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Childhood Friend of the Middle Boss RAW novel - Chapter (137)
중간 보스의 소꿉친구가 되었다 (137)
도서관에 갇힌 사람들을 구하고, 가시덩굴의 확장을 저지하며, 부지를 어지럽히는 몬스터들을 소탕해야 할 판이다.
학생회 인원으로 추가 지원 없이 그 모든 문제를 부담하기에는 무리가 많았다.
그러한 상황에서 우리의 가세를 마다할 리 없었다.
도시은은 고마워하며 받아들였다.
“그러지 않아도 인력이 부족해서 지원을 필요로 하고 있었는데, 도와주겠다니 정말 고마워.”
“사고가 일어났는데, 모른 척하고 가만히 지켜볼 수는 없잖아. 힘을 보태야지. 지금 하늘이랑 다른 애들도 도와주러 오고 있는 중이야.”
“그러니? 하늘이도 오는 거구나. 너희 도움을 잊지 않을게.”
앞장서서 사태를 해결하는 것에 책임감을 느꼈을 도시은의 얼굴이 안심한 듯 풀어졌다.
그녀는 밝아진 기색을 보이며, 우리를 작전 회의소로 안내했다.
“소개할게, 견우랑 해랑이야.”
“….”
회의소에는 학생회에 종사하는 중역들과 휘하 소속원들, 관계자들, 우리처럼 지원에 나선 사람들도 있었다.
지원에 나선 사람들의 경우에는 회의에 참여할 만한 자격이 검증된 부류였다.
‘게임에 나온 캐릭터들의 얼굴도 몇몇 보이네.’
나도 익히 알 정도로 유명하거나, 랭킹이 높은 선배들.
그들이나 다른 사람들 입장에서는 우리가 못마땅하게 여겨질 수도 있었다.
학생회에 소속된 것도 아니고, 아직 랭킹도 없는 1학년에 불과한 우리가 못 미더울 테니까.
원래라면 회의에 참여하지 못하고, 위에서 내려오는 지시에 따라 행동해야 했을 우리였다.
그럼에도 우리가 회의에 참여하고, 저들로부터 불만을 사지 않는 이유는 전적으로 학생회장인 도시은이 우리를 데려왔기 때문이다.
그녀의 비호를 받는다는 뜻이었으니 섣불리 제지할 수 있을 리 없었다.
그만큼 학생회장의 위세는 막강했다.
‘일단 게임의 흐름대로야.’
게임에서는 도견우와 친구가 되어, 도시은과 연을 트게 된 강한별이 동료들과 함께 회의에 참여한다.
민아린 에피소드의 흐름을 되짚은 나는 자리를 잡고 앉았다.
그러고는 연하늘과 다른 사람들을 기다리기로 했다.
몇몇 사람들이 보내는 시선은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다.
이윽고 연하늘, 고은비, 리사, 남유리가 도착했다.
“견우야.”
“왔어? 이제 곧 브리핑 시작할 거야. 여기로 와서 앉아.”
교복이 아닌, 집에서 편히 입는 옷차림을 한 여자들.
예외로 남유리는 늘 입고 다니는 하얀 원피스를 입었다.
나는 평소보다 인상이 연한 듯한 그녀들을 반겼다.
연하늘은 내 옆자리에 앉으며, 몸을 기울였다.
어깨가 맞닿는 거리로 줄어들자, 그녀에게서 비누 냄새가 났다.
“쌍둥이들은 씻고 있는 중이래서 우리 먼저 왔어.”
“그냥 물만 끼얹고 나올 것이지, 꼼지락거리기나 하고…. 이놈들이 아주 정신이 빠졌어. 애초 깨끗하게 살지도 않는 놈들이 왜 깨끗한 척을 하고 그래?”
“맞아, 우리는 화장도 하지 않고 전화 받자마자 뛰어왔는데.”
연하늘이 동조하듯 볼을 부풀렸다.
나는 그런 그녀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러자 눈을 마주친 그녀가 움찔하며 몸을 뒤로 물렸다.
“왜, 왜 그래?”
“너 화장 안 했어?”
“응? 으, 응….”
“어쩐지 뭔가 연하다 했다.”
“나, 나도 생얼 못생긴 거 알거든? 그러니까 그렇게 보지 마….”
민낯을 들킨 게 부끄러운 것인지.
연하늘이 양손으로 토끼 귀를 눌러 얼굴을 가리려 들었다.
그러면서도 붉은 눈은 가리지 않고, 내 눈치를 살핀다.
나는 그런 그녀의 행동을 보고 콧방귀를 뀌었다.
“내가 언제 못생겼다고 했어? 안 해도 보기 좋네. 넌 뭘 해도 예쁘니까 앞으로는 그냥 하고 다니지 마. 하늘이 너는 젊으니까 화장하지 않아도….”
피부가 탱글탱글한 나이에 굳이 화장할 필요가 있을까.
괜히 피부를 상하게 할 뿐이다.
게다가 눈만 뜨고 있어도 예쁜데 뭐 하러 꾸민다는 말인가.
아니, 감고 있어도….
여하튼 나로서는 회의적이었다.
‘화장할 시간에 검을 휘두르고, 화장품을 살 돈으로 국밥이나 닭가슴살을 먹겠다.’
그러나 예뻐지고 싶은 것은 인간의 욕구이자, 본능이기도 했다.
나는 연하늘의 의사를 존중해 하고 싶은 말을 참았다.
그때, 그녀가 어처구니없어하며 내게 따졌다.
“너는 안 젊어? 가끔 보면 자기는 다른 나이인 줄 알겠어.”
“…내가 너보다 생일이 빠르잖아. 사실 나한테 오빠라고 해야 해, 오빠라고.”
“응, 그래 봤자 한 달.”
“….”
“정 원한다면 아저씨라고 할까, 견우 아저씨? 아, 어감 좋다.”
“미안…. 내가 잘못했다….”
나이를 거론하는 것은 반칙이다.
단지 전생의 기억이 있을 뿐이지, 내 나이는 절대 많지 않다.
연하늘과 동갑이다.
나는 혀를 삐죽 내밀며 놀리는 그녀에게 패배를 시인했다.
“어쨌든 자꾸 보지 마. 알았지?”
“그렇게 말해도 어차피 옛날부터 네 얼굴을….”
“초등학생 때는 노카운트지.”
“누구 마음대로?”
그렇게 민낯을 보여 주기 싫은가.
나는 속으로 아쉬움을 느끼며, 정면을 바라보기로 했다.
내게 몸을 튼 연하늘의 뒤편에서 시선이 느껴진 것은 그때였다.
“….”
“응?”
고은비, 리사, 남유리.
세 사람이 빤히 보고 있었다.
연하늘도 시선을 느낀 것인지, 옆에 있던 그녀들을 돌아보았다.
그녀들이 한마디씩 말을 꺼냈다.
“와…. 견우는 진짜 찐이구나? 안 부끄러운가 봐…. 나는 방금 손발이 오그라드는 줄 알았는데.”
“저, 이 상황에서 알콩달콩한 대화는 좀…. 그런데 하늘은 피부가 고와서 화장하지 않아도 예쁘기는 해요.”
“견우견우! 나는 화장 안 한다!? 나도 예쁘지!?”
…잠시 후, 브리핑이 시작됐다.
* * *
“현재까지 파악한 정보를 설명할게.”
학생회에 소속된 사람들이 돌아다니며 자료를 배부했다.
우리는 자료에 적힌 내용을 살피며, 단상에 오른 도시은의 설명에 귀를 기울였다.
“현재 도서관에서 생겨난 가시덩굴이 빠르게 퍼져 나가고 있는 중이야. 정보부에서 파악한 바에 따르면, 이 가시덩굴은 도서관 옥상에서 시작된 것 같다고 해. 다음은 옥상을 찍은 사진이야.”도시은이 스크린을 가리켰다.
빔 프로젝터로 영사되는 스크린에 도서관 옥상을 촬영한 듯한 사진이 나타났다.
어둡기도 한 데다, 멀리서 찍었는지 화질이 선명하지 않고 흐릿했다.
그럼에도 첨탑을 이루듯 솟아 있는 가시덩굴은 알아볼 수 있었다.
“가시덩굴이 외부의 접근을 차단해 다가가기가 쉽지 않았다고 해. 재생 능력이 뛰어난 탓에 잘라도 소용이 없었다고 하고. 그래서 어찌어찌 가시덩굴들을 베어서, 최대한 내부로 파고들어 촬영한 게 다음 사진이야.”스크린에 뜬 사진이 바뀌었다.
사진에는 서로 빽빽하게 얽혀 있던 가시덩굴이 손상된 부위가 드러났다.
“저기 뭐가 있는 게 보이지?”
“….”
어둠 속에 있는 가시덩굴 사이에서 어슴푸레하게 보이는 붉은 무언가.
사람들은 그곳으로 시선을 집중했다.
“확대해서 보여 주도록 할게.”
도시은이 브리핑을 돕던 사람에게 사진을 확대해 달라고 요청했다.
이내 우리는 붉은 무언가의 정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의식을 잃은 듯, 힘이 빠진 채로 가시덩굴에 속박되어 있는 존재는….
“…아린이?”
“….”
틀림없이 민아린이었다.
고은비는 믿기지 않는다는 어조로 그녀의 이름을 중얼거렸다.
그녀를 아는 다른 사람들 또한 동요한 기색이었다.
처음부터 예상한 나는 새삼 확인하고 침음을 흘렸다.
한편, 도시은은 눈을 의심하는 사람들의 술렁임을 긍정했다.
“사진에 나온 사람은 마법 계통 1학년, 민아린으로 추정되고 있어. 아마도 알 만한 사람들은 다 알 거야.”
“….”
“우리는 민아린이 사태를 일으킨 장본인이 아닐까 추측하고 있어. 어두워서 사진을 자세히 확인할 수는 없지만, 가시덩굴이 그녀에게서 기인한 것으로 보이니까. 아마도 그녀의 체내 마나를 양분으로 존재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해. 그러니….”
“즉, 저 애를 어떻게 하기만 하면 사태를 수습할 수 있다는 거구만.”
“…그렇게 짐작하고 있어.”
도중에 랭커로 보이는 학생이 불쑥 도시은의 설명에 끼어들었다.
그녀는 요점을 짚어 주는 발언에 불쾌해하지 않고 고개를 끄떡였다.
“그러니 사태를 종식시키기 위해, 학생회는 민아린을 생포하는 작전을 제안하는 바야.”
“살해가 아닌 생포라고 한 이유는? 이 사달을 낸 사람을 살려 두는 게 옳다고 생각하는 건가? 아니면 걔가 마도 민가의 사람이라서?”
“어느 쪽도 아니야. 혐의가 완전히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살해보다는 생포에 초점을 두는 게 낫다고 판단했을 뿐이야. 사정 청취를 위해서라도 생포하는 게 좋고. 애초 우리에게 사람을 함부로 죽일 수 있는 권리는 없어.”
“말이야 좋지. 하지만 그 과정에서 인명 피해라도 발생한다면? 그때도 생포를 우선할 건가?”
학생이 비아냥거리듯 물었다.
입을 다문 도시은은 조용히 그를 응시했다.
“저 사람 뭐야? 왜 시비지? 지금 아린이를 죽이자는 거야, 뭐야?”
신경전을 벌이는 듯한 대화를 듣던 고은비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녀는 빈정거리는 학생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 듯했다.
‘일부러 저러는 거야.’
하지만 나는 어렴풋이 눈치챘다.
학생은 은연중에 다른 사람들에게 도시은의 작전이 얼마나 타당한지 가르쳐 주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한편으로….
“최악의 경우에는 어쩔 수 없겠지. 그때 책임은 내가 지도록 할게.”
“….”
도시은의 각오를 묻고 있었다.
이에 그녀는 한 차례 숨을 고르고, 흔들림 없는 어조로 답했다.
그녀가 살인이란 직접적인 언급은 회피했다지만, 학생들이 속뜻을 읽지 못했을 리 없었다.
그녀가 얼마나 진지한지 깨달은 그들은 이윽고 자세를 고치며 진중한 태도를 보였다.
연하늘이나 다른 사람들은 처음에는 주저하는 듯하면서도 저마다 무언가 각오를 다진 듯했다.
“그럼 작전을 설명할게.”
이후로 도시은은 작전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이야기했다.
작전은 목적에 따라, 참여 인원을 세 그룹으로 나누었다.
가시덩굴의 확장을 막는 A그룹.
아카데미 부지에 출몰한 몬스터들을 토벌하는 B그룹.
마지막으로 도서관에 갇혀 있는 사람들을 구출하고, 민아린을 생포하는 C그룹.
우리는 당연하다는 듯한 흐름으로 C그룹에 배치됐다.
한편, 작전 설명은 조금 전처럼 남자와 도시은의 질의응답으로 진행됐다.
“도서관을 장악한 가시덩굴은 철저히 외부의 접근을 차단하고 있어. 그것으로 볼 때, 단순한 식물이 아니라 의지를 가진 생명체라고 보는 게 좋을 거야. 따라서 C그룹은 인원을 일부 쪼개, 외부에서 가시덩굴의 신경을 분산시키는 역할을 맡을 거야. 나머지 인원은 그사이에 도서관에 침투할 거고.”
“….”
“조사한 바에 따르면, 가시덩굴은 존재의 마나를 탐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어. 그런 의미에서… 도서관에 갇힌 사람들은 가시덩굴의 양분이 되고 있을 확률이 높아. 그러니 침투하는 사람들은 그들을 구출하는 팀과 빠르게 옥상까지 올라가서 민아린을 생포하는 팀으로 나눌 거야.”“잠깐, 궁금한 부분이 있는데. 사람들을 구출하러 도서관에 침투하는 이유는 납득이 가. 그런데 그 애를 생포하러 침투하는 이유는 뭐지? 내부에서 옥상까지 올라가는 것보다, 차라리 외부에서 옥상으로 향하는 게 더 효율적 아닌가?”
“생각해 보지 않은 건 아니야. 하지만 성공률이 낮다고 보고 있어.”
“왜지?”
“가시덩굴이 옥상을 보호하는 형태로 방비를 강화하고 있거든. 거기가 유독 경비가 삼엄하기도 하고. 자칫 외부에서 침입하려 했다가는, 힘만 낭비할 수도 있다고 판단했어.”
“그래 봤자 식물 아닌가? 확 그냥 불을 질러서….”
“그건 안 돼.”
“왜지?”
“잘못하면 불이 다른 곳으로 번질 수 있으니까. 적어도 도서관에 갇힌 사람들은 무사하지 못할 거야. 도서관에는 귀중한 장서들이 보관되어 있기도 하고. 내 독단으로 처리할 수 있는 일이 아니야.”
“우리 외의 다른 지원은 없는 건가? 교관님들은? 헌터들은?”
“마침 부지에 있던 교관님들이 지원해 주시기로 했어. 그리고 외부의 지원은… 현재 이사장님과 연락이 되지 않아서 요청할 수 없는 상황이야.”
“그럼 날이 밝을 때까지 기다려서 추가 지원을 기대하는 건….”
“그렇게 될 경우, 도서관에 갇힌 사람들의 생사는 더더욱 장담할 수 없어질 거야.”
이사장 소혜율이 시기에 맞춰 자리를 비우는 것까지.
C그룹의 작전은 게임에 나온 내용과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게임에서 강한별은 작전에 따라 도서관에 침투해, 동료들과 함께 옥상까지 올랐다.
다만 다른 점이 있다면….
‘…시기가 빠르다는 거야.’
민아린 에피소드가 발생하는 시점은 중간고사 이후다.
당연히 난이도는 그 시기를 맞은 강한별의 성취에 맞게끔 설정돼 있었다.
현재 강한별의 수준으로는 다소 난이도가 높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다른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였다.
‘더군다나 이 시기의 한별이한테는 풍랑(風狼)의 브로치가 없어.’
1학년 1학기 중간고사 에피소드에서.
강한별이 도승우를 쓰러뜨리면서, 그에게서 약탈하는 풍랑의 브로치.
풍랑의 브로치는 마나를 소모해, 공격을 방어하는 바람을 일으키는 마법을 내장하고 있었다.
민아린 에피소드를 완수함에 있어 무척 도움이 되는 아티펙트였다.
‘이걸 어떡하지….’
현재 우리의 상태로는 게임에서보다 높은 위험 부담을 짊어져야 했다.
누구 하나도 죽지 않기를 바라는 나로서는 바라지 않는 상황이었다.
‘게임에서는 마법사 없는 파티로 에피소드를 해결해야 했던 것과 달리, 우리한테는 하늘이가 있어. 이 시기에는 영입하지 못하던 남유리도 있고….’어떻게 보면 게임에서의 여건보다 더 좋은 것 같기는 했다.
그럼에도 마냥 안심할 수는 없었다.
만약에라도 작전에 실패했다가는 멸망이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나로서는 난이도를 최대한으로 끌어내리고 싶을 따름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이용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이용해야 했다.
나는 생각을 마쳤다.
‘은솔아, 같이 고생 좀 하자.’
* * *
한밤중에 시끄러워 죽겠다.
어떻게든 의식하지 않으려고 해도, 예사롭지 않은 마나의 기운이 정신을 콕콕 찌른다.
활개를 치는 몬스터들의 포효와 놈들에게 맞서는 사람들의 소리가 신경을 긁는다.
“으으…. 잠 좀 자자….”
잠을 잘 수 없을 지경이다.
이불을 뒤집어쓰고, 귀를 막은 차은솔은 간절히 중얼거렸다.
그러나 상황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심해졌다.
설상가상으로.
위이잉.
“으으….”
머리맡에 둔 스마트폰이 울렸다.
누군가 전화를 건 듯했다.
진동 소리를 참지 못한 차은솔은 어둠 속에서 눈을 떴다.
빛을 받아 눈살을 오므린 그녀는 화면에 떠오른 이름을 읽었다.
「도견우」
“…잘래.”
차은솔에게 있어, 도견우의 존재는 큰 의미가 되지 못했다.
먹고, 자고, 싸는 시간을 훨씬 더 중요하게 여겼다.
화장실보다 못한 게 도견우다.
그녀는 진동을 무음으로 돌리며, 전화를 무시하고 자려 했다.
“으으…. 제발….”
그런데 도견우는 끈질겼다.
마치 전화를 받을 때까지 걸겠다는 듯이 집요하게 걸어 댄 것이다.
‘차단할까….’
차은솔은 진지하게 고민했다.
진동 소리가 벨 소리로 바뀐 것은 바로 그쯤이었다.
[참치? 꽁치? 갈치? 고등어!]“…응?”
들으면 절로 흥이 나는 노래.
얼마 전, 차은솔이 연하늘의 연락을 바로 받을 수 있게 설정한 음악이었다.
이불 속에서 고개를 내민 그녀는 화면에 적힌 이름을 확인했다.
연하늘이었다.
“…여보세요?”
차마 연하늘의 전화를 무시할 수는 없었기에.
차은솔은 어쩔 수 없이 통화 버튼을 눌렀다.
잠결에 받은 탓에, 목소리는 착 잠겨 있었다.
[아, 은솔아.]“응.”
[전화 받아서 다행이다. 사실 아까부터….]그때, 별안간 목소리가 바뀌었다.
[은솔아, 나 견우야. 아까부터 전화해도 안 받길래 하늘이 폰으로 건 거야.]“…용건이 뭔데.”
어쩐지 이럴 것 같더라니.
옆으로 누워 몸을 웅크리며, 차은솔은 대꾸했다.
아마도 도견우의 용건은 현재 밖에서 일어나고 있는 사태와 관련되어 있을 것이다.
[다름이 아니라….]하지만 그녀로서는 귀찮은 일에 휘말리고 싶지 않기만 했다.
그녀는 무슨 말을 듣든지 간에 거절할 생각이었다.
[치킨 먹으러 갈래?]다짐은 아주 잠시에 불과했다.
차은솔은 그만 솔깃하고 말았다.
“…치킨?”
[야밤에 치킨, 콜?]“콜, 먹을래.”
자신이 이후에 먹게 될 치킨이 설마 강한별과 박사군이 먹다 남긴 치킨일 줄은….
이때, 차은솔은 알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