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Childhood Friend of the Middle Boss RAW novel - Chapter (146)
중간 보스의 소꿉친구가 되었다 (146)
민아린의 처분은 민휘성이 아카데미를 방문한 그날 저녁에 결정됐다.
예견했던 대로, 그녀는 퇴학을 면할 수 있었다.
이번 사태는 그녀가 의도를 품고 일으킨 테러가 아닌 우발적인 사고이며, 본인이 깊이 반성하고 있고, 평소 그녀의 학업 태도와 성적이 준수한 데다, 무엇보다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사유가 정상 참작된 것이다.
마도 민가가 모든 손해액을 배상하기로 합의한 사항도 영향을 미쳤다.
‘아마 그 외에도 공시되지 않은 다른 사유가 있었겠지.’
가문의 사람을 보내도 됐을 텐데, 굳이 가주가 학원도시에 입국해서 이사장과 면담했다.
단순히 민아린의 선처를 구하면서 오순도순하게 대화를 나누지는 않았을 것이다.
나를 포함해 그 소식을 접한 사람들은 마도 민가가 물밑에서 무언가를 더 내주었으리라고 추측하고 있었다.
당사자가 아닌 이상에야 알 수 없는 부분이다.
어찌 보면 사태가 발발했을 시, ‘절묘하게’ 자리를 비운 소혜율만 이득을 본 셈이다.
아니, 가시덩굴 첨탑 공략에 참가한 우리가 얻은 이득도 있기는 했다.
‘그래 봤자 마도 민가와 연이 있는 시설을 이용할 때 할인을 받는 거랑 약간의 코인이 전부지만.’
그래도 아예 없는 것보다는 나았다.
강한별의 말마따나, 대가 없는 헌신과 보상 없는 노력은 의욕을 저하시킬 뿐이다.
게다가 우리는 민휘성에게 개인적으로 보상을 받기도 했다.
나는 그에게 받은 법석을 흡수해, 마력 수치를 1 올릴 수 있었다.
연하늘은 중간고사를 준비하면서 새로 얻은 스킬을 응용할 방안을 모색하는 중이었다.
시간이 나는 틈틈이 마도 민가의 비전을 탐독하고 있기도 했다.
―그건 시험 끝나고 봐도 되지 않아?
―그렇긴 한데… 궁금하잖아. 여기에 어떤 내용이 들어 있을지.
연하늘의 학구열은 대단했다.
중학생이 되고 나서부터 지금까지 한 번도 수석을 놓치지 않은 그녀다웠다.
그러다 보니 나도 그녀를 따라서 오랫동안 엉덩이를 붙이고 있어야 했다.
나는 내 공부가 먼저 끝나더라도, 그녀의 옆자리를 지켰다.
열심히 집중하며 책을 읽는 그녀의 옆모습을 보는 것도 나름 즐거웠다.
그러다 그녀가 붉은 눈을 굴려, 나를 흘깃하는 것 또한.
―저기이… 왜 자꾸 보는 거야? 내 얼굴에 뭐 묻었어?
―아니? 그냥 너 보는 게 좋아서.
―….
―매일같이 드는 생각인데, 예쁘네. 하늘이 넌 볼 때마다 새로운 기분이야.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저기, 견우야… 그렇게 말해 주는 건 고마운데… 여기 은비도 있고, 리사도 있고, 다른 사람들도 있는데 그런 소리는 좀….
―아니야, 견우야! 우리 신경 쓰지 말고 계속해!
―괜찮아요. 저희는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마저 해요.
―근데 책 안 볼 거야?
―으으…. 네가 자꾸 쳐다보는데 어떻게 읽을 수 있겠어….
―또 나 때문이야?
―응, 또 너 때문이야.
―책은 재밌어?
―내가 생각하지 못한 발상으로 마법의 원리를 해석하는 게 신기하고 재미있어. 예를 들면….
…정말이지.
연하늘은 자신이 관심을 가지는 분야에 관해 설명할 때면 얼굴에서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에헴 하고 자신감이 넘치듯 콧대를 세우고, 토끼 귀를 쫑긋거리며, 손가락으로 허공을 휘저으며 조리 있게 설명하는 모습은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나는 그런 그녀를 보면 덩달아 기분이 좋아져, 설명을 이해하지 못하면서도 가만히 듣고는 했다.
안타깝게도 마도 민가의 비전도 내게는 알아듣기 어려웠다.
내 수준으로는 혼자 묘리를 소화할 수 없을 듯했다.
결국 그녀의 도움이 필요할 수밖에 없었다.
―하늘아, 아니… 예쁜 하느님?
―…뭐야. 나한테 뭐 부탁하려는 거지?
―별건 아니고, 중간고사가 끝나면 책에 적힌 내용 좀 알기 쉽게 가르쳐 줄 수 있을까? 나한테 공부 머리는 없는 것 같아서.
―에휴…. 그러지 않아도 따로 노트를 정리해 줄 생각이었어. 나중에 보여 줄게.
―역시 소꿉친구밖에 없다니까.
―진짜… 넌 나 없으면 어떻게 살려고 그러니?
―당근히 너 없으면 못 살지.
―치, 알면 나한테 잘해.
―내가 언제 너한테 못한 적 있어?
―으음… 그건 또 그렇네…. 그럼 지금보다 더 잘하세요, 도견우 어린이.
―네, 하느님.
한편, 민아린의 처분이 떨어지고 바로 다음 날.
마침내 그녀는 석방됐다.
* * *
민아린이 퇴학을 면하게 됐다더라도, 아예 징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녀는 교내 봉사 300시간이란 징계를 받았다.
‘교외 봉사였다면 마도 민가에서 대체할 만한 수단을 마련했겠지만, 교내 봉사이니만큼 꼼수는 쓰지 못하겠네. 그거 하느라 공부 시간도 줄어들 테고.’앞으로 아카데미에서 심심치 않게 가장 낮은 위치에서 봉사하는 민아린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녀에게는 자존심이 상할 정도로 굴욕적인 일이겠지만 상관없다.
어차피 내 일이 아니었다.
나는 지나가다 그녀를 보게 되면 손을 흔들어 아는 척해 주고, 사진이나 찍으면 될 뿐이다.
‘그 전에 석방을 축하해 줘야지.’
필시 민아린은 독방에 갇혀 지내느라 많이 외로웠을 것이다.
그런 그녀를 마중 나가지 않고 홀로 기숙사로 돌아오게 두면 섭하다.
겉으로는 아닌 척 굴면서 속으로 서럽고 슬퍼할 게 뻔했다.
나는 그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훈련소에서 자대로 배치되기 전에 다른 사람들은 부모님들이랑 만나서 맛있는 걸 먹으러 갔지만, 나는 혼자 PX나 갔었는데….’
전생의 내게 친구가 없던 것은 아니다.
그럭저럭 마음을 맡길 수 있는 보육원 친구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때 당시 그들은 한창 자리를 잡아 가던 중이었기에, 나는 차마 그들을 불러 사회생활을 방해하고 싶지 않았다.
그들이 만나러 가겠다고 했음에도 얼마 보지 못하고 헤어져야 한다는 이유로 거절했었다.
‘그러고 나서 엄청 후회했었지….’
사람은 누군가의 인정을 필요로 하고, 외로움을 타는 존재다.
혼자 살 수 없다.
기쁜 일은 다른 사람들과 나눠야 의미가 있는 법이다.
자신만 기뻐해 봤자 기쁘지 않다.
그때 당시, 나는 외면하고 있었던 진리를 마주할 수밖에 없었다.
―아씨, 혼자 다 먹을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느끼해서 더는 못 먹겠네. 괜히 샀어….
고생한 나 자신을 축하하겠다고, PX에서 큰마음 먹고 2만 원 가까이 하는 치즈케이크를 사서 먹은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치즈케이크는 듣던 명성에 비해 별로 맛있지 않았다.
무엇보다 혼자 먹기에는 양이 많았다.
결국 나는 다 먹지 못한 케이크를 쓰레기통에 버리고 자대로 이동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전생의 나는 필라델피아 케이크뿐만 아니라 치즈케이크 자체를 싫어했었다.
‘지금이야, 뭐… 좋아하지만. 하늘이랑 예은이가 좋아해서, 같이 먹다 보니까 맛 들였지.’
여하간.
전생의 기억을 간직한 나는 민아린이 서운함을 느끼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러지 않아도 친구가 없는 그녀에게 마중을 갈 친구는 우리밖에 없었다.
이에 우리는 이날 그녀를 마중하러 아침 일찍부터 학창(學倉)을 찾았다.
학창은 학생회 치안부에서 관리하는, 문제를 일으킨 학생들을 수감하는 장소였다.
그곳으로 가는 도중에 우리를 아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푸른 새끼 무리네. 주말 아침부터 어디를 가는 거지?”
“첨탑의 공략자들이잖아?”
“어린 투귀에, 버니에, 십가문의 사람들에, 그레이스 제국의 황녀에…. 인원진이 으리으리하네.”
“쟤가 푸른 새끼라고? 의외로 순하게 생겼네.”
“야, 순해 보인다고 방심하지 마. 요 며칠 사이, 쟤한테 덤볐다가 탈탈 털린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줄 알아?”
“검술 계통 애들 말로는 성격이 생긴 것과 다르다더라고. 푸른 새끼라고 불리는 이유도 성격이 개차반이라서 그렇다는 설도 있더라.”
“얼마 전에 푸른 새끼를 추종하는 쌍둥이들한테 들은 얘기인데, 애가 완전 또라이라던데?”
“그러면서 걔네는 왜 추종한대?”
“본인들 말로는 학습된 결과라나 뭐라나….”
“….”
푸른 새끼, 푸른 새끼, 푸른 새끼….
사람들은 나를 볼 때마다 그 이명을 입에 담아 댔다.
내 이명이 워낙 인상이 강하다 보니, 다른 사람들의 이명은 잘 거론되지 않았다.
나는 사람들의 반응이 언짢기만 했다.
“견우야, 착하지…. 그냥 참아.”
“아니, 못 참아.”
내 심기를 알아차린 연하늘이 조심스럽게 타일렀다.
미안하지만 그녀의 부탁은 들어줄 수 없었다.
나는 이명을 푸른 새끼로 바꿔, 내장된 스킬을 사용했다.
[푸른 새끼의 위엄>자신보다 격이 낮은 상대를 위축시켜, 모든 신체 능력치를 1% 저하시키는 스킬.
이명의 힘을 입은 나는 그 상태로 주위에 있던 사람들을 노려보았다.
눈이 마주치고 움찔한 사람들이 황급히 자리를 피했다.
“이제야 좀 조용하네.”
“에휴….”
이명이 마음에 들지 않기는 했지만, 스킬은 꽤 쓸 만했다.
래빗으로 이명을 되돌린 나는 마저 길을 나아갔다.
내 욕을 하고 다닌 듯한 세쌍둥이는 조만간 기회를 잡아 굴리기로 했다.
이윽고 학생들의 탈옥을 방지하기 위해 높이 쌓은 학창의 벽이 눈에 들어왔다.
그 앞에 선 우리는 민아린이 나오기를 기다렸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아! 아린이 나온다! 민―아―린―! 여기야, 여기! 우리 여기 있어!”
“아린아린! 콩밥은 맛있었어!?”
수수한 분위기를 풍기는 민아린이 모습을 드러냈다.
우리는 붉은 머리카락을 발견하자마자 그녀를 향해 손을 흔들고, 외쳤다.
“너희들….”
민아린은 놀란 눈치였다.
이내 그녀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지기 시작했다.
우리는 그때를 놓치지 않았다.
“얘들아! 지금이야!”
직후에 일어날 일을 기획한 고은비가 신호를 내렸다.
그녀를 중심으로 좌우로 흩어진 우리는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그러고는 우렁찬 소리로 외쳤다.
“나오셨습니까! 형님!”
“…뭐, 뭐어!?”
“출소 축하드립니다! 형님!”
“내가 왜 형님인데!?”
민아린이 난데없는 상황에 당황한다.
장난에 성공한 우리는 그녀의 반응에 웃음을 터뜨렸다.
“형님! 짐은 제가 들겠습니다!”
“어어…. 여기 있어….”
“형님! 저도 들겠습니다! 저한테 외투 주십시오!”
용해랑이 뛰쳐나가 민아린이 쥔 가방을 들어 주었다.
박사군은 그녀가 입고 있던 외투를 받았다.
졸지에 그녀는 티셔츠 차림이 돼 버렸다.
그 후로도 우리는 상황에 대응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하는 그녀에게 장난을 쳤다.
“형님! 한별이가 차를 가져왔답니다! 편안히 차로 모시겠습니다!”
“어? 정말? 잘됐다. 안 그래도 피곤….”
“뻥입니다! 형님!”
“형님은 속은 겁니다!”
고은비는 가장 열정적으로 연기했다.
강한별은 웃음을 멈추지 못하고 어깨를 들썩였다.
리사는 손으로 입가를 가리며 말을 보탰다.
“유치하다, 유치해….”
그때쯤 되자, 민아린은 어이가 없는지 기가 찬 얼굴로 혀를 찼다.
그러면서 입꼬리는 실룩거리고 있었다.
끝내 그녀는 표정을 가꾸지 못하고 깔깔 웃음을 터뜨렸다.
어찌나 열심히 웃는지, 손가락으로 눈가를 훔칠 정도였다.
나는 그런 그녀에게로 다가갔다.
“아린아.”
“아…. 도견우….”
“자, 먹어.”
민아린의 시선이 내게로 멎었다.
어딘가 멍한 목소리로 나를 부른 그녀의 입이 벌어졌다.
나는 이상하게 넋이 나간 듯한 그녀의 입가에 검은 봉지를 내밀었다.
그제야 그녀가 정신을 차리고는 노란 눈을 깜빡거렸다.
“이, 이게 뭐야?”
“뭐기는. 너 주려고 사 왔지.”
“날… 주려고…?”
“두부야, 먹어. 감방에서 나오면 이걸 먹어야 한다잖아.”
“….”
잠시 감동한 것 같더니만.
내가 봉지를 벌려 두부를 보여 주자, 민아린의 시선이 차게 식었다.
이내 처연히 두부를 받아 든 그녀가 살며시 모퉁이를 베어 물었다.
“어때? 따끈해서 맛있지?”
“뭐… 못 먹을 정도는 아니…. 생각보다 맛있네.”
“널 위해서 마법으로 데워 놨으니까.”
“그, 그렇구나….”
“그리고 맛있을 수밖에 없지.”
“응?”
“그거 네 카드로 산 거거든.”
“뭐어?”
“너 없는 동안 대신 잘 썼어.”
“…!”
나는 주머니에서 민아린의 카드를 꺼냈다.
두부를 먹다 말고 입을 벌린 그녀의 얼굴은 경악으로 물들었다.
그녀가 언성을 높였다.
“너, 너어! 대, 대체 얼마나 사용한 거야!?”
“글쎄…. 얼마 쓰지 않았을걸? 그래 봤자 너한테는 푼돈….”
“카, 카드 이리 내! 얼른 돌려줘!”
“미안한데 그건 아직 안 되겠는데.”
“아니, 왜!?”
내게 달려들어 카드를 뺏으려고 폴짝폴짝 뛰는 민아린.
나는 떼를 쓰는 그녀를 막으며, 카드를 사수했다.
“출소한 기념으로 뭐라도 쏴야 하지 않겠어? 내가 이 카드로 팍팍 질러 줄게.”
“아, 안 돼….”
민아린이 우리를 편하게 여기게 됐기 때문일까?
아니면 오랜만에 우리를 만나 들뜬 탓일까.
그녀의 감정 표현이 다채로워서 놀리는 맛이 있었다.
* * *
친구들은 민아린의 출소를 축하하며 시끌벅적하게 떠들었다.
연하늘도 그들의 장난을 거들면서 즐거운 기분을 공유했다.
이번 일이 심경에 영향을 끼쳤는지, 민아린은 한결 부드러운 태도를 보였다.
그때, 주위가 어느 정도 잠잠해지자 그녀가 입을 열었다.
“저기, 얘들아.”
“….”
“저, 저기, 그게….”
민아린이 겸연쩍어하는 얼굴로 자꾸만 머리칼을 쓸어 넘긴다.
입술은 말하기를 망설이는 것처럼 연신 달싹거리고 있었다.
그렇게 갈등하던 그녀가 머지않아 친구들에게 말했다.
“이, 이제 와서 말하기에는 늦었지만….”
“….”
“다들… 구해 줘서 고마워…요.”
부끄러워하며 감사를 전하는 한편, 친구들의 반응을 살피는 민아린.
그녀가 그런 말을 할 줄 몰랐던 친구들은 순간 벙찌고 말았다.
그러고는 하나같이 웃음이 나왔다.
“왜 당연한 거로 그러니!?”
“그래도 고맙다는 인사를 받으니 나쁘지는 않구만.”
“근데 왜 존댓말이래?”
그동안 틱틱거리고, 잘난 체를 하던 민아린이었다.
사람들은 그녀의 솔직한 표현이 괜스레 기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흡족해하며 보람을 느꼈다.
연하늘 역시 그들과 같은 심정이었다.
앞으로 그녀를 대하는 게 조금이나마 편해질 것 같았다.
그렇게 생각한 것도 잠시였다.
‘응?’
연하늘은 의문스럽게 여기고 있던 위화감의 정체를 깨달았다.
처음에는 민아린이 밖으로 나와 들떠서 그런 탓이라고 생각했건만, 어쩐지 도견우를 바라보는 시선이 묘했다.
‘전에는 저런 눈빛이 아니었는데….’
도견우는 의식하지 않는 듯했지만.
민아린은 다른 사람들과 대화하면서 간간이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자신의 감정에 휘둘려 무의식적으로 그를 쫓는 듯한 얼굴은 마치….
“….”
절대 바라지 않는 가정을 떠올린 연하늘의 얼굴은 어두워졌다.
민아린을 향하는 붉은 눈동자는 점점 이채를 잃어 갔다.
이내 그녀는 입술을 깨물었다.
아무래도.
‘쟤, 싫어.’
자신과 민아린의 사이는 여전히 변함이 없을 듯했다.
아니, 연하늘은 이전보다 더 그녀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 * *
사람들이 모두 잠들었을 밤이다.
야심한 시각, 별의 마녀 소혜율은 교무관의 계단을 내려갔다.
구두 소리를 내며 최하층으로 향한 그녀는 아무에게도 알려지지 않은 지하실을 찾았다.
끼이익.
녹슨 쇠가 움직이는 소리와 함께 안을 들여다볼 수 없는 어둠이 소혜율을 반겼다.
마법으로 어둠을 밝힌 그녀는 미로처럼 이어진 길을 나아갔다.
길이 끝나는 지점에는 거대한 수정구가 자리하고 있었다.
“….”
영롱한 기운이 넘실거리는 수정구.
형형색색의 빛을 발하는 내부에는 상당한 마나가 저장되어 있었다.
칠흑처럼 새까만 게이트 키 2개와 청색 게이트들이 떠돌고 있기도 했다.
“많이 차올랐네, 이번 일로.”
수정구에 손을 댄 소혜율이 처연한 어조로 중얼거렸다.
그렇게 한참 내부를 바라보던 그녀는 아공간을 개방해, 손을 집어넣었다.
그녀의 손에는 청색 게이트 키가 쥐어져 있었다.
민아린의 퇴학을 면하는 조건으로, 마도 민가의 가주 민휘성에게 받은 게이트 키였다.
“휘성이한테 뜯어내길 잘했어.”
수정구 속으로 게이트 키를 밀어 넣고.
소혜율은 잠시간 내부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관조했다.
이윽고 유의미한 변화를 확인한 그녀가 자조하듯 쓴웃음을 흘렸다.
“늦어도 3년이면 다 모으겠네.”
누가 또 사고 안 쳐 주려나….
소혜율은 나직이 중얼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