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Childhood Friend of the Middle Boss RAW novel - Chapter (217)
(217)
“쳇, 시간이 조금만 더 있었다면 골을 넣었을 텐데….”
아쉽게도 게임에서 간발의 차이로 연하늘에게 지고 만 민아린은 연신 투덜거렸다.
승부욕이 강한 그녀답게 이번에도 이기지 못한 게 분한 모양이다.
나는 얼굴을 구긴 그녀를 보며 쓴웃음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고는 기분을 달래 주기로 했다.
“그래도 정말 잘했어. 네가 아까 환영 마법을 펼쳤을 때는 놀랍더라. 대체 언제 배운 거야? 하늘이도 되게 당황한 것 같던데.”
“아, 그거? 익힌 지 얼마 안 됐어. 방학하고 본가에 돌아와서 익힌 거니까.”
“한 달 반 정도인가…. 대단하네. 사람의 인식을 왜곡한다는 환영 마법의 특성상, 배우는 게 까다로웠을 텐데 말이야.”
“흥, 내가 대단한 걸 이제 알았니? 내가 작정하고 덤비면 이 정도라고. 나 민아린이야.”
띄워 주는 것에는 약한 민아린이다.
내게 칭찬을 들은 그녀는 자신이 언제 그랬냐는 듯이 기운을 되찾았다.
얼굴을 바꿔서는 가슴을 부풀리고, 콧대까지 세운다.
그런 그녀에게 맞장구를 친 나는 시선을 들어 주위를 훑었다.
‘하늘이 얘는 어디 있는 거지?’
사실, 게임에서 우승한 걸 축하한다는 말이라도 건네고 싶어서 조금 전부터 연하늘에게 접근할 기회를 엿보고 있던 참이다.
그런데 교류회가 시작되고 지금까지 그녀에게 다가가는 게 좀처럼 쉽지 않았다.
어떻게든 인연을 트려는 사람들이 주위에 바글거리고 있었던 탓이다.
사정은 나와 민아린도 마찬가지였다.
‘이상하다? 아까 저기 있었는데…. 설마 여기에 없는 건가?’
우리는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몰려드는 사람들을 응대해야 했다.
그로 인해 나는 마음과 달리 연하늘을 만나러 가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다 잠시 한눈을 판 사이에 그녀가 보이지 않게 됐다.
아무래도 자리에 없는 것 같았다.
‘얘가 어디로 간 거지….’
눈에 보이지 않으니 불안하다.
나는 사람들과 대화를 나누면서도 제대로 집중할 수 없었다.
민지완을 발견한 것은 그때였다.
“민지완 선배.”
“어, 견우야. 무슨 일이야?”
“하늘이 어디 있는지 아세요?”
원래는 연하늘의 곁을 지켰어야 할 민지완은 주류 코너에서 잔을 고르던 중이었다.
주위 사람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인파를 헤치고 발걸음을 향한 나는 그에게 질문했다.
그는 내 속내를 알겠다는 듯이 가볍게 웃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하늘이라면 지금 정원에 있어. 내가 바람이라도 쐬게 하려 데리고 나갔거든. 사람들을 상대하느라 많이 지친 것 같아서…. 나는 마실 거라도 챙겨서 하늘이한테 돌아가려던 참이고.”
민지완이 친절히 설명했다.
상황을 납득한 나는 손을 뻗어 그가 들고 있던 잔을 빼앗았다.
그러고는 몸을 돌렸다.
“알려 줘서 고마워요, 선배. 이건 제가 하늘이한테 갖다줄 테니, 선배는 아린이를 부탁할게요.”
“그래, 하늘이는 너한테 맡길게. 나랑 있는 것보다는 너랑 있는 걸 바라는 눈치더라고. 그리고 편하게 형이라고 부르라니까.”
“하늘이한테 집적거리지 않겠다면 그때 가서 생각해 볼게요.”
“미안한데 나도 어쩔 수 없어. 최대한 가문의 의향에 따를 수밖에. 부르는 건 마음대로 해라.”
민지완은 불쾌해하는 기색 없이 나를 호의적으로 대했다.
성격이 좋았다.
어쩌면 나와 척을 져서 이로울 게 없다고 판단을 내린 것인지도 모른다.
어느 쪽이든 순순히 길을 비켜 준 그에게 목례로 감사를 표한 나는 교류회장을 빠져나왔다.
정원의 위치는 숙지해 두고 있었다.
저택을 처음 방문했을 때를 떠올린 나는 한 번도 헤매는 일 없이 정원을 찾았다.
‘저기 있네.’
별이 듬성듬성 박힌 밤하늘 아래로.
연하늘이 분수대를 앞에 두고 벤치에 앉아 있었다.
나는 그녀의 등 뒤로 다가갔다.
“왜 청승맞게 혼자 그러고 있어?”
연하늘이 흠칫한다.
이어서 토끼 귀를 쫑긋거린 그녀가 나를 돌아보며 미소 짓는다.
경계심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반가움이 가득한 미소였다.
“견우야!”
내 모든 것을 포용하겠다는 듯 붉게 빛나는 눈이 무척 인상적이다.
시선이 빨려 들어갈 것처럼 그윽하다.
연하늘을 눈에 새긴 나는 새삼 마음을 자각할 수밖에 없었다.
인정하고 만다.
‘내가 하늘이를 좋아하는구나.’
그래서 욕심이 생기고, 조바심이 난다.
행여나 누가 채 가기라도 할까 봐.
* * *
열차에서 연하늘과 노닥거린 지 불과 하루도 지나지 않았건만, 오래된 일처럼 느껴진다.
그만큼 교류회에서 떨어져 있던 시간이 길게 느껴진 탓이리라.
얼굴을 다 기억하지 못할 정도로 사람들을 상대하느라 정신이 없었던 이유도 있을 것이다.
이에 우리는 차분히 숨을 돌리고, 단둘이 시간을 보내기 위해 벤치에서 바람이나 쐬기로 했다.
그녀가 작은 함을 내민 것은 그러던 중이었다.
“자, 여기.”
“이게 마도 민가의 보물인 거구나.”
함 속에는 한쪽 날개를 본뜬 브로치가 금빛을 발하고 있었다.
조심스럽게 그것을 꺼내 든 나는 아티펙트의 정보를 살폈다.
[편익의 길잡이]◆ 장비 분류
―장신구(브로치)
◆ 상세 설명
―마도 민가의 보물.
―적색 게이트 ‘실베리온의 성 III’의 보스 몬스터 델핀 실베리온에게서 획득한 브로치.
―본래 한 쌍으로 제작되었으나, 다른 한쪽의 소재지는 묘연하다.
―방황하는 자의 안녕을 바라는 북극성의 가호가 깃들어 있다.
◆ 상세 효과
―민첩 +1, 마력 +2
―착용 시, 5계위 이하에 해당하는 모든 스킬의 레벨을 1 올린다.
―착용 시, 5계위 이하에 해당하는 모든 스킬의 소모 마나와 대기 시간이 10% 감소한다.
―착용 시, 5계위 이하에 해당하는 모든 스킬의 효과가 5% 증가한다.
―스킬 「캐스팅 부스트(Casting Boost)」
교류회장에서 설명을 들었던 바지만, 직접 정보창을 띄워 확인하니 감탄이 일 수밖에 없었다.
5계위 이하에 속하는 마법사라면 눈이 뒤집힐 법한 효과였다.
아니, 누구나 혹할 만했다.
‘제한 없이 민첩과 마력을 올리는 효과에, 마법의 시전 속도를 높이고 마나 제어를 보조하는 스킬까지…. 대단하네.’
괜스레 나도 탐이 날 정도였다.
이 브로치만 있다면 전류 제어를 더 능숙하게 다룰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연하늘의 소유물인 이상 욕심을 내서는 안 될 일이다.
나는 미련을 가지지 않기 위해서라도 브로치를 멀리하기로 했다.
그래서 연하늘에게 돌려주려 했는데….
“그거, 네 거야.”
“뭐?”
“내가 너한테 주는 선물이라고.”
“….”
연하늘이 내 손을 밀어냈다.
나는 브로치가 담긴 함을 쥔 채로 어안이 벙벙해질 수밖에 없었다.
순간 귀를 의심해야 했다.
그러자 그녀가 내게 각인시키듯 똑같은 말을 되풀이했다.
“내가 몇 번을 말해야 알겠니? 내가 너한테 주는 선물이니까 그 브로치는 네 거라고, 네 거. 그동안 너한테 너무 받기만 한 것 같아서… 나도 뭐라도 주고 싶었거든.”
“…그럼 이걸 나한테 주겠다고 게임에서 기프트까지 사용한 거야?”
“응…. 나는 너한테 딱히 줄 만한 게 없었으니까…. 그래서 브로치에 대한 설명을 들었을 때 너한테 꼭 주고 싶었어. 너한테 도움이 될 것 같아서…. 혹시 아니야?”
“….”
연하늘이 편익의 길잡이를 착용하면 마력 수치가 90에 이르게 된다.
단순 수치로 놓고 보았을 때는 적수를 찾기 힘든 수준이었다.
있다면 세외의 존재가 아닐까.
그러자니 순순히 받기가 꺼려졌다.
내가 자칫 그녀의 기연을 뺏고, 성장을 방해하는 것 같았다.
한편으로는.
“아닐 리가 없잖아. 고마워, 브로치 잘 쓸게.”
연하늘이 나를 생각해서 준 선물이 기쁘지 않을 리 없었다.
나는 내 반응을 기다리는 그녀에게 실망을 끼치고 싶지 않았다.
고민 끝에 성의를 사양하지 않고 기쁘게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제야 그녀의 얼굴에 화색이 감돌았다.
“응! 나야말로 고마워.”
“나한테 고마울 게 뭐가 있다고…. 내가 더 고맙지. 그리고 이거, 네가 직접 달아 줄래?”
“지금?”
“어, 지금.”
“알았어. 그럼 가만히 있어.”
연하늘이 함에서 브로치를 꺼내 든다.
그러고는 내 옷깃에 브로치를 달려 몸을 기울였다.
나는 그녀를 방해하지 않기 위해 가만히 내려다보기만 했다.
‘예쁘네.’
눈앞을 기웃거리는 토끼 귀가 사람을 설레게 한다.
내 옷깃을 붙잡고 씨름을 벌이는 연하늘에게서 빛이 난다.
무엇보다 나를 위하는 마음씨에 기분이 들뜨지 않을 수 없었다.
나는 결국 감정을 참지 못했다.
“아….”
정신이 들었을 때 나는 어느새 연하늘의 앞머리를 들어 올려, 이마에 입을 맞추고 있었다.
내 돌발 행동에 멈칫한 그녀가 나를 올려다보았다.
토끼처럼 동그랗게 뜬 두 눈에는 오직 나만 담겨 있었다.
그녀의 시선이 묘한 만족감과 뿌듯함, 자신감을 불러일으켰다.
‘이런 애가 나만 보고 있어.’
입꼬리가 올라간다.
나는 여봐란듯이 허락도 받지 않고 다시금 연하늘의 이마를 훔쳤다.
또 한 번 그녀의 벌어진 입에서 탄성이 새어 나왔다.
마음 같아서는 입술도 훔쳐 사람을 홀리는 소리를 틀어막고 싶었다.
하지만 여기서 더 나아갔다가는 완전히 본성을 놓을 것만 같았다.
대신에 부탁했다.
“3년.”
“….”
“졸업할 때까지만 기다려 줘.”
전부터 막연히 생각하고 있었지만, 오늘에서야 비로소 깨달았다.
연하늘은 이성으로서 매력적이다.
그녀에게 이성적인 끌림을 느끼는 사람은 나만이 아니다.
민지완은 시작에 지나지 않는다.
앞으로도 그녀를 노리는 사람이 계속해서 나타날 터였다.
하지만 나는 어느 누구에게든 그녀를 넘겨줄 생각이 없었다.
절대 뺏기고 싶지 않았다.
“그때는 여건이 될 것 같으니까…. 너한테 이렇게 말해서 미안한데, 조금만 더 기다려 줄 수 없을까?”
그러나 당장 연하늘을 향한 마음을 고백할 수는 없었다.
그녀와 새로운 관계를 모색하려면 먼저 넘어야 할 고비가 컸다.
신검 도가라는 이름의 고비가.
‘이번에 본가에 들렀을 때 본 가주님의 태도는 확고했어. 가주님이 하늘이를 탐탁지 않아 하며 반대할 게 틀림없어. 그렇게 되면 가문에서 어떤 식으로 제재를 가할지 몰라.’
내가 불이익을 받는 것은 상관없다.
게임의 스토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심각한 변수로 작용하게 되더라도 감수할 용의가 있었다.
문제는 연하늘이 불이익을 받아서 장래가 불우하게 꼬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어야 했다.
나로서는 결코 바라지 않았다.
무엇보다.
‘내가 얘한테 빠져서 다른 일에는 신경을 쓰지 못할 것 같아.’
누군가는 미련하다고 비웃을지도 모르나, 내게는 상당히 진지한 이유였다.
지금만 해도 연하늘에게만 눈이 가서 다른 생각은 들어오지 않을 지경이었다.
여기서 그녀에게 더 빠졌다가는 게임의 스토리를 뒷전으로 미루며 태업을 일삼을지도 몰랐다.
그렇게 되면 결말은 뻔했다.
멸망 엔딩이 기다린다.
‘그러니 스토리를 공략할 때까지, 졸업할 때까지 억눌러야 해.’
물론, 아카데미를 졸업하더라도 게이트 침식에 의한 멸망 엔딩 같은, 특수한 조건을 만족하면 시기를 불문하고 자동으로 발생하는 스토리가 남아 있기는 했다.
그래도 어느 정도 상대적으로 숨통이 트일 터였다.
에둘러 그런 생각을 전한 나는 속으로 애가 탔다.
혹시나 그녀가 내게 정을 떼고 마음을 돌리지 않을까 두려웠다.
그때, 그녀가 긴 침묵을 깨뜨렸다.
“졸업할 때까지만 기다리면 돼? 앞으로 3년… 아니, 2년하고도 반년만?”
“…어, 2년 하고도 반년만.”
“그렇구나…. 생각한 것보다 별로 안 기네. 나는 그보다 훨씬 더 길 줄 알았거든. 아니면… 그냥 이 관계로 만족하나 싶었지. 내가 명가의 사람도 아니고, 아인이라서….”
“내가 그런 걸 신경 쓸 리 없잖아. 나는 네가 어떤 사람이라도 상관하지 않아.”
“응, 그래서 고마워. 다행이다…. 제대로 생각해 주고 있었구나…. 기뻐.”
“….”
“기다릴게, 꼭.”
연하늘이 배시시 미소를 짓는다.
그제야 나는 완전히 마음을 놓고 순수하게 좋아할 수 있었다.
한편으로는 걱정이 싹텄다.
‘얘가 이렇게 자꾸 날 자극하는데…. 내가 그때까지 정말 참을 수 있을까?’
우습게도 내가 나를 믿지 못하겠다.
졸업할 때까지 앞으로 2년 반.
속으로 남은 시간을 헤아리자니 너무 길게 느껴지기만 했다.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런데 만약에.”
“만약에라니?”
“나 바람맞히기라도 해 봐…. 그때는….”
“…그때는?”
“너 죽고, 나 죽는 거야.”
“….”
“진짜 다 없애 버릴 거야… 전부…. 내가 가질 수 없다면….”
“우리 무서운 소리는 하지 말자.”
연하늘의 눈빛이 스산하다.
아무래도 진심인 것 같다.
나는 그녀의 원한을 사지 않게 조심하기로 다짐했다.
‘그러고 보니 하늘이 얘도 멸망 엔딩의 주인 중 1명이었지. 세상에 좌절하고 절망해 버려서 기프트를 폭주시켜 재앙의 마녀로 거듭나는…. 어, 잠깐…. 그러니까….’
즉.
연하늘이 언제든 마음만 먹는다면 세상을 멸망시킬 수 있다는 뜻이다.
게임의 스토리를 공략한 후로도….
‘나는 쟤한테서 못 벗어나겠네. 벗어날 생각도 없지만.’
중간 보스의 소꿉친구가 된다.
곧, 너를 평생 책임지겠다.
당연하게 여기고 있던 결심이 마냥 가볍지 않고 무거웠음을 진정으로 실감한다.
그러나 지금 느끼는 기분이 끝은 아닐 것이다.
연하늘을 알아 갈수록 새롭게 경험하는 게 늘어나기만 할 테니까.
* * *
체념하지 말고, 타협하지 말라.
다만 마음이 시키는 대로 행하라.
그날, 도견우가 전화로 건넨 조언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갈등하던 강한별에게 힘이 됐다.
‘도움을 바라는 사람이 있는데 이대로 지나치고 싶지 않아.’
사부 서정진의 가르침에도 어긋나고, 무엇보다 자신이 성에 차지 않는다.
각오를 다진 강한별은 그길로 권보람에게 작전에 참가하고 싶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처음에는 완고히 거절하던 그녀는 끝내 백기를 들었다.
[…알겠습니다. 받아들이겠습니다. 그러니 혼자서라도 쳐들어가겠다는 무모한 짓은 삼가십시오. 작전을 수행하는 저희에게도 민폐를 끼치는 일이니 말입니다.]“고마워요, 선배. 저도 끼워 준다면 당연히 그런 짓은 하지 않죠. 어디로 가면 될까요?”
[후…. 톡으로 위치를 보내겠습니다. 반드시 시간에 맞춰 오기 바랍니다. 혹시라도 그놈들에게 정보가 새어 나가는 일이 없어야 하고 말입니다.]“네, 당연하죠. 늦지 않게 갈게요.”
이것으로 강한별은 학생이 아닌, 실드의 파견원이란 신분으로 작전에 참가할 수 있게 됐다.
그는 권보람, 실드와 소드의 단원들과 함께 브로커 일당의 본거지에 침입했다.
“상대는 헌터입니다. 웬만해서 저희가 상대할 일은 없겠지만, 그래도 조심하기 바랍니다.”
실드의 역할은 소드가 브로커 일당을 체포하는 사이, 그들의 장부를 찾는 것에 있었다.
이에 실드에 소속된 강한별은 권보람을 따라 샅샅이 건물을 뒤졌다.
이때, 강한별이 크게 기여했다.
“보람 선배! 서연 누나 말로는 이 근처에 지하로 통하는 길이 있다고 들었어요!”
“…비밀 통로군요. 들어갑시다.”
한준표의 노예 계약에 묶여 있는 여성 헌터 구서연.
사전에 그녀에게 정보를 받은 강한별은 본거지에 숨겨져 있던 길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 길 끝에서.
“큭…. 너희가 여기를 어떻게 알고 찾아온 것이냐!”
“어떻게 알고 찾아왔냐고요? 잘요.”
강한별, 권보람 일행은 낌새를 채고 장부를 들고 도망치던 한준표를 조우할 수 있었다.
마침 강한별로서는 직접 한준표를 때려눕히고 싶었던 차였다.
그는 주저하지 않고 싸움을 걸었다.
그리하여.
“남을 등쳐 먹으려 했으면, 그 대가를 치러야지.”
한준표는 몇 번의 합을 견디지 못하고 급소를 공격당해 쓰러졌다.
무심한 눈길로 그를 내려다본 강한별은 호흡을 골랐다.
권보람이 다가온 것은 그때였다.
“고생했습니다. 한준표를 잡았으니 수사는 한결 편해질 겁니다.”
“아, 보람 선배도 고생 많았어요. 그런데… 서연 누나 덕분에 한준표를 잡을 수 있었던 건데, 이걸로 어느 정도 정상 참작이 될까요?”
“완전히 죄를 탕감할 수는 없어도 어느 정도 반영되기는 할 겁니다.”
“그런…가요….”
“제가 최대한 변호해 달라고 실드에 요청해 보겠습니다.”
“정말요? 그렇다면 감사하죠. 부탁드릴게요.”
실드가 구서연의 사정을 변호한다면 조금은 걱정을 덜 수 있겠다.
강한별은 권보람의 배려에 진심으로 감사를 표했다.
한편, 별거 아니라며 고개를 저은 그녀는 장부를 집어 들었다.
그러고는 문득 생각났다는 듯이 운을 뗐다.
“이참에 실드에 입단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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