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Childhood Friend of the Middle Boss RAW novel - Chapter (101)
중간 보스의 소꿉친구가 되었다 (101)
한 학기에 이수할 수 있는 학점은 최소 35학점 이상.
그중 내가 선택할 수 있는 학점은 오전 수업에 배정된 15학점을 제외한, 20학점 이상이다.
나는 그 안에서 최대한 효율적으로 시간표를 편성해야 했다.
‘수업과 수업 사이에 쉴 수 있는 공강 시간도 고려해야 해.’
사실, 마음 같아서는 공강이 없게 시간표를 꽉 채우고 싶다.
오전 9시부터 다음 날 오전 9시까지 거의 하루 종일 수업만 듣는 것이다.
주말에도 수업을 듣고.
남는 시간에는 훈련을 한다.
진정으로 나를 강하게 하고 싶고, 앞으로 일어날 스토리에 대응하려면 그래야 하는 게 맞았다.
게임에서는 35학점 이내에서만 배정할 수 있던 것과 달리, 현실에서는 충분히 그렇게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나도 사람이었다.
‘하루 종일 수업만 듣고, 훈련하고, 거기에 애들을 관리하기까지 하고, 스토리도 신경 쓰라고? 아니, 내가 무슨 기계야? 그걸 다 하게.’
플레이어의 명령을 착실히 따르는 게임과 달리, 나는 이 세상에서 숨을 쉬며 살아가는 사람이었다.
내가 아무리 절박하다고 하더라도 숨 쉴 틈도 없는 스케줄을 3년이나 버틸 수 있을 리 없다.
언젠가 육체적으로, 또 정신적으로 피폐해지는 때가 반드시 오게 된다.
세상이 나를 죽이려 하는 게 아닌, 내가 나를 죽이려고 하는 상황이 오게 되는 것이다.
물론, 그렇게 되더라도 어찌어찌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면 나름 해 볼 만할지도 모른다.
‘그럼 그다음은?’
인생은 게임이 아니다.
죽을 때까지 끝나지 않는다.
목적을 달성하면 끝나는 게임처럼 끝나지 않는 것이다.
나는 멸망의 위기를 막아 낸 후의 세상을 살아갈 생각을 해야 했다.
그 세상에서 몸 어딘가가 불구가 되고, 정신적으로 피폐해진 채로 남은 인생을 불행하게 살고 싶지 않았다.
애초 내가 멸망을 막으려는 이유는 내가 행복하게 잘 살기 위함이었지, 숭고한 희생정신으로 움직이는 게 아니었다.
착각해서는 안 된다.
영웅이 될 생각일랑 추호도 없었다.
나는 이기주의자였다.
…‘선량한’이라는 수식이 붙는.
‘일단 졸업 요건을 고려해서라도 이것들은 꼭 들어야겠고….’
검술 계통 학생이 1학년 1학기에 필수로 이수해야 하는 계통 강의는 총 세 가지였다.
초급 검술 1, 동서양의 검술사 1, 초급 검술 대련 1.
제각기 2시간에 걸쳐서 진행되는 2학점짜리 수업이었다.
같은 내용으로 개설된 수업이 여럿 존재하고 있다 보니, 자신이 원하는 강의 시간과 교관에 맞춰 수강할 수 있었다.
[‘초급 검술 1’을 담겠습니까?]예(선택) / 아니오
노트북으로 홈페이지에 접속하고.
수강 신청 장바구니에 들어온 나는 계통 필수 강의 세 종목을 담았다.
‘수업 배치는 이렇게 하기로 하고, 나중에 듣고 싶은 수업이랑 겹치면 강의 시간을 바꾸면 되겠지.’
아쉽게도 필수 강의 세 종목으로 얻을 수 있는 성과는 크지 않다.
[초급 검술 1]◆ 강의 교관/시간/장소
―수호국/월 67/수양관 103
◆ 이수 보상
―스킬 ‘검술 마스터리’ 획득 → 스킬 ‘검술 마스터리’ 레벨 향상
[동서양의 검술사 1]◆ 강의 교관/시간/장소
―박지현/수 67/교학관 301
◆ 이수 보상
―검과 관련된 모든 스킬의 습득 효율 향상
―검과 관련된 모든 스킬(레벨 5이하)의 숙련도 향상
[초급 검술 대련 1]◆ 강의 교관/시간/장소
―수호국/금 67/수양관 205
◆ 이수 보상
―스킬 ‘검술 감각’ 획득 → 스킬 ‘검술 감각’ 레벨 향상
이 정도라고 할 수 있었다.
성과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아쉬운 것은 어쩔 수 없다.
졸업을 위해서는 수강해야 한다.
아쉬움을 뒤로한 나는 이제 남은 14학점으로 수업을 찾기로 했다.
‘내게 필요한 수업을 들어야 해.’
14학점을 허투루 쓸 수는 없다.
내게 부족하고, 나를 강하게 하며, 스토리 진행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수업에 투자해야 한다.
생각해 둔 게 몇 개 있기는 했다.
나는 수강 목록을 뒤져, 그것들을 장바구니에 집어넣었다.
[빌런 대응 훈련]◆ 수업 분류/이수 학점
―계통(검술)/2
◆ 강의 교관/시간/장소
―수호국/화 89/수양관 307
◆ 이수 보상
―스킬 ‘대인 전투’ 획득
첫 번째 수업은 빌런 대응 훈련.
수호국이 담당하는 수업에서 얻는 스킬 대인 전투는 몬스터가 아닌, 사람이나 빌런, 마인을 상대할 때, 명중률과 회피율을 향상시키는 스킬이었다.
앞으로는 사람들을 상대하는 일이 많아지는 만큼 내게는 꼭 필요했다.
◆ 수업 분류/이수 학점
―계통(검술)/2
◆ 강의 교관/시간/장소
―수호국/목 89/차원관 209
◆ 이수 보상
―스킬 ‘하드 스킨’ 획득
―내구 60 미만에 한해 +1
두 번째 수업, 극기 산악 행군도 징벌검 수호국이 진행했다.
이 수업을 통해 얻는 하드 스킨은 마나를 소모해 피부에 방벽을 둘러, 신체에 접촉해 충격을 주는 계열의 공격을 경감하는 효과를 지녔다.
그동안 방어식으로 공격을 막거나, 회피 본능에 의지해 피하던 내게는 새로운 방어 전법이 될 스킬이었다.
‘게다가 내구도 올릴 수 있지.’
내 신체 능력 중 행운과 마력 다음으로 낮은 수치가 내구였다.
내성과 방어에 관련되는 능력치.
나로서는 하드 스킨을 얻는 김에 내구 수치를 올릴 수 있어서 무척 좋기만 했다.
대신 내구가 올라가는 수업인 만큼 그와 관련된 경험도 겪으리라.
예를 들면, 죽도록 맞는다거나….
‘개인적으로 나는 내구를 올리는 훈련이 제일 고통스럽더라.’
필시 많이 고될 것이다.
그래도 할 수밖에 없다.
강해지기 위해서 맞아야 할 때다.
[기지 방어]◆ 수업 분류/이수 학점
―교양/2
◆ 강의 교관/시간/장소
―문수성/수 1011/차원관 401
◆ 이수 보상
―스킬 ‘카리스마’ 획득
―스킬 ‘지휘 통솔’ 획득
세 번째 수업인 기지 방어는 얻을 수 있는 스킬이 2개나 됐다.
카리스마와 지휘 통솔.
카리스마는 상대의 어그로를 끌고, 간혹 상대 공격을 빗나가게 하거나, 지원받는 버프의 효과를 더해 주었다.
지휘 통솔은 캐릭터들이 플레이어의 명령을 거부하는 비율을 줄이는 역할을 했다.
사실, 어느 쪽이든 플레이어들에게 잘 선호되지 않던 스킬이었다.
‘그야 별로 쓸모가 없었으니까.’
카리스마의 경우, 효과가 굉장히 유용해 보이면서도 애매했다.
가디언도 아닌 캐릭터가 습득해서 어그로를 끌어 봤자 좋을 건 없었고, 되레 가디언이 가져가는 어그로가 분산됐기 때문이다.
버프 효과를 더해 주는 스킬이라면 다른 게 여럿 있기도 했다.
한편, 지휘 통솔은 굳이 없더라도 불편할 게 없었다.
게임의 도견우 같은 경우를 제외하고, 캐릭터들은 웬만해서는 명령을 거부하지 않았다.
그마저도 스킬의 레벨을 올려 봤자 도견우에게는 어림도 없었다.
그러다 보니 2개의 스킬은 전혀 매력적이지 않았다.
어디까지나 게임에서는.
‘이 세상에서라면 모를 일이야.’
게임 시스템에서는 반영되지 않은 카리스마 스킬의 설명에 따르면.
카리스마는 존재감을 돋보이게 해, 다른 존재의 이목을 이끌게 되고, 상대가 자신을 대하기 어려워하며, 발언에 설득력이 생기게 한다.
즉, 상대를 대하는 것에 있어 내가 심리적인 우위를 점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게임에서와 다르게 자아를 가지고, 자신의 의지로 행동하는 캐릭터들을 대하는 것에 유리해질 수 있다.
게다가 지휘 통솔까지 손에 넣으면 앞으로 파티를 이끌어 나감에 있어 편해질 것이다.
플레이어가 없는 이 세상에서 내가 플레이어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필요성을 무시할 수 없었다.
[회로와 술식 이해]◆ 수업 분류/이수 학점
―교양/2
◆ 강의 교관/시간/장소
―홍예나/목 45/수양관 502
◆ 이수 보상
―마력 60 미만에 한해, +1
네 번째 수업은 회로와 술식 이해.
마법의 구조를 회로와 술식을 통해 이해하고, 구현하며, 응용하기 위한, 제법 난도가 있는 수업이었다.
내가 따라갈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강의 교관이 홍예나이니만큼 나름 어여삐 봐 줄 것이다.
안 그러면 부대표를 하지 않겠다고 파업이라도 해야겠다.
‘조금 쉬운 수업을 듣고는 싶지만, 마력을 올리려면 어쩔 수 없어.’
현재 내 마력 수치는 54.
청명의 반지의 효과를 제외해도 이제 50에 들어섰다.
마력 50 미만을 요하는 수업에서 얻을 게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마력 60 미만을 요하는 수업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빛의 원소 마법의 이해(2계위)]◆ 수업 분류/이수 학점
―교양/2
◆ 강의 교관/시간/장소
―홍예나/월 89/수양관 502
◆ 이수 보상
―2계위 빛의 원소 마법과 관련된 스킬 획득
―2계위 빛의 원소 마법과 관련된 모든 스킬의 레벨 향상
―마력 60 미만에 한해 +1
2계위 빛의 원소 마법의 이해.
다섯 번째 수업도 비슷한 이치로 수강을 결심했다.
또한 나는 홍예나에게 과외를 받아 빛의 원소 마법을 2계위까지 사용할 수 있었다.
다만 성취가 충분하지 않다 보니 3계위로 넘어가기 위해선 어느 정도 2계위에 숙달해야 했다.
그래서 스킬의 레벨을 향상시키는 이 수업을 듣기로 한 것이다.
‘고민은 여기서부터인데….’
남은 학점은 이제 4학점.
나는 노트북 화면을 바라보는 채로 생각에 잠겼다.
‘뭘 우선해야 하지….’
내구와 마력을 올릴 수업은 있으니 다른 신체 능력을 올리기로 한다.
체력 66(63+6), 근력 60, 민첩 72(69+3), 행운 33.
이 중 체력, 근력, 민첩은 70 미만을 요하는 3학점짜리 수업을 수강해야 했다.
‘민첩은… 안 돼.’
민첩의 원래 수치가 69다.
이번 기회에 70으로 올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도 같지만, 위험하다.
내가 도중에 다른 경험을 통해서 민첩 수치를 올리게 되면, 수업에서 아무것도 얻지 못하게 된다.
‘그럼 근력?’
체력과 근력 중에서는 수치가 낮은 근력을 올리는 게 낫다.
균형 있는 성장은 중요하다.
그러자니 행운이 눈에 밟혔다.
‘5년 동안 노력해서 올린 수치가 고작 8밖에 안 됐지….’
행운은 마력보다도 올리기 힘들다.
사람이 노력으로 어찌할 수 없는, 마력보다도 더 재능의 영향을 받는 영역이 바로 행운이다.
어찌 보면 근력 60과 행운 33은 역치가 비등하다고 할 수 있다.
아니, 행운이 더 높을지도 모른다.
그만큼 나는 행운을 올리는 것을 더 어렵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행운으로 하자.’
올릴 수 있을 때 올려야 한다.
애초 회피 본능의 성능에 관여하는 행운을 올리지 않을 이유가 없다.
나는 필터를 수정해, 행운을 올리는 수업을 찾기로 했다.
“하늘아, 너도 이거 듣지?”
“응, 맞아. 너도 듣게?”
“그러려고 생각 중이야.”
연하늘의 행운 수치는 27.
우리 중에서 제일 낮다.
그로 인해 나는 조금 전, 그녀에게 행운을 올리는 수업을 추천했었다.
이참에 같이 듣는 게 낫겠다.
나는 내가 시간표를 만드는 것을 옆에서 지그시 쳐다보던 그녀에게 노트북 화면을 보여 주었다.
그러자 그녀가 토끼 귀를 쫑긋하며 바짝 얼굴을 들이밀었다.
“응, 이거 맞아. 잘됐다. 나랑 같이 들으면 되겠네.”
연하늘의 목소리가 무척 밝았다.
그녀가 크게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수강 개요를 다시 확인했다.
[다이스 게임]◆ 수업 분류/이수 학점
―실용/2
◆ 강의 교관/시간/장소
―소국진/화 45/문화관 103
◆ 이수 보상
―행운 +1
[인체의 신비]◆ 수업 분류/이수 학점
―인문/2
◆ 강의 교관/시간/장소
―박아영/금 89/인문관 304
◆ 이수 보상
―행운 +1
다이스 게임과 인체의 신비.
두 수업이 행운과 무슨 연관이 있는지 알 수 없지만, 아무렴 좋은 일이다.
깨달음을 얻기 위해 분발해야 하는 계통, 교양 계열 강의가 아닌 실용, 인문 강의이다 보니 수업을 듣는 부담도 덜할 것이다.
성적 평가 방식도 깐깐하지 않아서 편하게 즐겨도 된다.
나로서는 꽤 마음에 들었다.
‘시간표는 수강 신청을 끝낼 때까지 확정된 게 아니라지만, 나야 상관없겠지.’
모든 학생이 자신이 원하는 수업을 들을 수는 없다.
수업마다 인원이 제한된다.
따라서 학생들은 수강 신청 기간에 다른 사람들보다도 먼저 듣고 싶은 수업을 선점해야 했다.
거의 전쟁이나 다름없다.
하지만 나나 연하늘, 여기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해당되지 않았다.
우수한 성적으로 입학한 우리에게는 금강 코인이 있었으니까.
‘이럴 때야말로 코인을 써야 하는 게 아니겠어?’
자신이 원하는 수업에 코인을 걸면 선착순과 관계없이 우선권을 지닌다.
내 거는 코인의 개수가 많을수록, 인기 있는 수업을 수강할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진다.
그러니 걱정할 이유가 없었다.
시간표는 이걸로 확정된 셈이다.
* * *
“나는 이만 일어날게.”
“왜? 조금 있으면 저녁인데 같이 저녁이나 먹고 가지.”
“미안한데 이제 공부해야 하거든. 나중에 기회가 되면 불러 줘.”
시간표를 완성한 민아린은 더 이상 이곳에 볼일이 없다면서 기숙사로 돌아갔다.
그녀 딴에는 할 일 없이 무료하게 시간을 보내기 싫었던 것이다.
우리는 별수 없이 그녀를 보내고, 저녁을 먹으러 갈 때까지 카페에서 빈둥거리기로 했다.
“응?”
리사에게 연락이 온 것은 그때였다.
나는 그녀가 보낸 개인톡을 읽었다.
[리사]: 견우, 혹시 지금 시간 될까요? 저 좀 도와주세요 ㅠㅠ리사는 오늘 선약이 있어서 자리에 참석하지 못했다.
내가 알기로, 그녀는 부대표로서 같은 반이 된 학생들의 시간표를 짜는 것을 도와주기로 했다고 한다.
아마 지금도 그러고 있을 것이다.
그런 그녀가 뜬금없이 도와 달라는 문자를 보내니 호기심이 갔다.
나는 그녀의 톡에 답했다.
[나]: 왜? 무슨 일인데? [리사]: 그게요… 견우는 검술 계통이잖아요. 그래서 검술 계통 학생은 시간표를 어떻게 짜는지 알고 싶어서요… [나]: 너는 백마법 계통 아니야? [리사]: 아, 제가 아니라 저희 반에 있는 투귀님의 제자 때문에요 ^^;어제 술자리에서.
리사는 투귀의 제자인 강한별하고 같은 반이 되었다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수호국 담당 교관에 의해, 박사군과 함께 세상사에는 문외한인 강한별을 챙겨 주기로 했다고도.
게임의 흐름대로였다.
그래서 나는 그녀가 오늘 있다는 선약도 어느 정도 그와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짐작하고 있었다.
내 짐작은 들어맞았다.
그녀는 그의 시간표를 짜는 것도 도와주게 됐다고 한다.
문제는 그 후였다.
[리사]: 이게 한별의 시간표예요 [리사]: (강한별의 시간표 사진). [나]: 흠…나는 강한별이 처음에 만들었다는 시간표를 살폈다.
암기류 입문 1, 초급 방패술 1, 기초 마법 입문 1, 초급 창술 1, 초급 궁술 1, 연금학개론 1….
시간표에 중심이 되는 계통도 없이 일관성이 존재하지 않았다.
리사의 말대로 뒤죽박죽이다.
잡탕이 따로 없다.
심지어 공강 시간이 하나도 없고, 1교시부터 12교시까지, 주말에도 꽉 수업을 채워 넣기까지 했다.
35학점을 가뿐히 넘는다.
인간이 할 만한 시간표가 못 됐다.
‘플레이어가 없어서 그런 건가.’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게임에서 강한별의 시간표를 짜는 주체는 그가 아니라 플레이어다.
그런데 이 세상에는 역할을 해 줄 플레이어가 없었으니, 강한별 혼자 시간표를 짜게 됐고, 그로 인해서 폭주하게 된 것인지도 모른다.
강한별은 검술 계통으로 여겨져도, 모든 분야에 재능을 지니고 있었고, 플레이어의 취향에 따라서 계통을 바꿀 수 있기도 했으니까.
그의 성격을 고려하면 열정에 싸여 모든 계통을 배우고야 말겠다면서 시간표를 만들었을 수도 있다.
‘플레이어가 없으니 강한별의 고삐를 잡아 줄 사람이 없었던 거였구나. 그나마 육성 방향에 대해 조언해 줄 유노을 교관님이 있었다면 이러지는 않았을 텐데….’유노을이 내 반의 부담임이 되면서 상황이 이렇게 됐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내게는 잘된 일이다.
‘강한별의 시간표를 내 입맛대로 바꿀 수 있겠어.’
강한별을 어떻게 육성할 것인지는 오래전에 일찌감치 정해 놓았다.
나와 같은 검술 계통을 기본으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시키며 육성하는 것이다.
[나]: 내 시간표야 [나]: (도견우의 시간표 사진). [나]: 담당 교관도, 시간도 좋으니 이대로 짜 주도록 해 [리사]: 이대로요? 똑같이요? [나]: 아, 계통 강의는 저대로 듣고 인체의 신비랑 다이스 게임은 빼도록 해 걔한테 필요 없을 거야 [리사]: 견우가 어떻게 알아요? [나]: 그리고 기지 방어도 빼고 [나]: 원소 마법의 이해는 1계위로! [리사]: 빛 속성으로요? 원소 마법은 친화 속성으로 배워야 할 텐데… [나]: 걔 빛 속성일 거야 [리사]: 그걸 어떻게 알아요? [나]: 네가 어제 해 준 이야기로는 성격이 빛 속성일 것 같던데? [리사]: 견우, 성격과 친화 속성은 깊은 관계가 없어요…전생에 고인물이었던 나다.
강한별의 친화 속성이 나와 같은 빛 속성인 것은 기억하고 있다.
아니나 다를까, 그녀가 긍정했다.
[리사]: 빛 속성이 맞대요 [나]: 그럼 그렇게 짜도록 해. 아, 교관님은 홍예나 교관님으로 하고 [리사]: 네, 그렇게 할게요이로써 강한별의 시간표에 손을 댄 나는 만족감에 입가를 끌어 올렸다.
나와 겹치는 수업도 많이 있으니 자주 보게 될 것이다.
자연스럽게 지켜볼 수 있겠다.
그런 한편으로.
[나]: 너는 다 짰어? 시간표 [리사]: 일단 이렇게 할까 하고요! [리사]: (리사의 시간표 사진).나는 리사의 시간표도 보기로 했다.
감상은 나쁘지 않았다.
서포터로서 잘 분배된 시간표였다.
다만 손을 대고 싶은 게 있다면.
‘기본 공격력을 올려야 해.’
리사는 전투에 참가하는 것보다는 후방에서 파티원들을 지원해 주느라 전투 능력이 현저히 떨어졌다.
자칫 파티의 전열이 무너졌다가는 그녀의 생사를 보장할 수 없었다.
그러니 나로서는 그녀가 제 한 몸은 건사할 수 있는 실력을 기르도록 유도해야 했다.
마침 적당한 수업이 하나 있었다.
[폴 댄스]◆ 수업 분류/이수 학점
―실용/2
◆ 강의 교관/시간/장소
―안혜리/화 89/문화관 505
◆ 이수 보상
―체력 50 미만에 한해, +1
―근력 50 미만에 한해, +1
―석장을 이용한 공격력 향상
―캐릭터의 매력 향상
고정된 봉에 매달려서는 빙글빙글 춤을 추는 폴 댄스.
게임에서는 리사를 육성함에 있어 대표적인 수업이라 할 수 있었다.
‘폴 댄스와 석장의 공격력 향상이 무슨 상관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초기의 리사에게는 이것만큼 유용한 수업도 없어.’
게다가 근력도 올려 준다.
아쉽게도 리사의 체력이 딱 50이라 체력은 오르지 않지만.
그럼에도 그녀가 반드시 들어야 할 가치가 있었다.
‘문제는 이걸 설득해야 한다는 건데 어떻게 해야 하지….’
리사를 회유하기 위해.
나는 스마트폰 키보드를 치던 손을 허공에 띄운 채로 머리를 굴렸다.
가까스로 그럴듯한 핑계가 나왔다.
[나]: 화 89 수업으로는 그거 말고, 차라리 이건 어떨까? [나]: (폴 댄스 강의 계획서 링크). [나]: 이거 [리사]: 확인해 볼게요 [리사]: …폴 댄스요? [나]: 응, 너하고 잘 맞을 것 같아서 [리사]: …… [나]: 폴 댄스는 말이야, 그 성격상, 봉을 다루다 보니 봉과 물아일체가…정말 별의별 소리를 다한 것 같다.
다행히도 그 노력이 통한 것인지, 리사는 떨떠름해하면서도 마지못해 내 의견을 수용했다.
[리사]: 견우가 절 그렇게 생각해 준다니 한 번 해 보도록 할게요… [나]: 너라면 잘할 수 있을 거야! [리사]: 하하… ^_^;;리사가 수정한 시간표를 보냈다.
폴 댄스가 들어가 있었다.
나는 흡족해하며 그녀를 칭찬하고, 톡을 중단했다.
‘그건 그렇고 슬슬 강한별을 만나 친분을 다져야 하기는 하는데….’
가능하다면 수업에서 만나기 전에 친해지고 싶다.
내가 방안을 모색하려 할 때.
“폴, 댄, 스?”
“….”
“그거 하면 더 예뻐질 거라고?”
서늘하기 그지없는 목소리였다.
그제야 나는 연하늘이 내 옆에서 지켜보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너도 폴 댄스 할래?”
연하늘은 지그시 웃기만 했다.
아무래도 말을 잘못한 것 같다.
“아니다. 하늘이 너는 원래 예뻐서 안 해도 되겠다.”
“…!”
토끼 귀가 솟구치는 것을 보니 이게 정답이었….
“악!”
“그런 건!”
직후 연하늘이 내 등을 때렸다.
“다른 사람들이!”
“야, 너 지금 마나…!”
“없을 때만 하란 말이야!”
퍽퍽퍽.
하늘이가 사람 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