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Childhood Friend of the Middle Boss RAW novel - Chapter (198)
(198)
수요일 10, 11교시 기지 방어 수업.
시험은 무작위로 4개 그룹을 지어 게이트에 들어가, 고블린 군단을 상대로 수성전을 벌이는 것이었다.
“이놈들은 죽는 게 무섭지 않나!? 어떻게 다 죽어 가면서도 덤벼들려 하는 거야!?”
“코카인 고블린이라잖아. 낌새를 보니 전투 전에 한껏 흡입한 거겠지.”
“도견우! 지금 덤덤히 있을 때야!?”
“저놈들이 성문을 부수고 있다니까!?”
“이 이상 막는 건 글렀어! 얼른 내성으로 피신해서 전력을 정비하는 게 낫지 않을까!?”
성벽 아래로 우글우글 몰려들고 있는 고블린 군단이 눈에 들어왔다.
공성전에 대비해 중무장한 놈들은 하나같이 마약에라도 취한 듯 광분한 상태였다.
반면 25명으로 놈들을 막아야 하는 우리는 체력 소모가 상당해서 피로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
성문을 지키는 학생들의 경우에는 점점 밀리는 조짐을 보이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세쌍둥이가 대표로 내게 후퇴를 촉구한 것은 무리가 아니었다.
하지만 내 생각은 달랐다.
“벌써 내성으로 퇴각하면 어떡해? 여기서 최대한 놈들 수를 줄이며 버틸 수 있을 때까지 버텨야지.”
“도견우! 그게 말이야 쉽지!”
“지원 병력 없이 쟤들이 저놈들을 상대할 수 있을 것 같아!?”
“그러다 사망자라도 발생하면? 그때는 감점으로만 끝나지 않을 거라니까!?”
“나도 알고 있어. 그러니까….”
세쌍둥이가 쫑알거리는 소리가 시끄럽다.
성벽을 기어오른 고블린들을 처리하던 나는 그들의 정론에 대꾸했다.
“성문 밖은 내가 맡을 테니까, 너희는 성벽이나 지키고 있어.”
“뭐!? 너 지금 그게 무슨….”
“야! 도견우! 너 혼자 뛰어내리면 어떡해!? 죽으려고 작정했어?”
“아, 저 또라이 또 시작이네….”
세쌍둥이가 뭐라고 외치든 말든.
나는 주저하지 않고 성벽에서 뛰어, 코카인 고블린 군단이 들고 있는 충차 위로 착지했다.
키륵!?
“들어올 때는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와야지, 이런 거 말고.”
물론, 비밀번호는 없지만.
가볍게 키득거린 나는 갑작스러운 내 등장에 당황한 놈들을 단숨에 도륙했다.
충차를 부수는 것도 잊지 않았다.
키이이익!!
키악! 키륵! 쿠악!
그때쯤 전열에 있던 고블린 군단이 나를 적으로 인식했다.
놈들이 화살을 쏘고, 마법을 날리며, 창을 쥐고 달려들었다.
[몬스터를 조우했습니다.] [코카인 고블린 장군(Rank. 03) x 1] [코카인 고블린 기사(Rank. 02) x 4] [코카인 고블린 궁수(Rank. 01) x 7] [코카인 고블린 창병(Rank. 01) x 12] [코카인 고블린 마법사(Rank. 01) x 3] [코카인 고블린….]수가 너무 많다.
그러나 위기는 아니다.
파직!
회피 본능이 발동하고 있다.
나는 기프트의 호소에 따라 움직이며 사방에서 들어오는 공격을 피하고 검을 휘둘렀다.
‘3랭크 저놈이 제일 성가셔. 일단 저놈들을 죽여야 여기 있는 놈들의 사기가 떨어질 거야.’
덧붙여 연계를 무너뜨릴 수도 있을 것이다.
판단을 내린 나는 즉각 놈에게 달려갔다.
키륵! 쿠악! 콰야야약!
당연히 3랭크 코카인 고블린의 주위에는 다른 놈들이 포진해 있었다.
괜찮다.
뚫고 가면 그만이다.
[군청검: 전류 방출>지금까지 군청검에 모아 놓은 벽뢰를 일직선으로 풀어헤친다.
굵고, 번쩍이는 푸른 줄기가 곧장 지면을 달려 전방에 밀집한 놈들을 갈기갈기 찢어 냈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비집고 들어간 나는 3랭크 코카인 고블린의 목을 잘랐다.
키르륵!?
놈이 마나의 입자로 산화하면서 그동안 놈의 지시에 따르던 수하들이 크게 동요했다.
약에 취해, 정상적인 사고가 떨어지는 놈들은 더는 적수가 될 수 없었다.
내 지시를 받은 학생들은 기세를 몰아 성문 앞에 있던 놈들을 요격했다.
“견우도 있는데 화력이 큰 마법을 떨어뜨려도 되는 거야!?”
“괜찮아! 우리가 걱정하지 않아도 저 또라이는 알아서 잘 피할 거야!”
“우리 또라이가 피하는 건 잘하거든!”
“그냥 고블린들이랑 같이 공격해!”
금은동 저것들이 진짜….
성곽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헛웃음을 흘린 나는 뜀박질을 멈추지 않았다.
머리 위에서 쉴 새 없이 떨어지는 아군의 공격을 피하며 남아 있는 고블린들을 해치운다.
그때쯤 약에서 깨어난 듯한 놈들이 이판사판이란 듯이 떼거리로 달려들었다.
위험하다.
그러나 이 역시 괜찮다.
‘첫 실전인가.’
군청검에 내장된 마법을 발동한다.
검에서 푸른 전류가 번쩍 피어오르며 내 몸을 더듬는다.
[군청검: 전류 제어>힘이 넘쳐 오른다.
신체의 변화를 느낀 나는 이전보다 빠른 속도로 놈들에게 달려들어 적진을 휩쓸었다.
그렇게.
[스킬을 얻었습니다.] [카리스마 Lv 1] [지휘 통솔 Lv 1]우리는 높은 성적으로 시험을 마칠 수 있었고.
수업 내용을 일정 수준 이수한 나는 스킬들을 획득할 수 있었다.
파티원들을 설득하고, 통솔하는 데 도움이 되는 스킬들이었다.
[카리스마 Lv 1]◆ 스킬 분류
―상시 발동형
◆ 상세 효과
―존재감을 돋보이게 하여, 다른 존재로부터 소폭 이목을 끈다.
―격이 낮은 상대일수록 대함에 있어, 위엄이 소폭 증가한다.
―격이 낮은 상대일수록 발언에 설득력이 소폭 증가한다.
―전투 시, 최우선 공격 대상이 될 확률이 10% 증가한다.
―원거리 공격에 대한 회피율이 3% 증가한다.
―3계위 이하 버프계 스킬에 한해, 대상으로서 적용되는 효과와 지속 시간이 1% 증가한다.
[지휘 통솔 Lv 1]◆ 스킬 분류
―상시 발동형
◆ 상세 효과
―파티원의 신뢰와 친밀감을 얻는 게 소폭 쉬워진다.
―파티원을 설득하는 게 소폭 쉬워진다.
―파티원이 명령을 거부할 확률이 소폭 하락한다.
* * *
목요일 8, 9교시 극기 산악 행군 수업.
한 학기 동안 수호국의 가르침 아래, 덜 아프게 맞는 법을 배우고, 체력을 다진 우리는 이제 그 성과를 증명해야 했다.
시험 장소는 입학시험을 치른 적 있던 안개산 등정로였다.
다만, 게이트의 숫자는 달랐다.
[게이트에 입장했습니다.] [황색: 안개산 등정로 I] [이미 공략된 게이트입니다.]해안가 도로에서부터 시작하는 게 아닌, 안개산 초입에서 시작하는 게이트.
시험에 필요한 장비를 착용한 우리는 안개로 뒤덮인 산을 올라, 정상까지 도달해야 했다.
장비는 간단히 방벽을 두르는 것 외에 다른 마법을 사용할 수 없도록 제한하는 역할을 했다.
그로 인해 우리는 순수 신체 능력에 의지해서 안개산을 오를 수밖에 없었다.
다행이라면 입학시험을 치렀을 때처럼 까다로운 트랩은 없었다는 점이다.
하나, 그렇다고 방심할 수는 없다.
딸칵!
앞서가던 누군가가 트랩을 밟은 모양이다.
스위치가 눌러진 듯한 소리를 들은 나는 기감을 곤두세웠다.
잠시 후, 측면에서 안개가 흔들리며 무언가가 날아들었다.
줄에 매달린 통나무였다.
그런데 측면은 시작에 불과했다.
“견우야! 저쪽에서도 오고 있어!”
“대체 누가 밟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진짜 제대로 밟았나 보네.”
순차적으로 사방에서 통나무들이 진자 운동을 하듯 우리에게로 들이닥치고 있었다.
거기에 고무공 세례도 합세했다.
함께 안개산을 오르던 나와 강한별은 낭패감에 혀를 찼다.
체내 마나를 다루는 데 제한이 있는 우리에게 모든 공격을 피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하드 스킨이 없었다면 말이다.
[하드 스킨>피할 수 있는 것은 피하되, 피하지 못하는 것은 효율적으로 막는다.
수업을 통해 하드 스킨을 습득한 우리는 능숙하게 공격에 대처했다.
파직!
회피 본능이 있는 나는 더 수월하게 트랩을 헤쳐 나갈 수 있었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 협조해 꿋꿋이 안개산 정상으로 나아갔다.
정상에서는 수호국이 기다리고 있었다.
“…지금까지 수업을 들은 사람 중에서 너희보다 빨리 오른 사람은 없을 거다. 강한별, 도견우, 너희가 이번 학기 수업 1등이다. A+를 받게 된 것을 축하한다.”
“그런가요? 노력한 보람이 있네요. 감사합니다.”
“한 학기 동안 감사했습니다, 교관님! 오전 수업으로도 또 만나겠지만요.”
회피를 주력으로 삼던 나로서는 얻어 간 게 많은 수업이었다.
수호국에게 감사를 표한 나와 강한별은 그대로 게이트를 나왔다.
‘오늘 시험은 이걸로 끝난 건가.’
금요일에 있는 인체의 신비는 과제로 시험을 대체하기로 했으니, 나머지는 초급 검술 대련1과 토요일에 있는 학년 필기 및 실기 시험밖에 없었다.
굳이 공부하지 않아도 현재 실력으로 충분히 A+학점을 취득할 수 있는, 전공 필수 수업인 초급 검술 대련1을 제외하면 사실상 토요일 시험만 남아 있는 셈이다.
나로서는 시험을 준비해야 하는 부담을 상당히 덜었다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적기가 있다면, 오늘이었다.
나는 강한별에게 말했다.
“한별아, 오늘 시험은 이걸로 끝난 거지? 다음 수업은 없지?”
“응, 맞아. 오늘은 이걸로 끝이지. 그건 왜 물어보는데? 아, 같이 저녁 먹으러 가자고? 나야 당연히 좋지. 안 그래도 안개산을 오르느라 배가 고프던 참이었는데.”
“마침 저녁을 먹을 시간이긴 하네. 그럼 밥이나 먹으면서 이야기 좀 할까? 이왕 이렇게 된 거, 시간 되는 애들도 부르고.”
“웬 이야기? 중요한 이야기인 거야? 무슨 일인데?”
이번에 카리스마와 지휘 통솔 스킬도 얻었겠다.
내 발언은 더욱 설득력이 생길 것이다.
그것까지 감안한 나는 흥미를 보이는 강한별에게 사정을 이야기했다.
“요새 오준수 밑에 있는 애들이 리사 주위를 맴도는 것 같더라고. 그래서 느낌이 좋지 않아서 따로 걔네들에 대해 알아봤는데….”
“오준수 애들이 리사를? 왜?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확실한 건 아닌데… 아무래도 그놈들이 리사를 인질로 잡아서 널 꾀어내려는 것 같더라.”
“뭐?”
“그래서 말인데….”
저녁 먹고 난 다음에 나랑 같이 그놈들 잡으러 가지 않을래?
내 제안에, 강한별은 당연하다는 듯이 소리를 높였다.
“어떤 놈들이야? 가자, 견우야. 그놈들 족치러. 오준수 이 자식이 건드릴 거면 나를 건드리지, 내 친구를 건드리려 해?”
강한별이 분노했다.
원하는 반응을 얻은 나는 그길로 친구들에게 연락해, 행동에 나서기로 했다.
‘납치 미수도 엄연히 범죄지, 암.’
* * *
“준수는 대체 무슨 생각인 걸까?”
“몰라, 우리가 그 망나니 생각을 어떻게 알겠어. 그놈이 언제 정상적으로 행동하는 거 봤어? 아마 강한별 걔한테 당한 게 자존심이 상해서 제 성미를 참지 못하고 눈이 뒤집힌 거겠지.”
“그래도 너무 엇나간 것 같지 않아?”
“엇나가면 뭘 어쩌겠어. 걔한테 붙은 우리는 시키는 대로 따르는 수밖에.”
흑마 오가의 검은 깃털, 오준수.
알 만한 사람들 사이에서 은연중 망나니라 불리던 그는, 그 이명에 걸맞은 사람이었다.
평소 행실이 좋지 못했으며 걸핏하면 가문의 이름을 방패로 내세워 패악질을 일삼은 것이다.
흑마 오가의 후원을 받는 학생들로서는 별수 없이 그 성정을 감내해야 했다.
그만큼 가까이에서 보필해야 했던 그들은 최근 그에게서 일어난 변화를 감지하고 있었다.
“그러게 왜 랭킹전을 벌여서는…. 조용히 둘이서 결판을 내서 졌으면 누가 뭐라 그랬겠어?”
“뭐라 그러는 애들이 있기는 했겠지.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겠지만.”
“아마도 투귀 님의 제자를 쓰러뜨려서 전교에 자랑하고 싶었던 거겠지. 걔 성격이 그렇잖아.”
“그래서 쪽팔려서 별장에 처박힌 이유를 모르지는 않겠는데… 정말 이래도 되는 건가?”
“기말고사도 보러 나오지 않고, 대체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네…. 학기를 다시 들을 생각인가?”
어린 투귀, 강한별.
투귀 서정진의 제자인 그에게 진 후로, 오준수의 성격은 더욱 거칠고 난폭해졌다.
급기야 강한별에게 복수하겠다는 일념으로 말도 안 되는 명령을 내리기까지 했다.
“아니, 그레이스 제국의 황녀를 별장으로 납치해 오라는데, 이거 진짜 괜찮은 거냐? 잘못하면 가문 간의 문제가 아니라 외교 문제가 될 수 있는 거 아니냐고.”
“황위 계승 서열 순위가 낮다더라도 황족이란 것은 변함이 없지. 만약 일이 잘못될 경우에는 우리도 무사하지 못하는 수가 있어.”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없는데…. 너무 위험한데 해도 되는 건가? 준수가 책임을 진다고 해도 과연 책임질 수 있는 일인 걸까?”
자신이 만전의 태세로 임하고 있는 흑마 오가의 별장으로 강한별을 끌어들이기 위해.
정황상, 그의 연인으로 짐작되는 그레이스 제국의 황녀 리사 그레이스를 데려오라.
오준수의 명령을 받은 학생들로서는 무척 난감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그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렸다.
“미안한데, 이번만은 못 따라 주겠다. 다른 사람들한테 알리지는 않을 테니까 너희 알아서 해. 나는 빠질게. 나중에 어떻게 되든 욕이나 먹고 말지.”
“나도 빠지도록 할게. 계획 자체가 너무 무모해. 차라리 자존심을 굽히고 강한별한테 싸우자고 연락을 취하지, 왜 이렇게 어렵게 가는 거야?”
“원래 그런 놈인 줄은 알고 있었지만, 세상에… 황녀를 납치하겠다니. 이번에는 크게 실망했다. 나는 더는 걔랑 같이 못 어울리겠다. 혼자 살 길을 찾든, 1학년의 오준식에게 빌붙든 해야지. 걔가 방계라지만 엄연히 흑마 오가의 사람이잖아. 준수보다야 덜하겠지만 뭐라도 떨어지겠지.”
“강한별과 황녀님이 연인 사이란 것도 정확한 정보는 아니고 말이야.”
논의 끝에 현명한 판단을 내린 일부는 오준수의 계획에 동참하지 않기로 했다.
손해를 감수하기로 한 그들 대다수는 흑마 오가의 후원으로부터 어느 정도 자유롭거나, 굳이 오준수를 따르지 않아도 살길을 마련할 수 있는 이들이었다.
“두 사람이 정말 연인 사이인지는 잘 모르지만, 친밀한 사이인 건 맞지 않아? 황녀를 잡는다면 강한별이 뜻대로 움직여 주기는 할 거야. 계획이 영 허술한 건 아니야.”
“그리고 준수가 납치하라고 했나? 우리한테 데려오라 했지. 누가 납치래? 우리는 그냥 황녀를 정중히 모셔 오기만 하면 될 뿐이야. 이후에 일어나는 책임은 우리가 아닌 준수 책임이지.”
“맞아, 책임은 준수가 다 질 거야. 걔도 그렇게 말했잖아.”
“이번 일이 성공하기만 하면 확실하게 준수 라인에도 들 수 있을 테고.”
반면에 일부는 자신을 정당화하며 오준수의 계획에 동참하기로 했다.
그들은 대체로 흑마 오가의 후원과 깊이 연관돼 있어, 쉽게 발을 뺄 수 없던 부류였다.
혹은 도박하듯 미래를 건 부류이기도 했다.
그렇게 오준수에게 붙기로 한 그들은 좋든 싫든 리사를 납치할 계획을 세웠다.
우습게도 계획을 실행하는 시기는 기말고사 기간을 고려해, 되도록 서로 편할 때로 맞췄다.
“다들 금요일에는 시험이 얼마 없고 일찍 끝난다니까 그때로 하자.”
“아, 토요일은 학년 시험인데…. 역시 다른 날이 낫지 않을까?”
“다른 애들이 시간이 안 된다잖아. 어쩔 수 없어. 우리는 역할만 끝내고 빨리 돌아오면 되지. 그다음은 준수랑 최측근 애들이 알아서 하겠지.”
“걔네들 이야기가 나와서 그러는데. 걔네도 요새 좀 변한 것 같지 않냐? 준수를 보러 간다고 별장에 다녀온 뒤부터 이상해진 것 같은데….”
“준수한테 조인트라도 까였나 보지. 걔네도 당분간 건드리지 마. 그러다 재수 옴 붙을라.”
“강한별 걔네도 학년 시험 준비로 바쁠 테니까 어떻게 보면 이때가 적기일 수도 있어. 그러니 나는 금요일 찬성이야.”
이후로 학생들은 리사를 납치하기 위해 그녀의 동향을 살폈다.
만일 그녀가 무방비한 상태라도 보이면 계획 시기를 앞당길 의향도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기숙사 방으로 들어갈 때를 제외하고는 웬만해서는 혼자 있지 않았다.
그녀의 곁에는 거의 항상 연하늘이나 다른 친구들이 있었다.
음모를 꾸미는 학생들로서는 애가 타며 결행일을 기다려야만 했다.
“다들, 내일인 건 알고 있지?”
“그레이스 제국의 황녀를 납치… 아니, 정중히 모셔 온다.”
“최대한 남의 눈에 띄지 않게 신속하게 행동해야 해. 알고 있지? 다들 조심해.”
“차는? 준비했어?”
“마침 준수가 오늘 보내 줬어. 내가 후문에 주차해 놓고 오는 길이야.”
“좋아, 다들 확실히 숙지한 것 같으니 내일 이 자리에서 보도록 하자. 그럼 해산.”
결행일, 하루 전.
기말고사 넷째 날 저녁에 은밀히 모인 학생들은 마지막으로 계획을 점검했다.
긴장이 가득한 얼굴을 한 그들은 서로를 격려하고, 다독였다.
그러고 나서 헤어지려 했는데….
“거봐, 내가 수상하다고 했지?”
“건드릴 거면 날 건드릴 것이지, 내 친구를 건드리려 해? 너희들, 무사하지 못할 줄 알아.”
“의롭지 못한 놈들이군. 오준수 그 자식도. 너희가 그러고도 헌터를 목표로 하는 사람들이냐. 내가 그 본성을 뜯어고쳐 주지.”
“그러니까… 저를 납치하려 했다는 거죠? 견우가 또 저한테 장난을 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장난이 아니라 진짜였던 거군요.”
“우리 적이니까 해치우면 되는 거지? 리사를 건드리려 하고…. 내가 가만 안 둘 거야.”
“너희들! 재미있는 짓을 꾀하고 있었구나!? 덕분에 스트레스 좀 풀겠다! 안 그래도 공부하느라 요새 몸이 쑤시던 차였는데 잘됐다!”
“남유리 너는 공부도 안 했으면서 무슨 공부야? 그건 그렇고 시험 기간에는 조용할 것이지, 사람 공부나 방해하고 이게 뭐 하는 짓이야? 다 죽었어.”
“….”
학생들이 눈치챘을 때는 이미 늦은 뒤였다.
어느새 도견우 일행이 그들의 주위를 포위하고 있던 것이다.
그 속에서 리사를 발견한 그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때, 누군가 간신히 입을 뻐끔거렸다.
“대체….”
언제 계획이 새 나간 거지?
아쉽게도 서슬이 푸른 무기를 쥔 도견우 일행은 아무도 답해 주지 않았다.
직후, 리사를 건드리려 한 것에 화가 난 연하늘이 붉은 눈을 번뜩이며 쇠망치를 내리쳤다.
콰직!
1명이 지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