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Childhood Friend of the Middle Boss RAW novel - Chapter (179)
(179)
호법
반 대항전의 기본 골자는 깃발 뺏기다.
양 반은 상대의 깃발을 탈취해, 자신의 진지에 있는 깃발 꽂이에 넣어야 했다.
이때, 당연히 자신의 깃발을 지키는 것 또한 전제돼 있었다.
결국 공성과 수성 능력을 동시에 겸해야 하는 경쟁인 셈이다.
따라서 그 점을 각별히 고려해서 진형을 짜야 할 필요가 있었다.
이에 나는 평소보다 일찍 등교해, 민아린과 머리를 맞댔다.
“내 생각에는, 우리 중 1명은 진지에 남아서 방비를 굳건히 하는 편이 좋을 것 같아. 일단 누구 1명은 남아서 지휘해야 하고, 전력을 균형 있게 편성해야 하니까. 우리가 공성팀이 되면 공성전에는 유리할지 몰라도, 수성전에는 불리할 거 아니야?”
“그게 정석적인 방법이기는 해. 기껏 깃발을 빼앗아서 돌아왔는데, 우리 진지가 털려 있으면 말짱 도루묵이기도 하고. 그럼 누가 남고, 누가 가게? 역시 내가 가는 게 좋겠지?”
“아무래도 나보다 기동력이 뛰어난 네가 공성팀으로 빠지는 게 낫기는 할 거야. 공성전에서는 화력이 중요하다지만, 이건 공성전의 탈을 쓴 쟁탈전이니까. 기동력이 더 우선된다고 봐. 나는 제대로 엄호를 받지 않으면 힘을 쓰기 힘들고. 남아서 수성에 집중하는 편이 좋겠지.”
“알았어. 그러면 내가 공성팀 하지, 뭐. 이건 잘 먹을게. 양이 많네? 내 몫까지 가져온 거야? 고마워.”
“딱히 널 위해 챙겨 온 건 아니고, 나 혼자 먹으면 네가 불쌍해서 겸사겸사 챙겨 온 거거든? 내가 선심 쓴 거야. 알아?”
“솔직하게 같이 챙겼다고 말하면 되지, 아닌 척은….”
“아, 아니라고! 아니야! 아니거든!?”
그러지 않아도 아침을 먹지 못해 배가 고픈 참이었는데 잘됐다.
등교한 학생들이 얼마 되지 않아 한가한, 교학관 1학년 17반 강의실.
나는 민아린이 건넨 도시락 통에서 샌드위치를 꺼내 먹었다.
그녀에게 듣자 하니, 기숙사 식당에서 양해를 구하고 싸 왔다는 모양이다.
나는 그녀의 준비성을 칭찬하며 배를 채웠다.
그때, 그녀가 내 눈치를 살피며 조심스레 물었다.
“맛있어?”
“맛있는데? 우리 기숙사 음식이 맛있기는 한 것 같아. 한별이네 기숙사는 평범한 편이라잖아. 다음 학기에는 어떤 기숙사에 배정될지 모르겠는데, 거기도 음식이 맛있으면 좋겠네.”
“그, 그렇구나…. 맛있는 거구나. 역시 내가 특별히 준비한 거니 맛있을 수밖에 없지.”
“그러고 있지 말고 너도 먹어. 어째 나만 먹고 있는 것 같은데.”
“아, 응.”
내가 먹는 모습을 구경하며 어쩐지 만족스러워하는 민아린.
정작 샌드위치를 만든 당사자는 기숙사 식당에서 근무하는 사람들인데, 꼭 자신이 만든 것처럼 우쭐해하다니 참 우스운 일이다.
나는 피식 입가를 끌어 올렸다.
‘얘도 참 별나다니까.’
다른 친구들도 그렇지만, 게임에서 그들을 표현하기에는 한계가 있던 것 같다.
어울리다 보면 이따금 의외인 면을 발견하고 만다.
게임에서보다 더 입체적이고, 생동감이 있다.
그들과 함께 게임의 등장인물이었던 나 역시 마찬가지다.
나는 강의실 앞 자판기에서 뽑은 음료를 마셨다.
민아린이 화제를 되돌린 것은 그러던 중이었다.
“근데 정말 믿어도 되는 거지? 어제도 말했었지만, 공사는 구분해서 대항전에 참여하도록 해. 만약 연하늘과 싸우게 되더라도 봐주지 말란 소리야. 알았어?”
“알았다니까. 나도 부대표로서 책임감 있게 임할 거라고 몇 번을 말해.”
“좋아, 나랑 약속한 거야?”
“그래그래.”
민아린이 노란 눈으로 쏘아보며 재차 확답을 요구한다.
연하늘에게 경쟁의식을 가지는 그녀는 허투루 승부를 가리고 싶지 않은 것이다.
그런 그녀의 마음을 모를 리 없던 나는 바라던 대로 답해 줬다.
나로서도 이왕 하는 대결인 만큼 최선을 다할 생각이었다.
“그럼 다음은 반 애들인데… 여기서부터 문제네. 야, 뭐 좋은 생각 있어?”
“우리 눈에 괜찮다 싶은 애들은 일단 먼저 편성하고, 다른 애들은 회의를 통해 편성할까?”
“우리가 걔네들 실력이나 성격을 다 파악하고 있는 건 아니니까…. 그래, 그렇게 하자.”
1학년 17반의 전체 인원은 50명.
계통도, 실력도, 성격도, 취향도 다른 그들을 편성하기에는 여러모로 고려해야 할 게 많았다.
그래서 우리는 임시로 편성을 짜고, 조금 있을 회의에서 다 같이 논의하기로 했다.
홍예나가 대항전을 준비하는 우리를 위해 특별히 오늘 수업을 대체해 주기로 한 덕분이었다.
아마 다른 반의 상황도 같을 것이다.
당장 연하늘과 고은비가 있는 8반도 오늘 오전 수업은 대항전 회의로 대신한다는 듯했다.
‘그나저나 다른 반이라고 하니까 한별이 반도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지 궁금하기는 하네.’
강한별이 있는 12반은 게임에서 두 번째 반 대항전 상대로 만나는 25반과 붙게 됐다.
25반에는 흑마 오가의 방계인 오준식이 재학하고 있다.
‘흠….’
거의 모든 게임에 등장하는 적들은 스토리가 진행되는 시기에 맞춰, 밸런스 조절을 위해서라도 주인공이 노력 여하에 따라 쓰러뜨릴 수 있는 수준으로 설정된다.
주인공이 무슨 수를 쓰더라도 아예 쓰러뜨리지 못하는 적은 등장하지 않는다.
물론, 예외는 존재하는데 그 경우에는 플레이어가 납득할 만한 이유가 준비되어 있다.
주인공을 죽이지 않고 떠난다거나, 시스템이 다음 스토리를 위해 죽이지 못하게 강제한다거나, 망겜의 경우에는 버그가 있다거나….
공략 난이도가 상당하다고 통하던 게임 『브레이브 하츠』의 사정도 다르지 않다.
그러니 오준식은 강한별의 실력으로 쓰러뜨리지 못할 상대가 아니다.
민아린의 반과 벌이는 대항전이 게임에서와 다르게 생략됐다고 해도, 영향을 주지는 못하리라.
‘어차피 그 에피소드에서 기인한 가시덩굴 첨탑 에피소드는 공략한 마당이니까.’
애초 오준식의 존재는 전에도 말했듯, 기말고사 기간에 발생하는 에피소드의 징검다리에 지나지 않는다.
그만큼 강한별이 벌일 전투는 어렵지도, 그렇다고 쉽지도 않은 수준으로 전개되리라.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다.
다만 죽어도 되살아나지 못하는 세상을 살기에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하여, 공략 난이도를 최대한 낮추고 싶을 따름이다.
이 경우에는….
‘리사의 힘이 있어야 해.’
게임을 기준으로.
오준식은 앞서 적으로 나온 도승우, 민아린에 비해서 위험하지 않다.
그에게는 도승우처럼 빠르고 강하게 상대를 몰아세울 수 있는 근접 전투 능력과 민아린처럼 무자비하게 포격을 가할 수 있는 화력이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귀찮고, 성가시다.
그는 흑마법을 주무기로, 상대와 거리를 벌려 싸우는 원거리 전투를 선호했다.
또한 디버프나 저주 같은 보조기로 구질구질하게 전투를 이어 나가는 방식을 보여 주었다.
‘거기에 다 끝날 것 같을 때쯤에는 포션으로 체력과 마력을 회복해 짜증을 유발했지.’
게임 커뮤니티에서는 오준식을 ‘흑마 오가의 깔짝이’라고 불렀을 정도다.
준비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멋모르고 그에게 패배하고 만 플레이어도 제법 수두룩했다.
어쩌면 시스템에 얽매이지 않는 이 세상에서는 보다 깔짝스러운 전법이 가능할지 모를 일이다.
그렇기에 흑마법에 대항할 수 있는 사람인 리사의 도움이 필요했다.
백마법 계통에 속한 그녀라면 분명 그의 전법을 파훼할 수 있을 터였다.
‘그래서 전생에서도 플레이어들이 리사를 그에 맞춰 육성했는데….’
문제는 어떻게 자연스럽게 리사에게 그 스킬을 익히게 할 것인가였다.
나는 한껏 머리를 굴리기로 했다.
* * *
반 대항전의 대진표가 결정된 후로.
학생들은 최근 들어 반별로 모여 훈련하는 시간을 가지고는 했다.
강한별이 속한 12반도 예외는 아니다.
오히려 첫 번째 대항전의 상대가 하필이면 십가문 중 하나인 흑마 오가의 사람이 있는 반이란 사실을 알게 된 그들은 더더욱 연계 훈련에 매진하고 있었다.
이날 또한 그랬다.
“얘들아, 수고했어. 잠시만 쉬었다 다시 연습해 보도록 하자.”
“20분만 쉬도록 할게요! 시간 되면 이곳으로 모여 주세요!”
밤이 늦은 저녁 시간, 연마관.
수업이 끝나는 대로 이곳에 모인 12반 학생들은 대항전에 준비하느라 힘썼다.
반 대표로서 훈련을 주도하는 리사와 박사군은 그런 그들에게 휴식을 주는 것을 잊지 않았다.
‘20분이면 시간은 충분하겠네. 물이나 마시고 와야겠다.’
반 학생들과 함께 훈련에 참가한 강한별은 흐르는 땀을 닦았다.
마침 물병에 든 물은 바닥나고, 목이 마르던 참이었다.
그는 휴식 시간을 이용해 정수기에서 물을 떠 오기로 했다.
‘애들이랑 같이 가고 싶긴 한데, 바쁜 것 같으니까 방해하지 말자.’
강한별은 한편에 있는 리사와 박사군을 곁눈질했다.
힘든 것은 매한가지일 테건만.
두 사람은 쉬지 않고 돌아다니며 학생들을 격려하거나, 전략에 대해 논의하는 등 대항전과 관련된 대소사를 도맡고 있었다.
속으로 그들의 노고를 응원한 그는 조용히 훈련실을 빠져나와 정수기로 향했다.
그러고는 물병에 물을 가득 채워, 물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아, 시원하다.’
접근하는 기척을 느낀 것은 그러던 중이었다.
강한별은 자신에게 걸어오는 상대에게 고개를 돌렸다.
“안녕? 네가 투귀 님의 제자라며? 전부터 한번 만나고 싶었는데, 이렇게 만나네. 반갑다, 나는 흑마 오가의 오준식이라고 해. 직계가 아닌 방계지만.”
“….”
자신이 반 대항전에서 붙게 될 상대라고 직접 소개한 것이나 다름없는 남학생.
흑마 오가의 오준식.
강한별은 인상이 좋게 생긴 그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이내 시선은 그가 오른손에 쥔 지팡이에 멈췄다.
‘좋아 보이네, 저거.’
은으로 된 까마귀가 장식된 검은 지팡이.
사부 서정진의 가르침을 받아, 남다른 눈썰미를 지니게 된 강한별은 슬쩍 살핀 것으로도 대강 물건의 가치를 파악할 수 있었다.
그런 그가 보기에 오준식의 지팡이는 몹시 탐이 날 만했다.
눈을 빛내고, 입가를 끌어 올린 그는 오준식이 내민 손을 맞잡았다.
“대항전에서 볼 줄 알았는데, 여기서 보게 되네. 나도 반가워. 강한별이라고 해. 잘 지내보자.”
“그러게 말이야. 대진표 운이 참 나쁘게 뽑힌 것 같단 말이지. 설마 처음이 너희 반이라니…. 이런 식으로 만나게 됐지만 친하게 지내보자. 개인적으로 양호한 관계를 유지하고 싶거든. 너도, 너랑 같이 다니는 애들하고도. 다음에 소개 좀 해 줘라.”
“소개라면 어려울 것도 없지. 다음에 밥이나 먹자. 그 전에 대항전부터 해야겠지만.”
“그래야겠지.”
“그래서 말인데… 우리 내기하지 않을래?”
“내기?”
털털하게 말하는 모습으로 보아, 제법 붙임성이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선뜻 다가온 것은 물론, 친구들을 언급한 것을 보면 나름의 목적도 있는 듯했다.
단순히 친해지기 위해서든 혹은 인맥을 통해 얻을 게 있어서든.
짧게나마 오준식이란 인물에 대해 추측한 강한별은 시원한 어조로 제안했다.
갑작스럽게 제안을 받은 오준식은 눈을 깜빡이며 되물었다.
“네 지팡이, 흑마 오가 소유의 보물 맞지?”
“그렇기는 한데, 설마….”
“내가 반 대항전에서 이기면 네가 들고 있는 지팡이를 받아 가도록 할게. 반대로 네가 이기면 내 검을 가져가도록 해. 이 검도 그 지팡이에 못지않을 거야. 사부님의 보물 중 하나거든.”
“가문에 있을 때 투귀 님에 대한 일화를 듣기는 했다만…. 투귀 님의 제자가 맞기는 한가 보네. 네가 시비를 건 애들의 무기를 약탈하고 다닌다던 소문도 거짓은 아니었던 것 같고….”
“그래서 할래, 말래? 안 하면 강제로 빼앗을 거지만.”
오준식이 어처구니없다는 듯한 얼굴로 혀를 내두른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명가의 사람은 그들만의 자부심이 있었고, 특히 십가문의 사람은 더했다.
비록 방계라고는 해도 그 역시 십가문의 사람이었다.
게다가 투귀 서정진과 인연이 있는 가문의 사람으로서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
이에 표정을 고친 그가 응했다.
“좋아, 가주님께서도 소싯적에 투귀 님의 도전을 피하지 않으셨다던데, 이렇게 거절할 순 없지. 서로 억울해하지 않도록 정정당당하게 겨뤄 보도록 하자.”
“말이 통해서 좋네. 정정당당하게 잘 싸워 보자.”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눈을 마주치고 웃은 두 사람은 맞잡은 손에 힘을 줬다.
그렇게 잠시 힘겨루기를 하고 먼저 손을 푼 사람은 오준식이었다.
“이거 마셔. 마침 오는 길에 자판기에서 뽑은 건데 아직 한 입도 대지 않았어. 잘 지내보자는 우호의 증표로 주는 거야.”
“너, 정말 좋은 애구나? 그래, 잘 마실게.”
“그럼 나는 간다. 훈련 잘해라.”
“너도 훈련 열심히 해!”
주머니에 손을 집어넣은 오준식이 스포츠 음료를 꺼내, 강한별에게 건넸다.
캔을 받은 강한별은 등을 돌려 떠나가는 그를 배웅했다.
이윽고 그가 모퉁이를 지나면서 보이지 않게 되자….
“…미지근하네.”
표정을 거둔 강한별은 나직이 읊조렸다.
뽑은 지 얼마 되지 않았다는 것치고 캔 음료는 차갑지 않았다.
이리저리 캔 음료를 살핀 그는 뚜껑이 있는 윗면에 아주 작은 구멍이 나 있음을 알아차렸다.
딸칵!
안에 무엇이 들어 있을지 확인하기로 한다.
강한별은 음료의 냄새를 맡고, 손가락으로 한 방울을 찍어 핥았다.
치사성이 있는 독을 넣었으리란 걱정은 접었다.
상대는 흑마 오가의 사람이다.
제정신이 아니고서야 이런 식으로 대놓고 그런 독을 넣었을 리는 없었다.
‘뭔가 들어 있긴 한 것 같은데….’
오랫동안 산에서 생활했기에 독에는 어느 정도 내성을 지닌 강한별이다.
음료를 살짝 맛본 그는 미묘한 감각을 포착했다.
‘수상한 건 안 먹는 게 상책이지.’
사부, 서정진의 가르침이다.
쓴웃음을 지은 강한별은 정수기 위에 캔 음료를 놓았다.
청소업자나 다른 사람들이 치워 주거나 아니면 누군가 대신 마실 것이다.
그는 조금 전 오준식이 떠나간 모퉁이를 보며 중얼거렸다.
“재미있는 애네.”
반 대항전이 기대된다.
그리고 흑마 오가의 보물이란 검은 지팡이를 손에 넣고 싶다.
자신을 위해, 사부를 위해.
* * *
요즘 반 대항전을 준비하다 보니 반 학생들과 어울리는 일이 잦아졌다.
걸핏하면 아침도, 점심도, 저녁도 그들과 해결하고는 했다.
그러다 보니 연하늘과 보내는 시간은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그녀를 보지 않으면 좀이 쑤시는 나로서는 애가 타기만 했다.
반면에 민아린은 연하늘을 보지 않아서 좋다며 얼굴에 웃음이 가득했지만.
‘하늘이한테 전화할 시간은 되겠네.’
반 학생들과 훈련을 하다 보니 어느새 주문한 족발과 보쌈이 도착했다.
야식을 먹으며 잠시 쉬기로 한 우리는 하나같이 기쁜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다른 의미로 기뻐한 나는 밖에 나가 연하늘과 잠시 통화나 하기로 했다.
“야! 음식 왔는데 안 먹을 거야? 어디 가려고 그래?”
“난 잠깐 밖에 좀 나갔다 올게. 아린이 너 먼저 먹고 있어.”
“씨….”
“아, 혹시 늦을지도 모르니까 나 먹을 것 좀 남겨 줘라.”
“남겨 주기는 무슨! 늦게 오면 뼈다귀 하나도 없을 테니까 그런 줄 알아!”
“그러면서 남겨 줄 거면서….”
반 학생들과 자리를 만들고 나를 부르는 민아린을 뒤로하며.
나는 바람도 쐴 겸 밖으로 나왔다.
리사에게 톡이 온 것은 그때였다.
[리사]: 내일 저녁에는 괜찮을 것 같아요!“내일 저녁이면… 나쁘지 않네.”
오준식의 전법을 어떻게 전할지 처음에는 고민이 많았었다.
하지만 어떤 식으로든 수상하게 보일 뿐이란 결론에 이른 나는 과감하게 전하기로 했다.
아무래도 그 결단이 맞았던 모양이다.
리사가 내 의견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녀가 보낸 톡을 확인한 나는 그대로 약속을 잡았다.
그러고는 연하늘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늘이가 받으려나. 얘도 지금 훈련 중일 것 같은데….’
제발 받았으면 좋겠다.
그런 내 바람이 이루어진 것인지.
[여보세요?]“아, 하늘아.”
잠시 후, 연하늘과 연락이 됐다.
그녀의 목소리를 들은 나는 입가를 끌어 올렸다.
“훈련하다 잠깐 시간이 생겨서 전화 거는 거야. 지금 다 같이 야식을 먹고 있거든.”
“전화 끝나고 들어가서 먹어야지. 족발이랑 보쌈 먹을 거야.”
[와, 맛있겠다. 나도 먹고 싶어.]“너는? 훈련은 끝났어?”
[우리는 지금 막 훈련 끝나서 기숙사에 들어오는 중이야. 나 지금 방에 들어왔어.]별거 아닌 사소한 대화인데도 그저 즐겁다.
나는 스마트폰 너머로 들리는 연하늘의 목소리에 집중했다.
아마 그녀도 그러고 있지 않을까.
그때, 그녀가 불쑥 화제를 바꿨다.
[근데 내일 저녁에 리사랑 만난다며?]“…어떻게 알았어?”
[어떻게 알기는. 리사가 나한테 너 만나도 되냐고 물어보더라고. 그래서 된다고 했지.]“….”
왜 리사는 굳이 연하늘에게 허락을 받으려고 한 것일까.
그리고 연하늘은 왜 당연하게 여기고 있는 것일까.
나로서는 의문이었다.
한편으로는 잘못한 것도 없는데 괜히 그녀의 눈치가 보였다.
“음, 뭐… 그렇게 됐어.”
[흠… 뭐가 뭔지는 몰라도 그렇게 된 거구나?]“이상한 의도가 있는 건 아니고….”
[나는 아무 말도 안 했는데? 꼭 도둑이 제 발 저린 것처럼 말하네? 수상하게.]“….”
[사실, 리사한테 듣긴 했지만. 반 대항전에 도움을 주러 만나는 거라며? 흑마 오가의 사람에게 대항할 방법을 알려 주겠다고.]“…뭐, 그렇지. 같은 명가의 사람이다 보니 들은 게 좀 있거든.”
[응, 그렇다고 해 둘게.]킥 소리를 흘리는 연하늘.
그 웃음소리가 내게는 꼭 자신은 나에 대해서라면 다 안다고 하는 것 같았다.
긴장이 풀린 나는 덩달아 웃음이 나왔다.
이내 그녀의 목소리가 착 잠겼다.
[견우야.]“응.”
[보고 싶어.]“….”
귓가에 울린 연하늘의 목소리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고 헤엄친다.
괜스레 입꼬리가 씰룩거린다.
흡족한 기분이 든 나는 그녀처럼 감정을 담아 답했다.
“나도.”
[….]“너 보고 싶다. 우리가 얼마나 못 봤더라?”
[이제 사흘 됐어. 조금 있으면 나흘이 될 테고.]“어쩐지. 오래된 것 같더라.”
[그치?]“훈련이 언제 끝날지 모르겠는데, 이따 시간 되면 얼굴이라도 볼래? 10분이라도 얼굴 보면서 이야기나 하는 게 어때?”
[나는 좋은데, 네가 피곤하지 않을까? 그래도 괜찮아?]“너 보면 피로가 풀릴 것 같은데?”
[…킥, 그러면 안 될 것 같은데?]“아니, 왜?”
[우리는 서로 적이잖아. 그런데 적의 피로를 풀어 주면 되겠니?]“이렇게 나오겠다?”
[그래도… 나도 피로 풀고 싶으니까.]“응.”
[안 자고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시간 되면 연락 줘.]“…만약 12시까지 연락이 없으면 기다리지 말고 먼저 자도록 해. 그 전에는 갈 것 같거든.”
[응, 기다릴게. 나 이제 씻어야겠다. 너도 얼른 야식 먹으러 가.]“응, 그래야지. 이따 봐.”
사흘, 아니, 어쩌면 나흘 만에 하늘이를 볼 수 있다.
10분이 1분처럼 느껴지는 통화를 끝낸 나는 곧장 연마관으로 발을 돌렸다.
아무래도 얼른 훈련을 끝내야 할 것 같다.
‘하늘이 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