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Childhood Friend of the Middle Boss RAW novel - Chapter (19)
중간 보스의 소꿉친구가 되었다 (19)
『브레이브 하츠』의 프롤로그는 투귀 서정진이 제자를 들이기 위해 한 보육원을 찾는 것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그 보육원에서….
「서정진」
―너에게는 헌터의 재능이 있다.
강한별을 만나게 되는 것이다.
게임에서는 두 사람의 만남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서술했다.
「아이들에게는 미안한 일이지만, 자신의 마음에 차는 아이가 없었다. 서정진은 어쩔 수 없이 그 자리에서 발걸음을 돌렸다.」
…(중략)….
「서정진은 문득 발걸음을 멈췄다. 그는 보육원장의 의문을 무시하고, 화단이 있는 곳으로 몸을 틀었다.」
「어떤 목적이 있던 것은 아니다. 아니, 굳이 있다면 그것은 감이었다. 감이 시키는 대로 따랐을 뿐이다.」
…(중략)….
「저 너머에 자신이 찾는 게 있다. 서정진은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알 수 없는 느낌에 이끌렸다.」
「그렇기에 그 만남은 단순한 우연이었으며, 또한 어떤 의미에서는 필연이었다고 할 수 있다.」
몬스터들을 죽이는 것에 미쳐 산, 산적처럼 생긴 노인과.
사고로 가족을 잃고 혼자 살아남아 마음의 문을 닫아 버린 소년.
봄의 꽃잎이 흩날리는 세상에서, 두 사람이 처음으로 만나는 장면은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다.
지금도 기억에 남을 정도로.
「서정진」
―너를 최강의 헌터로 만들어 주마.
그렇게 서정진은 강한별을 입양해, 자신이 이룩한 모든 것을 가르친다.
이때부터 죽은 눈을 한 강한별이 서정진과 생활하고, 훈련을 받으며 주인공다운 면모로 성장하는 장면이 빠르게 지나간다.
그렇게 몇 년의 시간이 흘러….
「서정진」
―이 이상 네게 가르쳐 줄 건 없다. 나머지는 네가 세상으로 나가서 직접 깨우치는 수밖에 없겠구나.
강한별이 17세가 되는 해.
서정진은 하산 명령을 내린다.
「강한별」
―사부님께 감사 인사를 올립니다. 사부님 제자란 게 부끄럽지 않게, 세상 사람들에게 사부님이 대단한 헌터였다는 것을 알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프롤로그는 거기에서 끝이 난다.
이후 강한별은 학원도시로 향하고, 아카데미에 입학하게 된다.
게임은 그 시점에서 시작한다.
서정진에게 온갖 전투술을 배워서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토대에서.
또한 과거의 아픔을 딛고 일어나, 난관에 굴하지 않는 기개를 보이는 성격으로.
* * *
‘지금쯤 한창 구르고 있겠네.’
게임의 프롤로그를 회상하던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마음만 같아서는 강한별을 만나서 성장을 돕고 싶었지만, 안타깝게도 그 마음을 억누르기로 했다.
본편이 시작되기 전까지 강한별은 서정진에게 맡기면 될 것이다.
‘괜히 내가 강한별을 만났다가는, 강한별의 성격 형성에 영향을 주어 스토리를 틀어지게 할 수도 있어.’
연하늘과 다른 경우다.
연하늘은 엔딩이 별개로 존재하는 중간 보스로 등장하면서도 이상하게 스토리를 차지하는 비중이 적었다.
연하늘의 이야기를 떼어 놓더라도 전체 스토리의 흐름에는 큰 변화를 주지 않는 것이다.
그런 반면, 모든 스토리와 얽히는 주인공 강한별에게 접근하는 데에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했다.
적어도 강한별의 성격이 변화하는 지금 이 시기에는 관계되지 않는 게 낫다.
나는 그렇게 판단했다.
‘하늘이를 관리하는 걸로도 벅차고, 내가 성장하는 것도 바빠 죽겠는데 거기까지 신경을 어떻게 써?’
물론, 그런 이유도 있었다.
여하튼 강한별의 소식이 궁금해, 아버지에게 부탁해 알아보려 했는데 수고를 던 듯했다.
한편, 만찬회장에 있는 사람들은 꽤나 동요한 기색이었다.
“가주님, 그게 정말입니까?”
“투귀 님이 제자를 들였다니….”
“그 투귀 님이?”
“어느 가문의 아이랍니까?”
할아버지와 같은 세대의 헌터 중 떠오르는 강자를 거론하라고 하면, 십가문의 현 수장들과 함께 반드시 거론되는 존재가 바로 투귀였다.
그 투귀가 제자를 들였다고 하니 사람들이 궁금해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할아버지가 대꾸했다.
“이름이 강한별이라 했던 것 같군. 2년 전, 보육원에서 그 애를 입양해 제자로 들였다고 하더구나.”
“어느 가문의 아이도 아니란 뜻은 투귀 님이 다른 가문과 이어진 것은 아닌가 보군요.”
“얽매이는 것을 싫어하던 그놈이 그럴 리는 없지. 아무 배경도 없는 아이를 입양한 것도 그래서일 거다. 아니, 놈은 누구의 때도 타지 않은 아이를 키우고 싶었는지도 모르지.”
“그 아이는 몇 살이랍니까?”
“올해로 열두 살이 됐다더군.”
“그렇다면… 여기 있는 아이들 중 몇몇은 학원도시에서 그 아이하고 경쟁하는 사이가 되겠군요.”
“그래, 그렇게 되겠지.”
“열 살에서 열네 살 정도겠군요.”
신검 도가의 직계 중 차기 가주로 가장 유력시되는 첫째 큰아버지.
첫째 큰아버지가 대표로 말하자, 할아버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좌중에 시선을 향했다.
“그놈이 내게 이 말도 전하더군. 자기 제자와 우리 가문의 아이 중 누가 더 강한지 겨뤄 보자고.”
“….”
“유치하고 뻔한 도발이기는 하나, 그렇다고 받아들이지 않을 순 없지. 나는 우리 가문이 어느 가문보다도 훨씬 더 우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당연히 그놈의 제자보다도.”이쯤 되면 알아차리지 못할 수가 없다.
나는 할아버지가 다음에 할 말을 예상할 수 있었다.
“그러니 그놈의 제자와 겨루게 될 너희에게는 기대하는 바가 크구나.”
“….”
“부디 신검 도가의 위상에 걸맞은 모습을 보여 주기를 바라마.”
“네…. 명심하겠습니다, 가주님….”
아니나 다를까.
할아버지가 웃으며 당부했다.
열 살에서 열네 살.
학원도시에서 강한별을 만나게 될 사람들의 안색은 그리 좋지 않았다.
그들이 마지못해 응답했다.
‘지금 이 상황이 다른 가문에서도 비슷하게 일어나고 있는 거겠지.’
나도 그들의 대답을 따라 했다.
하지만 당황하지는 않았다.
게임의 흐름을 알고 있는 나로서는 상황이 이렇게 될 것이라고 진즉에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마 투귀는 신검 도가뿐만 아니라 다른 가문들에도 제자를 들였다는 소식을 전하며 도발했으리라.
그로 인해 게임에서 강한별은 입학할 때부터 명가의 관심을 받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명가의 사람들과 엮이고, 곧잘 시비가 붙게 되는 거고….’
언제든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 주인공의 운명이라고 해야 할까.
그가 편히 쉬는 날은 없으리라.
당연히 강한별의 파티원인 나도….
젠장.
“시은이 너라면 잘하리라 믿는다.”
“기대에 보답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승우야.”
“네, 가주님!”
그러고 보니 할아버지는 원래 도승우에게 덕담을 건네려던 차였다.
그때, 할아버지가 놈을 불렀다.
이름이 불린 놈이 등줄기를 펴고 반듯한 자세를 취했다.
“투귀의 제자와 나이가 같은 너는 그 애와 엮이게 될 일도 많을 테지. 네가 본때를 보여 주거라.”
“…넷! 본때를 보여 주겠습니다!”
할아버지의 인정을 받아 기쁜지.
도승우가 자신의 가슴을 탁 치면서 자신만만하게 대답했다.
‘저러다 강한별에게 털리게 되고, 가문에서 설 자리를 잃는 거지….’
제 운명도 모르고 으스댄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혀를 찼다.
놈은 거기에서 더욱 설쳐 댔다.
“저희 아버지가 제게 준 가르침이 하나 있습니다, 가주님!”
“그러니? 범준이가 뭐라 가르쳤나 한번 들어 볼까?”
“네, 가주님!”
셋째 큰아버지가 콧대를 세운다.
할아버지의 인정에 취할 대로 취한 도승우가 입을 열었다.
“사자는 토끼 1마리를 잡을 때도 전력을 다한다고 합니다! 그 말처럼 저는 상대가 누구든 방심하지 않고 전력을 다해서 싸울 생각입니다!”
“그래, 모름지기 방심은 하….”
푸훗!
“….”
아, 이런.
그만 사레들리고 말았다.
도승우가 너무 자신 있게 지껄인 소리가 웃기고, 어이가 없기도 해서 물을 마시다 그만 반응하고 말았다.
그 결과.
‘아, 씨…. 망했네.’
내가 가까스로 웃음을 참았을 때는 사람들의 시선이 쏟아지고 있었다.
할아버지도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웃긴 일이라도 있었던 거냐?”
“….”
“어디 나도 한번 웃어 보자.”
가주의 말을 끊은 것도 모자라서, 가주가 말하는 와중에 웃고 말았다.
할아버지가 인자하게 물어 왔다지만 분위기에 넘어가 가벼이 말했다가는 혼이 나기 십상이었다.
“너, 또….”
아버지가 작게 한숨을 흘렸다.
그러고는 난처해하는 나를 대신해 상황을 해명하려고 들었다.
“가주님, 견우가 물을 마시다….”
“나는 견우에게 물었다.”
“….”
“견우 네가 말해 줬으면 하는구나.”
아버지의 말은 먹히지도 않았다.
할아버지는 여전히 인자한 얼굴로 내 말을 기다리고 있었다.
‘에라, 모르겠다.’
어쩔 수 없다.
그냥 될 대로 되라지.
혼이 나면 혼이 나는 거다.
나는 솔직하게 말하기로 했다.
“승우가 한 말이 웃겨서요.”
“그게 무슨 소리냐?”
할아버지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다행히 화를 사지는 않은 듯했다.
오히려 내가 꺼낸 말이 궁금한지 대답을 재촉하고 있었다.
나는 그대로 말을 잇기로 했다.
“사자가 토끼 1마리를 잡을 때는 전력을 다한다는데, 덩치 큰 사자가 토끼 1마리로 배를 채우겠다면서 과연 정말 전력을 다하려고 할까요? 그게 좀 이상해서요.”
“더 얘기해 보거라.”
“아니, 막말로….”
“….”
“사자가 토끼 1마리나 잡겠다고 전력을 다할 정도면 상황이 상당히 위험한 거 아닌가요?”
“가주님! 도견우는 말도 안 되는 소리….”
“나는 너에게 물은 적이 없단다, 승우야.”
“…죄송합니다.”
“더 말해 보거라.”
“제 생각에는… 네, 사자가 토끼를 잡으려고 하는 시점에서 그 사자는 이미 끝난 셈이나 다름없다는 거죠. 그런데 그걸 자신 있게 얘기하니까 좀 웃겨서요.”
“….”
“제가 혹시 가주님의 기분을 상하게 했다면, 이렇게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립니다.”
“….”
혼나더라도 할 말은 하자.
나는 아버지의 만류를 뿌리치고, 다른 사람들이 탄식하는 상황에서도 당당히 할아버지에게 이야기했다.
할아버지는 내 이야기를 듣고서도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고 있었다.
내가 그렇게 생각했을 때였다.
“하하! 아주 엉뚱하구나!”
“….”
별안간.
할아버지가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웃음소리가 어찌나 크던지 어느새 만찬회장을 가득 메울 정도였다.
가문의 사람들은 할아버지를 보며 아연실색한 표정을 지었다.
이내 할아버지가 웃음을 멈췄다.
“그래…. 네 말도 일리가 있구나. 백수의 왕이나 되는 사자가 토끼 1마리 잡겠다고 전력을 다한다면, 사자의 삶은 끝난 셈이겠지.”
“….”
“오늘 네가 한 말을 곱씹으면서, 내게도 해당하지 않는지 돌아보마.”
“어… 그러실 필요는 없을 텐데…. 가주님은 아직 정정하신걸요.”
“그렇게 말해 주니 고맙다. 하지만 나는 끊임없이 자신을 돌아보면서 약해지지 않았는지 경계하란 격언이 값지게 느껴지는구나.”
…그런 의도로 말한 것은 아닌데.
내가 한 말에 멋대로 살을 붙인 할아버지는 무척 흡족하다는 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러자니 뭐라 말하기가 그랬다.
‘할아버지의 호감을 산 것 같으니 그냥 그렇다고 해야겠다.’
굳이 해명하는 것도 이상하다.
나는 좋게 넘어가기로 했다.
그런 한편, 문득 시선을 느낀 나는 맞은편 테이블을 바라보았다.
“도견우….”
셋째 큰아버지와 도승우가 빨갛게 얼굴을 붉히고 있었다.
그들의 시선이 따가웠다.
‘역시 해명하지 말아야겠다.’
저들이 분해하니 기분이 좋다.
이에 나는 그들의 시선을 느끼며 맛있게 고기를 씹었다.
* * *
어느덧 할아버지가 우리 가족에게 근황을 물을 차례가 되었다.
그런데 다른 일가들과 달리 할아버지는 우리 가족에게 그다지 말을 건네지 않았다.
“송파구 지부는 별문제 없더냐?”
“며늘아기도 건강 유의하거라.”
부모님이 눈 밖에 나기도 한 데다, 할아버지의 관심을 끌 만한 화제를 가지고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매번 있던 일이다.
부모님은 형식상으로 묻는 근황에 내색을 보이지 않고 대화를 마쳤다.
어머니는 무탈하게 대화를 끝내고 안도한 기색이었다.
이윽고 내 차례가 다가왔을 때.
“그러고 보니 아직 말하지 않았군. 이번 평가전은 게이트에서 치러 볼까 생각 중이다.”
할아버지는 내게 시선을 향한 채.
좌중에 들으란 듯이 말했다.
그러자 사람들이 다시금 술렁였다.
“게이트 안에서 치르겠다니….”
“등급은 어떻게 되는 건가요?”
평가전에 참가하는 사람의 나이는 8세부터 16세까지로 정해져 있었다.
미숙한 부분이 많은 나이다.
그러자니 그 나이대의 자녀를 둔 사람들은 우려를 표하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황색으로 할 생각이다.”
“황색이라고요?”
“가주님, 그건 좀….”
할아버지가 백색, 회색 다음으로 높은 황색 게이트를 공략할 것이란 말을 내놓으니 사람들은 난처해할 수밖에 없었다.
이에 할아버지가 피식 웃었다.
“너희 생각을 모르는 것은 아니니 너무 걱정하지 말거라.”
“….”
“평가전은 가문의 헌터들이 공략한 게이트에서, 안전이 보장된 상태로 치러질 예정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안전을 완전히 보장할 수는 없겠지. 그러니 이번 평가전에 참가하는 건 본인의 자율에 맡기마.”
“자율…이라고요?”
“그 대신….”
할아버지는 잠시 말을 멈추고는, 평가전에 참가할 나이에 해당하는 사람들을 주시했다.
그중에는 나도 있었다.
“평가전을 치르는 사람 중에서, 내 기대에 부응하는 사람에게는 가문이 보유한 보물을 한 점 내어 줄 생각이다.”
“…!”
가문이 보유한 보물을 내주겠다니.
상당히 파격적인 조건이었다.
사람들이 모두 놀랄 만도 했다.
나도 거의 비슷한 심정이었다.
‘웬일이지? 투귀의 소식을 듣고서 이번에는 세게 나가기로 한 건가?’
그런지도 모르겠다.
투귀가 제자를 들였다는 이야기가 할아버지의 승부욕에 불을 붙였을 가능성이 컸다.
바로 그때였다.
“하지만, 견우야.”
“네?”
평가전에 대해 설명하던 중.
별안간 할아버지가 나를 불렀다.
이내 할아버지와 시선이 마주쳤다.
“너는 꼭 참가해 줬으면 좋겠구나. 네가 어떻게 승우를 이긴 것인지 그리고 그동안 얼마나 성장했는지 내 눈으로 직접 보고 싶구나.”
“….”
찍혔네.
아무래도 찍힌 게 맞는 것 같다.
할아버지의 말투는 부드러웠지만, 그 말에는 거스를 수 없는 뉘앙스가 묻어나고 있었다.
가주의 명령이었다.
나는 그 명령에 응해야 했다.
“네, 지켜봐 주세요.”
“그래, 기대하고 있으마.”
마침 잘됐다.
안 그래도 담력 스킬을 얻기 위해 머리를 굴리던 참이었다.
[대상의 격이 너무 높습니다.] [상태창을 열람할 수 없습니다.]그런데 프레셔를 발산할 줄 알고, 상태창으로 확인할 수 없을 정도로 격이 높은 할아버지에게 부탁한다면 담력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기 위해서라도 할아버지로부터 관심을 끌, 절호의 기회였다.
그 기회를 마다할 수는 없었다.
‘게다가 잘하면 가문의 보고에서 보물을 챙길 수도 있다고 하니….’
일석이조, 일거양득이 따로 없다.
나는 입가를 끌어 올렸다.
그렇게 만찬회가 끝이 나고….
“그럼 자리를 옮기자꾸나.”
평가전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