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Childhood Friend of the Middle Boss RAW novel - Chapter (130)
중간 보스의 소꿉친구가 되었다 (130)
사실, 실드에 독립 순찰관이란 직책은 존재하지 않는다.
상식적으로 아직 헌터도 되지 않은 학생에게 위험하게 단독으로 행동할 권한이 주어질 리 없었다.
실제로 학생들을 중심으로 구성된 학원도시의 치안 유지 담당 기관인 실드는 반드시 2인 이상 조를 이뤄 활동하도록 명시하고 있었다.
“설마 마인일 줄은 몰랐습니다.”
“왜? 이제야 네가 누구를 때렸는지 후회가 드나 보지?”
“후회라면… 네, 듭니다. 처음부터 마인일 줄 알았다면 더 힘을 주어 아예 머리를 부쉈을 겁니다. 어차피 마인은 인간으로 죽더라도 죽는 게 아니지 않습니까. 제 판단 착오였습니다.”“…방금 그렇게 맞았으면서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 것 같군. 한 방 거리도 안 되는 주제에 멋대로 지껄이지 마라. 내가 네 머리를 부숴 버리기 전에.”“한 방 거리가 될지, 안 될지는… 어디 확인해 보십시오. 다음부터는 방심하지 않을 겁니다. 그건 그렇고, 가슴의 그 문신은… 마인회 소속이었습니까. 그렇다면 더더욱 당신을 체포해야겠습니다.”그럼에도 권보람만이 예외적으로 단독 순찰관이란 직위를 인정받은 이유는.
그녀가 천성 워커홀릭이기도 하고, 단독으로 행동하는 경향이 강하며, 그만큼 실적을 올려 증명했기 때문이다.
학원도시에 입국한 지 1년 만에 학원도시의 보안관으로 통하고 있었으니, 말은 다 했다.
무엇보다 그녀가 속해 있는 가문인 철옹 권가에 대한 예우라고도 할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권보람하고 앞으로 자주 엮이게 될 거야.’
게임의 세계관이 학원도시인 만큼 스토리는 아카데미에 국한되지 않고 학원도시 곳곳에서 발생한다.
이때, 외부에서 일어나는 사건에서 곧잘 조력자로 등장하는 캐릭터가 바로 권보람이었다.
실드의 단독 순찰관이란 설정으로 번번이 엮이게 되는 것이다.
세계관 설명이 어느 정도 끝나고, 스토리 범위가 확장될 때쯤에는….
‘강한별이 실드에 입단하게 되면서 선후배 사이로 발전하게 되는 거고.’
입학한 지 얼마 안 된 현재로서는 몇 개월 후, 1학년 2학기에 일어날 미래다.
한편, 그때를 기점으로 플레이어는 권보람을 영입하고, 육성할 수 있었다.
“여러분은 물러나십시오. 마인은 제가 상대하겠습니다.”
여하간 권보람과 오랫동안 긴밀한 협업 관계를 유지해야 할 운명이다.
그녀와 친분을 다질 수 있을 때 다지는 게 좋았다.
나는 앞으로 나오지 말라는 듯이 한 손을 펼친 그녀에게 대꾸했다.
“아니요, 저희도 도울게요.”
“이제부터는 실드의 소관입니다. 여러분의 소관이 아닙니다.”
“따지고 보면 빌런들을 상대하는 역할은 실드가 아닌 소드(Sword)가 맡아야 하는 것 아닌가요?”
학생들의 범죄 행위를 단속하거나 시민들의 애로 사항을 해결하는 게 실드의 주요 업무라면.
국가 헌터로 구성된 소드의 업무는 헌터들의 범죄 행위를 단속하거나 테러에 대응하는 등에 집중했다.
그러다 보니 권보람은 설득력 있는 발언력을 가질 수 없었다.
내 말에 반박당한 그녀가 슬며시 노란 눈을 흘겼다.
“실드에게도 비상 상황에 한해서 빌런들에게 대항할 수 있는 권한이 허용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저는 학원도시의 치안을 담당하는 사람입니다. 저자를 막기에 가장 적합한 사람은 이 중에서 저밖에 없습니다.”
“자격으로 보자면 그렇기는 하죠. 그런데 보안관님 혼자서도 마인을 상대할 수 있겠어요?”
“…하지 못할 것은 없습니다.”
조금 전보다 대답이 늦었다.
상대는 마인이니만큼 권보람도 승패를 장담할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그녀의 성격상, 우리에게 조력을 구할 리 없었다.
이에 나는 그녀의 기분을 띄워 주며 명분을 만들어 주기로 했다.
“물론, 보안관님 실력이면 혼자서도 마인을 쓰러뜨릴 수는 있겠죠.”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러느라 시간이 걸리고 심한 부상을 입게 될 수도 있는데, 위험하지 않을까요?”
“….”
“그러니 저희가 돕는다는 거예요. 저희 실력이라면 믿을 만할 테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하지만… 그건….”
“저희 학생증이에요.”
학원도시에서 제일가는 아카데미의 학생임을 증명하는 것으로 실력은 보증된 것과 같았다.
나는 금강 아카데미의 문장이 보이도록 학생증을 꺼내 들었다.
그러자 다른 친구들도 나를 따라 허겁지겁 학생증을 보여 주었다.
우리에게로 고개를 돌린 권보람은 조금 전과 다른 태도를 비쳤다.
그녀는 단호하게 거절하지 못하고 망설인 것이다.
이윽고.
“…그럼 알겠습니다. 상황이 현재 여의치 않은지라 조력해 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권보람이 도움을 요청했다.
그러고 보랏빛 머리칼을 휘날리며 마인에게로 달려들었다.
* * *
마인회의 마인이라 해도 그래 봤자 말단에 지나지 않는다.
본래 인간이었을 때보다 아주 조금 강해졌을 뿐이다.
그런 놈을 상대하는 데 거창하게 대비할 것까지는 없었다.
‘외형이 험상궂게 생기기만 했지, 상태창을 보면 입학시험에서 싸웠던 이가현의 분신체보다 약해.’
이 세상은 게임이 아니기에.
상태창에 적힌 정보는 어디까지나 참고 사항으로 여겨야 한다.
수치가 모든 걸 대변하지 않는다.
상태창으로 적의 기량을 파악해도 완전히 신봉해서는 안 된다.
맹신은 오판으로 이어진다.
그렇다고 하나 놈이 약하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었다.
‘어렵지 않아.’
수적으로도 우리가 우세다.
놈은 후방에서 연신 견제를 가하는 연하늘, 민아린, 고은비로 말미암아 행동에 제약을 받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나, 강한별, 권보람 셋이서 집요하게 공격해 대니 방어에 전념할 수밖에 없는 상태였다.
이따금 기회가 생길 때면 박사군이 개입하기도 했다.
“…큭! 이것들이 비겁하게…!”
“원래 전투는 비겁한 거야!”
“나만 아니면 되는 거지.”
“마인에게 베풀 자비는 없습니다.”
놈의 피부가 아무리 단단하더라도 베다 보면 베이게 되기 마련이다.
맨몸으로 나와 강한별에게 쉼 없이 칼질을 당하던 놈에게서 생채기가 나기 시작했다.
생채기는 차츰 늘어나고 벌어지며 깊은 상처로 나아갔다.
놈의 방어력에 한계가 찾아오고, 재생 능력이 우리의 공격을 따라가지 못하게 된 것이다.
“…!”
놈도 자신의 상태를 눈치챘다.
그러나 발악한다고 한들, 놈에게 활로는 없었다.
세 방향에서 덤벼드는 우리에게서 벗어나지 못한다.
“내가 당할까 보냐!”
단 한 번이라도 놈이 공격에 잘못 대응하는 순간, 가까스로 이루어지던 전세의 균형은 기울고 만다.
놈에게 실수는 용납되지 않았다.
그것을 아는 놈은 얼굴에 핏줄이 도드라지게 돋아난 채 필사적으로 주먹을 쏘아 댔다.
“너무 깊숙이 들어가지 마십시오. 거리를 벌린 채 견제합니다.”
하지만 언제 기울어지냐일 뿐이지, 기울어지는 것은 바꿀 수 없다.
시간은 명백히 우리의 편이었다.
이변이 일어나지 않는 한, 결국 놈이 제풀에 꺾일 때가 온다.
실수할 때가 오는 것이다.
우리는 욕심을 부리지 않고, 차분히 놈을 공략하는 데 주의를 기울였다.
그때, 눈앞에 메시지가 떠올랐다.
[스킬을 얻었습니다.] [신경 쇠약 Lv 1]게임에서는 피아의 Hp 차이가 크게 나고, 처음부터 끝까지 유리한 상황에서 전투를 진행할 때 확률적으로 얻을 수 있는 스킬이었다.
생각지 못한 수확을 얻은 나는 얼른 자세한 내용을 확인했다.
[신경 쇠약 Lv 1]◆ 스킬 분류
―상시 발동형
◆ 상세 효과
―대상과의 전투 시간이 길어질수록, 그 대상의 전투 피로도를 소폭 유발한다.
―스킬의 효과를 받은 대상의 판단력이 소폭 저하한다.
전생에 게임에서 본 내용과 다르지 않았다.
‘한별이랑 권보람도 얻은 건가?’
한편, 스킬의 획득 조건을 달성한 사람은 나만이 아니었다.
나는 곁눈질로 강한별과 권보람의 스킬 목록을 열람했다.
이내 강한별의 스킬 목록 하단에서 갱신된 정보를 발견할 수 있었다.
안타깝게도 권보람은 얻지 못했다.
‘그래도 좋네. 나쁘지 않아.’
어차피 신경 쇠약은 한 번에 한해 상대에게 적용되는 스킬이다.
중복해서 적용되지 않는다.
그러니 스토리를 헤쳐 나갈 주체가 될 강한별과 동료로서 보조해 줄 내가 습득한 것만으로도 족했다.
‘이제 곧 무너진다.’
스킬의 효과를 받은 탓인지.
놈이 눈에 띄게 힘들어하고 있었다.
얼굴에 초조함이 역력했다.
그 초조함은 마침내 놈이 그르치는 기회로 이어졌다.
우리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기다렸다는 듯이 몸을 움직였다.
────!!
먼저 행동한 것은 권보람이었다.
그녀가 앞발로 지면을 크게 내딛자, 보랏빛 머리칼이 펄럭였다.
직후 왼손으로 가드를 올린 그녀가 오른손에 쥔 톤파로 정확히 놈의 명치를 가격했다.
“…!”
일격이 적중했다.
놈의 눈이 크게 떠지고, 공중으로 분비물이 튀었다.
자세는 완전히 무너져 버렸으며, 근육은 힘이 풀렸다.
[투귀류 검의 장 제2형>타종(打鐘).
강한별이 칼등으로 휘두르기 위해 손목을 돌려 검을 뒤집는다.
게임에서는 대상에게 충격을 가해 잠시 스턴 상태에 빠뜨리던 스킬.
잔잔하게 갈무리된 은빛의 검격이 놈의 옆구리를 강타했다.
마지막으로….
[수왕류 공격식 제2형>사자 조흔
내 검이 놈의 등허리를 갈랐다.
전투는 그것으로 끝이 났다.
* * *
상황이 일단락됐다.
권보람의 신고를 받은 관계자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마인이 혼절한 시기에 맞춰 현장에 나타났다.
무장을 갖추고 만반의 준비를 한 그들은 쓰러진 빌런들을 눈에 담고는 놀람을 금하지 못했다.
“정말… 학생들이 쓰러뜨렸다고? 보람아, 내가 잘못 들은 거 아니지?”
“네, 같이 싸운 제가 증명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저 혼자서 다섯을 제압할 수는 없습니다.”
“네가 남다른 편이라고 하지만… 혼자서 저들을 상대하는 것은 버거웠겠지. 게다가 놈들 중에 마인도 있었으니…. 그래, 알았다. 상부에는 여과 없이 보고하도록 할게.”소드의 대원으로 보이는 헌터는 처음에는 우리에게 의심 어린 눈초리를 보냈다.
하지만 권보람의 증언이 있기도 했고, 추후에 우리의 신분과 배경을 듣고는 어느 정도 납득한 듯했다.
“아, 너희가 그 애들이었구나? 투귀님의 제자에, 신검 도가의 래빗… 아니, 사자 새끼인가? 거기에 마도 민가의 작은 그리핀에, 칠색의 마녀님의 제자에…. 보람이도 그렇고. 너희라면 그럴 수도 있었겠네.”…소드 대원의 설명을 듣자하니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유명세가 알려져 있던 듯했다.
업계에서는 벌써 우리를 주목하며, 어서 아카데미를 졸업하기를 고대하고 있다는 모양이다.
그래서 그런지 소드 대원도 슬그머니 우리와 연을 만들려고 했다.
“이건 내 명함이야. 혹시 소드에 관심이 있다면 어려워하지 말고 편하게 연락해 주렴. 인재는 언제든 환영이니까. 다른 용무로 연락해 줘도 괜찮아!”
“영입 제의는 2학기 한정으로, 고등아카데미 3학년에게만 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어머, 보람이가 오해하는 것 같은데, 이건 영입 제의가 아닌데? 그냥 업계 선배로서 후배들하고 친해지고 싶어서 그런 거야. 그럼 우리는 일이 바쁜 관계로 그만 가 볼게!”권보람이 원칙을 운운하려 하자 우리에게 명함을 나눠 준 소드 대원은 냉큼 대원들을 이끌고 물러났다.
그들에게 체포된 빌런들도 이송됐다.
‘마인의 영혼석은 아티펙트를 만드는 재료로 쓰여서 아쉽기도 한데…. 죽여서 내가 가질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괜히 수사를 방해하게 되는 꼴이니 어쩔 수 없지.’어차피 이가현의 분신체보다 약한 마인의 영혼석으로는 기대할 만한 아티펙트를 만들지 못하리라.
나는 여우가 먹지 못한 신 포도처럼 여기기로 했다.
이어피스로 누군가와 통신을 나누던 권보람이 다가온 것은 그때였다.
“설마 최근에 소문이 자자한 분들일 줄은 몰랐습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그리고 협조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니에요, 뭘요. 저야말로 반가워요.”
권보람이 정중하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그 행동에 겸연쩍어진 나는 그녀를 따라 고개를 숙였다.
“조만간 자세한 사정을 청취하고자 실드에서 연락이 갈 겁니다. 여러분에게 피해가 가는 일은 결코 아니니, 모쪼록 그때도 협조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리고 이건 제 명함입니다.”
“아, 네.”
“혹시 이번 일로 궁금한 게 있다면 저한테 연락 주시면 됩니다.”
“맞다. 보상금은 나오나요?”
“그 부분은 제 담당이 아니지만… 사태가 예사롭지 않았던 만큼, 높은 확률로 제23구청에서 소정의 보상금이 나올 겁니다. 보석상에서는 어떻게 나올지 모르겠습니다만, 궁금하시다면 제가 관계자들을 만나는 김에 물어보겠습니다.”
“네, 그럼 부탁드릴게요.”
“알겠습니다. 다른 일정이 많다 보니 저는 그만 가 보겠습니다.”
보석상만 아니라 환상로 일대에서 대규모로 발생한 균열이었다.
실드의 소속원인 권보람으로서는 사태를 수습하는 데 분주해야 했다.
더는 용무가 없다고 판단한 그녀는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났다.
그녀가 사라진 방향에서 눈을 뗀 나는 손에 쥔 명함들을 보았다.
‘이걸로 안면은 튼 셈인가.’
권보람의 명함을 손에 넣은 것으로 게임의 스토리는 종료된 셈이었다.
중간 과정이 조금 다르기는 했지만, 향후 전개에 영향은 없을 것이다.
기숙사로 돌아가는 대로 권보람과 소드 대원의 번호를 저장해 두기로 한 나는 명함들을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소드 대원의 명함을 받게 된 것은 예정에 없던 일이지만, 발이 넓어 나쁠 것은 없지.’
언젠가 써먹게 될지도 모른다.
나는 조금 전에 만난 소드 대원의 얼굴과 이름을 기억하기로 했다.
그런 한편, 강한별은 조금 전부터 싱글벙글한 얼굴로 웃고 있었다.
“견우야, 이것 봐라!? 아까 돌아간 사람들이 빌런들의 무기는 가져도 좋대! 마인의 무기는 수사에 참고한다면서 가져갔는데, 그것도 수사가 끝나는 대로 넘겨주겠대!”
“그래, 소득이 있어서 좋겠네.”
총이며, 지팡이며, 단검이며, 암기류며.
강한별이 빌런들이 다루던 무기들을 바닥에 나열해 놓고 자랑했다.
그 광경에 나는 웃음이 나왔다.
“견우야, 혹시 뭐 필요한 거 있어? 너도 같이 싸웠으니까 한 점 줄게! 사군아! 하늘아! 은비야! 아린이도 이리 와서 필요한 게 있으면 가져가!”
“아니야, 나는 군청검이 있어서 됐어. 마음만 고맙게 받을게.”
진즉 무기들의 정보를 살핀 차였다.
딱히 마음에 드는 무기가 없던 나는 강한별의 배려를 사양했다.
다른 사람들도 잠시 흥미를 보였지만, 이내 고개를 저었다.
결국 빌런들의 전리품은 강한별 혼자 몽땅 독차지하게 됐다.
‘그건 그렇고 한별이가 쓰는 검을 바꿔야 하기는 하는데….’
강한별은 처음 게임을 시작할 때 주어지는 검을 사용하고 있었다.
이렇다 할 능력치 보정이 없는, 그야말로 게임을 막 시작한 사람에게 주어질 법한 무기였다.
그것과 비교하자면 바닥에 놓인 검의 성능이 낫기는 했다.
‘그래도 눈에 차지는 않네.’
강한별은 흡족한 듯한 기색이지만, 나로서는 탐탁지 않기만 했다.
명검의 반열에도 들지 못하는 검은 그에게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아무래도 그에게 맞는 무기를 구해 주는 게 낫겠다.
마침 잘됐다.
‘스토리대로라면 이제 곧 한별이가 무기를 선택할 때가 오겠네.’
그때 강한별이 방문할 금고에서 좋은 무기를 골라 줘야겠다.
나는 그 금고에 보관되어 있을 무기들을 머릿속으로 떠올렸다.
* * *
“견우야, 지금 리사한테 연락 왔어. 그쪽도 무사히 잘 해결됐다나 봐. 부장님이 일정이 틀어져 버리기도 했고, 체험회를 계속할 상황도 아니니까 이대로 종료한다는데?”
“그래? 하긴, 그럴 것 같긴 했어.”
“리사가 우리 어디에 있냐는데, 어떻게 할까? 기숙사로 돌아갈 거면 그냥 역에서 보자고 하면 될 것 같은데….”
“흠…. 애들은 괜찮대?”
“다들 다친 데는 없다고 해.”
“그럼 이왕 밖으로 놀러 나왔으니, 저녁이나 먹고 돌아가자고 하자.”
“응, 나는 좋아. 그러면 리사한테 물어보도록 할게.”
“….”
연하늘, 도견우, 강한별, 고은비, 박사군.
사건을 마무리 지은 그들이 모여 재잘재잘 떠든다.
반면에 민아린은 섞이지 못하고, 떨어져서 그들을 쳐다보고 있었다.
‘나만 별 도움이 되지 못했어….’
입술이 절로 깨물어지고, 주먹이 쥐어진다.
조금 전에 겪은 일을 되돌아본 민아린은 자격지심을 느꼈다.
‘자존심 상해, 분해….’
은연중 민아린은 자신이 저들보다 우수하다고 자부하고 있었다.
그런데 자신이 기여한 역할은 빌런들의 퇴로를 막은 것에 지나지 않았다.
빌런들과 싸우는 전투에는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했다.
마땅히 끼어들 틈도 없었거니와, 연하늘의 보조가 자신을 상회했던 탓이다.
‘왜 내가 이렇게 된 거지? 나는… 나는 민아린인데….’
태어나서 우수하다는 소리만 듣고 자라 온 자신이다.
하지만 입학시험을 기점으로부터 패배감과 좌절감만 맛보고 있었다.
저들과 지낼수록 자신에게 부족한 실력과 면모를 깨닫게 된다.
자신의 열등한 면을 마주하고 만다.
프라이드가 상한다.
그렇게….
‘나는 우수해, 우수하다고.’
향상심은 열등감으로 변질되고.
열등감은 프라이드를 자극하며.
마음을 서서히 좀먹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