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n Academy Award-winning Villain RAW novel - Chapter (85)
아카데미 훈수빌런이 되다-85화(86/668)
〈 85화 〉 4장. 히어로를 공략하는 방법 (5)
* * *
“가죠. 도깨비 씨.”
유미르가 내 등 뒤에 올라탔다. 잠을 자려고 하던 건지, 파자마 차림이었던 유미르는 아무렇지 않게 내 등 뒤에 올라 나를 뒤에서 안았다.
[음….]등 뒤에 엄청난 존재감이 닿는다.
바이크를 얻어타본 적은 없는 듯 다소 자세를 잡는 게 어색하기는 했지만, 어디 영화에서 본 건 있는지 내 뒤에서 허리를 두 손으로 감으며 상체를 바싹 내 등 뒤에 붙였다.
“왜요?”
[어디 이상한 곳에 갔다가는 한 소리 들을 것 같군.]“야밤에 이런 미소녀에게 드라이브 데이트를 신청하셨으니, 당연히 장소는 정해놓고 오신 거겠죠?”
[그거야 당연하지.]세종섬에 내가 아는 장소가 거의 없기는 하지만, 둘이서 야경을 즐기며 이야기를 나눌 곳은 한 곳 잘 알고 있다.
[그런데 도깨비 씨라는 호칭은 뭔가 이상한 것 같은데.]“그럼 도깨비라고 그냥 불러도 돼요? 예의에 어긋나는 거 아닌가?”
[빌런 도깨비라거나 도깨비 놈이라고 하는 것보다는 낫지. 도깨비라고 불러라.]“알았어요. 그럼 실례할게요.”
꽈아악.
유미르는 좀 더 깊게 나를 잡아당겼다.
이전에는 두 손이 내 허리 근처에 닿았다면, 이제는 아예 내 복부 앞으로 손깍지를 껴도 될 만큼 가까이 다가왔다.
“오….”
[왜 그러지?]“이거 뭐죠? 근육 얼마나 있는지 확인하려고 만져봤더니, 왜 이런 느낌이…?”
유미르는 내 복부를 만지작거렸다.
나는 그녀의 행동을 제지하지 않았다.
EX급 여자를 상대로 저항은 무의미해서?
아니면 복근 자랑을 하려고?
전혀.
굳이 자랑하는 거라면, 나의 ‘이능력’을 자랑하는 중이다.
“사람 느낌이 아니라, 뭔가 공기가 빵빵하게 들어있는 풍선을 만지는 느낌…?”
[근육을 더듬어서 내 몸을 확인하려고 하겠지만, 유감스럽게도 지금의 나를 만질 수는 없다.]“으으…. 아쉬운데요. 이거 중간에 가다가 막 터지는 거 아녜요? 제가 너무 꽉 잡으면?”
[터질 정도로 꽉 붙잡아야 할 거다. 지금부터 세종섬 외곽으로 드라이브를 나갈 거거든. 전속력으로.]나는 유미르의 머리에 헬멧을 씌웠고, 바로 페달을 밟았다.
[네가 나를 인지한 것처럼, 다른 이들도 나를 인지하면 곤란해지지. 물론 너도 그렇고.]“…둘만의 비밀 데이트네요? 아, 히익?!”
부우웅ㅡㅡㅡ!
거친 엔진 소리와 함께 바이크가 울타리 위를 달린다.
“아니, 잠, 꺄악?!”
유미르는 갑작스러운 속도와 급발진에 바로 내 등 뒤에 달라붙었고, 나는 순찰을 돌지 않는 조용한 곳으로 달렸다.
“이, 이거 들키면 어쩌려고 그래요?”
[안 들킨다. 들킬 것 같았으면 너보고 변신을 하라고 했겠지.]“진짜죠? 믿어도 되죠?”
[들키면 내가 가면을 벗겠다.]“으으…. 믿을게요.”
유미르는 그제야 안도했다.
하지만 그냥 저런 식으로 말을 하니, 조금 골려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빌런을 믿다니, 어리석군.]“에…?”
[간다.]나는 바로 방향을 틀어, 늦은 밤인데도 거리를 걸어가는 사람들을 향해 바이크를 달렸다.
“히익…?! 저, 저 앞에 사람!!”
[안다.]자신의 정체가 드러날 수 있다는 걱정 때문인지 유미르는 내 등에 헬멧을 꾹 눌렀다.
부우웅!
“어?”
하지만 그 누구도 우리를 눈치채지 못했다.
그저 조금 강한 바람이 불었다고 생각할 뿐, 누구도 우리가 바이크를 타고 달려가는 걸 눈치채지 못했다.
“이게 어떻게 된…?”
[아주 특별한 기술이지. 알고 싶나?]나는 일부러 바이크를 멈춰 세웠다.
사람들이 대략 서너 명 정도 지나가는 광장의 한가운데였으나, 누구도 우리를 인지하지 못했다.
“어떻게 이런….”
[가르쳐달라고 하면 가르쳐줄 수 있다.]“…알고는 싶은데, 그냥은 알려주지 않을 거 아녜요?”
[그렇지.]유미르는 역시 보통내기가 아니다.
“도깨비의 특수능력…. 어떤 이능력인지 알고 정보를 판다고만 해도 수중에 천억은 넘게 들어올 거예요.”
[팔려고 배우는 건가?]“아뇨. 제가 써보고 싶어서 그래요.”
이능력자에게 가장 관심사가 무엇인가.
바로 자신은 할 수 없는, 하지만 남들은 할 수 있는 아주 특별한 이능력이다.
“어떻게 그렇게 S급들의 인지를 벗어나서 도망칠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사람들의 이목에서 벗어날 수 있는지. 그리고 반년 동안…정체를 들키지 않고 무사히 도망 다닐 수 있었던 것도.”
[그것만?]“일단 그게 대표적이고요, 뒤에 더 묻고 싶은 게 많긴 한데….”
초고속 이동이라거나.
초고속 전투라거나.
그리고 이렇게 다른 이들의 눈에 띄지 않게 움직이는 거라거나.
“그냥 공짜로 알려줄 리는 없고, 뭔가 대가를 바라고 있는 거죠? 그렇죠?”
[잘 알고 있군. 대가를 알고 싶나?]“대가를 내면 알려주실 건가요?”
[합당하고 합리적인 거래라면.]“제가 알고 싶은 건 이쪽인데.”
유미르의 손이 서서히 위로 올라왔다.
“이걸 알려면 얼마나 많은 대가를 지불해야 할까요…?”
가느다란 손가락의 끝은 내 가슴을 따라 올라왔고, 손가락 끝이 내 가면의 턱 부분에 살짝 닿았다.
“도깨비는 누구인가? 도깨비의 능력도 능력이지만, 도깨비는 과연 어떤 남자인가 정말 궁금하거든요.”
[남자가 아닐지도 모르지.]“어머, 남자가 아니라고요? 도깨비방망이를 여기에다가 넣고 계신데?”
[목소리나 체형을 이야기할 줄 알았는데 그런 이야기를 한다니. 너도 참 대단한 녀석이군.]설마 여기에서 도깨비방망이 이야기를 꺼낼 줄이야.
[하긴, 너도 변신하고 난 뒤의 모습은 영락없는 여자지.]“달려있는 여자일지도 모르잖아요? 아니면 가슴에 엄청 마력을 채워 넣은 남자라거나.”
[무슨 위험한 말을. 트랜스젠더라도 된다는 건가?]“후후. 농담이에요. 확실히 당신과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니까…뭔가 되게 재미있네요. …같아.”
유미르는 뭔가 혼잣말로 작게 속삭였다.
나보고 들으라고 한 소리였는지는 모르겠지만, 본인이 의식한 건지는 몰라도 앞부분이 살짝 목소리가 먹혀서 듣지 못했다.
부와아앙.
나는 광장에서 다시 바이크를 몰았다.
[그런데 너, 생각보다 말을 잘하는군. 이 속도 속에서.]“…어? 그러네요?”
유미르는 상당히 빠른 속도에도 아무런 저항감 없이 나와 말을 나눴다.
저것도 재능이겠지.
보통은 이런 속도에서 입이라도 열었다가는 바로 혀를 깨물기에 십상이니까.
[아무튼 그래서, 나와 이야기를 나누는 게 재미있다면 다행이군. 앞으로 조금 친하게 지냈으면 해서 말이야.]“저랑요? 왜요?”
[그야 당연히 너를 우리 편으로 만들기 위해서지.]끼이익.
나는 바이크를 멈춰 세웠다.
“여기는….”
[민간인 출입 금지구역. 덕분에 이런 자연경관이 잘 보이는 곳이지.]사실은 지난번에 그 누구냐, 활빈당의 말뚝이를 데리고 물 밖으로 빠져나왔던 곳이다.
바이크가 들어오기에는 상당히 곤란했지만, 억지로 바이크를 몰고 왔음에도 바이크는 흠집 하나 없이 멀쩡했다.
[둘이서 조용히 이야기를 나누기에도 정말 좋고.]나는 바이크에 놓아둔 도깨비방망이를 꺼낸 다음, 바다가 보이는 방향을 향해 가볍게 땅을 두드렸다.
파ㅡ앙.
마나로 이루어진 벤치가 길게 생겨났고, 나는 먼저 벤치의 끝에 앉았다.
“와. 이런 걸 뭐 들고 다니는 거예요? 어디 캡슐 같은 곳에 넣어두고 다니는 건가?”
[임시로 만들어낸 거다. 마나로 만들어내는 것 정도는 얼마든지 할 수 있잖아?]“이런 걸 만든다고 생각은 하지 않죠.”
[편리하면 그만이지.]나는 유미르에게 벤치 옆을 가리켰다.
[앉지. 시간은 많고, 이야기할 건 많을 테니.]“좋아요. 대신….”
유미르는 한쪽 손을 높이 하늘로 들었다.
“변신.”
파ㅡ앗.
몸이 무지갯빛으로 반짝인다 싶더니, 그녀는 바로 내가 이전에 봤던 금부도사의 모습을 갖췄다.
“어때요? 제 변신.”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많이 생각하는 모습이군.]“그야 저는 히어로의 길을 걸을 거니까요.”
사락.
그리고는 바로 후드와 마스크를 벗었다.
복장만 마법 소녀 금부도사의 모습을 한 채, 그녀는 제법 넓은 벤치의
“실례할게요.”
“그러니까 실례한다고 먼저 말했잖아요.”
끝이 아닌, 내 바로 옆에 엉덩이를 붙이며 앉았다.
덕분에 유미르의 옆에는 사람 한 명이 앉고도 거뜬히 남을 만큼 자리가 비게 되었다.
[보통은 벤치의 사이드에 따로따로 앉지 않나?]“가까이서 이야기를 나누는 게 육성이 멀리 안 퍼질 거 아녜요.”
[애초에 여기 온 시점부터 목소리를 아무리 크게 내도 누군가 오지 않을 텐데.]“아, 그럼…!”
[그렇다고 소리 지르는 건 안 되지.]나는 유미르의 입을 향해 손을 뻗었고, 유미르는 흠칫 놀라며 입을 오므렸다.
[어떻게 알았냐는 눈빛이군. 그냥 감이다. 내 주변에 그렇게 반응하는 사람이 한 명 있어서.]“누구예요?”
[알고 싶으면 계약을 맺어야 하는데.]드디어 본론이다.
[결사에 들어오지 않겠나?]“빌런이 되어라?”
[히어로를 바라는 게 진심이라고 해도, 히어로의 길이 아닌 빌런의 길을 제안할 뿐이다.]유미르를 결사의 편으로 만든다.
[너는 강하다. 하지만 아직 상상력이 부족해. 이능력은 뛰어나지만, 그 이능력을 활용하는 방법은 아직 많이 부족하다. 그래서 이곳 세종섬에 온 거지?]“…….”
[네가 엄청난 이능력을 가지고 있다는 건 자각하고 있지만, 그게 세간에 드러나는 순간 너에게 엄청난 이목이 쏠리겠지. 너의 그….]“퀴즈 하나 내볼게요. 맞추면 제가 도깨비의 제안을 진지하게 생각해볼게요.”
유미르는 내게로 얼굴을 가까이했다.
“제 능력은 무슨 능력일까ㅡ요? 스무고개로 할까요? 음, 한 번에 맞추면 뭐 선물이라도ㅡ”
[강탈.]나는 유미르의 복부를 가리켰다.
[너의 이능력은 다른 이의 이능력을 빼앗는 이능력이다.]“…….”
어딜.
완결까지 따라간 독자에게 작품 설정으로 퀴즈를.
원작 후반부에 밝혀지는 설정이지만, 나는 이미 다 알고 있다.
[너는 에르미나를 악마에서 인간으로 정화한 게 아니었어. 에르미나의 이능력을 삭제한 것도 아니야. 에르미나의 마나를, 이능력을 너는 빼앗았다. 그렇지?]“…….”
유미르의 손이 내 허벅지 위에 올라왔다.
“맞췄어요.”
유미르는 다시 얼굴을 가까이하며, 내 귀에 속삭였다.
“제 능력은, 빼앗는 거예요.”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