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Childhood Friend of the Middle Boss RAW novel - Chapter (190)
(190)
게임에서 세계수의 가호는 유일하게 주인공 강한별에게만 주어진 기연이었다.
특전이라고 해도 좋다.
그런데 그것이 내게도 주어졌다니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
‘왜지? 대체 왜? 그리고 방금 본 강한별은 뭐였던 거야?’
모르겠다.
전생에 게임의 고인물이었던 나도 알 수 없는 일투성이다.
게임에서는 일어나지 않았었으니 어쩔 수 없다.
나는 혹시나 다른 사람들에게도 세계수의 가호가 깃들었는지 살피러 상태창을 띄웠다.
역시나 나와 강한별을 제외하고 그들의 신체 능력에는 아무 변화도 일어나지 않았다.
강한별과 내게만 주어진 것이다.
게임의 주인공이었던 강한별은 차치하고, 게임에서는 그의 파티원에 지나지 않고 비중도 크지 않던 내게만.
나로서는 어떤 가능성을 떠올릴 수밖에 없었다.
‘설마 내 환생이랑 관련된 건가?’
자의식 과잉으로 여겨질 수 있지만, 생각이 그쪽으로 향하는 것도 어쩔 수 없다.
그러나 내 의문에는 나도 그렇고, 누구도 답하지 못한다.
만약 답할 수 있는 존재가 있다면 내게 가호를 내려 준 세계수뿐일까.
“….”
안타깝게도 세계수는 반응이 없었다.
세계수의 수호자인 오델리아 역시 내게 일어난 변화는 감지하지 못한 듯싶다.
결국 의문을 해소하기란 요원했다.
오리무중이다.
연하늘의 목소리가 상념을 깨운 것은 바로 그때였다.
“괜찮아? 아까부터 말이 없고… 얼굴도 좋지 않은 것 같고…. 몸이 어디 아픈 거야? 말해 봐, 견우야.”
연하늘이 불안해하는 얼굴로 나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내 손을 꼭 쥔 그녀의 두 눈에는 신당에서 내려다보는 경치가 아닌 나만이 담겨 있는 듯했다.
경치보다 내가 더 중요하다고, 나밖에 없다고 말해 주는 것만 같았다.
그 정도로 걱정 어린 시선을 받은 나는 그녀에게는 미안하게도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풀리지 않는 의문은 뒷전으로 밀려났다.
어차피 당장 해결할 수 없는 의문이다.
나는 이대로 그녀에게 집중하기로 하며 다른 한 손을 포갰다.
“그냥 주위가 신기해서 둘러본 거야. 어디 아픈 데 없어. 괜찮아.”
“정말 괜찮은 거 맞지? 나 가방에 타이레놀 있는데, 많이 아프면 그거라도 먹을래?”
“아프지도 않은데 무슨 진통제야. 난 괜찮아, 진짜 팔팔해.”
“정말이지?”
“정말이야, 정말.”
아무래도 조금 전 내 상태가 연하늘을 많이 놀라게 한 모양이다.
그녀가 몇 번이고 되물었다.
나는 그녀를 달래기 위해 노력했다.
그럼에도 그녀는 안심이 되지 않는지 여전히 입술을 삐죽 내밀고 있었다.
“네가 괜찮다면 괜찮은 거겠지만…. 그래도 몸이 안 좋을 것 같으면 나한테 꼭 얘기해 줘.”
“알았다니까. 정 내가 불안하면 그냥 내 옆에 딱 붙어 있어. 네가 옆에 있으면 아픈 게 있어도 하나도 안 아플 것 같으니까.”
“뭐어? 내가 무슨 진통제니?”
“아, 어쩐지. 너 진통제였구나? 연하늘표 진통제, 효과 좋은데? 집에 항시 구비해 놓고 싶은데, 너 같은 진통제는 어디 약국에서 살 수 있는 거야?”
“웃겨, 정말. 어디 약국에서도 안 팔거든요? 내가 뭐 여러 개인 줄 아니?”
“…하늘아, 지금 막 떠오른 생각인데 분열의 기프트를 이용해 공장제로 진통제를 양산하면….”
“응, 뇌절. 거기까지만 해. 하나도 재미없거든? 나는 나밖에 없으니까.”
“안 되겠다. 그럼 여기 있는 널 구비해 놓는 수밖에 없겠네. 아직 다른 사람한테 안 팔렸지?”
“…치이. 나 살 돈은 있고? 나 엄청 비쌀 텐데?”
“얼마면 되는데?”
“몰라, 너 하는 거 봐서 가르쳐 줄게. 근데 이제 보니 정말 괜찮은가 보네.”
다행히 회심의 장난이 통한 듯싶다.
처음에는 어처구니없어하던 연하늘이 어느새 키득거리고 있었다.
말로는 장난이 재미없다고 하면서 막상 웃는 얼굴이 귀엽다.
내게 손이 잡힌 그녀가 투정하듯 팔꿈치로 가볍게 톡 때리기도 했다.
“언제 또 신당에 올라올 수 있겠어? 실컷 경치나 구경하자.”
“응!”
연하늘이 기분 좋게 고개를 끄덕이자 기다란 토끼 귀도 깡충깡충 뛰었다.
그녀에게 팔이 붙잡힌 나는 그렇게 마저 경치를 감상하기로 했다.
그때, 친구들의 시선이 느껴졌다.
“….”
우리를 바라보는 친구들은 저마다 무언가 하고 싶은 말이 있는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중 대표로 포문을 연 사람은 웃음을 참으려 어깨를 부들대던 고은비였다.
“아, 오글거려! 너무 오글거려! 견우야, 하늘이가 진통제니? 그래, 뭐…. 사랑이 진통제라고도 어디서 들은 것 같기도 하, 고, 킥…. 아, 내가 다 부끄러워!”
“사랑은 진통제…. 그레이스에도 비슷한 말이 있긴 해요. 사랑은 만병통치…약…이라고요…. 아, 웃으면 안 되는데….”
“사랑은 진통제라는 말이 과학적으로 틀린 말은 아니야. 예전에 본 자료로는, 사랑에 빠지면 뇌의 보상 경로가 활성화돼서 마약에 빠진 듯한….”
“내 귀, 진짜…. 둘이서 툭하면 아주 꼴값을 떠는구나, 꼴값을…. 식빵, 내가 왜 저런 애를….”
“아플 때는 자는 게 최고야, 얌.”
“너희는 정말 사이가 좋구나? 근데 진통제라…. 나도 다음에 누나 만날 때 써먹어 볼까?”
“감정은 뇌 호르몬과 연관이 있어! 만약 견우견우하고 하늘하늘 같은 감정을 느끼고 싶다면 언제든 나한테 부탁하도록 해! 내가 뇌를 건드려서 도파민이 왕창 분비되게 해 줄 테니까! 아, 재미있겠다!”
“흠, 그래도 감정만으로는 실제로 다친 건 해결할 수 없는 법이다. 아프면 타이레놀을 먹어라, 도견우.”
“얼레리 꼴레리! 얼레리 꼴레리!”
“하늘이는 진통제래요! 도견우는 하늘이를 좋….”
“쉿! 은동이 형, 거기까지만 해! 거기서 더 말하면 견우한테 죽어!”
손으로 입가를 가리고 쿡쿡 하는 리사.
안경을 고쳐 쓰며 주저리주저리 설명을 늘어놓는 박사군.
불만스러운 기색으로 혀를 차는 민아린.
덤덤히 단팥크림빵을 우물거리는 차은솔.
다른 사람들을 따라 웃는 강한별.
두 팔을 활짝 펼치는 남유리.
팔짱을 끼고 고개를 끄덕이는 용해랑.
아슬아슬하게 선을 지키는 세쌍둥이.
“풋풋해서 보기 좋네요. 애정 표현은 역시 인간이 다채로운 것 같아요. 엘프는 수명이 길고, 폐쇄적인 특성이 강해서 그렇지 않거든요. 오래 살면 감정에 무뎌지기도 하고, 서로에 대해서 잘 알고 있기도 해서요. 또 나중에 흑역사로 남을 수도 있으니까요.”
마지막으로 세계수의 수호자, 오델리아까지.
“….”
그들에게 놀림받은 나와 연하늘은 차마 고개를 들 수 없었다.
낯이 부끄러웠다.
다만 서로 팔을 얽고 있기만 했다.
* * *
세계수의 근간은 신당에서 보관하는 신기(神器)라고 할 수 있다.
대체로 무기의 형태를 취한 그것들은 그레이스 제국의 전설에 의하면 제각기 본질에 따라서 초월적인 힘을 발휘한다고 한다.
실제로 게임에서 이곳의 신기는 그 위용에 걸맞은 힘을 보여 주었다.
‘전 스토리 루트에서 딱 한 번만 모습을 드러냈었지. 그것도 아주 잠깐, 끝내기 용도로만.’
게임 『브레이브 하츠』.
이 게임에서는 특정 조건이 충족되면 자동으로 발생하는 스토리가 존재했다.
가령 플레이어가 학원도시에 나타나는 게이트들을 주기적으로 공략하지 못해, 게이트 침식률이 20%에 도달할 경우에는….
학원도시에 대격변이 재현되고 만다.
학원도시 곳곳에서 몬스터들이 쏟아지며, 마인들과 빌런들이 활개를 치며 멸망의 조짐이 펼쳐지는 것이다.
당연히 막지 못하면 배드 엔딩이 기다리고 있었다.
[언젠가 예정된 운명이었습니다.] [다만 그때가 지금이었을 뿐입니다.] [학원도시에 재현된 대격변은 심화되며 전 세계적으로 영향을 미쳤습니다.] [그동안 우수한 헌터를 양성하기 위해 수면 아래에서 경쟁을 벌이던 국가들이 단결했음에도, 운명을 거스를 수는 없었습니다.] [몬스터가 들끓지 않는 곳이 없었으며, 게이트가 하늘을 뒤덮었고, 마인과 빌런들이 편승하고, 법과 사회가 무너지며, 사람들은 자신이 살기 위해 남을 해하는 것도 서슴지 않게 됐습니다.] [그렇게 살기 위해 나의 이웃을 죽여야 하는, 인의를 저버린 세상이 도래했습니다.] [더 이상 세상에 희망은 없습니다.] [결국 세상은 학원도시를 시작으로 빠르게 멸망을 맞이했습니다.] [끝끝내 세상은 게이트에 복속됐습니다.] [당신의 영혼은 앞으로 영원히 박제ë� ê±°ã……세계편입,ì•„ì¹´ì�´ë¸Œë¶„ì„�,ì�˜ì§€ê°„ì„….] [─ Bad Ending ─…ê°„ì„ì €í•, ê¶Œí•œí†µì œ.] [오염ë�˜ì§€ ì•Šì�€ ì�˜ì§€ë¥¼ 보호합니다. 세ìƒ�ì�„ 최ì �ì�˜ 시기로 ë³µì›�합니다. 회귀를 진행합니다.] [eNoz1FEw0lEwBgAExQEv….] [아직 기회는 남아 있습니다.] [게임을 다시 시작하겠습니까?] [예 / 아니오]일명, 게이트 침식에 의한 멸망 엔딩.
이 배드 엔딩에서는 어째서인지 게임이 고장 난 것처럼 느껴지는 엔딩이 가미되기도 했다.
한편, 대격변을 막아낸다면 스토리는 다시 본래 궤도로 돌아갔다.
그 과정에서 등장하는 무기가 바로 이곳 세계수의 신기였다.
신검(神劍)-엔들리스 하츠(Endless Hearts).
강한별은 느닷없이 눈앞에 나타난 그 검으로 대격변을 마무리한다.
몬스터들을 섬멸하고, 신검의 힘으로 불안정해진 차원을 안정시키는 것이다.
그의 기프트가 레저넌스 핸즈였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근본적으로 주인공이기도 했고….’
하지만 안타깝게도 신검으로 대격변을 막아 낸다고 한들, 본래 궤도로 돌아간 스토리는 해당 학기에서 종료되고, 그 상태에서 적합한 배드 엔딩이 뜰 뿐이다.
현실적으로 대격변을 막는 과정에서 주요 캐릭터의 희생이 불가피했으니까.
더군다나 대격변으로 초토화됐을 학원도시의 상황을 생각하면 정상적으로 스토리를 진행할 수 있을 리 없었다.
‘오늘 아침에 본 뉴스로는 침식률이 현재 7%라 했나. 아직은 무난하네. 애초 게이트 침식률은 한별이가 실드에 입단하고부터 언급되는 일이라 당장 신경 쓰지 않아도 되지만….’
그러니 나로서는 부디 헌터들이 상공에 있는 게이트들을 제때 공략해 주기를 바랐다.
여하간, 화제를 신기로 돌리면, 참 아쉬운 일이다.
‘저 안에 엔들리스 하츠가 보관돼 있을 텐데, 그걸 볼 수 없다니….’
나는 신당을 곁눈질하며 내심 입맛을 다셨다.
아마도 내가 살면서 신기의 모습은 한 번도 보지 못하지 않을까 싶다.
만약 게이트 침식률이 20%에 달한다면 모를까.
‘…그냥 안 보는 게 좋을지도.’
대격변이 일어나면 수습이 불가능하다.
평화를 소망하는 나는 신기에 대한 동경을 단념하기로 했다.
“신검은 어떻게 생겼을까? 볼 수 없다니 많이 아쉽다.”
“못 보는 게 나아.”
“그게 무슨 소리야?”
“그레이스 제국의 전설에 따르면, 세계수의 신검은 멸망이 드리울 때나 모습을 드러낸다니까. 다른 신기들하고 다르게 말이야. 그러니 우리가 신검을 보면 위험한 게 아닐까?”
“하긴, 그러기는 하겠다. 그래도 아쉬운 건 아쉬워. 한 번만 만져 보고 싶은데…. 신검은 과연 그립감이 어떨까? 궁금하다. 신이라도 된 기분일까?”
“그렇게 말한 나도 궁금하긴 하네.”
무기에 사족을 쓰지 못하는 강한별도 신기에 호기심을 가지고 있는 눈치였다.
주위를 둘러보니 다른 사람들도 조금이나마 관심이 있는 듯했다.
사람 생각은 다 똑같은 모양이다.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신비 탐방 동아리의 부장 김사모가 주의를 끈 것은 그때였다.
“얘들아! 동아리 활동은 오늘은 이것으로 종료할게! 다들 수고했어! 뒤풀이로 밥 먹을 사람은 우리를 따라오고, 참가하지 않을 사람은 각자 알아서 돌아가면 돼!”
어느덧 동아리 활동이 끝났다.
신당에서 경치를 감상하던 우리는 이제 세계수를 떠나기로 했다.
그러자 오델리아가 배웅에 나섰다.
“오늘 만나서 즐거웠어요. 여러분 모두 조심히 돌아가세요.”
“오늘 정말 감사했습니다!”
“얘들아, 잘 가. 얌얌.”
“뭐야? 차은솔 넌 왜 거기 있어? 안 갈 거야?”
오델리아가 흔들다리로 오르는 우리에게 손을 흔들었다.
차은솔은 그런 그녀의 옆에 서서 핫도그를 우물거렸다.
우리는 자연스럽게 자리에 남는 차은솔에게 황당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게임의 흐름대로이기는 했다.
“나는 조금만 더 여기에 있을게. 기분이 좋은 장소이기도 하고… 세계수가 부르고 있거든.”
“세계수도 일종의 정령이거든요. 그래서인지 차은솔 님을 몹시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아요. 그러니 차은솔 님이라면 걱정하지 말아요. 제가 늦지 않게 보내 드릴게요.”
“….”
게임에서도 차은솔은 이런 식으로 세계수의 신당에 남았다.
그리고 세계수의 기운을 흡수함으로써 정령과 관련된 모든 스킬을 1씩 올린다.
그녀의 성장을 환영하는 나로서는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그래,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 은솔이를 잘 부탁드릴게요. 얘가 사고만 치지 않게 해 주세요.”
“네, 걱정하지 말아요.”
“얌. 사고 치는 건 내가 아니라 언제나 너면서…. 어쨌든 잘 가.”
그렇게 오델리아에게 차은솔을 맡기며.
두 사람에게서 등을 돌린 우리는 흔들다리를 건넜다.
지상으로 내려가며 서로 재잘재잘 대화를 나눴다.
“리사, 그런데 지금 생각난 건데….”
“네, 뭔가요?”
“너랑 오델리아 수호자는 모국어로 그레이스 제국어를 사용하니까 둘이 있을 때는 편하게 제국어로 말했어도 되지 않을까?”
“아… 그러게요. 그만 헷갈렸네요. 오델리아 수호자가 한국어를 유창하게 사용하기도 했고… 저도 여기서 생활하다 보니 한국어가 편해져서요.”
“혹시 제국어를 잊은 건 아니지?”
“견우, 저를 바보로 아는 건가요? 당연히 제국어도 알고 있죠.”
“뭐야, 그런 거였구나.”
* * *
귀찮지만 정령과 관계된 일이라면 사정이 다르다.
자신의 힘이 정령들에게 기원하는 이상 청을 거절할 수는 없다.
특히나 세계수라면 더더욱.
“안내해 주세요.”
“네, 이쪽으로 오세요. 그리고 남아 줘서 감사해요.”
친구들을 모두 떠나보낸 차은솔은 몸을 돌렸다.
그녀가 뒤에서 기다리고 있던 오델리아에게 말했다.
사전에 용건을 전해 듣지 않은 오델리아는 그럼에도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신당이 있는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미리 부탁할게요. 저 안에서 보고 듣는 것은 비밀로 해 주세요. 어느 누구에게도 발설해서는 절대 안 돼요. 조금 전에 본 리사 황녀님에게도, 강한별 학생과 도견우 학생에게도요.”
“알고 있어요.”
세계수의 청량한 기운을 받아들여 정령과의 교감을 올리고 싶은 마음도 분명 있기는 했다.
하지만 차은솔이 자리에 남기로 한 근본적인 이유는 달리 있었다.
부디 자신의 마나를 나누어 달라는 세계수의 청 때문이다.
신당 앞에 선 그녀는 굳게 닫힌 문을 바라보았다.
이윽고 오델리아가 문을 열었다.
“들어오세요.”
“네.”
오델리아가 먼저 발을 들였다.
뒤이어 그녀를 따라 발을 내디딘 차은솔은 정체를 알 수 없는 마법이 자신을 더듬는 기분을 느꼈다.
신당을 지키는 보호 마법이다.
오델리아에게 허가를 받은 그녀는 보호 마법에 저촉되지 않고, 보이지 않는 막을 통과한다는 기분으로 신당에 들어설 수 있었다.
“….”
“이쪽이에요.”
오두막으로 이루어진 신당 내부는 신비하면서도 아늑한 분위기를 선사하고 있었다.
주변에는 오델리아가 생활한 듯한 흔적이 엿보였다.
이내 차은솔은 오델리아를 따라 세계수의 기둥으로 시선을 향했다.
세계수를 인지했을 때부터 느낀 기운은 그곳에서 오고 있었다.
세계수의 근원인 신기의 기운이다.
그러나 신기가 있어야 할 자리에는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았다.
무언가가 보관됐었음을 알 수 있는 구멍만 있을 뿐이다.
“언제부터 없었던 건가요.”
“꽤… 오래됐어요. 어느 순간 사라져 있더라고요. 그렇다고 누군가 훔쳐 간 것도 아니에요. 세계수는 내어 주었다고 했거든요.”
“내어 줬다니… 누구에게요?”
“저도… 잘 모르겠어요. 세계수가 아무 말도 해 주지 않았거든요. 아니, 못 한다고 해요.”
오델리아는 어두운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세계수의 수호자인 그녀도 자세히 알고 있는 것은 없다는 뜻이다.
그녀에게 묻는 것을 포기한 차은솔은 구멍 속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그대로 마나를 불어넣는다.
“앞으로 자주 와야겠네요.”
“고마워요, 은솔 학생. 덕분에 살았어요. 저 혼자만의 힘으로는 부담이 컸었거든요.”
세계수의 근원이나 다름없는 신기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세계수가 빈껍데기가 된 것은 아니다.
물이 끊어진 샘이라도, 샘은 샘이다.
샘이 완전히 마른 게 아니라면, 물을 보충해서 살리면 될 뿐이다.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에 불과하지만.
“학원도시의 대기 마나 상태가 좋지 않았던 것은 신기가 없어서 그랬던 건가요.”
“원래부터 터가 좋지 않기는 했어요. 신기가 사라진 이후로는 전보다 더 심해지긴 했지만요.”
“신기를 찾을 수 있으면 좋겠네요.”
“그러게요. 적어도 어디에 있는지만 알고 싶은데…. 은솔 학생, 조금 전에도 말했지만 이 일은 절대 다른 사람에게는 발설하지 말아 주세요.”
“알고 있어요.”
세계수의 신기가 사라졌다는 소식이 세상에 알려지게 된다면.
그때 세상은, 특히 학원도시는 무척 혼란스러워질 것이다.
오델리아가 말하고 싶은 바를 모르지 않는 차은솔은 구태여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사실, 그녀는 자칫 귀찮은 일에 휘말리고 싶지 않은 마음이 컸다.
오히려 다른 생각에 빠져 있기나 했다.
“앞으로 자주 오게 될 텐데… 여기, 배달되나요?”
“네? 배달이요? 음식 배달이라면 신당까지는 안 되고, 아래에서 받는 것은 돼요.”
“그나마 다행이네요.”
“…뭐라도 시킬까요?”
“네, 부탁할게요.”
“네….”
체내 마나를 가득 불어넣고 나면 배가 고플 게 틀림없다.
차은솔은 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