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Childhood Friend of the Middle Boss RAW novel - Chapter (171)
(171)
깜짝 선물
가시덩굴 첨탑 공략전에서 활약한 강한별은 단순히 투귀 서정진의 배경을 등에 업었을 뿐이란 오명을 불식하고, 자신의 실력을 입증했다.
나아가 실상은 조금 다를지라도, 이번 중간고사에서는 신검 도가의 직계 도승우를 쓰러뜨리는 업적을 세우기도 했으니….
이제는 누구도 그의 자격과 수준을 의심할 수는 없었다.
그럼에도 금강 아카데미에는 여전히 그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가 아무리 활약을 펼친다 한들, 입학시험을 치른 학생들과 달리 특례로 입학했다는 사실이 꼬리표처럼 따라붙었기 때문이다.
이사진 중에는 투귀와의 악연까지 고려해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부류도 존재할 정도였다.
그러다 보니 강한별은 그들에게 입학 허가를 받기 위해서라도 틈틈이 소혜율이 내 주는 과제를 수행하고는 했다.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어서 와요, 강한별 학생. 시험은 잘 봤나요? 이번에 신검 도가의 학생을 쓰러뜨렸다죠? 이젠 저희 학생이 아니지만…. 그래도 축하해요. 정진이가 이 이야기를 들으면 많이 좋아할 거예요. 정진이하고는 자주 연락하고 지내죠?”
“사부님이 연락하는 걸 그리 좋아하시는 편이 아니라서요. 가끔 답장만 오고 있어요! 최근에는 게이트에 들어가서 한동안 연락이 안 될 거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래도 제자한테는 유할 줄 알았더니, 정진이는 정진이인가 보네요.”
교무관 최상층, 이사장실.
소혜율에게 연락을 받은 강한별은 오전 수업을 마치고 바로 이사장실을 찾았다.
그녀와 몇 차례 대면한 적 있는 그는 이제는 편하게 자리에 앉아 대화를 나눴다.
오승아가 가져다준 음료를 받고, 샌드위치로 손을 뻗는 행동에는 스스럼이 없었다.
그녀는 흐뭇한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저번처럼 또 점심을 먹지 않고 올 것 같아서 준비한 거예요. 밖에 더 있으니까 많이 먹어요.”
“네! 감사합니다, 이사장님! 샌드위치가 정말 맛있네요. 이사장님도 드세요.”
“그래요.”
딱히 입맛이 당기지는 않지만, 마침 허기가 질 시간이기도 하고, 선을 긋듯 거절할 수도 없다.
같이 밥을 먹는다는 행위에는 상대의 경계심을 무너뜨림으로써 친밀감을 주는 효과가 있다.
강한별과 양호한 관계를 유지하고 싶은 소혜율은 에그 샌드위치를 하나 집어 들었다.
내용물이 흘러내리지 않게 주의해서 입가로 가져간다.
“…맛있네요.”
“그렇죠?”
음식을 먹는 것을 순수하게 즐기지 못하게 된 지도 오래다.
그런데 오늘은 언제 그랬냐는 듯 혀끝에 감칠맛이 돌았다.
처음에는 깨작거리던 소혜율은 하나를 해치운 것을 시작으로, 연이어 접시에 손을 댔다.
“아….”
“….”
어느새 정신이 들었을 때는 강한별이 멍하니 쳐다보고 있었다.
소혜율은 뒤늦게 체통을 차렸다.
“미안해요. 제가 추태를 보였네요.”
“아니요, 저는 괜찮은데요?”
“저 때문에 많이 못 먹었을 텐데, 추가로 가져오게 해야겠네요.”
티슈로 입가를 닦은 소혜율은 비서실장 오승아를 불렀다.
밖에서 대기하던 오승아에게 주문을 요청한 그녀는 이내 용건을 전하기로 했다.
그녀가 편지 봉투와 상자를 꺼내, 강한별의 앞으로 밀었다.
“이번에 한별 학생이 풀어야 할 과제예요. 한번 확인해 보세요.”
“게이트에 들어가는 건가요?”
“네, 맞아요.”
폭이 좁고 손바닥만 한 상자는 게이트 키가 들어갈 만한 크기였다.
아니나 다를까, 뚜껑을 연 상자에는 황색 게이트 키가 들어 있었다.
강한별은 편지 봉투를 뜯어, 안에 적힌 내용을 살폈다.
과제는 간단히 한 줄로 요약할 수 있었다.
“로즈 포톤 슬라임과 골든 포톤 슬라임 각각의 정수를 50개씩 제출하시오…?”
“좀 많죠? 몬스터에게서 마석 외에 다른 부속품은 잘 나오지 않으니까요. 그래서 이번 과제는 파티로 참가해도 된다는 조건이 포함되기도 했어요. 한별 학생의 친구들도 끌어들일 수 있다는 거죠.”
조용히 문을 열고 들어온 오승아가 빈 잔을 채우고, 샌드위치를 내려놓는다.
소혜율은 샌드위치로 손을 뻗으며 부가 설명을 이어 나갔다.
“슬라임이라고 다 같지는 않아요. 서식 환경과 습성에 따라 다양하니까요. 그중 포톤 슬라임은 많이 희귀한 편에 속해요. 부속물을 여러 분야에 활용할 수 있어 가치가 높기도 하고요. 아마 한 번쯤 이름은 들어 봤을 거예요.”
“아공간과 연결된 포켓을 만드는 재료로 쓰인다고….”
“대표적인 사례죠. 잘 알고 있네요. 수업에서 배운 걸까요? 어쨌든, 이 게이트 키를 사용하면 그 몬스터들만 출몰하는 게이트에 입장할 수 있을 거예요. 그런 의미에서 무척이나 귀한 키죠. 혹시나 잃어버리지 않도록 조심해요. 윤 이사가 한별 학생의 실력을 알아보겠다고 큰마음 먹고 금고에서 꺼낸 키니까요.”
“그런 걸 저한테 맡겨도 되는 건가요? 다른 키들도 얼마든지 있었을 것 같은데….”
“윤 이사가 소싯적에 정진이한테 빚을 진 적 있는 거로 알아요.”
“….”
“아마도 그때 진 빚을 한별 학생한테 대신 갚으려는 게 아닐까요? 거기서 얻은 전리품으로 용돈 벌이나 하라고요. 어디까지나 제 추측이지만요.”
“아…. 과제를 내는 이사님들은 다 저를 좋아하지 않는 줄 알았는데 그건 아닌가 보네요.”
“모든 이사가 그런 건 아니에요. 정진이가 주위에 적이 많기는 해도, 윤 이사처럼 정진이한테 은혜를 입은 이사들도 꽤 있거든요. 그 사람들 경우에는 한별 학생을 시험하는 분위기에 편승해 실력을 확인하고, 뭐라도 쥐여 주고 싶은 거죠.”
강한별은 샌드위치를 우물거리며 고개를 끄덕였다.
마음 한편으로는 자신의 사부에게 미담이 있다는 소리가 기쁘기도 했다.
그때, 소혜율이 그가 혹할 만한 이야기를 꺼냈다.
“윤 이사가 전해 달라더라고요. 만약 종류와 관계없이 포톤 슬라임의 마석 200개를 제출하면 지금 쓰고 있는 포켓의 용량을 늘려 주겠다고요.”
“정말요!?”
그러지 않아도 포켓의 용량이 작아 고민이 많았던 참이다.
강한별은 테이블 위로 몸을 내밀며 반색했다.
소혜율은 키득 웃음을 흘렸다.
“네, 정말요. 그러니 열심히 해요.”
“네, 이사장님! 감사합니다!”
“감사는 저한테 할 게 아니라 윤 이사한테 해야죠. 괜찮으면 다음에 저한테 제출하러 올 때, 윤 이사한테 고맙다는 편지도 같이 써 오세요. 제가 넘겨줄게요.”
“그럼 그때 부탁드릴게요!”
강한별이 씩씩하게 대답했다.
이후로 그는 소혜율과 근황을 나누다, 오후 수업 시간에 맞춰 자리에서 일어났다.
“….”
이사장실은 단숨에 조용해졌다.
잠시 강한별이 나간 문을 쳐다본 소혜율은 나직이 중얼거렸다.
“웃는 게 꼭 그 애를 닮았네….”
처음에 서정진에게 편지를 받았을 때는 코웃음을 쳤었다.
다소 불쾌하기도 했다.
그야, 애제자를 잘 부탁한다면서 자신의 환심이라도 끌어 보려는 듯 그 아이를 거론한 것 같았으니까.
하지만 소혜율은 강한별을 볼수록 묘하게 그 아이를 닮았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
감정을 추스른다.
눈을 감고 정신을 가다듬은 소혜율은 곧 접시에 남아 있던 샌드위치를 집었다.
한 입 베어 문다.
그녀는 처연한 어조로 읊조렸다.
“맛이 없네.”
* * *
하트랜드에서 보낸 어제 하루가 너무 그립다.
늦게까지 놀이기구를 타고 놀고, 그것도 모자라 기숙사 사감의 눈을 피해 내 방에서 밤새도록 술 파티를 벌인 우리는 끝내 일상으로 돌아와야 했다.
당연히 제대로 자지 못한 상태로 수업이 머리에 들어올 리 없었다.
오전 수업을 듣는 나와 민아린은 빈번히 꾸벅꾸벅 졸았다.
그때마다 홍예나와 유노을의 꾸중이 떨어졌다.
“도견우, 민아린, 일어나. 너희는 반 대표가 됐으면서 이러면 안 되지. 한 번 더 잠들었다가는 감점을 줄 줄 알아.”
“둘 다 어제 하트랜드에서 재밌게 놀았나 보네? 근데 얘들아, 놀 때는 놀더라도 공부할 때는 열심히 공부해야 하지 않겠니? 이제 그만 수업에 집중하자, 교관님 서운하게 하지 말고. 응?”
“죄송합니다….”
“이것들이 술 냄새까지 풍기고…. 도대체 얼마나 마셨으면 마법으로도 해결이 안 되는 거니? 안 되겠다. 얘들아, 다 문 열어. 조는 애들도 많은데 바람 좀 쐬고, 환기 좀 시키자.”
교탁에서 코를 틀어막는 홍예나.
창가 자리에 앉아 있던 학생들은 그녀가 시키는 대로 따랐다.
확실히 창밖에서 바람이 불어오니 어느 정도 잠이 깨는 것 같았다.
한편, 우리는 유노을에게 볼을 잡혀 혼이 나야 했다.
아마 다른 반에 있는 친구들도 비슷한 일을 겪고 있지 않을까.
“너희는 오늘 사탕 없어. 알았지?”
“네에….”
그깟 사탕이 무슨 대수인가 싶지만.
신기하게도 유노을이 포상으로 주는 사탕에는 묘한 중독성이 있었다.
나와 민아린은 실망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사실, 이래야 덜 야단맞는다.
“갔지?”
“어, 갔어.”
유노을이 떠난 것을 확인한 우리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이후로 우리는 수마에 대항하며 거의 자신과의 싸움을 벌였다.
그렇게 다행히 졸지 않고 버티며 종례를 맞이할 수 있었다.
“아씨, 봉사 가기 싫은데….”
“그러게 누가 사고 치래? 그냥 네 업보라고 생각해.”
6교시, 초급 검술1 수업이 있기까지 2시간이 빈다.
마음 같아서는 기숙사로 돌아가 한숨 붙이고 싶었지만, 그래도 역시 점심을 거를 수는 없었다.
나는 시간이 맞는 친구들과 함께 점심을 먹기 위해 짐을 쌌다.
옆자리에서 가방을 챙기는 민아린은 푸념을 늘어놓았다.
그녀의 경우, 도서관에서 책을 정리하는 교내 봉사가 예정돼 있었기 때문이다.
자업자득이었다.
“봉사 열심히 하고, 힘내라. 그래도 끝이 없는 건 아니잖아?”
“아, 식빵. 한 대 치고 싶네. 맞을래? 이게 사람 화나게 하고 있어.”
나는 앞으로 이백몇 시간 남았다는 민아린의 불행에 낄낄거렸다.
그녀는 으르렁거리듯 노려보며 이를 갈았다.
급기야 화를 참지 못하고 손바닥으로 내 어깨를 때리기도 했다.
소리만 큰 공격에 아플 리 없던 나는 웃음을 멈추지 않았다.
그러자 그녀가 흥 소리를 냈다.
“진짜…. 만약 연하늘이 그랬으면 아주 꼴값을 떨었을 거면서….”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인지 구시렁구시렁 불만을 표하는 민아린.
선을 지킬 줄 아는 나는 더 이상 그녀를 자극하지 않기로 하며 어깨를 으쓱였다.
“무슨 꼴값을 말하는지 모르겠지만, 너한테 한 것처럼 대했을걸?”
“뭐? 정말?”
“쇠망치에 얻어맞고 싶지 않아서 적당히 눈치를 봤겠지만….”
“역시 답은 물리력인가….”
“응?”
“진짜 근육이라도 키워야 하나….”
…얘가 뭐라는 거지?
민아린이 문득 상념에 빠진 얼굴로 알 수 없는 말을 웅얼거렸다.
이내 고민을 중단한 듯한 그녀가 허겁지겁 가방을 멨다.
“늦겠다. 나 먼저 갈게!”
“그래, 잘 가. 수고하고.”
민아린이 붉은 머리칼을 휘날리며 자리를 떠났다.
그러다 돌연 걸음을 멈춰 서서는 반쯤 홱 몸을 돌렸다.
“야, 도견우, 저기….”
“….”
두 손으로 한쪽에 멘 가방끈을 쥐고, 입을 우물거리는 민아린.
말을 고른 듯한 그녀가 입술을 뗐다.
“점심, 맛있게 먹으라고.”
“어…. 너도 맛있게 먹어.”
“그럼 난 간다!”
무슨 말을 꺼내려나 했더니 겨우 상투적인 인사였을 줄은 몰랐다.
나는 도망치듯 강의실을 나가는 민아린을 보고 고개를 갸웃했다.
“하늘이나 보러 가야겠다.”
마침 연하늘도 시간이 맞아서 같이 점심을 먹기로 했다.
강의실을 나선 나는 그녀를 만나러 갔다.
고은비는 덤이었다.
“하늘아, 수업 시간에 괜찮았어? 나는 졸려 죽는 줄 알았는데.”
“응…. 계속 잠이 오는 걸 참느라 혼났지 뭐야. 지금도 좀 졸립네.”
“힘들면 나한테 기댈래?”
“응!”
“와…. 교관님이 질문해도 멀쩡히 잘 대답하고, 노트 필기도 깨끗했으면서 무슨…. 그에 비해 난 침 흘리고 자다가 혼나고, 노트 필기도 개발새발이었는데…. 견우야, 하늘이 지금 뻥….”
“응? 은비야, 내가 언제? 혹시 꿈이라도 꾼 게 아닐까?”
“아… 어… 응, 마, 맞아! 내가 꿈이랑 헷갈렸나 봐! 하늘이도 나랑 같이 침 흘리고….”
“난 침 안 흘렸는데.”
“…그냥 하늘이 말이 다 맞아.”
“하늘이 말이 다 맞긴 하지.”
연하늘이 내 곁으로 붙는다.
나는 피로한 기색이 가득한 그녀의 어깨를 보듬어, 행여나 그녀가 쓰러지지 않게 지탱했다.
조금 낯간지러워도 그녀를 위해 감수할 수 있는 정도였다.
그대로 최대한 평정심을 유지하며 근처 카페테리아로 향했다.
“다들 피곤하지는 않아요? 저희가 전날에 너무 놀긴 했나 봐요.”
“쿠울….”
카페테리아에서는 먼저 온 친구들이 자리를 잡고 기다리고 있었다.
우리를 발견하고 손을 흔들어 준 리사는 힘이 없어 보였다.
이미 점심을 뱃속에 저장한 차은솔은 테이블에 엎드려 자고 있었다.
그 외에 친구들과 대화를 주고받은 나는 원래 있어야 할 사람을 찾았다.
“한별이는? 보이지 않네?”
강한별과 대체로 시간표가 겹치는 나는 그의 부재를 의아해했다.
평소라면 같이 점심을 먹으면서 다음 수업을 들으러 가기 전까지 수다나 떨고 있었을 것이다.
자리에 있는 리사와 박사군은 그런 내 의문에 답해 주었다.
“아까 이사장님의 호출을 받았거든. 점심은 알아서 해결할 테니 우리끼리 먹으라더라고.”
“과제 건으로 부른 모양이더라고요. 아카데미 생활로도 바쁠 텐데, 거기에다 특별 과제라니…. 힘들 만한데도 전혀 티를 내지 않는 한별이 대단한 것 같아요. 그런데 아린은요?”
“아린이는 도서관 봉사. 일하면서 대충 빵으로 때우겠다나 뭐라나….”
“그래서 보이지 않았던 거군요. 아린도 많이 바쁘겠네요.”
아카데미에 특례로 입학한 강한별은 그 자격을 증명하기 위해 이사진의 시험에 임해야 했다.
강한별과 친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사정이었다.
이야기를 들은 나는 금방 수긍했다.
‘과제라…. 게임에서는 이 시기에 소혜율이 어떤 과제를 내 줬었지?’
연하늘의 옆에 앉아 점심을 먹는 나는 생각에 잠겼다.
기억에 따르면, 이번 과제는 게이트에서 포톤 슬라임의 정수를 구해 오는 것이었으리라.
강한별은 보상으로 포켓 인벤토리의 슬롯을 확장할 수 있었다.
인벤토리 슬롯 개수에 아쉬워하던 플레이어들에게는 솔깃할 만한 보상이었다.
하지만 그 보상을 받을 수 없는 나로서는 관심이 가지 않았다.
오히려 내가 관심이 가는 것은 골든 포톤 슬라임의 부속품이었다.
‘그놈들에게서 나오는 법석이 있어서 나쁠 것은 없어. 앞으로 여러모로 도움이 될 거야.’
특히 연하늘에게 필요하다.
나는 옆자리에서 음식을 입에 넣는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와 눈이 마주쳤다.
“응? 왜 그래? 갑자기 쳐다보고….”
“너 먹는 게 그냥 보기 좋아서. 맛있어?”
“…다른 애들도 있는데 그러지 마. 부끄럽게…. 너도 먹을래?”
“한 입만 먹을게. 음…. 네가 주니까 맛있기는 하네.”
“그럼 하나 더 먹을래?”
“아니야, 됐어. 너도 먹어야지. 나는 이제 내 거 먹을게.”
“…나는 안 줄 거야?”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음, 나는….”
게임에서 골든 포톤 슬라임은 이번에 강한별이 과제로 들어갈 게이트에서만 출몰한다.
그만큼 희소한 축에 속하는 놈들이다.
물론, 신검 도가의 이름을 빌리면 달리 정보를 입수할 수 있겠지만, 번거롭고 까다롭다.
놈들의 법석을 얻을 거라면 적기는 이때밖에 없었다.
‘파티로도 참여할 수 있는 과제니까 어떻게 한별이를 꼬셔서 들어가면 될 것 같은데….’
연하늘의 입에 음식을 물려 준 나는 방법을 궁리했다.
그런데 머리를 굴릴 필요가 없었다.
때마침 강한별에게서 톡이 온 것이다.
[강한별]: 견우야, 이따 저녁에 시간 돼? [강한별]: 이사장님이 과제를 내 주셨는데 이번에는 다른 사람이랑 같이 해도 된다고 해서! [강한별]: 시간 되면 나랑 같이 게이트 ㄱ?나는 입가를 끌어 올렸다.
그러고는 곧장 답장을 보냈다.
[나]: 나야 좋지 [나]: 게이트 ㄱㄱ* * *
강한별은 나를 비롯해 박사군, 용해랑, 리사, 세쌍둥이도 끌어들여 파티를 편성했다.
“게이트에 들어가서 사냥할 거라고!? 나도! 나도, 나도 데려가!”
남유리는 강한별이 권하기도 전에 단톡방에서 소식을 듣자마자 곧장 우리를 찾아왔다.
애초 그녀를 부를 생각이었던 나는 참가 요청을 마다하지 않았다.
비유하자면 그녀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었다.
자칫 그녀가 잘못된 길로 탈선하지 않도록 스트레스 관리에 신경을 써야 했다.
요즘 들어 좀이 쑤셔 하던 그녀였던 만큼 이참에 몸을 풀면 그나마 안정이 될 터였다.
이외에 다른 친구들의 파티 참여는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미리 말해 줬다면 모를까, 미안한데 시간을 내긴 힘들 것 같아. 나는 패스할게.”
도서관 봉사를 우선해야 하는 민아린은 제의를 거절했다.
“미안, 얘들아. 나는 아는 선배들이랑 저녁 약속이 있어서….”
우리보다 친구가 많은 고은비는 기만자다운 기질을 보여 주었다.
[미안, 숙제가 많아서 안 갈래. 아니, 못 갈 것 같아. 얌….]전화로 뻔뻔하게 거짓말을 한 차은솔은 연락이 두절됐다.
마지막으로 연하늘은.
“나는 시간 되는데….”
“너는 집이나 지키고 있어.”
내가 허락하지 않았다.
취옥 기숙사 앞으로 배웅을 나온 연하늘은 항의하듯 입술을 삐죽였다.
그럼에도 뜻을 고치지 않은 나는 손을 뻗어 토끼 귀를 만졌다.
그녀는 샐쭉해하면서도 가만히 내 손길을 받아 주었다.
“나 이제 괜찮아.”
“알고 있어.”
“그럼 왜 안 된다는 건데?”
“얼마 자지 못해서 피곤할 텐데 오늘은 푹 쉬라고. 내일 아침에 수업 들으러 가야지.”
“너는 수업 안 들어?”
“나야 근성으로 버티면 되지. 근데 너는 안 돼, 자야 해.”
“완전 내로남불이야….”
“이것도 내로남불이라고?”
“나 빼고 자기만 혼자 들어가려 하고…. 아주 나빴어.”
“네가 나쁜 남자는 인기가 많댔지? 그럼 나도….”
“으이구, 내가 말을 못 해….”
“오늘은 우리끼리 갈게. 이해해 줘.”
어차피 현재 인원으로도 충분했다.
굳이 연하늘이 참전하지 않아도 강한별의 과제를 완수할 수 있었다.
그녀가 애꿎게 고생할 필요는 없는 것이다.
무엇보다.
‘게이트에 들어가는 목적을 알면 자신은 괜찮다며 극구 말리겠지….’
연하늘 심리학에 능통한 내가 그녀의 성격을 모를 리 없었다.
그래서 데려가고 싶지 않은 것이다.
내게 미안해할 것 같아서.
나는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마 오래 걸릴 거야. 어쩌면 또 밤을 새울 수도 있어. 그러니까 혹시 기다리려 하지 말고, 먼저 자고 있어.”
“…그래도 늦지 않게 돌아오도록 해. 너도 내일 수업 들으러 가야지.”
“저기, 견우? 얼마나 늦게 있으려고 그러는 건가요? 저도 내일 수업이 있는데, 이런 이야기는 못 들은 것 같은데요….”
뒤에서 리사가 뭐라고 투덜거린다.
나는 그녀가 하는 말을 흘려들으며 지긋이 연하늘만 눈에 담았다.
그녀도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한눈팔면… 안 돼?”
“한눈? 웬 한눈?”
“토끼 말고 슬라임한테 빠지지나 말라구.”
“별 이상한 소리를 다 하네….”
괘씸하다는 듯 손가락으로 힘없이 내 가슴을 콕콕 찌르는 연하늘.
나는 어처구니가 없어 실소했다.
그러다 문득 기발한 생각이 떠올라 스마트폰을 꺼내 들었다.
화면에 그녀를 담았다.
“뭐 하는 거야?”
“네 사진이나 찍으려고.”
“내 사진은 왜?”
“네가 한눈팔지 말라며. 들어가서 슬라임한테 시선이 갈 것 같으면 네 사진이나 보게.”
“….”
“싫어?”
“…각도 조금만 내려. 그 각도에서는 작고 못생기게 나올 거야. 너무 가까이에서도 찍지 마. 얼굴 크게 나온단 말이야. 필터도 좀 잘 고르고….”
“걱정하지 말고 가만히 있기나 해. 내가 잘 찍어 줄 테니까.”
토라진 표정을 짓는 연하늘을 사진으로 남긴다.
만족스러운 사진을 찍은 나는 입가를 끌어 올렸다.
“어때? 잘 나왔지?”
“으으…. 뭔가 마음에 안 드는데….”
“나는 마음에 드는데? 네 사진, 안에 들어가서 잘 쓸게.”
“…일찍 돌아와야 해. 알았지?”
그렇게 연하늘을 달래고.
우리는 인공 게이트로 향했다.
[게이트에 입장했습니다.] [황색: 포톤 슬라임의 들판 II]*****************************************************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