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Childhood Friend of the Middle Boss RAW novel - Chapter (148)
중간 보스의 소꿉친구가 되었다 (148)
이튿날, 오늘부터 토요일까지 6일 동안 이루어지는 중간고사가 시작됐다.
일부 수업 중에는 시험을 치르지 않고 과제나 다음 기말고사로 대체하는 경우도 있었다.
내가 듣는 동서양의 검술사 1이나 초급 검술 대련 1도 그런 경우였다.
덕분에 그나마 부담이 덜했다.
공부량이 많은 오전 수업도 토요일로 배정돼 있어서, 당장에 다른 과목 시험에 집중할 수 있게 부담을 덜어 주었다.
‘하필이면 제일 어려운 게 걸렸네.’
내가 가장 처음에 시험을 응시한 과목은 월요일 6, 7교시에 수강하는 초급 검술 1이었다.
수강생은 그동안 배운 검무 중 담당 교관이 무작위로 출제한 검술을 시연해야 했다.
평가 요소는 정확한 동작, 동작과 동작의 연계성, 검을 휘두르는 자세, 검로의 일치성, 발을 내딛는 위치 등으로 사전에 고지된 대로였다.
‘그래도 뭐… 못할 건 없지.’
담당 교관인 수호국이 내게 출제한 검무는 학생들의 실수가 잦고, 은근히 까다로운 부분이 많은 유형이었다.
아마도 내 실력을 고려해서 문제를 선정한 것이리라.
나는 당황하지 않고 그가 제시한 검무에 응했다.
난이도가 있다지만 초급 검술에서 어렵게 여길 부분은 없었다.
사실은 중급 검술을 들어야 하나, 커리큘럼에 따라 어쩔 수 없이 초급 검술을 수강하고 있었을 뿐이다.
‘…이 정도면 됐겠지.’
나는 도중에 실수하는 일 없이 매끄럽게 검무를 펼쳤다.
그러고는 내 성적을 평가하고 있을 수호국을 돌아보았다.
때마침 그가 입을 열었다.
“도견우, 만점. 나무랄 데 없이 깨끗하고 완벽한 검무였다.”
“감사합니다.”
예상했던 결과다.
수호국에게 고개 숙여 인사한 나는 강의실을 나왔다.
남은 시간을 이용해 다음 시험을 준비하기로 했다.
8, 9교시 수업은 홍예나가 담당하는 빛의 원소 마법의 이해(2계위)였다.
그녀의 성격을 고려할 때, 시험이 몹시 어려울 게 뻔했다.
그러니 여유 시간이 생겼다고 편히 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어디 가서 공부하지…. 차라리 동방에 가서 공부할까?’
마법을 연습해야 하는 이상, 카페는 적합한 장소가 아니다.
그렇다고 동아리방으로 가기에는 부원들로 북적거릴 것 같다.
수양관을 나온 나는 고민했다.
그러던 중, 노효원을 만났다.
“도견우.”
“아, 효원이구나.”
“너도 지금 시험이 끝났나 보네. 시험은 어땠지?”
“나름 잘 봤지. 초급 검술이라서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거든. 너는?”
“나도 초급 검술이었는데. 수업에 네가 없었던 걸 보면 담당 교관님이 다른 수업이었겠군.”
진홍 노가의 투희, 노효원.
진홍빛이 흐르는 머리칼이 인상적인 그녀가 말을 걸어왔다.
나는 자리에 서서 그녀와 시험에 대한 화제로 두런두런 대화를 주고받았다.
그녀가 정보를 전한 것은 그때였다.
“안 그래도 너한테 말하려 했는데 마침 잘됐네.”
“무슨 일인데?”
“도승우에 관한 이야기인데… 아직 확실하지는 않아.”
“도승우?”
내 사촌 놈의 이름을 입에 담은 노효원이 굳은 표정을 지었다.
그녀는 내 반문에 고개를 끄덕이고, 잠시 말을 골랐다.
“도승우의 계파가 심상치 않아. 얼마 전부터 연마관에서 단체로 훈련하는 것 같더라고. 단순히 연대감 형성을 위해 시험을 준비하는 거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그 많은 인원이 같이하는 훈련이야 계통 필수밖에 없을 텐데, 그런 것치고는 훈련이 관계가 없어 보인다는 거구나.”
“…맞아. 하지만 시험 기간에 관계도 없는 훈련을 벌일 리는 없으니, 의심되는 건….”
“학년 실기 시험에 대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거겠지. 아직 실기 시험 정보가 알려지지 않은 상황인데도 말이야.”
“게다가 도승우가 실기 시험을 주관하는 교관 몇몇과 접선한 정황이 포착….”
“어쩌면 도승우가 교관들을 꾀어내, 정보를 빼돌렸을 가능성이 있다는 거지?”
“…정확해. 설마 네가 이렇게 눈치가 빠를 줄은 몰랐네.”
“내가 원래 눈치가 좀 좋고, 머리도 잘 돌아가는 편이거든.”
노효원이 놀라워하며 혀를 내둘렀다.
그녀에게 믿기지 않는다는 듯한 시선을 받은 나는 괜히 어깨를 으쓱였다.
‘그러고 보니 슬슬 도승우 놈이 움직일 때가 되기는 했지.’
사실, 내가 상황을 짐작한 이유는 남다른 눈썰미도 있기는 했지만, 게임의 흐름을 알고 있던 탓이다.
게임에서 도승우는 1학년 1학기 중간고사의 보스로 등장했다.
게임의 스토리에 따르면.
강한별에게 패거리를 보내는 족족
실패한 도승우의 위세는 날이 갈수록 줄어든다.
「도승우」
―강한별…. 신검 도가의 사람으로서 투귀의 제자에게 밀릴 수는 없다. 절대로….
도승우는 자신의 입지를 지키러 중간고사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기로 다짐한다.
하지만 강한별의 실력을 경계한 그는 정정당당하지 못하게 부정행위를 저지르고 만다.
몰래 중간고사 관계자들을 포섭해, 학년 실기 시험에 대한 정보를 선취한 것이다.
‘그 일을 게임의 내가 알게 돼서, 중간고사에서 놈을 막으려다가 역으로 당해 버리지.’
도승우가 벌인 짓은 신검 도가의 사람에게 걸맞지 않은 행위였다.
자격 박탈이다.
자신의 부정을 인멸하려는 그는 시험에서 일어난 사고를 가장해, 게임의 도견우를 죽이려고 든다.
강한별이 주인공답게 위기의 순간에 나타나는 것은 바로 그때였다.
「강한별」
―이게 지금 뭐 하는 짓이야. 견우는 너랑 사촌 아니었어!?
「도견우」
―하, 한별아…. 흑…. 승우가… 승우가….
시험 도중, 죽음을 맞이할 뻔한 게임의 도견우를 발견한 강한별은 모든 전말을 듣게 된다.
그리고 도승우와 전투를 벌인다.
「도견우」
―부탁이야. 나 대신… 나 대신 승우를 막아 줘!
「강한별」
―저놈을 막으려고 이 지경이 되도록 발목을 붙잡고 있었던 거지? 대단해, 존경스러워. 그러니 걱정하지 마. 이제부터는 나한테 맡겨! 내가, 저놈을 쓰러뜨릴 테니까.
이 에피소드를 거치면서 강한별은 도승우가 지니고 있던 풍랑의 브로치를 탈취하게 된다.
‘에피소드 공략에 실패하더라도 세상이 멸망하는 일은 없었고.’
그 경우, 이전 세이브 지점으로 돌아가기만 할 뿐이다.
물론, 게임이 아닌 현실에서 실패가 있어서는 안 된다.
한편으로는 조금 의외이기는 했다.
‘아무래도 도승우는 게임에서처럼 움직일 생각인가 보네.’
내가 전생의 기억을 깨닫게 되면서 나와 도승우의 입장은 완전히 바뀌었다.
그 결과, 그가 게임의 악역으로서 등장할 사연이 사라지고 만 것이다.
나는 자연스레 중간고사 에피소드가 일어나지 않을 가능성을 염두에 둘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도 놈이 사건을 일으킬 생각이라면….
‘너무 좋은데?’
나는 내 사촌의 선택을 존중해, 기쁘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번 에피소드는 강한별의 성장에 도움이 될 터였다.
또한 풍랑의 브로치도 얻을 수 있다.
내가 아니라 강한별이 얻게 되겠지만.
무엇보다….
‘중간고사만 끝나면 그놈 얼굴을 더 이상 볼 일이 없겠네.’
강한별의 승리는 곧 도승우의 부정행위 발각으로 이어진다.
그로 인해 놈은 할아버지의 분노를 사서 가문에서 천대받게 될 뿐만 아니라, 다른 아카데미로 전학을 가게 된다.
‘잘 가라, 승우야.’
도승우의 불행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입꼬리가 절로 올라간다.
나는 그 정도로 놈이 싫었다.
아마 놈도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나를 싫어하고, 내 불행을 바라고 있으리라.
그때, 노효원이 나를 일깨웠다.
“그래서 이 일로 어찌해야 할지 네게 상담하려고 했는데, 역시 도승우에게 주의를 주는 게….”
“아니, 주지 마. 모르는 척해.”
“뭐?”
“그놈은 한 번 마음을 먹으면 쉽게 굽히지 않는 녀석이야. 더럽게 고집이 세지. 특히나 내가 뭐라고 하면 더 반항하려고 들걸?”
“….”
도승우를 더 좋은 곳으로 보낼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는 없다.
나는 노효원에게 지시했다.
그녀가 잘못 알아들었다는 듯한 얼굴로 갈색 눈을 깜빡였다.
“그놈이 이 상태까지 몰렸다는 건 누가 말리려 해도 소용없다는 뜻이야. 그러니 막는 것보다는 차라리 대응하는 게 더 나아. 효원이 넌 계파들을 시켜 놈들을 주시해 줘. 가능하면 증거 자료도 찾아 주면 좋겠고.”
“…알았어. 그렇게 하도록 하지. 놈의 계파를 추궁하거나 포섭해서 알아보기도 할게.”
“부탁해.”
“그건 그렇고 무섭구나, 넌. 역시 네게 정복당하기를 잘했어.”
“뭐가?”
“이번 기회에 도승우를 축출해, 1학년 대표로서 입지를 굳건히 다지겠다는 거잖아. 만약 네가 이번 일에 성공한다면, 검술 계통의 학생들은 모두 너를 따를 수밖에 없겠지.”
“….”
“그것을 위해 사촌에게 칼을 꽂을 생각도 서슴없이 하고 있다니…. 과연, 사자는 자신의 영역을 지키기 위해 가차 없다는 건가. 신검 도가의 가풍은 무섭군.”…아닌데. 그럴 의도는 없었는데.
노효원이 턱을 쓰다듬으며 멋대로 착각한다.
나는 그녀의 오해를 정정하려다가 그대로 내버려 두기로 했다.
* * *
월요일 첫 번째 시험은 별다른 어려움 없이 마칠 수 있었다.
시험 범위를 달달 외우기도 했고, 5년간 칠색의 마녀 홍예나에게 철저하게 교육받은 덕이다.
연하늘은 뿌듯한 감정을 느끼며, 다음 시험이 있는 차원관으로 이동했다.
토끼 귀는 그녀의 기분을 반영하듯 봄빛이 물든 풍경 속에서 쫑긋거렸고, 들뜬 발걸음은 마치 깡충깡충 뛰는 토끼와 같았다.
이따금 콧노래도 새어 나왔다.
‘다음 시험까지 시간이 좀 남는데, 근처에서 쉬다 가는 게 나으려나?’
어쩌면 시험이 진행되는 강의실은 이전 수업을 치르는 사람들이 사용하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먼저 가도 안에 들어갈 수 없다.
그럴 바에는 근처에서 기다리다가 시간이 될 때쯤에 움직이는 게 좋지 않을까.
‘게이트 안에서 치르는 시험이라 미리 자리를 맡아 둘 필요도 없고.’
별로 친하지도 않은 사람들하고 어색하게 강의실 앞에 서 있고 싶지는 않다.
마침 차원관으로 가는 길에는 금강 아카데미의 3대 호수 중 하나인 쪽빛 호수가 있었다.
연하늘은 학원도시 특유의 마나 환경에 영향을 받아 짙은 푸른빛을 머금은 호수를 구경하며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아, 조용해서 좋다.”
나무 그늘이 있는 벤치에 앉은 연하늘은 풍경을 즐겼다.
요즘 들어 밤새도록 공부하느라, 그러지 않아도 신경 쓰이던 눈이 더 붉어지지는 않았을까 고민이 많았던 참이다.
그녀는 눈의 피로가 싹 풀리는 것만 같았다.
이내 옆에 놓은 토트백을 힐끗거렸다.
‘볼까, 말까?’
토트백에는 마도 민가의 비전서가 들어 있었다.
짬짬이 시간을 내서 읽고 있는 연하늘은 갈등에 빠졌다.
책과 드라마 등 지적 자극을 선사하는 콘텐츠 앞에서는 사족을 못 쓰는 그녀였다.
‘안 돼. 이건 중간고사가 끝나면 언제든 읽을 수 있는걸? 일단은 시험에 집중해야 해. 게다가 한 번 빠졌다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게 될지도 모르고….’다행히 연하늘은 절제심을 발휘해 토트백으로 뻗으려던 손을 거두었다.
쪽빛 호수의 풍경이나 감상하며 정신을 맑게 해야겠다.
생각을 환기한 그녀는 호수의 전경을 스마트폰에 담았다.
‘견우한테도 보내 줘야겠다.’
본인도 자각하지 못할 정도로 얼굴에 미소가 배어난다.
연하늘은 도견우에게 사진을 보냈다.
[나]: 시험 보느라 힘들지? [나]: (사진). [나]: 짠! 이거 보고 시험 힘내 ㅎㅎ읽음 표시는 생각보다 빠르게 사라졌다.
도견우가 톡을 읽은 것이다.
[견우 어린이]: 쪽빛 호수네? [견우 어린이]: 시험은 끝난 거야? [나]: 웅웅 [나]: 다음 시험까지 시간이 남아서 호수에서 쉬는 중이야 [나]: 넌? 끝났어? [견우 어린이]: 하나 끝나고 이제 마녀님 시험 보러 가는 중 [나]: 스승님 시험은 까다로울 텐데… 열심히 해 [견우 어린이]: 말로만 응원하지 말고 행동으로 보여 주는 건 어때 [나]: 행동으로?? [견우 어린이]: 풍경 사진 말고 [견우 어린이]: 네 사진이나 보내 줘 [견우 어린이]: 그럼 힘이 날 것 같은데 [나]: …… [견우 어린이]: 싫어? [견우 어린이]: 부담스러우면 어쩔 수 없고정말이지 자신의 소꿉친구는 뜬금없다.
훅, 훅, 훅 치고 들어온다.
갑작스러운 주문에 당황스럽기만 하다.
그렇다고 마냥 싫지는 않았던 연하늘은 서둘러 손거울을 꺼내 얼굴을 유심히 살폈다.
“어디 이상한 데는 없겠지…?”
보고 또 보고, 또 본다.
스마트폰 카메라로 자신을 비춰, 머리카락을 이리저리 넘기며 예쁘게 나오는 각도를 찾는다.
그러고 나서야 연하늘은 몇 번이고 셀카를 찍었다.
정작 도견우에게는 제일 잘 나온 사진 한 장을 보낸 게 다였지만.
[나]: (사진). [나]: 어때? [견우 어린이]: 좋네 [견우 어린이]: 잘 나왔네 [나]: 이제 시험 잘 볼 것 같아? [견우 어린이]: (당근 이모티콘)이지 [견우 어린이]: 만점 받고 올게!!! [나]: 안 받아 오기만 해 봐? [나]: 기대하고 있을게 ^^겨우 톡 하나에 지나지 않건만, 괜스레 입꼬리가 올라간다.
기분이 좋아진 연하늘은 이번에는 반대로 도견우에게 요구했다.
[나]: 나도 네 거 보여 줘 [나]: 네 거 보고 힘낼래 [견우 어린이]: 나는 사진 잘 안 찍는데… [나]: 그래서 안 보여 줄 거야? ㅜㅜ [견우 어린이]: 이상하게 나올지도 모른다? [나]: 그래두 좋아 [나]: 다 좋아! ㅎㅎ [견우 어린이]: 잠만…(잠시 후)…
[견우 어린이]: (사진). [견우 어린이]: 자, 됐지? [나]: 웅웅! 잘 나왔네! [나]: 혼자서도 이제 잘 찍는 것 같은데?두말하면 잔소리다.
연하늘은 곁에 도견우가 없는데도 소리를 내어 답했다.
“응!”
기분으로는 어떤 문제든 다 맞을 수 있을 것 같다.
* * *
“어서 오세요, 다들 웬일로 절 만나러 온 건지 궁금하네요. 일단 자리에….”
“아닙니다, 이사장님. 저희는 계속 서 있도록 하겠습니다.”
“그런가요? 수호국 교관님 말고 다른 교관님들도 같은 의견인가요?”
“….”
“알겠어요. 편한 대로 해요.”
교무관 최상층, 이사장실.
별의 마녀 소혜율은 기별도 없이 면담을 요청한 교관들을 맞아들였다.
징벌검 수호국, 칠색의 마녀 홍예나, 도박사(賭博師) 소국진 등….
찾아온 교관들은 대부분 업계에서 정평이 나 있는 유명인들이었다.
그녀는 미소를 띤 노란 눈으로 그들의 면면을 둘러보았다.
그러고는 수호국이 가져온 자료로 시선을 주었다.
“한번 확인해 주시기 바랍니다.”
“네, 그러죠.”
교관들을 대표하는 듯한 수호국이 말을 건넸다.
용건은 이 자료에 있는 것이리라.
고개를 끄덕인 소혜율은 자료를 들춰 내용을 훑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침음을 흘린 그녀가 미간을 모았다.
‘…제법 상세하게 조사했네.’
공교롭게도 자료에 담긴 내용은 소혜율이 비서실장 오승아를 시켜 알아보고 있던 것이었다.
아니, 그보다 더 자세했다.
자료에는 같은 교관이 아니라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사생활까지 기재되어 있었다.
‘누가 만든 거지….’
소혜율은 자료의 완성도에 내심 감탄하는 한편, 자리에 있는 교관들을 일별했다.
그제야 조금 전에는 무심코 지나친 교관이 1명 눈에 들어왔다.
교관들 중에 유난히 어려 보이는 여성 교관이 존재감을 죽인 채 구석에 서 있었다.
‘저 아이가 한 거구나.’
올해 부임한 새내기 교관, 유노을.
나이, 27세.
그녀의 이력을 떠올린 소혜율은 쉽게 수긍했다.
비록 가문과 절연했다고는 해도, 솜씨가 어디 갈 리는 없었던 것이다.
‘채용하길 잘했네.’
소혜율은 속으로 한때 내린 결정을 자찬하며, 손가락으로 책상을 두드렸다.
고민은 오래지 않았다.
판세를 내다보고, 득실을 계산한 그녀가 싱긋 미소를 가장했다.
“이걸 저한테 가져왔다는 뜻은 저와 함께 배에 타겠다는 거겠죠? 좋아요, 현명한 선택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