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Childhood Friend of the Middle Boss RAW novel - Chapter (170)
(170) [삽화]
일반적으로 마법 간의 우위를 정하는 것은 바로 계위다.
마법을 펼치는 과정에 동원된 심장의 고리가 많으면 많을수록 출력은 증가할 수밖에 없다.
같은 회로를 사용한다고 가정할 때, 2계위 마법은 1계위 마법보다 2배 높은 출력을 자랑한다.
비슷한 식으로 3계위는 3배, 4계위는 4배, 5계위는 5배….
절대적으로 단언할 수는 없지만 계위가 올라가는 것에 따라 출력이 배로 상승하는 셈이다.
결국 이 법칙을 뒤집기 위해서는 마나량이나 마나 회로 같은 다른 요소에 힘을 쏟아야 한다.
물론, 당연히 비효율적이다.
‘심장의 고리 × 마나 회로 = 마법의 출력’이란 공식에서 마나 회로가 출력에 미치는 영향은 상대적으로 적다.
1계위 마법으로 10개의 마나 회로를 사용하는 2계위 마법과 동등한 출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20개의 마나 회로를 이용해야 한다.
마법을 펼치는 데 신경 써야 할 요소가 많아지는 꼴이다.
선천적으로 타고나는 경향이 강한 체내 마나량은 말할 필요도 없다.
후천적으로 마나량을 늘리기 위한 노력은 기대 효과가 떨어진다.
그러므로 순수한 출력 싸움에서 계위는 낮을수록 불리하다.
민아린에게는 통용되지 않았지만.
“흥, 날 무시하더니 꼴좋네.”
기프트, 현자의 눈은 웬만한 마법 현상은 관찰하는 즉시 해석한다.
상대가 어떤 마법을 발동할지 사전에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은 곧 미리 대처할 수 있다는 뜻이다.
수 싸움을 벌여야 하는 전투에서는 대단한 장점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서로의 패를 감추는 것을 기본으로 하는 마법사 간의 싸움에서 유리하다.
또한 마도 민가의 교육을 받은 민아린은 일반적인 잣대로 평가할 수 없는 인물이었다.
3계위 끝자락에 이르러 있는 그녀가 자신보다 한 계위 높은 먼지벌레를 상대로 밀리지 않고, 오히려 그를 상회한 것은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놈이 전개한 마법은 그녀에 의해 주위에 어떠한 피해도 주지 못했고, 그 틈을 탄 강한별에게 공격을 허용해 버리고 말았다.
“역시 내 실력은 어디 안 간다니까?”
훗 하고 코웃음 치며.
민아린은 정신을 잃고 쓰러진 먼지벌레를 내려다보고는 붉은 머리칼을 뒤로 젖혔다.
그동안 친구들의 활약에 가려 내심 신경 쓰고 있던 그녀는 마침내 자랑할 만한 공적을 세워 충만감을 느꼈다.
절로 콧대가 솟았다.
오늘 이 경험을 바탕으로 하면….
‘연하늘 걔도 이길 수 있어.’
자신감이 하늘을 찌르는 민아린은 몇 번이고 연하늘을 무릎 꿇리는 상상을 떠올리며 히히거렸다.
그리고 자신의 곁에는 도견우가….
―아, 린, 아?
‘…뭐, 뭐야.’
상상에 빠진 민아린은 흠칫했다.
분명 쓰러뜨렸을 연하늘이 어느새 멀쩡한 상태로 자신을 보며 음침하게 웃고 있었다.
눈앞까지 다가온 그녀가 손에 쥔 쇠망치를 들어 올렸다.
―내가… 저번에 말했을 텐데? 집적거리지 말라고. 왜… 손대? 죽고 싶니?
“…식빵.”
어째서 상상도 마음대로 하지 못한다는 말인가.
연하늘의 쇠망치에 당한 트라우마가 이리 깊게 남아 있었단 말인가.
상상 속에서 쇠망치에 머리를 맞은 민아린은 정신이 확 깼다.
그녀는 눈살을 찌푸렸다.
‘걔는 물리력이 문제야, 진짜.’
만약 순수하게 마법으로 겨룬다면 승산은 현자의 눈을 보유한 민아린에게 있었다.
하지만 가진 수를 모두 사용하는 전투에서는 달랐다.
마법 외에도 체술에 능하고, 무엇보다 쇠망치를 무기로 쓰는 연하늘이 훨씬 더 앞섰다.
현자의 눈도 물리력 앞에서는 진가를 발휘하지 못했다.
결국 연하늘을 이기기 위해서는 물리력을 압도할 정도로 강해지든 혹은 그녀 역시 물리력을 기르는 수밖에 방법이 없었다.
그녀는 자신의 팔을 살폈다.
‘나도 근육이나 키울까….’
모든 것의 근간은 체력이고, 마법도 마찬가지다.
최근 들어 체력의 중요성을 깨달은 민아린은 진지하게 고민했다.
한편, 강한별은 먼지벌레에게서 전리품을 노획하는 중이었다.
그는 보물이라도 찾는 사람처럼 흥분으로 눈을 반짝였다.
“본전은 뽑은 것 같은데?”
그래도 고생한 보람이 있다.
먼지벌레의 소지품들을 선별한 강한별은 희희낙락했다.
그러고는 지팡이로 손을 뻗었다.
‘…알겠다. 이렇게 사용하는 거구나.’
굳이 자세한 감정을 받아 성능을 확인할 필요는 없었다.
오른손으로 지팡이를 쥔 순간, 자연히 지팡이에 대한 정보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손으로 쥐는 도구라면 무엇이든 달인의 경지로 숙달되게 이끄는 기프트, 레저넌스 핸즈가 발동한 것이다.
이내 지팡이에 마나를 불어넣은 강한별은 안전한 장소를 찾아, 그곳을 가리켰다.
지팡이 끝이 붉은빛을 뿜었다.
[밤 스위치(Bomb Switch)>일정 거리에 있는 좌표를 지목해, 폭발 마법을 설치하는 디바이스.
지팡이의 성능을 확인한 강한별은 만족스러운 웃음을 띠었다.
“제법 유용하게 쓸 수 있겠네.”
비록 먼지벌레가 사용한 것처럼 폭발의 위력은 강하지 않았지만, 전투를 보조하기에 충분하다.
흑단 재질로 이루어진 지팡이를 금속패로 환원한 강한별은 다른 소지품들로 관심을 돌렸다.
마술사들이 쓸 것 같은 모자, 하얀 망토, 마지막으로 모노클.
“이건 어디에 쓰는 것들이지?”
예상하기는 했으나, 안타깝게도 기프트는 반응하지 않았다.
손으로 다루는 도구가 아니었으니 어쩔 수 없었다.
모자를 쓴 강한별은 아쉬워하며 입맛을 다셨다.
아무래도 나머지 소지품들은 따로 감정을 받을 수밖에 없을 듯했다.
아니면 헌터들이 구속구를 채우는 먼지벌레에게 직접 물어보든가.
그러다 모노클에 마나를 불어넣어 이리저리 둘러볼 때였다.
“어?”
모노클을 통해 본 세상은 신묘했다.
의식하지 않아도 대기에 녹아든 마나의 흐름이 보였다.
초점을 소지품들로 이동하자, 깃들어 있는 섭리가 알기 쉽게 풀이됐다.
강한별은 깨달았다.
‘이건 감정 마법이 내장돼 있는 아티펙트였구나.’
정밀한 감정은 불가능한 듯했지만, 간단하게라도 파악할 수 있으니 꽤나 유용하겠다.
다만 안경을 쓰지 않는 자신은 선호도가 떨어졌다.
그럴 바에는 다른 사람에게 주고, 필요할 때 도움을 받는 게 나을 듯했다.
“이건 사군이한테 줘야겠다.”
어차피 모노클은 마법을 담은 그릇에 불과하다.
근간은 마법의 섭리가 새겨진 렌즈에 있다.
박사군도 모르지는 않을 테니 알아서 안경 렌즈를 교체해 사용할 것이다.
결론을 내린 강한별은 모노클로 다른 소지품들을 감정하기로 했다.
‘모자는 정신을 맑게 하고, 망토는 몸을 가볍게 만드는 아티펙트인가 보네.’
썩 끌리는 성능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나쁜 것은 아니다.
다른 친구들도 같이 고생했으니 원하는 사람이 있다면 줘야겠다.
볼일을 마친 강한별은 전리품들을 포켓에 집어넣으려 했다.
그런데 망토와 모자가 입구에 막혀 들어가지 않았다.
‘아, 이런….’
아공간과 연결돼 있는 포켓.
그 포켓이 수용을 거부한다면, 의미하는 바는 하나였다.
포켓이 수용할 수 있는 용량을 초과하고 만 것이다.
“조만간 정리하기는 해야겠네.”
특례 입학한 강한별에게는 워낙 적이 많았다.
또한 투귀 서정진의 제자인 탓에 간접적으로 원한 관계에 놓인 사람들도 적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강한별은 그들과 숱하게 시비가 붙었고, 포켓은 빠르게 찰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몬스터들에게서 얻은 전리품들도 그대로 보관하고 있었으니 공간이 부족할 만도 했다.
결국 직접 드는 수밖에 없다.
그는 한숨을 쉬었다.
한편으로는 욕심이 났다.
“포켓이 좀 작은 거 아닌가? 이래서는 많이 못 뺏는데….”
어떻게 용량을 확장할 방법이 없을까.
제 스승을 뛰어넘고 싶어 하는 강한별은 중얼거렸다.
[흑참나무 지팡이]◆ 장비 분류
―지팡이(완드)
◆ 상세 설명
―빌런 먼지벌레를 대표하는 지팡이.
―폭발과 관련된 섭리가 깃든 흑참나무로 만들어졌다.
―어린 투귀 강한별이 빌런 먼지벌레에게서 약탈했다.
◆ 상세 효과
―스킬 「밤 스위치」
―마력 80 이하에 한해, 마력 +1
[매지컬 실크 해트(Magical Silk Hat)]◆ 장비 분류
―모자
◆ 상세 설명
―4성위 악마 카스파의 힘이 깃든 마술사 모자.
―오랜 시간이 지나도 닳지 않도록 특수한 보존 마법이 걸려 있다.
―어린 투귀 강한별이 빌런 먼지벌레에게서 약탈했다.
◆ 상세 효과
―스킬 「클리어 마인드(Clear Mind)」
―4성위 악마 카스파와 흑마법 계약을 맺을 시, 1번에 한해 습득 조건을 대신한다.
[화이트 도브 클로크(White Dove Cloak)]◆ 장비 분류
―망토
◆ 상세 설명
―도브 레이스(Dove Wraith)의 커튼으로 제작된 망토.
―때가 잘 탄다.
―어린 투귀 강한별이 빌런 먼지벌레에게서 약탈했다.
◆ 상세 효과
―스킬 「하이딩(Hiding)」
―이동 속도 +3%
[스마트 모노클(Smart Monocle)]◆ 장비 분류
―장신구(안경)
◆ 상세 설명
―현자 올리버의 안경 렌즈로 제작된 모노클. 그로 인해 본래의 힘이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빛을 잘 반사하는 탓에 외견상 눈이 보이지 않는다.
―어린 투귀 강한별이 빌런 먼지벌레에게서 약탈했다.
◆ 상세 효과
―스킬 「척척박사」
―마력 +2
* * *
먼지벌레가 폭발 마법을 설치한 장소는 대관람차의 동력에 관여하는 중심부 장치 부근이었다.
눈을 부릅뜨고 샅샅이 찾던 우리는 즉시 타고 있던 곤돌라를 빠져나와 그곳으로 향했다.
헌터를 지망하는 우리에게도 상당히 위험천만한 행동이 아닐 수 없었다.
“하늘아, 바람에 균형을 잃지 않도록 조심해.”
“응… 너도. 잘못해서 떨어질 수도 있으니까 발밑 잘 봐.”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
그렇게 안전에 유의하며 접근한 우리는 폭발 마법을 해제하고는 원래 있던 곤돌라로 돌아왔다.
나는 강한별에게 전화를 걸어서는 이 소식을 전했다.
그제야 우리 역할이 끝난 셈이다.
나머지는 먼지벌레와 전투를 벌일 강한별 파티의 몫이었다.
긴장을 푼 우리는 등받이에 기대, 몸에서 힘을 빼고 늘어졌다.
“나, 이 고도까지 올라온 건 거의 손에 꼽는단 말이야…. 진짜… 너무 높아서 무서워 죽는 줄 알았어….”
“나도야….”
밖에 나가 있는 동안 기프트가 몇 번이고 발동했는지 모른다.
불빛밖에 보이지 않는 발밑으로 푹 꺼질 것만 같은 심정은 가능한 다시는 느끼고 싶지 않았다.
반쯤 드러누운 나와 연하늘은 연신 앓는 소리를 냈다.
그로부터 시간이 지나서는 서로 말수가 적어졌다.
“….”
평소라면 시답잖은 화제를 꺼내며 이야기를 나눴을 테건만.
이상하게 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것은 연하늘도 마찬가지인 듯했다.
자세를 정돈하고 창가에 몸을 기댄 그녀는 입을 다물고 있었다.
그러면서 시선은 나를 곁눈질했다.
“하하….”
나는 연하늘과 눈이 마주칠 때마다 겸연쩍게 웃었다.
그녀도 나를 따라 웃고 나서는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어색하네…. 괜히 멋쩍고….’
밀폐된 공간에 단둘이 있어서 그런 탓일까?
잘 모르겠다.
가슴 한편이 싱숭생숭하고, 간질거린다.
싫은 기분은 아니지만 낯설다.
마치 무언가 알 수 없는 기류가 우리 사이를 맴돌고 있는 것 같다.
의식할수록 마음이 커지고, 부푼다.
‘이대로 내릴 때까지 계속 하늘이랑 시선을 주고받고 있어야 하는 건가….’
대관람차가 한 바퀴 회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1시간.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는 몰라도, 앞으로 몇십 분은 타고 있어야 한다.
길다.
그 시간 동안 서로만 힐끔거리면서 시간을 보내고 싶지는 않았다.
안 되겠다. 뭐라도 말해야겠다.
내가 그렇게 생각할 때였다.
[세 번째 블라인드 고도에 진입했습니다. 사랑과 우정이 넘쳐 나는 시간입니다. 이 시간 동안 내부에서 일어나는 상황은 외부에 보이지 않습니다. 마지막이니만큼 화끈하게 해방하세요!]정점에 올랐던 대관람차가 내려가며 마지막 블라인드 타임이 시작됐다.
스피커에서 감미로운 노래가 흐르고, 조명이 형형색색으로 빛났다.
괜스레 움찔한 나는 허리를 꼿꼿이 폈다.
연하늘도 흠칫 반응했다.
그녀가 팔을 가슴 쪽으로 모으며 어깨를 좁혔다.
내 눈치를 보는 붉은 눈이 조명에 비쳐 보석처럼 반짝였다.
‘…예쁘네.’
저 시선에 꿰뚫릴 것만 같다.
나는 애써 정신을 가다듬으며, 뭐라도 말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하늘아.”
“꺅!”
“….”
이름만 불렀을 뿐인데.
그 반응은 너무하는 거 아니냐.
나는 구석으로 몸을 바짝 피하는 연하늘을 보고 어처구니가 없었다.
미약하게 몸을 떠는 모습이 꼭 육식 동물을 앞에 둔 초식 동물을 보는 느낌이다.
어쩐지 나를 무서워하는 것 같아 심기가 상했다.
“내가 잡아먹기라도 하냐. 안 잡아먹어. 그냥 이름 좀 불렀을 뿐인데 너무하는 거 아니야?”
“….”
나는 혀를 차며 투덜거렸다.
그러자 어느 정도 진정이 된 듯한 연하늘이 슬며시 구석에서 몸을 뗐다.
그녀가 조그만 어조로 입을 열었다.
“나는… 잡아먹혀도 되는데….”
바로 그때였다.
난데없이 밤하늘 상공에 폭죽이 터졌다.
펑!
“….”
펑! 펑! 펑펑!
“….”
펑! 펑펑펑! 펑펑! 펑펑펑펑! 퍼퍼퍼펑…!
“….”
이름하여, 하트랜드의 대표적인 볼거리 중 하나인 사랑과 우정의 천사.
연하늘이 뭐라고 중얼거린 소리는 그대로 폭죽 소리에 묻히고 말았다.
“와아….”
“엄청 화려하게도 터지네.”
폭죽이 끝도 없이 치솟는다.
밤하늘이 번쩍이고, 꽃봉오리가 터지듯 불꽃이 피어오른다.
형형색색의 불씨가 중력에 끌려 밤하늘 아래로 사라진다.
창밖으로 시선을 향한 우리는 폭죽 세례를 보며 감탄했다.
“너무 예쁘다. 그치?”
“그러게….”
어느새 우리는 얼굴이 가까워진 채 대화를 주고받고 있었다.
조금 전에 느낀 어색한 분위기가 아예 거짓말 같았다.
그런 한편, 나는 재잘거리며 웃는 그녀에게 물었다.
“아까 뭐라고 말한 거야?”
“어?”
“아까 나한테 뭐라 하지 않았어?”
토끼처럼 동그랗게 눈을 뜬 연하늘.
멍하니 붉은 눈을 깜빡인 그녀가 이내 피식 웃으며 답했다.
“몰라, 안 알려 줄 거야.”
“너, 내 욕했지?”
“비이밀!”
진짜, 사람 궁금하게….
뭐가 좋은지 키득거리는 연하늘은 끝까지 알려 주지 않겠다는 듯한 기세였다.
그녀의 입을 여는 것을 포기한 나는 멋대로 생각하기로 했다.
내 칭찬을 한 게 틀림없다.
‘그래, 뭐…. 하늘이 네가 좋으면 그걸로 된 거지.’
창문에 댄 손날이 연하늘의 손날과 부딪친다.
부드러운 살결이 닿는다.
“….”
깨지지 않게, 조심스럽게.
나는 연하늘의 손을 쥐었다.
“아….”
연하늘이 작게 탄성을 내뱉는다.
잠시 내게로 고개를 돌린 그녀가 이윽고 조용히 내 손을 맞잡았다.
그렇게 우리는 관람차에서 내릴 때까지 불꽃과 야경을 구경했다.
* * *
“도견우! 너무하는 거 아니야!?”
“누구는 몬스터 토벌이나 다녔는데, 누구는 대관람차를 타!?”
“둘이서 아주 재미있게 놀았네, 재미있게 놀았어!”
우리가 대관람차에서 내렸을 때는 사건이 일단락된 뒤였다.
세쌍둥이를 비롯해 집합 장소에서 만난 친구들은 못마땅하다는 듯 우리를 흘겨보았다.
그 시선을 이기지 못한 연하늘은 움츠러들며 미안해했다.
하지만 스스로에게 떳떳한 나는 당당하게 입을 열었다.
“우리가 놀긴 뭘 놀았다는 거야? 너희가 떨어지면 죽을 높이에서 폭탄을 해제하는 기분을 알아? 모르면 말을 말아.”
“와, 도견우…. 진짜 뻔뻔하다.”
“하늘이랑 대관람차 타고 싶어서 우리 몰래 탔다가 얻어걸린 거면서!”
“하늘이 다 알아! 뻥 치지 마! 너 그러다 죽어서 지옥 가!”
“스읍.”
“사실 견우가 대단하기는 해. 따지고 보면 하늘이랑 목숨 걸고 폭탄을 해제한 거잖아?”
“야, 진짜 그걸 어떻게 찾았냐? 헌터들도 다 깜짝 놀라더라!”
“너희가 아니었으면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을 거야! 아마 먼지벌레도 잡지 못했겠지!”
“잘 알고 있네.”
결과적으로 나와 연하늘의 활약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니 주눅이 들 필요는 없었다.
당연히 그 사실을 모를 리 없던 친구들은 다소 서운함을 내비칠지언정, 크게 따지지 않았다.
또한 강한별이 두둔해 주기도 했다.
“너희가 아니었으면 먼지벌레를 상대하기 성가셨을 거야. 도와줘서 고마워.”
실상, 이번에 가장 고생한 사람이 바로 강한별이었다.
먼지벌레를 제압하는 데 일조한 그가 우리의 편을 들어 준 덕에 상황은 원만히 넘어갔다.
그건 그렇고….
‘쟤는 저걸 왜 쓰고 있는 거지?’
먼지벌레에게서 약탈한 전리품인지, 강한별은 마술사나 쓸 법한 모자를 머리에 쓰고 있었다.
거기에 하얀 망토를 두른 모습이 영 우스꽝스럽기만 했다.
나로서는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아마 다른 사람들도 생각이 같을 것이다.
그런 한편, 박사군은 감동한 얼굴로 모노클을 보며 뭐라고 중얼거리고 있었다.
“날 위해서 준 거라니…. 고마워, 한별아. 소중히 할게.”
정황으로 보아, 강한별이 전리품을 박사군에게 나눠 준 모양이다.
게임에서도 그랬지만, 두 사람은 정말 사이가 좋은 듯했다.
파티원들의 화목한 관계를 원하는 나는 그 광경을 반겼다.
그때, 고은비가 주의를 환기했다.
“얘들아, 주목! 원래라면 아까 불꽃놀이 시간에 맞춰서 대관람차를 탈 예정이었거든. 이후에 늦은 저녁을 먹으러 가려고 했고. 그런데 일정이 틀어져 버려서…. 우리 차라리 대관람차에서 저녁을 먹는 게 어떨까!?”
“안에서 음식을 먹을 수 있나요?”
“얌. 나는 찬성이야. 너무 좋지.”
“와아! 높은 곳에서 밥 먹는 거야? 신선하네! 재미있을 것 같아! 이런 게 식도락이라는 건가? 어쨌든 나도 찬성이야!”
“아는 사람한테 들은 건데, 프리미엄 패스는 취식이 가능하다더라고. 그러니 먹을 걸 사 가서, 먹으면서 야경을 구경하는 게 어떨까?”
고은비의 제안은 무척 매력적이었다.
우리는 반대하는 사람 없이 제안에 따르기로 했다.
저녁은 광장에 있는 음식점에서 각자 먹고 싶은 것으로 골랐다.
그러고는 남자, 여자로 그룹을 나눠 곤돌라에 올랐다.
‘하늘이랑 같이 타고 싶었는데….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어차피 단둘이 타기도 했고.’
연하늘만 신경 써서는 안 된다.
친구들과 관계를 증진하기 위해서는 그들에게도 신경을 써야 한다.
그러지 않고서는 연하늘 1명에게 인간관계를 매몰시킬 뿐이다.
건전한 인간관계를 만들 수 없다.
사정은 그녀 역시 다르지 않았다.
내가 남성진과 유대를 쌓는다면, 그녀는 여성진과 유대를 쌓으며 관계를 다질 필요가 있었다.
그렇게 나와 그녀가 연결고리가 돼, 서로 친목을 도모하는 것이다.
나는 남자들과 저녁을 먹는 한편, 야경을 구경하며 떠들었다.
여담으로.
[첫 번째 블라인드 고도에 진입했습니다. 사랑과 우정이 넘쳐 나는 시간입니다. 이 시간 동안 내부에서 일어나는 상황은 외부에 보이지 않습니다. 여러분의 꿈과 희망을 해방하세요!]“….”
블라인드 타임이 찾아올 때마다 우리가 탄 곤돌라에는 왠지 모를 숙연함이 찾아왔다.
우리는 말없이 음식을 우물거렸다.
* * *
“역시 놀이공원의 마지막 묘미는 회전목마 아니겠어!?”
오후 11시가 되고 있다.
이제 곧 하트랜드가 폐장할 시간이다.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정신없이 논 우리는 고은비의 추천에 따라 회전목마를 타러 갔다.
‘회전목마도 어마어마하네….’
하트랜드의 회전목마는 무척이나 거대하고 화려한 모습을 자랑했다.
그 앞에서 열심히 사진을 찍은 우리는 안으로 발을 들였다.
그러고는 각자 원하는 목마를 찾아 뿔뿔이 흩어졌다.
“하늘아, 너는 뭐 탈 거야?”
“나? 음…. 나는 이 말로 할래.”
“유니콘?”
“응, 주위에 있는 말 중에서는 이게 제일 예쁜 것 같아.”
연하늘은 살아 있는 것처럼 생긴 하얀 유니콘 목마를 가리켰다.
나는 그녀가 목마에 탈 수 있게끔 손을 잡아 주었다.
“고마워.”라고 내게 작게 속삭인 그녀는 옆으로 앉는 형태로 자세를 잡았다.
“너는 뭐 탈 거야?”
“나는 저거로 타게.”
“페가수스?”
연하늘이 탄 유니콘 목마 근처에는 흰 날개를 펼친 페가수스 목마가 자리하고 있었다.
나는 그 목마의 등에 올라탔다.
잠시 후, 목마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히이잉!
목마에서 말 울음소리가 흘러나온다.
앞발을 들어 올리는 자세를 취하자 곳곳에서 사람들이 까르르 터뜨리는 소리도 들렸다.
넘어지지 않게 봉을 잡은 연하늘도 즐기고 있었다.
‘굉장하네….’
앞으로 나아갔다 뒤로 물러나고, 위로 올라갔다 아래로 내려가고.
제각기 속도를 조절하는 회전목마는 실제로 살아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실감을 주었다.
게다가 홀로그램이 구사하는 배경과 연출도 인상적이기만 했다.
몽환적이다.
마치 구름 위를 날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무엇보다….
170
‘예쁘네.’
형형색색의 빛을 뿌리는 조명 아래에서 연하늘이 화사하게 빛나고 있었다.
사람들 중에서 유독 눈에 띄는 그녀가 나를 보고 입 모양으로 “재밌다.”라고 뻐끔거렸다.
그러고는 한가득 미소를 짓는다.
그녀에게 완전히 시선을 빼앗긴 나는 그만 넋이 나가고 말았다.
[빙! 빙! 돌아가는― 회전목―마처럼―.]노랫소리는 귀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내 귀는 오직 연하늘의 웃음소리에, 눈은 오직 연하늘에게 집중했다.
무언가 마법에라도 걸린 것처럼 그녀에게 사로잡히고 말았다.
‘진짜….’
내가 얘를 많이 좋아하기는 하나 보다.
이 시간이, 영원히 계속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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