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Childhood Friend of the Middle Boss RAW novel - Chapter (149)
중간 보스의 소꿉친구가 되었다 (149)
월요일 8, 9교시 수업, 빛의 원소 마법의 이해(2계위).
시험은 평소 강의를 진행하던 수양관이 아닌 문화관에서 진행됐다.
그러자니 의문이 들 수밖에 없었다.
‘왜 문화관인 거지?’
수업의 성격은 대개 장소에 따라 유추할 수 있었다.
교학관이라면 이론 위주로, 수양관이라면 실전 위주로 이루어지리라고 예상할 수 있다.
또한 차원관이라면 게이트에 들어가서 수강할 확률이 높다.
학생들은 그에 맞춰 수업에 대비하고는 했다.
시험 역시 마찬가지였다.
장소로 시험의 성격을 유추해, 대비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문화관을 통해 홍예나의 시험을 추측하자면….
‘오락성이 강하다는 건데.’
마법을 가르치는 것에 있어서는 한없이 엄격하고, 진지한 홍예나다.
그런 그녀가 성향과 반대되는 시험을 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니, 쉬이 예상이 가지 않았다.
다만 단순히 머리나 몸을 쓰는 일반적인 시험은 아닐 터였다.
나로서는 정보가 많지 않은 상태로 그녀의 시험에 임할 수밖에 없었다.
‘어두워….’
사전에 고지된 강의실에 들어간 나를 맞이한 것은 어둠이었다.
문을 경계로 공간이 나뉜 듯, 복도에 있는 조명은 강의실 안으로 들어오지 못했다.
강의실을 불을 켜 어둠을 밝히려 했지만 소용없었다.
몇 번이고 전원 스위치를 눌렀지만, 전기가 들어오지 않았다.
‘이거라도 사용해야겠네.’
나는 별수 없이 라이트를 사용해 조명을 대신해야 했다.
그마저도 내 주위만 간신히 밝힐 뿐, 빛은 멀리 퍼지지 않았다.
그만큼 현재 공간을 장악하고 있는 어둠의 원소 마법이 내 마법보다 위계가 높은 것이다.
당연히 누가 마법을 펼쳤을지는 짐작이 갔다.
의도는 아직 알 수 없지만, 필시 홍예나의 소행이리라.
그런 한편.
‘…서늘해.’
공간에는 차가운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사람에 따라서 조금 춥거나, 시원하다고 느낄 수 있는 정도였다.
그때, 홍예나가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모습을 드러냈다.
“시간이 됐으니 시험에 대해 설명하도록 할게. 얼른 이리로 모이렴. 참고로 지금부터 들어오는 사람은 감점할 거야.”
“….”
우리의 마법으로는 어둠을 제대로 들여다보지 못하는 가운데.
빛을 받고 서 있는 홍예나는 워낙 눈에 잘 들어왔다.
우리는 그녀의 곁으로 모여들었다.
그러자 그녀를 비추던 빛의 면적이 우리를 아우르며 넓어졌다.
“이번 시험에서 너희는 오직 빛의 원소 마법만 사용할 수 있어. 만약 다른 마법을 사용한다면 그에 따른 불이익이 주어질 테니 유의하도록 해. 그래서 무슨 시험을 볼 거냐면….”
“….”
“너희는 요리를 만들 거야.”
“…?”
빛의 원소 마법을 다루는 수업에서 난데없이 요리라니.
우리는 홍예나가 꺼낸 설명에 고개를 갸웃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우리의 반응을 살핀 그녀가 말보다 행동으로 보여 주겠다는 듯, 손가락을 튕겼다.
직후, 공간을 뒤덮던 어둠이 옅어지며 주위가 서서히 눈에 들어왔다.
‘왜 냉기가 감도나 했더니… 저것 때문이었던 거구나.’
우리가 있는 공간은 주방이라고 말하는 게 좋을 듯했다.
한편에는 음식을 조리하기 위한 설비가 마련되어 있었고, 다른 한편에는 재료를 보관하는 코너가 조성되어 있었다.
보아하니 공간에서 간혹 느껴지던 서늘한 기운은 신선품을 취급하는 코너에서 흘러나온 것 같았다.
“웬만한 도구는 전부 조리대에 갖춰져 있을 거야. 그러니 너희는 저기서 필요한 재료를 골라, 시험 과제로 지정된 요리를 만들면 돼.”
“어떤 요리를 만드는 건가요?”
“그건 조리대에서 확인하도록 해. 근처에 과제가 적힌 파일이 있을 거야. 너희는 거기에 적힌 메뉴 중 원하는 것을 하나 이상 택해 만들면 돼.”
“교관님, 저는 라면을 끓여 본….”
“설마 그 나이를 먹도록 지금까지 라면 하나도 못 끓이는 사람은 없기를 바랄게. 최소한이라도 계란프라이는 해 봤겠지. 그것조차 경험이 없는 사람은… 뭐, 이번에 배우면 되는 거 아니겠니? 시험 성적은 장담하지 못하겠지만.”
“….”
고개를 모로 기울이고 방긋 웃으며, 홍예나가 이견은 듣지 않겠다는 듯이 몇몇 사람들의 발언을 일축했다.
나는 그들의 얼굴에 실린 낭패감을 읽을 수 있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그들뿐만 아니라, 생전 요리해 본 적 없는 사람들이 꽤 있는 것 같았다.
그럼에도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고 설명을 이었다.
“음식을 만드는 게 끝이 아니야. 그걸 내놓고, 눈으로 즐기고, 맛을 보는 것까지 시험이지.”
홍예나가 다시 손가락을 튕기자, 공간이 도로 어둠으로 뒤덮였다.
그러더니 또 다른 한편이 밝아지며, 어둠 속에서 전면부가 완전히 개방된 부스들이 나타났다.
레스토랑을 연상케 하는 부스였다.
“부스가 열 곳밖에 없다고 괜히 자리싸움이나 벌이는 일은 없길 바랄게. 감점이나 탈락 처리를 당하고 싶으면 그래도 되고.”
“….”
“성적을 평가받고 싶은 사람은 다 만든 음식을 가지고, 부스에 있는 테이블에 세팅하도록 해. 시간은 뒷사람을 고려해, 부스에 입장한 순간부터 딱 5분만 주어질 거야. 그 안에 사진으로 찍었을 때 먹음직스럽게 나올 수 있도록 연출하면 돼. 당연히 맛도 있어야 하고.”어느덧 빛이 꺼지며 다시금 부스가 어둠에 잠겼다.
위에서 우리를 비추던 빛도 서서히 면적이 줄어들어, 최종적으로 홍예나에게로 수렴했다.
우리는 빛의 원소 마법으로 만든 라이트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 홍예나가 손뼉을 치며 주위를 환기했다.
“그리고 한 번 선택한 재료는 절대 무를 수 없으니까 신중히 선택하렴.”
“….”
“그럼 지금부터 시험을 시작할게.”
* * *
공간에 깔린 어둠이 너무 짙다.
라이트를 상시 사용하지 않고 어둠 속에서 움직이는 것은 도저히 무리일 지경이었다.
그마저도 먼 곳을 보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더 밝은 빛을 내려면 라이트의 광량을 늘리는 동시에 밀도를 높여야 하다 보니 마나 소모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최대 2시간 동안 진행되는 시험에서 무턱대고 마나를 소모할 수는 없었다.
비효율적인 방식이기도 한 데다가, 내게는 부담이 됐다.
‘그렇다고 주위로 감지망을 펼치거나, 암순응을 돕는 순수 마법을 사용할 수도 없고….’
시험에서 사용할 수 있는 마법은 빛의 원소 마법뿐이다.
결국 효율적으로 라이트를 사용해 시험에 임할 수밖에 없었다.
사정은 다른 학생들도 다르지 않았다.
“아, 진짜…. 앞이 잘 안 보여….”
“이래서는 길을 찾아다니느라 시간만 잡아먹겠는데.”
“이렇게 어두운데 요리를 하라고? 그게 가능해?”
학생들은 빛의 구체를 띄운 상태로 조심스럽게 행동하고 있었다.
주위에서 그들의 목소리가 들리고, 희미하게 일렁거리는 빛이 보였다.
‘나도 움직이는 게 좋겠네.’
일단 조리대를 점해야 했다.
다행히 위치라면 조금 전, 홍예나가 어둠을 밝혔을 때 기억하고 있었다.
나는 그 방향으로 빛을 비추며 천천히 걸음을 내디뎠다.
손으로 허공을 더듬어 나아가니 영 불안하기만 했다.
‘이럴 때 회피 본능이 발동하면 참 좋을 텐데….’
아쉽게도 기프트는 이 상황을 위협으로 인지하지 않는 듯했다.
나는 속절없이 걸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차츰 거리가 가까워지면서 조리대들을 눈에 담을 수 있었다.
‘어디 보자, 빈자리가….’
조리대 모퉁이에는 편의를 위해서 이름표가 준비되어 있었다.
나는 주인이 없는 자리를 찾아, 이름표에 학번과 이름을 적었다.
그러고는 도마 위에 놓여 있던 안내문을 확인했다.
안내문에는 시험 과제로 지정된 메뉴가 적혀 있었다.
─ 빛의 원소 마법의 이해(2계위) 중간고사 ─
다음 메뉴 중 하나 이상을 골라, 레시피를 준수하여 완성하시오.
1. 오믈렛&팬케이크&프랑크푸르트 소시지
2. 황금볶음밥&계란찜&된장국
3. 카레&돈가스&단무지무침
4. 라면&군만두&밥
5. 스테이크&양파볶음&감자튀김
페이지를 넘기니, 뒤에는 레시피와 주의 사항이 적혀 있었다.
나는 빠르게 내용을 훑으며, 특히 주의 사항에 주목했다.
1. 오믈렛&팬케이크&프랑크푸르트 소시지
―오믈렛은 전체적으로 골고루 익힐 것.
―팬케이크는 약불에서 천천히 구울 것.
―프랑크푸르트 소시지는 속까지….
2. 황금볶음밥&계란찜&된장국
―황금볶음밥은 밥알이 골고루 계란물로 코팅되어 있을 것.
―계란찜은 부드럽게 부풀어 오르도록….
3. 카레&돈가스&단무지무침
―카레에 들어가는 야채는 태우지 않고 잘 익힐 것.
―돈가스는 속을….
4. 라면&군만두&밥
―라면에 란을 풀 때는 반드시 노른자가 터지지 않도록 반숙으로 익힐 것.
―계란을 풀지 않을 경우에는 계란프라이로 대체 가능. 이때, 위와 같이 반숙으로 익힐 것.
―군만두는 삼면이 노릇노릇하게….
5. 스테이크&양파볶음&감자튀김
―스테이크는 마이야르 반응(Maillard reaction)을 일으켜 미디엄으로 구울 것.
―양파볶음은 캐러멜라이징을….
◆ 모든 메뉴는 레시피만 준수한다면 자유롭게 어레인지를 가해도 됩니다.
그 경우에는 감점 혹은 가점이 주어질 수 있습니다.
◆ ….
필시 주의 사항이 시험의 핵심 평가 요소일 것이다.
안내문을 살핀 나는 생각에 잠겼다.
‘뭐로 하지….’
시간상 메뉴 하나를 만들기도 벅차다.
괜히 더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 다른 메뉴에까지 손을 댔다가는 되레 잘되던 일도 망칠 수 있다.
2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1마리도 잡지 못하는 꼴이다.
나는 욕심을 부리지 않기로 하며, 한 메뉴에 집중하기로 했다.
그러니 내 선택은….
‘라면으로 하자.’
역시 내가 잘할 수 있는 메뉴로 시험에 응시하는 게 낫지 않을까.
라면이라면 꽤 자신이 있었다.
게다가 어레인지를 가하는 것에도 다양한 범주가 가능했다.
결정을 내린 나는 곧바로 재료 코너로 걸음을 옮겼다.
‘다양하게 많이 있네.’
나는 라이트의 위치를 이동시켜, 최대한 넓은 범위로 주위를 비췄다.
그리함으로써 각종 재료의 위치를 대략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
효율적으로 동선을 정리할 수 있게 된 셈이다.
‘먼저 콩나물부터 고르면 되겠다.’
가장 가까이 위치한 채소 코너로 향한다.
신기하게도 라이트로 어둠을 밝히자, 진열대가 푸르게 빛났다.
콩나물을 비롯한 여러 야채가 푸른빛으로 물들었다.
‘왜 이런 거지?’
답을 구하기 위해 여유롭게 생각할 겨를은 존재하지 않았다.
시간이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얼른 콩나물을 구하고, 다른 재료를 구하러 가야 했다.
나는 눈에 닿는 콩나물 중에서 가장 신선하게 보이는 것으로….
내가 손을 뻗으려 한 그때였다.
“아씨! 이게 뭐야!? 고기가 왜 이래!?”
‘…무슨 일이지?’
근처에 있는 육류 코너에서 들린 외침이 나를 붙잡았다.
콩나물을 잡으려다 멈칫한 나는 학생들이 몰려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그들은 스테이크용 고기를 집어 든 채 크게 당황하고 있었다.
“왜 썩은 고기가 있는 거야!?”
“아까 봤을 때는 안 이랬는데, 어떻게 이럴 수가 있지….”
“….”
학생들이 떠드는 소리를 듣자하니.
아무래도 상태가 좋지 않거나, 부패한 재료들도 섞여 있는 듯했다.
썩은 고기를 쥐고 얼굴을 일그러뜨린 학생을 본 나는 육류 코너로 눈을 돌렸다.
‘색이 저렇게 다른데 몰라봤다고? 잘못 볼 수가 있나….’
라이트로 육류 코너를 비추자, 진열대가 붉은빛을 발했다.
정육점에서도 보던 빛이었다.
붉은빛에 휩싸여 있는 고기는 하나같이 신선하게 보이기만 했다.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면, 썩은 고기가 섞여 있으리라고 의심하지 못할 것 같았다.
‘…그런 거구나.’
나는 그제야 깨달았다.
홍예나가 우리 눈을 속이기 위해, 라이트에 반응하면 재료의 상태를 감추는 조명이 들어오도록 마법을 걸어 둔 것이다.
‘하마터면 당할 뻔했네.’
한 번 잡은 재료는 무르지 못하고 반드시 사용해야 한다는 규정은 이를 위해 있던 것이다.
썩은 고기를 선택한 학생들은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기대할 수 없어졌다.
나도 조금 전에 시간에 쫓겨서 성급하게 콩나물을 잡았다면, 저들과 같은 처지를 면하지 못했으리라.
십년감수했다.
‘함정이 있다는 것을 알았으니 풀어 버리면 그만이야.’
수업에서 배운 적이 있었다.
빛은 빨강, 초록, 파랑이라는 삼원색으로 나뉜다.
세 가지 색의 빛은 합치면 하얀색으로 변한다.
그 점에 착안한 나는 라이트에 두 가지 색상을 부여했다.
“이렇게 하는 거였구나.”
기존에 하얀빛을 발하던 라이트로 채소 코너를 푸르게 비추고.
각기 붉은빛과 초록빛을 내뿜는 라이트로 색을 더한다.
그렇게 세 가지 색이 겹치면서, 채소 코너에 드리운 조명색이 하얗게 변화했다.
나는 신선한 콩나물을 구별해서 장바구니에 담을 수 있었다.
이후로도 빛의 삼원색을 응용해 다른 재료들을 골라냈다.
어레인지를 더해 만들 라면도 정했다.
해물라면이다.
‘비싼 재료들이 많이 있으니까 이참에 써야지, 언제 쓰겠어?’
대게, 꽃새우, 피조개, 홍합 등….
얼큰하고 시원한 국물을 끓이기 위해 값비싼 재료들을 담았다.
이제는 요리만 하면 될 차례였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에서 일어났다.
“뭐야? 불이 왜 안 들어와?”
아무리 가스레인지의 레버를 돌려도, 불이 피어오르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도 상황은 비슷했다.
‘불이 없는데 어떻게 만들란 거지?’
정말이지 라면 끓이기 힘들다.
나는 머리를 굴리기로 했다.
분명 방법이 있을 것이다.
“아, 그렇게 하면 되겠네.”
불이 없으면, 빛으로 해결한다.
생각을 떠올린 나는 그 즉시 조리에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