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n Academy Award-winning Villain RAW novel - Chapter (84)
아카데미 훈수빌런이 되다-84화(85/668)
〈 84화 〉 4장. 히어로를 공략하는 방법 (4)
* * *
세상에 좋은 점이 있고 안 좋은 점이 있기야 하지만, 이 세상은 내가 살던 세상보다 훨씬 안 좋은 점들이 많다.
이능력이 우선시 되는 시대.
돈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시대.
몸이 안 좋으면 운동과 약물의 힘으로라도 몸을 만들 수 있고, 얼굴이 안 좋으면 성형수술을 해서라도 잘생기고 예쁜 몸으로 살아갈 수 있다.
그러나 이 시대는 다르다.
돈이 아무리 많다고 해도 이능력자가 될 방법은 없다.
그 많은 돈을 이용해 이능력자가 되는 방법을 연구하는 것도 있다.
그리고 여기에 현실의 차갑고, 더럽고, 냉정하고 쓰레기 같은 부분이 들어오게 된다.
[한 해에 태어나는 아이들의 수가 몇이나 되는지 아십니까?]나는 절을 나와 다시 바이크를 몰며, 승려 사무엘로부터 건네받은 대포폰을 이용해 스트리밍 사이트 속 동영상을 하나 재생했다.
[예. 맞습니다. 2000년 전부터 우리는 저출산 고령화 시대를 걱정했으나, 다행히 저출산은 없었습니다. 2000년 이후, 너도나도 아이들을 낳기 시작했기 때문이지요.]새로 태어나는 아이들이 이능력자더라.
아이에게 이능력 수저를 물려주고 싶은 마음에, 사람들은 너도나도 아이를 가지기 시작했다.
[이제 막 자라기 시작하는 이능력자들이 무슨 이성이 있겠습니까? 이능력자 아이에 의해 살해당한 부모도 있고, 이능력자가 죽여버린 사람들도 많지요. 심지어 저기 북쪽에 있는 곳에서는 이능력자 아이를 핵무기로 만들려고 했다가 아이에 의해 모가지가 날아갔습니다. 그렇게 수많은 사람이 죽었죠.]많이 죽었다.
[당장 서울만 해도 그렇습니다. 2000년 이후, 산부인과가 제일 많았던 곳이 어디겠어요? 당연히 서울이겠죠? 너도나도 아이를 낳고, 거기서 이능력자가 폭주하고. 반지하에서 사람이 죽어 나가서 살펴보니 아기만 달랑 남아있고. 정말 끔찍했습니다.]곳곳에 시체가 늘어났고, 정말 이 땅에는 많은 죽음이 있었다.
[2000년 이후 사망자의 수가 이전에 비해 훨씬 많아진 것도 아십니까? 암이나 자살, 교통사고와 같이 이 나라에서 사망 원인으로 손꼽히던 것 중 하나에 이제는 ‘이능력에 의한 사망’도 포함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요, 이능력자에 의해 살해당하는 것이지요.]그것이 이능력을 조절하지 못한 아이의 잘못된 사용으로 인한 것이든.
자기 능력에 심취하여 주변을 무시하고 이능력을 마구잡이로 사용한 결과이든.
[말조차 하지 못하던 어린아이가 파파를 말하기도 전에 살인자라는 전과를 달고 태어났습니다. 우리 사회는 이런 이들을 받아들이기에는 충분히 성숙하지 못했고, 정말 많은 이들이 죽었습니다.]사회의 변화는 너무나도 급격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 나라는 인구가 무려 6,000만 명에 이르렀어요. 믿어지십니까?]사람이 죽어 나가는 경우가 너무나도 많아졌음에도, 인구는 오히려 증가했다.
[사람이 죽는 것 이상으로, 새 생명이 더 많이 탄생했기 때문입니다. 10명이 죽는 사이, 옆 동네에서는 100명이 태어났습니다. 내 새끼, 내 자식을 이능력자로 태어나게 해보겠다고.]베이비붐 세대는 보통 경제적 황금기에 이루어진다고 하던가.
[2000년 좀 지나서 한국에서만, 운석이 떨어진 곳 근방에 사는 사람들의 자식들이 유의미하게 이능력자를 낳는 비율이 높아지니, 그게 세간에 알려지면서 너도나도 아이를 낳기 시작한 게 밀레니엄 베이비붐의 시작이었습니다.]아니었다.
인구를 늘린 건 경제적 호황이 아니라, 이능력이었다.
[어디 한국 안에서만 이루어졌겠습니까? 요즘 저기 강릉에 ‘프랑스 타운’이라고 만들어진 거 아세요? 외국에서 온 이들의 수가 하나의 도시를 가득 채울 정도로 많아졌고, 저기 북쪽 땅이 완벽히 멸망하면서 위에서 내려온 이들도 많습니다. 만약 저 휴전선 이북에 있는 자들까지 모두 합친다면, 아마 최소 1억은 되지 않을까요? 하하하.]우스갯소리지만, 들으면서도 상당히 두려운 숫자다.
군사분계선 남쪽에만 무려 6천만.
한반도 자체적으로 늘어난 신생아의 수도 엄청났지만, 외국에서 유입되기 시작한 인구도 늘어났다.
[이들이 왜 한국까지 와서 아이를 낳겠습니까? 왜 울릉도에 그렇게 기를 쓰고 들어가려고 하겠어요? 다 펌프킨 베이비, 그러니까 이능력자를 낳을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입니다.]인구가 늘어난 이유는 단 하나.
이능력자를 낳기 위해서.
[그런데 그게 쉽나요? 여러분. 복권을 사서 5등에라도 당첨되어 본 적이 있습니까? 4등은요? 3등은요?]그렇다면 이능력자를 노리고 10개월 복권을 긁었을 때, 그게 ‘꽝’이라는 걸 알면 사람들은 어떻게 할까.
[물론 자식을 복권으로 보고 낳으려는 사람은 없을 겁니다. 아마도. 대부분은.]대부분은 키운다.
이능력자를 낳기 위해 자식을 가진 게 아니라, 자식을 가졌는데 진심으로 이능력자이기를 바라는 자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내 새끼, 내 자식이 아니라 ‘이능력자를 낳기 위해’ 임신하는 경우는요? 내가 이 남자, 이 여자와 사랑으로 아이를 낳겠다는 게 아니라, 이능력자인 자식을 낳아서 자식의 등에 업혀 사는 ‘지게부모’가 되고자 하는 자들이 아이를 낳았을 때, 이능력자가 아니면 어떻게 될까요?]하지만 일부는?
[한 해에 버려지는 고아가 무려 일만 명입니다. 일만. 믿어지십니까? 이능력자가 아니라는 이유로 이 땅에 버려지는 아이들만으로도 하나의 도시를 만들 수 있습니다. 고아들은 당연히 보육원으로 보내지고, 보육원에서 감당할 수 없는 경우에는 입양을 보내죠.]내가 들렸던 절은 사회가 감당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대신 키워주고 관리해주는 곳이었다.
그곳의 동자승들은 대부분 이능력자가 되지 못하고 버려진 자식들이다.
[그리고 그런 자들 대부분은 외국…아니죠, 여기까지 이야기했다가는 저 멀리서 번역기 들고 오는 이들이 댓글 달까 봐 무서우니, 여기까지 하겠습니다.]아무리 이 세계의 한국인이라고 해도, 여론은 무섭다.
나처럼 아예 신경을 쓰지 않고 살거나, 혹은 욕조차도 그냥 ‘빌런이니까’라는 마인드로 사는 사람이 아니라면.
[그래서 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무엇이냐. 저는 막대한 자본과 강력한 리더십을 통해 사회안전망을 구축함으로써….]뚝.
나는 영상 재생을 끊었다.
바이크는 이미 바다에 도착했고, 가는 동안 생각을 정리하기에는 충분히 들을 만큼 들었다.
‘변신.’
나는 다시 도깨비의 모습으로 변했다.
변신의 여파로 외투는 또다시 찢어지고 소멸했고, 나는 가면을 얼굴에 눌러쓰며 바이크에 손을 올렸다.
시간은 늦은 밤.
하늘에는 보름달이 덩그러니 놓여있고, 바닷가에는 사람들이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다.
[CCTV도 없고, 인기척도…없군.]나는 위치 추적이 이루어질 만한 것이 있는지, 그리고 주변에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한 번 더 확인했다.
이미 도깨비로 변신 전에 확인한 거지만, 항상 변신하고 나서도 여러 번 확인해야만 했다.
[음.]슬슬 마력이 부족해진다 싶은 순간, 나는 미리 바이크에 실어둔 물건을 하나 꺼냈다.
비닐봉지에 담겨있는 오방색의 알사탕 하나.
그녀는 이것을 ‘여의주’라고 표현했고, 나는 알사탕을 한입에 집어넣었다.
사아아.
청량함이 전신을 감돈다.
마치 활력이 몸 전체에 퍼지듯, 나는 내 서서히 부족해지는 것 같은 내 마나가 아래에서 급격히 차오르는 걸 느꼈다.
이 세상에 마나를 회복할 수 있는 수단은 몹시 드물다.
마나 파우더 또한 마나를 늘려주는 물건이긴 한데, 이건 마나 파우더와는 근본부터 다르다.
인간의 몸에서 나온 건 맞지만, 이건 윤리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는 물건이니까.
굳이 말하자면, 총수에게서 나온 것을 정제하여 사탕으로 만든 것이다.
총수, 충성충성.
나는 총수에게 진심 어린 감사를 표한 뒤, 몸 안에 감도는 마나를 바탕으로 도깨비방망이를 들었다.
부우웅.
도깨비방망이를 바이크에 올리자마자 바이크의 겉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그냥 평범한 바이크가 순식간에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하기 시작했고, 그 모습은 마치 검은 비늘에 황금빛 무늬를 가진 웅장한 형태가 되었다.
[이게 새로운 바이크….]세종섬에서 서울로 돌아갈 때는 타고 돌아가지 못하지만, 그래도 멋있으니까 괜찮다.
그리고 그냥 바이크도 아니고, 결사의 과학과 마법 기술이 집약된 바이크니까.
부릉.
나는 바로 손잡이를 잡았다.
바이크가 바라보는 방향은 세종섬.
나는 모자를 꾹 눌러쓴 뒤, 바이크의 페달을 밟았다.
부우웅ㅡㅡㅡ!
바이크의 바퀴가 모래사장에서도 빠르게 굴러가며, 나는 앞으로 천천히 나아갔다.
그리고 나는 바닷속으로, 바닥을 따라 천천히 움직였다.
나는.
[마력을 호흡으로.] [실체를 영체로.] [공상을 현실로.] [부족한 마나는, 총수의 사랑과 은혜로.]지금부터.
[도깨비 질주.]그 누구에게도 들키지 않는, 도깨비라이더가 된다.
* * *
보름.
유미르는 오늘따라 잠이 오지 않았다.
평소에 잠을 잘 시간도 시간이었지만, 오늘은 뭔가 잠을 자기가 좀 그랬다.
“생각해보니 어느 보름인지 날짜를 안 정했네.”
유미르는 룸메이트도 없겠다, 혼잣말을 중얼거리며 자문자답으로 자신을 자책했다.
“하긴, 그냥 찾아올 리가 없지. 사건 터지고 나서 첫 보름인걸.”
도깨비는 신출귀몰한 존재다.
그런 존재가 자신이 만나기를 바란다고, 갑자기 나타날 리가
“……?”
창문 밖.
기숙사의 울타리 위, 뭔가 이상한 그림자가 반짝이고 있었다.
꼭 울타리 벽 위에 묘기를 한답시고 바이크로 올라선 정장 남자…?
덜커덩.
유미르는 창문을 열고 고개를 들었다.
[오랜만이군.]보름달을 등진 채, 도깨비는 손에 헬멧 하나를 들고 서 있었다.
[드라이브. 뒤에 타겠나?]“…….”
유미르는 태극워치를 벗어던지며, 창문 밖으로 몸을 날렸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