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Childhood Friend of the Middle Boss RAW novel - Chapter (22)
중간 보스의 소꿉친구가 되었다 (22)
역시나, 내 예상이 맞았다.
[기력의 열매]◆ 소모품 분류
―열매
◆ 상세 설명
―파킷 에이프가 즐겨 먹는 열매로, 포션의 재료로 쓰이기도 한다.
◆ 효과
―복용 시, Mp를 50 회복한다.
파킷 에이프들이 출몰하는 곳에서 열매를 발견할 수 있었다.
활력의 열매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색이 다른, 푸른 열매.
나는 나무에 매달린 열매를 땄다.
아삭.
기력의 열매를 베어 물자, 안에서 달콤한 과즙이 흘러나왔다.
‘활력의 열매는 식감이 청량했는데, 이건 진득한 편이네.’
꼭 달콤한 해열제를 맛보는 기분.
캐릭터 슬롯에서 조작하는 것으로 해당 캐릭터에게 열매를 쓸 수 있는 게임에서는 할 수 없는 경험이었다.
과즙을 넘긴 나는 마나가 회복되는 감각을 느낄 수 있었다.
‘이대로 호수로 향하면 되겠어.’
손가락에 묻은 과즙을 핥으며.
나는 근처에 보이는 열매를 따서 주머니에 채워 넣었다.
이 정도라면 체력과 마나 소모를 걱정할 필요가 없을 듯했다.
탁!
나는 그대로 나뭇가지 끝을 달려, 바로 앞에 있는 나무의 가지 위로 뛰어올랐다.
그런 식으로 나무 사이를 뛰면서 호수로 가는 시간을 줄이려 했다.
‘열매를 찾느라 시간을 소모했어. 이렇게라도 그 시간을 만회해야 해.’
나무 사이를 뛰어야만 하는 만큼 마나 소모를 무시할 수 없긴 했다.
그때마다 나는 기력의 열매를 먹어 체내 마나를 충당했다.
휙!
파직!
이따금 숨어 있던 파킷 에이프들이 내가 점프한 순간을 노려 돌덩이를 던지는 일도 있었다.
그러나 위협이 되지는 않았다.
깡!
…끼엑!?
회피 본능이 발동했으니까.
공중에서 몸을 비튼 나는 검집으로 놈이 던진 돌덩이를 돌려주었다.
‘저놈들을 쫓을 필요는 없어.’
뒤돌아보지 않아도 결과는 명중.
목표로 하던 나뭇가지보다도 한참 아래에 있는 나뭇가지를 밟은 나는 돌덩이가 날아온 방향으로는 제대로 눈길도 주지 않았다.
맞았으면 된 거다.
어차피 이 게이트의 공략 조건은 모든 몬스터의 토벌이 아닌, 단순히 수령만 토벌하는 것이었으니까.
그런데도 굳이 죽이러 가는 것은 시간과 힘만 낭비할 뿐이다.
탁!
나는 주저하지 않고 몸을 돌렸다.
이윽고 밀림의 생태가 변했다.
‘나무가 낮아졌어. 잎은 넓어졌고. 바닥도 질척거리는 것 같고.’
게이트 안의 세계는 극단적으로는 열대와 냉대가 공존하기도 할 만큼 일반 상식에서 많이 벗어나 있었다.
갑자기 주위 환경이 변하는 것도 드물지 않았다.
‘게임에서는 환경이 바뀌게 되면 출몰하는 몬스터가 달라지는데….’
나는 기척을 죽이고 나아갔다.
파킷 에이프가 아닌 다른 몬스터와 맞닥뜨릴 가능성이 큰 만큼, 주위에 신경을 기울여야 했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케로케로.
나는 몬스터들을 발견했다.
마치 노란 모자를 쓴 것처럼 생긴 두꺼비들이 질퍼덕거리는 땅 위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저놈들도 이 게이트에 있던 건가.’
나는 전생의 기억으로 발아래 있는 놈들의 정체를 확인할 수 있었다.
머드 케로(Mud Kero).
습기가 찬 환경에서는 모든 속도가 한 단계 증가하는, 1랭크 중에서도 강한 축에 속하는 몬스터였다.
‘수령의 호수로 향하려면 저놈들을 지나치는 수밖에 없는 건가.’
그런데 머드 케로의 성가신 점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놈들은 입안에 있는 점액을 뱉어 원거리 공격을 가할 수 있는 데다, 공격 명중률이 높았다.
놈의 점액에 맞았다간 일정 확률로 마비 상태에 걸리기도 했다.
상당히 성가신 놈들이었다.
‘피하는 거라면 자신 있기는 해도, 문제는 놈들의 서식지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알 수 없다는 건데….’
놈들의 공격이 강하지 않더라도, 마비 상태는 골치 아프다.
다행히 방법이 있기는 했다.
‘놈들의 서식지를 이동하는 틈틈이 해독제를 찾아야겠네.’
머드 케로가 주로 서식지로 삼는 진흙탕 일대에서는 놈들의 기운을 양분으로 삼아 자라는 꽃이 있다.
진흙 속에서 피어나는 하얀 꽃.
그 꽃의 뿌리는 마비 상태를 푸는 해독 작용을 했다.
이에 나는 그 꽃을 찾는 것으로 행동 방침을 내렸다.
이제부터 그 꽃을 찾으면서 이동할 생각이었다.
바로 그때.
케로케로.
“….”
기척을 느낀 나는 고개를 들었다.
넓적한 나뭇잎 아래로 몸을 숨긴, 나무 기둥에 착 붙어 볼을 부풀리는 머드 케로가 있었다.
[몬스터를 조우했습니다.] [머드 케로(Rank. 01) x 1]양서류 특유의 눈이 나를 본다.
“시바.”
그러고 보니 머드 케로는 설정상 밀림의 환경에서 자신을 숨기는 데 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
게임에서는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미처 기억하지 못했다.
나는 욕지기를 내뱉었다.
그 순간, 전투가 벌어졌다.
아래에 있던 놈들도 반응했다.
[몬스터를 조우했습니다.] [머드 케로(Rank. 01) x 4]* * *
“…젠장.”
전투는 쉽지 않았다.
두 놈은 내 움직임을 봉하기 위해 끊임없이 점액을 발사했고, 한 놈은 양서류 주제에 머리도 좋아서 나를 궁지로 몰아넣었다.
그리고 나머지 두 놈은 긴 혀로 나를 견제하려 들고는 했다.
‘이걸 애들 보고 하라고? 난이도가 너무 높은 것 아니야?’
중학생이 된 사람들이면 모를까, 아직 초등학생에 불과한 나한테는 꽤 어려운 평가전이었다.
‘아니면 내가 운이 나쁜 건가?’
어쩌면 그럴 수도 있겠다.
머드 케로는 무리를 짓지 않고서 단독으로 행동하는 몬스터였다.
그런데 나는 운이 나쁘게도 하필 단독으로 행동하던 놈들을 5마리나 조우하고 만 것이다.
‘행운이 낮아서 그런가. 게임에서 행운은 크리티컬 확률하고 회피율, 드롭율 등에 영향을 줬었는데….’
어쩌면 게임이 현실이 된 세상에서 행운 수치는 다른 부분에도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다고 행운을 올릴 순 없고….’
나는 혀를 찼다.
행운 수치는 올리기도 쉽지 않고, 회피 본능이란 특성을 가지고 있는 내게는 중요도가 떨어졌다.
체력, 민첩, 근력, 내구, 마력.
나는 행운 수치는 우선 순위에서 마지막으로 관심을 두고 있었다.
여하튼 전투는 어찌어찌 끝냈다.
“저것들이 까불고 있어.”
케로케로….
게임에서는 불가능한 플레이였다.
나는 놈들의 연계가 생각보다 마냥 좋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놈들을 교란했다.
결과, 놈들은 동족의 공격에 당해 무너지고 말았다.
“그러고 있으면 사이좋아지겠네.”
나는 서로 혀가 꼬인 놈들을 보고 키득거렸다.
놈들은 혀를 풀지 못하고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잠깐 인증샷 좀 찍을게.”
케로케로….
나는 그런 놈들을 내버려 뒀다.
저대로 혀를 잘라 버리면, 놈들은 출혈로 죽음을 맞이할 때까지 계속 싸움을 걸어올 것이다.
귀찮은 일은 사양이었다.
그렇기에 나는 사진을 찍고 나서 미련 없이 몸을 돌렸다.
이내 찾고 있던 꽃을 발견했다.
“…찾았다.”
진흙 속에서 자라고 있는 하얀 꽃.
꽃의 정보를 확인한 나는 조심스레 뿌리를 캐냈다.
그러고는 대충 뿌리를 닦고 꿀꺽 삼켰다.
“쓰네….”
[진흙 영초 뿌리를 복용했습니다.] [30분 동안 마비 저항력이 11% 상승합니다.] [진흙 영초를 중복으로 복용할 시, 마비 저항력을 최대 15%까지 올릴 수 있습니다.]꽃의 상태에 따라 마비 저항력이 상승하는 폭이 각기 달랐다.
나는 다른 진흙 영초도 복용해서는 마저 마비 저항력을 올렸다.
“이 정도면 되겠네.”
마비 저항력을 15%까지 올렸다면 머드 케로의 마비에 걸리지 않는다.
이후로 나는 진흙 영초를 찾아 가며 밀림을 나아갔다.
그렇게 얼마나 나아갔을까.
“응?”
“모, 몸만 제대로 움직였다면….”
한창 앞으로 나아가던 중.
저 아래로 사람이 1명 보였다.
“…큭!”
그 사람은 검붉은 모자를 쓴 듯한 머드 케로와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저건….’
라들 케로(Ruddle Kero).
2랭크 몬스터였다.
게임에서는 캐릭터가 주로 다루는 능력치가 50은 넘어야 어느 정도 상대할 수 있던 수준.
‘누군지는 몰라도, 고전할 만하네.’
사전에 할아버지가 설명한 것처럼.
게이트에 있는 몬스터들은 대부분 약체화되어 있었다.
라들 케로도 그런 듯싶었다.
겉보기에는 땀처럼 보일지 모르나, 물기가 번들거리는 피부에서는 계속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군데군데 칼에 깊이 베인 상처가 눈에 띄기도 했다.
놈은 거의 죽어 가고 있었다.
“흠….”
그렇다고 하나 놈은 2랭크였다.
비록 놈이 약체화되었다고 해도, 그 전투 센스는 무시할 수 없었다.
‘저쪽은 마비에 걸렸나 보네.’
한편, 내게서 등을 돌린 저 친척은 몸이 뜻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건지 제대로 싸우지 못하고 있었다.
‘어떻게 할까.’
굳이 내가 도와주지 않더라도 필시 근처에서 보고 있을 헌터들이 적절한 때에 도와주러 올 것이다.
“음….”
그렇다고 그냥 지나치기는 그랬다.
‘어쩔 수 없네.’
나는 누군지도 모를 친척을 돕기로 마음을 먹었다.
“오, 오지 마!”
라들 케로의 신경은 저 친척에게 쏠려 있었다.
내 존재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나는 그 틈을 타 놈에게 접근해, 단숨에 목숨을 끊을 생각이었다.
그렇기에….
“후우….”
검 끝에 마나를 모으며 뛰어내릴 준비를 했다.
눈알을 굴려 내가 서 있는 위치와 라들 케로의 위치를 파악하는 한편, 그곳으로 가기 위한 진로를 찾았다.
나무 몇 그루가 눈에 들어왔다.
저 나무 기둥을 밟고 내려간다면 노리는 위치로 떨어질 수 있으리라.
[수왕류 공격식 제7형>보법을 펼친다.
발바닥에 모은 마나를 폭발시켜, 조금 전에 점 찍은 나무 기둥을 밟아 지면으로 떨어진다.
아직 놈은 나를 눈치채지 못했다.
사자 고락(獅子 高落).
떨어지는 높이에 비례해서 그만큼 공력이 올라가는 공격식.
검 끝에 모인 마나가 반응한다.
나선형으로 회전한 마나가 급격히 세를 부풀리며 나를 감싼다.
키이이익!
바람이 찢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그 소리는 사자가 포효하는 것처럼 흉흉하기만 했다.
그리고 그때쯤.
…케로?
[몬스터를 조우했습니다.] [라들 케로(Rank. 02) x 1]놈도 그 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놈이 고개를 들었을 때는 이미 늦은 뒤였다.
나는 바람을 찢어발길 듯한 검격을 놈의 정수리에 내리꽂았다.
──!
검과 나를 감싸던 마나가 어느새 놈을 뒤덮었다.
마나의 폭풍.
사자의 발톱이 휘몰아치는 것 같은 폭풍이 놈을 휩쓴다.
제일 먼저 정수리가 터져 나가며, 놈이 위에서부터 아래로 갈기갈기 찢어진다.
그것으로.
“휴….”
“너, 넌….”
라들 케로가 절명했다.
방벽을 둘러 놈의 살점과 혈액이 몸에 튀는 상황을 배제해 버린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적잖은 마나를 소모했다.
아삭.
나는 기력의 열매를 베어 물었다.
그러고는 제때 방벽을 펼치지 못해 꼴이 엉망이 된 친척을 돌아보았다.
“어디 다친 데는 없어? 이거 먹….”
“도견우….”
이왕 선행도 했겠다, 이참에 마비를 푸는 진흙 영초와 열매도 나눠 주려고 했는데.
“아, 씨.”
상대의 정체를 확인하고, 나는 대뜸 눈살을 찌푸렸다.
“뭐야, 너였냐?”
도승우였다.
나는 라들 케로의 눈알을 모자처럼 머리에 얹고 있는 놈을 보고 혀를 찰 수밖에 없었다.
그러고는 놈에게 주려던 주머니를 즉각 거두어들였다.
한편 놈도 잔뜩 얼굴을 구겼다.
“내가 언제 도와달라고 했지?”
“오지 말라면서 무서워 벌벌 떤 게 누구였는데, 그런 소리가 나온대?”
“…네가 오지 않았더라도 나 혼자 해치울 수 있었거든. 그런데 네가 치사하게 막타나 노려선….”
“아, 그래? 정말 미안하게 됐네.”
내가 도승우를 구해 줬다니.
썩 좋은 기분은 아니었다.
아니, 최악이었다.
그만 큰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그 실수를 만회하고자, 나는 얼른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너 뭐 하냐?”
“네 막타를 가져간 게 미안해서, 몬스터 좀 끌고 오려고.”
“뭐?”
“내가 아까랑 거의 비슷한 상황을 만들어 줄 테니까, 그때는 너 혼자 알아서 싸우도록 해.”
“….”
“이번에는 방해하지 않을 테니까 걱정하지 마. 나는 갈 길이나 갈게.”
“…농담하는 거지?”
“내가 왜 너한테 농담을 하겠어. 우리가 그런 사이도 아니고.”
마침 저기에 머드 케로가 있었다.
나는 근처에 있는 돌멩이를 주워, 놈을 향해 던졌다.
케로?
별다른 타격도 되지 않는 공격에.
머드 케로가 기우뚱 몸을 돌렸다.
놈이 우리를 발견했다.
[몬스터를 조우했습니다.] [머드 케로(Rank. 01) x 1]“그럼 나는 이만 가 볼게.”
“야! 야! 잠깐, 멈춰! 멈추라고!”
“멈추기는 뭘 멈춰? 저놈은 이미 널 인식했거든? 난 간다. 안녕!”
“야! 도견우우우!”
친척을 내 손으로 죽일 수는 없다.
그러니 몬스터의 도움을 빌린다.
이게 바로 차도살인이 아닐까.
‘뭐, 저놈 실력에 죽을 리도 없고, 만약 위험해지면 헌터들이 나와서 도와주겠지만.’
그래도 기분은 좋다.
발걸음은 어느 때보다 가벼웠다.
“돌아와! 이 새끼야아아아!”
저 뒤편에서 도승우가 목을 놓아 뭐라고 외치는 소리가 들렸다.
안타깝게도 누구를 부르는 것인지도 모르겠고, 잘 들리지도 않았다.
한편으로는 어리석기만 했다.
‘저렇게 소리를 크게 지르면 어떡해. 이 근처에 있는 몬스터란 몬스터는 다 불러들이겠다는 건가?’
물론, 내가 알 바는 아니다.
지가 알아서 하라지.
오히려 나야 몬스터를 만나지 않고 지나갈 수 있으니 좋은 일 아닌가.
나는 한 번도 뒤돌아보는 일 없이 자리를 떠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