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n Academy Award-winning Villain RAW novel - Chapter (96)
아카데미 훈수빌런이 되다-96화(97/668)
〈 96화 〉 4장. S급의 품격 (3)
* * *
히어로든 빌런이든 등급을 정함에 있어 기준은 그가 얼마나 강한 힘을 낼 수 있느냐로 판별된다.
여기에서 말하는 강한 힘이란 단순히 근력이나 순간 폭발력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굳이 이런저런 설명을 할 필요 없이, 그 사람의 ‘클라스’가 어느 정도 되느냐.
나는 S급이다.
마력을 비롯한 다른 수치는 평균보다 못하거나 약간 높은 수준이라고 해도, 나는 전투 센스와 나의 공상력을 바탕으로 S급 빌런이라는 타이틀을 손에 넣었다.
많은 이들이 도깨비를 직접 보면 의아해한다.
가까이서 지켜보면 마력도 그다지 많아 보이지 않은데, 싸워보면 이길 것 같은데 왜 S급인지 모르겠다고.
영노도 마찬가지다.
가면 속에서 나를 바라보는 눈빛은 나를 경계하면서도, 스스로 ‘싸울 수 있다’라고 확신하고 있다.
그걸 지금, 정면에서 깨부순다.
“커헉!”
영노가 다가올 때마다 앞으로 주먹을 휘둘러 놈의 명치에 불꽃을 터뜨린다.
한 번 불꽃이 터질 때마다 영노의 몸에 불이 붙고, 영노는 뒤로 물러나며 그걸 털고 다시 몸을 일으켰다.
“죽어라!”
영노가 손에 마력을 휘감아 앞으로 뻗는다.
뭔가를 집어삼킬 듯이 마나가 그물처럼 뻗어 나오고, 곧 그 형체는 거대한 괴물의 아가리가 되었다.
사자탈과도 같은 것이 영체처럼 반짝이며 나를 잡아먹으려고 한다.
[그래, 네 능력은 ‘삼키는 것’이라고 들었다.]나는 오히려 사자탈의 입 안으로 들어갔다.
겉으로 보이는 형상만 괴물의 입일 뿐, 그 형상을 이루고 있는 뼈대는 마나로 이루어진 그물에 불과하다.
화륵!
나는 전방으로 손을 크게 휘둘러 불꽃을 일으켰다.
다른 불꽃도 아닌 궁기의 불꽃이 내 손에서 칼날처럼 휘둘러지자, 그물은 반으로 갈라지고 사자탈의 몸뚱어리도 반으로 쪼개졌다.
“이…! 어떻게, 어떻게 불꽃을…!”
[도깨비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지. 길게 말하지 않는다. 여기에서 그만둬라. 그러면 나도 아프게 하지는 않으마.]“닥쳐라! 나를 능멸할 셈이냐!”
[능멸? 아니. 아프지 않게 죽여준다는 이야기였는데.]나는 다시 손을 한 번 털어낸 뒤, 주먹을 움켜쥐고 앞으로 크게 휘둘렀다.
콰ㅡ앙!
허공에 불꽃이 폭발했다.
아무것도 없는 허공이었지만, 내 공격은 정확히 무언가에 닿았다.
“크아악!!”
영노가 펀치에 얻어맞고 다시 바닥을 구른다.
저기 뒤에서 나를 노려보던 영노의 몸이 안개처럼 흩어졌다.
[분신인가.]“커헉, 어떻게…!”
[네놈의 패인은 네가 영노라고 밝힌 것. 그거 하나뿐이다. 결사는 영노를 조사했고, 나는 그 이능력이 어떤 게 있는지 파악했을 뿐.]“그, 그럴 리가…! 이걸 본 사람은 모두 죽었는데…!”
[라고, 혼자서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겠지.]나는 영노에게 다가가 놈의 멱살을 움켜쥐었다.
“이 자식!”
영노는 내 손목을 붙잡고 나를 걷어차기 시작했다.
마력으로 보호하고 있어 아프지는 않았지만, 심히 기분이 나쁜 발길질이었다.
[다음 생애는 암살하겠다고 협박할 때, 정체를 숨기도록.]나는 영노를 잡고 그대로 바닥에 메다꽂았다.
“커허억!!”
포장된 도로가 크레이터라도 생긴 것처럼 움푹 꺼졌고, 영노는 가면 위로 붉은 피를 입에서 토해냈다.
[저항하지 마라. 어차피 저항하지도 못하겠지만.]콰ㅡ앙! 쾅!
나는 주먹을 말아쥔 뒤, 영노의 양쪽 어깨에 정확히 정권을 찔러넣었다.
뭔가가 으스러지는 소리와 함께 영노는 상체를 일으키지 못했다.
아래로 떨어진 두 팔은 힘조차 들어오지 않는 듯했다.
당연하다.
양쪽 어깨뼈를 망가뜨렸으니.
놈도 나름 몸을 보호하기 위해 본능적으로 마나를 몸에 둘렀겠지만, 본능이 반응하기 전에 먼저 마나를 잔뜩 둘러 때리면 그만이다.
순간가속.
화염마법.
신체강화.
마력투시.
약점포착.
어깨를 내려찍은 두 번의 주먹은 다섯 가지 능력을 공상하여, 하나의 기술로 도출해낸 결과다.
[나를 상대로 이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나.]이게 내가 S급 빌런으로서 지금까지 나의 실력을 증명해온 방식이다.
[묻겠다. 내가 너를 처형하지 말아야 할 이유를 말해봐라.]“뭐, 뭐라고…!”
나는 놈의 명치를 발로 짓밟았다.
[오늘의 나는 몹시 자비로운 사람이라서. 빌런 처형인으로 나온 게 아니라, 일단은 호위무사로 일하는 중이거든. 오늘은…뭔가 빌런이라도 사람 죽이기 좀 그런 날이라서.]“개소리…!”
[도깨비도 때로는 센치해지는 날이 있다는 말이다. 쯧.]사람을 죽이고 싶지는 않아요.
조금 시간이 많이 지났지만, 나는 오늘 자정에 유미르와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왔다.
그래서 그런지, 그녀가 사람을 죽이기 꺼린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서 살짝 감상적으로 변했다.
[한 번만 기회를 준다. 말해봐.]“저 여자는 이 나라의 국보를 훔쳤다!!”
살려줄 이유를 말하라고 했더니, 동문서답을 하고 있다.
“너도 다 알고 왔겠지! 저 여자는 아머드 태조의 것을 훔쳤다는 걸! 아머드 태조의 유전자를 가지고 해외로 도망간 다음, 그걸 이용해 무수히 많은 태조의 자식들을 만들어낼 생각이다!”
[마지막은 억측 아닌가?]“억측이라고?! 하!! 본인에게 물어보라지! 저 여자는 분명 그걸 이용해서 아기를, ‘이능력자’를 만들 거다! 그리고 만약 이능력자가 태어나지 않으면 버려버릴 거다!”
영노의 가면 안쪽, 눈가에서 붉은 액체가 흘러나왔다.
“한 해에 한국 남자와 결혼해서 씨도둑질해가는 여자가 몇이나 되는 줄 아느냐! 그렇게 태어난 아이들이 이능력자가 아닐 때, 어떻게 되는지 아느냐! 천리타향에서 아버지의 얼굴도 모른 채 길가에 버려진다! 나는 그걸 막기 위해 저 여자로부터 아머드 태조의 씨를 받아내야 해!”
아마도 머리에 피가 흐르면서 가면 안으로 흘러내린 피가 그대로 내려오다가 눈가에서 고여 밖으로 새어 나온 것이겠지.
“저 여자가 낳고 버려서 불행해질 수많은 생명을 구원하기 위해서!!”
[그렇군.]영노는 피눈물을 흘리며 악다구니를 썼다.
이미 내 공격에 두 팔이 망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영노는 다리를 움직이며 몸을 일으켜 세우려고 했다.
“나는, 저 여자로부터, 반드시…!”
[그것이 네가 처형당하지 말아야 할 이유로는 부족하군.]“뭐?”
[네 생각은 알겠다. 네 기준으로 보면 분명 율리아나는 죽을 만큼 나쁜 짓을 했겠지. 하지만 내게는 공감이 잘 가지 않는군.]“뭐라고…!”
[씨앗을 도둑맞은 당사자가 죽여달라고 한 것도 아닌데, 왜 활빈당이 나서서 급발진하는 거지?]“…….”
영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게 너희들이 공감받지 못하는 빌런 조직이 된 이유다. 너희들은 그저 하나밖에 바라보지 않지. 국익을 위한다는 명분으로…아니, 길게 설명할 필요도 없다. 너를 처형하는 이유는 심플하다.]나는 영노가 일어나지 못하게 한 번 더 몸을 밟은 뒤 뒤로 물러났다.
[너는 저 여자를 죽이려고 하면서 조직을 이끌어 습격을 했고, 그 과정에서 경호원들이 총에 맞아 죽었다.]나는 가볍게 손을 비틀었다.
[사람을 죽인 자는 죽인다. 저 여자와는 별개로, 너는 사람을 죽인 빌런이다. 너는 너희들의 습격으로부터 죽은 경호원들에게 사과를 해야 했어.]“크, 크하하! 이 개 같은…! 너는 안 죽을 줄 아냐!! 너도, 언젠가는 죽게 되어 있어!”
[그래. 언제든 죽을 각오를 하고 살지. 내가 남을 죽이는 만큼, 남도 나를 죽이려 들테니까. 그래도.]나는 영노의 가면을 향해 손을 뻗었다.
[이 나라를 향한 네 충의와 의지는 높게 사, 고통 없이 보내주지. 뭐…어깨 부순 건 사과하지.]“하…! 그래, 너는 결국 빌런은 무조건 죽인다는 건가. 크흐, 흐흐흐….”
영노는 내 바짓가랑이를 붙잡았다.
어깨가 부서졌을 텐데도 나를 붙잡는 이 힘은, 분명 마지막 의지가 담긴 마나의 힘이리라.
“부탁이다. 도깨비. 너도 한국인이라면, 저 여자의 행동을”
[빌런은 처형한다. 예외는 없다.]나는 오른쪽 손목 위, 사나운 호랑이와도 같은 얼굴의 장치에 손을 올렸다.
[내가 만약 빌런이 아닌 자를 사사로이 죽인다면, 가장 먼저 죽이는 건 나 스스로가 될 것이며.] [FINAL DRIVE.]철컥.
[내가 누군가를 처형한다면, 그건 악행을 저지른 빌런일 테니.]나는 왼손의 마력을 오른손에 밀어 넣었고, 곧 양손에 가득했던 궁기의 불꽃이 오른손에 집중되며 거대한 불꽃으로 타오르기 시작했다.
“크하….”
그 모습은 영노가 나를 잡아먹으려고 했던 사자탈과 비슷한, 불꽃의 호랑이가 아가리를 쩍 벌린 모습이었다.
[고통조차 느끼지 못할 궁기의 불꽃, 작열하라.]“…흐.”
영노의 가면이 옆으로 떨어졌다.
“유언 정도는, 남겨도 되나?”
[물론. 얘기했잖나. 오늘은 센치한 날이라서. 그 정도는 봐주지.]피로 물들어진 헝클어진 머리 아래, 가면 속 영노의 얼굴은 칼날로 난자당한 것처럼 흉터가 가득했다.
“부디, 율리아나가 죽을 만큼 나쁜 짓을 해서.”
[GRAND CROSS.]“도깨비가 직접 처형하기를.”
[BLAZEㅡㅡㅡ!!]나는 타오르는 불꽃을 아래로 내리꽂았고, 곧 영노의 몸을 중심으로 붉은 불기둥이 하늘 높이 치솟았다.
[…물론이다.]나는 일격에 불타 죽은 영노의 가면을 다시 그의 얼굴에 씌워주며 몸을 돌렸다.
펄럭.
불기둥은 서서히 잦아들기 시작했고, 나는 궁기의 마력을 갈무리하며 두 주먹에 다시 움켜쥐었다.
남은 마력은 충분하다.
율리아나를 데리고 양양까지 가기에는 충분하다.
나는 가드레일 너머, 해안 방향에 몸을 숨긴 율리아나에게로 향했다.
[호위는 계속한다.]“어, 어어….”
[일단 양양으로]내가 율리아나에게 다가간 순간, 율리아나는 황급히 무언가를 감췄다.
“아악!”
나는 바로 율리아나를 제압한 다음 그녀가 숨긴 물건을 확보했다.
만약 이게 태조의 유전자라면, 이 물건은 이대로 불태워 없앨
[…….]스마트폰.
동영상 녹화 중지.
클라우드 자동 업로드 기종.
이능력에 의해 타오르는 불기둥.
그리고 태극워치.
[쯧.]죽일까.
* * *
“언니. ‘천리안’이 빌런을 관측했어요. 강릉…도깨비네요.”
“아.”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