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Childhood Friend of the Middle Boss RAW novel - Chapter (15)
중간 보스의 소꿉친구가 되었다 (15)
신검 도가의 본가, 본관 2층 서재.
그러나 그곳은 무늬만 서재일 뿐, 실상은 무료함을 달래기 위해 있는 유흥장에 지나지 않았다.
만찬회에 참석하는 사람들 태반은 그곳에 모여 유흥을 즐기고 있었다.
“좋았어! 또 땄다!”
“아, 진짜 그만 좀 가져가라니까. 우리도 먹고살아야 할 거 아니야?”
“한 대 피우러 가자.”
“이것보다 좀 더 센 술은 없나?”
바카라 테이블에서 도박을 벌이며 들뜨고, 경박한 소리를 내뱉는 이들.
버젓이 담배나 시가를 피워 대면서 주위로 그 연기를 퍼뜨리는 이들.
만찬회가 시작되지 않았는데도 서재 한편에 마련된 바에서 연거푸 독한 술이나 마셔 대는 이들.
그 밖에 등등.
“….”
서재에서는 그 순간의 향락에 취한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으, 담배 냄새….”
“저 사람들은 진짜… 왜 실내에서 담배를 피우고 그러는 거야?”
서재에 들어선 도견우의 어머니, 한지애는 담배 냄새를 맡고는 대뜸 인상을 찡그렸다.
도상준은 한쪽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을 흘겨보고, 곧장 그녀에게 보호 마법을 걸었다.
그러자 연기가 그녀를 피해 갔다.
“이제 냄새 안 나지?”
“응, 역시 자기밖에 없네.”
한지애의 눈꼬리가 둥글게 휘었다.
도상준은 그런 그녀의 손을 잡아, 좀 더 자신의 옆으로 끌어들였다.
그의 입가도 호를 그리고 있었다.
“그럼 사람들이나 만나러 갈까?”
“둘째 아주버님은 저기에 계시고, 둘째 형님은 저기에 계시네.”
“그래, 큰형은 아직 오지 않았다니, 둘째 형부터 만나러 가 보자.”
이내 두 사람은 자신들과 그나마 호의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이들에게 얼굴을 비추러 돌아다녔다.
그들은 두 사람을 반갑게 맞이하며 자리를 내주고는 했다.
물론, 그러면서 눈치를 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두 사람 사이 좋은 건 알겠는데, 도 서방이 동서 옆에 붙어 있으면 우리끼리 할 얘기는 다 못 하죠.”
“맞아, 도 서방이 자리에 없어야 남편들 욕을 볼 거 아니야. 이러면 친해지기 힘들어―.”
“하하…. 그런가요?”
도상준은 그들이 웃으며 한 말의 의도를 모르지 않았다.
한지애만 두고 떠나라는 뜻이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었다.
‘내가 자리에 없는 동안 지애한테 무슨 일이 일어날지 어떻게 알고?’
몇 년 전이었다.
한지애는 그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 신검 도가의 여성들과 교류하려다가 크게 모욕을 당한 적이 있었다.
이렇다고 할 근본도 없는 주제에, 단순히 얼굴이 잘난 것 하나만으로 남편 잘 만난 여자라나.
그때 그녀가 그 말에 상처를 받고, 집에 돌아와 서럽게 운 것을 아는 그로서는 혼자 둘 수가 없었다.
“미안해, 나 때문에….”
“뭘 미안해하고 그래? 그러지 말고 우리도 저기 가서 가볍게 한잔이나 걸칠까?”
여하튼 봐야 할 사람도 다 봤겠다.
그는 우울해하는 그녀를 달래러, 둘이서 시간을 보내기로 했다.
그러던 그때였다.
“상준아, 오랜만이다. 잘 지냈냐?”
“….”
말도 섞고 싶지 않아서 지금까지 아는 척도 하지 않고 있었건만.
도상준의 셋째 형, 도범준이 먼저 말을 걸어온 것이다.
“그래, 오랜만이네. 왜 왔어?”
도승우의 아버지.
얼마 전, 도승우가 자신의 아들을 지속적으로 괴롭혀 왔다는 것을 안 그로서는 달갑지 않은 상대였다.
그 감정이 목소리에 묻어나는 것도 어쩔 수 없었다.
그러자 도범준이 쓴웃음을 지었다.
“전화로 끝내기는 했지만, 그래도 직접 만나서 말해야 할 것 같아서. 승우한테는 다음부터 그러지 말라고 주의시켜 뒀어.”
“….”
“그 애도 이제 한 소리를 들었으니 더는 견우를 괴롭히려 하지 않겠지. 그런데 견우는 괜찮대?”
“내 아들은 형이 걱정하지 않아도 잘 지내고 있으니까 신경 끄지.”
“그렇다면 다행이고. 나는 혹시나 견우 성격에, 승우가 벌인 짓이 트라우마가 되기라도 한 게 아닌가 걱정이 들었거든.”
“….”
“그 일로 병원에 갈 일이 있다면 나한테 말해. 내가 그쪽 방면으로 잘 아는 의사를 소개해 줄 테니까. 아무튼, 승우 일은 미안하게 됐다. 내가 이렇게 대신 사과할게.”도범준이 불쑥 손을 내밀었다.
더는 이 일로 왈가왈부하지 말고, 이쯤에서 화해하자는 의미였다.
“허, 참. 뭐? 사과?”
하지만 도상준은 도범준의 사과를 받아들일 생각이 없었다.
그는 코웃음을 치며 손을 쳐 내고, 도범준을 노려보았다.
“사과를 할 거면 견우한테 직접 하라고 전해. 형이 형식적으로 대신할 게 아니라.”
“지금… 뭐 하자는 거냐?”
“은근슬쩍 애 물 먹이지도 말고. 형이야말로 뭐 하자는 짓이야?”
가문의 사람들이 모인 자리였다.
도상준은 그들이 겉으로는 저마다 자신이 하는 일에 집중하는 척하며, 은연중 대화를 엿듣고 있다는 것을 모르지 않았다.
그리고 도범준이 그것을 의도해, 도승우와 도견우의 마찰을 퍼뜨리며 도견우를 깎아내리고 있다는 것도.
그것을 알고 있는 도상준으로서는 화가 날 수밖에 없었다.
“네 답이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 내가 해 줄 말은 없다. 나중에라도 내 힘이 필요하면 연락해라.”
“형한테 도움받을 일은 없을 테니 그런 줄 알아.”
그러나 도상준의 심정이 어떻든, 도범준은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다 했다는 식으로 등을 돌렸다.
그러고 자리를 떠나려던 찰나….
“도범준 서브 로드!”
서재에 있는 이들의 시선이 은연중 두 사람에게 쏠려 있던 가운데.
레굴루스 클랜 제복을 입은 남자가 서재로 들어와 도범준을 찾았다.
“…그렇다는 말이지?”
도범준의 사람으로 보이는 남자는 그에게 뭐라고 귓속말을 전했다.
이내 그의 표정이 변했다.
‘무슨 일이지?’
도상준은 그가 비웃는 듯한 시선에 좋지 않은 예감을 느꼈다.
그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도범준이 주위에 다 들리라는 듯이 목소리를 높여 말한 것이다.
“아무래도 저번 일은 당사자들끼리 알아서 해결할 생각인가 본데?”
“그게 무슨 소리야?”
“훈련장에서 웬일인지 내 아들하고 네 아들이 대련을 벌이고 있다나?”
“견우가… 대련을?”
“듣기로는 견우가 승우한테 먼저 대련을 신청했다는 모양이더라고. 내가 아는 견우가 그럴까 싶지만, 정보가 틀릴 일은 없겠지.”
“….”
“하긴, 생각해 보니 견우 그 애도 신검 도가의 사람이니까 이상하게 생각할 것도 없겠네. 자신의 체면은 자신이 지킬 줄 알아야지. 그 애도 사자의 자식이기는 했던 모양이야.”도견우가 도승우와 싸우고 있다.
도상준은 도범준이 어깨를 들썩여 조롱하는 말에 아연실색했다.
사고를 치지 말라 했더니, 결국 사고를 치고 만 것이다.
‘어째 느낌이 안 좋더라니….’
도상준은 침음했다.
일전에 도견우의 실력을 본 그는 더 이상 도견우의 실력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았다.
“….”
문제는 최근 성격이 바뀐 견우가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른다는 것.
도상준은 심히 걱정이 되었다.
도견우가 한 일을 뒤처리해야 할 자신이.
그의 안색이 점점 어두워졌다.
“왜? 걱정이라도 되나 보지?”
도범준은 그가 안색이 변한 이유를 잘못 짚고 있었다.
그가 피식 웃으며 비아냥거리고, 다른 사람들을 향해 말했다.
“지금 가면 대련을 볼 수 있겠지. 심심하던 차에 잘됐네. 가서 승우랑 견우 대련하는 거 볼 사람 없나?”
“오, 그거 좋지!”
도범준이 호응을 유도했다.
취기가 달아오른 사람을 시작으로, 몇몇 사람들이 일어났다.
그의 수작이야 뻔했다.
두 사람의 대련을 공론화시켜서, 도견우의 영향력을 떨어뜨리겠다는 심보인 것이다.
물론, 그 수작은 도견우가 지는 게 전제되어야 가능했지만.
“다들 간다고 하는데, 상준이 너는 보러 안 갈 거야?”
“…가야지, 나도.”
“잘 생각했다. 네 마음은 알겠지만, 둘이서 알아서 해결하겠다고 하는데 우리가 괜히 간여하지 말자고.”
“….”
“이 대련으로 그냥 끝내자는 거야. 내 말, 무슨 뜻인지 알지?”
“그래, 그 말 잊지 마라.”
“센 척은.”
그쯤 되니 도상준은 생각하는 것을 그냥 포기하기로 했다.
판이 너무 커져서 자신이 어떻게 수습해 볼 수 있는 게 아니었다.
한편으로 자신의 아들을 무시하는 도범준에게 짜증이 일기도 했다.
‘차라리 잘된 일이야.’
어찌 보면 이것은 기회였다.
가문의 사람들의 생각을 뒤집고, 도견우가 도승우를 이기게 된다면 도견우의 평가가 크게 오를 것이다.
마냥 심란해할 일이 아니었다.
이에 그는 다른 사람들을 따라서 서재를 나서려고 했다.
당연히 그는 한지애를 챙기는 것도 잊지 않았다.
도상준은 도범준과 이야기하느라 떨어져 있던 그녀를 불렀다.
“당신도 가자. 좋은 볼거… 응?”
“승우가 견우를 괴롭혔다니?”
그리고 그는 자리에서 얼어붙었다.
“대체 그게 무슨 소리야? 왜 나는 처음 듣는 것 같지?”
“자, 자기야….”
“당신은 알고 있던 것 같고.”
한지애는 웃고 있었다.
그러나 웃는 게 웃는 게 아니었다.
도상준은 살기 위해서 본능적으로 그녀를 애칭으로 불렀지만, 아무런 효과도 없었다.
“왜 나한테는 얘기 안 했어?”
난 죽었다.
도상준은 공포에 몸을 떨었다.
* * *
신검 도가의 수재, 도승우.
그는 몇 년 지난 과거의 기억을 아직도 선명히 기억하고 있었다.
―하나를 가르치면 열을 깨우치고, 감각적으로 수왕류를 펼치는 법을 알고 있는 듯하구나.
―감사합니다!
도승우가 수재라고 불리기 전.
그 시기에 가문의 기대를 받았던 사람은 그가 아닌, 나이가 같은 도견우였다.
그는 한때는 가주인 할아버지에게 극찬을 받기까지 할 정도로 검술에 두각을 드러냈다.
그래서 그런 것인지 당시의 그는 지금과 다르게 성격이 적극적이고, 자신감에 차 있었다.
―허, 저런 애가 태어나다니….
―호흡법을 벌써 숙달했다고?
―신동이 따로 없군.
도승우가 노력을 통해 이루어진, 후천적인 수재였다면.
도견우는 태어날 때부터 타고난, 선천적인 천재였다.
그들의 재능에는 차이가 있었다.
그 차이는 어마어마해서, 쉽사리 메울 수 없는 간극이었다.
세대가 같고, 나이가 같다는 이유로 그와 평생 비교되고 경쟁해야 했던 도승우에게는 절망과도 같았다.
―너는 왜 그것만도 못하는 거냐! 내 아들로 태어난 주제에, 어떻게 그 애의 반도 따라잡지 못해!?
수왕류의 기초식을 배워, 처음으로 가문의 사람들에게 선보여야 하는 직계들의 경쟁전을 시작으로.
도승우는 걸핏하면 그와 비교되며, 자신의 부모로부터 엄한 질책을 받아야 했다.
―너는 할 수 있다. 해야 한다.
―그러고도 잠이 오는 것이냐.
―이 새끼야, 그것밖에 못 해!?
―네가 정말 내 아들이라고!?
당시의 기억은 끔찍하기만 했다.
도승우는 아버지에게 질질 끌려가, 잠을 자는 시간도 줄이며 어떻게든 도견우를 넘어서려 노력해야 했다.
그럼에도 그가 아무리 노력해도, 도견우를 이길 수 없었다.
그럴수록 괜히 도견우가 미워졌다.
―너만, 너만 없었으면….
내가 이러고 있지 않았을 텐데.
도승우는 그에 대한 원한을 삼키며 악에 받쳤다.
사실, 도승우도 알고 있었다.
도견우는 잘못한 게 없었다.
그럼에도 도승우는 자신의 부모를 차마 원망할 수 없었고, 한편으로 자신의 재능을 원망할 수도 없었다.
그것들을 원망했다가는 자신이란 존재가 부정당하는 것과 같았다.
그렇기에 그는 자신을 지키기 위해 무의식적으로 도견우를 탓했다.
미워하고, 원망하고, 증오했다.
비뚤어진 자의식이었다.
사건은 바로 그 시기에 일어났다.
―스, 승우야!
첫 대련을 펼치는 평가전에서.
도승우는 운명이 악의라도 품은 듯 도견우와 대련을 벌이게 되었다.
목검을 사용한 대련.
그 대련에서 그는 도견우가 펼친 공격식에 당해 부상을 입고 말았다.
―어, 어떡해. 피가….
도견우는 어렸고, 미숙했다.
그는 자신이 휘두른 공격이 얼마나 위험하고, 상대에게 얼마나 피해를 줄 것인지 완벽하게 판단하지 못했다.
단순히 머리로 이해하고 있던 것과 직접 눈으로 보는 것은 달랐다.
도견우는 자신의 검으로 말미암아 도승우의 팔꿈치에서 피가 흐르는 상황에 어쩔 줄 몰라 했다.
―이게!
반면, 도승우는 냉정했다.
그는 곧장 그 틈을 파고들었다.
도견우는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그는 공격을 막는 것에만 집중하고, 더는 공격을 가하려 하지 않았다.
그 결과.
―…이겼다.
도승우는 처음으로 승리했다.
그가 뒤늦게 정신을 차렸을 때는 도견우가 자신의 밑에 깔려 있었다.
―이, 이제 그만해….
―….
두 팔을 들어서 얼굴을 보호하고, 질질 짜면서.
가문에서 신동이라고 치켜세우던 도견우가 애원하고 있었다.
그 순간, 도승우는 도견우를 보며 묘한 쾌락과 충족감을 느꼈다.
그 이후로.
―애가 신동이라고 생각했더니만, 다른 애들이랑 차이가 없네.
―어릴 때는 누구나 천재인 거지. 내가 이럴 줄 알았어.
―평민의 아이가 그렇지, 뭘.
도견우는 천재가 아니게 됐다.
마치 그의 몰락을 기다렸다는 듯이 가문의 사람들은 그를 조롱해 댔다.
그러다 그는 래빗이라 불리게 되며 지금과 같은 처지가 된 것이다.
그리고 도승우는 그때를 기점으로 제 평가를 높여 나갔으며.
―토끼 1마리도 죽이지 못하고, 너 진짜 병✕이구나?
도승우는 도견우를 건드렸다.
그에게 정신적인 우위를 가지게 된 도승우는 그간 억눌려 있던 감정을 전부 터뜨렸다.
―그, 그런 식으로 말하지 마.
―그런 식으로 말하면 뭐.
―어?
―네가 뭐 어쩔 건데? 뭐, 싸우게?
―….
―나야 좋지, 싸워. 또 붙어 보자. 내가 그때처럼 때려눕혀 줄게.
도견우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완전히 도승우에게 굴복한 것이다.
―앞으로는 알아서 기어라.
―….
상대에게 위해를 입히는 것에 대해 극도로 두려워하는 겁쟁이.
도승우에게 도견우는 더는 자신의 경쟁자가 될 수 없었다.
그러나 도견우의 존재는 그 자체로 과거의 열등감을 자극하게 했다.
아니, 그는 무의식적으로 도견우를 두려워하고 있었다.
‘이게 기어오르려고 들어!’
혹시 도견우가 유약함을 극복하고, 어릴 적으로 돌아가는 게 아닐까.
그러면서 자신의 입지가 흔들리고, 다시 도견우에게 비교당하기만 하는 삶이 찾아오는 것은 아닐까 하고.
도승우는 저도 몰래 무의식적으로 그런 가정을 품고 있었다.
그렇기에….
‘네가 두 번 다시는 대들지 못하게 처참하게 짓밟아 주마.’
그는 가문의 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도견우를 쓰러뜨려, 그의 영향력을 바닥으로 떨어뜨릴 심산이었다.
그런데 상황은 다르게 흘러갔다.
“…!?”
마치 자신의 생각을 읽기나 한 듯, 도견우가 공격을 피해 낸 것이다.
‘말도 안 돼! 대체 어떻게….’
도승우는 이해할 수 없었다.
자신의 검은 그에게 닿을 듯하면 번번이 아슬아슬하게 그를 스치고, 허공을 휘젓기만 했다.
그 후에는 그의 공격이 들어왔다.
그때마다 도승우는 허공에 휘두른 검을 황급히 가져와 막았다.
팅!
검과 검이 부딪쳤다.
빠르게 움직이던 도견우와 시선이 맞닿은 것도 그때였다.
도승우는 도견우를 노려보았다.
도견우의 시선은 무심하기만 했다.
‘그 눈은 뭐야?’
별 볼 일 없다는 듯한 시선.
도승우는 그의 시선에 알 수 없는 불쾌감을 느꼈다.
아니, 그것은 열등감의 발로였다.
그동안 몸을 숨기고 있던 열등감이 도견우의 눈을 보고 솟구친 것이다.
‘이 자식이…!’
나를 무시하지 마.
도승우는 터져 나오는 말을 참으며 이를 악물었다.
그가 도견우의 검을 쳐 내고, 곧장 수왕류의 자세를 취했다.
[수왕류 공격식 제3형>그 순간, 도견우도 대응했다.
그가 도승우가 휘두를 방향에 맞춰 한쪽 발을 뒤로 물렸다.
그의 검신에 마나가 깃들었다.
사자 철편
도승우가 바라보는 세상에서.
자신이 펼친 검술이 도견우를 향해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날아간다.
철의 채찍과 같은 일격이 휘어지며 도견우의 옆구리를 노린다.
──!!
도견우가 칼끝이 바닥으로 향하게, 역수직 방향으로 검을 세운다.
자루 위에 있는 오른손이 아래로, 아래에 있던 왼손이 위로 올라가며 쥐는 자세를 바꾼다.
그리하여….
[수왕류 방어식 제2형>사자 철갑(獅子 鐵甲).
하체의 마나 회로를 활성화시켜, 발이 지면으로부터 떨어지지 않게 강하게 붙들고.
두 팔의 마나 회로를 활성화시켜, 충격을 받아 내 그대로 하체를 타고 지면으로 흘려보내는 방어식.
제2형에 속해서 배우기가 쉽지만, 상당히 난이도가 있는 검술이었다.
거의 살을 주고 뼈를 취하는 것과 다름없었으니까.
사실상 제2형은 다른 방어식으로 나아가기 위해 있는 검술이었다.
“큭…!”
그런데 도견우가 사자 철갑을 펼쳐 공격을 막은 것이다.
도승우는 낭패감에 혀를 찼다.
육참골단(肉斬骨斷).
도견우가 이렇게 살을 내주었다면, 그다음에는 그가 자신의 뼈를 취할 차례였다.
‘사자 철갑에서 이어질 수 있는 공격식은….’
도승우는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반격을 맞을 수도 있는 상황.
그의 머리는 어느 때보다 비상하게 경우의 수를 계산했다.
그렇게 해서 도출한 경우의 수는 두 가지였다.
‘제3형 사자 철편.’
그리고 제4형 사자 회침.
도견우가 이 상황에서 사용할 만한 공격식은 그것밖에 없었다.
‘어느 쪽이지?’
도승우는 도견우의 행동을 살피며, 그에 맞춰 대응하려고 했다.
그 순간, 도견우가 움직였다.
도견우는 수왕류 공격식 제….
“…커헉!”
도견우는 검술을 펼치지 않았다.
대신 그가 돌연 돌려차기를 가해, 도승우의 가슴을 걷어찬 것이다.
예상하지 못한 공격을 받은 그는 그대로 뒤로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직후….
“느리네.”
“…!”
도견우의 입가가 호를 그렸다.
도승우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가슴을 걷어차여 뒤로 밀려난 그는 냉큼 자세를 잡고 방어하려 했다.
그러나….
“느리다고.”
뒷걸음질 치는 자신과.
앞으로 걸음을 내디딘 도견우.
도견우가 한 걸음 더 빨랐다.
그가 순식간에 도승우의 뒤로 돌아 검을 내리쳤다.
“…!”
방어식을 펼쳐야 한다.
그러나 생각이 따라 주지 않는다.
무엇보다 몸이 따라 주지 않는다.
막을 수 없다.
말도 안 된다.
현실을 부정한다.
그러나 도견우의 검은 멈추지 않고 그에게로 떨어졌다.
“…어억!”
강렬한 충격이 뒤통수를 강타했다.
도승우는 그 충격에 버티려 했다.
그러나 그의 몸은 한 발을 내딛자 바로 중심을 잃고 무너져 버렸다.
의식이 멀어진다.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다.
‘안 돼….’
도승우는 입술을 달싹이려 했다.
그러나 뜻대로 움직여지지 않았다.
다만 두 눈은 그 상황에도 움직여, 시야 끝에 있는 도견우를 담았다.
이내 시야가 위아래로 뒤집히고, 도견우의 상도 거꾸로 뒤집혔다.
그 상태에서….
“잘 자라, 별것도 아니었네.”
도견우의 입가가 보였다.
그가 입가를 끌어 올리며 한 말이 멀어지는 의식 속에서 들렸다.
이윽고 의식이 끊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