭐니해도 국뽕이지!
누군가는 이 라노벨 소설의 근간, 국뽕을 생각할 것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월드 클래스 급의 존재들이 한국인이라는 것에 자부심과 긍지를 느낄 것이다.
뽕? 넌 강해졌다. 돌격해!
누군가는 버프기를 떠올릴 것이다.
뽕이라는 게 일종의 신경강화제라고 해야할지 자극제라고 해야할지는 구체적으로 구분할 수 없지만, 보통 이런 상황에서 뽕을 받았다고 하는 건 신체적이든 정신적이든 능력이 향상되는 순간을 말한다.
이렇게 뽕이라는 단어는 정말 다양한 곳에서 쓰인다.
그렇기에 사람마다 뽕이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저마다 생각하는 게 달라서 뽕이라는 단어 하나만으로 뽕의 의미를 해석하라는 건 어려운 일이다.
맥락이 필요하다.
내가 이 세계에서 국뽕도 경험해보고이 세계에서 다양한 것을 체험했지만, 내가 빙의 전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건드리지 않는 뽕이 하나 있다.
뽕이 이상하다고?
자꾸 뽕뽕거리지 말라고?
그럼 다른 단어로 바꿔서 부른다면 어떨까.
‘마약’.
메스암페타민이라는 이름의 향정신성물질.
의약품으로 쓰이기도 하지만, 당연히 이걸 이용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마약이 주는 쾌감을 취하고자 한다.
내가 말하고자 하는 뽕이 바로 이 마약류 물질이다.
그것도 그냥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닌 ‘이능력자’를 위한 물질.
그렇다면 질문.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마약인 건가?
아니다.
일반인에게는 그저 평범한 하얀 가루에 불과하지만, 이능력자가 흡입을 했을 때 마약보다도 더 엄청난 효과를 보여주는 가루 형태의 이능력자 전용 마약이 있다.
정식 명칭은 ‘마나파우더’.
결사에서도 철저히 금지하는 물건으로, 하얀 가루를 복용했을 때 이능력의 향상과 마력의 증폭, 마나 출력의 강화 등을 일으키는 물질이다.
복용 후에는 일반 마약과 마찬가지로 중독에 빠져 일상생활을 하지 못하게 되며, 대부분 이 물건에 손을 댄 자들은 하나같이 전부 ‘빌런’이 되었다.
이런 게 왜 이 세계관에 존재하느냐.
처음에는 다들 몰랐다.
설정상으로도 그렇고 내가 조사한 바도 그렇고, 마나파우더가 본격적으로 시장에 유통되기 시작한 건 이 세계 기준으로 2015년 즈음이었다.
대한민국은 마약 청정국입니다!
라는 말이 무색하게 TV와 인터넷에서 누구누구가 마약을 투여했다거나 하는 소리가 심심찮게 들리던 때.
속보입니다! A급 히어로 ‘에렉타일’ 군이 이능력자를 대상으로 한 마약에 중독되어 난동을 부리고 있습니다! 청주에 사는 시민 여러분은 즉시 대피를….
사고가 발생했다.
너무나도 끔찍한 일이 벌어졌고, 세상은 마나파우더를 어떻게든 금지하려고 했다.
효능만 놓고 보면 악마가 되지 않더라도 이능력을 향상시켜주는 증폭제와 각성제에 불과한데, 그냥 쓰면 되지 않냐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마나파우더를 만들어내는 방법이 어떤 양심적인 이에 의해 퍼진 순간, 세상은 공포와 증오의 구렁텅이에 빠지고 말았다.
마나파우더는 죽은 이능력자를 이용해 만들어내는 겁니다!
인골이에요! 죽은 사람의 시체에서 하얀 가루로 나올 게 뭐가 있겠습니까!
그것도 저런 엄청난 양의 가루가!
아아.
부처의 몸에서는 사리가 나온다고 하던가.
이능력자의 몸에서는 마나파우더가 나온다.
정확히는 이능력자가 죽고 난 뒤, 그를 화장하고 남은 뼈가 가루가 되었을 때.
그 가루에는 이능력자가 죽기 전에 몸에 가지고 있던 마나가 뼈에 남게되고, 풍화되어 뼛가루가 날아가면서 세상으로 흩어지게 된다.
어라?
유골에 마나가 남아있어?
그럼 그 마나를 내가 가질 수 있는 거 아니야?
라는 생각에서 누군가가 엄청난 짓을 저질러버렸고, 결국 이능력자에 관한 새로운 지식이 늘어나게 되었다.
죽은 자의 유해가 다른 이능력자의 피와 살과 마나가 된다.
그게, 마나파우더다.
즉.
이능력자에게 허락된 유일한 마약은 ‘골분’뼛가루다.
죽은 이능력자를 화장하고 난 뒤, 혹시나 형태가 유지되고 있다면 그 백골을 망치로 두들겨 빻아 밀가루 박력분보다 곱게 만들어낸 뼛가루.
그리고 이능력자가 죽었을 때, 그 사체를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고 조용히 처리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이 세종섬이다.
세종섬의 ‘높으신 분’들이 작정하고 숨기고자 한다면, 숨기지 못할 게 없으니까.
그렇다.
이 보물찾기의 과정 속에서 도태되어 ‘솎아내기’ 당할 F급이나 E급 이능력자들.
그 중에서도 주로 가족이 없거나 가족이 있어도 빽이 부족하거나, 그런 건드려도 뒤에 탈이 나지 않을 것 같은 그런 저등급 능력자들.
이능력자가 된 게 다 축복이라고? 유감스럽게도 E급 이하나 F급은 세상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지. 만약, 만약의 경우지만 그들이 죽는다면, 그들의 육신이라도 이 나라와 이 세계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활용해야 하지 않겠나.
그래.
주인공은 스스로를 E급이라고 칭했다.
힘을 숨기고자 했고, 사회적 약자를 자처했다가 약자를 잡아먹고자 하는 이들에게 잡아먹힐 뻔 했다.
타이틀 히로인 ‘에르미나 슈테른페르트’의 습격으로.
내가 늦은 밤, 공중화장실에서 찾아낸 검은 봉지 속에는 종이봉투가 들어있었다.
뼛가루가 들어있던 것으로 추정되는.
여기서 한 가지 딜레마.
마나파우더는 아직 불법이 아니다.
워낙 만들어지는 과정이 괴랄해서 그렇지, 마나파우더는 어떤 관점에서 보면 ‘자연발생’하는 물건이다.
단지 그 발생의 과정이 너무나도 슬프거나 안타깝거나 충격적이어서 그렇지.
사람은 누구나 죽어.
가는 데 순서 없지.
세계적으로 구체적은 통계를 내기는 어렵지만, 죽음은 누구에게나 평등하며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법.
이능력자도 마찬가지다.
만약 누군가를 구하려다가 자신의 목숨을 바쳐서 숭고한 희생을 치른 자가 있다면, 그 자의 유골은 납골당에 비치되어 인류의 존속을 해치는 위험이 발생하는 순간 사용될 것이다.
히어로였으니까.
그런데.
만약 누군가가 ‘일부러’ 마나파우더를 만들어내려고 한다면.
악마가 된 여자에게서 강제로 악마의 씨앗을 강탈하듯, 이능력자를 마나파우더로 바꾸어 버린다면?
그 자는.
도깨비방망이를 피하지 못할 것이다.
* * *
주모의 방에서 도깨비로 변신하고 낮부터 밖으로 나온 나는 사람들의 눈을 피해 보물 찾기 행사가 이루어질 곳으로 향했다.
정확히는 그 장소가 내려다보이는 10층짜리 고층 건물의 옥상으로.
[대광장에 모인 여러분. 환영합니다.]대광장.
광화문 광장에 버금갈 정도로 넓은 광장의 연단의 중심에 정장을 입은 백발의 노인이 마이크를 잡았다.
그의 뒤로는 노인의 얼굴이 보이는 초대형 스크린이 반짝이고 있었다.
[아카데미에서는 여러 분들의 이능력 향상을 위해 항상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번에는 많은 분들이 아시다시피 보물 찾기입니다.]행사가 진행되는 대광장에는 이미 너무나도 많은 이들이 모여있었고, 일정 거리 너머에 떨어진 관람객들을 제외하면 대부분 아카데미의 학생들이었다.
[여러분은 지금부터 2인 1조가 되어, 정해진 구역에서 각자 보물을 찾으면 됩니다.태극워치를 통해 파트너에 대한 정보가 전해질 것이며, 정보가 전송되는 즉시 보물찾기 대회는 시작됩니다. 흐흐, 조심하세요? 매년 사망사고라든가, 실종사건이라든가 제법 일어나는 편이니까.]농담식으로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내게는 전혀 농담으로 들리지 않는다.
[…각 구역별 1등에게는 ‘특전’이 부여됩니다. 다들 알지요? 본 총장도 작년과 마찬가지로 올해 또한 특전을 준비했답니다. 중간고사 프리패스권, 상금, 그리고 공결증 5매. 올해는 특별히 공결증을 발급하여, 언제든지 원할 때 공결을 쓸 수 있도록 조정했답니다.]학생들을 위해서 매 년 편의성을 생각하고 제시하는 사람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과연 어떨지.
[…그리고 이번에 학생회에서 행사를 하나 준비했습니다. 이는 학생회장 윤이선 학생이 직접 발표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총장님. 안녕하세요, 학우 여러분? 학생회에서는 여러분들의 안전한 보물 찾기를 위해, ‘도깨비’에 관하여….]윤이선은 아무 내색도 하지 않고, 마치 자신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진행을 했다는 듯이 ‘도깨비 사냥’에 관해 설명했다.
소리가 들린다.
디들 도깨비 사냥에 심취하여 어깨를 들썩이고, 또 어떻게든 보물을 찾아 좋은 성적을 내보겠다면서, 그러면서 도깨비를 찾으면 그 발견에 대한 상금으로 뭘 하겠다면서 다들 떠들썩하다.
[그럼, 지금부터 당신의 짝을 공개합니다! 모두 태극워치를 확인해주세요!]총장의 외침과 함께, 나는 저멀리 반짝이는 금발머리를 예의주시했다.
에르미나.
그녀가 성큼성큼 걸어간 방향은
유미르였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