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Childhood Friend of the Middle Boss RAW novel - Chapter (203)
(203)
세계수의 축복을 받은 덕분에 체력과 마나가 회복된 것은 물론, 신체 능력이 상승했다.
그동안 체내에 누적된 경험치가 늘어나, 각 능력치가 역치에 도달한 것이다.
‘민첩은 이제 71인가.’
민첩을 올리는 방법이 마땅치 않던 나로서는 환영하는 바였다.
다만 아쉽게도 70과 71의 차이가 잘 느껴지지는 않았다.
‘몸이… 가벼워진 것 같긴 한데, 잘 모르겠다.’
그 감각도 아주 일시적이었다.
지면에 몇 걸음을 내디디니 금세 익숙해진 것이다.
하지만 이렇듯 작은 변화가 차곡차곡 쌓여 80 언저리에 들어서게 될 때는 크게 차이가 나리라.
‘80을 넘기면 어떻게 되는 거지? 다음 경지에는 뭐가 있는 거지?’
잘 모르겠다.
나는 민첩에 관한 생각을 접고, 마나 회로에 의식을 집중했다.
‘회로가 세밀하게 더듬어지고 있어.’
세계수의 축복으로부터 얻은 가장 고무적인 변화는 마력이 61에 들어섰다는 점이다.
순수 마력 수치 55에, 청명의 반지와 암막의 홍조수아의 효과가 더해진 덕분이었다.
나는 새로운 경지에 오른 기쁨을 누리며, 체내 마나의 흐름과 마나 회로의 구조를 관조했다.
다른 사람들도 저마다 성취감을 느끼는지 조금 전과 달리 의욕을 보이고 있었다.
한편, 오준수가 본격적으로 행동하기 시작했다.
화아악!
세 쌍의 검은 날개를 크게 펄럭인 오준수가 지면을 향해 포격을 갈겼다.
검고 탁한 기운을 머금은 마법이 무분별하게 일대를 난자질했다.
리사와 박사군의 보호 마법으로도 모든 공격을 막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우리는 눈먼 공격에 맞지 않도록 신경을 기울여야 했다.
‘마나를 아낌없이 퍼붓고 있네.’
그만큼 궁지에 몰려 있다는 뜻이다.
그렇기에 나는 위협에도 물러서지 않고 쏟아지는 포격 속을 나아갔다.
다른 사람들도 나를 엄호하듯, 뒤에서 따라오고 있었다.
‘여기서 질 수는 없어, 절대.’
패배는 곧 배드 엔딩으로 직결된다.
나는 게임의 엔딩 메시지를 떠올렸다.
[이로써 오준수의 영혼은 완전히 마왕 슈헤르의 잔재 의식에 잡아먹히고 말았습니다.] [잔재 의식에 의해 움직이는 그는 자신을 비롯해, 일대에 있는 사람들을 제물로 바쳤습니다.] [마침내 마왕 슈헤르가 이 세상에 강림했습니다.] [별의 마녀 소혜율이 스타 라이트로드를 가동했으나, 23구와 인근 행정구를 초토화시켰을 뿐, 완전한 상태로 강림한 마왕 슈헤르에게는 미치지 못했습니다.] [슈헤르는 스타 라이트로드를 파괴하고, 마계의 차원 침식에 저항하던 세계수를 죽였습니다.] [그리하여 이 세계와 마계를 연결하는 채널이 영구적으로 개설되고 말았습니다.] [악마들이 고대하던 날이 도래했습니다.] [채널을 넘어온 악마들은 인간들을 잡아들여, 감정을 갈취하기 위한 가축으로 전락시켰습니다. 그나마 악마들의 호감을 산 흑마법사들은 노예로 취급을 받았습니다.] [인류의 저항은 소용없었습니다.] [마왕 슈헤르를 필두로 하는 마왕들은 강대한 힘으로 인류를 절망에 이르게 했습니다.] [광명 성가와 백마법사들이 맞불을 놓듯 천계를 연결하는 채널을 개설했지만, 오히려 상황은 악화일로를 향해 치달았습니다.] [천사들 또한 인간들을 가축으로, 백마법사들을 노예로 삼아 감정을 얻으려 했습니다.] [그러다 악마와 천사들의 대전이 발발하고, 인류는 전쟁의 포화에 휘말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전쟁의 불씨는 같은 진영에서도 일어났습니다.] [악마는 악마끼리, 천사는 천사끼리, 인류는 인류끼리 서로 치고받고 싸웠습니다.] [그렇게 세상은 갖은 분란으로 점철됐고, 끝끝내 멸망했습니다.] [─ Bad Ending ─]일명, 천마대전 엔딩.
인류가 악마와 천사들에 의해 가축처럼 부려지는 세상은 응당 사양하고 싶은 바였다.
‘그러니 끝내야 해.’
회피 본능이 등을 떠민다.
걸음을 멈추지 않고 지면을 달려, 남유리가 만든 기둥들을 밟고 상공으로 뛰어오른다.
[수왕류 공격식 제4형>사자 회침
어깨 뒤로 당긴 군청검을 앞으로 있는 힘껏 내지르고, 비튼다.
벽뢰를 휘감은 군청검을 오준수를 향해 찔러 넣는다.
안타깝게도 공격은 닿지 않았다.
그가 몸을 틀어 피한 것이다.
도리어 지면으로 떨어지기 시작한 나는 그에게 뒤를 내주고 말았다.
시야 끝에 그가 비릿하게 웃는 얼굴이 스쳤다.
하지만 괜찮다.
‘페이크다.’
공격수는 나만 있는 게 아니다.
등을 믿고 맡길 수 있는 친구들이 다음 공격을 준비하고 있었다.
[투귀류 검의 장 제2형>타종
[수왕류 공격식 제3형>사자 철편
지면에 등이 보이도록 떨어지는 나는 역으로 오준수의 배후를 노리는 강한별과 도시은을 볼 수 있었다.
이에 긴급히 방벽을 펼친 오준수는 나보다 더 빠른 속도로 급강하했다.
그가 지면에 충돌하기 직전에 날개를 움직여 방향을 전환했다.
“…!”
남유리는 기다렸다는 듯이 반응했다.
그녀가 낮게 나는 오준수의 위치로 기둥들을 일으켜 세웠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놀란 그가 장애물에 부딪히지 않기 위해 날개를 펄럭였다.
세쌍둥이가 가세한 것은 그때였다.
───!!
기둥을 이용해 몸을 숨기고 있던 세쌍둥이가 기습을 가했다.
서로 생각을 공유하듯 연계하는 그들이 오준수를 한쪽으로 몰았다.
그리고 그가 쫓기듯 기둥 속을 빠져나왔을 때.
콰콰콰쾅!
민아린의 마법이 작렬했다.
그녀가 조금 전에 당한 포격에 갚아 주듯, 성대하게 폭발을 일으킨 것이다.
기회를 살피며 달리던 나는 간간이 폭발 속에서 이리저리 휘둘리는 형체를 엿볼 수 있었다.
키아아아아악!
악마와 몬스터들이 오준수의 위기를 모른 척할 리 없었다.
놈들이 폭발에서 그를 구하기 위해 전장에 난입했다.
당연히 놈들을 상대하던 학생회 학생들, 용해랑, 고은비, 박사군도 가만있지 않았다.
차은솔도 힘을 보탰다.
wwwhhhiiiieeeeaaaooo!
초록 눈을 번뜩인 차은솔이 최상위 빛의 정령을 불러냈다.
빛의 정령왕, 루미트리스.
게임에서 일러스트로 등장한 적 있던 거대한 빛의 고래가 포효했다.
그러자 빛의 정령들이 밤을 밝히며 잇달아 나타났다.
그때부터 악마와 빛의 정령들이 격렬하게 부딪히기 시작했다.
한편, 가까스로 폭발 속에서 탈출한 오준수는 밤하늘로 솟구쳤다.
그렇게는 둘 수 없다는 듯….
[그라비티 오브>연하늘이 개입했다.
인력을 유발하는 구체를 생성한 그녀가 도망치듯 날아오르는 오준수를 끌어당겼다.
그가 인력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안간힘을 썼지만 소용없었다.
더욱이 그보다 더 높은 곳에 오른 차은솔이 바람으로 짓누르기도 했다.
끝내 구체를 향해 떨어진다.
“조금 있으면 반대로 튕겨 나갈 거야. 누가 그 전에 낚아채 줬으면 해.”
“그건 제가 할게요.”
구체가 사라지는 시기에 맞춰, 리사가 속박 마법을 전개해 오준수를 붙잡았다.
용해랑과 박사군이 그녀를 대신해 마나로 이루어진 줄을 쥐었다.
뒤이어 두 사람이 당기는 방향으로 오준수가 떨어져 내렸다.
나와 강한별, 도시은은 그때를 놓치지 않았다.
‘이대로 더는 날아오르지 못하게 묶어 둬야 해.’
셋이서 치고 빠지듯 돌아가며 오준수에게 대처한다.
다른 사람들은 그를 포위하면서 적절히 견제를 가했다.
오준수는 어떻게든 하늘을 날아 전장을 바꾸려 발버둥 쳤지만, 그때마다 우리에게 가로막혔다.
결국 그는 지상에 발을 붙인 채 전투를 치르는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유리한 입지를 잃은 시점에서, 결착이 지어졌다고 할 수 있다.
끝이 머지않았다.
[어린 투귀의 더비슈즈: 인체인먼트>강한별이 얼마 전, 오준수에게서 얻은 아티펙트의 마법을 발동했다.
부지불식간에 지면에 발을 디딘 그가 쇠사슬에 구속됐다.
강한별과 도시은이 그때를 틈타 번개처럼 달려들었다.
[수연검: 물안개>사자 맹공
[투귀류 검의 장 제2형>타종
두 사람의 검이 거의 동시에 오준수에게 도달한다.
아쉽게도 공격은 결정타를 주지 못하고, 검은 날개를 자르는 선에서 그치고 말았다.
속박 마법에서 풀린 그가 역공을 가해 공격을 흘려 낸 것이다.
하지만 내 공격이 남아 있었다.
아니.
“정말 괜찮은 거지?”
“괜찮을 거야, 아마도.”
나만 아니라 연하늘도 있다.
사전에 내 지시를 받은 그녀가 물과 바람의 원소 마법을 동시에 다뤄, 오준수에게로 이어지는 물의 선로를 만들었다.
그 선로에 선 나는 눈앞에 있는 오준수를 맞이했다.
군청검에 깃든 벽뢰를 풀어헤친다.
[군청검: 전류 제어>마력이 60의 벽을 넘은 지금이라면 어쩐지 할 수 있을 것 같다.
더군다나 내가 통제하지 못하는, 자질구레한 부분은 연하늘이 맡아 줄 터였다.
그녀를 믿으면 될 뿐이다.
───!!!
역날검 모드로 칼날을 전환하며, 편한 마음으로 군청검을 내리친다.
그 순간, 양옆에 난 물줄기가 벽뢰에 반응해 거세게 꿈틀거리고, 선로를 따라 거대한 폭발이 일었다.
* * *
일전에 남유리에게 전기 분해를 배워, 군청검의 내장 스킬 전류 제어에 적용한 후로.
나는 생각의 폭을 넓혀, 보다 효과적으로 전류 제어 스킬을 응용할 방안을 모색하고 연구했다.
그렇게 해서 얻은 성과가 바로 수소 폭발에 착안한 마법이었다.
이전과 달리 폭발을 통제할 수 있도록 연하늘의 연산 능력에 도움을 받아, 물의 선로를 따라 폭발을 일으키는 마법.
‘실전에서 사용한 것은 처음인데, 다행히 잘 먹혔나 보네.’
마법의 이름은 아직 정하지 않았다.
마법에 조정의 여지가 남아 있고, 실전에 적합한 수준에 이르지 못한 미완성 상태였던 탓이다.
사실 후보로 삼을 이름이 몇 개 있었는데, 연하늘한테 기각된 이유도 있었다.
‘벽뢰의 선로, 썬더 로드, 라이트닝 레일 등…. 나름 그럴듯한 이름 아닌가….’
아무래도 연하늘의 취향에는 부합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그녀에게 맞춰 주고 싶던 나로서는 별수 없이 단념하는 수밖에 없었다.
‘내 마법인데 그냥 확 지어 버려? 썬더 로드라고….’
안 된다.
가능하면 연하늘과 머리를 맞대고 이름을 짓고 싶다.
따지고 보면 나와 그녀가 공동으로 합작한 마법이기도 하니까.
그런 생각을 뒤로하며.
‘그건 그렇고, 내 예상보다 장난 아닌데?’
실전이라고 연습할 때보다 아낌없이 출력을 높이기는 했다.
나는 푸른 섬광이 휩쓸고 지나간 광경을 눈에 담았다.
반파돼 있던 흑마 오가의 별장은 터만 남기고 깡그리 무너졌다.
자리에서는 폭발의 열기가 가시지 않았는지 연기가 피어오르고, 일부 자재에 불이 붙고 있었다.
‘설마… 죽은 건 아니겠지?’
이쯤 되니 나로서는 마법에 직격을 당했을 오준수가 걱정되지 않을 수 없었다.
역날검으로 휘둘렀다고 하나, 이만한 충격을 받고도 과연 살아 있을지 확신이 서지 않았다.
그러다 내가 안심이 든 것은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다.
‘다행이야. 숨을 쉬고 있어.’
마왕의 힘에 보호를 받은 것일까.
폭발을 이기지 못하고 날아간 듯한 오준수는 별장의 잔해 속에서 찾을 수 있었다.
겉옷이 넝마가 되기는 했지만, 이외에 특이할 정도로 눈에 띄는 특징은 보이지 않았다.
세 쌍의 검은 날개도 흔적도 없이 사라져 있었다.
감지망을 퍼뜨려, 그를 발견한 나는 안도의 한숨을 토했다.
자칫 그가 사망했거나, 전소됐을 경우 뒤처리가 곤란해질 수도 있었으니까.
연하늘이 다가온 것은 그때였다.
“몸은 어때? 부작용은 없는 거야?”
“아, 하늘아. 고생했어. 부작용은… 글쎄다, 지금은 없는 것 같은데. 아, 마나가 바닥이 나서 더는 전투에 참여하지 못할 것 같은데.”
“으이구, 그건 당연한 거고.”
연하늘은 제일 먼저 내 몸부터 살폈다.
그녀의 걱정에 고마운 마음이 든 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몸에 이상이 없음을 알리려 간단히 팔다리를 흔들어 보였다.
그녀가 얼굴을 누그러뜨렸다.
“어디 불편한 데가 없으면 다행이고. 그래도 상태를 잘 지켜봐야 해, 알았지? 그만한 출력을 아무 대가 없이 사용할 수 없을 테니까.”
“알았어. 그러는 너는 괜찮은 거야?”
“나도 마나를 많이 사용해서 살짝 피곤하기는 한데…. 조금 전에 하늘에서 내려온 빛을 받아서 기운이 나는 것 같기도 해. 그건 대체 뭐였을까?”
“세계수의 축복이야.”
“세계수의 축복? 세계수가 우리한테 축복을 내려 줬다는 거야? 왜?”
“이유야 나도 모르지. 잘못했다간 세상이 위험해질 것 같아서 우리한테 축복을 준 게 아닐까?”
“흠… 일리가 없지는 않네.”
연하늘이 수긍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그녀의 상태창을 띄워, 신체 능력에 변화가 생겼는지 알아보았다.
‘마력이 85에서 86으로 올랐네.’
산울림의 효과를 더하면 88이고.
필시 세계수의 축복 덕분일 것이다.
나는 상태창을 통해 마력뿐만 아니라 다른 능력치도 오른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때, 그녀가 군청검을 가리켰다.
“근데 그건 뭐야? 원래 없지 않았어?”
“아, 이거? 아까 상대를 쓰러뜨려서 전리품으로 얻은 거야.”
“네가 한별이니? 남의 것을 뺏게.”
“뺏고 싶을 정도로 탐이 났거든.”
설마 연하늘이 암막의 홍조수아를 바로 알아볼 줄은 몰랐다.
정말이지 눈썰미가 좋다.
작게 감탄한 나는 홍조수아를 단 군청검의 칼 머리를 내밀었다.
“어때? 군청검이랑 잘 어울리지 않아?”
“그러게. 고급스러운 멋이 있어서 잘 매치되는 것 같아. 아티펙트인가 보네? 네가 이렇게까지 좋아할 정도면.”
“맞아. 암막의 홍조수아라고 하는데, 내장된 마법이 뭐냐면… 직접 보여 줄게.”
“아까는 마나가 없다면서?”
“한 번 사용할 정도는 있어.”
입으로 설명하는 것보다 차라리 선보이는 게 낫다.
마침 나도 시험해 보고 싶기도 했다.
판단을 내린 나는 연하늘의 손목을 잡아끌고, 암막의 홍조수아에 마나를 불어넣었다.
[암막의 홍조수아: 다크 스크린>홍실 다발이 빛을 내뿜었다.
이내 그곳에서 어둠이 흘러나오더니, 장막이 되어 우리 주위를 감쌌다.
“현재 마나량으로는 이 정도까지가 한계인 것 같네.”
“주위가 새카맣네…. 무슨 마법인 거야?”
“간단히 말하면 상대의 시야를 어둠의 장막으로 가리는 마법이야.”
“난 잘 보이는데?”
“그건 내가 지금 잡고 있으니까. 손을 놓으면….”
“아. 무슨 느낌인지 알겠다. 네가 갑자기 흐릿해졌어. 멀리 있으면 아예 보이지도 않겠다.”
“그런 마법이야.”
현재 체내 마나가 부족한 탓에, 어둠의 장막은 나와 연하늘의 상체밖에 가리지 못했다.
그 속에서 나는 연하늘이 앞을 볼 수 있도록 놓았던 손을 잡았다.
그러고는 손깍지를 끼고, 폈다 접는 행동을 반복했다.
“아마 밖에서는 우리가 이러는 걸 보지 못할 거야. 밤이기도 해서 원체 어둡기도 하고.”
“으응, 그렇구나….”
“눈치 보지 않고 만질 수 있어서 좋네.”
“…내 귀가 그렇게 만지고 싶었어?”
“응.”
나를 따라 깍지를 낀 손을 폈다 접었다 하며 키득 웃음을 흘리는 연하늘.
나는 다른 손으로 그녀의 귀를 만지며 가볍게 어깨를 들썩였다.
‘여기까지인가 보네.’
어느덧 어둠의 장막이 옅어지며, 희미하게 장막 너머가 보이기 시작했다.
내 체내 마나가 다한 것이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
입맛을 다신 나는 깍지를 낀 손을 풀고, 홍조수아에 불어넣은 마나를 거두었다.
주위가 원래대로 돌아왔다.
“슬슬 애들이나 도와주러 가자. 우리끼리 논다고 뭐라 하겠다.”
“응, 그러자. 안 그래도 말하려고 했어.”
오준수가 정신을 잃은 것을 기점으로 마계로 가는 차원이 닫혔다지만, 차원을 넘어온 악마들은 이 세상에 잔존해 있었다.
균열에서 출몰한 몬스터들도 있었다.
나와 연하늘은 그들을 처리하기 위해 다른 사람들과 합류하려 했다.
파직!
‘…어?’
돌연 회피 본능이 발동할 정도로 섬뜩한 기척이 느껴진 것은 그때였다.
언덕을 내려가려던 나는 깜짝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그곳에는.
“….”
찢어진 공간 속에서.
뭐라 형용할 수 없는….
다만, 표현하자면 붉은 안광을 지닌 무언가가 나를 직시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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