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Childhood Friend of the Middle Boss RAW novel - Chapter (147)
중간 보스의 소꿉친구가 되었다 (147)
37. 음모
내일부터 중간고사 기간이다.
시험이 하루 앞으로 다가오면서, 전날에 민아린의 출소를 축하하며 흥겹게 술을 마시고 놀았던 우리는 심기일전해서 공부해야 했다.
잠이나 자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일어나야 해! 어서 일어나라! 용해랑! 넌 조선의 자존심이야! 일어나, 얼른!]“아….”
“….”
남녀의 성별을 구별하지 않고, 술에 취해 한방에서 잠을 잔 우리는 용해랑의 알람 소리를 듣고 눈을 뜰 수 있었다.
몽롱한 채로 바닥에서 일어나니, 마도 민가의 호텔 스위트룸은 돼지우리가 되어 있었다.
벽에 일렬로 세워진 술병이며, 바닥을 굴러다니는 술병, 꼬리가 떨어져 나간 소주병의 뚜껑, 먹다 남은 안주, 고은비와 남유리가 폭주해 제조한 폭탄주 등….
곳곳에서 술판을 벌인 흔적이 생생하게 눈에 들어왔다.
민아린이 술을 마시며 공부한답시고 테이블에 펼쳐 놓은 책에는 과자 부스러기가 잔뜩 떨어져 있기도 했다.
그야말로 난장판이 따로 없었다.
서서히 전날의 기억을 떠올린 우리도 꼴이 말이 아니었다.
얼굴이 퉁퉁 부은 사람이 있는가 하면, 나처럼 머리가 까치집이 된 사람도 있었고, 하나같이 피로한 기색이 역력했다.
“견우야, 눈곱 꼈어….”
“어….”
나와 얼굴을 마주한 채로 잔 연하늘이 눈을 비비며 말했다.
나는 그녀가 일러 주는 대로 눈에 묻은 것들을 떼어 내고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목이 말랐다.
“나, 물….”
“…앉아 있어. 내가 가져올게.”
“응, 고마워.”
마침 연하늘도 목이 말라서 물이 마시고 싶었던 모양이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그녀를 제지하고,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오기로 했다.
그러면서 다른 사람들을 살폈다.
“뭐야, 언제 액정이 나간 거지?”
“기억이 안 나나 보네요. 해랑이 지문 인식이 안 된다면서 세게 누르다가 액정이 나갔잖아요. 알고 보니 사군 폰이랑 착각했던 거고요.”
“그러고 보니 그랬던 것 같다. 미안하다. 내 잘못이야. 수리비는 내가 물어 줄게.”
액정이 나간 스마트폰을 보며 끙 소리를 내는 박사군.
손을 가리고 하품하는 리사.
사과하며 고개를 숙이는 용해랑.
“후암…. 아린아, 너 얼굴이 왜 그래?”
“응? 내 얼굴이 뭐… 이게 뭐야!? 누가 이렇게 한 거야!?”
“아린아린! 기억 안 나? 어제 나랑 한별두별이 출소 기념으로 얼굴에 그려 준 거잖아!”
“맞아, 네가 이왕이면 도도하게 그려 달라고 한 거 기억 안 나?”
가볍게 몸을 풀며, 기지개를 켜는 고은비.
손거울로 얼굴에 그려진 낙서를 확인하고 깜짝 놀라는 민아린.
당당하게 유성펜을 꺼내 들면서 전날에 있던 일을 설명하는 남유리.
그녀에게 동조하는 강한별.
“어? 은동이 네가 왜 내 옷을 입고 있는 거냐?”
“그러는 형이 입은 옷은 동동이 거 아니야?”
“우리가 왜 옷을 바꿔 입은 거지….”
서로 입은 옷이 바뀌었음을 깨닫고 떨떠름한 표정을 짓는 세쌍둥이.
보아하니 속옷도 바뀐 모양이었다.
‘다들 취했었구나….’
중간고사를 준비해야 하는 만큼 주량을 조절해 마셨어야 했건만, 그만 이성을 절제하지 못하고 일탈에 빠지고 만 우리였다.
시험 기간 버프를 받아서 그랬는지, 술이 평소에 비해 잘 들어갔던 것 같다.
나는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며 쓴웃음을 지었다.
‘근데 쟤는 언제 침대 위로 올라간 거야?’
한편, 차은솔은 여전히 깨지 않고 잠을 청하는 중이었다.
“쿠울….”
술에 취했던 상황에서도 편안한 환경에서 숙면을 취하려 침대로 몸을 던졌을 차은솔이 선명히 그려졌다.
나는 베개를 끌어안고 자는 그녀를 지나치며, 연하늘에게 물을 건넸다.
“자, 하늘아.”
“아니야, 너부터 마셔. 나는 괜찮아.”
“나는 그다음에 마셔도 되니까 먼저 마셔.”
“그럼… 응, 잘 마실게.”
대충이나마 머리칼을 정리한 연하늘이 물병을 받았다.
나는 그녀가 마시고 난 후에 목을 축이고, 다른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몇몇 사람들은 기다리다 못해, 냉장고에서 직접 꺼내 왔다.
이내 나는 어느 정도 정신을 차린 사람들의 의견을 구했다.
“숙취도 해소하고, 배도 채울 겸, 룸서비스로 뜨끈한 국밥이라도 시킬까 하는데… 먹을 사람?”
“나! 나! 나!”
마다하는 사람은 1명도 없었다.
다들 손을 들거나 목소리를 높여 존재를 피력했다.
“…나. 나도 국밥 먹을래. 나는 뼈다귀해장국.”
어느새 잠을 깬 차은솔도 의견을 보탰다.
손등으로 입에 고인 침을 닦아 낸 그녀가 초록 눈을 반짝였다.
은솔아, 눈곱도 떼자….
* * *
“난 이제부터 방에 가서 따로 공부할 거니까, 부르지 말아 줘. 점심도, 저녁도 혼자 해결할게.”
곰탕을 바닥까지 드러내고, 마지막에는 깍두기를 아삭 씹어 먹은 민아린이 말했다.
그녀는 학창에 들어가 있느라 공부하지 못한 시간을 최대한 만회하려는 모양이었다.
친구들은 그녀의 뜻을 존중해 순순히 보내 주기로 했다.
다만 나는 용건이 있었다.
“아, 그럼 어떡하지. 오전 수업으로 너한테 물어보고 싶은 게 좀 있었는데….”
금강 아카데미의 성적 평가는 오전 수업에서 배운 내용에 기초해 출제되는 필기시험과 실기 시험 그리고 오후 수업의 시험으로 나눌 수 있었다.
나는 그중 필기시험 정보를 위해 민아린에게 도움을 받을 생각이었다.
그러자 문을 나서려던 그녀가 우뚝 멈췄다.
“그, 그럼 내 방에서 같이 공부할래?”
“….”
“딱히 권유하는 건 아니고… 네가 정 원한다면 특별히 내 방에 들여보내 주겠다는 거야. 아니, 그게 아니라… 그냥… 오고 싶으면 오든가.”
눈을 제대로 마주치지 못하며, 손가락으로 붉은 머리칼을 뱅뱅 꼬는 민아린.
나는 횡설수설하는 그녀를 보며 생각에 잠겼다.
오전 수업의 필기시험과 실기 시험은 오후 수업보다 훨씬 중요했다.
오후 수업은 선택한 강의별로 학점이 나뉘지만, 오전 수업은 필기와 실기로만 나뉘는 탓이다.
예를 들면, 오후 수업 중 하나인 기지 방어는 2학점의 가치를 지닌다.
전체 성적 평가 방식에 따라서 A+를 4.5점으로 치환할 때, 기지 방어에서 A+를 달성하더라도 ‘2학점×A+(4.5점)=9점’을 얻게 되는 것이다.
반면에 필기시험과 실기 시험은 각각 5학점, 10학점의 가치를 지녔다.
두 시험에서 A+를 받게 된다면 22.5점, 45점이 산정되는 셈이다.
그렇기에 오전 수업에 비중을 조금 더 높여야 했다.
‘그런 의미에서 아린이랑 같이 오전 시험에 대비하는 게….’
내가 마음이 기우려던 그때.
옆에 있던 연하늘이 불쑥 끼어들었다.
“아니야, 견우야. 괜히 아린이 공부 못 하게 방해하지 말고, 나랑 같이하자.”
“딱히 방해는 안….”
“그동안 학창에서 근신하느라 시험도 준비하지 못했을 텐데, 하루밖에 안 남은 오늘만이라도 공부할 시간을 줘야지. 그러다 성적 떨어지면 어떡하니?”
“…크윽…!”
민아린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연하늘은 생글거리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어차피 1학년 전체가 치르는 시험인데, 같은 반 사람끼리 공부할 필요가 있니? 오히려 다 같이 공부해서 정보를 공유하는 게 좋지 않을까?”
“흠…. 네 말이 맞기는 해.”
“응, 그러니까 여기 있어.”
어째 연하늘의 태도가 조금 강압적이다.
나는 그녀의 은은한 압박에 주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현관에 서 있던 민아린에게 말했다.
“미안, 내가 생각이 짧았던 것 같다. 너도 진득이 공부할 시간이 필요할 텐데 방해할 수는 없지. 나는 남아서 애들이랑 공부할게.”
“…흥! 그래, 알아서 해.”
민아린이 입술을 샐쭉거렸다.
휙 몸을 돌린 그녀는 그길로 자신의 방으로 떠나려고 했다.
그때, 그녀가 닫히는 문 사이로 빼꼼 고개를 내밀었다.
“그래도… 모르는 게 있으면, 뭐… 나한테 톡이라도 보내든가. 공부하다 시간이 나면 특별히 답장해 줄 테니까.”
“아니야, 아린아. 신경 쓰지 마. 견우가 모르는 게 있으면 그냥 내가 알려 주면 되지.”
“연하늘….”
“공부 열심히 해―.”
“….”
분한 듯이 이를 가는 민아린을 끝으로 문이 닫혔다.
나는 그녀를 매몰차게 대한 연하늘을 돌아보았다.
“왜애?”
“…아무것도 아니야.”
무슨 일이라도 있었냐는 것처럼 고개를 갸웃거리는 연하늘.
나는 묻지 말라는 듯한 무언의 얼굴에 입을 다물었다.
어제 술을 마시면서도 든 생각이지만.
‘얘네는 여전히 사이가 좋지 않나 보네….’
민아린이 나를 대하는 태도가 이전보다 온순해진 것으로 보아, 가시덩굴 첨탑 공략 사건을 계기로 그녀의 성격에 변화가 있었음은 분명하다.
진심으로 우리를 친구로 여기고, 마음을 허락하게 됐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민아린과 연하늘이 친해지려면 아직 갈 길이 먼 듯했다.
* * *
단순히 좋은 성적을 얻기 위해 시험공부만 해서는 보상이 약한 감이 있다.
동기 부여가 되지 않는다.
별실에서 연하늘과 마법을 연습하던 나는 잠시 휴식을 취하기로 하며 운을 뗐다.
“우리 공부만 하는 것도 심심한데, 내기나 할까?”
“내기? 무슨 내기?”
마법을 연달아 사용하느라 지친 나와 달리, 마력 수치가 80이 넘는 연하늘은 흐트러짐 없는 기색을 보이고 있었다.
침대에 등을 기대고 반쯤 드러누운 내 옆에 앉아, 무릎을 끌어안은 그녀가 눈을 깜빡거렸다.
그녀의 붉은 눈을 올려다본 나는 떠오른 생각을 입에 담았다.
“중간고사에서 성적이 낮은 사람이 밥 사는 게 어때?”
“밥? 그게 내기야? 어차피 밥은 그동안 번갈아 가며 사고 있었잖아.”
“평소에 먹던 수준으로 쏘지 말고, 비싸게 쏘는 거지. 샐러드 바나 갈까?”
“샐러드 바? 오랜만에 가는 것도 나쁘지 않겠네. 학원도시에 와서는 아직 가 보지도 않았고.”
“스테이크까지 사는 거로 하자. 이제는 우리도 성인이라 주류도 마음대로 먹을 수 있을 테니, 맥주나 와인도 마시고.”
“진짜 성인은 아니고 준성인이지만. 그래, 좋아. 기대된다.”
무릎에 뺨을 기댄 연하늘이 내 제안에 호응한다.
이내 그녀가 키득거리며 물었다.
“그런데 나한테 유리한 거 아니야?”
“뭐가?”
“중간고사 성적으로 내기하는 거. 나보다 시험 잘 볼 수 있겠어?”
중학교 내내 1등을 놓친 적 없고, 수석으로 아카데미에 입학하기까지 한 연하늘이 자신감에 차서 우쭐한다.
그 감정이 여실히 쫑긋거리는 토끼 귀로 드러나고 있었다.
나는 그런 그녀가 귀여운 한편, 괘씸한 그녀를 놀라게 하려 슬그머니 손을 움직였다.
내 손은 뱀처럼 바닥을 기어서, 마침내 둥근 꼬리를 쥐었다.
그녀의 눈이 크게 떠졌다.
“꺅! 갑자기 만지면 어떡해?”
“꼬리가 잘 있는지 보려고. 그러게 누가 놀리래?”
“내 꼬리는 잘 있거든요? 치이, 이제 그만 만져.”
“조금만 더 만지고 풀어 줄게.”
“으으….”
조심스럽게 꼬리를 만지고 주무르며, 연하늘의 감각을 자극한다.
신경이 몰려 있는 부위이다 보니, 민감하게 반응하는 그녀가 연신 몸을 움찔거린다.
새어 나오려는 소리를 참으면서 발끝을 까딱이기도 했다.
“하, 하지 마아….”
목소리에는 떨림이 섞여 있었다.
그러면서 연하늘은 내 손을 떼러 자신의 손을 움직였다.
하지만 그녀는 내 손만 더듬을 뿐, 적극적으로 떼어 내지 않았다.
‘더 해 달라는 신호네.’
연하늘이 간접적으로 허락했다.
그렇게 판단한 나는 이번에는 조금 더 과감하게 꼬리를 건드렸다.
동그랗게 말린 꼬리 끝을 잡고서는 길게 펼쳤다.
손가락 사이로 넘치게 잡히던 꼬리가 얇게 넓어지면서 볼륨을 잃었다.
나는 그대로 둥글어지고 평평해지기를 반복하는 꼬리를 가지고 놀았다.
“자, 자꾸 그러지 마아…. 부끄럽잖아….”
“아프지는 않지?”
“아픈 건 아닌데… 그만, 그마안…. 다른 애들이 보면 어쩌려구….”
“애들은 방 밖에 있는데 뭐 어때. 문도 닫아 놨고.”
“그래두….”
연하늘이 슬며시 내게 몸을 기댄다.
나는 그녀가 쓰러지지 않게 지탱해 주며, 희고 푸른 털 속에 파묻힌 살을 살살 문질렀다.
“아까 내기 얘기로 돌아와서.”
“으, 응….”
“전체 성적으로 내기하면 당연히 내가 질 수밖에 없겠지. 그러니 우리, 전체 성적이 아니라 특정 수업의 성적으로 내기하는 게 어떨까?”
“응…. 특정 수업? 어떤… 거…?”
“다이스 게임.”
“다이스 게임?”
나는 붉은 눈동자가 흔들리는 연하늘의 물음에 긍정했다.
그러고는 말을 덧붙였다.
“다이스 게임 과목은 공부한다고 좋은 성적을 받는 수업이 아니잖아.”
“응…. 그렇지.”
“운적인 요소가 더 강하게 작용하는 수업이니까, 그거라면 얼추 균형이 맞지 않겠어?”
“으음…. 그래, 좋아.”
어느덧 연하늘은 더는 내 손길을 거부하지 않게 됐다.
무의식적으로 새어 나오는 소리도 이제는 억지로 참지 않았다.
나는 조금 전 의기양양하던 그녀가 꼼짝 못 하는 모습에 만족하며, 슬슬 손을 떼려고 했다.
그녀의 꼬리를 만지며 충전도 했으니 다시 공부에 매진할 생각이었다.
그때였다.
“하늘아! 견우야! 애들이랑 얘기했는데, 우리 시험 끝나면 다 같이 하트랜드로 가….”
“….”
별안간 고은비가 문을 벌컥 열고 안으로 들어왔다.
그녀는 우리를 보고 멈칫하고는, 천천히 뒷걸음질을 쳤다.
“미, 미안…. 내가 방해했었나 보네. 어쩐지 왜 문을 닫아 놨나 했는데…. 나는 신경 쓰지 말고 둘이서 마저 즐기도록 해!”
“….”
고은비가 황급히 문을 닫고 나갔다.
직후 문을 열고 고개만 내밀어서는, 우리를 배려하는 것처럼 의향을 물었다.
“문, 잠가 줄까?”
“….”
“아니야, 내가 잠그고 나가 줄게.”
딸칵.
고은비가 우리의 답은 구하지도 않고 문을 잠그고 나갔다.
“아….”
고은비에게 흐트러진 모습을 보인 연하늘은 정신을 차린 듯했다.
그녀가 꼬리를 만지던 내 손을 탁 쳐 냈다.
그러면서 몸을 부들거리는 것이 맞댄 어깨를 통해 전해졌다.
아무래도… 화가 난 듯했다.
“…하늘아?”
“내가 말했잖아…. 보면 어떡하냐고….”
연하늘이 착 가라앉은 목소리로 나를 탓한다.
나는 디바이스를 꺼내는 그녀를 어떻게든 달래려고 했다.
그런데 마음이 너무 급한 나머지, 마땅한 위로가 생각나지 않았다.
“저기, 어… 하늘아? 잠깐만…. 이왕 은비가 문도 잠근 거… 한 번 더 할까?”
“맨날 넌 머릿속에 그것밖에 없니? 디바이스 온.”
…야, 근데 너도 같이 즐겼잖아.
그렇게 말했다가는 더 화를 낼 게 불 보듯 뻔했기에.
하고 싶은 말을 애써 억누른 나는 그녀를 진정시키기 위해 노력했다.
다행히 쇠망치에 맞지는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