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Childhood Friend of the Middle Boss RAW novel - Chapter (104)
중간 보스의 소꿉친구가 되었다 (104)
우리는 알람 소리를 들은 그 즉시, 거의 동시에 움직였다.
하지만 내 민첩 수치는 72.
발을 내딛는 속도는 내가 빨랐다.
“…!”
한 걸음 차이로 공방이 정해진다.
강한별의 영역으로 발을 내디딘 나는 그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그의 눈이 부릅떠진다.
돌진 자세에서 발을 튼 그가 얼른 허리에 힘을 싣는다.
어깨 뒤로 당겨진 검이 그에 따라 앞으로 튀어나온다.
──!!
검과 검이 부딪친다.
힘은 비등하다.
그러나 속력은 비등하지 않다.
속력이 가해진 군청검이 너무나도 쉽사리 강한별의 검을 튕긴다.
──!!
그대로 나는 공세를 이어 갔다.
이 흐름을 내줄 수는 없었다.
군청검이 검푸른 빛을 반짝이며 눈앞에서 쉴 새 없이 궤적을 새겼다.
강한별은 번번이 내 검을 막느라 틈을 보지 못했다.
‘이러면 어떻게 나올래?’
한 걸음 물러나면, 한 걸음 나오는 교착 상태가 가까스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나와 강한별이 처한 상황은 전혀 대등하지 않다.
나는 여유롭게 받아 내는 반면에, 강한별은 점점 뒤로 물러나고 있다.
여기에서 내가 조금 더 힘을 쓰면 그를 몰아세우는 것도 어렵지 않다.
그가 이 흐름을 바꾸지 못한다면, 그에게 승기란 없었다.
그도 느끼고 있을 것이다.
“후우.”
이 흐름을 바꾸기 위해서는 보다 과감해질 필요가 있다.
숨을 참고, 있는 힘껏 검을 쳐 낸 강한별이 즉각 뒤로 물러나며 멀리 거리를 벌렸다.
그의 주위로 마나가 피어올랐다.
푸른 아지랑이가 그의 호흡에 맞춰 거칠게 꿈틀거렸다.
그의 검이 빛을 발했다.
[투귀류(鬪鬼流) 검의 장 제1형>온다.
강한별이 빛을 머금은 검을 들고 내게로 뛰어오고 있었다.
거리가 빠르게 좁혀 든다.
빛이 사나운 소리를 내고, 주위로 바람이 모인다.
월광(月光).
검로는 무척이나 단순했다.
아래에서 사선으로 올려친 검격.
그러나 검이 하늘로 오르는 순간 방출된 힘은 무시할 수 없었다.
──!!
궤적과 같은 형태를 한 빛무리가 돌풍을 동반하고 덮쳐든다.
다수의 몬스터에게 참격을 날리는, 검술 계통의 광역기.
그 빛을 막느냐, 피하느냐.
내 선택은 전자였다.
막지 못할 것도 없었다.
군청검을 두 손에 쥔 나는 곧장 빛무리를 양단했다.
흩어지는 빛의 입자를 지나쳐서는 강한별에게 돌진한다.
기프트가 발동한 것은 그때였다.
“…!”
조금 전 공격은 교란이다.
강한별은 어느새 내 앞이 아니라, 내 옆에 나타나 있었다.
그가 머리 위로 들어 올린 검을 내게 내리쳤다.
나는 얼른 자세를 틀어 떨어지는 공격을 방어했다.
──!!
어느새 공세가 역전되었다.
강한별은 흐름을 읽을 줄 알았다.
기껏 잡은 기회를 놓치지 않기 위해 그가 공격을 몰아붙였다.
‘괜찮네.’
하지만 이대로 당해 줄 생각은 없다.
강한별이 투귀의 기술을 선보였듯, 이번에는 내가 펼칠 차례다.
숨을 들이마시고, 참는다.
마나 회로를 활성화시킨다.
발에 힘을 주어 몸을 지탱한다.
[수왕류 공격식 제6형>사자 난무
빼앗긴 흐름을 되찾는다.
내 몸에서 푸른 전류가 튀었다.
* * *
대련의 승패는 걱정하지 않는다.
도견우의 실력이라면 알고 있다.
지금까지 쭉 옆에서 지켜보았는데 모를 수가 없다.
어른을 상대로도 밀리지 않는 그가 나이 또래의 상대에게 진다는 것은 좀처럼 상상이 되지 않는다.
설령 상대가 투귀의 제자라고 해도 그에게는 미치지 못한다.
그 정도로 연하늘은 그의 승리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실제로도 대련은 그녀의 생각처럼 흘러가고 있었다.
“와아, 둘 다 엄청 잘 싸운다.”
“견우도 견우지만, 역시 투귀님의 제자라고 할 수 있겠네요.”
치고 빠지기의 연속이다.
강한별이 한 걸음 물러나면 이내 다시 그가 앞으로 나온다.
그 말은 도견우가 앞으로 나가면 도로 뒤로 물러난다고도 할 수 있다.
검술에 대해 잘 모르는 고은비나 리사의 눈으로는, 두 사람이 마치 접점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보일지 모른다.
“꽤 여유로워 보이는군.”
하지만 기초 검술을 배운 연하늘과 상대의 기량을 잴 줄 아는 용해랑이 보았을 때는 달랐다.
실상은 접점을 벌이는 게 아니라, 도견우가 흐름을 주도하고 있었다.
강한별은 흐름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었을 뿐이다.
그렇다고 해도.
‘견우가 눈여겨볼 만하네.’
강한별의 실력도 상당했다.
그는 이 이상 밀리지 않기 위해서 아등바등 버티고 있었다.
주고받는 합이 두 자릿수가 되도록 흐름을 지탱하고 있었다.
“….”
세쌍둥이가 단체로 덤벼든다 해도 쉽지 않을 일이다.
그들도 뭔가 느끼는 것이 있는지 대련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흐름이 바뀐 것은 그때쯤이었다.
‘공세가 역전됐어.’
도견우가 의도적으로 그럴 수 있는 여지를 주기도 했으나.
그 여지를 놓치지 않고 이용한 것은 강한별의 역량이었다.
기세를 잡은 그가 승세를 가져오려 도견우를 몰아붙였다.
그럼에도 연하늘은 차분히 대련을 관전했다.
민아린과 눈이 마주치기 전까지는.
“견우야! 힘내!”
“….”
조용히 벽에 기대고 있던 민아린이 보란 듯이 입가에 웃음을 걸치고는, 대뜸 도견우를 향해 소리쳤다.
“견우야! 이기면 내가 밥 사 줄게! 꺄아! 견우야! 그거야! 그대로 확 밀어붙여!”
“….”
“잘한다! 잘한다! 도견우!”
“….”
틈틈이 연하늘의 반응을 살피며.
민아린이 자리에서 폴짝 뛰거나, 새된 소리를 지르며 응원한다.
연하늘은 자신을 자극하는 듯한 그녀의 행동에 얼굴이 굳어졌다.
그러자 그녀가 더욱 좋아했다.
‘쟤, 진짜 싫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짜증 난다.
도견우의 친구가 아니라면 홧김에 쇠망치로 내리찍고 싶다.
빈대떡을 만들든, 떡을 찧든 그녀를 어떻게든 해 버리고 싶다.
그럴 수가 없으니 스트레스다.
연하늘은 괜히 민아린에게 질세라 목청껏 소리를 토했다.
“이기면 내가 꼬리 만지게 해 줄게! 그러니까 꼭 이겨! 견우야!”
자신의 성격에 맞지 않는다.
고은비와 리사가 쳐다본다.
부끄럽다. 부끄러워 죽겠다.
얼굴이 뜨겁고, 눈에 물이 찬다.
하지만 민아린이 도견우의 관심을 끌게 하고 싶지 않다.
그렇게 둘 수는 없다.
도견우가 승리할 것을 알면서도, 연하늘은 굳이 꼬리를 내놓았다.
* * *
나름대로 반전을 노린 수였건만.
안타깝게도 강한별의 기대와 달리, 도견우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그는 허를 찌르려던 자신의 의도를 직전에 알아차리고 피해 냈다.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그는 모처럼 자신이 주도권을 차지한 흐름을 다시금 뒤집기까지 했다.
파직!
도견우에게서 마나가 흘러나온다.
푸른 아지랑이가 도견우의 주위를 넘실넘실 떠돈다.
그것이 대기와 마찰을 일으키듯이 파직 스파크를 튀는 소리를 낸다.
마나의 입자가 전격으로 승화하고, 아지랑이가 흐름으로 발전한다.
‘…굉장해.’
신검 도가를 상징하는 검술인 수왕류를 올바르게 펼쳐야만 발현된다는 푸른 전류, 벽뢰다.
가늘고, 굵고.
또한 길고, 짧고.
굵기도, 길이도, 형태도 하나같이 일정하지 않은 푸른 전류 가닥들이 살아 있는 것처럼 꿈틀거린다.
언젠가 자신의 사부 서정진에게서 신검 도가와 관련된 이야기를 들은 강한별은 눈앞에서 일어나는 현상에 감탄을 금하지 못했다.
파직!
멋지다.
푸르게 번쩍이는 전류 너머에 있는 검은 머리칼이, 자신감에 찬 눈이, 얼굴선이 또렷하게 눈에 들어온다.
벽뢰를 몸에 두른 도견우가 마치 다른 사람처럼 보였다.
기세가 바뀐 것 같다.
그렇게 생각한 직후였다.
[수왕류 공격식 제5형>사자 맹공
“…!”
도견우가 가속했다.
전조는 없었다.
마치 지면이 그를 밀어낸 것처럼.
그가 지면에서 한 걸음을 뗀 순간, 단숨에 거리가 줄어들었다.
벽뢰는 급격히 세기를 부풀렸다.
그의 주위에서 산발적으로 튀기던 전류가 그가 이동하는 방향을 따라 굵직한 줄기로 합쳐졌다.
곧이어 전격이 덮쳐든다.
“큭!”
벽뢰를 가르고 나오는 검은 도신.
강한별은 황급히 위에서 내리치는 도견우의 검을 막아 냈다.
그가 발산한 벽뢰에 피부가 따갑고, 일격이 너무나 무거웠다.
그만 지면에서 발이 떼어진다.
치이익!
강한별은 필사적으로 이를 악물며 다리에 힘을 주었다.
가까스로 힘에 날아가는 것을 견딘 그가 미끄러지듯 뒤로 밀려났다.
도견우는 그 틈을 놓치지 않았다.
[수왕류 공격식 제3형>사자 철편
오른쪽으로 뛰는 듯싶더니 재빨리 왼쪽으로 방향을 전환한 도견우가 수평으로 검을 휘둘렀다.
강한별은 미처 생각할 겨를도 없이 자세를 잡자마자 검을 튕겨 내려 했다.
그 순간, 그의 눈에 도견우의 검이 별안간 휘는 것처럼 보였다.
‘…휘어졌어!?’
아니, 휜 것은 검이 아니다.
검격이 채찍처럼 휜 것이다.
정직하게 검을 막으려고 했다가는 그대로 허를 찔릴 법한 검격이다.
신검 도가의 휘어지는 검격.
공격식 제3형, 사자 철편.
일찍이 서정진에게 들은 적이 있던 강한별은 검술의 정체를 깨달았다.
그러나 그때는 늦은 뒤였다.
생각하고 판단하기에는 늦다.
──!!
그렇다면 감각적으로 판단한다.
검으로 튕겨 내려던 강한별은 즉각 행동을 중단하고, 거리를 벌렸다.
갑작스럽게 힘의 방향을 거슬러서 몸을 잡아끌려니 균형이 기우뚱했다.
그는 오랜 시간에 걸쳐서 단련한, 남다른 균형 감각을 선보였다.
머리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와중에 왼손으로 탁 바닥을 짚고, 반동으로 몸을 공중으로 띄워 냈다.
그러고는 공중제비를 몇 바퀴 돌아 안전하게 바닥에 착지했다.
‘이게 신검 도가의 검술인 거구나. 사부님에게 이야기로만 들어 봤지, 직접 겪으니 정말 변화무쌍하네.’
태세를 가다듬을 시간을 주지 않고 곧장 몰아붙이러 올 줄 알았더니만.
도견우는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고 저 앞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자신을 배려해 준 것이다.
그 정도로 실력의 차이는 명확했다.
자신과 그의 힘은 비등할지 모르나 그는 검을 다루는 센스와 섬세함, 무엇보다 속도에서 자신을 앞섰다.
사실 그가 자신을 쓰러뜨리려 진즉 마음을 먹었다면 대련은 훨씬 전에 끝났을 것이다.
‘강하네, 진짜.’
절로 주먹이 쥐어진다.
이런 식으로 그의 배려를 받는 게 분하지 않을 리 없다.
그러나 강자와 싸울 수 있다는 게 가슴을 설레게 했다.
두근거린다.
세상에 나온 강한별에게 있어서는 처음으로 상대해 보는 강자였다.
조금 더 그와 검을 섞고 싶었다.
이 경험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 성장의 발판으로 삼고 싶다.
타닥!
하지만 이대로 질 생각은 없다.
도견우가 강한 것은 인정하더라도, 단순히 강하다는 이유로 전투에서 이기는 것은 아니다.
전투란 단순하면서도 복잡하다.
일순 검을 휘둘러서 상대의 목숨을 먼저 끊기만 하면 되는 거로 보이는 전투의 이면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수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따라서 전투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모든 수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
하여,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는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승리와 삶에 대한 강렬한 집착을 절대 손에서 놓아서는 안 된다.
약자는 약자의 방식으로.
강자는 강자의 방식으로.
승기(勝機)를 모색해야 한다.
―강한 사람이 이기는 게 아니라, 이기는 사람이 강한 거다.
투귀 서정진.
사부의 가르침이다.
그에게 거둬지고 지금껏 한 번도 가르침을 잊은 적이 없던 강한별은 도견우를 향해 달려 나갔다.
파직!
도견우도 지면을 박찼다.
거리가 순식간에 좁혀진다.
이제 얼마 남지 않은 거리에서, 푸른 벼락이 번뜩인다.
벼락이 사납게 포효한다.
대기를 태우면서 달려드는 소리는 마치 사자가 울부짖는 것과 같았다.
‘아….’
시야가 푸르게 물든다.
문득 강한별은 언젠가 태백산에서 서정진과 나눴던 대화를 떠올렸다.
그날은 유독 별이 밝았었다.
―한별이 너도 언젠가 이 세상이 얼마나 넓은지 알게 될 거다.
―얼마나 넓은데요?
―얼마나 넓냐 하면….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그때, 서정진은 씩 웃으며 말했다.
―너보다 강한 사람이 저기 있는 별의 수만큼 많이 있을 정도로 넓을 거다.
―에이, 정말요? 말도 안 돼.
―네가 직접 겪어 보거라. 언젠가 너와 나이가 같으면서, 너보다 강한 사람을 만나면 깨닫게 될 거다.
―그럴까요? 저랑 나이가 같은데, 저보다 강한 사람이 있을까요?
―인석아, 바위 하나 좀 부쉈다고 기고만장해져서는 안 되지. 세상이 호락호락할 거라고 생각하지 마라. 넓으니까 세상인 거야.
큼지막하고 투박한 손으로.
그때, 서정진은 강한별의 머리를 거칠게 쓰다듬어 주었었다.
강한별은 이제야 알 듯했다.
‘사부님…. 세상은 넓네요.’
시야가 확 트이는 기분이다.
이제야 세상으로 나온 것 같다.
강한별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그럼 사부님은요? 사부님보다 강한 사람도 별의 수만큼 있나요?
―너랑 내가 같겠냐.
―….
―나보다 강한 사람은 없다. 너는 최강의 헌터인 나의 제자가 된 것을 감사히 여겨야 할 거다.
―네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