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Childhood Friend of the Middle Boss RAW novel - Chapter (155)
중간 보스의 소꿉친구가 되었다(155)
박사군과 용해랑이 소환된 위치는 서로 멀리 떨어져 있지 않았다.
덕분에 두 사람은 시험이 개시되고 비교적 이른 시기에 만날 수 있었다.
이후로 그들은 함께 이정표를 찾으러 나섰다.
그 과정에서 박사군은 평소에는 알지 못했던 용해랑의 면모를 엿볼 수 있었다.
용해랑, 그는….
“해랑아! 그쪽이 아니라 이쪽이야! 지금 잘못 가고 있어!”
아주 지독한 길치였다.
용해랑은 번번이 길을 헷갈려, 어느 순간 이상한 방향으로 틀어지고는 했다.
그러다 보니 무심코 그를 뒤따르다 번번이 길을 헤매게 되기 일쑤였다.
하마터면 비슷한 상황에 처할 뻔한 박사군은 황급히 앞서 나가던 용해랑을 불러 세웠다.
“오, 그러냐. 나는 네가 이쪽으로 쭉 가면 된다고 해서 간 거였는데, 그게 아니었나 보지?”
“그게… 숲의 지형이 미로처럼 복잡하게 이루어져 있어서 그래. 길이 개척되어 있지도 않고 구불구불한 데다, 장애물에 가로막히는 경우도 있다 보니 조금씩 방향이 틀어지는 거지.”
“흠, 그런 건가. 미혹의 산림이라고 했나. 교관님들이 이곳을 시험장으로 정한 까닭을 알겠군. 자칫하면 길을 잃기 십상이겠어. 박사군, 널 만나지 않았으면 고생 좀 했을 것 같다. 고마워.”
“친구끼리 서로 돕고 사는 거지. 그럼 계속 갈까? 이쪽이야.”
“알았다! 나만 믿고 따라와라!”
“….”
다행이라면 용해랑도 자신이 길치란 사실을 자각하고 있다는 점이다.
자각하지 못해 불화를 초래하고, 속을 썩이는 것보다는 나았다.
순순히 수긍하는 그의 태도에 안심한 박사군은 올바른 방향을 제시했다.
그러자 그가 앞장을 서겠다며 쏜살같이 튀어 나갔다.
‘저건 못 고칠 것 같네.’
꼭 혈기를 주체하지 못하고 막무가내로 뛰어다니는 강아지를 보는 것 같다.
안경을 고쳐 쓴 박사군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는 얼른 용해랑의 뒤를 쫓으며, 수시로 게이트 워치를 확인했다.
이윽고 그들은 이정표가 위치한 부근에 도달할 수 있었다.
“잠깐. 누가 있는데?”
용해랑이 정지 신호를 보내며 나무 위에 착지한 것은 그때였다.
그의 곁에 선 박사군은 눈을 좁혀 이정표가 있는 곳을 바라보았다.
먼저 온 것으로 보이는 학생들이 칼부림을 벌이고 있었다.
‘다들 검을 쓰고 있는 걸로 보아, 검술 계통인 것 같은데….’
동맹이라도 맺은 듯한 다수와 소수의 싸움이었다.
그런데 다수는 수적 우위에 취해, 소수를 압박하며 깔보고, 조롱하고 있는 듯했다.
단순히 목걸이를 강탈하기 위한 작태라고는 여겨지지 않았다.
그들은 분명 시험과 관계없이 소수를 괴롭히는 것을 즐기고 있었다.
썩 보기 좋은 그림은 아니다.
박사군의 눈살이 절로 찌푸러졌다.
용해랑이 느끼는 감정은 더했다.
“상대에 대한 존중이 없다니, 몹쓸 놈들이군.”
의협 용가의 사람으로서 가만히 지나칠 수 없는 광경이었다.
무를 숭상하며, 협의를 행하는 용해랑이 분노를 표출했다.
그는 곧장 나무에서 뛰어내려, 단숨에 학생들에게 달려들었다.
뒤이어 박사군도 참전했다.
“뭐, 뭐야!?”
학생들이 별안간 전투에 끼어든 용해랑을 보고 놀라든 말든.
자세를 낮추고 허리를 틀어, 다른 한 손으로 주먹을 감싼 그가 뇌까렸다.
“어금니 꽉 깨물어라.”
* * *
추격이 붙고 있다.
처음에는 기분 탓으로 넘겼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염탐하는 기척이 늘어나고 있었다.
자신이 눈치챈 것을 알 텐데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것을 보면 좋은 의미로 접근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시선에서 간간이 살기 어린 기운이 느껴지기도 했다.
적이 확실하다.
목걸이에 이정표의 정보를 저장한 연하늘은 결론을 내리고, 은밀히 감지망을 펼쳤다.
‘못해도 10명은 되는 것 같아.’
거리가 멀어 방치하고 있었건만, 어느새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적들의 수가 많아졌다.
더군다나 이제는 사방에서 포위해, 차츰 거리를 좁혀 오고 있기까지 했다.
“….”
적들이 자신을 노리고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연하늘은 최대한 태연함을 가장하며 침을 삼켰다.
얼마 전, 도견우가 선물한 산울림을 쥔 손에 살며시 힘이 들어갔다.
‘왜 나인 거지? 무슨 목적으로?’
경쟁자를 제거하기 위함이라면, 어느 정도 납득이 간다.
자랑하는 것 같아 부끄럽지만, 자신은 수석 입학생이었으니까.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얻으려 하는 학생들의 표적이 될 법도 했다.
실제로 연하늘은 그들로부터 습격을 당하는 일이 잦았다.
그러나 현재 그녀가 처한 상황은 그것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웠다.
‘아까부터 감시하던 것도 그렇고, 이만한 규모가 통솔된 듯한 움직임을 보이는 것도 그렇고…. 너무 조직적이야.’
시험장에서 만나 급조한 집단이라기에는 체계가 잘 잡혀 있다.
사전에 작당한 게 아니고서는 말이 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시험에 대해 모르는 채로 단지 자신의 시험을 방해하고자 모의했을 것 같지는 않다.
수지가 맞지 않는 시간 낭비다.
자신이 그 정도로 집단적인 원한을 살 만한 행동을 했는가 하면 고개가 저어진다.
적어도 연하늘은 그럴 리가 없다고 여기고 있었다.
그래서 정체를 알 수 없는 학생들에게 노려지고 있는 상황을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다.
긴장됐다.
‘기프트를 사용할까?’
몬스터가 아닌 상대를 섣불리 죽일 수는 없으니, 그들을 제압하는 방식으로 대처해야 했다.
다만 현실적으로 연하늘 홀로 적들을 상대하기에는 버거웠다.
기프트를 이용해, 적들의 수만큼 자신을 분열시키는 것 외에는 마땅한 방법이 없었다.
‘…아니야. 그건 일단 보류하자.’
그럼에도 연하늘은 결단을 주저했다.
가시덩굴 첨탑 공략전에서 기프트를 제어하는 데 성공했다고 한들, 여전히 거리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기프트의 힘을 빌려야 할 만큼 위급한 상황이 아니고서야 웬만해서는 발동하고 싶지 않았다.
그때쯤, 기척을 숨기고 있던 적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사사삭! 탁! 타닥! 쏴아아!
‘…3명. 그리고 4명.’
나무 위에서 뛰어내린 학생들이 양방향에서 수풀을 가르며 달려들었다.
선 채로 눈을 흘겨, 주위를 둘러본 연하늘은 재빨리 반응했다.
수풀 속에서 번쩍인 빛을 보자마자 즉각 그곳으로 바람의 탄환을 쏘았다.
[에어 불릿>1계위 바람의 원소 마법.
효과가 비슷하고, 계위가 같은 어둠의 원소 마법인 블랙 런처에 비해, 자유도가 높은 마법은 역동적인 전투를 펼치는 데 적합했다.
지면에 발을 붙이지 않고 사용해도 반동이 크지 않았다.
살상력도 떨어지는 편이다.
그렇게 연하늘은 마법을 연사하며, 원거리 공격을 당할 여지를 차단했다.
동시에 그녀는 산울림을 휘둘러, 접근하는 학생들을 물리쳤다.
하지만 적들은 그들로 끝이 아니었다.
사그락사그락! 타닥!
‘…또 늘었어.’
기존에 있던 적들을 상대하는 사이, 잇달아 새로운 적들이 나타났다.
바람개비가 돌아가듯 순차적으로 치고 빠지며 공격하는 그들로 인해 연하늘은 고전을 면하지 못했다.
특히 무리하지 않고, 자신의 힘을 빼려 하는 세쌍둥이가 성가셨다.
‘쟤네들, 연계가 성가셔.’
우금동, 우은동, 우동동처럼 생김새가 완전히 똑같은 세쌍둥이.
마냥 미워할 수 없는 악동 같은 면이 있는 그들과 달리, 놈들은 뺀질거리는 면이 부각됐다.
음흉한 눈빛이 꺼림칙하기도 했다.
한편, 학생들은 놈들과 시선으로 신호를 주고받고 있었다.
돌아가는 추세로 볼 때, 놈들이 학생들을 지시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럼 쟤네만 쓰러뜨리면 상황이 한결 편해질 것 같은데….’
문제는 세쌍둥이의 연계가 굳건한 데다, 물러설 때를 알고 몸을 사리고 있다는 점이다.
쉴 새 없이 학생들의 견제를 당하느라 마법을 쓰는 게 제한된 연하늘은 입술을 깨물었다.
바로 그때였다.
콰르릉!
“…!”
시야 끝에서 푸른빛이 솟구쳤다.
고개를 돌린 연하늘은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빛을 보고 경악했다.
그녀가 사납게 스파크를 튀기는 빛의 정체를 몰라볼 리 없었다.
‘벽뢰가 왜….’
공격식 5형, 사자 맹공.
틀림없이 신검 도가의 검술이다.
연하늘은 반사적으로 산울림을 들어, 머리 위로 떨어지는 검을 받아 냈다.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그만 발이 지면에서 떨어졌다.
뒤로 날아간 그녀는 낙법을 취해 거리를 벌렸다.
그러고는 자신을 공격한 상대에게로 시선을 향했다.
“너는….”
“이렇게 대면하는 것은 처음인가.”
푸른 전격이 비산하는 가운데, 한 남학생이 서 있었다.
도견우를 통해 이야기를 들은 적 있던 연하늘은 바로 그의 이름을 떠올렸다.
도견우의 사촌, 도승우였다.
그리고 한때 도견우를 괴롭히며, 그에게 치욕을 주었던 장본인.
“내가 누구인지는 알고 있는 것 같으니, 따로 소개할 필요는 없겠지.”
“….”
소꿉친구와의 관계를 알고 있는 연하늘로서는 결코 반길 수 없는 존재였다.
도승우의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불쾌했다.
목소리에서는 자연히 언짢은 감정이 묻어났다.
“나한테 무슨 볼일이야? 단순히 내 목걸이를 뺏을 생각은 아닌 것 같고.”
“네 목걸이에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볼일은 달리 있지.”
히죽거린 도승우가 검을 겨눈다.
언제든 전투를 치를 수 있도록 경계를 거두지 않은 연하늘은 눈에 힘을 주고 그를 노려보았다.
“네가 그놈과 각별한 사이란 거.”
“….”
“그 이상 중요한 용무는 없지 않겠어? 내가 널 노리는 이유는 그거로 충분하지.”
“…그래. 그런 거구나.”
연하늘은 주어진 정보만으로 단번에 도승우의 의도를 알아차렸다.
정확한 속셈은 알 수 없지만, 자신을 욕보여 도견우를 건드리려는 것이다.
그렇다면 뜻대로 따라 줄 수 없다.
그의 발목을 잡는 것은 사양이다.
‘안 그래도 마음에 들지 않았어. 견우한테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내가 대신 혼내 주고 싶었는걸.’
연하늘은 투지를 감추지 않았다.
주위에 포진한 학생들이 변화를 감지하지 못했을 리 없다.
위험을 느낀 그들이 기합을 넣고 일제히 그녀에게 덤벼들었다.
그렇게 그들이 그녀의 영역으로 발을 들이기 직전.
[쇼크 웨이브>산울림을 쥐고 한 바퀴를 돈 연하늘이 회전력을 이용해 지면을 내리찍었다.
쇠망치에 깃든 마나가 폭발하며, 타격 지점으로부터 파문을 그리듯 충격을 퍼뜨렸다.
범위 안에 발을 붙이고 있던 학생들은 몸이 진동하는 감각을 느꼈다.
일부는 아예 몸을 움직이지 못했다.
‘그러니까 너희가….’
휘이익! 퍽!
“컥!”
콰직!
‘견우의 적이란 거구나.’
희고 푸른 머리칼을 휘날리며.
연하늘은 인정사정없이 학생들을 산울림으로 후려쳤다.
그들이 부상을 입든, 정신을 잃고 쓰러지든 상관하지 않았다.
단숨에 포위망에 구멍을 낸 그녀는 냉큼 도승우에게로 향했다.
쇠망치를 내리친다.
“너는, 죽어도 돼.”
“큭…!”
연하늘의 눈이 붉은빛을 번뜩였다.
정면에서 떨어지는 공격을 막기에는 위험 부담이 큰 도승우는 황급히 거리를 벌렸다.
쇠망치는 그가 있던 자리를 파헤쳐, 구덩이를 만들어 냈다.
튀어 오른 파편이 그의 뺨에 생채기를 내기도 했다.
하지만 그녀의 공격은 끝나지 않았다.
조금 전과 달리 폭력적으로.
연하늘은 산울림을 수거하는 사이 그가 가까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손가락으로 조준했다.
바람의 탄환을 연속적으로 내쏘며 그의 정신을 빼 놓았다.
“까불지 마라.”
“넌 진짜 죽었, 따아아아흑…!”
“…!”
도중에 도승우의 패거리가 기습했다.
하지만 연하늘은 즉시 쇠망치를 휘둘러, 놈들의 접근을 봉쇄했다.
그러고는 마법으로 거리를 좁혀, 도승우를 영역 안에 넣었다.
산울림이 푸른빛을 발했다.
[블래스트 해머>회심의 한 수였다.
가속도가 더해진 일격이 그대로 도승우를 찌부러뜨릴 기세로 머리 위에서 추락했다.
하지만 그녀의 공격은 통하지 않았다.
[풍랑의 가호>“…무식하기 짝이 없는 공격이군.”
도승우가 아티펙트의 힘을 사용해 견고한 바람을 몸에 두른 것이다.
예상치 못한 상황에 연하늘은 움찔했다.
세쌍둥이는 그때를 놓치지 않았다.
그들이 배후를 노렸다.
────!!
토끼 귀가 쫑긋거렸다.
허공을 가르는 소리를 들은 연하늘은 기민하게 몸을 피했다.
잠시나마 주도권을 차지하던 전세가 도승우에게로 넘어가 버렸다.
그녀는 방어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었다.
“부모도 모르고, 근본도 없는 천한 아인 주제에.”
도승우는 기세를 잃은 연하늘을 자극했다.
그녀의 심기를 거스를 말을 내뱉었다.
그 말은 비수가 되어 그녀의 가슴에 꽂혔다.
“너 같은 게 우리 가문에 어울릴 것 같냐. 그렇게 생각했다면 크나큰 오산이다.”
“….”
“분명 도견우 그놈도 흥미 본위로 너랑 놀아 주고 있는 것에 불과하겠지.”
“…멋대로 단정 짓지 마.”
도발임을 알면서도, 연하늘은 감정을 추스를 수 없었다.
동요는 곧 방심으로 이어졌다.
그녀는 공격을 허용하고 말았다.
푸슉!
“…어?”
수왕류 공격식 제2형, 사자 조흔.
치유를 더디게 하는 칼날이 연하늘의 옆구리를 스쳤다.
그곳에서 선혈이 튀었다.
연하늘의 눈이 크게 떠졌다.
그리고….
“잘 가라.”
상처 부위로 스며든 극독이 체내로 퍼지기 시작했다.
도승우는 입가를 끌어 올렸다.
* * *
유노을이 내가 모은 전리품을 Gg 포인트로 환산하는 동안.
나는 그녀가 준 사탕을 먹으며 간이 상점의 메뉴를 살폈다.
메뉴 구성이 굉장히 다양했다.
한편으로는 목이 마르고, 허기가 졌다.
점심을 먹은 지 몇 시간이 됐으니 배가 고플 만도 했다.
‘안 되겠다. 뭐라도 먹어야겠다.’
아직 포인트 환산이 끝나지는 않았지만, 넉넉하게 모았으리라.
몬스터에게서 나온 전리품은 물론, 다른 학생들의 목걸이에 저장된 정보를 탈취하기도 했으니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나는 저울 형태의 아티펙트로 마석의 가치를 재고 있던 유노을에게 말했다.
“물이랑 육개장, 정성 도시락 살게요. 포인트는 차감해서 정산해 주세요.”
“합계 55Gg 포인트야! 물건은 거기 식품 상자에 들어 있으니 알아서 꺼내 가렴.”
“아, 맞다. 라면 끓일 물은요?”
“거기 근처에 전기 포트 있거든? 사용료는 5Gg야. 그리고 옆에 전자레인지도 있어. 도시락은 전자레인지로 1분 정도 데우면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거야.”
“…그것도 사용료를 받나요?”
“응, 5Gg야.”
“….”
정말이지 포인트가 들어가지 않는 구석이 없다.
다행이라면 자릿세는 받지 않는다는 점일까.
별수 없이 추가 포인트를 지불한 나는 자리를 잡고 앉았다.
정성 도시락에, 컵라면을 먹으니 배 속이 든든해질 수밖에 없었다.
후루룩!
‘튀김우동도 좋지만, 역시 밥이랑 잘 어울리는 건 육개장이지.’
그때쯤 환산을 마친 듯한 유노을이 맞은편 자리에 앉았다.
그녀가 목걸이와 김치를 내밀었다.
“65Gg를 차감해서 328Gg야. 포인트를 단시간에 많이도 모았구나?”
“겁도 없이 기어오르는 애들이 많았거든요. 근데 김치는 뭐예요?”
“특별히 주는 서비스야.”
“오, 감사합니다. 잘 먹을게요.”
이게 바로 한국인의 정이 아닌가 싶다.
나는 김치를 곁들여 식사를 즐겼다.
유노을은 흐뭇한 미소로 턱을 괴며 그런 나를 지켜보았다.
이내 그녀가 물었다.
“사고 싶은 것은 더 없니?”
“있기야 하죠. 이정표 위치요. 여기서 제일 가까운 건 어디에 있어요?”
바닥이 보이도록 국물까지 들이켠 나는 당초 간이 상점을 찾은 목적을 꺼냈다.
내심 망설여지기도 했다.
메뉴판에 포인트로 특정인의 위치도 알아낼 수 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마음 같아서는 하늘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 알아내고 싶지만… 그래서는 안 되겠지.’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충분히 많은 포인트를 보유하고, 성적에 연연하지 않는 나로서는 연하늘을 찾고 싶은 마음이 앞서기만 했다.
하지만 그녀가 이 일을 알았다가는 버럭 화를 낼 게 뻔했다.
‘포인트 아깝게 그러면 어떡하니? 나는 나 때문에 네가 손해를 보는 건 싫단 말이야. 너한테 피해 주기 싫어.’
머릿속에서 연하늘의 반응이 그려진다.
필시 그녀는 좋아하면서도 내게 미안해할 터였다.
그녀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던 나는 아쉽더라도 욕심을 참을 수밖에 없었다.
이미 포인트가 차감되기도 했다.
“여기서 최단 거리에 위치한 이정표는 3시 방향으로, 1.2㎞ 내에 있어. 게이트 워치로 정확한 좌표를 전송해 줄게.”
“네, 감사합니다. 그나저나 일부 품목은 퍼센트 단위로 포인트를 지불하는데, 너무 많은 거 아니에요?”
“특정인의 위치나 성적을 찾는 것은 개인 정보에 해당하니까. 그만큼 가치가 무거울 수밖에 없지 않겠니?”
“하긴, 틀린 말은 아니네요.”
시험은 한창 진행 중이었다.
용건을 마친 나는 이정표를 찾아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했다.
유노을이 화제를 던진 것은 그때였다.
“그러고 보니 견우야, 그거 아니?”
“뭘요?”
“들려오는 정보로는, 승우네 파벌이 네 파벌을 습격하고 있다던데…. 그뿐만 아니라, 마주치는 사람들을 가만두지 않는다는 모양이더라고.”
“….”
“지금 성적 상위를 달리고 있는 사람들도 모두 승우네 파벌이라고 하고.”
“그 정보, 저한테 막 알려 줘도 돼요?”
“원래라면 안 되지. 하지만 조금 사정이 특별하거든. 그런데 당황하지 않는 걸 보니 아무래도 알고 있었나 보네? 어디서부터 이야기해야 할지 난감했는데 잘됐다.”
유노을이 다리를 바꿔 꼰다.
이내 말 못 할 얘기라도 전하듯, 테이블 위로 몸을 내민 그녀가 내 귓가에 속삭였다.
“우리랑 협력하지 않을래?”
“…우리요?”
“그래, 우리. 나랑 다른 교관님들.”
“….”
교관들이 협력을 제안한다니.
아무래도 자세한 내용을 들어 볼 필요가 있을 듯했다.
“일단 들어나 볼게요. 결정은 그다음에 하고요.”
“손해는 절대 보려 하지 않는 성격이구나. 그래, 걱정하지 마. 손해는 아닐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