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Childhood Friend of the Middle Boss RAW novel - Chapter (225)
(225)
협의
학원도시에서 제일간다고 평가되는 금강 아카데미는 축제 또한 그에 못지않다.
학생들과 아카데미 홍보를 목적으로 2학기마다 기획되는 금강제는 학원도시의 명물 중 하나로 톡톡히 자리 잡고 있었다.
오죽하면 금강제 시기에는 학원도시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이 급증할 정도였다.
그만큼 우리는 열심히 공을 들여 금강제를 준비해야 했다.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서라도 결코 허투루 임해서는 안 됐다.
이에 나와 민아린은 오전 수업 시간을 이용해 반 회의를 열었다.
“중간고사가 끝나자마자 금강제야. 시험 2주 전을 제외하면, 사실상 금강제를 준비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소리야. 그러니까 여유가 될 때 미리미리 준비해야 해.”
“이번 주까지 금강제에서 어떤 부스를 운영할지 확정해서 학생회에 보고해야 하거든? 그러니 좋은 아이디어가 있는 사람은 눈치 보지 말고 얘기해 주면 좋겠어. 참고로 각자 최소 하나 이상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걸 알아 둬. 금강제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그 역할의 수행 여부로 출석을 인정받을 수 있다더라고.”
강의실 뒤편에서 홍예나와 유노을이 조용히 참관하는 가운데.
교탁으로 나온 민아린과 나는 반 학생들의 의견을 모집했다.
그중 유독 호응을 얻는 의견이 하나 있었다.
“다 같이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많지 않을 텐데, 무난하게 주점이나 하는 것은 어때? 대신에 이색 있는 콘셉트로 잡는 거지.”
“이색 있는 콘셉트라니?”
“음… 전통 주막 콘셉트는 어떨까? 내 생각에, 주점을 하는 반들은 소주나 맥주, 양주 같은 걸 메인으로 밀 것 같은데, 우리는 막걸리랑 동동주를 파는 거야. 안주로 전을 부치고.”
“전통 주막, 괜찮을 것 같은데? 기본 안주로 뻥튀기나 알새우칩을 제공하는 거야. 항아리에서 자유롭게 퍼 가게 하는 형식으로.”
“전만 부치지 말고, 떡볶이나 라면이나 다른 메뉴를 추가해도 위화감이 없을 것 같은데? 나는 떡볶이 먹고 싶어!”
“막걸리에 떡볶이 조합도 나쁘지 않기는 하지…. 사이다를 타서 마셔도 되고.”
“중간중간 공연도 선보이는 거야! 마법이나 검무를 펼친다거나….”
“헌터를 양성하는 아카데미에 맞춘 특색을 더하자는 거지? 나는 좋아. 겸사겸사 우리 얼굴도 알릴 수 있을 테니까.”
반 학생들이 하나둘 말을 보태며, 계획을 구체화한다.
분위기로 보아서는 전통 주막으로 거의 확정이 난 듯했다.
나로서는 이견이 없었다.
민아린도 찬성하는 눈치였다.
‘전통 주막이라…. 나쁘지 않네. 메뉴로 하늘이가 좋아하는 김치전이랑 파전도 추가해야겠다. 축제 때 와서 먹으라고 해야지.’
주류나 기본 안주 같은 경우에는 관련 기업의 후원을 받을 수 있었다.
정해진 기한 내에 신청서를 작성해, 학생회에 요청하면 알아서 처리해 줄 터였다.
그러니 우리는 안주를 만들거나, 접객과 공연에 힘쓰면 될 듯했다.
속으로 견적을 내린 나는 반 학생들을 둘러보았다.
“다른 의견은 더 없는 거지? 그럼 이대로 투표한다? 아린아, 네가 투표 진행해.”
“잘 들어. 1명당 두 번까지 손을 들 수 있는 거야. 헷갈리지 마. 그럼 이제 투표를 시작할게. 제일 먼저… 24시간 인간 수족관? 아, 수조에 들어가 관상어 역할을 하자는 기획이었지. 이거 하고 싶은 사람?”
“….”
“없어? 아무도? 그래도 발안자는 손을 들어야 하는 거 아니야? 없으면 넘어간다? 다음은… 지하 격투장? 이거 하고 싶은 사람? 이번에도 없어?”
회의 결과는 예정된 대로였다.
우리는 만장일치로 금강제에서 전통 주막 부스를 운영하기로 했다.
덧붙여, 민아린은 분위기에 휘둘려 손님들의 사주팔자를 보게 됐다.
―그런데 공연하는 전통 주막으로는 차별화가 부족하지 않아? 여기에 뭐라도 더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다른 반하고 더 차별화하려면… 다른 반에는 없는 것을 내세워서 홍보하면 되지 않을까?
―그게 뭐가 있을까?
―음… 아린이랑 견우? 우리 반에는 십가문이 있잖아.
―십가문은 다른 반에도 있는데?
―하지만 민아린 다이너마이트는 우리 반밖에 없지. 아린이를 마스코트로 미는 거야.
―뭐 어떻게?
―예를 들면… 타로 카드를 보고 운명을 점친다든가?
―전통 주막에 타로는 아니지 않냐. 차라리 사주팔자는 어때?
―오, 좋은데? 마도 민가의 민아린이 여러분의 사주팔자를 봐 줍니다. 먹힐 것 같아.
―얘네가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내가 그걸 왜 해!?
―아린이가 하면 잘 어울릴 텐데…. 획기적일 거야. 사람들한테 명성도 날릴 테고.
―….
―날아오르라, 마도 민가의 작은 그리핀!
―일! 십! 백! 천! 만! 십만! 백만! 천만!
―민아린 다이너마이트!
―아, 알았어! 알았다고! 그렇게 원한다면 내가 특별히 해 주지, 뭐. 고맙게 여기도록 해.
반 학생들의 속셈을 모르지 않았을 텐데도 마지못한 척 제안을 받아들인 민아린이었다.
정말이지 띄워 주기에 약한 그녀였다.
‘이제는 반에서도 최약체가 됐구나…. 그래, 네가 만족한다면 된 거지.’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 * *
금강제에서 운영할 부스를 정하러 회의 시간을 가진 것은 다른 반 역시 마찬가지였다.
강한별, 리사, 박사군이 속한 반의 경우에는 모리스 르블랑의 소설에 등장하는, 괴도 아르센 뤼팽을 주연으로 하는 연극을 공연하기로 했다.
여기에 주연을 맡은 강한별이 몸소 승합 택시를 운전해 아카데미 부지를 돌아다니며 홍보하고, 연극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을 이송할 예정이었다.
이외에 세쌍둥이의 반은 서커스를, 차은솔의 반은 쿠킹 클래스를, 남유리의 반은 풍선 쏘기를, 용해랑의 반은 스트레스 해소 겸 물건 부수기를 진행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았다.
그리고 연하늘과 고은비가 속한 1학년 8반은….
“그럼 다수결에 따라 41표를 얻은 카지노로 결정하도록 할게! 다들 이의 없지?”
논의 끝에 문화홀을 대관해서 카지노를 운영하기로 했다.
고은비에게 회의 진행을 맡긴 연하늘은 결정된 사항을 일지에 적었다.
그러면서 생각은 옆길로 빠졌다.
‘견우네 반은 뭘 하는 걸까?’
이따 점심 먹을 때 물어봐야겠다.
도견우를 떠올린 연하늘의 얼굴에 자연히 미소가 배어났다.
그녀가 상념에서 깨어난 것은 바로 그때였다.
“게임 종목은 얼추 정한 것 같고, 다음에 정해야 할 건… 아, 복장. 카지노 콘셉트로 가는데, 당연히 어울리는 드레스 코드가 있어야겠지? 우선, 딜러부터 정할까? 아이디어 있는 사람!”
고은비가 화제를 환기했다.
반 학생들은 조금 전에도 그랬듯 여러 안을 내놓았다.
문제는 이때 일어났다.
“카지노 하면 바니걸 아니야? 몇 사람은 바니걸 옷을 입고 카지노를 홍보하는 게 어떨까? 마침 우리 반에는 하늘이도 있으니, 하늘이를 마스코트로 앞세워서.”
“응?”
한 여학생이 손을 들어 말했다.
별안간 자신의 이름이 언급된 연하늘은 흠칫 놀랄 수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뜬금없이 바니걸이라니….
토끼 귀를 쫑긋 세운 그녀는 심히 당혹스럽기만 했다.
반면에 여학생이 꺼낸 의견은 상당한 호응을 얻고 있었다.
“바니걸? …괜찮을 것 같은데? 칠색의 마녀님의 제자가 바니걸 차림으로 딜러를 맡는다라…. 입소문을 타면 장난 아니겠는데? 우리 그렇게 하자.”
“나도 바니걸 좋아.”
“홍보 효과는 충분하겠는걸?”
“야, 근데 견우한테 혼나는 거 아니야?”
“견우도 아마 좋아하지 않을까?”
“글쎄…. 나 같으면 자기 혼자서 구경하고 싶을 것 같은데….”
“어차피 하늘이만 입는 게 아니라, 다른 애들도 같이 입을 텐데. 솔직히 아직 사귀지도 않는데 옷으로 뭐라고 그러면 안 되지. 반 회의로 결정된 사항이기도 하고.”
“좋아, 나도 바니걸이나 해야겠다. 이때 아니면 언제 얼굴을 팔겠어? 지금부터라도 착실하게 명성을 쌓아야지.”
“…머리 좋은데? 나도 같이 하자.”
“저기이… 얘들아? 나는 부끄러우니까 바니걸 같은 건 절대….”
“이럴 때 아니면 언제 입어 보겠어? 나는 찬성이야. 하늘아, 걱정하지 마! 나도 같이 입을게! 마침 방에 바니걸 코스튬 있는데, 이따 한번 시착해 볼래? 까망이, 빨강이, 하양이, 분홍이… 색깔별로 다양하게 있거든! 하늘이 말고 바니걸 하고 싶은 사람은 다 내 방으로 오도록 해!”
“저기, 나도 가도 돼? 나도 갑자기 바니걸 옷이 입고 싶어졌는데….”
“응, 남자는 안 돼!”
반 학생들이 시끌벅적 떠든다.
어느새 회의를 주도해야 할 고은비도 소란 속에 끼어 있었다.
바니걸이 되고 싶지 않던 연하늘에게는 난처한 상황이기만 했다.
그녀는 필사적으로 그들을 말리려 애를 썼다.
하지만 그녀가 아무리 저항한들, 대세를 거스를 수는 없었다.
“그럼 하늘이는 바니걸로 결정할게! 반 대표로서 솔선수범하고 좋네!”
“아니이…. 내가 싫다는데, 왜…. 나 진짜 부끄럽단 말이야!”
“괜찮아, 하늘아! 처음에는 다 그래! 그리고 나도 같이 있잖아?”
그렇게 끝끝내.
연하늘은 다수결에 따라 반강제로 바니걸 코스튬을 입을 뻔했으나….
천만다행히도 선정성을 우려한 담임 교관에 의해 구제를 받았다.
반 학생들은 남녀를 막론하고 검은 정장에 토끼 머리띠와 꼬리를 착용하는 것으로 타협했다.
* * *
금강제 준비로 회의를 진행하다 보니 어느새 오전 수업이 훌쩍 지나갔다.
홍예나의 종례를 받은 나와 민아린은 강의실을 나서기로 했다.
원래라면 그대로 친구들과 함께 점심을 먹으러 갔겠지만….
“나는 약속이 있어서 갈게. 오늘은 같이 먹지 못할 것 같아.”
나는 따로 일정이 있던 관계로 자리를 떠나기로 했다.
그러자 민아린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웬 약속? 누구하고? 연하늘도 같이 먹기로 했는데 안 갈 거야?”
“이사장님이랑. 그나저나 어째 내가 하늘이랑 같이 먹는 것에 사족을 못 쓰는 것처럼 들린다?”
“흥, 양심에 손이나 얹어 보지 그래? 근데 이사장님이라니… 무슨 일로?”
“그런 일이 있어. 그냥 간단히 근황이나 주고받으러 가는 거지. 어쨌든 나는 먼저 갈게. 점심 맛있게 먹어.”
사람들이, 심지어 객원 교관들이 지나다니는 복도에서 자세한 사정을 이야기할 수는 없었다.
저 앞에 점심을 먹으러 가는 듯한, 홍예나와 유노을 사이에 끼어 있는 이가현이 있기도 했다.
민아린에게 대충 얼버무린 나는 일부러 그들과 반대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이사장실이 있는 교무관으로 향하며 소혜율에게 톡을 보냈다.
[나]: 지금 가는 중이에요소혜율을 처음 대면했을 때 그녀의 번호를 받아 둔 덕에 연락을 취하고 약속을 잡기 편했다.
나는 얼마 지나지 않아 도착한 답장을 읽었다.
[이사장님]: 네, 이사장실에 있으니 천천히 오세요 🙂소혜율은 약속을 잊지 않고 기다리고 있었던 듯했다.
방문 확인을 구한 나는 그길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 이사장실을 찾았다.
“오랜만입니다, 도견우 학생.”
“네, 오랜만이에요. 이사장님하고 약속이 있어서 왔는데요….”
“이야기는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이사장님은 안에 계십니다.”
비서실은 이사장실과 별도로 분리되어 있었다.
그곳에서 대기하고 있던 오승아는 내게 알은체하며 말을 건넸다.
그러고는 이사장실로 안내했다.
나는 그녀가 열어 준 문을 따라 안으로 발을 들였다.
“어서 오세요, 도견우 학생. 잘 지냈나요. 여름방학에는 푹 쉬었나요? 이렇게 대면하는 건… 입학시험 이후로 오랜만이네요.”
“안녕하세요, 이사장님. 그동안 건강하셨어요?”
“저야 건강하죠. 서 있지 말고 이리 와서 자리에 앉도록 해요. 점심때라 배가 고플 것 같아, 간단히라도 먹을 수 있게 요깃거리를 준비했어요. 편히 들어요.”
소혜율은 손님을 맞이하는 소파에 앉아 기다리고 있었다.
노란 눈이 인상적인 그녀가 싱긋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반겼다.
고개를 숙여 정중히 인사한 나는 그녀가 권하는 자리에 앉았다.
“잘 먹겠습니다.”
“부족하면 괘념치 말고 말해요. 음료는 뭐로 할래요?”
“커피로 주세요.”
“승아야, 들었지? 나도 한 잔 더.”
“네, 곧 가져오겠습니다.”
잠시 후, 음료를 가지러 나간 오승아가 돌아왔다.
조용히 자리에 잔을 내려놓은 그녀는 곧 문을 닫고 밖으로 나갔다.
그때까지 표면만 훑듯 대화하던 우리는 본론에 들어가기로 했다.
“오늘 이렇게 저한테 독대를 요청한 이유가 뭔가요, 도견우 학생?”
“이사장님도 객원 교관들 중에 빌런들이 잠입해 있다는 것은 알고 계시죠?”
“네, 그런데요?”
소혜율이 별일도 아닌 용건이라는 양 태연하게 고개를 갸웃거린다.
하지만 그녀는 내가 다음에 꺼낸 말로 감정을 드러낼 수밖에 없었다.
“그중에 인형귀녀 이가현이 숨어들었다는 것도 알고 계시나요?”
“….”
잔을 입에 가져다 대던 소혜율이 흠칫 동작을 멈춘다.
그녀가 보인 동요는 잠시였다.
빠르게 감정을 갈무리한 그녀가 마시지도 않은 커피를 내려놓으며, 노란 눈을 빛냈다.
“흥미로운 이야기네요. 그래서요?”
“그래서 이참에 이가현을 잡을 절호의 기회가 아닌가 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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