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n Academy Award-winning Villain RAW novel - Chapter (92)
아카데미 훈수빌런이 되다-92화(93/668)
〈 92화 〉 4장. 빌런을 공략하는 방법 (4)
* * *
그 시각, 부산 대통령집무실.
“이 멍청한 녀석!”
현 대통령, 태채진은 소파에 앉아있는 청년을 향해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
“내가 그렇게 아무 여자나 함께 놀지 말라고 그렇게 이야기를 했을 텐데!”
“아, 몰랐죠!!”
스마트폰을 만지작거리던 청년, ‘태조’는 소파에 앉아있다가 몸을 한 번 크게 펄떡이며 짜증을 냈다.
“인간의 법률은 이능력자를 구속할 수 없다면서요! 그래서 이능력자끼리 한 번 한 건데, 그거 가지고 왜 그렇게 뭐라고 하시는 건데요!”
“야!!”
“왜요!!”
사적으로는 할아버지와 손자지만, 공적으로는 대통령과 이 나라 S급 히어로 중 한 명이다.
“그게 지금 말이냐, 방귀냐! 내가 몇 번이고 이야기했지! 남자는 입이랑 손이랑 이거 간수를 잘못하면 끝장나는 거라고!”
“아, 제가 뭐 그 여자가 그런 여자인 줄 알았나요!”
“당장 데려와! 어서!”
“뭘 어떻게 데려와요? 이미 강원도 갔는데. 그리고 솔직히 애 생기면 좋잖….”
“야 이 대책 없는 놈아!!”
그런 둘의 대화라고는 생각할 수 없을 만큼 둘의 대화는 지저분하면서도 적나라했다.
다행히 집무실에 방음 부스가 철저히 공사 되어 있어서 망정이지, 아니었으면 시민들이 바로 이야기를 듣고 기겁을 했을 것이다.
“S급 이능력자랑 C급 이능력자랑 그렇고 그런 짓을 하면 어떻게 되겠어?! 응?”
“보건 교육에서 배운 바로는, 높은 확률로 아이가 생기겠죠?”
“너는 지금 네가 애 아빠가 될 수 있는 건데도 그런 말이 나오냐!”
“와! 나 아빠 되는 건가요?!”
“하…!”
대통령은 손으로 얼굴을 덮어버렸다.
S급이라는 걸 알고 오냐오냐 키웠고, S급인 손자·손녀를 둔 덕분에 대통령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
하지만 대통령이 된 이후로 하는 일의 대부분이 이 S급 사고뭉치, 태조가 사고 치는 걸 수습하는 거였다.
“그래. 걔랑은 왜 만난 거야?”
“별거 있나요? 항공사 행사장에서 만나서 따로 연락처 주고받은 다음 만났죠. 태극워치는 따로 빼두고.”
“너, 내가 항상 태극워치 들고 다니라고 했지!!”
“에이, 그걸 어떻게 맨날 차고 다녀요. 전자발찌도 아니고. 제가 뭐 성범죄를 저질렀나요? 그냥 젊은 친구들끼리 서로 눈 맞아서 가볍게 즐긴….”
“그럼 뒤처리를 깔끔하게 해야 할 거 아니야!!”
쾅.
“피, 피임은 제대로 했다고요!”
“피임을 하고 묶어서 잘 가지고 와야지, 그걸 왜 그 여자가 가지고 도망가게 만드는 건데!”
“아, 그냥 쓰레기통에 버린 걸 설마 가져갈 거라고는 생각 못 했죠!!”
“이 멍청이야!!”
대통령이 들고 있던 책자를 바닥에 집어 던지자, 태조는 잔뜩 긴장한 얼굴로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후우, 후우. 태조야. 손자야. 잘 들어라. 이건 네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큰 문제예요. 우리 요원들이 지금 그 여자를 호위하려고 나섰지만, 까딱 잘못하다가는 그 여자가 살해당할 수 있어요. 왜 그런지 아니?”
“어…. 왜요?”
“외국 항공사 이능력자 손녀딸보다, 우리나라 최고의 S급 청년이 가진 유전자가 더 소중하니까!!”
“으헤헤….”
“웃을 일이 아니야!!”
대통령은 답답함에 가슴을 쿵쿵 두드렸다.
그러면서 동시에 율리아나의 사진을 집무실 벽에 걸린 TV에 띄웠고, 대통령은 TV 화면을 두드리며 소리쳤다.
“이 여자가 돌아가서 네 유전자를 바탕으로 아이라도 낳는다고 생각해봐! 그럼 그 여자가 낳은 아이는 어떻게 되겠어!”
“이능력자면 기르겠고, 이능력자가 아니면 버리겠죠.”
“그걸 어떻게 그렇게 담담하게 말하냐.”
“현실이니까요.”
태조는 키득거리며 테이블에 올려진 양갱을 한입에 베어 물었다.
“할부지. 걱정은 안 해도 됩니다. 설마 그걸로 아이 가지고 그러겠어요? 제가 보건 책에서 본 건데, 활동성이 금방 죽어버려서 괜찮다고 그랬어요!”
“그래, 그래. 우리 위대한 S급 히어로, 태씨 집안의 장남은 평범한 사람과 달리 유전자부터 뛰어나서, 걔들도 살아있을 수 있다는 생각은 안 해봤니?”
“어….”
태조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게 과학적으로 가능해요?”
“너는 이능력자야!!”
“이능력자도 사람인데.”
“이능력자에게 과학의 잣대를 들이밀지 마!! 진짜 임신하면 어떻게 할 거냐고! 네 유전자를 여자들한테 싹 다 돌려버려서 네 아들이 무슨 수십 수백 명 나오면 어쩌려고 그러는 건데!”
“그야.”
태조는 어깨를 으쓱였다.
“제가 낳고 싶어서 낳은 자식도 아닌데 제가 왜 책임을 져야 하죠?”
“하, 하하….”
대통령은 더 이상 화를 낼 기력도 없는 건지, 풀썩 자리에 주저앉았다.
“내가 괴물을 키웠어, 괴물을.”
“괴물 같은 능력을 갖춘 존재기는 하죠.”
“하여튼 말이라도 안 하면. 으휴. 만약에 말이다. 걔가 만약 죽기라도 한다면 너는 진짜….”
“율리아나가 왜 죽어요?”
“…….”
대통령은 몸을 돌렸다.
태조는 눈치채지 못하게, 씩 올라가려는 입꼬리를 애써 내리며.
“손자야. 생각해봐라. 네가 국뽕주의자라고 생각을 해봐. 우리 태씨 집안의 위대한 장손 유전자를 외국인 여자가 훔쳐 가는데 그걸 가만히 보고만 있겠니?”
“그럼 그걸 그냥 회수만 하면 되지, 왜 걔를 죽여요?”
“도둑놈 가만히 내버려 두는 거 본 적 있냐?”
“…아, 안 되는데. 죽는 건 좀 그런데.”
태조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다음에 마이애미 가면 슈트 입고서 한 번 해보기로 약속했는데!!”
“…너는 진짜 S급이어서 다행인 줄 알아라.”
“S급이니까 이러는 거죠. 크흐흐.”
태조는 창문을 향해 다가갔다.
“율리아나 지금 어디 있어요?”
“몰라. 저기 양양에서 비행기 타고 미국 간다고 하더라. 왜?”
“왜긴 요.”
태조가 창문을 열자, 밖에서 무언가 강철과도 같은 철덩어리가 태조를 향해 날아왔다.
철컹, 철컹, 철컹!
태조의 몸에 부착된 철덩어리는 순식간에 태조의 전신을 두른 갑옷이 되었고, 그 모습은 흡사 곤룡포를 두른 강철의 남자와도 같았다.
“여자를 구하는 건 히어로의 몫이니까.”
와장창!
태조는 유리창을 깨며 밖으로 뛰쳐나갔다.
대통령은 그 뒷모습을 보며, 조용히 탁자 위에 올려진 위장약 통에 손을 뻗었다.
“저건 한국이 아니라 미국에서 태어났어야 할…. 하, 아니다. 그래, 자랑스러운 우리 태씨 집안의 장손이지. 쯧.”
대통령은 복잡한 얼굴로 TV 속 사진을 바라봤다.
“스캔들이 터질 거면 좀 품격 있게 급을 맞춰서 S급이랑 터져야지, C급이 뭐냐. C급이.”
* * *
잠시 뒤.
모든 상황을 파악한 나는 현재 결사가 어떤 입장인지를 다시금 확인했다.
“율리아나가 한국에서 죽지 않게만 하면 된다 이거죠?”
“그래. 정부에서는 S급 히어로인 태조와 스캔들이 일어난 대상이 C급인 율리아나라는 것을 은폐하고 싶어 하고, 활빈당은 율리아나가 훔친 태조의 유전자를 되찾으려고 하지.”
“우리가 거기서 얻을 이득은?”
“옥토버 트래블의 지분 일부. 그리고 은혜.”
은혜라는 말이 참 무섭다.
그냥 단어일 뿐인데, 결사의 입장에서는 저런 사소한 은혜를 모아서 세계 정복으로 나아가야 한다.
“옥토버 트래블이 있는 자리에 새로운 항공사 만든다고 머리 아파질 바에는, 차라리 옥토버 트래블을 결사의 편으로 만드는 게 좋지 않겠어? 앞으로 우리가 해외 나갈 때마다 무료로 1등석으로 업그레이드해 줄 거 아냐.”
“모든 것은 세계 정복을 위해서, 입니까.”
“그렇지. 강원도 일대에 영향력을 꽉 잡은 항공사야. 쟤들을 우리 결사로 포섭한다면 훗날 큰 도움이 되겠지.”
“…후.”
결론이 나왔다.
좋든 싫든, 일단 한국 땅에서는 율리아나를 죽여선 안 된다.
“그러면 태조의 유전자는 어떻게 할 겁니까?”
“없애야지. 누가 함부로 쓰지 못하게.”
“그걸 어디에다가 쓴다고.”
“뭐, 어디 냉동 보관했다가 시험관이라도 어떻게 해버린다면 상당히 곤란하지 않겠어?”
“쯧. 나이도 어린놈이 벌써 발랑 까져서는….”
“도 과장님도 까졌잖아.”
“이사님.”
“미안, 미안.”
나는 궁기의 엉덩이를 걷어차려다가 다리를 내렸다.
“시간이 됐습니다. 저는 지금부터 보이지 않는 곳에서 따라다니며 ‘도둑’을 호위하겠습니다.”
“별로 내키지 않는 것 같은데.”
“결사의 도깨비가 아니라 그냥 인간 도지환 입장에서는 아무래도 태조보다는 율리아나 쪽이 더 불쾌하니까요.”
“남자라서?”
“아뇨. 서로 사랑하는 것도 아닌데 그렇게 아이를 가지려고 한다는 것 자체가 불쾌한 일이라서요.”
“흐음…. 하긴, 도 과장님 입장에서는 그렇겠네. 우리 과장님, 열렬한 사랑꾼이잖아. 막 이 여자 저 여자 다 홀리고 다니는.”
“…….”
퍼ㅡ억.
“아악! 엉덩이를 때렸어?! 이거 성희롱이야!”
“아프지도 않으면서 비명 지르셔 봐야 아무런 의미 없습니다.”
“맞은 부위가 문제라고! 어떻게 여자를 때릴 수 있어?”
“저는 페ㅁ…남녀차별을 하지 않으니까요. 그럼 다음에는 정강이를 걷어차 드리겠습니다.”
“하여튼!”
궁기는 인상을 찌푸리며 엉덩이를 손으로 쓱쓱 문질렀다.
“마침 그런 이야기가 나와서 그런데, 이사님. 율리아나는…빌런으로 봐도 좋습니까?”
“음….”
궁기는 내 눈을 뚫어져라 바라보더니, 가볍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죽일 정도의 범죄 행위까지는…아니지 않을까?”
“유전자 도둑인데도요?”
“서로 합의해보고 한 거니까 누가 뭐라고 할 수 없지. 잘못이 있다면 양쪽에 있으니까. 하고 나서 제대로 처리하지 않은 남자랑 그걸 가지고 이상한 짓을 하려고 한 여자.”
“…뭐, 죽일 정도까지는 아니라는 걸 알겠습니다만.”
위잉.
나는 가면을 꺼냈다.
“이건 어디까지나 가능성의 이야기입니다만.”
변신.
[만약, 율리아나가 죽을 만큼 나쁜 짓을 한다면.]철컹.
[도깨비로서, 죽여도 되는 건가?]“…아아. 물론…이죠. 당연하신 말씀.”
궁기는 품에서 선글라스를 꺼내 끼며, 나를 향해 붉은 입술을 씩 들어 올렸다.
“이런 자질구레한 사정보다 더 중요한 건 결사의 의무, 도깨비의 사정이니까.”
율리아나 호위작전.
개시.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