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Childhood Friend of the Middle Boss RAW novel - Chapter (193)
(193)
오준수
날아오는 도전장이 많다 보니 일정을 혼자 관리하기에는 벅찰 지경이었다.
그렇다고 강한별은 일부는 수락하고, 일부는 거절하며 차별을 두고 싶지 않았다.
자신도 그들과 다름없는 학생으로서 잘난 척 거드름을 피울 입장은 못 된다고 생각한 것이다.
결코 자만심을 품어서는 아니 된다.
패착으로 이어지는 지름길이다.
따라서 언제나 자신을 경계하며, 겸허하게 분수를 알아야 한다.
사부, 서정진의 가르침을 기억하는 그로서는 우를 범할 수 없었다.
그래서 박사군에게 제의했다.
―사군이 너, 자료 정리 좋아하지? 내 일 좀 도와주지 않을래?
―내가 기록으로 남기거나 읽는 걸 좋아하기는 하는데… 무슨 일을 도와달란 거야?
―별건 아니고, 네가 날 대신해서 대련 일정을 관리해 주면 좋겠어. 일당으로 도전 시간대마다 식사를 대접할게. 요즘에는 도전이 많아서 아침, 점심, 저녁 세 끼에 간식이랑 야식도 먹을 수 있을 거야. 당연히 식사 때마다 음료도 살 거고. 가끔 술도 살게!
―흠… 밥에, 음료라…. 안 그래도 요새 너희랑 노는 일이 잦아서 아르바이트라도 해야 하나 싶었는데 나쁘지 않네. 식비만 해결돼도 지갑 사정이 어느 정도 트이지.
―그리고 대련에서 뺏는 무기 중에 너한테 맞는 게 있으면 줄게!
―사장님, 제가 뭐부터 하면 될까요? 우리 졸업해도 평생 갑시다.
방과 반이 같아 자주 붙어 다니고, 성실하고 착실한 박사군이라면 부담을 덜 수 있을 터였다.
강한별의 판단은 정확했다.
실제로 제의를 수락한 박사군이 일정과 관련된 잡무를 맡아 주며 효율이 향상된 것이다.
그렇게 두 사람은 합심해서는 곧잘 도전을 해치우러 다니고는 했다.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사군아, 오늘 싸우는 사람은 누구야?”
“2학년 총술 계통의 선배야. 이름은 최민찬, 이명은 재빠른 날다람쥐로… 이명처럼 몸놀림이 재빠르고, 연사를 특기로 한다고 해. 대련에서 질 때 내놓기로 한 아티펙트는 양말이고. 불쥐의 양말이라는 건데, 효과는….”
“총술 계통이라니 기대되네. 거의 요즘에는 흑마법 계통 사람들하고 붙었으니까.”
수양관에서 오전 수업을 마친 두 사람은 바로 점심을 먹지 않고, 연마관으로 향하려 했다.
점심은 그 이후에 먹을 예정이었다.
그때, 리사가 그들을 따라 나왔다.
“기다려요, 오늘은 저도 가요.”
“리사도? 다른 애들하고 같이 점심 먹지 않아도 괜찮겠어?”
“같은 건물에서 수업을 들었다면 다른 사람들이랑 갔겠지만, 오늘 수양관에서 수업했던 반은 저희 반밖에 없잖아요. 그래서 저 혼자 가기는 뭐해서요. 가도 다들 먼저 먹고 있을 텐데, 괜히 눈치 보이잖아요.”
“그래, 그럼. 끝나고 우리랑 같이 밥이나 먹으러 가자.”
강한별은 흔쾌히 리사의 동행을 허가했다.
그길로 세 사람은 약속 시간에 맞춰 대련 장소로 떠났다.
대련은 시작되고 얼마 되지 않아 강한별의 승리로 종료됐다.
그는 땀을 흘려 개운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수고했습니다, 선배! 덕분에 한 수 잘 배웠어요. 약속대로 이건 제가 받아 갈게요.”
쓰러진 남학생에게 경의를 표한 뒤.
강한별은 대련의 보상을 얻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바닥에 무릎을 꿇은 그가 멋대로 남학생의 신발을 벗겨서는 붉은 양말을 빼앗은 것이다.
남학생이 도전을 신청할 때 내건, 화염 속성에 내성을 지니게 하는 아티펙트였다.
이내 한 짝의 양말을 챙겨 든 그는 희희낙락 보람을 느꼈다.
그때, 리사가 말을 걸었다.
“한별…. 혹시 그거 신을 건가요? 아무리 아트펙트더라도 남이 신은 걸 신는 것은 좀….”
“이거? 아티펙트인데 뭐가 어때서. 그리고 빨면 깨끗해질 텐데?”
“청결은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겠지만, 기분의 문제란 게 있잖아요….”
리사가 질색하며 고개를 저었다.
그녀의 심정을 모르는 바가 아닌 강한별은 가볍게 키득거렸다.
그러고는 설명했다.
“효과가 나름 쓸 만하기는 한데, 딱히 사용할 생각은 없어. 아티펙트 간에 서로 상성이 있어, 조합을 잘못하면 역효과만 날 수 있다잖아. 이건 루시드하고는 상성이 안 맞는 것 같아. 내가 감이 좋거든.”
“아티펙트끼리 상쇄하기는 하죠. 서로 상성이 좋더라도 장비하는 아티펙트가 많으면 많을수록 효과가 떨어진다고도 하고요. 그것도 고려하면 화염 내성을 소폭 올리겠다고 양말을 신는 것은 수지가 맞지 않을 듯하네요. 괜히 장비 개수를 늘릴 필요는 없죠.”
“맞아. 그래서 필요한 사람이 있으면 대신 신으라고 나눠 주든가, 기념으로 헌터 뱅크에 있는 금고에 보관하려고.”
“네, 좋은 생각이에요.”
“혹시 필요하면 말해.”
“아니요, 저는 절대 신고 싶지 않아요.”
도전 신청이 쇄도하면서 덩달아 수거하는 무기가 많아지다 보니, 얼마 전에 헌터 뱅크에 따로 금고를 개설한 강한별이었다.
사부를 따라 자신이 모은 무구로 금고를 가득 채울 생각인 그는 양말을 포켓에 집어넣었다.
한편, 그가 신을 의향이 없음을 확인한 리사는 안심한 눈치였다.
그녀가 가슴을 쓸어내렸다.
“그럼 일정은 이걸로 끝난 거죠? 이제 점심을 먹으러 가요.”
“안 그래도 배가 고팠는데, 그러자! 애들은 아직 자리에 있으려나? 없으면 우리끼리 먹지, 뭐.”
“네, 그래요.”
대련에서 진 남학생이 체념하고 맨발로 신발을 신는 가운데.
강한별은 리사, 박사군과 함께 점심을 먹으러 가기로 했다.
마침 도견우와 다른 친구들이 연마관 근처 카페테리아에서 먼저 먹고 있다는 모양이었다.
그들은 곧장 카페테리아를 찾았다.
“견우랑 애들은 어디 있는 거지….”
“일단 메뉴부터 고르는 건 어떨까요?”
“와, 한별아. 오늘 한식은 보쌈이래. 맛있겠다.”
카페테리아에 들어선 세 사람은 각자 메뉴를 정하기로 했다.
박사군을 따라 한식을 선택한 강한별은 음식을 받으러 줄을 섰다.
누군가 말을 걸어온 것은 그러던 중이었다.
“네가 강한별이냐.”
“응?”
이름이 불린 강한별은 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무리를 지은 학생들이 다가오고 있었다.
그중, 무리를 이끄는 듯한 남학생이 그의 앞에서 걸음을 멈춰 세웠다.
“안 그래도 만나러 가려 했는데, 우연히 여기서 보게 됐네.”
“….”
왼쪽 눈 밑에 점이 나 있는 남학생이었다.
강한별은 위에서부터 아래로 빠르게 훑었다.
찰나와도 같은 사이, 그의 시선은 남학생의 구두에 맺혔다.
‘저거 좋아 보이는데? 뺏고 싶다.’
마감 처리와 질감으로 판단하건대, 상당히 고급진 구두였다.
특히나 황금으로 만들어진 듯한 버클이 예사롭지 않았다.
강한별의 감은 순간적으로 그것이 아티펙트란 것을 알아차렸다.
그때, 남학생이 거만하게 소개했다.
“나는 흑마 오가의 오준수라고 한다. 이름은 들어서 알고 있을 테지.”
* * *
요즘 들어 강한별, 박사군과 점심을 먹지 못하는 날이 잦아졌다.
두 사람이 학생들의 도전을 받아 그들과 대련하러 쏘다니다 보니 한창 바쁠 만도 했다.
오늘은 웬일인지 리사도 빠졌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
‘그래도 하늘이는 있으니까.’
나는 세 사람을 뒤로하며, 시간이 되는 다른 친구들과 함께 점심을 먹으러 갔다.
이후에는 다음 수업이 있을 때까지 동아리방이나 브릴리언트 카페에서 시간을 때울 생각이니, 만약 시기가 맞는다면 세 사람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지금은 다 같이 점심을 먹고 잡담을 떠는 시간에 집중하기로 했다.
민아린이 씩씩거린 것은 그때였다.
“도대체가 이해가 안 돼.”
“갑자기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뭐가 이해가 안 되는데?”
“아니, 도서관에서는 조용히 책을 읽거나, 공부해야 하는 거 아니야?”
“그렇지?”
“근데 왜 이것들이 도서관에 와서는 연애질을 하고 그러냐고. 사람 신경 쓰이고 짜증 나게.”
포크로 쫄면을 돌돌 말다가 대뜸 성을 내는 민아린.
가시덩굴 첨탑 공략 사건 이후로 그녀는 현재 도서관 봉사 활동에 힘쓰고 있었다.
이전에도 곧잘 드나들고는 했는데, 더더욱 도서관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난 것이다.
그러다 보니 도서관으로 관련해 여러모로 눈에 밟히는 점이 있는 모양이었다.
쫄면을 꿀꺽 삼킨 그녀가 하나하나 손가락을 꼽아 열거했다.
“도서관에 빌런이 많이 찾아오는데, 그중에서도 걔네가 제일 악질이야. 자기만 독점하겠다고 다른 사람이 빌려 가지 못하게 책을 숨기는 빌런, 자리에 짐만 두고 몇 시간째 나타나지 않는 유령 빌런, 꼭 냄새나는 음식만 가져와서 먹는 빌런 등. 내가 여러 빌런을 겪었지만, 걔네로는 상대도 안 돼.”
“얌얌. 맞아, 도서관은 자는 곳인데 그러면 안 되지. 남들한테 폐를 끼치지 않고 정숙해야지.”
“아린아린, 왜 그렇게 화가 났어? 걔네가 아린아린한테 피해라도 준 거야?”
“피해를 줬지, 당연히. 눈앞에서 그놈들이 노닥거리는 모습을 봐 봐. 공공장소에서 키스나 하고, 머리가 돈 거 아니야? 제정신인가?”
“흠, 대강 무슨 심정인지 알 것 같다. 훈련장에서 훈련은 하지 않고 그런 짓이나 하고 있으면 나라도 화가 많이 날 거다. 열심히 정진하려는 사람들을 모독하는 짓이지.”
“맞아, 나도 동의해. 개인적으로는 도서관에 번호나 딸 생각으로 오는 애들도 싫어. 순수하게 호감이 있어서 따려는 거면 모를까, 그럴 거면 거리로 나가란 말이야. 잠시 나갔다 돌아오면 책상에 음료수가 놓여 있는 것도 싫고.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이 준 걸 어떻게 마시니? 무서워서 번호는 또 어떻게 주고….”
민아린이 화제를 던진 것으로 친구들은 그녀의 의견에 동의하며 저마다 말을 보탰다.
‘맞는 말이지. 도서관에서 왜 연애를 해? 할 거면 눈에 안 띄는 곳에 가서나 하지….’
친구들과 생각이 일치한 나도 긍정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대화에 끼어들려 했다.
입안에 든 음식을 꿀꺽 삼킨 나는 입을 열었다.
“나도 걔네는 이해 못 하겠더라. 그렇게 염장을 지르고 싶나? 주위에 배려가 없는 거 아니야? 그런 애들은 시험이든 뭐든 다 떨어져야 해. 망했으면 좋겠다.”
“내 생각도 그래. 그런 사람들은 너무 보기 싫더라. 눈치도 없고, 매너도 없는 것 같아.”
“….”
옆에 앉은 연하늘이 내 말을 받았다.
그녀도 나와 생각이 같은지 열성적이었다.
나는 무조건 그녀의 말이 옳다며 연신 맞장구를 쳤다.
그런데….
‘얘네는 왜 말이 없지?’
정신이 든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상하게도 조금 전까지 떠들던 친구들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얼굴로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내 혀를 찬 민아린을 시작으로 그들이 말했다.
“그게 너희가 할 소리야? 너희도 걔네랑 똑같으니까 가만히 있어.”
“그러고 보니 저번에 하늘이랑 견우랑 도서관에 공부하러 갔다가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 글쎄, 화장실 간다고 나간 견우가 하늘이 딸기우유만 사서 돌아온 거 있지? 그 후에 계단에서 하늘이한테 벽치기 하는 모습을 나한테 들키기나 하고…. 너희가 할 소리는 아니지, 암!”
“이야기를 들어 보니 견우견우랑 하늘하늘이 잘못한 것 같네!”
“내가 모르는 사이에 그런 일이 있었군. 도견우, 연하늘, 반성해라.”
“….”
우리도 그놈들과 다를 바 없다며 잔소리하며 몰아가는 친구들.
나로서는 어이가 없었다.
‘아니, 그게 왜? 우리가 너희한테 뭐 피해 준 거라도 있냐? 그게 연애질이야? 그냥 자판기에서 딸기우유가 보이니까 하늘이 생각이 나서 사 간 거고, 벽치기도 사람이 오지 않는 곳에서 한 건데 우리가 잘못한 건가? 그때 설마 은비가 올 줄 몰랐지만….’
아마 연하늘도 같은 심정이지 않을까.
고개를 푹 숙인 것으로 보아하니 아무래도 기가 차서 말이 나오지 않는 것 같았다.
나는 그녀를 대신해 친구들의 주장에 당당하게 반박하려 했다.
그때, 차은솔이 운을 뗐다.
“그러고 보니 아까 아카타임에 이런 글이 올라왔던데.”
마치 자신의 것처럼 자연스럽게 민아린의 점심을 뺏어 먹는 차은솔.
포크를 입에 문 그녀가 우리에게 스마트폰을 보여 주었다.
고개를 내민 우리는 화면을 확인했다.
작성자: 익명
「어제 도서관에서 바니바니 본 썰」
수업 듣기 싫은 김에 써 봄.
어제저녁에 과제 때문에 도서관에 책 빌리러 갔는데 거기에 바니바니가 있더라?
왜, 바니랑 래빗 있잖아. 1학년에서 제일 핫하다는 염장 커플.
나는 3학년이라 어제 처음 본 건데 듣던 대로 풋풋해 보이더라.
애들이 깨가 쏟아지던데?
아, 나는 왜 1학년 때 썸이 없었을까.
아니지, 왜 소꿉친구가 없는 걸까.
미안, 이야기가 옆길로 새고 말았네.
각설하고, 얘네가 어제 도서관에서 어떤 만행(?)을 저지른 줄 알아?
버니가 손이 닿지 않으니까 대신에 래빗이 뒤에서 책을 꺼내 주는 건 그렇다고 칠 수 있지.
근데 그러고 나서도 떨어지지 않고 잠시간 붙어서 둘이 그윽하게 시선을 나누는 건 뭐야?
그래도 여기까지는 참을 수 있어.
문제는 그다음이었지.
궁금해서 몰래 지켜봤는데, 그 후에 뭘 했냐면…
후… 얘네가 책장을 사이에 두고 숨바꼭질을 하더라?
버니는 나 찾아보라는 양 이리 피하고, 저리 피하고.
래빗은 책장에 있는 좁은 틈으로 어떻게든 눈을 마주치려 하고…
얘들아, 꼭 그 짓을 해야 했니?
그때 래빗 옆에서 책을 찾던 사람은 대체 무슨 잘못이니? 응???
그 사람 진짜 불쌍하더라.
래빗을 아주 죽일 듯이 노려보던데?
아마 신검 도가의 사람이 아니었으면 가만있지 않았을 것 같더라 ㅋㅋㅋ
걔네 보니까 나도 연애하고 싶더라.
어디 나랑 소개팅할 남자 없나!!!!?????
돈은 내가 다 알아서 할 테니까 그냥 몸만 오면 되는데 ㅎㅎㅎ
형이 이번에 대형 클랜에서 컨택받아서 더는 돈 걱정 하지 않아도 되거든 ㅋㅋㅋ
대신 예쁘고 잘생겨야 함!!!
익명: 아니ㅋㅋㅋㅋ 제발 좀!!! 도서관은 그런 데가 아니라고!!
익명: 내가 1학년이라 아는데 지금 저건 빙산의 일각임. 쟤네 진짜 염장이 장난 아니야. 근데 무서운 게 뭐냐면 쟤네가 자각을 못 해. 억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ㅅㅂ
└익명: 22222222222222
└익명: 아니 얼마나 장난이 아니길래 그래?
└익명: 쟤네 이제는 남이 보든 말든 막 손잡고 다니더라. 그래서 동기들은 쟤네가 드디어 사귀나? 싶었는데, ‘아직’ 안 사귄대 ㅋㅋㅋㅋㅋ 안 사귀면 안 사귀는 거지, 꼭 ‘아직’이란 말을 붙이더라?? 대체 언제 사귈 거냐고 ㅋㅋㅋㅋㅋㅋ
└익명: 사람 짜증 나게 하지 말고 이제는 편하게 사겨라 쪼오오옴!!!!
익명: 하늘이 예쁘지. 토끼 귀 만지고 싶다. 꼬리도 쓰담쓰담 하고 싶다. ㅎㅎ
└익명: ㄷㄷㄷ 익명이라고 그랬다간 나중에 큰코다칠 수 있으니까 조심해라;; 버니 이름을 함부로 언급했다가는 죽을 수도 있어
└익명: 래빗단이 얼마나 무서운지 모르지? 걔네가 평소에는 정체를 숨기고 있어서 실감이 잘 안 가는데 단합력이 장난 아니다
└익명: ㅇㅇㅇ 저번에도 여기서 누가 버니 이름을 잘못 언급했다가 골로 갔잖아
└익명: 도승우 패거리가 당한 걸 봐도 래빗 성격이 짐작 가기도 하고
└익명: 수상할 정도로 영향력이 강한 래빗단 ㄷㄷㄷ
└익명: 방금 진홍 노가의 투희한테 전달함 ㅅㄱ
└익명: 난 케르베로스한테 전달했는데 ㅋㅋㅋㅋ
익명: 누나!! 저요! 저 잘생기고 예뻐요! 저랑 소개팅해요!
└익명: ㄷㄷㄷ 글 자세히 읽어 봐라
└익명: 쟤 남자래;;; 나도 아까 흠칫함
익명: 그때 거기 있던 사람이 나임^^; 래빗이 날 없는 사람처럼 여기면서 그 짓을 하는데 되게 어이없더라 -― 내가 공기냐? 하 ㅅㅂ
└익명: 본인 등판 ㅋㅋㅋㅋㅋ
└익명: 너는 공기야! 너는 공기야! 너는 공기야! ㅋㅋㅋㅋ
익명: 진짜 푸른 새끼…
└익명: 그 이명으로도 부르면 안 된다. 너도 신고당할 거야.
└익명: 래빗이라고 하는 게 편해 ㅠㅠ 아니면 그분이라고 불러야 함
“너희, 정말 이랬어?”
“…이게 뭐가? 소꿉친구 사이에 이 정도는 할 수 있는 거 아니야?”
“으, 응….”
“와… 너희 진짜…. 그냥 이 말밖에 안 나온다. 와….”
“….”
우리 딴에는 주위에 사람이 없길래 장난을 친 거였건만.
설마 그때 목격자가 있었을 줄은 몰랐다.
하지만 나는 최대한 감정을 추슬러 태연하게 대꾸했다.
고은비와 친구들이 답이 없다는 듯 고개를 젓고 혀를 내둘렀음에도 개의치 않았다.
부끄러워하는 연하늘을 지키기 위해 어떻게든 동요를 감추며, 떳떳하게 어깨를 폈다.
“억울하면 소꿉친구를 만들던가. 원래 소꿉친구끼리는 허물없어서 이래도 되는 거야. 사람들이 소꿉친구가 없어서 잘 모르는 모양이네.”
“견우야, 양심은 가출했니? 너 그러다 돌 맞을 수 있어. 그나마 네가 신검 도가의 사람이라서 별 탈이 없는 거라고. 알았어?”
“견우견우! 그럴듯하게 말하지만 개소리를 지껄이는구나?”
“응, 개소리네.”
“개소리군.”
“멍멍? 얌얌.”
친구들이 내 말을 업신여긴다.
나로서는 억울할 따름이었다.
한편으로 생각은 다른 곳으로 향했다.
‘하늘이를 희롱하는 댓글을 올린 자식은 대체 누구지?’
조금 전에 댓글을 살피니, 익명성에 숨어 연하늘을 모욕하는 사람이 상당했다.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아카타임에 우리 이야기가 올라올 때면 으레 발견되고는 했다.
그때마다 나는 신검 도가의 힘으로 놈들을 찾아 혼쭐을 내고 있었다.
이번에도 그럴 생각이다.
나름의 조치를 취해야겠다.
‘여기서 그러면 하늘이가 걱정할 테니, 기숙사로 돌아가서 효원이한테 얘기해 둬야지.’
연하늘의 토끼 귀와 꼬리는 오직 나만 만지고 쓰다듬을 수 있다.
다른 사람에게는, 특히 남자에게는 손길을 허락하고 싶지 않았다.
얼굴을 붉히고 있는 그녀를 곁눈질한 나는 마저 감정을 가다듬었다.
이변을 느낀 것은 그때였다.
‘뭐지?’
주위에 있던 학생들이 하나둘 자리에서 일어나 어딘가로 향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소소한 흥밋거리에 불과했던 규모는 어느새 점점 커져만 갔다.
“무슨 일이라도 났나? 왜 저러지?”
“….”
고은비를 비롯한 친구들도 나를 따라 시선을 모았다.
나는 무슨 상황인지 알아보러 지나가는 학생들이 떠드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오준수랑 강한별이 붙었다는데?”
“뭐? 붙었다고? 싸움이라도 났다는 거야?”
“싸움은 아니고 인사하고 있다던데….”
“그럼 겨우 인사 나누는 거로 다들 우르르 몰려간 거라고? 아니, 할 일도 없나?”
“평범하게 통성명하는 거면 모를까, 오준수가 시비조로 말하고 있다잖아. 그 망나니 자식 눈에 단단히 찍힌 모양이더라.”
“어린 투귀가 무슨 잘못이라도 한…. 아, 그것 때문인가. 반 대항전에서 흑마 오가의 사람한테 가문의 보물을 빼앗았다고 하던데.”
“그것도 있고, 최근에 흑마법 계통 애들이 강한별한테 많이 깨졌잖아. 흑마법 계통의 대표로서 자존심이 상한 탓도 있겠지. 걔한테 당한 사람 중에는 오준수 패거리도 있다니까.”
“….”
돌아가는 상황을 파악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강한별이 마침내 흑마 오가의 오준수를 조우한 것이다.
게임의 스토리가 발생했음을 깨달은 나는 얼른 자리에서 일어났다.
뒤따라 일어나는 친구들을 데리고는 소란의 중심지로 이동했다.
‘틀림없어. 오준수야.’
학생들로 붐비고 있는 중심지에는 두 무리가 대치하고 있었다.
한쪽은 강한별, 리사, 박사군이었고, 다른 한쪽은 오준수와 그의 패거리였다.
대외적으로는 검은 깃털, 속칭으로 망나니로 통하는 흑마 오가의 오준수.
눈 밑에 점이 나 있는 그는 게임에 나오던 일러스트와 흡사한 외견을 하고 있었다.
그런 그가 이죽거리며 강한별을 도발했다.
게임의 흐름대로였다.
두 사람의 대화는 어느새 고조되어 종점에 다다랐다.
“…건방진 놈. 말로 해선 안 되겠구나. 선배를 공경할 줄 모르는 놈한테는 역시 매가 답이지. 들어오는 도전은 거절하지 않는다고? 그래, 좋다. 이참에 선배로서 본보기를 보여 주마. 강한별, 너에게 랭킹전을 신청한다.”
오준수가 공식적인 대련을 요청한다.
두 사람의 대치를 지켜보던 학생들은 크게 술렁거렸다.
강한별이 승낙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자연히 형성된다.
오준수가 의도한 바였을 것이다.
그러나 강한별은 상대가 누구든 대련을 꺼릴 인물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는 기다렸다는 듯이 요청을 받아들였다.
입가를 끌어 올린 그가 답했다.
“공경은 공경할 사람한테나 하라고 사부님께서 말씀하셨거든. 나를 깔보는 사람한테 공경하고 존대할 필요가 있겠어? 도전? 나야 좋지. 너랑 싸우는 걸 기대하고 있었으니까. 근데 랭킹전이 정확히 뭔지는 알려 줘야 하는 거 아니야? 그리고….”
학생들의 이목을 사로잡는 강한별이 말을 잇는다.
그가 탐욕스럽게 눈을 반짝이며, 시원스럽게 웃었다.
“신발, 몇 신어?”
“뭐?”
“발 사이즈가 어떻게 되냐고.”
강한별다운 질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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