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Childhood Friend of the Middle Boss RAW novel - Chapter (201)
(201)
안타깝게도 수의 이점을 살린 전법은 처음에만 효과가 있었을 뿐이다.
적들이 어리석지 않은 이상, 구태여 통하지 않는 방식을 고수할 리 없었다.
우리의 의도를 눈치챈 그들은 금세 방식을 바꿔 대응해 왔다.
더욱이 우리를 노리는 몬스터들도 많았다.
“하늘아, 개 짖는 소리가 시끄러운데 저기다 마법 좀 퍼부어 줄 수 있을까?”
“응, 알았어. 그러지 않아도 나도 시끄럽다고 생각하던 참이었어.”
“우린 참 생각이 잘 맞아. 안 그래?”
“그야 소꿉친구 사이인걸.”
“하긴, 같이 보낸 시간이 많다 보니 서로 생각이랑 취향이 같아지는 것도 이상하지는 않겠다.”
“응! 내 생각이 네 생각이야.”
“흥, 웃기지도 않는 소리를 하고 있네. 저 소리가 시끄럽다고 생각한 건 너희만이 아니거든? 그리고 지금이 노닥거릴 상황이야? 집중력 떨어지게 분위기 흐리지 좀 말아 줄래?”
존재의 마나를 탐하는 몬스터들이 우리가 흘리는 마나를 쫓아 계속 몰려들고 있었다.
게임에서는 스테이지 몇 차례로 끝났을 놈들과의 전투가 끊임없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간간이 악마들까지 나타났으니….
흑마 오가의 별장으로 가는 과정은 마냥 순탄하지 않았다.
우리는 시간이 지날수록 서서히 피로를 느낄 수밖에 없었다.
체력이 약한 민아린의 경우에는 슬슬 마음의 여유를 잃기 시작한 듯했다.
나와 연하늘이 잠깐 말을 주고받았다고 대뜸 핀잔을 줄 정도로.
‘쟤 저러다가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짜증을 낼 것 같은데…. 안 되겠다.’
민아린의 얼굴에 심술이 가득하다.
지팡이를 타고 날아가며 씩씩거리는 그녀를 살핀 나는 특단의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한별아, 매지컬 실크 해트 있지? 그거, 아린이한테 씌워 줘.”
“알았어! …아린아, 이거 머리에 써!”
“이걸 왜 나한테 주는 건데!?”
“그걸로 머리 좀 식히라고. 다 널 생각해서 그런 거야.”
“…말은 잘해요. 쓰면 되잖아, 쓰면.”
강한별의 포켓 인벤토리에는 일전에 하트랜드에서 얻은 매지컬 실크 해트가 들어 있었다.
아티펙트에 내장된 클리어 마인드 스킬은 마음을 비우고, 감정을 가라앉히는 것에 탁월했다.
나는 민아린의 스트레스 관리를 위해 강한별에게 그것을 꺼내 달라고 부탁한 것이다.
이에 그가 순순히 그녀에게 모자를 넘겼고, 툭툭거리던 그녀는 마지못한 척 모자를 썼다.
[매지컬 실크 해트: 클리어 마인드>안에서 비둘기가 나올 것 같은 마술사 모자를 쓰고, 명상에 잠기는 민아린.
클리어 마인드는 잠시간 마나 회복 속도를 늘리고, 마법을 캐스팅하는 시간을 줄이기도 했다.
곧 얼굴이 풀어진 그녀는 자신에게 일어난 변화를 확인하고 입꼬리를 올렸다.
이후로도 우리는 페이스를 조절하며 흑마 오가의 별장으로 날아갔다.
그렇게 언덕 중턱에 올랐을 때였다.
“이 앞으로는 아무도 보내지 않겠다. 단, 강한별은 지나가라. 도련님께서 기다리고 계시니까.”
“….”
신검 도가에 레굴루스 클랜이 있다면, 흑마 오가에는 레이븐스(Ravens) 클랜이 있었다.
그 클랜의 제복을 입은 헌터가 가로막듯 우리 앞에 나타났다.
지금껏 맞닥뜨린 적들과 다르게 범상치 않은 기운을 풍기는 남성이었다.
‘암막(暗幕)이 왜 안 나오나 했더니, 여기서 대기하고 있던 거구나.’
나는 까마귀처럼 검은 제복을 입은 남자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레이븐스 클랜의 암막, 고담호.
게임에서도 이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그는 상대하기 까다로운 어쌔신으로 통했다.
그가 허리에 찬 검에 달린 매듭, 암막의 홍조수아(紅絛穗兒)에 내장된 스킬 때문이다.
‘주위로 어둠을 흩뿌려 상대로부터 모습을 감추는 스킬이었지.’
게임에서는 고담호가 그 스킬을 쓰면, 화면이 암전되고는 했다.
그로 인해 플레이어는 감에 의지해 어디 있는지도 모를 그를 찾아 쓰러뜨리는 수밖에 없었다.
그 과정에서 전투에 참가한 캐릭터가 사망할 확률이 무척 높았다.
‘그래서 내구가 높거나, 감이 좋아 어느 정도 대응할 수 있는 캐릭터가 선호됐는데….’
고담호에게 그나마 유리한 사람은 박사군, 용해랑, 마지막으로 나였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나는 앞으로 나섰다.
“너희는 먼저 가. 나는 저 사람을 쓰러뜨리고 나서 합류할게.”
“왜 네가 남으려는 건데. 그러지 말고 아까처럼 다 같이 상대해도 되는 거 아니야?”
“단체로 저 사람한테 덤볐다가는 손해가 막심할 테니까. 그리고….”
방해다.
눈이 보이지 않는 상태로 싸우게 될 텐데, 고담호를 분간하는 게 힘들어질 것이다.
잘못하면 아군끼리 공격할 수도 있었다.
그 위험성을 알고 있는 나는 연하늘의 우려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빛의 정령의 힘이나, 라이트로도 암막의 홍조수아의 스킬에는 대항할 수 없을 거야.’
고담호를 상대하기에 가장 적합한 사람은 나밖에 없었다.
나는 단신으로 그를 마주했다.
그러자 그가 조롱하듯 비웃었다.
“신검 도가의 푸른 새끼, 도견우. 네 이름은 익히 들어 알고 있다. 하지만 그래 봤자 네 녀석이 학생에 불과하… 큭! 뭐 하는 짓이냐!?”
고담호가 뽑으려는 검에 매달린 홍조수아가 빛을 머금는다.
아직 자리에 다른 사람들이 있는데 스킬을 사용하게 둘 수는 없다.
사전에 낌새를 눈치챈 나는 즉각 그에게로 달려들었다.
단언컨대, 휘두른 검에는 절대 사적인 감정은 섞여 있지 않았다.
“그 이명으로 부르지 마라. 부를 거면 차라리 래빗이라 부르든가.”
“…!”
“하늘아, 나는 괜찮으니까 얼른 가. 나 대신 한별이를 도와주도록 해. 나는 금방 뒤따라갈게.”
“알았어, 조심해야 해.”
“너도.”
진짜….
내가 꼭 멋있는 이명 얻고 만다.
* * *
암막 고담호를 전담하기로 한 도견우를 뒤로하며.
연하늘, 강한별 일행은 계속해서 흑마 오가의 별장으로 나아갔다.
언덕길을 올라, 별장에 가까워질수록 맞닥뜨리는 적들은 더 강해졌다.
“…교활한 놈들이네. 야음을 틈타서 공격할 줄 아는 걸 보면.”
도로 양옆에 펼쳐진 숲속에서 몬스터들이 따라붙고 있었다.
어둠 속에 몸을 숨긴 놈들은 걸핏하면 일행에게 기습을 가하고, 미련 없이 물러났다.
시간을 들여 천천히 일행의 힘을 빼, 약해진 순간을 노리는 것이다.
하이에나 같은 놈들이다.
그 의도를 모르지 않는 도시은이 눈살을 찌푸렸다.
푸른 눈으로 어둠이 드리운 숲속을 훑은 그녀가 입을 열었다.
“아무래도 이대로 내버려 둘 수는 없겠어. 여기서 저놈들을 소탕하는 편이 나을 것 같아. 누구, 내가 신호할 때 숲 전체에 빛을 터뜨려 줄 수 없을까.”
“주위의 어둠을 밝히는 거라면 제가 할 수 있으니 도울게요.”
“고마워. 그리고 놈들이 도망치지 못하게 퇴로를 차단해야 하는데… 누가 주위에 불을 질러 줄 수 없을까?”
“그건 제가 할 수 있어요, 언니. 그런데 잘못하면 불이 번질 수도 있는데 괜찮은 건가요?”
“괜찮아. 너무 심하지만 않으면 내 힘으로 제압할 수 있으니까.”
리사와 민아린의 실력이라면 이미 충분히 확인한 바였다.
믿고 맡길 수 있다.
두 사람에게 지시를 내린 도시은은 적기를 가늠했다.
이윽고 몬스터들이 기습을 가하려 도로 위로 뛰어오른 그때.
“시작해.”
도시은은 작전을 실행했다.
리사는 곧장 준비한 마법을 전개해, 상공에 거대한 광구(光球)를 만들어 냈다.
그 공이 사방으로 터져 나가면서 숲속 일대가 환히 밝아졌다.
한편, 민아린은 불길을 일으켜 몬스터들의 퇴로를 봉쇄했다.
이때를 놓치지 않은 사람들이 일제히 놈들에게 달려들었다.
그렇게 작전은 성공적으로 끝났다.
“그거 아시나요? 여기서 근무하는 사람이라면 대부분 한두 개 정도 흑마법을 익히고 있답니다. 일반인이 아니란 거예요. 아시겠어요?”
이후에 일행의 앞에 나타난 적은 별장에 고용된 사람들이었다.
상대적으로 높은 위치를 점한 그들이 산탄총을 겨눴다.
그들 중에서 가장 직급이 높은 하녀장은 거대한 추가 달린 쇠사슬을 빙글빙글 돌렸다.
바로 그때.
“도련님의 명입니다. 강한별 학생만 별장으로 오라… 커헉!”
“응! 그 소리, 올라오면서 계속 들어서 이제는 질렸어!”
“일반인이 아니라고 했지? 그럼 마음껏 때릴 수 있다는 거군.”
하녀장이 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대뜸 그녀에게로 돌진한 남유리가 몸통박치기를 날렸다.
행여나 그녀가 총탄에 맞지 않을까 거의 동시에 몸을 움직인 용해랑은 그녀를 엄호했다.
“안 도와줘도 됐는데. 내가 총탄에 죽을 사람은 아니거든. 그래도 도와줘서 고마워!”
“그렇다고 혼자서 보낼 수는 없지. 친구로서 당연한 거다. 그게 의리다.”
고용인들이 몸소 적진에 파고든 남유리와 용해랑을 포위했다.
그럼에도 두 사람은 두려워하지 않고, 서로 등을 맞대고 그들의 동태를 살폈다.
“근접 전투에는 자신 있냐.”
“음… 어느 정도? 해랑해랑한테 방해가 되지는 않을 거야.”
“힘들면 말해라.”
“그럴 일은 없겠지만, 그래!”
적들과 거리가 가깝기도 하고, 섣불리 사람을 죽일 수는 없으니 사이드는 사용하지 못한다.
남유리의 사정을 아는 용해랑은 걱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걱정은 기우에 지나지 않았다.
머리카락을 거대한 주먹으로 바꾼 남유리가 재빠른 몸놀림을 더한 체술을 선보인 탓이다.
그녀는 고용인들 사이를 뛰어다니며 묵직한 일격을 선사했다.
고은비, 박사군 등의 지원도 있었다.
“얘들아! 너희를 맞힐지도 모르겠는데 그냥 알아서 피해!”
“어그로를 끄는 건 내 역할인데, 왜 너희가 끌고 있는 거야?”
언덕 아래에서 분주하게 달리며 산탄총을 쏘려는 사람들 위주로 화살을 날리는 고은비.
포위망을 뚫고 안으로 들어가, 용해랑과 남유리와 합을 맞추며 도끼를 휘두르는 박사군.
이외 다른 사람들의 지원이 더해지며 고용인들은 금세 무력화됐다.
그다음에 나타난 적은 악마였다.
“….”
성인 남성 정도 되는 체구에, 원숭이 가면을 쓴 악마.
나뭇잎으로 중요 부위만 가린 악마의 가슴 부근에는 과시하기 위한 문신이 새겨져 있었다.
4개의 검은 별.
악마의 성위를 확인한 사람들이 얼굴을 굳히고 긴장한 것도 잠시.
“너희, 맛있게 생겨어어억…!?”
“귀찮게 하지 마.”
차은솔은 냅다 악마에게 날아가, 바람의 정령의 힘을 사용해 지상으로 떨어뜨렸다.
그녀는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지면에 처박힌 놈이 소멸할 때까지 힘을 때려 박았다.
4성위 악마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초라한 최후였다.
“가자, 얼른.”
사람들이 그녀의 폭거에 놀라서 벙찐 가운데.
깊이 숨을 들이마신 차은솔은 그들을 재촉하며, 하늘로 날아올랐다.
‘정령들이 비명을 지르고 있어.’
정령은 감정의 결정체라고도 할 수 있다.
감정을 미식으로 즐기는 악마에게는 자연히 구미가 당길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보니 현재 숲속에 사는 정령들이 악마들에게 잡아먹히고 있는 판이었다.
정령을 자신의 일부처럼 여기는 차은솔은 화를 참지 못했다.
그녀로서는 얼른 사태를 해결해 정령들을 구하고 싶은 심정이었다.
한편, 강한별과 함께 선두를 달리는 연하늘은 문득 상념에 빠졌다.
‘견우는 괜찮은 걸까.’
도견우의 실력을 믿고 있음에도 불안한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런 그녀의 상태를 깨달은 강한별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견우가 걱정되는 거지?”
“어?”
“얼굴에 딱 그렇게 쓰여 있길래. 견우가 걱정된다고.”
“…응, 맞아.”
“너무 걱정하지 마. 견우라면 분명 이겨서 돌아올 테니까.”
“응, 견우라면 그러겠지.”
강한별의 말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그만큼 도견우의 승리를 믿어 의심치 않는다는 뜻이다.
그에게 위로를 받은 연하늘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도견우를 걱정할 게 아니라, 앞으로 겪을 일에 집중하기로 했다.
‘이제 얼마 남지 않았어.’
곧, 흑마 오가의 별장에 다다른다.
연하늘은 최대한 힘을 회복하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어느새 다른 사람들도 자신처럼 힘을 회복하는 것에 전념하고 있었다.
기척을 느낀 것은 그때였다.
‘저건….’
흑마 오가의 오준수다.
별장에서 나온 그가 길을 올라오는 사람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직후, 연하늘과 강한별 일행은 그에게서 일어난 변화를 보고 눈을 크게 떴다.
뿌득! 뿌드득! 화아악!
“….”
오준수의 등에 돋아난 검은 날개.
사람 하나는 가볍게 덮을 듯이 거대한 날개가 불길한 기운을 발산했다.
이어서 그가 지팡이로 바닥을 치자.
───!!
지팡이에 장식된 수정 해골이 붉은 눈을 번뜩이며 달그락거리고.
연하늘, 강한별 일행을 향해 검은 번개가 내리쳤다.
그렇게 전투가 시작됐다.
* * *
[암막의 홍조수아: 다크 스크린(Dark Screen)>사위는 암흑으로 뒤덮여 있다.
달빛도 비집고 들어오지 못한다.
눈을 감은 것과 다름없을 정도로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그 속에서 자유롭게 움직이기란 심안(心眼)을 터득한 고수가 아니고서는 불가능하다.
그래 봤자 학생에 불과한 실력으로 간파할 수는 없는 것이다.
‘아무리 장래를 촉망받고 있다더라도 결국 애는 애다. 네 녀석은 절대 날 찾을 수 없을 거다.’
아티펙트, 암막의 홍조수아의 주인으로서 유일하게 암흑을 꿰뚫어 볼 수 있는 고담호는 확신에 차 있었다.
그렇게 그는 단숨에 지면을 박차, 장막 속에서 길을 헤매고 있는 도견우를 처리하려 했는데….
‘…!?’
공격이 먹히지 않았다.
도견우가 등에 눈이라도 달린 듯 재빨리 대응한 것이다.
‘대체 어떻게….’
아니, 등에 눈이 달렸더라도 볼 수 없었을 터였다.
그렇다고 우연이라 치부하기에는 검을 받아친 게 너무 절묘했다.
당혹감을 느낀 고담호는 거리를 벌려, 다시금 기습을 노렸다.
‘또 알아챘다고?’
하지만 결과는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조금 전과 변함이 없었다.
도견우가 알고 있었다는 것처럼 공격을 막은 것이다.
나아가….
“어디, 이쯤인가.”
“…!”
주저하지 않고 걸음을 내디뎌서는 반격을 가하기까지 했다.
고담호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그보다 더 놀라운 것은….
‘눈을… 감고 있다고?’
마주한 도견우가 눈을 감고 검을 휘둘러 오고 있었다는 점이다.
심지어 자신이 밀리기까지 했다.
잠깐 사이에 감이라도 잡았는지 궤적이 날카로워지기 시작한 것이다.
사악!
칼날이 뺨을 스쳤다.
찰나라도 피하는 것이 늦었다면 머리가 반쯤 날아갔을지도 모른다.
칼날의 섬뜩함을 느낀 고담호는 속으로 경악을 금하지 못했다.
‘설마, 이 녀석….’
이쯤 되니 하나의 가정이 떠올랐다.
말도 안 되는 가정이었지만, 당장 그것 외에 설명할 방도가 없었다.
‘심안을 익혔다고? 어린놈이 벌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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