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n Academy Award-winning Villain RAW novel - Chapter (73)
아카데미 훈수빌런이 되다-73화(74/668)
〈 73화 〉 3장. 변신은 라이더만 하는 게 아니야! (9)
* * *
유미르가 주인공이다.
유미르가 TS된 주인공이다.
생각은 했다.
아니, 그냥 떠올리기만 하고 진지하게 그럴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게, 원작 속 주인공은 하렘을 두 자리까지 늘려버린 희대의 난봉꾼이니까.
국뽕을 최대로 주입하기 위해서 외국인 여성들을 자기 하렘으로 만들어버린 뒤, 세종섬에서 왕처럼 군림하던 존재였으니까.
만약 원작이 19금 소설이었다면, 주인공은 만나는 히로인들마다 죄다 임신시켰을 것이다.
전연령…까지는 아니고 15세 소설이라서 나름 조절은 했겠지만, 주인공은 소위 ‘금태양’이라는 말을 그대로 적용 가능한 육식계 하렘물 남주인공이었다.
그런 존재가 갑자기 여자로 나타난다?
‘미쳤냐고.’
그럴 이유가 없다고 생각했다.
유미르와 이야기를 할 때마다 ‘뭔가 주인공도 이런 설정이었던 것 같은데’라고 생각은 했지, 유미르가 주인공이라고는 애써 생각하지 않았다.
주인공은.
내가 죽여야 할 ‘암살대상’이었으니까.
어떻게든 그를 죽이기 위해 반 년 동안 네오 도깨비로서 살아왔으니까.
하지만 유미르를 죽일 필요가 없다면.
원작 주인공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여자인 유미르가 주인공 포지션에 있는 거라면.
‘너무 꿀인데?’
내게는 너무나 편하다.
‘유미르가 여자라면 내가 옆에서 챙겨주면서 정신적으로 케어만 하면 되는 거잖아.’
여자인 유미르의 멘탈을 제대로 케어만 하기만 한다면, 이 세계가 운석엔딩을 맞이하여 모두가 멸망하는 미래를 막을 수 있다.
원작에서 구체적으로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원작 주인공이 폭주해서 운석을 날려버린 건 자기 하렘으로 만든 여자들이 최종보스 도깨비에 의해 NTR 비슷한 걸 당해서 그랬던 거니까.
그런데 주인공이 남자가 아니라 여자다?
‘여자라면 내가 옆에서 케어하고 데리고 있으면 폭주할 일도 없을 거 아냐.’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신경질적으로 되기야 하겠지만, 세계 멸망을 막기 위해서라면 옆에서 잘 다독이고 케어를 하면 된다.
‘옆에서 적당히 훈수하면서 방향만 잘 잡아주면 돼.’
지금과 같이 도지환으로서 그녀가 앞으로 나아갈 방향성을 정해주고.
도깨비로서는 그녀를 방해하는 요소들을 전부 제거해주고.
그렇게 앞으로 미래를 향해 나아가게 된다면, 유미르가 폭주해서 운석을 떨어뜨리는 일도 없겠지.
‘뭔가 갑자기 난이도 확 떨어진 느낌이야.’
내가 생각한 건 소울라이크급 난이도였는데,막상 까보니까 그냥 미연시 난이도인 느낌이다.
다만 한 가지 걱정되는 점이 있다면 유미르의 ‘TS’가 어떠한 형태로 이루어졌는가 하는 문제.
하나. 남자 주인공은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다.
유미르는 날 때부터 여자로 태어났다.
둘. 유미르가 원래 남자였는데, 입학하기 전에 모종의 이유로 TS병에 걸렸다.
속에 사실은 시커먼 남자가 들어있고, TS된 여자주인공이 으레 그러하듯 남자처럼 행동을 하고 다닌다…?
‘에이.’
그건 아니겠지.
만약 후자라고 한다면 나는 유미르를 죽일 것이다.
속에 시꺼먼 남자가 들어있는 주제에 내 집에 와서 막 여자인 척 행세를 하고, 도지환을 상대로 암컷처럼 행동했으니까.
‘나를 상대로 꼬빔을 하려고 하는 건 용서할 수 없다.’
겉모습이 여자라도 속이 남자라면, 그건 게이가 아닌가?
‘이 세상에 얼마나 여자가 많은데 내가 왜 남자에서 여자로 TS된 애랑 물고빨고 하면서 옆에서 케어를 해줘야겠어.’
만약 그걸 극복해내고 ‘네가 전생에 남자였든 그런 건 아무런 관계 없어! 너는 유미르다! 지금까지 너와 내가 쌓아온 관계는 변하지 않아!’라고 외칠만한 상황이 있다면, 그건 그만큼 내가 그 유미르를 좋아한다는 거겠지.
아쉽게도 내 마음 속에는 이미 한 사람이 자리를 잡고 있다.
도깨비의 마음 속에는.
결론.
유미르가 주인공이라는 가정 하에.
유미르가 순수하게 여자라고 한다면, 그녀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며 유혹한 다음 결사로 데려간다.
세계를 운석으로 멸망시킬 만큼의 능력을 가지고 있으니, 엄청난 능력을 가지고 있는 존재를 결사로 데리고 온다면 총수도 기뻐할 것이다.
그런데 만약 TS되어서 아래에 뭔가를 숨기고 있는 존재다?
그런 존재가 나한테 꼬리를 치고 암컷 무브를 보이고 내 집까지 들어와서 파스타를 해주고 그랬다?
‘유미르는 괜찮아도 게이미르는 죽인다.’
확정되는 순간, 나는 총수와 상담을 통해 ‘처리’에 관한 문제를 진지하게 논의할 것이다.
나와 아무런 관계가 없는 상태에서 TS된 거라고 알았다면 그냥 그러려니 할 수 있겠지만, 유미르는 이미 나를 상대로 여자이자 암컷으로서 접근하고 관계를 맺었으니까.
하루에도 2시간씩 문자와 전화를 주고받았던 여자가 사실은 남자다?
어우.
그런 끔찍한 일이.
콰ㅡㅡㅡ앙!!
내가 생각에 잠겨있던 사이, 밖은 이미 난리가 났다.
“어라? 피했네?”
“지금 뭘하는 거죠?”
“뭘하긴. 목격자를 제거하는 거지.”
“지금 나를 죽이겠다는 건가요?”
“E급 따리가 말이 많아!”
에르미나는 유미르를 습격했고, 유미르는 에르미나의 공격을 종이 한 장 차이로 피하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었다.
아직 유미르는 나를 눈치채지 못했다.
내가 영체화가 아닌 상태로 숨어있었지만, 겉으로 흘러나가는 마력을 최대한 차단한 덕분에 도깨비가 근처에 있다는 건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유미르가 솔라 플라티나로서 강하다는 걸 알고 있기는 했지만.
‘주인공이라고 생각하고 나니 전혀 걱정되지 않는 걸.’
힘을 숨기고 있는 세계 최강의 히어로라고 인식하게 되니, 오히려 불쌍한 건 에르미나였다.
‘유미르가 남자로 왔으면 에르미나가 저렇게 죽이려고 하지는 않았을텐데.’
아.
어쩌면 유미르는 원작 시작 때부터 남자로 변신한 상태로 세종섬에 온 걸지도.
알고보니 작가가 ‘유미르는 사실은 여캐였습니다!’라고 GL 백합 드리프트를 시전하려고 했다가 작품이 망해서 운석엔딩을 내는 바람에, 누구도 모르는 떡밥으로 이야기가 끝나버린 걸지도.
즉.
이 모든 문제의 원흉은 이 세계의 비밀을 제대로 풀고 떠나지 않은 원작 작가가 머저리 등신이었기 때문이다!
‘에이.’
거기까지는 아닐 것이다.
‘사람이 어떻게 그런 끔찍한 짓을 할 수 있겠어.’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남주의 하렘물이 갑자기 레즈비언 걸즈러브 하렘 드리프트를 한다는 건 작가로서 스스로 무덤에 들어간 다음 독자들에게 공구리를 쳐달라는 거니까.
콰ㅡㅡㅡ앙!!
또 폭발이 일어났다.
내가 작가의 GL/BL 드리프트에 대한 독자의 살의 사이의 상관관계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와중에, 밖은 살의의 파동이 가득한 마력이 넘실거리고 있었다.
“진짜로 나를 죽이려고? 당신, 슈테른페르트의 여식이 사람 죽였다고 퍼지면 정말 감당할 수 있겠어?”
“슈테른페르트의 사람이니까 감당할 수 있는 거지!”
난리도 저런 난리가 없다.
내 머리 속에서 일어난 난리는 아무것도 아니라는 듯, 보물상자 근처에서 에르미나는 유미르를 어떻게든 쫓아나서며 유미르를 죽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사락.
나는 영체화를 통해 밖으로 빠져나간 뒤, 동굴이 아닌 적당한 거리 즈음에서 다시 실체를 갖췄다.
중간에 유미르가 이쪽을 슬쩍 바라본 것 같았지만, 딱히 정체가 드러난 건 아니었다.
만약 그랬다면 그녀는 에르미나 따위는 무시한 채, 도깨비가 나타났다고 놀랐을테니까.
아니면 나를 눈치채고 뭔가 다른 모습을 보여줄지도.
도깨비가 왜 이곳에?
라는 생각을 할 수도 있겠지만, 다른 생각을 할 수도 있을테지.
가령.
“안 되겠네. 가만히 그냥 놀아주려고 하다보니, 질렸어.”
“뭐?”
“네가 이상한 약을 하든 혼자서 자신만의 세상에 빠져있든 나는 아무런 상관이 없는데, 나를 죽이려고 한 건 이야기가 다르지. 너, 사람 잘못 건드렸어.”
유미르가 자세를 잡는다.
두 다리를 벌리며, 두 손은 가슴 앞에서 X자로 교차하며 고개를 살짝 뒤로 젖힌다.
“이리, 오너라!”
힘찬 외침과 함께, 유미르가 두 팔을 양옆으로 뻗었다.
동시에 그녀의 몸에서 무지개색 구슬 덩어리들이 빠져나와 주변을 휘감기 시작했고, 구슬들은 순식간에 에르미나에게 폭격을 가했다.
퍼버버벅.
“커헉?!”
에르미나는 저항할 틈도 없이 구슬에 얻어맞고 보물상자에 처박혔다.
‘센스가 있긴 하네. 확실히.’
변신하기 전에 기믹을 활용해 안전한 변신을 시도한다.
좋은 생각이다.
“보여줄게. 진짜 강한 사람이 누구인지.”
유미르가 그 말을 하기 무섭게, 무지개빛 구슬들이 빠르게 유미르를 중심으로 회전하며 그녀의 전신을 휘감기 시작했다.
“변신!”
내가 이전에 내 방에서 봤던 것처럼 유미르의 전신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은 내가 이전에 봤던 한복 컨셉의 마법소녀
[……?]가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모습의 변신 히어로였다.
한복이 메인인 건 맞다.
웃옷은 저고리, 안에는 소복, 아래는 무릎을 살짝 덮는 치마.
하지만 치마 아래에는 검은 스타킹이 있고, 신발은 또 등산용 운동화 비슷한 군화였다.
가장 특이한 점이 있다면 역시 머리에 뒤집어 쓴 장옷.
사극 드라마에서 여자들이 외출을 할 때 머리에 치마를 두르고 나가는 것처럼, 유미르는 마치 ‘후드’를 쓴 것 같은 치마가 펄럭인다.
문제는.
거기에 ‘황룡’의 무늬가 그려져있다는 것.
그리고 얼굴에는 SF 미래 디자인 같은 택티컬 마스크를 쓰고 있다는 것.
[에르미나 슈테른페르트.]유미르는 한쪽 손을 하늘 높이 들어올리며, 택티컬 마스크 위의 바이저를 반짝이며 고개를 살짝 치켜들었다.
[죄인은 오라를 받아라.]그녀는.
‘솔라 플라티나’로서의 유미르는.
마법소녀금부도사였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