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Childhood Friend of the Middle Boss RAW novel - Chapter (212)
(212)
‘오늘도 연락이 없는 걸 보니 아직도 게이트에 들어가 있나 보네. 안에서 뭘 하고 있는 걸까? 견우 보고 싶다….’
아카데미에 있을 때는 아무리 바빠도 웬만해서는 거의 매일 얼굴을 보고 지냈건만, 이상하게도 여름방학이 시작되고 나서는 많이 보지 못한 기분이다.
손을 잡는 것은 바라지도 않았건만… 아니, 본심을 말하자면 잡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같지만.
여하간 목소리를 듣는 것조차 힘들어진 지경이었다.
도견우가 가문의 평가회를 치르러 게이트에 들어갔기 때문이다.
‘오늘로 나흘째가 되는 건가…. 아직 사흘이나 남았네.’
도견우와 방학을 보낼 생각으로 내심 마음이 들떠 있던 연하늘은 울적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고 주눅이 들어 있어서는 안 됐다.
무작정 그에게 기대려는 태도는 자신을 수동적으로 만들고, 무엇보다 이성으로서 매력이 없게 만들 뿐이다.
자칫하면 호감을 잃을 수도 있다.
‘…견우가 게이트에서 나올 때까지 내 일이나 하고 있자.’
그러니 비생산적으로 하염없이 도견우를 기다릴 수는 없었다.
연하늘은 그가 평가회를 치르는 사이, 자신 또한 마법을 훈련하거나 보육원 선생들을 따라서 아이들을 돌봐 주거나 다른 개인적인 용무를 처리하며 시간을 보냈다.
틈틈이 그가 평가회를 마친 후에 단둘이 놀러 다닐 계획을 짜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날마다 셀카를 찍어 그에게 톡을 보내는 습관을 들였다.
[나]: 안녕? 아직도 게이트인 거니? [나]: (사진) [나]: 짠, 오늘 사진이야 [나]: 내가 어떻게 지내고 있을지 궁금해할 것 같아서 ㅎㅎ…이런 식으로 도견우에게 말을 걸 듯 일방적으로 근황을 알림으로써 연하늘은 조금이나마 위안을 얻을 수 있었다.
또한 고은비, 리사, 차은솔 등 아카데미에서 사귄 친구들을 통해서도 적적함을 달랬다.
그들이 모인 단톡방은 어느 때든 활발한 기운을 띠었다.
[고은비]: (영화표와 포스터를 찍은 사진) [고은비]: 역시 여름에는 코난이지!!! [고은비]: 중학교 친구들이랑 보러 가는 길이야! 이따 후기 알려 줄게!!! [박사군]: 그거 아직도 하는구나… [박사군]: 요즘 전개는 어떻게 되고 있어? [박사군]: 예전에 검은 조직의 보스가 드디어 누구인지 밝혀졌다는 이야기는 들은 적 있는데 [차은솔]: (산처럼 쌓아 놓은 햄버거 사진) [차은솔]: 이번에 새로 나온 메뉴래 [차은솔]: 맛있다 [민아린]: @차은솔 그게… 다 들어간다고? 진짜 작작 좀 먹어 [차은솔]: 너는 오늘 뭐 먹었는데? [민아린]: 왜? 궁금하니? 궁금하면…화제가 끊어질 때쯤에는 금세 다른 사람이 등판해 새로운 화제를 던진다.
그러다 보니 단톡방은 하루도 조용할 틈이 없었다.
연하늘도 그 흐름에 빠지지 않고 친구들과 일상을 공유했다.
자판을 두드리는 그녀에게서는 자연히 웃음이 배어 나왔다.
‘그건 그렇고 이 언니가 전에 한별이가 말한 소꿉친구 언니인 거구나. 우리보다 4살 많다는….’
연하늘은 강한별이 보낸 사진을 유심히 살폈다.
사진 속에서 미소 짓고 있는 긴 머리의 여성은 척 보기에도 활발한 인상의 소유자였다.
그리고 상당히 미인이었다.
‘한별이가 다른 여자애들이 다가와도 관심이 없어 할 만하네.’
도견우에 비할 바는 못 되지만, 강한별은 연하늘이 생각하기에도 나름대로 잘생긴 편에 속했다.
심심치 않게 고백을 받을 정도로 여학생들에게 인기가 좋았다.
아마 다른 사람의 무구를 약탈하는 성격만 아니었다면, 더 많은 인기를 구가했으리라.
언젠가 그녀와 고은비, 리사, 민아린 등 여자들끼리 파자마 파티를 벌였을 때 내린 평가였다.
여담으로 도견우는 아카데미에 입학하고 한 번도 고백을 받은 적이 없었다.
그로 인해 자신은 인기가 없다며 번번이 자책하고는 했다.
―해랑이도 받고, 사군이도 받고, 심지어 똘마니들까지 받았는데… 왜 나는 없는 거지?
―…고백이 그렇게 받고 싶어? 왜? 받으면 사귀려고?
―아니, 그냥 받고 싶다는 거지, 내가 언제 사귄댔어? 내가 남자답지 않아서 그런가…. 역시 외모에 변화라도 줘야 하나…. 머리를 염색한다든가, 피부를 태운다든가.
―얘가 또 그러네? 안 돼, 하지 마. 내가 그런 소리 하지 말랬지?
이때, 연하늘은 복잡한 심정이었다.
도견우가 이성의 관심을 받지 않아 속으로 안도감이 드는 반면, 불만이 없지 않았던 탓이다.
‘견우가 한별이보다 훨씬 남자답고, 멋지고, 매력이 있는데… 다들 왜 견우를 몰라주는 거지?’
연하늘로서는 이해할 수 없었다.
결국 그녀가 고심 끝에 내린 결론은 하나였다.
―다들 보는 눈이 없나 보네.
―….
당시 연하늘의 생각을 들은 고은비나 리사는 어처구니가 없었을 따름이다.
두 사람은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어떤 말로도 연하늘의 콩깍지를 벗길 수 없다는 판단에 말을 아끼기로 했다.
어째서인지 괜히 사실을 말하면 지는 것 같다는 판단도 있었다.
본인들도 무엇에 지는 것인지는 명확히 규정할 수 없었지만 말이다.
“응?”
그때였다.
단톡방에서 친구들과 잡담을 떨던 연하늘은 새로 온 톡을 확인하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도예은]: 언니! 뭐 해?도견우의 동생, 도예은에게서 온 톡이었다.
반가운 마음이 든 그녀는 얼른 답신을 보내고, 대화를 이어 나갔다.
그러다 어떤 화제가 튀어나왔다.
[도예은]: 그래서 말인데 언니 ㅎㅎㅎㅎ [도예은]: 나랑 남친이랑, 오빠랑 언니랑 같이 워터 파크에 놀러 가지 않을래? [도예은]: 더블데이트 하자!!!“응?”
토끼처럼 붉은 눈을 깜빡이며.
도예은에게 난데없는 제의를 받은 연하늘은 당혹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
* * *
이걸 수왕류라고 칭해도 될지 대단히 낯간지럽다.
할아버지의 기대가 부담된다.
본의 아니게 기술을 선보이게 된 나는 한숨을 쉬었다.
“언제라도 괜찮다. 네가 충분히 준비가 됐다는 판단이 들면 펼치려무나.”
“…네, 가주님.”
백사장에는 할아버지와 관리인들, 도시은과 사촌들이 도열해 있었다.
수면 위에서 그들을 뒤돌아본 나는 체념하고 검술을 펼치기로 했다.
슬슬 균열이 발생해, 바다 저편에서 몬스터들이 발생할 때였다.
아니나 다를까, 얼마 지나지 않아 놈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키라락, 키라락!
[몬스터를 조우했습니다.] [하푼 멀렛(Harpoon Mullet, Rank. 01) x 16] [후크 멀렛(Hook Mullet, Rank. 02) x 7] [트라이던트 멀렛(Trident Mullet, Rank. 03) x 1]마치 가물치를 연상케 하는 머리에, 입이 크고, 손발에 물갈퀴가 나 있는 인간형 몬스터들.
전신이 푸른 비늘로 뒤덮인 놈들은 랭크에 따라 작살, 갈고리, 삼지창을 들고 있었다.
그런 놈들이 무리를 지으며 내뿜는 기세는 만만치 않았다.
하지만 놈들을 질리도록 상대한 내게는 조금도 위협이 되지 못했다.
나는 군청검에 저장한 벽뢰를 풀어헤쳤다.
[군청검: 전류 제어>‘이왕 기술로 삼을 거라면 멋들어지게 시동어를 만들어도 나쁘지 않을 듯한데…. 예를 들면… 울어라, 군청검. 깨져라, 군청검. 흩날려라, 군청검. 춤춰라, 군청검 같은…. 좋은데?’
나중에 연하늘에게 물어봐야겠다.
그런 시답잖은 생각을 흘려보내며, 나는 벽뢰를 몸에 휘감았다.
그러고는 바다에 전기 분해를 가해, 일정량의 수소를 만들어 냈다.
[리펄시브 루미너스>이것으로 기반이 마련되었다.
나는 내게로 달려드는 놈들을 향해 검을 내리그었다.
직후, 연쇄 폭발이 일어났다.
────!!
빛이 번쩍이고, 바다가 터진다.
사방에서 분수가 솟구치는 동시에 화마(火魔)가 들끓는 가운데, 나는 어떤 피해도 받지 않고 폭발이 끝나기를 기다렸다.
이윽고 연쇄 폭발이 잠잠해지고, 바다 위에서 활활 타오르던 불길이 사그라들 때쯤.
‘바닷속에 많이 가라앉아 있겠지? 전리품을 챙기지 못해서 아쉽네.’
사나운 기세를 풍기던 몬스터들은 1마리도 존재하지 않았다.
전멸했다.
놈들이 있던 곳에는 존재를 구성하던 마나의 입자가 흩날리고 있었을 뿐이다.
‘이만하면 됐겠지.’
혹시 모를 경우에 대비해, 감지망으로 주위를 탐지한다.
나는 폭발의 여파가 덜 미쳤을 수중까지 살피고 나서야 군청검을 검집에 집어넣었다.
이것으로 시연은 종료된 셈이다.
나는 백사장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던 할아버지는 만면에 미소를 띠고 있었다.
“위력에 과장이 있을 줄 알았는데, 이제 보니 과장이 아니었구나. 훌륭하다. 벽뢰를 이용해서 수면에 어떠한 작용을 가해 폭발을 일으킨 것 같던데…. 상당히 난이도가 있는 검술이로구나. 마나 소모도 적지 않을 테고, 특히 마나를 다루는 능력이 관건이겠구나.”
“….”
두 손으로 내 어깨를 두드리며 껄껄 웃음을 터뜨리는 할아버지.
나는 멀리서 구경한 것만으로 검술의 묘리를 파악한 할아버지의 통찰력에 놀랄 수밖에 없었다.
뭐라 할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때, 할아버지가 물었다.
“그래도 역시 보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니, 자세한 묘리를 알고 싶구나. 네가 직접 알려 주지 않겠느냐.”
“네, 가주님. 그러니까….”
어차피 검술의 묘리를 공개해서 해가 될 것은 없다.
군청검의 전류 제어가 없어서는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없는 검술이니까.
여기에 들어가는 이론과 상상도 말로는 이해하기 어려웠다.
애초 검술을 수왕류에 편입시키려면 모든 정보를 밝힐 수 있어야 했다.
그나저나….
“뭐라? 전기 분해? 수소 폭발? 그게… 대체 무슨 소리냐.”
“죄송하지만 저도 이 이상 쉽게 설명하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전문 지식을 필요로 한다는 건가…. 거기에 빛의 원소 마법까지 쓸 줄 알아야 하고….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검술은 아니구나.”
할아버지도 전기 분해에 대해서는 머리가 돌아가지 않는 모양이었다.
공감한다.
나도 처음에는 그랬으니까.
한편, 할아버지는 생각에 잠긴 듯 손으로 턱을 쓰다듬었다.
“정통식으로 받아들일 순 없겠구나. 그나마 조금 더 다듬는다면 특수식은 넘볼 만하겠군.”
신검 도가는 사용 목적에 따라서 수왕류를 네 가지로 분류했다.
수왕류의 근본이라 할 수 있는, 가문의 사람이라면 반드시 배워야 하는 정통식.
정통식은 기초식, 공격식, 방어식을 아우르는 말이었다.
그리고 정통식의 열화판이라 할 수 있는, 가문의 사람이 아니어도 배울 수 있는 보편식.
보편식 역시 정통식처럼 기초식, 공격식, 방어식으로 나뉘었다.
마지막으로 정통식보다는 격이 떨어지나, 가문의 사람이 창안한 고유식과 특수식.
두 식의 차이는 서고를 통한 전승 유무였다.
고유식은 가문의 서고에 기록되지 않기에 서고를 통해서 후세대에게 전승하는 게 불가능했다.
반면 특수식은 가문의 서고에 기록됨으로써 서고를 통한 전승이 가능했다.
“네 검술에는 거친 부분이 많다. 그러니 다음에 평가회를 열 때는 군더더기를 싹 덜어 내고서, 깔끔하게 정리한 검술을 선보였으면 좋겠구나. 특수식으로의 편입은 그때 가서 생각해 보겠다. 그러니 그때까지는 고유식으로 여기거라.”
“네. 알겠습니다, 가주님.”
전승에 제한이 걸린다고는 해도, 고유식도 엄연히 수왕류로 통한다.
그것으로도 큰 명예다.
앞으로 내 노력 여하에 따라서 특수식으로 인정될 수도 있다.
그러다 보니 할아버지로부터 고유식을 칭하도록 허가받은 나는 입꼬리를 끌어 올렸다.
“그래서, 견우야. 이름은 정했느냐.”
“이름이요? 음….”
한편, 고유식을 칭하기로 한 이상, 이름을 짓지 않을 수는 없었다.
나는 고민에 빠졌다.
‘뭐가 좋지? 수왕류인 만큼 이름 앞에 사자는 붙여야겠고…. 수왕류 고유식 제1형 사자….’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나는 떠오르는 대로 입을 열었다.
“시밤쾅?”
“….”
“안전한 자폭기?”
“…특수식으로 심사를 받을 때 이름 역시 중요하다는 것을 명심하거라. 가능한 한자가 좋고, 순우리말을 사용해도 좋다. 하지만 신검 도가의 품위를 떨어뜨리는 말이나, 영어나 일본어 같은 외국어는 사용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두 글자나 세 글자가 권장된다.”
할아버지가 근엄한 표정으로 조언하는 가운데.
나는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렸다.
하지만 마땅한 이름이 떠오르지 않았다.
‘…사자 시밤쾅 말고 다른 게 있나? 사자 수소 폭발? 사자 폭발? 아, 사자 폭발은 특수식으로 이미 존재하는 이름이었던가. 그럼… 사자 수뢰(水雷)?’
물 수(水)에, 우레 뇌(雷)를 써서 수뢰.
검술을 펼치기 위해서는 반드시 물을 이용해야 하는 만큼 적당한 이름일 듯싶었다.
다만 어째 울림이 좋지 않았다.
‘사자 수뢰, 사자 수뢰, 사자 수뢰…. 괜찮나? 안 괜찮은 것 같기도 하고….’
선뜻 결심이 서지 않는다.
할아버지가 말을 건 것은 그때였다.
“적절한 이름을 정하지 못하겠다면, 내가 대신 지어도 되겠느냐.”
“…가주님께서 지어 주신다면 영광이죠. 특수식 심사를 받을 때 가산점도 들어가겠고요.”
“녀석….”
할아버지가 어이없다는 듯이 가볍게 웃음을 흘렸다.
그러고는 명명했다.
“새로울 신(新)에, 별 성(星). 합쳐서 신성(新星). 사자 신성은 어떠냐.”
“사자 신성….”
“희미한 상태에 있다가 갑자기 폭발해, 주위를 환하게 밝히는 별을 뜻하는 말이지. 네가 펼친 검술은 꼭 그것을 연상케 하더구나.”
“괜찮은 것 같은데요?”
수왕류 고유식 제1형 사자 신성.
할아버지가 지어 준 이름을 되뇐 나는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
* * *
이후로 나와 도시은, 사촌들은 백사장에서 할아버지와 검을 겨루며 그간의 성과를 증명했다.
그렇다고 해도 대다수는 5년 전처럼 일격도 제대로 견디지 못하고 뒤로 날아가거나 밀려났다.
일격을 받고도 그 자리에서 버틴 사람은 나와 도시은밖에 없었다.
“호오. 일부러 5년 전과 똑같이 검을 내리쳤는데, 이번에는 잘 막았구나. 거기서 그치지 않고 반격을 가하기까지 하다니… 장하다. 이래서는 따로 훈련을 시키지 않아도 되겠군.”
5년 전에는 할아버지의 일격조차 눈에 담지 못했지만.
이제는 보인다.
게다가 회피 본능이 즉각적으로 반응하고 있었다.
처음 할아버지를 상대로 했을 때보다 기프트를 훨씬 잘 응용하게 된 나는 일격에 대처했을 뿐만 아니라, 이제는 할아버지를 밀어붙이기까지 했다.
하지만 잠시에 지나지 않았다.
“그렇다면 나도 이제 진심으로 수왕류를 펼쳐도 되겠구나.”
“…!”
거기까지는 아직 무리인데요.
안타깝게도 나는 할아버지가 휘두른 공격식 제1형 사자 열참도 막아 내지 못했다.
결국 모래사장에 드러눕고 말았다.
사정은 도시은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도 어느새 내 곁에 누워서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너희가 날 넘어서려면 한참 멀었다. 더욱 정진하거라.”
“네….”
“조금 있으면 만찬회가 시작될 거다. 그러니 너희도 이제 밖에 나가서 몸을 씻거라.”
할아버지와 검을 겨룬 사람들은 곧장 게이트를 나갔기에.
나와 도시은이 몸을 일으켰을 때는 주변에 남은 사람이 얼마 없었다.
할아버지에게 덕담을 들은 우리도 이만 원래 세상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그길로 나는 뜨거운 물에 몸을 담가 시원하게 피로를 풀었고….
“얘는 톡을 얼마나 보낸 거야?”
통신이 연결되지 않던 일주일을 산 나는 그간 쌓인 톡을 확인하고 혀를 내둘렀다.
강한별과 친구들과 있는 단톡방이며, 강한별이나 용해랑, 세쌍둥이, 민아린 등이 보낸 개인 톡, 가족들이 있는 단톡방 등….
대화 목록을 위에서 아래로 내려도 활성화된 톡이 끝이 없었다.
그중에 제일 눈이 가는 것은 읽지 않은 내용이 50개나 넘는, 연하늘의 개인 톡이었다.
‘내가 게이트에 들어간 걸 모를 리 없을 텐데…. 그 전에 이렇게 많으면 무서운데….’
그래도 연하늘의 관심을 받으니 기분이 좋다.
입꼬리가 올라간다.
나는 뜨거운 물에 몸을 지지며 그녀가 보낸 톡을 읽었다.
‘나한테 거의 일기를 써서 보냈네….’
대체로 하루에 두세 번씩.
연하늘은 자신의 사진을 찍어서 그날 있던 일과를 내게 보낸 듯했다.
덕분에 일주일 동안 그녀가 어떻게 지냈는지 알 수 있었다.
그래도 목소리를 듣지 않으면 아쉽다.
나는 바로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하늘아?”
[견우야! 게이트에서 나온 거야?]전화 너머로 연하늘의 비명이 터진다.
머릿속에서는 그녀가 깡충깡충 뛰며 토끼 귀를 파닥거리는 모습이 절로 떠올랐다.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러고는 욕조에서 찜질을 겸하며, 그녀와 근황을 주고받았다.
“아, 톡 봤어. 그런데 뭐 이렇게 많이 보냈어?”
[아… 미안…. 깼어?]“다음부터는 음성 메시지랑 영상도 같이 남기도록 해.”
[뭐어? 웃겨, 정말…. 네가 나한테 하는 거 봐서 생각해 볼게. 아, 맞다. 예은이가 며칠 전에 자기 남친이랑 같이 워터 파크로 더블데… 아니, 놀러 가자던데…. 나는 일단 좋다고 했는데, 너도 시간 되지?]“워터 파크? 예은이랑 걔 남친이랑? 나야 좋지. 안 그래도 예은이가 대체 누구랑 사귀는지 얼굴 좀 보고 싶었는데 잘됐네. 가문에서 돌아가는 대로 수영복이나 새로 사야겠다.”
“예은이도 방학했으니 언제라도 괜찮을 거야. 그러니까 너 편할 때 만나는 거로 하자. 너한테 맞출게.”
[안 그래도 되는데…. 그래도 고마워.]안 되겠다.
만찬회를 마치고 귀가하는 대로 연하늘을 보러 가야겠다.
나는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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