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Childhood Friend of the Middle Boss RAW novel - Chapter (111)
중간 보스의 소꿉친구가 되었다 (111)
수업이 끝났을 때는 모래투성이가 아닌 사람이 없었다.
나와 민아린을 비롯해서, 사람들은 모래밭에서 굴렀다는 것을 여실히 알 수 있을 정도였다.
꼴이 말이 아니었다.
모래를 털어 내는 것도 한계가 있어 대강 털고 체념해야 했다.
“배고픈데 밥이나 먹으러 가자.”
“너는 이러고 밥이 넘어가? 됐어, 나는 기숙사로 돌아가서 씻고 잠이나 잘래. 피곤해서 밥도 넘어가지 않을 테니까. 너나 먹으러 가.”
“그럼 근손실 나는데.”
“…씻고 나서 먹으면 되잖아, 먹으면.”
“좋은 생각이야.”
민아린은 옷에 들어간 모래를 털어 내지 못해 찜찜하다며, 그대로 기숙사로 돌아가 버렸다.
그녀와 헤어진 나는 다른 사람들과 점심을 먹기 위해 연락을 보냈다.
안타깝게도 리사, 강한별, 박사군은 수업이 일찍 끝나서 먼저 점심을 먹고 있다고 했다.
세쌍둥이는 수업이 늦게 끝날 것 같다는 모양이고.
용해랑에게서는 연락이 없었다.
‘아직 수업을 듣고 있거나 아니면 폰을 보지 않고 있는 거겠지.’
용해랑은 스마트폰을 시계 대용으로 사용할 뿐, 자주 확인하지 않았다.
멀티태스킹에는 취약해서 무언가에 한 번 집중하면 다른 일에는 신경을 쓰지 못하는 경향도 있었다.
그의 성격을 알고 있던 나로서는 연락이 없어도 그러려니 했다.
그때, 연하늘에게서 톡이 왔다.
[연하늘]: 나도 끝났어! 같이 먹자! [나]: 오키 🙂 [나]: 지금 어디 있어? [연하늘]: 수양관이야수양관이라면 차원관에서 가깝다.
나는 식당에서 만날 것이 아니라, 직접 연하늘을 찾으러 가기로 했다.
마침 그 근처에 식당도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수양관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그녀가 보였다.
“왔어? 근데… 꼴이 왜 그래?”
“아, 이거? 어떻게 된 거냐면….”
처음에는 나를 보고 반가워하면서 손을 흔들던 그녀가 내 행색을 보고 깜짝 놀라 했다.
나는 그녀에게 오전 수업의 내용을 알려 주었다.
“그래서 모래투성이가 된 거였구나. 힘들었겠네. 아마 나라도 너처럼 모래에 빠졌을 거야. 스승님이 꽤나 어려운 훈련을 시키셨네.”
“그러는 너는 무슨 수업을 들었어? 은비는? 안 보이네.”
“나? 경도. 은비는 다른 사람하고 점심 약속이 있다고 하더라고.”
“경도?”
“경찰과 도둑. 그거 하느라 얼마나 열심히 뛰어다녔는지 모른다니까.”
“그래서 뺨에 머리카락이 달라붙어 있었던 거구나.”
“…!”
연하늘이 토끼 귀가 솟을 정도로 흠칫했다.
붉은 눈을 크게 뜬 그녀가 폴짝 뒤로 물러났다.
“왜 그래?”
“가까이 오지 마…. 나, 오늘 땀 엄청 흘렸으니까.”
“그게 무슨 상관이야?”
“땀 냄새 나잖아!”
“네가 냄새날 게 어디 있다고.”
어렸을 때 같이 훈련할 때는 땀을 흘리지 않았던가?
애초 땀은 내가 많이 흘렸었다.
나는 어처구니없어하며 그녀에게 다가갔다.
내가 한 걸음 내딛자, 그녀가 대뜸 한 걸음 뒤로 물렸다.
“왜 피하는 거야?”
“그러는 너는 왜 다가오는데!”
“너 당황하는 게 재미있어서.”
“오, 오지 마….”
“싫어, 갈 거야.”
한 걸음, 한 걸음, 또 한 걸음.
우리 사이의 거리는 줄어들지 않고 의미 없이 어딘가로 이동했다.
곧 거리 싸움의 끝이 찾아왔다.
“앗.”
“뭐가 앗이야, 앗은.”
뒷걸음질을 치던 그녀가 벽에 닿고 더는 도망치지 못하게 됐다.
나는 궁지에 몰려 안절부절못하는 토끼에게로 다가갔다.
벽에 손을 짚고 고개를 숙이고는, 그녀의 목덜미 쪽으로 살며시 얼굴을 들이밀었다.
“으으….”
“냄새 안 나는데?”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해?”
“응!”
“진짜아…. 다 맡았으면 이제 얼른 떨어지란 말이야.”
툭 하고.
연하늘이 힘이 없는 주먹으로 내 가슴팍을 때렸다.
나는 괜히 아파하는 척하면서 움츠러든 그녀로부터 몸을 뗐다.
그녀는 화가 났다는 것을 드러내듯 미간에 힘을 주고 있었다.
얼굴을 빨갛게 물들인 채로.
하지만 정작 꾹 다물고 있던 입이 내게 꺼낸 어조는 다정했다.
“으이구. 이리 와. 지금 그런 꼴로 나랑 밥 먹으러 가려고 했던 거야? 나한테 매너 없다고 생각하지 않니? 내가 클린 마법 사용해 줄게.”
“이미 클린 마법을 사용했는데도 다 털어 내지 못한 거야. 아무래도 거기 모래가 평범한 모래가 아니라 그런 것 같더라고.”
“그래도 내 마법이 더 효과가 세니 한 번 털어 보자구. 그래도 안 되면 직접 털어 줄게. 네가 모르는 곳에 모래가 얼마나 묻었는지 모르지?”
“그래, 부탁할게.”
“…음, 내 마법으로 완벽하게 털어 내지는 못하는구나. 안 되겠다. 와서 고개 좀 숙여 봐.”
“네, 네.”
“이게 뭐야. 엄청 많잖아.”
연하늘이 손짓으로 부른다.
나는 그녀가 모래를 털 수 있게 자세를 낮춰, 머리를 숙여 주었다.
그러자 몸을 앞으로 내민 그녀가 내 머리를 탁탁 털어 냈다.
그건 그렇고….
‘…시선 두기가 참 애매하네.’
거의 시야가 꽉 채워진다.
하체가 잘 보이지 않는다.
움직인다.
“이게 뭐야. 엄청 많잖아.”
“….”
움직인다. 움직인다. 움직….
나는 어떻게든 시선을 피하고자 시선을 더욱 아래로 향했다.
그제야 바닥이 보이고, 연하늘의 부츠가 눈에 들어왔다.
“그러고 보니 말이야.”
“응? 왜?”
“네 다리는 진짜였어, 가짜였어?”
“응? 갑자기 무슨 소리야?”
문득 수업에서 들었던 호기심이 존재감을 알려 왔다.
나는 연하늘에게 머리를 내준 채로 대략적으로 사정을 설명했다.
그러자 그녀가 어처구니없어하며 말하기를.
“너 바보야? 나 지금 스타킹 신고 있는 거 안 보여? 검은색이잖아.”
“당근히 잘 보이지. 내가 묻는 건 아카데미에 입학하기 전에 말이야. 초등학생 때랑 중학생 때. 그때도 신고 있었냐고.”
“…저기 있잖아, 이게 그렇게까지 중요한 일이야?”
“나한테는 중요해.”
“아니, 왜?”
“속은 기분이잖아.”
“응? 있잖아…. 난 가끔가다 네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어. 너를 이해할 것 같다가도, 이런 식으로 사람을 혼란스럽게 하잖아.”
“내가 좀 어려운 남자기는 하지.”
“응, 연애가 어려운.”
“뭐라고?”
“에휴…. 딱 보면 몰라? 다리에서 광택이 보이면 스타킹을 신은 거지. 잡티 하나도 보이지 않고.”
“….”
“아니, 그렇게 생각할 필요 없이 다리 윤곽이 반짝거리고….”
“내가 자세히 살핀 적이 있어야지. 그리고 네 다리는 원래 빛났잖아. 잡티? 나는 잘 모르겠던데. 분명히 내 기억으로는 그냥 매끈….”
“그만해! 사람 부끄럽게 하지 마!”
“…설마 항상 신고 있었던 거야? 아, 스타킹은 신는 거야? 입는 거야?”
“아니야! 아니거든!? 신는 거야! 입는 거 아니야! 옷이 아니거든!?”
“나는… 진짜 다리를 본 적이 없었던 거구나….”
“아니라고, 쪼옴….”
“그럼 언제 신고, 안 신었는데? 한번 기억나는 대로 얘기해 봐.”
“…내가 왜 말해 줘야 해?”
“어?”
“알려 주기 싫은데. 안 알려 줄 건데. 그런 건 내가 말해 주는 게 아니라 네가 알아채야지.”
“….”
“그래서? 알 것 같아?”
“…네 맨다리가 어떻게 생겼는지 알아야 내가 비교하든 말든 하지. 항상 빛났는데 어떻게 알아차리란 말이야.”
“제발 사람 부끄럽게 하지 말라니까!? 아니면 일부러 그러는 거야!? 지금 나 놀리는 거야!?”
“아니, 내가 뭘?”
“지인짜…. 너 바보야? 진짜 모르겠어? 평소에는 관찰력이 그렇게나 좋으면서 왜 나하고만 관련될 때면 지능이 그렇게 떨어지는데! 바보야? 멍청이야? 말미잘이야? 아니면 고…!”
“고? 고, 뭐.”
“…지식한 거냐고.”
“그래, 바보라서 미안하다. 나도 왜 너랑 관련되면 그러나 모르겠다니까. 네가 이해해 줘.”
“…부끄럽게 하지 말라니까?”
“내가 부끄럽게 한 적 있어?”
“휴…. 진짜 한 대 때리고 싶다.”
“지금까지 계속 때려 댔으면서.”
“그 뜻이 아니구…. 아니야, 그래. 그렇게 내 맨다리가 궁금해? 맨다리랑 스타킹을 신은 다리가 궁금해 죽겠어?”
“응.”
“내가 너 때문에 못 살아….”
“왜? 나는 너 때문에 사는데.”
“…자꾸 장난치지 마. 사람 진짜 큰일 나게 하지 말라고.”
“큰일?”
“그렇게 정 궁금하다면…. 알았어. 너한테만 특, 별, 히 보여 줄게.”
“어? …진짜?”
“그럼 진짜지, 가짜겠어? 이따 밤에 1층 로비에서 봐. 스타킹 가져가서 입은 거랑 안 입은 게 얼마나 다른지 보여 줄 테니까.”
“역시 소꿉친구밖에 없다니까.”
연하늘에게 맞은 보람이 있었다.
나는 싱글벙글 좋아했다.
“잠깐.”
“또, 왜?”
“토끼가 스타킹을 신으면… 그건 바니걸인가?”
“….”
“하늘아? 왜 말도 없이 먼저 가는 거야?”
“내가 왜 이런 애를….”
한심하다는 듯이.
연하늘이 한숨을 쉬었다.
나는 괜히 그녀의 눈치를 보면서 조용히 따라갔다.
* * *
아카데미에서 보내는 또 하루가 시작되었다.
간단하게 몸을 씻은 나는 얼른 조깅을 하러 밖으로 나갔다.
아카데미 부지를 한 바퀴 돈다.
‘어제도 이랬던가?’
학원도시의 환경이 평범하지 않고 특수하기 때문일까.
하늘이 어제보다 밝은 것 같았다.
아침 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불과 하루 사이에 밤의 길이가 짧아지기라도 한 모양이다.
학원도시의 늦겨울이 지나가고, 초봄이 자리를 잡은 듯했다.
그때, 인기척이 느껴졌다.
“오우! 도견우! 오늘도 힘세고 강한 아침이다!”
“견우야, 좋은 아침!”
“안녕? 한별이한테 이야기 들었어. 오늘부터는 나도 같이 뛸게.”
“…셋 다 좋은 아침이야.”
용해랑과 강한별, 박사군이 인사를 건넸다.
나는 그들과 페이스를 맞췄다.
그런데 오늘 조깅하러 나온 사람은 세 사람뿐만이 아니었다.
뒤편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얘들아, 안녕!”
“견우야, 좋은 아침.”
“다들 좋은 아침이에요.”
고은비가 크게 손을 흔들고 있었다.
그녀 옆에서 연하늘과 평소와 달리 머리를 땋지 않고 묶어 올린 리사가 나란히 뛰는 중이었다.
그리고 그녀의 뒤로.
“헉, 헉…. 좀, 천천히 좀 가자….”
숨을 가쁘게 쉬며 쫓아오고 있는 민아린도 보였다.
‘다들 조깅하기 싫다더니 결국에는 아침부터 나와서 뛰네.’
그들을 돌아본 나는 키득거렸다.
나만 그런 게 아니라 내 옆에 있던 강한별, 용해랑, 박사군도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모르겠다는 듯이 웃음소리를 흘렸다.
이내 우리는 서서히 속도를 늦추며, 뒤따라오는 여자들과 합류했다.
여럿이 모이다 보니 뛰면서도 대화가 끊임없이 이어졌다.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도견우! 이제 오냐!?”
“우리는 먼저 일어나서 달리고 있었지!”
“얘들아! 좋은 아침이야!”
머지않아 세쌍둥이도 만날 수 있었다.
듣자 하니 나를 깜짝 놀라게 하려고 먼저 나와서 뛰고 있었다고 한다.
여하튼 세 사람도 같이 조깅하면서 주위가 더욱 북적거려졌다.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보다 어느새 우리가 떠드는 소리가 컸다.
시끄럽지만, 정겹다.
‘오늘 날씨 참 좋네.’
아침 해가 새벽의 어둠을 몰아내고, 하늘이 푸르게 물든다.
도로 주위로 이슬이 서린 나무와 풀숲이 보인다.
봄의 기운이 만연한 꽃들이 차차 고개를 들고, 기지개를 켠다.
맑고 푸른 호수가 햇살에 비치며 아름답게 반짝인다.
그렇게 오늘도 새로 날이 밝고.
우리는 차츰 아카데미에서 보내는 생활에 적응해 간다.
[육신에 청아한 기운이 깃듭니다.] [행운이 1 상승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