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Childhood Friend of the Middle Boss RAW novel - Chapter (120)
중간 보스의 소꿉친구가 되었다 (120)
5대 검술명가란 어디까지나 숫자를 맞추기 위한 구색일 뿐.
사실상 세상 사람들이 알아주고, 경의를 표할 위명과 영광을 지니는 검술명가는 셋밖에 없다.
현재 십가문으로 있는 신검 도가와 휘검 백가 그리고 진홍 노가.
세 가문은 200년이란 시간에 걸쳐 십가문의 자리를 두고 경쟁을 벌인 가문이기도 했다.
어느 시대에는 신검 도가가 아닌 휘검 백가가, 진홍 노가가 십가문의 반열에 들기도 한 것이다.
그렇기에.
‘내가 그 영광을 재현해 보이겠어.’
진홍 노가의 투희, 노효원.
그녀는 자신의 가문에 대한 긍지와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그녀가 선조들이 그러했듯, 언젠가 자신의 손으로 진홍 노가를 훌륭히 십가문의 반열에 올리겠다는 포부를 안는 것은 이상하지 않았다.
당대 십가문의 일원으로 군림하는 신검 도가에 경쟁심을 품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었다.
그들을 정복함으로써, 진홍 노가가 신검 도가에 꿀리지 않는 명가임을 증명하고 싶어 했다.
그러다 보니 자연히 나이가 같고, 차석으로 입학한 도견우에게 관심이 갈 수밖에 없었다.
내심 그녀는 그와 자웅을 겨루어, 그를 발아래에 두고 정복하고 싶은 심정을 참고 있었다.
‘이쯤이면 우리 주위에서 2랭크가 출몰할 때도 됐을 텐데….’
물론, 노효원은 섣불리 감정에 따라 움직일 만큼 어리석지 않았다.
그녀가 도견우를 굴복시킨다 한들, 실력을 입증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총의를 대변할 수는 없었다.
그 역할은 오직 십가문의 사람에게 허락되고 있었으니까.
대략 200년 전부터 내려온 맹약은, 사회적 합의는 노효원에게 자격을 허락하지 않았다.
만약 맹약을 어기기라도 했다가는 신검 도가를 비롯한 검술명가들에게 반발을 사게 될 것이다.
자칫 가문 간의 전쟁으로 불거지고, 다른 가문의 지원을 받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공격당할 수도 있다.
그러니 가슴속에 야망은 간직하되, 무작정 욕심을 부려서는 안 된다.
신검 도가에게 그들의 역할이 있듯, 자신의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5대 검술명가 중 하나로서 그들을 지지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때를 기다려야 한다.
‘온다.’
그녀는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모여드는 빛무리를 눈에 담았다.
몬스터의 형체가 드러나고 있었다.
[몬스터를 조우했습니다.] [스웨트 바이슨(Rank. 02) x 1]“스웨트 바이슨이다!”
“효원아! 할 수 있지!?”
“나한테 맡겨, 오빠.”
이 단합회의 목적은 선후배 사이의 원활한 교류 증진일 뿐만 아니라, 신입생이 자신의 실력을 선보이기 위함이기도 하다.
일종의 신입생들의 데뷔전이다.
노효원은 파티원들의 보조를 받아 스웨트 바이슨을 마주했다.
음모오오!
전신에서 열기가 이는 땀을 흘리는 놈이 콧김을 내뿜고, 앞발로 지면을 파헤쳤다.
직후 놈이 노효원에게로 돌진했다.
그녀는 광분해서 달려드는 놈에게 검을 휘둘렀다.
화륵!
대검이 대기를 가른다.
칼날이 지나간 궤적이 벌어지면서 진홍색 불길이 뿜어져 나온다.
어느새 불꽃을 몸에 두른 그녀는 조금도 뜨겁지 않다는 기색으로, 진홍빛으로 타오르는 검격을 놈에게 선사했다.
대검을 수직으로 내려친 그 순간, 바닥에서 불길이 솟구쳤다.
음모오오오오!
한 번의 검격으로 치명상을 입은 놈이 불길을 빠져나오지 못하고 고통에 찬 소리를 지른다.
불길에 휩싸인 채로 살기 위해서 필사적으로 발버둥을 친다.
그러나 놈이 바닥을 구르더라도 불길을 떨쳐 내지 못하고, 끝끝내 남아 있던 숨이 다한다.
놈이 잿더미가 되어 소멸했다.
“2랭크 몬스터를 상대로도 혼자 안정적으로 잘 싸우는데?”
“오빠랑 다른 사람이 도와줘서 이렇게 싸울 수 있었던 거지.”
노효원은 떨어진 마석을 주우며 파티원들에게로 공을 넘겼다.
어렸을 적부터 알고 지낸 그들은 그녀의 데뷔전을 축하해 주었다.
“2랭크 몬스터는 쓰러뜨렸으니까 다음에는 3랭크를 쓰러뜨려야지.”
“우리도 있고, 효원이 네 실력이면 3랭크도 상대할 수 있을 거다.”
“그래,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한테 네 존재를 확실히 알려야지 않겠어? 오늘 우리가 주역으로 만들어 줄게!”
“네, 선배들만 믿겠습니다.”
파티원들이 분위기를 띄워 준다.
노효원은 그들의 호의를 반기면서 웃음소리를 흘렸다.
그런 한편으로는 냉정하게 현실을 파악하고 있었다.
‘내가 주역이 될 리가….’
신입생의 활약을 조명하는 데뷔전, 단합회에서.
자신은 조역에 지나지 않았다.
주역은 달리 정해져 있었다.
신검 도가의 도견우다.
‘학생회장이 옆에 붙어서 어떻게든 실적을 쌓을 수 있게 도와주겠지.’
이 자리는 도견우가 학년 대표로서 명가의 사람들에게 인정받기 위한 무대이기도 했다.
앞으로 그와 척을 질 게 아니라면 그에게 시선을 모아 주기 위해서라도 적당히 눈에 띌 필요가 있었다.
그러니 그가 주역인 셈이다.
아니, 주역이라면 1명 더 있기는 했다.
파직!
시야 한편이 푸르게 번쩍였다.
노효원은 벼락이 치는 듯한 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벽뢰….’
2랭크 스웨트 바이슨을 상대로.
도승우가 주위로 벽뢰를 발산하며 놈과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꽤 하네.”
한때 신검 도가에서 수재라 불리며 기대를 받았던 도승우.
비록 도견우에게 밀리고 말았지만 신검 도가의 직계인 그도 주역이 될 자격을 갖추고 있었다.
경우에 따라서는 1학년 대표 역할이 그에게 주어질 수도 있다는 뜻이다.
“….”
도승우의 검술을 구경하며.
노효원은 몇 시간 전, 명가회에서 그와 인사를 나눈 기억을 떠올렸다.
사실, 도견우의 제안을 받기 전에 그녀는 그에게 같은 제안을 받았었다.
―네가 내 편에 서 줬으면 한다.
1학년 검술 계통 학생 중에서.
휘검 백가의 직계는 없으니, 신검 도가의 직계 다음으로 서열이 높은 사람이 바로 노효원이었다.
그녀가 누구를 지지하느냐에 따라 대표 선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다.
도승우가 1학년 대표가 되기 위해 그녀를 끌어들이려 한 이유였다.
하지만 그녀는 제안을 받지 않고, 도견우에게 한 대답을 건넸다.
―그러면 날 정복하기에 어울릴지 단합회에서 실력을 보여 줬으면 해.
진홍 노가가 십가문에 속하지 않아 대표가 될 수 없는 입장이라면.
내키지 않지만 정복당해야만 하는 상황을 받아들여야만 한다면.
노효원은 이왕이면 자신보다 뛰어난 사람에게 정복당하고 싶었다.
그런 의미에서 도승우는 어느 정도 준수한 실력을 보였다.
‘하지만 부족해.’
노효원은 아쉬움에 입맛을 다셨다.
도승우의 벽뢰는 분명 인상적이었다.
휘두르는 검은 재빠르고 날카로웠다.
그러나 자신이 맞서 싸울 수 있는 수준에 지나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이 어찌하지 못할 만큼 강대한 존재를 원했다.
바로 그때였다.
콰르릉!
도승우가 있는 반대편에서.
번개가 대기를 찢어발기는 듯한 소리가 터져 나왔다.
푸른빛이 거셌다.
마른하늘에 친 날벼락에 놀란 노효원은 얼른 고개를 틀었다.
“아….”
내리치는 벼락 속에서.
도견우가 검을 쥐고 있었다.
“….”
파직!
도승우와는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도견우의 몸에서 튀는 푸른 전류가 사납게 울고 있었다.
벽뢰가 선명히 눈에 들어왔다.
간헐적으로 그의 주위에서 일어나는 벼락이 살벌하기 그지없었다.
“…생각 이상이군.”
도견우가 꼭 검이 아니라 번개를 휘두르는 것 같다.
신묘한 광경이다.
과연 차석으로 입학할 만하다.
노효원은 그가 펼친 검술을 보고 압도되고 말았다.
“정복…해 보고 싶네.”
누군가에게 정복당해야만 한다면 도견우에게 정복당하고 싶다.
필시 자신보다 강한 실력을 지녔을 그에게라면 정복당해 줄 수 있다.
동시에 호승심이 생긴다.
그와 검을 통하고, 그를 쓰러뜨려 발아래에 두고 싶은 생각이 스친다.
그를 넘어서고, 정복하고 싶어진다.
상반되는 생각이 서로 충돌하면서 몸을 뜨겁게 달군다.
입꼬리가 흥분으로 올라간다.
노효원의 마음이 동한 순간이었다.
* * *
스웨트 바이슨이 출몰하는 속도가 시간이 지날수록 빨라지고, 간간이 3랭크에 해당하는 블러드 바이슨이 출몰하기 시작했다.
게이트 공략의 조건이 되는 놈들이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거로 볼 때, 공략이 머지않았다는 뜻이다.
이제부터 게이트 키를 보유한 놈을 찾기 위해 집중해야 한다.
[몬스터를 조우했습니다.] [블러드 바이슨(Rank. 03) x 1]3랭크 몬스터를 상대하는 데에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1학년 학생들의 평균 실력으로는 혼자서 상대하지 못한다.
동일한 기준에서 2, 3학년에게도, 심지어 현역 헌터에게도 버겁다.
그래서 3랭크 이상 몬스터부터는 협회의 지침에 따라 안전을 위해서 파티 단위로 토벌하도록 요구됐다.
그로 인해 블러드 바이슨을 마주한 사람들의 반응은 대체로 두 가지로 나뉘었다.
“죽고 싶지 않으면 지금부터 다들 정신 똑바로 차려! 놈은 3랭크다! 내 지시를 잘 따르도록 해!”
“1학년은 나서지 말고 뒤로 빠져! 너희는 뒤에서 엄호하는 데 치중해!”
다소 위험 부담을 짊어지겠지만, 명예를 얻기 위해 싸우려는 사람들.
“뒤로 물러나! 놈은 다른 애들에게 맡기도록 해! 우리는 주위에 있는 바이슨들을 쓰러뜨리며 보조한다!”
“괜히 놈을 자극하지 마! 그러다 어그로라도 끌리면 다칠 수 있으니까!”
명예보다는 안전을 더 우선하고 위험을 무릅쓰지 않는 사람들.
그들 중에는 나름의 속내가 있어 토벌을 포기하는 부류도 있었다.
“견우야! 저기 3랭크 나타났다!”
“…감사합니다.”
내 입으로 말하기는 겸연쩍지만.
나는 1학년 학생들의 대표를 맡고, 장차 3학년으로 진급하면 검술 계통 전원의 총의를 대변할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이 무대는 내가 그들에게 자격을 증명하기 위한 자리인 한편, 그들이 사전에 내 호의를 사기 위한 자리이기도 했다.
내가 주역인 셈이다.
그들로서는 놈을 상대했다가 자칫 게이트 키가 나와, 내가 받아야 할 스포트라이트를 빼앗고 싶지 않은 것이다.
‘내 비위를 맞추려는 거지.’
나로서는 블러드 바이슨을 찾아낼 수고를 덜어서 좋을 뿐이다.
나와 도시은으로 이루어진 파티는 놈을 상대하고 있었다.
음모오오오오오!
티어, 스웨트 바이슨과 달리 두 발로 서고, 거대한 몽둥이를 쥔 3랭크 몬스터 블러드 바이슨.
가죽이 벗겨져 붉은 살이 보이는 놈의 몸에서 피가 줄줄 흘렀다.
열기를 띤 피는 금세 증발해 버리며 주위로 안개를 만들어 냈다.
안개에는 닿으면 살을 아리게 하는 독성분이 섞여 있었다.
그러다 보니 놈과 싸우기 위해서는 안개를 떨쳐 낼 수 있도록 신체에 보호 마법을 걸어야 했다.
“누나.”
“응, 견우야.”
세쌍둥이가 놈을 교란하는 와중에.
일련의 공격을 마친 나와 도시은은 서로를 불렀다.
길게 이야기할 것 없이 그것만으로 생각이 통했다.
우리는 그 즉시 달렸다.
부우웅!
놈의 몽둥이가 바람을 일으킨다.
놈의 시야를 어지럽히며 움직이던 세쌍둥이는 황급히 몸을 피했다.
우리는 그 자리를 파고들었다.
음모오오오오!
다시금 거센 바람이 수풀이 자란 초원을 헤집는다.
몽둥이가 수직으로 떨어져 내린다.
그 순간, 우리는 약속도 하지 않고 거의 동시에 좌우로 찢어졌다.
파직!
군청검에서 푸른 전격이 인다.
맞은편에서 도시은이 쥔 수연검도 푸른 전격을 튀기고 있었다.
푸른 전격은 이내 가시화될 정도로 벽뢰로 거듭나고, 벼락이 됐다.
몸에 벼락을 휘감은 우리는 곧장 놈에게로 지면을 박찼다.
[수왕류 공격식 제3형>사자 철편
군청검으로 대기를 흔든다.
지면과 수평을 그리며 나아가는 푸른 궤적이 채찍처럼 휘어진다.
검격이 놈의 옆구리를 반쯤 감아 깊은 상처를 새긴다.
[수왕류 공격식 제2형>사자 조흔
반대편에서는 도시은의 수연검이 날카로운 일격을 가했다.
놈의 옆구리가 거칠게 뜯겼다.
음모오오오오!
놈이 양옆구리에서 피를 흩뿌리며 괴성을 토한다.
소리를 들은 티어, 스웨트 바이슨이 우리에게로 몰려든다.
그때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이, 멀리서 우리를 지켜보던 사람들이 냉큼 가세했다.
우리는 그들에게 주위를 맡기고는 놈의 숨통을 끊는 것에 집중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수왕류 공격식 제6형>사자 난무
도시은과 같은 검술을 펼친다.
벽뢰가 사방팔방으로 발산한다.
불규칙적이고, 임기응변에서 강한 연격기를 놈에게 퍼붓는다.
놈은 몽둥이를 휘두를 수 없다.
직전에 내가 놈의 팔 하나를 잘라 버렸기 때문이다.
균형 감각을 잃은 몸으로는 무거운 몽둥이를 휘두르는 것도 힘든 데다, 도시은이 허락지 않았다.
그리하여 우리는 블러드 바이슨을 토벌할 수 있었다.
“누나랑 같이 싸우니까 좋긴 하네. 3랭크도 간단히 쓰러뜨릴 수 있고.”
“나도 그래. 네가 없었다면 혼자서 쓰러뜨리는 데 시간이 걸렸을 거야. 어디 다친 데는 없지?”
“누나가 옆에서 보조해 준 덕분에 다친 데 없이 멀쩡해. 그런데….”
“….”
덕담을 주고받을 때가 아니다.
휴식을 취할 틈은 없을 것 같다.
나는 기지개를 켜는 기운을 느끼고 초원 주위를 둘러보았다.
우리에게로 몬스터들이 몰려들고,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그들이 흘리는 마나로 편재가 발생하고 있었다.
편재는 공간의 균열을 야기했다.
쩌적!
유리가 갈라지는 듯한 소리가 나고.
우리를 둘러싼 공간에 금이 갔다.
금은 순식간에 크기를 확장하면서, 그 속에서 몬스터들을 쏟아 냈다.
[몬스터를 조우했습니다.] [블러드 바이슨(Rank. 03) x 5] [스웨트 바이슨(Rank. 02) x 14] [티어 바이슨(Rank. 01) x 27]“…많기도 하네.”
“….”
들소 떼들이 주위를 가득 메웠다.
나는 그 광경에 헛웃음을 흘렸다.
사람들도 아연실색한 기색이었다.
하지만 다들 언제 그랬냐는 듯이 금세 전투태세에 임했다.
도시은의 기세가 달라진 것 또한 바로 그때였다.
[수연검: 물안개>도시은의 체내 마나를 받아들인 수연검이 푸른빛을 내뿜는다.
빛 속에서 물방울이 떠오르고, 물방울이 안개를 이룬다.
안개가 급속히 기세를 부풀리더니 일대를 희끄무레 뒤덮는다.
지면은 미약하게 물기를 머금는다.
“3학년, 창 대형으로. 선두에 서서 놈들의 공격을 받아 낸다.”
“3학년, 창 대형으로!”
도시은이 전장을 주시하며 차분히 지시를 내리고.
그녀의 계파에 속한 학생들이 즉각 큰 소리로 주위에 전달한다.
그러자 3학년으로 보이는 학생들이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지시를 따라 전위로 나섰다.
“2학년, 1학년들을 보호한다.”
“2학년, 1학년들을 보호하라!”
“1학년, 포위진을 뚫고 나갈 거니 뒤처지지 말고 잘 따라오도록 해. 후방은 너희에게 맡길게.”
“1학년, 선두와 떨어지지 말도록! 그리고 배후에 대비하라!”
순식간에 진형이 완성되었다.
긴장한 기색이 엿보이던 1학년들은 2, 3학년이 그녀에게 보내는 신뢰에 감화된 듯했다.
흔들리던 눈빛이 사라졌다.
그때, 그녀가 내게 말했다.
“견우는 내 옆에 서도록 해. 나와 함께 길을 뚫을 거야. 할 수 있지?”
“…알았어. 해 볼게.”
공을 내게 돌리겠다는 의미다.
나는 도시은의 의도를 알아차리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그녀의 배려에 고맙다는 시선을 전했다.
이윽고.
“전진. 놈들의 포위망을 뚫는 즉시 돌아서서 놈들을 해치운다.”
도시은의 신호가 떨어졌다.
가장 선두에 서 있던 나와 그녀는 놈들을 향해 나아갔다.
[수왕류 공격식 제11형>사자 쇄열
수연검이 일으킨 물안개로 인해.
벽뢰의 효과가 상승한다.
푸른 전류가 물방울을 매개체로 빠른 속도로 일대로 퍼져 나간다.
있는 힘껏 지반에 균열을 일으키는 검격을 내리치자.
콰르릉!
벽뢰가 물기를 머금은 지면을 통해 거미줄처럼 놈들에게로 쇄도한다.
검격의 편린이 대기 중으로 확산해 검격에 노출되지 않는 놈들의 몸에 옮겨붙는다.
도시은이 펼친 검술도 마찬가지였다.
────!!!
지면에서 푸른 벼락이 높이 솟구쳐, 공간을 집어삼킨다.
사자가 우는 듯한 소리로 포효하며 난폭하게 놈들을 먹어 치운다.
그렇게 포위망에 구멍이 뚫렸다.
놈들이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사이, 우리는 포위망을 빠져나왔다.
형세가 역전되었다.
“선회. 지금부터 놈들을 섬멸한다.”
도시은의 지시에 사람들이 열광해 함성을 내질렀다.
그들이 자신들의 파티를 이끌고서 놈들에게 반격을 가했다.
나와 그녀도 그 속에 있었다.
“견우야.”
“알고 있어. 엄호 부탁해.”
“뒤는 걱정하지 마.”
블러드 바이슨을 쓰러뜨리는 것은 우리의 역할이었다.
신호에 맞춰 우리는 치고 빠지며 놈들의 수를 줄여 나갔다.
어느 순간 마나의 입자로 산화하는 한 개체로부터 게이트 키가 나오며.
[게이트를 공략했습니다.]단합회의 종료를 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