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Childhood Friend of the Middle Boss RAW novel - Chapter (14)
중간 보스의 소꿉친구가 되었다 (14)
도승우
5월, 가정의 달.
어버이의 날이 있는 그 주 주말.
우리 가족은 늦은 점심을 먹은 뒤 신검 도가의 본가로 향했다.
신검 도가의 본가는 우리 집에서 차로 1시간 정도 떨어진 관악구에 위치하고 있었다.
“할아버지 보러 가는 거니까, 가서 떠들지 말고 얌전히 있어야 한다? 특히 예은이는 작년처럼 사자상에 올라타려고 그러지 말고.”
“이제는 안 그럴 거예요!”
“옳지, 착하다.”
차를 몰던 아버지가 뒷좌석에 앉은 예은이에게 주의를 줬다.
예은이는 군말 없이 수긍했지만, 과연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었다.
일을 벌인 전적이 워낙 많았으니까.
그러다 보니 안심이 되지 않는지, 아버지는 내게도 말을 걸었다.
“견우 네가 예은이 사고 치지 않게 옆에서 잘 지키고 있어. 오빠니까 할 수 있지?”
“네, 그럴게요.”
“나 사고 안 칠 건데….”
“그리고 너도 가능한 문제 일으킬 생각은 하지 말고. 부탁한다, 제발.”
“제가 언제 그런 적 있어요?”
“그런 적은 없었지, 없는데… 네가 요새 하는 거 보면 좀 불안하거든.”
“안 그래요, 걱정하지 마세요.”
나는 그렇게 대꾸했다.
내가 언제 사고를 친 적이 있던가.
곰곰이 생각해도 떠오르지 않았다.
굳이 하나 떠오르는 것이 있다면, 세쌍둥이와 대련한 건데….
‘그걸 사고라고 할 수 있나? 그냥 정당하게 대련한 것뿐인데.’
딱히 법을 위반한 것도 아닌 데다, 도의를 벗어난 것도 아니었다.
그저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 저지른 일이었다.
그것을 사고라고 할 수 있을까.
‘응, 없네.’
잠시 생각한 끝에 결론을 내렸다.
나는 사고를 치지 않았다.
내가 떳떳하다는 게 그 증거였다.
아버지가 뭘 걱정하는지 몰라도, 걱정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으리라.
이내 나는 백미러에서 시선을 돌려 조수석에 탄 어머니를 보았다.
어머니는 입을 다물고 있었다.
‘아까부터 말이 없으시네.’
가문의 사람들이 모이는 자리라고, 괜한 트집이라도 잡히지 않기 위해 어머니는 이른 아침부터 일어나서 한껏 치장한 상태였다.
하지만 아무리 화장했다고 한들, 사람 좋아 보이는 얼굴이 뻣뻣하게 굳어 있는 것을 모를 수가 없었다.
예은이도 차에 탄 뒤부터 은연중 눈치를 보고 있을 정도였다.
그만큼 어머니는 평소와 달랐다.
“….”
그러다 보니 언젠가부터 차 안에는 침묵만 감돌고 있었다.
아버지는 운전하는 것에 집중했고, 예은이는 창밖을 구경하기만 했다.
어머니는 계속 앞만 보고 있었고.
‘예전부터 늘 이랬지.’
사실 처음 있는 일은 아니었다.
우리는 가문의 모임에 참석할 때면 이런 모습을 보이고는 했다.
가문의 모임에 참석하는 게 싫고, 불편하고, 긴장되는 것이다.
지금껏 좋은 꼴이라고는 한 번도 본 적이 없었으니까.
전생을 깨닫기 전의 나도 그랬다.
“….”
괜히 검을 품에 안은 채로 멍하니 창밖을 내다보기만 했었다.
그러고는 속으로 길이 막히거나, 차에 문제가 생겨서 되도록 본가에 늦게 도착하게 되기를 바랐다.
그래서 이렇게 침묵 속에 있자니, 옛날로 돌아간 것만 같았다.
차 안의 분위기가 답답했다.
이에 나는 어색한 침묵을 깨뜨리고 입을 열었다.
“그러고 보니 밥은 먹고 나왔는데, 커피는 마시지 않았네요?”
“응? 어어, 그렇지. 근데 커피는 왜 꺼내는 거냐?”
“예은아, 케이크 먹고 싶지 않아?”
“케이크? 오빠, 케이크 가져왔어?”
“엄마는 커피 안 마시고 싶어요?”
“응? 갑자기 무슨 소리니?”
나를 빼고 가족들이 토끼처럼 눈을 동그랗게 떴다.
나는 뜬금없는 화제에 휘말리고 만 가족들을 보고 키득거렸다.
“차 타고 1시간 넘게 가야 하는데, 중간에 가는 길에 카페라도 보이면 커피라도 마시고 가는 게 어떨까요? 케이크도 먹고요.”
“….”
“다들 모처럼 잘 꾸미고 나왔는데, 중간에 어디서 바람이라도 쐐야죠. 안 그래요? 늦으면 뭐 어때요.”
늦으면 뭐 늦는 거지.
어차피 지금 가 봤자, 친척들하고 서로 어떻게 지내는지 자랑하면서 헐뜯기나 할 게 뻔했다.
그럴 바에는 늦게 가는 게 낫다.
만찬회에 늦지만 않으면 된다.
나는 그렇게 가족들에게 권유했다.
가족들은 처음에는 내가 한 말에 멍하니 눈을 깜빡이기만 하더니….
“우리 그럼 그럴까?”
아버지가 씩 웃은 것을 시작으로 예은이와 어머니도 흔쾌히 동의했다.
“나 아이스크림도 먹을 거야! 내가 맛있어 보이는 데 찾아볼게!”
“이따 저녁도 먹을 텐데 둘 중에 하나만 먹도록 해. 그럼 예은이는 그쪽에서 좋은 곳이 있나 찾아보고, 엄마는 이쪽에서 찾아볼게.”
조금 전, 차 안에 내려앉은 침묵이 거짓말이었다는 듯 사라졌다.
어느새 가족들은 웃는 얼굴을 하고 떠들고 있었다.
‘그래, 이래야지.’
나는 그 광경을 보고 만족했다.
예은이와 어머니가 카페를 찾겠다고 경쟁하는 게 보기 좋았다.
“나도 한번 찾아볼까?”
“당신은 운전이나 하세요.”
“다들 힘내요.”
어느새 아버지도 가세했다.
나는 세 사람을 응원해 주며, 문득 생각이 나서 스마트폰을 확인했다.
연하늘에게 톡이 와 있었다.
[연하늘]: 나 이제 산 가는 중… [연하늘]: (사진) .등산 안내문을 찍은 사진이었다.
나는 연하늘이 보낸 톡을 읽고는 피식 웃었다.
‘내가 오늘은 집에 없을 거라 해서, 혼자 산에라도 오르거나 검술관에서 훈련하라 했더니 진짜 오르나 보네.’
반쯤 장난으로 꺼낸 말이었는데.
늘 하기 싫다고 하면서도 결국에는 내 말을 따르는 연하늘이 귀여웠다.
나는 그녀에게 답장을 보냈다.
[나]: 전에 말한 산이야? [연하늘]: 응, 우리 집 뒤에 있는데 엄청 높아! [나]: 그래 봤자 동네 뒷산이구만. [연하늘]: (―“―;).답장은 금방 날아왔다.
아직 산에는 오르지 않은 듯했다.
[나]: 그 정도면 정상에 올라야지? [연하늘]: 여기 진짜 높다니까? [나]: 헌터가 되려면 해야지.그렇게 몇 분 동안 나는 연하늘과 톡을 주고받았다.
이내 그녀가 산을 올라간다고 하고 연락이 끊어졌다.
그때쯤, 예은이와 어머니의 승부가 결판이 났다.
어머니의 승리였다.
* * *
카페에서 즐겁게 시간을 보내다가 본가에 도착했을 때는 약속 시각에 1시간 늦어 있었다.
그럼에도 우리는 개의치 않아 하고 차에서 내렸다.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잘 지냈어? 다른 사람들은?”
“현재 도우준 님 일가를 제외하고, 다른 분들은 모두 모였습니다.”
“첫째 형은 아직 안 온 건가.”
“그럼 안으로 안내하겠습니다.”
본가의 사용인들이 따라붙었다.
우리가 든 짐을 받아 주고, 그중 가장 직급이 높은 실장이 길을 안내했다.
“이 방을 쓰시면 됩니다. 카드키는 안쪽에 있는 책상에 있을 겁니다.”
“안내해 줘서 고마워.”
“아닙니다. 만찬회에는 늦지 않게 참석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래야지. 아버지가 참석하시는데 우리가 늦을 수는 없겠지.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있을까?”
“다른 분들이라면 서재에 모여서 담소를 나누고 있을 겁니다.”
“서재라면 2층에 있는 거기?”
“네, 거기입니다.”
“그러면 우리도 거기로 가야겠네. 다들 늦었다고 뭐라 하겠지.”
“그럼 저는 이만 물러나겠습니다. 필요한 게 있으시면 언제든 불러 주십시오.”
실장은 아버지와 어머니, 나와 예은이가 쓸 방을 열어 주고는 자리를 떠났다.
우리는 각자 방으로 들어갔다.
“짐은 그냥 거기에 두세요.”
“네, 알겠습니다. 그럼 저희도 이만 물러나도록 하겠습니다.”
오늘 하루만 묵고 갈 생각이었기에 풀 짐도 많지 않았다.
나는 사용인들에게 짐을 한구석에 놓아 달라고 하고, 그들을 내보냈다.
그때, 부모님이 방으로 들어왔다.
“견우야. 우리는 친척들을 만나러 서재로 가려고 하는데, 너희는 이제 어떻게 할래?”
“엄마, 아빠하고 같이 가도 되고, 너희끼리 시간을 보내고 있어도 돼. 대신 제시간에 만찬회에 오고.”
만찬회가 있기 전까지는 자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친척들과 교류하지 않고, 조용히 방에 틀어박혀 있어도 되는 것이다.
다만 친목을 다지기 위한 자리에서 그런 모습을 보였다가는 배척당하기 십상이었다.
그나마 어른이 아닌 나나 예은이는 뒤에서 욕은 먹을지라도, 어느 정도 용인해 줄 터였다.
물론, 나는 그럴 생각이 없었다.
“방에 있기만 하면 심심할 테니까 저희는 훈련장에나 갈게요. 예은아, 너도 갈 거지?”
“응! 나도 갈래!”
“훈련장에는 사촌들도 있을 테니까 저희도 가서 친목이나 다지죠, 뭐.”
“그러니? 그럼 그렇게 할래?”
본가의 훈련장에는 집에는 없는, 다양한 훈련 시설이 마련돼 있었다.
그렇기에 이참에 본가에 온 나는 그 시설을 이용할 생각이었다.
몸을 단련할 기회였다.
“그럼 저희는 가 볼게요.”
“그래, 이따 보자. 거기서 애들이랑 너무 심하게 장난치지 말고.”
“안 그래요, 건드리지만 않는다면.”
“믿는다, 아들.”
그렇게 부모님과 이야기하고.
나와 예은이는 훈련장으로 향했다.
훈련장은 지하 2층에 있었다.
‘다들 열심히 하고 있네.’
훈련장으로 내려간 나는 사촌들과 간단히 시선을 교환했다.
어렸을 적부터 경쟁하고, 지금도 경쟁하고 있는 사이다 보니 정답게 인사를 주고받을 정도는 아니었다.
게다가 오늘은 가문의 사람들에게 실력을 선보여야 하는 날이다 보니, 대부분 훈련하는 것에 집중했다.
“오빠는 뭐 할 거야?”
“음, 그러게.”
나도 훈련이나 하기로 했다.
나는 훈련장의 시설을 둘러보았다.
“와…. 저게 뭐지? 전에도 있었나? 오빠, 인형이 움직이고 있어!”
“…연성 남가에서 만든 걸 거야. 시중에는 판매되지 않는 걸 텐데, 본가에는 있었나 보네.”
한쪽에서는 철로 만들어진 인형이 스스로 움직여서 사촌들과 대련을 벌이고 있었다.
관절이 움직이는 게 깔끔했다.
‘저게 이 시기에도 있었구나.’
내가 아는 형태와 조금 다르지만, 강한별이 다니게 되는 아카데미에서 훈련용으로 등장하는 인형이었다.
신검 도가와 함께 십가문에 속하는 연성 남가에서 제작한 것이다.
격이 비슷한 명가라서 그런 것인지 신검 도가에 내준 모양이다.
“저것도 재미있겠다!”
다른 한쪽에서는 사촌들이 불빛이 빠르게 켜졌다가 꺼지는 바닥에서 스텝을 밟고 있었다.
보아하니 빛의 색에 따라 난이도가 다른 것 같았다.
‘재미있어 보이기는 하네.’
그 외에도 제법 관심이 가는 시설이 많았다.
그래서 처음에 어떤 훈련을 할지 고민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그때였다.
“늦게 왔네? 뭐 하다가 늦었냐?”
무작위로 바닥에서 솟구쳐 오르는 표적을 상대하는 훈련을 하던 놈이 내게로 걸어왔다.
내 사촌, 도승우였다.
그동안 나를 괴롭힌 장본인 자식.
‘알아서 잘 왔네.’
사실, 훈련장에 들어선 순간부터 나는 제일 먼저 도승우를 찾았다.
그리고 적당한 기회를 봐서 놈에게 말을 붙이러 갈 생각이었다.
그런데 놈이 몸소 찾아왔다.
귀찮은 수고를 덜어 준 셈이다.
“잘 지냈어? 예은이도 안녕?”
“아니, 너 때문에 못 지냈는데.”
“….”
“너는 잘 지냈냐?”
예전이라면 움츠러들었겠지만, 이제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 * *
나와 도승우는 나이가 같다 보니 어렸을 적부터 엮이는 일이 많았고, 툭하면 가문의 사람들에게 누가 더 우수한지 비교당하고는 했다.
그로 인해 나와 도승우의 사이는 친해지려야 친해질 수가 없었다.
‘같이 있으면 비교당하기나 하는데 어떻게 친해질 수가 있겠어. 오히려 친해지는 게 이상한 거지.’
그래도 서로 기분이 상하지 않게 어느 정도 적절한 관계를 유지할 수 있었을 테건만.
그런 내 바람과는 달리, 도승우는 나를 쓰러뜨려야 할 적으로 여기며 증오하고 싫어했다.
어렸을 적에는 틈만 나면 대놓고 창피를 주려고 했을 정도다.
그럴 때마다 나는 도승우의 시비에 제대로 대응하지도 못하고 바보같이 울기나 했었다.
그 짓거리가 반복되다 보니….
―쟤는 맨날 울기만 하네. 분해서 싸울 생각 같은 건 안 하는 건가? 나라면 그럴 것 같은데.
―저런 놈이 사자의 자식이라고? 가문에서 어쩌다 저런 게 나왔는지 알다가도 모르겠군. 저러면 나중에 다른 가문들이 어떻게 생각하겠어? 우리 가문을 아주 우습게 보겠지.
―가진 것 하나는 얼굴밖에 없는 평민의 배 속에서 태어났으니 저리 한심한 모습이나 보이는 거지.
―가문의 수치가 따로 없네.
―저것도 사자의 피를 이었다고….
나는 어느새 가문의 사람들로부터 조롱받는 신세가 되어 있었다.
반면에 도승우는 나를 괴롭히면서 착실하게 제 주가를 올렸다.
‘그럼 그쯤에서 그만할 것이지….’
그렇게 놈은 가문에서 기대를 받는 유망주로 손꼽히게 되었다.
그런데도 놈은 뭐가 그리 불만인지 나를 괴롭히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놈은 끔찍이도 나를 증오했다.
‘진짜, 내가 뭘 잘못했다고.’
나로서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억울하고 분했다.
하지만 전생을 깨닫기 전의 나는 놈에게 대들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자기 비하에나 빠졌었다.
정말 바보같이.
‘진짜 바보 같은 놈.’
나는 속으로 스스로를 욕했다.
어쩌면 놈은 그런 나를 얕잡아 보고 괴롭혀야 할 이유가 없어졌음에도 계속 괴롭힌 것인지 모르겠다.
그러니 내가 이대로 놈의 수작에 당하기만 한다면….
‘학원도시에서까지 이어지겠지.’
게임의 흐름에 따르면, 5년 후에 나와 도승우는 강한별이 재학하는 같은 아카데미에 들어가게 된다.
그곳에서 나는 놈에게 휘둘리며, 명가의 사람에겐 어울리지 않을 만큼 갖은 창피를 당한다.
‘그러다가 강한별을 만나게 되고, 강한별이 나를 괴롭히던 녀석들을 상대하게 되는 거고.’
게임에서 강한별은 학생들로부터 괴롭힘을 당하던 도견우를 만나고, 그들을 쓰러뜨리는 것을 시작으로 세쌍둥이를 비롯한 도승우 패거리와 싸우게 된다.
그리고 1학년 1학기 중간고사에서.
강한별이 보스로 나오는 도승우를 쓰러뜨리는 것으로, 그때 도견우를 정식 동료로 영입할 수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도승우는 강한별과 도견우가 서로 친해지는 계기를 제공하는 역할이라 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해도….
‘이대로 계속 당하기만 하라고? 강한별을 만나게 되기 전까지? 앞으로 5년 동안?’
절대 그럴 수 없었다.
내가 왜? 대체 왜? 정말 왜?
머릿속에서 물음표만 난발했다.
스토리대로 따라갈 게 아닌 이상 그럴 생각은 전혀 없었다.
“나 때문에 못 지냈다니? 내가 뭐 너한테 잘못한 거라도 있던가?”
“네가 엄청 보고 싶었거든.”
“너….”
“쌍둥이들한테 바람 불어넣은 게 너인 걸 모를 줄 알았어?”
“….”
놈도 이제는 마냥 어리지 않았고, 가문에서 주목을 받고 있기 때문에 체면을 차려야 했다.
하지만 가문에서 잃을 것이 없는 나는 체면을 차릴 필요가 없었다.
나는 대놓고 말했다.
그러자 놈이 순간 할 말을 잃고, 나를 가만히 쳐다보았다.
놈의 눈이 가늘어졌다.
“무슨 말을 하는지 잘 모르겠네. 쌍둥이들? 누구를 말하는 거지?”
“검술관에 세쌍둥이 있잖아.”
“아, 그런 애들이 있기는 했지. 너랑 같은 학교였지? 그러고 보니 그런 이야기를 들었던 것도 같네.”
“무슨 이야기?”
“검술관에서 그 애들하고 싸워서 혼쭐을 내 줬다며? 그 소리를 듣고 의외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
“네가 그럴 줄 몰랐거든. 당하면 당하는 대로 살 줄 알았더니 그래도 그런 애들에게 당하면 화나나 보지? 하긴, 그래야지. 신검 도가의 사람이 별 볼 일 없는 애들한테도 당하면 문제가 있는 걸 테니까…. 잘했어, 나라도 그렇게 해 줬을 거다.”놈이 킥킥거렸다.
나는 놈이 가늘게 뜬 눈에 담긴 적의를 알아볼 수 있었다.
아마 내 눈도 그럴 것이다.
나 자신과 놈에 대한 울분 그리고 적의가 묻어나고 있으리라.
“대련에서 상대도 공격하지 못하고 맞고 피하기만 하던 네가 웬일이냐. 많이 변했네.”
“그러게. 누구 덕분이지.”
“이제 나랑 제대로 할 수 있겠네. 언제 시간 좀 내서 대련이나 하자. 그때는 봐주지 않고 상대해 줄게.”
기다리고 있던 말이 나왔다.
나는 회심의 미소로 대답했다.
“아, 그래? 그럼 지금 바로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