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n Academy Award-winning Villain RAW novel - Chapter (75)
아카데미 훈수빌런이 되다-75화(76/668)
〈 75화 〉 3장. 국뽕이 있는 곳에 두억시니가 있다 (1)
* * *
혹시나 두억시니가 나타나지 않을까.
그런 생각으로 에르미나를 감시하면서 겸사겸사 주변을 살폈는데, 이렇게 나타날 줄은 몰랐다.
‘어디서 나타난 거지?’
어째서 바다에서 나타난 거지.
그것도 바다를 달려온 건 어째서지.
나는 영체화 상태이른바 소위 ‘도깨비 감투’를 쓴 상태로 일단 그가 달려온 곳을 예의주시했다.
바다 위.
뭔가 떠올라있다.
마치 아래에서 위로 고개만 빼꼼 내민 것처럼, 망원경 같은 게 튀어나와있다.
‘잠수함인가?’
설마.
세종섬 인근을 돌아다니는 잠수정을 가지고 있다고?
그러면 그냥 잠수정에서 주시만 할 것이지, 왜 두억시니가 나타났
“훌륭합니다, 정말 훌륭합니다! 당신의 그 의복! 그런 옷을 의복으로 골랐다는 건, 필경 그 가면 속 얼굴은 의복과 조화를 이룰만큼, 아니 의복을 완벽하게 만들만큼 너무나도 아름다우시겠죠!”
생각하지 말자.
그냥 내 직감을 따르자.
저 놈은 잠수정을 타고 돌아다니다가 해안가에서 마법소녀 금부도사로 변신한 유미르를 발견한 뒤, 곧장 바다를 달려서 뛰쳐나온 거다.
그냥 그 뿐이다.
더 깊게 생각했다가는 또 내 머리속에서 이상한 사고가 흘러나와 뇌절할 것 같으니, 나는 그냥 있는 그대로의 현상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아아, 당신의 이름은 무엇입니까?”
“저 여자는”
“양이년에게는 묻지 않았다.”
에르미나가 뭔가 말을 하려고 하는 순간, 두억시니는 바로 에르미나에게 삿대질하며 마나를 뿌렸다.
“흡…!”
“어딜 함부로 금발 코쟁이년이 귀인과의 대화를 방해하는 것이냐.”
“저, 저 여자는…!”
“닥쳐라. 이 몸께서 지금 귀인과 이야기를 나누는 중이니. 천리 밖에서 온 양이가 함부로 지껄이지 말라.”
마나가 아니다.
저건 살기다.
그저 유미르와 자신의 대화를 방해했다는 것만으로도 짜증과 살기를 섞어 에르미나를 압박한 거다.
“흠흠. 실례했습니다. 그래서 귀인의 존함은 어찌되십니까?”
[본인은…. ‘백금태양’이라고 칭하지.]“백금태양…? 흐음….”
두억시니는 팔짱을 낀 채 잠시 고개를 갸웃거렸다.
“혹시 그 식당가에서 나타났던 황금의 여기사…?”
[이 나라의 멋을 알고 이 나라의 것을 받아들였지.]“과연. 그렇다면….”
두억시니는 두 팔을 벌리며 활짝 웃었다.
“이 나라의 멋과 얼에 감화되시다니! 훌륭합니다. 우리의 것을 우리의 사람이 받아들이는 것 이상으로, 외인이 우리의 것에 심취하여 감화된 것 만큼이나 훌륭한 것이 없지요! 조선의 복색과 조선의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으니, 당신은 이미 훌륭한 반도인입니다!”
[칭찬으로 받아들이지.]“아무렴요! 칭찬입니다! 당신이 외국인이든, 외국인인척하는 한국인이든, 당신은 이미 복색으로 당신의 얼을 증명했습니다. 이 두억시니, 그런 의미에서 당신에게 제안을 하나 하겠습니다.”
아마도 저게 본론이리라.
“저희 ‘위정척사’에 들어오지 않겠습니까?”
[…위정척사?]익숙한 이름이다.
동시에 이 2025년에는 너무나도 쌩뚱맞은, 상당히 어울리지 않는 이름이다.
한국사를 공부하는 이들이라면 개화가 이루어지던 시기에 한 번이라도 들어봤을 단어니까.
“예. 위정척사. 우리가 가진 바른 것을 지키고 사이한 것을 배척하고자 하는 조직입니다. 전통수호, 외세혁파.”
[상당히 극단적인 조직처럼 들리는군.]잠깐.
아까부터 느낀 건데, 유미르의 말투가 자꾸 왔다갔다 하는 것 같다.
마치 도깨비를 따라하는 것 같은…?
“극단적인 것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들어오셔서 잠시 이야기를 들어보시면 달라질 겁니다.”
[싫다.]“이야기라도 들어주시지요?”
[나는 너희 조직의 이름부터 싫어졌다.]유미르, 백금태양의 단호한 거부에 두억시니의 몸이 굳었다.
“어째서입니까?”
[나는 이 섬에 와서 너희들의 행태를 보았다. 특히 네가 지난 번에 광장에서 저지른 짓을 보았다. 너는 한 인간의 몸에 악마가 되는 무언가를 심었다. 그렇지?]“아아. 그것 말씀이십니까. 예. 사이한 것을 퍼뜨리려고 하는 자에게 악마의 씨앗을 심었지요.”
[모순이군.]유미르는 오랏줄을 빳빳하게 움켜쥐며 두억시니를 향해 겨눴다.
[위정척사라면서 한국의 학생을 악마로 만들어?]“이미 악마가 된 존재였습니다.”
[그게 말이 안 된다는 거다. 사이한 것을 배척하자더니, 너희는 그 사이한 서양의 ‘악마’를 만들어내고 있지 않나?]유미르의 일침에 나는 깊이 공감했다.
아니.
위정척사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고.
영어도 안 쓰려고 작정하는 놈이.
정작 수하로 부리는 건 ‘악마’?
만약 내가 유미르 대신에 저 자리에서 두억시니에게 물었다면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악마는 뭐 서양의 것이고, 서양의 것은 나쁘고 사이한 것이니까 써먹어도 된다는 건가?]통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이 유미르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후하하하!!”
두억시니는 배를 잡으며 폭소했다.
“이야, 이거 참. 어떻게 저희 위정척사에 대해 그렇게 잘 알고 계십니까?”
[뭐?]역시나.
“양이의 것은 나쁜 것. 그러므로 양이의 것을 이용해 사람들을 습격하고 악행을 저지른다면, 당연히 사람들은 양이의 것을 싫어하고 배척하게 될 것입니다.”
내 생각대로, 두억시니는 이성적인 미친놈이었다.
“드라큘라, 서큐버스, 오크, 임프, 라이칸슬로프…. 그런 것들을 통틀어 다들 악마라고 부르고 있죠. 그런 것들이 사람을 죽이고 다닌다면, 분명 사람들은 그런 서양의 것을 혐오하고 증오하게 될 것입니다.”
[왜 영어를 쓰지?]“그야 안 좋은 것들이니까요.”
역시.
미친 놈이다.
“어쩔 수 없이 악행을 저지를 수밖에 없는 악당과 구제불능의 쓰레기인 ‘빌런’은 다릅니다. 아시겠습니까? 사이한 것을 영어로 표현하는 것은 나쁜 게 아닙니다.”
“미친 게 아닙니다. 그저 제 신념을, 우리 조직의 신념을 따를 뿐이지요.”
두억시니는 자신을 엄지로 가리키며 다시 허리를 숙였다.
“저희가 영입을 할 때는 위정척사라고 부르지만, 저희가 적을 상대할 때는 뭐라고 소개하는지 아십니까?”
[영어로 소개하나?]“그렇습니다. ‘판데모니엄’이라고 하지요. 흐흐흐.”
자신의 또다른 소속을 밝힌 두억시니는 품에서 뭔가 구슬 같은 걸 꺼냈다.
“그렇기에 이렇게 악마를 동원하는 겁니다. 악마는 나쁜 것이고, 악마를 쓰러뜨리는 것이야말로 정의로운 영웅이 해야 할 일이니까요.”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백금태양! 당신이 우리 조직에 들어오지 않겠다면, 당신의 주변에 있는 모든 것을 악마로 만들어버리겠습니다.”
[뭐라고?]두억시니의 몸이 순간적으로 사라졌다.
유미르는 두억시니의 움직임을 순간 놓쳤으나, 나는 그를 인지할 수 있었다.
초고속 이동.
마치 주변의 속도보다 상대적으로 10배, 아니 100배 빠르게 움직이는 것 같은 속도.
내가 그걸 어떻게 ‘인지’했냐 하면, 당연히 두억시니가 보인 기술은 이미 내가 알고 있는 이능력 중 하나기 때문이다.
단순한 신체활동의 증폭을 통해 빠르게 움직였거나.
주변에 뭔가 시간에 영향을 주는 입자를 퍼뜨려 시간을 느리게 만들거나.
무엇인지는 정확히 알지 못하지만, 내가 저걸 인식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나는 어느정도 파훼가 가능하다.
내 상상력의 범주, 내가 알고 있는 이능력의 지식 범위에 저 기술이 있다는 거니까.
[어느틈에…!]하지만 유미르는 모른다.
모르니까 상대의 움직임을 인지하지 못했다.
만약 자신을 향한 공격이었다면 초고속이라고 해도 몸과 마나가 먼저 반응해 대처했겠지만, 유미르 본인을 향해 움직인 게 아니었다.
“꺄아악!!”
“후후. 에르미나 슈테른페르트. 분명 백금태양과 대치 중인 여자라면, 네가 잘못을 한 거겠지. 아니, 잘못을 했든 말든 상관없다. 어차피 너는 악마가 되어 폭주할 거니까.”
[그만둬!]“저런. 이미 늦었습니다.”
푸욱!
두억시니는 앞으로 손을 뻗었고, 그 손은 에르미나의 복부를
“…어?”
관통하지 못했다.
척추를 정확히 꿰뚫으려고 했던 손은 에르미나의 등에 파고들 뿐이었다.
“이건…?”
[…미안하지만 그 여자에게는 내가 저주를 걸어뒀지.]멀리서 봐서 잘 보이지는 않지만, 두억시니의 손이 유미르가 귀갑묶기로 걸어둔 오랏줄에 막힌 것처럼 보인다.
“흐음. 굉장한 마력이군요. 상대에게 이런 식으로 구속을 걸어둔 저주가 보호막과 같은 역할을 하다니…. 역시 당신은 강합니다. 더욱더 우리 편으로 만들고 싶, 아니…!”
두억시니는 악마의 씨앗을 에르미나의 몸 속에 집어넣었다.
“판데모니엄의 대적자가 되어, 영웅이 되는 겁니다! 당신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 우리의 멋을 가진 옷을 입은 당신이야말로 이 나라의 진정한 영웅이 되는 겁니다!”
유미르가 바라든 바라지 않든, 유미르가 나서서 활약하게 만들어 강제로 영웅을 만든다.
미친 발상이다.
“아아아악!!”
에르미나가 비명을 지른다.
유미르는 황급히 오랏줄을 휘두르려고 했으나, 에르미나의 몸에서 순식간에 막대한 마력이 폭발하듯 터져나왔다.
‘아니.’
저 여자.
도대체 참을성이라는 게 없나?
“아, 아아아…!”
에르미나는 순식간에 악마가 되었다.
피부가 순식간에 보라색으로 물들고, 머리에 악마의 뿔이 돋아나기 시작했다.
“자, 미쳐버려라. 그래. 이름은…’나베리우스’가 좋겠어.”
두억시니가 에르미나의 등을 두드리며 물러났다.
“아, 아아…! 너, 너…! 반드시, 캬아아…!!”
몸이 좀비처럼 뒤틀리며 폭주하기 시작하고, 에르미나는 유미르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럼 저는 이곳의 소란을 사람들에게 알리도록 하죠! 흐하하! 여기, 악마가 있다!!”
두억시니는 스마트폰을 꺼내더니, ‘빌런 출현’을 자진신고하며 광소를 터뜨렸다.
“이제 곧 5분 안에 사람들이 올 겁니다!! 그리고 당신은 모두가 보는 앞에서, 이 어리석은 양이의 악마를 쓰러뜨리는 겁니다!!”
그리고.
“자, 나베리우스! 어서 백금태양에게 쓰러지는”
빠ㅡㅡ악!
나베리우스는 그대로 대가리를 바닥에 처박았다.
“너ㅡ”
[악마는 처형한다.]나에 의해서.
[여.]나는 도지 라이더의 형태로 유미르의 앞에 선 채, 두억시니에게 방망이를 겨눴다.
[히사시부리.]“뭐?”
[뭘 그렇게 이상하게 보시나.]나는 방망이를 손바닥에 두드리며 자세를 다잡았다.
[오니에게 일본어로 인사한 게 무슨 문제라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