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n Academy Award-winning Villain RAW novel - Chapter (94)
아카데미 훈수빌런이 되다-94화(95/668)
〈 94화 〉 4장. S급의 품격 (1)
* * *
세상이 아무리 미쳐 돌아간다고 하지만, 그래도 세상에는 선이라는 게 있다.
이 선이라는 게 사람마다 다르고, 나라마다 다르고, 세계마다 다르다.
지구와 이 세계는 다르다.
대격변 이후, 이 세계의 상식은 운석과 함께 무너졌다.
타다다다당ㅡㅡㅡ!!
총소리 도로를 가득 메운다.
총탄이 땅에 부딪히는 소리, 차체에 부딪히는 소리, 총격에 비명을 지르는 소리까지 삼중주로 울린다.
“꺄아악!”
“이능력자시면서.”
나는 가볍게 핸들을 꺾어 중앙선을 침범했다.
“마력으로 몸 보호하시면 총탄 맞아도 따갑지도 않으면서 비명은.”
“하, 한국에서 지금 저런 총격질이 말이나 돼요?!”
“그러게나 말입니다.”
북쪽으로 올라가는 길이라 잠시나마 오히려 활빈당 왈패들과 가까워졌지만, 이 차는 방탄 작업이 철저하게 이루어진 차다.
부와아앙ㅡㅡㅡㅡ!!
RPM이 순식간에 12시를 넘었고, 나는 총격에 잠시 멈춘 앞차를 피해 앞으로 질주했다.
역주행이다.
앞에 차가 있을 리 만무.
“앞에서 차가 오면 어쩌려고요!”
“그때는 피하면 되죠.”
나는 다시 차를 원래 차선으로 돌렸다.
그러자 활빈당 폭주족, 아니 폭도들이 바로 삼거리에서 미끄러지듯 회전하여 내 뒤를 쫓아왔다.
“아무래도 저들이 노리는 건 아가씨인 듯합니다.”
“보면 알아요!”
“안전띠는 풀지 마십시오. 양양까지 모셔다드릴 테니.”
“뭐?”
기어를 바꿀 필요도 없었다.
그저 엔진 페달을 강하게 밟으며 내비게이션을 따라 앞으로 달려가기만 하면 될 뿐.
‘이능력자라서 참 이런 건 좋아.’
자동차는 고속도로에서 140km/h 한 번 밟아본 적밖에 없는 내가 지금은 거의 200km/h에 가까운 속도로 차를 몰고 있다.
그것도 동해안 도로를.
현실의 도로와 달리 조금은 평탄화되어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굽이친 길을 이 속도로 달리는 건 미친 짓이다.
그걸 이능력이 가능하게 해준다.
마나를 통해 확장된 감각이, 이능력을 통해 늘어난 신체 능력이 가능하게 해준다.
다른 건 몰라도 나의 민첩은 A급이기에, 나는 1초 만에 전후좌우를 확인하고 앞으로 달렸다.
굿 드라이브라고 할 수 있겠지만, 문제는 이 속도를 따라오는 놈들이 있다는 것.
부우웅ㅡㅡㅡ!
“코너링 잘하네. 운전병 출신인가.”
“그거랑 무슨 관계예요!”
“운전병은 다들 코너링이 기가 막히거든요.”
정말 능숙하게 코너를 돌며 쫓아오는 바이크가 무려 네 대나 있다.
핸들에 K2를 박아넣고, 핸들과 이어진 부분의 레버를 당기면 방아쇠가 함께 당겨지도록 장치까지 마련해뒀다.
투두두두!
트렁크 부분에 집중적으로 사격이 박혔다.
차를 좌우로 살짝 흔들어 총탄을 피했지만, 바이크 네 대가 동시에 뒤에서 쏴대니 전부 피할 수는 없었다.
“꺄아악!”
“방탄유리라 괜찮습니다.”
“당신, 왜 이렇게 침착한 건데!”
“프로니까요. 충격에 조심하십시오.”
나는 네비를 확인한 뒤.
“역공합니다.”
“에? 꺄악?!”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끼이이익!!
뒤에서 나를 쫓아오던 바이크 세 대가 브레이크 경고등을 보고 급히 방향을 튼다.
쿵!
뒤에 있던 놈은 그걸 보지 못하고 그대로 차의 뒤를 바이크로 박았고, 나는 그 충격을 받자마자 바로 다시 액셀을 밟았다.
“내 차면 절대 이렇게 안 했을 텐데.”
“으으…!”
우당탕.
차 트렁크 위에 떨어졌던 폭도 하나가 그대로 바닥에 굴러떨어진다.
“주, 죽었…?!”
“이능력자입니다. 지금 이 속도를 따라오는 저 넷, 다 이능력자예요.”
200km/h 속도를 바이크로 아무렇지 않게 따라오며 총격을 날리는 놈이 이능력자가 아닐 리 없다.
아니라고?
…
뭐, 새벽부터 바이크에 소총을 장착하고 쏘아대는 놈은 빌런이다.
죽었어도 빌런이 죽었을 뿐이다.
타다다당!
다시 총구가 불을 뿜었다.
반동 때문에 속도가 안 날 법도 한데, 역시 차보다는 바이크가 더 가벼워서 그런지 총격의 반동에도 거침없이 나를 따라붙었다.
부와아앙!
오히려 한 대는 나를 앞지르려고 했다.
운전석 가까이 바이크를 붙이며 뭔가를 부착하려고 하길래, 나는 바로 차의 핸들을 꺾었다.
끼이익!
급커브를 돌며 차가 옆으로 꺾이고, 운전석에 가까이 다가온 녀석은 놀라서 핸들을 반대로 꺾었다.
콰ㅡ앙!
차의 후미가 놈의 바이크 앞바퀴를 때렸다.
놈은 그대로 미끄러지며 바닥을 굴렀고, 놈이 부착하려던 물건은 바닥에 맥없이 떨어졌다.
콰ㅡㅡㅡㅡ앙!!
경쾌한 폭발음이 울렸다.
백미러로 보니, 붉은 폭발이 일어나 흙먼지를 일으켰다.
“총도 쏘는데 폭탄이라고 날리지 말라는 법은 없긴 하죠.”
“다, 당신 진짜 왜 이렇게 침착한 건데?!”
“제가 괜히 아가씨의 담당 운전사로 붙은 게 아닙니다. 그런데…아무래도 저쪽도 진심인 모양이군요.”
액셀을 밟아 다시 앞으로 질주하려고 하니, 전방에 바리케이드가 펼쳐져 있다.
검노란색 철제 바가 여러 겹 늘어져 있고, 양옆으로 총을 든 활빈당 폭도들이 우리를 향해 총구를 겨누고 있었다.
그 뒤로 보이는 ‘강릉시’ 표지판이 참 어색해서 괜히 웃음이 다 나왔다.
“저, 저것들 뭐야…! 왜 저렇게까지…!”
“S급의 유전자를 몰래 밀반출하려고 하시니, 당연히 저 난리를 피우죠.”
“너, 너 알고 있었…!”
“예, 압니다.”
나는 잠시 뒤로 고개를 돌렸다.
“이사님 지시니까 하는 거지, 저도 별로 내키지 않아요.”
“아, 앞을 봐!”
“왜 봅니까. 어차피….”
나는 페달을 더 세게 밟았다.
“바리케이드고 나발이고, 부수고 앞으로 들어갈 건데.”
나는 핸들 앞으로 마력을 흘려보냈다.
핸들을 잡은 왼손이 붉은 불꽃으로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고, 곧 불꽃은 자동차의 앞으로 빨려 들어갔다.
화륵.
자동차 앞에 불이 붙었다.
불은 불꽃을 머금고 달리듯, 자동차는 핏빛처럼 붉은 불꽃을 불태우며 바리케이드를 그대로 들이받았다.
으아악!!
바리케이드를 그대로 뚫고 지나가는 중에 뭔가 사람 비명이 울린 것 같지만, 딱히 신경 쓰지 않고 액셀을 계속 밟았다.
“다, 당신 도대체….”
차는 앞으로 달려 나간다.
총탄에 맞은 흔적은 가득하지만, 속도가 살짝 줄어들기는 했지만, 그래도 달리는데 큰 지장은 없다.
“지금은 ‘궁기’ 이사님 직속, 모비딕입니다.”
“들어본 적 없는…아니, 아무래도 좋아. 다, 당신.”
이제는 조금 긴장이 풀린 건지, 율리아나가 조수석을 붙잡고 상체를 앞으로 기울였다.
“혹시 옥토버 트래블에 들어올 생각…꺄악!”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율리아나는 조수석 등받이에 얼굴을 박았고, 나는 완전히 차를 정차했다가 다시 차를 전진시켰다.
“가, 갑자기 뭐야!”
“빨간불이라서요.”
“무슨 말도 안 되는…! 지금까지 신호 다 무시했으면서!”
“그런가요.”
나는 모르는 일이다.
* * *
그 시각.
강원도에서 일어난 소동은 금방 국가 방위에 관련된 주요 인물들에게 소식이 전해졌다.
항공사 옥토버 트래블의 손녀 율리아나 페이그린이 태조의 유전자를 습득.
금일 오전 양양 공항의 전용기를 통해 출국하려고 함.
반정부단체 ‘활빈당’이 옥토버 트래블의 회장 일가를 습득하여 태조의 유전자를 회수 및 소각하려고 한다는 첩보를 입수.
범국가 테러단체 ‘이매망량’이 지원을 나온 것으로 확인. 출전 가능한 S급 히어로들은 강원도로 소집 바람.
“…….”
새벽부터 울린 태극워치에는 ‘스노우 화이트’를 향한 소집 명령이 남아있었다.
“태조, 이 인간은 또 무슨 사고를 친 거야….”
다른 이들에게는 알려지지 않는, 언론에도 알려지지 않는, 오직 국가가 믿을 수 있는 S급 히어로들에게만 직통으로 날아오는 보고를 읽으며, 백설희는 심각한 얼굴로 잠옷을 벗었다.
“그러니까 외국인 여자애가 태조랑…하아. 하여튼 그 녀석. 어린놈이 발랑 까져서는….”
백설희는 고개를 가로저으며 부엌에서 커피를 내렸다.
아침부터 커피를 마시기에는 조금 부담스러웠지만, 맑은 정신을 위해서는 약간의 카페인이 필요했다.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이건 요청이다.
협박이 아니다.
서울에서의 휴가 때도 이런 긴급 전보가 날아왔고, 그때는 대통령이 직접 전화까지 하여 북상 중인 레드 스카프를 막아달라고 요청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이번에는 진짜 요청이다.
“이 시간에 이 문자를 보냈다는 건…. 하아. 길들이기네. 나서지 않으면 나중에 난리 칠 테고, 나서도 이미 상황은 종결되었을 텐데.”
그도 그럴게, 이 다급한 시간에 강원도로, 그것도 지금쯤이면 한창 난리가 펼쳐지고 있을 타이밍에 오라고 하는 건 명백히 ‘무리’였다.
삐빅.
태극워치가 한 번 더 울렸다.
백설희는 태극워치를 그냥 꺼버리고 샤워나 할까 하다가, 태극워치에 올라온 긴급 보고를 보고 표정을 바꿨다.
총격전 발생.
활빈당이 총기를 1인 1정 가까이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
현재, ‘아머드 태조’가 부산에서 강원도로 비행 중.
“……미친. 한국에서 총질을 한다고? 세상이 단단히 미쳐 돌아가는구나.”
백설희는 믿기지 않는 보고에 허탈하게 웃었다.
삐비빅.
전화가 울린다.
알고 있는 번호였고, 백설희는 바로 전화를 받았다.
“응. 안녕, 이린아.”
[언니, 혹시 지금 긴급 보고 보고 있으셔요?]“응. 네 오빠….”
[오빠 아녜요, 그런 거.]퉁명스러운 목소리로 짜증을 내는 소녀의 말투에 백설희는 살짝 눈썹을 찌푸렸지만, 곧 그런 게 남자 가족이라고 생각하면 확실히 그럴 수 있다는 생각에 화를 풀었다.
[저는 가려고 하는데, 혹시 같이 가실래요?]“음….”
[결사가 나오면 언니 낭군님도 나오지 않을까요?]“너 무슨 소리니? 누가 내 낭군이야. 건방지게 그런 소리 할래?”
[반쯤 사실 아닌가…?]“시끄러워.”
백설희는 손가락을 튕기며, 마력으로 빠르게 몸단장을 마쳤다.
“됐고, 옷 갈아입고 너한테 바로 갈 테니까 준비해. 일단은 양양으로 가야지.”
[낭군님 보러?]“너 진짜.”
마침 새벽에 눈이 떠져서 일어난 김에 가는 것뿐이다.
“내가 뭐 결사가 있는 곳에 무조건 도깨비 있을까 봐, 도깨비 만나러 가는 줄 알아?”
[우연히 만날 수도 있잖아요.]“내가 강원도가서 도깨비 만나면…그래.”
백설희는 피식 웃으며 셔츠를 입었다.
“도깨비한테 차 한 잔 하자고 데이트 신청한다. 무슨 말 도 안 되는 소리를 하고 있어. 강원도에 도깨비가 왜 있겠어.”
[만약에 있으면요?]“그건.”
펄럭.
“운명이지.”
백설희는 얼음으로 된 낚싯줄을 손가락으로 휘릭 휘감았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