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ome An Academy Award-winning Villain RAW novel - Chapter (99)
아카데미 훈수빌런이 되다-99화(100/668)
〈 99화 〉 4장. S급의 품격 (6)
* * *
스노우 화이트, 도깨비 좋아하는 거 아니냐?
세간에 널리 알려진 풍문이다.
백설희 본인으로서는 답답함에 가슴을 두드리고 싶은 심정이었지만, 자고로 사사건건 부딪치는 두 S급을 보며 사람들은 상상의 나래를 펼치기 마련.
백설희가 도깨비를 좋아해서 저러는 거다.
가라, 설희몬! 도깨비에게 헤롱헤롱!
도깨비가 남자인지 여자인지 어떻게 암? 알고 보니 여자일 수 있는 거지.
왜 여자 상대로 헤롱헤롱 실패할 거라고 단정함?
선생님의 넓은 수비 범위에 찬사를 보냅니다.
백설희와 도깨비는 거의 로미오와 줄리엣, 아니 호동왕자와 낙랑공주 급으로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구었다.
근데 낙랑공주가 죽고 호동왕자가 전쟁에서 승리하는 거 아님?
그럼 백설 왕자랑 도깨비 공주라고 하자!
누가 봐도 수컷인데 왜 공주…?
수컷이라도 공주처럼 다루면 그만이야!
선생님의 수상한 취향에 저도 관심이 많습니다.
사람들은 열렬한 환호를 보냈다.
그리고 국가에서도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다들 은근한 눈빛으로 백설희에게 신호를 보냈다.
도깨비를 몸으로든 마음으로든 이능력으로든 꼬셔보는 건 어때?
솔직히 도깨비가 손속에 사정이 없어서 그렇지, 걔들 다 따지고 보면 죽을만한 놈들이었잖아?
도깨비를 빌런들 죽이는 사냥개로 만들어 써먹는다면, 사법 거래를 하는 방식으로 다루면 되지 않겠나. 백설희, 그대가 도깨비에게 목줄을 채우고 다니는 걸세.
다들 백설희를 도깨비와 엮으려고 했다.
특히 도깨비가 한 번도 나타나지 않던 세종섬에서 다시 나타나기 시작하며, 풍문은 바람을 타고 전 세계로 퍼져나가기 시작했다.
한 번도 세종섬에 등장하지 않던 자가 백설희가 온다고 하니까 세종섬에? 이건 100퍼 각이다. 그린 라이트다.
도깨비 남자 맞네. 남자라면 저 백설희의 밀크셰이크 보관통 보고 어떻게 설레지 않을 수 있음?
사겨라! 짝! 애국해! 짝! 설녀 낳아라! 짝!
이미 인터넷에서는 ‘도깨비랑 백설 공주랑 아이 낳으면 태어나는 아이는 설녀임?’이라면서 호들갑을 떨었다.
이전까지, 백설희는 딱히 그런 걸 신경을 쓰지 않았다.
도깨비가 신경이 쓰였던 부분은 순수하게 그의 빌런으로서의 사상이라거나 행동이었을 뿐, 그녀는 딱히 도깨비를 이성적으로
아니, 생각했나?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 건 어디까지나 미혹일 뿐.
남들이 자꾸 그런 이야기를 하니까 호감을 느낀다고 착각했던 것뿐이다.
이미 백설희의 마음속에는 한 남자가 자리를 잡고 있으니까.
‘세상 사람들은 몰라.’
운명적인 만남이라는 게 무엇인지.
마치 이전부터 알고 지내왔던 것처럼 익숙하면서, 낯선 세계를 마주하는 것처럼 신기하고, 옆에 있으면 편안해지고, 자신을 S급 히어로가 아니라 한 명의 여자인 백설희로 바라봐주는 존재를 만났다.
‘안 그래도 밤에 전화 안 받아서 짜증이 나는데, 또 사람들은 아무것도 모르고 도깨비랑 나를 엮어버리지.’
두렵다.
S급 히어로가 뭐가 두렵겠냐만, 혹시나 그가 이런 말을 할까 봐 무섭다.
설희 씨는 도깨비 좋아하는구나…. 조금 섭섭하네요.
두렵다.
지금의 관계가 무너질까 봐.
지금도 아슬아슬하게 이제 막 시작하는 단계인데, 주변에서 사람들이 이상하게 부추기다가 관계가 으스러질까 봐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한다.
그러니.
도깨비와의 관계를 확실하게 오늘 끝내는 것으로 증명할 것이다.
그 남자에게, 그저 도깨비와의 추문은 사람들이 만들어낸 악의적인 억결이라는 것을.
결코.
밤늦게 연락도 없고, 답장도 없고, 확인도 못 했고, 심지어 새벽에도 연락이 없어서 화가 난 게 아니다.
그래.
그 화를 왜 도깨비에게 내겠는가.
그냥.
그저, 사람들이 만들어낸 추문을 끊어내기 위해서 전력을 다할 뿐이다.
그와의 대화를 통해 깨달은 새로운 기술들을 바탕으로.
오늘.
백설희는 도깨비를 반드시 사로잡기로 마음먹었다.
* * *
‘아무래도 밤에 나한테 연락한 것 같은데.’
날아오는 얼음창을 빠르게 피하며 백설희의 공격에 분노가 담겨있는 이유를 추측한다.
질문1. 아머드 태조가 친 사고를 수습하고자 강원도까지 강제로 동원되어서?
해답1. 아니다. 지금까지 그녀가 온갖 사건사고에 동원되었지만, 고작 이 정도로 저렇게 화를 낼 일은 없다.
질문2. 그러면 내가 율리아나랑 같이 바이크를 타고 와서?
해답2. 그게 왜? 나는 도깨비다. 도지환으로 같이 타고 왔다면 나는 당장 무릎을 꿇어야겠지만, 도깨비는 스노우 화이트와 아무런 이성적 관계가 아니다.
질문3. 혹시나 내가 율리아나를 바닥에 내던지는 걸 보고?
해답3. 그럴 수 있다. 어떻게 여자를 내던질 수 있냐면서 화를 내는 걸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것보다도 더 원초적인 분노가 느껴진다.
“뭘 그렇게 딴생각을 하고 있는 거죠?!”
[그쪽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추파 던지지 마요! 당신이 자꾸 그러니까!!”
또 화를 냈다.
내 머리, 어깨, 심지어 심장을 향해 쇄도하는 얼음창은 괜히 주먹으로 튕겨냈다가는 바로 팔이 꿰뚫릴 것 같았고, 전력으로 몸을 움직여 피하는 게 최선이었다.
질문4. 혹시 나랑, 도깨비랑 엮이는 게 싫은 건가?
질문41. 지금까지는 별로 그런 게 없었으면서, 왜?
‘아.’
변수가 생겼다.
지금까지는 도깨비와 엮이든 말든 딱히 상관하지 않았지만, 도깨비와 엮였을 때 불편함을 드러낼 수 있는 사람이 한 명 있다.
‘설마 쟤 지금 도지환 신경 쓰는 건가?’
이런 쪽으로는 내 촉이 정확하다.
원작 주인공과 같이 세계관 설정에 관한 건 다소 애매할 수 있어도, 남녀관계나 여성의 마음에 대해서는 내가 촉이 상당히 좋은 편이다.
위험하지만, 슬쩍 운을 띄워볼까.
[데이트라고 하더니, 이런 살벌한 데이트는 난생처음이군.]“시끄러워요. 그냥 비유적인 표현일 뿐이니까!”
스노우 화이트가 오른손을 옆으로 펼치자 그녀의 뒤로 얼음의 날개가 펼쳐졌다.
천사의 깃털과도 같은 날개가 펄럭였고, 곧 스노우 화이트는 나를 정확히 노려보며 오른손을 내 쪽으로 뻗었다.
“놓치지 않아!”
[!!]깃털이 옆으로 사출되었다.
전방이 아닌 옆으로 사출되는 이유는 깃털 하나하나가 호선을 그리며 내 쪽으로 방향을 꺾었기 때문.
‘호밍 미사일!’
얼음 깃털은 끝이 날카로운 화살촉과도 같았고, 그 수는 얼핏 눈대중으로 헤아려도 수천을 훌쩍 넘어 보였다.
피할 곳은없다.
피하려면 그녀가 만들어낸 이 얼음 그물의 전장을 벗어나야 하니까.
[공격을 퍼뜨린다고 해서 잡을 수 있는 건 아니지.]나는 뒤로 가볍게 뛴 다음, 앞으로 손을 크게 휘둘렀다.
화륵!
마력의 불꽃이 불씨가 되어 퍼졌다.
하나하나 폭발력을 가진 채 응집된 작은 불꽃들이 눈발처럼 흩날렸고, 그 불꽃은 얼음 깃털이 날아오는 궤적에 정확히 맞닿았다.
“큿…!”
마력과 마력이 폭발한다.
아무리 이능력이 상상력을 기반으로 쌓은 힘이라고 해도, 인간이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인지는 이겨낼 수 없다.
불은 얼음을 녹인다.
[내 불꽃을 꺼뜨리고 싶거든, 더 많은 얼음을 가져와야 할 것이다. 공주.]“그럼, 어디 이것도 막아보시든가!”
스노우 화이트가 양손을 위로 뻗었다.
아직 내게 닿지 않은 얼음 깃털까지 회수하며 하늘에 하얀 구체를 만들었고, 곧 그 얼음 결정은 마치 운석처럼 거대한 덩어리가 되었다.
[그런 걸 그냥 날려봐야 피하면….]“늦었어!”
얼음 그물이 어느새 내 뒤에서 벽이 되었다.
닿는 물체를 즉시 얼려버릴 그물이라 그냥 밖으로 나가는 건 사실상 불가능했고, 정확히 외통수에 걸렸다.
“유성낙하!”
백설희는 어지간한 컨테이너만큼이나 큰 얼음덩어리를 내게 던졌다.
그게 꼭 운석이 떨어지는 것 같았고, 나는 그녀가 가진 분노의 근원을 깨달았다.
‘역시 나랑 연락 안 돼서 빡친 거다!’
이런 상황에서 무의식중에, 혹은 의식적으로라도 쓰는 기술이 도지환과 봤던 영화에서 나온 클라이맥스 장면이다?
백 퍼센트.
분명 서울로 돌아가면 태극워치에 부재중 통화가 한 10건 넘게 쌓여있겠지.
자…?
지금 와줄 수 있어요?
아니면 제가 갈까요?
라는 문자까지 와있다면 아마 도지환이 쓰레기가 되는 거다.
‘젠장.’
도지환으로 썸을 타는 건 괜찮은데, 그 썸으로 인해 도깨비가 이렇게 피를 볼 줄이야.
이걸 트롤링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업보라고 해야 할까.
‘그래도 한 가지 확실한 건 있다.’
저 여자, 백설희는 내 정체를 모른다.
도깨비가 도지환이라는 걸 전ㅡ혀 모른다.
만약 도지환이라는 걸 알았다?
저 공격에 일말의 망설임이 남아있었을 것이다.
도지환이 도깨비라는 걸 알았을 때 크게 혼란을 겪는다거나, 그 혼란으로 인해 배신감을 느꼈다거나 그런 감정이 전혀 섞여 있지 않다.
오직 나를 체포하겠다는 히어로로서의 일념뿐.
[조금, 귀엽군.]“!!”
도지환을 향한 순애보라고 해야 할까.
도깨비를 향한 체포 의지가 가득한 공격이지만, 그 근간에는 도지환을 향한 마음 때문이라고 생각하니 괜히 낯간지러워진다.
‘돌아가면 나중에 달래주든가 해야지.’
조만간 울릉에 다시 가든, 아니면 따로 몰래 초대를 하든 방법을 강구하기로 하며.
일단, 눈앞에 떨어지는 운석을 어떻게 하는 게 급선무.
영체화로 도망치는 건 불가능하다.
영체화를 하기에는 주변에 보이지 않는 얼음 결정이 가득해, 그물을 넘어가다가 몸속에 얼음 결정이 박힌 채로 실체화되면 몸이 폭발할 테니.
그물을 뚫거나.
땅속으로 도망치거나.
혹은.
[아아. 들려요? 회장님 전언. ‘전력’으로 백업하라고 하셨어요.]지금 낼 수 있는 전력을 다해, 공격을 막아내거나.
[5분. 이쪽 정리하고 5분 안에 도착할테니까, 잡히지 마요.]‘지금 궁극기 맞기 직전인데.’
나는 몸을 돌렸다.
운석으로부터 등을 돌리고, 마력을 하체에 갈무리했다.
“!!”
백설희가 깜짝 놀라서 나를 향해 손을 뻗었지만, 운석은 이미 떨어지고 있는 중.
‘마력 최대로.’
[Three.] [Two.] [One.]한쪽 다리에 궁기가 넘겨준 모든 마력을 모아.
[그 분노, 정면에서 받아주지.]절참각도(???).
애국사이드 커터.
나는 몸을 크게 돌려, 운석을 향해 한 쪽 다리를 길게 차올렸다.
화륵.
붉은 불꽃의 초승달이.
하얀 운석을 반으로 갈라버렸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